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1화 〉 471화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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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은 금방 지나갔다.
AVN은 자존심 때문인지 결국 시상식의 날짜를 바꾸지 않았다. 그저 호사카가 오해를 가지고 있으며 포르노 업계에 해가 되는 선택을 무리해서 고집하고 있다는 주장만 반복해서 말할 뿐이었다.
호사카도 시상식의 날짜를 바꿀 필요가 없었다. 호사카는 자신이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들이. 여론이. 그가 가지고 있는 재력이.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었다.
“호사카 사장님. 시상식이 모두 준비가 되었습니다.”
직원의 말에 호사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멋들어진 턱시도를 입었다. 그의 옆에는 드루 디아즈와 카메론 먼로가 각각 예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가 데리고 있는 여자들 중 최고의 미녀였다.
일반 영화제와 다른 점은 여자들이 가슴골과 다리 라인이 훤히 드러나 있는 드레스를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호사카는 두 미녀를 양팔에 끼고 나갔다.
마치 진짜 영화제처럼 수많은 기자들이 취재를 하러 나왔다. 포르노를 전문으로 하는 삼류 잡지사에서만 기자 몇명이 나와서 사진을 찍는 AVN과는 차원이 달랐다.
AVN에서는 케이블 방송국 하나와 계약을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는 공중파 방송국에서도 돈을 내고 촬영을 하러 나왔다. 지금 수많은 채널에서 호사카의 모습을 실시간을 찍어서 보내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포토존에서 호사카는 두 여자를 끌어안고 활짝 웃었다. 동양인 남자가 백인 미녀를 안고 있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호사카 씨! 여기 좀 봐주세요!”
“호사카 씨! 진하게 키스를 한번 해주세요!”
호사카는 기자들의 요청을 받아주었다. 그는 두 여자와 한번씩 진하게 키스를 했다. 여자들도 장난스럽게 키스를 받아주었다.
호사카는 두 여자의 가슴을 한번씩 손으로 주물렀고 여자도 호사카의 바지 위로 자지를 움켜잡았다. 모두가 크게 웃었다. 그야말로 포르노 배우니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미래에는 영화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몇십년은 앞선 행동이었다.
APA 시상식장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셀럽들이 포르노 배우들과 섞여서 앉아 있었다. 호사카의 초청을 받고 온 사람들이었다.
영화계에서는 실베스타 몬디와 션 스필버그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주었다. 잘나가는 액션배우와 잘나가는 영화감독의 인맥이었다.
음악계에서는 마스터 드레와 건즈 앤 브라이어스가 인맥을 동원해주었다. 힙합 장르와 락 장르는 그야말로 미국 음악계를 지배하고 있는 장르였다.
겨우 포르노 배우와 감독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AVN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저그런 개그맨이 야한 농담이나 툭툭 던지면서 진행을 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렇게 진짜 셀럽들이 많이 찾아온 것은 호사카가 인맥을 총동원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호사카가 포르노 업계의 위상을 그만큼 올려놓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호사카 이전에는 미국의 포르노는 몰래 숨어서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호사카는 끊임없이 포르노를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서 노력했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섹스를 하고 토크쇼에 출연하고 리얼리티 쇼까지 만들었다.
덕분에 현재 미국에서 사람들은 포르노를 보는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제 셀럽들도 공공연히 포르노를 본다고 했다. 그루피들과 섹스를 많이 하는 락스타나 무비 스타도 마찬가지였다. 섹스는 섹스고 자위는 자위였다.
그리고 그런 경향이 셀럽들이 포르노 시상식에 찾아오게 만든 것이다. 호사카는 초대장을 아낌 없이 뿌렸고 인맥이 없는 셀럽들도 호기심으로 참석을 했다. 그리고 기자들은 여기에 참석한 셀럽들을 찍으면서 그들의 인지도를 더욱 올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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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맥주집은 남자들로 바글거렸다. 보통 집에서는 텔레비전이 하나 밖에 없고 여기저기를 동시에 보고 싶어했다. 바에는 그 동네 남자들이 모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남자들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처럼 환호성을 지르며 포르노 시상식을 즐겼다.
시작부터 남자들은 APA를 튼 텔레비전으로 몰려왔다. 그들은 영화제나 음악 시상식에서나 볼법한 셀럽들이 그저 관람을 하러 참석해 있었다.
축하무대의 퀄리티.
진행자의 몸값.
채널의 다양성.
AVN을 볼 이유가 없었다.
머리 좋은 바의 주인들은 텔레비전 중 하나만 AVN 시상식으로 고정을 시켜놓고 나머지 텔레비전은 각각 다양한 채널로 APA를 보여주었다. 그럼 남자들은 각자 취향에 맞춰서 시상식을 보았다.
마스터 드레의 공연으로 분위기가 적당히 달궈지자 호사카는 시상식 연단 위로 올라왔다. 마이크를 잡았다.
