〈 460화 〉 460화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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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기는 했지. 하지만 이정도는 되어야 네오스라는 애송이에게 한방을 먹일 수 있을거 아니야.”
호사카는 포르노를 찍으면서 금기시 하는 것이 몇개 있었다. 그 중에서 종교인을 놀리면 안된다는 항목은 없었다.
그리고 네오스 카락스는 싹수가 보이는 놈이었다. 호사카가 이 정도의 포르노를 선보이면 그도 자극을 받아서 더 뛰어난 포르노를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었다.
서로 한방씩 주고 받으면서 이번년도에는 포르노 대작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제인 먼데일은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이렇게 미친 놈처럼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하지만 사장한테 말을 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환상적인 포르노였지?”
“그건… 그렇죠.”
제인 먼데일은 포르노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게 없었다. 기독교인의 모순과 허영을 블랙 코미디적으로 풍자했다. 그리고 거기에 나오는 캐릭터들 하나하나도 미국에서 어디서나 볼 수 있을법한 것으로 구성을 했다. 꼴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의 반응을 보고 씨익 웃었다. 이런 반응이 있기 때문에 그가 포르노를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을 꼴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게 그의 자부심이었다.
“혹시 편집을 좀 해서. 기독교의 이미지를 덜어내자고 하면?”
“안하지.”
“그럴 줄 알았어요.”
“그게 핵심인걸.”
제인 먼데일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비롯해서 포르노 제작사의 시위를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공권력으로 정당한 시위를 못막는다면 그녀는 크립스라는 수단을 사용할수도 있었다.
그리고 호사카에 대한 경비를 좀 더 세우고 법적인 공격에 대비해서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지금 미스 허슬러에서 일했던 변호사들은 한량이나 마찬가지였다. 레리 레이건이 마약 중독자가 되었고 미스 허슬러에서는 그냥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답답해졌다. 자신은 포르노 업계만을 바라보며 일했는데 다른 현실적인 문제가 여기저기서 나타나는게 싫었다. 그렇다고 그걸 모두 무시할수는 없었다. 그는 이상만을 꿈꾸는 몽상가가 아니라 현실을 바꾸는 혁명가였다.
호사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답답한 대기실을 벗어나 잠깐 걷고 싶었다. 하지만 밖에 나가면 수많은 군중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사인을 해달라고 할게 뻔했다.
“셀럽들이 왜 거대한 저택을 사는지 알겠군.”
정원이 딸린 거대한 주택은 온전히 그 셀럽만의 것이었다. 혼자서 산책을 할 수 있고 그 안의 수영장에서 놀수도 있다.
그의 평화를 방해하는 자가 있다면 경찰을 부르거나 총으로 위협사격을 해도 되었다. 미국에서 사유지는 그런 의미였다.
그리고 좀만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저택을 사면 말을 타고 달려도 될 정도의 토지도 구매할 수 있는게 미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제인 먼데일은 호사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갸웃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에게 나중에 적당한 저택을 알아봐달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녀와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산책을 할 수 없으면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일반인은 몇년을 저축해도 사기 힘든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호사카는 질주하기 시작했다.
호사카가 미국에서 마음에 드는 여러가지 점 중 하나는 야외로 나가면 차를 마음 놓고 몰 수 있는 한적한 도로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었다.
직진으로 1시간 동안 누구도 만나지 않고 운전할 수 있는 나라는 흔하지 않았다.
호사카는 한참 동안 속도를 즐기며 질주를 하다보니 속이 좀 풀리는게 느껴졌다. 결국 그를 방해하는 현실도 언젠가는 하나하나 다 해결을 해야 했다. AVN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방해하는 것은 분쇄하고 박살을 내야 했다.
“그전에.”
“네?”
“휴대폰 있지?”
휴대폰은 1983년에 처음 등장했다. 1991년에는 노퀴아에서 적당히 쓸만한 휴대폰이 나왔고 부자라면 모두가 사용했다. 그리고 호사카는 그 이상의 부자였기 때문에 제인 먼데일에게 휴대폰을 사주고 필요할때만 썼다.
“네.”
제인 먼데일은 서류 가방에서 휴대폰 하나를 꺼냈다.
“누구에게 연락할까요?”
“네오스 카락스에게 연락할 수 있나?”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제인 먼데일은 포르노 업계 여기저기에 뿌려놓은 햄스터들에게 잠깐 연락을 했다. AVN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무기인 네오스 카락스가 어디에 있는지 그와 접촉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LA의 한 호텔에 있다고 하네요. 그 호텔로 연락을 할까요?”
“아니. 그럼 깜짝 선물을 주러 가볼까. 그 작품 복사본도 있나?”
“네.”
