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2화 〉 482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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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호사카의 편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기존 사회에 불만이 많은 젊은 남자들이 먼저 호사카의 말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아직 기성 세대에 대놓고 반기를 들지는 못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는 인지하고 있었다.
호사카의 말대로였다.
역사적으로 잘난 남자가 많은 여자를 독점하는게 인류였다. 여자에게 선택을 받지 못한 수컷들은 그저 돈을 쓰거나 혼자서 위로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걸 지금 국가가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호사카는 토크쇼 하나로 대한민국을 난리나게 만들고 자신은 5성급 호텔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가이드와 보디가드는 호사카가 부르면 언제든지 밤놀이를 갈 수 있게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호사카의 호텔 방으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호텔의 마스터 키가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내놓으라 하는 호텔이다. 아무에게나 마스터 키를 줄리가 없었다.
호사카는 문 쪽을 보았다.
건장한 체구의 검은 양복을 입고 선글라스로 눈매를 감춘 남자들이 우르르 방안으로 들어왔다.
“호사카 씨?”
“그렇습니다만.”
어중이 떠중이가 아니었다. 그냥 조폭의 무리가 아니었다. 일본 야쿠자나 미국 갱스터보다 더 절도있는 느낌이 있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호사카에게 필요한 말만 딱딱 했다.
“국정원입니다. 음. 미국의 CIA와 FBI와 같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통령님께서 찾으십니다. 옷을 입으시죠.”
호사카가 아무리 야쿠자 출신에 싸움에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수차이에 이런 전문가들에게는 어쩔 수 없었다. 이럴때는 상대가 신사적으로 나올때, 자신도 매너 있게 행동을 하는게 상책이었다.
“그럽시다.”
호사카는 빠르게 옷을 차려입고 그들이 가지고 온 차에 타서 청와대로 이동했다.
청와대의 응접실.
그곳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자 김영수 대통령이 나타났다. 둥근 인상에 키도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남자다운 포부가 느껴지는 남자였다. 일국의 탑은 뭐가 달라도 다른 법이었다.
김영수 대통령은 자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용건부터 말했다.
“호사카 씨. 그만두시죠.”
호사카는 그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혹시 제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아십니까?”
설득은 상대방을 조사하는데서 시작이 되었다. 김영수 대통령이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호사카의 인생부터 알아보는 것에서 시작을 해야 했다.
그리고 호사카의 인생은 그야말로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해내는 것의 연속이었다.
학교 다닐때는 공부하라고 하는 것을 듣지 않고 야쿠자가 되었다. 야쿠자 일때는 나가지 말라는 것을 뿌리치고 AV 배우가 되었다. AV 업계에서 탑이 되지 못한다고 하니 탑이 되고 모든 영광을 뒤로 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인종차별을 깨부수고 미국에서 알아주는 포르노 스타이자 셀럽이 되었다.
성인 비디오 업계에서는 최고였다.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부자였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진 미국 대통령의 친구이기도 했다.
김영수 대통령이 호사카에 대해서 조사를 했다면 호사카가 절대 만만한 인간이 아님을 알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김영수 대통령도 호사카에 대해서 알았다. 한국의 대통령인 자신보다 몇배는 힘들고 어려운 업적을 만들면서 살아온 남자인 것이다.
하지만 김영수 대통령도 만만한 인간은 아니었다. 그는 군부 독재를 끝내고 대통령직을 수행한 남자였다. 미국 대통령인 빌리 클린턴을 만났을때도 한국 식으로 인사를 건네었을 정도였다.
그는 경상도 사투리처럼 이게 누꼬라는 말을 영어 인삿말로 사용했다. Who are you. 경상도식 어투까지 겹치니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무례한 말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한국 사투리를 설명하면서 그 오해를 풀어나간 적이 있었다.
빌리 클린턴에게도 이런식으로 대하는 남자였다. 겨우 외교관 신분인 호사카를 대하는 것에는 전혀 쫄지 않았다.
두 남자는 처음으로 만나면서 서로가 서로 만만한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만합시다. 당신은 미국과 일본에서 포르노 일을 계속 하시고. 한국은 내버려두라. 이런 말입니다.”
“싫다면요?”
“일본과 미국에서 살아서 잘 모르지만. 한국은 아직 진정한 민주화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피를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정원이나 군인은 얼마든지 있단 말입니다.”
호사카는 김영수 대통령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상대를 조사한 것은 김영수 대통령만은 아니었다. 호사카 또한 김영수 대통령에 대해서 조사를 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인생을 보냈는지 알았다.
무려 CIA의 자료였다. 그 정확도는 그 어떤 사설 자료보다 뛰어났다. 그리고 호사카는 김영수 대통령이 그렇게 싫지 않았다.
