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쿄 섹스킹 야동 만드는 남자-481화 (481/551)

〈 481화 〉 481화 한국

* * *

주병민은 슬쩍 호사카와 친분을 다지는가 싶더니 다시 공격이 들어왔다. 서로 하하호호 웃기만 하는 토크쇼는 재미가 없었다. 서로 물어뜯는 맛이 있어야 방송이 살아나는 법이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이 공격도 가볍게 넘겼다.

“그럼 오늘부터 미국에서 코리안 섹스킹이라고 불러달라고 할까요?”

주병민은 등에 식은땀이 쭉 나오는 것 같았다.

그는 호사카라는 거물을 상대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사전조사를 해왔었다. 그리고 그가 말그대로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거물이라는 것도 알았다. 무려 미국 정부에서 단박에 외교관 직함을 주는 사람인 것이다.

만약 호사카가 정말 미국에서 코리안 섹스킹이라는 별명을 쓰겠다고 하면… 호사카를 어떻게든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보려고 한 국민 정서를 생각해본다면.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한국의 명예를 실추했다고 주병민에게 화살이 돌아올지도 몰랐다.

“하하. 그냥 도쿄 섹스킹으로 계속 활동하시죠.”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호사카와 주병민이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방송을 흥겹게 만들고 있을때, 나이트쇼의 메인 PD와 작가는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방송 분위기 좋은데요?”

“나중에 방송심의를 갈때는 좀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럴만한 가치는 있겠어.”

“편집할때 많이 들어내지는 않을거죠?”

“그렇지. 여기저기 손대봐야. 재미없는 방송만 나올뿐이야. 나중에 호사카 씨 핑계를 좀 대야지.”

“허락은 받았어요?”

“통이 크더군. 방송만 제대로 나간다면 자신의 핑계를 얼마든지 대라고 하더라고. 방송을 아는 사람이야.”

작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지금까지 수많은 방송 촬영을 보아왔다. 비록 카메라 앞에 직접 서본 경험은 없었지만 그 능력은 눈에 보였다.

주병민도 대한민국에서는 알아주는 개그맨이자 토크쇼 진행자였다. 그 누구도 쉽게 통제하지 못하는 해병대 출신 인기가수도 주병민의 리드에는 꼼짝하지 못했다.

하지만 호사카는 달랐다. 그런 주병민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원래 한국에서 토크쇼는 개그맨의 것이 아니었다. 배우나 아나운서가 명확한 딕션으로 질문을 던졌었다.

하지만 주병민은 순발력으로 평범한 질문도 웃음이 나올 수 있는 것으로 바꾸었다. 개그맨들이 서서히 토크쇼에 진출하고 있었다.

토크쇼는 똑똑한 사람이 지배하는 곳이 되었다. 작가가 써준 대본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아이디어로 방송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졌다.

그리고 그런 것을 주병민보다 호사카가 더 잘하는 것 같았다.

둘은 편안한 얼굴로 대화를 주고 받았다. 굉장히 안정적인 상태였다. 하지만 그 대화의 수준은 굉장했다.

가끔 섹스, 포르노, AV에 대한 이야기를 제외하면 방송심의에 걸릴만한 내용이 거의 없었다. 서로의 합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메인 PD는 호사카만 허락을 한다면 한 한달정도 고정 코너를 만들고 싶을 정도였다.

둘의 대화는 사방팔방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나 같이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할만한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한국은 좀 너무 폐쇄적입니다. 물론 나라가 발전을 해야 하고 안좋은걸 걸러내려는건 많은데. 이제 국민들도 알거 다 아는데.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하늘이 가려집니까?”

주병민은 살짝 긴장했다. 호사카가 설마 포르노 수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고 밑밥을 까는 것인지 걱정한 것이다.

“그럼 어떤?”

하지만 대화의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물어보았다.

“예전의 최형의라는 분이 계셨지요. 저같은 재일조선인이었고. 극진가라데를 창시하셨죠.”

“그 분이라면 저도 압니다. 황소도 맨손으로 때려잡는 분 아닙니까. 제가 예전에 인터뷰를 한 적이 있지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그 분이 처음 한국에 오셨을때, 태권왕이라고 소개가 되었다죠? 그때는 군부 시절이라고 알고 있는데. 말이 됩니까.”

“하하. 그건 당시 태권도가 한참 보급 중이었는데. 공수도를 평정한 한국 사람이 있다고 소문이 나버리면 태권도가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뭐가 그런가요? 차라리 당당히 붙어야지. 조선인이 공수도를 잘해서 거기를 평정했으면 공수도는 공수도 대로 자랑스러워하고. 태권도라는 무술도 한민족의 얼이 담겨 있는 것일텐데. 자신의 장점을 내세워서 제자를 모집했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주병민은 소름이 돋았다. 차라리 포르노 이야기를 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호사카의 말은 구구절절 틀린 말이 없었다. 그의 말투는 어색했지만 그 내용은 막힘이 없었다.

