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5화 〉 485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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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가 아무리 포르노 업계에 대한 인식을 좋게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콧대 높은 영화계의 모두를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것 같았다.
하지만 호사카는 자신만만했다.
“일단 하나씩 해보자고. 먼저 제작사를 만나볼까.”
제인 먼데일은 빠르게 제작사와 미팅을 주선했다. 23세기 폭스라고 하는 미래에도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드는 곳이었다.
며칠 후.
약속이 잡혔다. 호사카는 23세기 폭스의 회사 건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제인 먼데일을 옆에 대동하고 당당하게 정문으로 걸어들어갔다.
바로 회사 직원의 안내를 받아서 호사카는 이 건물에서 가장 큰 회의실 안에 들어갔다. 이 기업의 회장이나 사장이나 쓸법한 곳이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미국에서 그 정도의 인물이 되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미녀 비서가 와서 호사카에게 무엇을 마실지 물어보았고 호사카가 간단히 다이어트 콜라를 요구하자 금방 시원한 것을 가져왔다. 그 후에 바로 양복을 입은 중년의 백인 남자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호사카도 이제 셀럽으로 활동하면서 고급과 일반 공산품을 구분하는 감은 키워놓은 상태였다. 저 백인 남자가 입고 있는 옷감은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최고급 원단이었고 그것을 장인이 수작업으로 한땀한땀 만든 테일러 양복이었다.
평범한 회사원이라면 큰 각오를 하고 연봉 단위를 넣어야 겨우 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런 남자가 호사카에게 먼저 자기 소개를 했다. 원래 세상은 약자가 강자에게 자기를 소개하는 법이었다. 호사카는 그런 강자였다.
“배즈 폭스라고 합니다. 창립자의 셋째 아들이자. 이사이기도 하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호사카 씨.”
“아, 네. 호사카 켄토라고 합니다.”
“압니다. 지금 미국에서 호사카 씨를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물론 호사카 씨의 진면목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만.”
백인 남자는 호사카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호사카도 사람인지라 그런 말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그럼 배즈 씨는 제 진면목을 압니까?”
“23세기 폭스사의 주식도 상당히 들고 계시고. 현재 미국 대통령과 친분도 두텁고. 이건 미국의 어떤 부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아, 제가 23세기 폭스사의 주식도 많이 들고 있나요?”
호사카의 말에 배즈 폭스가 한 방 먹은 표정이었다.
호사카는 대충 미래에도 잘나갈 기업을 몇개 찍어주었고 그걸 토대로 와타나베 카야노가 돈관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주식 수는 모르고 있었다.
“하하. 호사카 씨의 재산을 모두 확인하면 아랍의 석유 부자를 뛰어넘을거란 이야기가 사실인가 보군요.”
“뭐, 그 정도는 아닐겁니다. 그냥 제가 아랫사람에게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라.”
“그것도 대단한 일이죠. 원래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틈만 나면 뭐라도 해먹으려는 습성이 있지 않습니까. 적당히 해먹고 욕심을 안내면 참 좋을텐데.”
배즈 폭스는 23세기 폭스의 창립자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유산을 가꾸는 자식이 할만한 이야기를 했다.
둘은 친분을 나누는 대화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사업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유명한 호사카 씨가 저희 회사에 무슨 이야기를?”
호사카는 담담하게 충격적인 계획을 늘어놓았다.
지금 23세기 폭스가 내년에 개봉을 위해 만들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 기반의 영화를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자는 것. 하나는 영화 버전. 하나는 포르노 버전.
영화판의 자존심 뿐만이 아니더라도 영화사에서는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걱정이 되는 부분이었다.
호사카는 웃으면서 설득했다.
“영화사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게 제 1 목적이죠. 하지만 같이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톡 까놓고 말해봅시다. 제 0 목적은 바로 영화로 돈을 버는 것 아닙니까?”
“흠. 호사카 씨가 아무리 제작비에 투자를 많이 하신다고 하셔도… 호사카 씨의 돈으로 투자를 하는 영화 중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하지만 제가 만들어서 실패한 포르노는 없죠. 게다가 이런 영화계와 포르노 업계의 콜라보는 마케팅으로도 효과가 엄청나겠죠.”
“엄청 나기는 엄청 나겠죠.”
배즈 폭스는 망설여졌다.
분명 호사카는 포르노 업계의 마이더스의 손이었다. 손을 대는 것마다 대박이었다. 그걸 지금 영화에 댄다면 마케팅 효과까지 고려하면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다만 그는 자신이 이런 일을 함으로써 여러가지 말이 나올게 두려웠다. 호사카가 폭스의 주식을 아무리 많이 들고 있어도 멀쩡한 영화를 포르노로 제작하자는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주식을 51퍼센트 이상 확보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호사카가 그렇게 주식을 확보하려고 하면 23세기 폭스의 실권자는 모든 수단을 다해서 경영권 방어를 할 뿐이었다.