그의 이전에 한국의 역사는 군인들이 민중들에게 피를 강요하며 사리사욕을 채운 것이었다. 당연히 민중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은 수시로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 야쿠자나 갱스터에 비할바가 아닌 위험한 인생인 것이다.
그걸 김영수 대통령은 살아남았고 이겨냈다. 그는 얼굴과는 다르게 남자다운 남자였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김영수 대통령이 독실한 개신교 신자라는 것이었다. 그의 할아버지 때부터 믿음을 충실히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포르노에 대해서 부정적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개신교가 주장하는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 두 남녀가 섹스 없이 연애를 하다가 부부가 되어 첫 섹스를 하고 불륜 없이 백년해로를 하는 것이었다. 이상향이었다. 이상적이지만 그것을 이루기가 극히 힘든 길이었다.
그리고 섹스에 대한 견해는 완전히 달랐지만 호사카는 김영수 대통령이라면 더러운 수를 쓰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
“김영수 대통령님은 그러지 않을 것을 압니다. 대도무문. 멋진 말이고 좌우명이거든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암살 같은 치졸한 짓은 하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정치는 이상만으로는 힘들지. 내가 손을 더럽히는 것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오.”
“정치는 대중의 뜻을 따르는 것 아닙니까. 대중이 포르노를 원하면 정치인은 그걸 따라야죠.”
“정치는 내 뜻을 세우고 그것을 지지하는 자들의 힘을 받는 것이지. 대중이 원한다고 내 뜻을 바꾸는 것이 아니오. 대중이 원한다면 독재도 허용이 됩니까.”
두 남자는 서로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그리고 김영수 대통령은 호사카가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밑에서 정치를 배우고 있는 젊은이들이 몇 있었다. 만약 그 중에 한 명이라도 호사카의 절반만큼의 기개를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정치 기반을 모두 내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영수 대통령은 심장이 욱신거리는 느낌마저 받았다.
호사카는 젊고 자신만의 철학이 있고 그것을 실행시킬만한 야망과 실력이 있었다. 이런 젊은이는 나라를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는게 김영수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오늘은 각자의 생각을 확인해 보는 자리인가 보네요. 그리고 서로가 생각을 바꿀만한 남자가 아니란 것도 보았고.”
“그런 것 같군. 하지만 설득은 해봐야겠지.”
“해보시죠.”
김영수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음란한 비디오가 들어오면 많은 부작용이 있을거요. 학생들은 공부를 소홀하겠지. 직장인들은 결혼 상대를 적극적으로 찾지 않을거고. 부부 사이도 안좋아질거요.”
“성욕이 막는다고 막아집니까. 학생들은 성욕을 빨리 해결하고 책을 잡겠죠. 직장인들은 자신의 성적 취향을 찾고 그것에 맞는 상대를 찾을거고. 부부들은 새로운 섹스를 하며 서로에게 더욱 만족하게 될겁니다.”
“그런 섹스는 필요 없소. 우리 조상들은 정상적인 섹스를 하고도 아이를 낳고 잘 살았소.”
“그 조상들은 기생을 찾아서 성욕을 풀었겠죠. 여자는 자신의 성욕을 참으며 비녀로 허벅지를 찌르며 수많은 밤을 보냈을거구요.”
“나는 그렇게 살았소. 안사람을 만나고 그녀만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살았지.”
“대통령님의 인생은 대통령님의 정답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정답은 될 수 없습니다. 저는 7명의 여자에게서 각각 자식을 보았고 저도 행복하며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한 여자만 바라보며 살고 싶은 남자는 그렇게 살라고 합시다. 대신 섹스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내버려두란 말입니다.”
이것은 끝이 없는 대화였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확고했고 먼 미래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호사카는 여유롭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 대통령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강자는 짖지 않는다. 작은 개가 오히려 더 크게 짖는 법이었다.
김영수 대통령은 뭔가 말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 그럼 합법적으로 붙어봅시다. 대통령님은 합법 좋아하시는 분이지 않습니까. 저는 포르노를 찬성하는 사람들을 모아보겠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국민의 소리에 호응하는 정치인을 후원하겠습니다. 나라를 바꿔보겠습니다.”
“그럼 나는 그걸 막아보지. 법적으로 허용하는 선에서.”
김영수 대통령은 문득 궁금한게 생겼다. 그가 조사한바로 호사카는 미국에서 누구보다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살인 사건에 연관되어 있는 의혹이 있어도 아무 탈 없이 살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 사람이 한국에 포르노를 합법화시키고 그 이후로 성매매 합법화까지 넘보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러는건가. 왜 얌전한 한국에서 이런 일을 벌이는건가.”
“모든 인간은 섹스를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 저는 그걸 최대한 쉽게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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