제인 먼데일은 유능했다. 자신이 본 포르노의 복사본 카피도 가지고 있었다.
“사무실에 들러야 할 필요는 없어졌군.”
호사카는 차를 돌려서 다시 LA로 향했다. 그리고 제인 먼데일의 안내에 따라서 호텔이 모여 있는 거리로 향했다.
호사카가 운전하고 있는 고급 차량 덕분에 어딜가든 프리패스나 마찬가지였다. 차는 발렛 파킹을 맡겼다.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의 팔짱을 끼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둘은 이미 방 하나를 맡겨놓은 것처럼 움직였다.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호사카의 얼굴을 알아보고 그가 금발의 미녀와 즐기러 왔다고 넘겨짚었다.
제인 먼데일은 703호에 멈추었다. 호사카는 문을 두들겼다.
똑똑똑.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호사카는 다시 노크를 했다.
똑똑똑.
몇초 후에 안에서 신경질적인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문이 벌컥 열렸다.
“내가 일을 할때는 방해하지 말라…?! 응?!”
네오스 카락스는 호사카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그가 여기에 있는 것은 비밀이었다. 포르노를 촬영하러 나갈때도 비밀리에 움직였을 정도였다.
그리고 네오스 카락스는 호사카의 얼굴이 익숙했다. 호텔에서 일이 잘풀리지 않을때면 항상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호사카의 얼굴과 이야기가 나왔다.
“가명으로 레오스 감독이라고 불러야 하나? 아니면 네오스 감독이라고?”
“제 본명까지 아는겁니까. 이거 정체를 숨기려고한게 다 헛일이군요.”
“걱정마세요. 그냥 업계 내부의 정보라서 아는 것이니까. 일반 대중은 모릅니다.”
네오스 카락스는 호사카가 어떻게 자신을 찾아왔는지 그리고 무슨 일로 자신을 찾아왔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에게 비디오 하나를 받아서 내밀었다.
“선물입니다.”
“뭐죠?”
아직 포장도 붙지 않은 비디오였다. 겉으로 봐서는 안에 뭐가 들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저번에 나에게 포르노를 만들지 않는다고 했죠? 그래서 만들어봤습니다. 시나리오부터 감독, 배우일까지 모두.”
네오스 카락스는 그 포르노 비디오를 받았다. 그는 아직 호사카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가 알고 있는건 텔레비전에 나온 호사카의 모습과 그가 과거에 만든 작품들 뿐이었다.
“아니. 이렇게. 빨리 뭔가를 만들어올줄은.”
“일단 용건은 끝났으니까. 돌아가겠습니다. 그럼 네오스 감독도 좋은 작품 만들길 기다리죠.”
“자, 잠시만요!”
“네?”
호사카는 자신이 만든 작품을 네오스 카락스에게 직접 전달해주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그리고 네오스 카락스는 이렇게 호사카와 만날지는 몰랐지만 이왕 이렇게 만난 이상 대화를 좀 더 나누고 싶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호사카는 제인 먼데일에게 물었다.
“오늘 일정이 더 있나?”
“저녁에 포르노 촬영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기다렸다가는 시간이 늦겠군. 적당한 날로 미뤄줘. 저녁 늦게 찍었다가는 오히려 원성을 받을테니까. 다들 그냥 퇴근하라고 하고.”
제인 먼데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이상하게 사장인데도 밑의 사람의 마음을 잘 아는 호사카였다.
“자, 오늘 저녁 일정은 없어졌군. 그럼 아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을테니까. 내가 만든 포르노도 보고 적당히 나와요. 나도 당신이라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니까.”
“감사합니다!”
네오스 카락스는 당장 호텔방 안으로 들어갔다. 포르노 비디오를 재생시켰다.
걸작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이나 기독교적 가치관에 지배를 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자유로운 예술가에게 항상 족쇄로 작용했다.
지금 호사카가 만든 것은 그런 가치관에게 시원하게 한방을 먹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본주의를 풍자한 자신의 포르노를 뛰어넘는 작품이었다.
다루고 있는 메시지의 질은 비슷하지만. 사람을 꼴리게 만드는 연기나 카메라 워크, 편집에 있어서는 호사카가 더 우세했다.
네오스 카락스는 그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더욱 열의에 가득찼다.
네오스 카락스는 빠르게 샤워실로 향했다. 훌륭한 감독을 만나는데 거지꼴로 갈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그는 씻지도 않고 다음 작품에 몰두하고 있어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빠르게 샤워를 하고 대충 옷을 껴입고 그는 밖으로 나왔다.
호텔 상층에 있는 숙박객만을 위한 커피숍으로 가자 이미 호텔 직원이 기다리고 있다가 네오스 카락스를 안내했다.
호사카는 네오스 카락스가 머리도 말리지 않아서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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