배즈 폭스가 이런저런 망설임을 보일때, 호사카는 그에게 도망갈 구석을 열어주었다.
“자, 그럼 이렇게 합시다. 영화는 제작사의 입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죠.”
“그렇습니다.”
“감독의 의견도 중요하고. 배우의 의견도 중요하죠.”
“그렇죠.”
“일단 배즈 씨는 잠재적으로 동의를 해주시죠. 그리고 만약 감독이나 배우가 반대를 하면 저도 포기하겠습니다.”
“흠. 그런 조건이라면 저도 동의를 하겠습니다.”
배즈 폭스는 미국의 큰 손이 된 호사카와 친분을 가지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이 조건을 받아들였다.
두 남자는 웃으면서 악수를 나누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23세기 폭스 회사의 건물을 떠났다. 그는 제인 먼데일에게 다음 약속으로 가자고 했다.
다음 약속은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를 만드는 마크 루어먼 감독과 있었다. 마크 루어먼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참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헐리우드로 가서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는 호사카라는 미국의 셀럽이 자신을 보자고 한 이유가 무엇일지 몰라서 일도 못하고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크 루어먼 감독은 나중에는 적당히 인정 받는 감독이 되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떠오르는 루키 감독 중 하나일 뿐이었다.
1981년에 배우로 데뷔를 하지만 무명으로 어렵게 지냈고 그후에 TV 다큐멘터리의 조감독 일을 하거나 오페라를 연출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1992년에 고전과 현대를 접목한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를 내놓아서 주목을 받고 오페라도 성공시켜 평단의 인정을 서서히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5년. 지금까지의 기대감으로 그는 인생을 바꿀 기회를 잡게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불후의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로미오X줄리엣’이라는 영화를 내놓는다.
나름의 비판과 찬사를 받는다. 그리고 흥행에 큰 성공을 받는다. 그는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감독이 된다.
하지만 지금 아니다.
지금은 기껏 잡은 기회를 날려 먹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신인 감독일 뿐이었다. 이런 사람을 굴리는 것은 AV 업계와 포르노 업계에서 굴러먹은 호사카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게다가 호사카는 배즈 폭스의 말도 가지고 있었다.
호사카는 먼저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이 영화의 감독판과 포르노판을 동시에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아… 그게. 음. 어…”
“23세기 폭스의 배즈 이사도 일단은 허락했습니다.”
“허락했다구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솔직히 말하자면 마크 루어먼 감독은 이런 제안이 싫었다. 비록 로미오X줄리엣이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품이라지만 포르노라는 재구성까지는 원치 않았다.
그가 원래 하려는 작품의 모습이 있었다. 그는 그걸 고수하고 싶었다.
“마크 감독님도 만들고 싶었던게 있겠죠. 그걸 만드세요. 나는 그냥 거기에 추가 촬영을 하고 싶은거니까.”
“추가 촬영은 호사카 감독님이 하시는겁니까?”
“아뇨. 마이클 브라운이라고 제가 데리고 있는 감독에게 맡길 생각입니다.”
마크 루어먼 감독은 포르노 업계의 젊은 감독 마이클 브라운을 알고 있었다. 그는 포르노 업계에서도 여자를 아름답게 찍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그는 헐리우드 감독으로 잘나가는 것으로 유명했다.
호사카는 마이클 브라운이 자신의 꿈을 펼치는 것을 막지 않았다. 마이클 브라운은 호사카의 뒤를 이어서 영화계와 포르노 업계 양쪽에서 대활약 중인 감독이었다.
그리고 마크 루어먼 감독은 마이클 브라운을 질투하고 있었다.
비슷한 세대의 감독이었다. 그리고 호사카나 네오스 카락스처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재능의 소유자도 아니었다. 마크 루어먼은 자신의 재능이 온전히 발휘된다면 마이클 브라운 정도는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단지 운이 없어서 지금 같은 상황일 뿐이라고 여겼다.
“마크 감독님의 작품은 전혀 손대지 않을 것을 약속드리죠. 다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차피 로맨스 영화. 중간중간에 섹스 씬을 여지는 충분하겠죠.”
“그렇습니다만.”
“그럼 생각을 이렇게 바꿔보는건 어떻습니까? 포르노를 넣은 것이 오히려 안좋은 버전이라고 불릴 정도의 걸작을 만들어보는건.”
젊은이는 도전에 약했다. 마크 루어먼은 감독으로서 이제 막 도전을 하는 젊은이였다. 그는 호사카의 이런 자극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실패한다면 포르노보다 못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 될 것이지만 성공한다면 포르노보다 더 눈이 가는 영화를 만든 감독이 되는 것이다.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마크 루어먼은 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신인인 감독에게 현장에서의 권력은 크지 않았다. 촬영 현장에서는 그보다 권력이 큰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 영화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 레오 디카프리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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