“포르노 업계의 관계자 분이나. 아니면 포르노 업계에 많은 사랑을 주시는 분들이 참석을 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호사카는 APA를 만든 사람이지만 이것에 참석한 사람이기도 했다. 호사카는 AVN에서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아서 스스로 새로운 시상식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는만큼 시상식의 시작부터 올라와서 이야기를 하는게 어울리지 않았다. 참가자라면 얌전히 축하 공연을 보고 진행자의 농담에 웃고 후보로 올라가면 긴장하고 상을 타면 기뻐하면서 연단에 올라와 감사 인사를 하면 되었다.
“제가 이렇게 올라와서 놀라신 분이 많으신 것 같네요. 이해합니다. 혹시 저 일본에서 온 동양인이 자기가 상을 독식하려는거 아니냐. 자기가 불러놓고 자기 혼자서 다 해먹는거 아이냐. 그런 생각이 들 수 있겠죠.”
호사카가 APA 시상식을 발표한 이후에 돌았던 음모론 중 하나였다. 호사카가 그걸 정면으로 꺼내들자 사람들이 웃었다.
“그런건 아니구요. 저희 APA 시상식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드리려고 나왔습니다. 첫 시상식이니만큼 공정하게 상을 주는 방법을 알려들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죠.”
시상식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세상에는 다양한 분야에 여러가지 시상식이 있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일부러 APA 시상식의 진행 방법을 비밀로 해두었다. 이는 시상식의 핵심인만큼 절대 누가 똥을 뿌려서는 안되었다. 호사카는 자신이 정말 믿을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시상식 진행 방법을 알렸다.
덕분에 온갖 음모론이 나왔다.
호사카가 모든 상을 혼자서 선정할 것이다. 그는 그럴만한 권력과 재력과 영향력이 있었다.
호사카는 자신의 사람들로 구성된 심사위원으로 상을 선정할 것이다. AVN과 동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는 첫번째 음모론과 다를바가 없었다.
혹자는 호사카가 대중들에게 유료 투표를 받아 진행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호사카의 일본 활동까지 알고 있는 매니아들의 추측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그냥 인기 투표가 될 뿐이었다.
호사카는 자신이 권력으로 상을 독점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인기 투표가 되는 것도 원치 않았다. 그는 APA가 권위 있는 시상식이 되기를 원했다.
판매량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는 진짜 업계인들이 보기에 뛰어난 작품이 상을 타고 주목을 받기를 원했다. 그런 과정에서 운이 나빠 묻혀 있던 작품이 발굴되는 것이 좋았다. 대중들이 대중적인 취향에서 벗어난 새로운 포르노를 보기를 원했다.
“오늘 여기에 모인 분들은 모두 포르노 업계에서 일을 하는 분이거나 포르노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셀럽 분들이죠. 그리고 HK 매니지먼트에 영향이 없는 포르노 업계 관계자 분들도 많습니다.”
호사카의 말이 사실이었다. 미국은 크고 넓었고 AVN이나 호사카의 영향력 밖에 있는 중소 포르노 제작사도 있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그런 곳에도 초청장을 돌렸고 이들 중 많은 사람이 AVN 대신에 APA로 왔다. 지금까지 자신들에게 상을 주지 않는 AVN보다 공평함을 주장하는 APA가 더 믿음이 갔기 때문이었다.
“오늘 APA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투표권을 드리겠습니다. 여기는 미국이고 가장 미국적이고 공평한 제도가 투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모두 엄청난 환호를 보냈다.
미국은 민주주의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수동적으로 시상식을 구경만 하고 가는 것보다 뭐라도 할 수 있다는게 더 즐거웠다.
“모두가 지금 이 순간 투표에 대한 사실을 알았으니. 더러운 정치질을 할 시간도 없겠죠. 지금부터 저희 스탭들이 인쇄된 투표지를 나누어 드릴 겁니다. 객관식도 아니고 주관식입니다. 각 부문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포르노와 배우를 적어주세요. 잘 기억이 나지 않으면 최대한 자세히 적으시면 됩니다. 그럼 포르노를 잘 알고 있는 저희 스탭들이 알아서 제목과 배우 이름을 판명해 줄겁니다. 그리고 이 모든 투표지는 차후에 공개를 해서 논란을 막도록 하죠.”
투표를 하는 사람은 쉽지만 개표를 하는 사람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호사카는 그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오늘 개표 작업을 하는 스탭들은 각각 일만달러라는 고액의 보너스를 받게 될 것이다. 이 정도 돈이면 그 누구나 싱글벙글 웃으면서 일을 하기 마련이었다.
시상식 스탭들은 바쁘게 시상식 참가자를 돌아다니면서 종이를 나누어주었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레터 사이즈의 사무 용지에 총 8개 부문이 적혀 있었다.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여우신인상.
남우신인상.
각본상.
촬영상.
포르노 시상식이라면 꼭 있어야 할 상들이었다.
이로서 호사카는 최대한 공평하고 전문가적인 시상식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자신의 회사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회사의 사람들도 투표에 참석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여러 셀럽들도 참석시켜 대중성까지 잡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호사카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투표를 하시고 집계가 되는 동안 공연을 즐기시죠. 집계는 오랜 시간이 걸리니만큼 공연을 다양하게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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