어떻게 저렇게 말을 잘할 수 있는지 모두가 궁금해 할 정도였다.

“지금 한국의 대통령의 좌우명을 들었습니다. 대도무문(大?無門)! 큰 길에는 아무 막힘이 없다! 멋진 말입니다. 그야말로 사나이가 할 말이에요. 하지만 최형의를 태권왕이라고 소개한건 계집이나 할만한 얕은 계략이었습니다. 그런 역사는 기록에 남아서 나중에 태권도의 발전에 악영향을 줄게 뻔합니다.”

최형의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무도가였다. 그리고 그가 한국에서 태권왕이라고 소개를 받았던 것은 찌라시에서 소개가 되어 많은 일본인들이 비웃은 적이 있었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쌓여서 나중에 태권도가 공수도의 짝퉁 무술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태권도의 세계 진출의 방해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주병민은 이제 최형의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잠시 숨을 돌렸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주병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이야기는 호사카가 그리고 있던 큰 그림 중 일부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하는 대한민국에서 하는 일도 비슷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섹스를 이렇게 경멸하는 나라가 없어요. 한국이 그렇게 믿고 따르는 미국도 포르노는 합법이고 성매매도 합법인 곳이 있습니다.”

주병민은 호사카의 토크가 폭주하기 시작하자 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는 PD를 보면서 이거를 끊어야 하는게 아니냐고 눈짓을 했다.

메인 PD는 주병민의 얼굴을 보았다. 그 개그맨은 방송밥을 워낙 많이 먹어서 이제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주병민은 표정에 놀라는게 보이고 있었다.

메인 PD는 옆의 작가에게서 스케치북과 마커펜을 받아서 썼다.

­일단 진행! 후 편집!!

주병민은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국민 정서를 건드리지 않는 스탠스에서 토크쇼를 진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건 국가가 선택할 문제 아닐까요? 국가가 국민을 대표하여 다룰 그런 문제…”

“물어봤습니까?”

“네?”

“한국 남자 모두에게.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말고. 모자이크 하나 없는 포르노를 보고 싶냐고 물어봤냐구요.”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몇 안되는 비밀투표가 보장되는 나라입니다. 지금 대통령도 그렇게 당선이 되었구요. 그럼 그냥 거기에 이렇게 설문 용지 하나만 넣으면 되겠군요. 한국의 합법적인 포르노 판매를 찬성하냐고 반대하냐고. 지금 겉으로는 반대하는 남자들 중에 대부분이 찬성할걸요. 그리고 여자들도 일부 찬성할겁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여자들을 위한 포르노도 만들어지고 있으니까.”

호사카는 남자라면 누구라도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섹스를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섹스를 할 수 있는 부자 남성도 가끔은 포르노를 봤다. 포르노는 그야말로 판타지였다. 일반 여자에게서 할 수 없는 그런 것을 충족시켜주었다.

하지만 대중의 입은 침묵하고 있었다. 극소수의 반대자들이 미친 사람처럼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럼 겉으로 보기에는 전국민이 포르노에 반대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호사카는 먼저 이 방송에서 그걸 알려주고 싶었다.

한국 남자들은 노예나 마찬가지였다.

돈을 잘버는 일부를 제외하면 섹스의 참맛도 모르고 그냥 돈벌이 기계처럼 살다가 죽을 뿐이었다. 섹스리스 부부도 엄청나게 많았다.

모든 문제 해결의 첫번째는 그 문제를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호사카의 열변을 듣고 있자니 편집권을 가지고 있는 메인 PD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는 유명 토크쇼의 PD로서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일을 하는 것만으로 유명 소속사에서 출연 한 번만 시켜달라고 룸살롱 로비를 하는 경우가 생겼다.

하지만 그 또한 가끔은 그냥 야한 포르노를 마음 편하게 보고 싶었다. 일이나 책임감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혼자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메인 PD는 호사카의 열변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서 방송에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옆에 여자 작가가 말했다.

“우와. 엄청 폭주를 하는데요. 이거 좀 잘라내야 하지 않을까요?”

메인 PD는 호사카의 웅변에 감동을 해서 편집을 하지 않을거란 말을 하지 않았다. 다행히 그에게는 지금 좋은 변명거리가 있었다.

“아니. 이게 방송을 타면 시청률이 엄청 올라갈거야. 우리 프로의 이름이 여기저기서 회자가 될거라고. 어차피 무릎을 꿇으러 갈거면. 끝까지 가야지.”

**

메인 PD의 결단으로 호사카의 말은 전국적으로 방송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한국은 난리가 났다.

먼저 모든 개신교 교회에서 목사들이 신도를 이끌고 거리로 나왔다. 군부독재 타도를 외칠때도 나오지 않았던 자들이었다.

그들은 신성한 하느님의 땅에 악마가 들어왔다고 외쳤다.

다른 뉴스, 신문, 잡지에서도 호사카의 발언에 대해서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그들은 호사카가 미국인 또는 일본인이라며 그가 한국의 성문화에 대해서 말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