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6화 〉 496화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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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는 HOOT과 만났다. 아파트 하나로 만든 숙소였다. 그리고 이수환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매니저를 계속 감시역을 붙였다.
“안녕. 내가 나이가 많으니까 말 편하게 할게. 그냥 호사카 형이라 불러.”
확실히 남자들은 다루기가 편했다. HOOT 멤버들은 그 나이 또래의 남자 아이들이 그렇듯이 포르노를 몰래 본 경험이 있었다. 호사카의 위명은 모두 알았다. 게다가 미국에서 건너온 아이돌도 있었다. 그런 남자는 호사카가 얼마나 대스타인지 알고 있었다.
“네, 호사카 형!”
호사카는 숙소를 좀 둘러보다가 말했다.
“아니, 남자들만 사는 곳이라 그런지. 좀 쾌쾌하네. 매니저 씨. 저희 밖에서 일본어 공부를 해도 됩니까? 운전은 제가 할거고 사람들 안마주치게 할테니까.”
매니저는 이수환에게 들은 말이 있어서 그런지 호사카의 제안을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지금 HOOT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였다. 얌전히 숙소에서 있는게 매니저에게는 가장 좋았다.
“아니. 이렇게 감시를 뻔히 하고 있으면 내가 아이들이랑 어떻게 친해집니까? 나도 미국과 일본에서 연예계 생활을 꽤나 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호사카는 매니저에게 수표 한장을 내밀었다. 100만원짜리였다. 원래 매니저는 박봉으로 유명했다. 그는 바로 흔들렸다.
아무리 윗대가리가 조심한다고 하더라도 아래로 내려오면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언제까지 들어오실건가요?”
“오늘 스케줄은 더 없죠?”
“네.”
“그럼 나가서 조용한 곳에서 술도 한잔 마시고 오겠습니다.”
“술요?”
술은 사고의 근원이었다. 매니저는 연예계에서 술을 마시다가 사고를 치고 나락을 간 스타를 몇명이나 보았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웃으면서 수표 한 장을 더 꺼냈다.
“네. 그럼 사장님께는 오늘 계속 숙소에서 일본어 공부를 하고 친분을 다졌다고 보고하겠습니다. 부디 무슨 사고만 없게 조심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호사카와 HOOT 멤버 5명은 신이 나서 밖으로 나갔다. 호사카는 이 아이돌이 원래 사용하던 밴을 탔다.
“호사카 형. 오늘 어디 갈 거예요?”
호사카가 예상을 했던 것처럼 이 아이들은 자유에 목말라 있었다.
아이돌은 다들 비슷비슷했다. 처음에는 인기를 얻고 돈을 벌고 싶어서 아이돌의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 실상은 끊임없는 연습이었다. 노래와 춤을 연습하고 겨우 데뷔를 하고 성공을 하고.
하지만 자신이 원했던 것들이 신기루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성공하면 간이고 쓸개고 빼줄 것 같았던 기획사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정산을 미루었다. 정산을 하면 트레이닝이나 숙식에 들어가는 돈을 모두 청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정상적인 회사보다 이상한 회사가 훨씬 많았다.
게다가 인기가 많으면 뭘하는가. 자신을 격렬히 원하는 소녀팬들에게 손끝 하나 건드릴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소녀팬 중 일부는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면서 아이돌을 괴롭히기까지 했다.
좃 같은 일이었다. 돈과 인기. 모두 허상이었다.
그들은 감옥에 가둬져서 길러지고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 뿐이었다. 이들은 연애도 금지되었고 자유롭게 술도 먹지 못했다.
“그냥 낮술이나 때리자. 내가 얼마전에 진짜 좋은 중국집을 찾았거든? 중국 요리에 빼갈 한잔하면 엄청 맛있어.”
기름진 중국 요리는 체중 관리를 해야 하는 아이돌에게 금기시 되었다. 이들은 지금 짜장면을 먹은지도 오래되어 있었다. 게다가 거기에 술이라니. HOOT 멤버 모두는 눈이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
이후의 일은 엉망이었다.
호사카와 HOOT 멤버들은 폭식에 음주를 했다. 술을 먹고 이런저런 하소연을 했다. 호사카는 그들에게 누구도 해주지 않은 어른의 가르침을 주었다.
“야. 니들이 뭐가 부족해서 호구처럼 살아. 너희도 알잖아. 팬들이 너희 앨범 좀 사줬다고 너희 사생활까지 간섭할 권리가 생기는건 아냐. 씨발. 스타는 사람 아니냐. 꼴리면 연애도 하고 섹스도 하고 그렇게 살아야 할거 아냐!”
“호사카 형 말이 맞아요!”
“스토커 년들은 숙소 열쇠까지 복사해서 막 들어와서 팬티까지 훔쳐가는데! 씨발! 우리는 방송에서 연애 한번 못해본척 해야하고!”
“아니, 우리 정도 외모면. 학교 다닐때 당연히 연애 해보는게 당연한거지!”
호사카는 HOOT를 적당히 부추겼고 가르침도 주었다.
“그러니까. 어차피 너희들은 이제 한국 아이돌 탑 아니냐? 연애 좀 한다고 해서 좃될 일은 없어. 미국의 락스타들 봐라. 매일같이 섹스를 하고 다니는데. 그거 가지고 지랄하는 팬이 없어.”
“아, 진짜. 나 좋다는 여자가 그렇게 많은데. 건드릴 여자는 하나 없어.”
“고등학교 때 섹스해보고. 강제 순결이라니. 차라리 섹스의 맛을 모르는게 낫지. 알고 참으려니까 더 힘들다.”
호사카는 그들에게 술을 한잔씩 따라주면서 말했다.
“야. 걍 하고 싶으면 다 해. 남자가 한번 죽지 두번 죽냐. 일단 몰래 하고. 들키면 당당하게 하고. 성인 남자가 연애하고 섹스하는게 죄냐. 죄냐고.”
“아, 그래도. 들키면. 계약서에 연애 금지 조항이…”
“그딴 계약서는 다 불법이지! 세상에 어느 나라 법이 성인의 연애와 섹스를 막냐? 니들이 걸리잖아? 그럼 형이 돈으로 한국에서 제일 비싼 변호사 사줄게. MS? 좃까라 그래. 그딴 회사는 몇 백개는 살 돈이 있어.”
호사카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아이돌이 섹스를 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갈 일이 생기면 호사카는 진짜 돈지랄이 무엇인지 한국에 보여줄 생각이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결국 누가 더 비싼 변호사를 사느냐가 중요한 일이었다. 호사카는 한국의 일개 사장 정도에게 돈으로 질 생각은 전혀 없었다.
HOOT 멤버들은 모두 호사카를 진심으로 따를 것처럼 굴었다.
중국 음식점에서 1차를 끝내고 호사카는 강남의 룸살롱으로 2차를 향했다. 이미 술에 취하고 호사카의 말에 전염된 HOOT 멤버들은 아무 생각 없이 호사카를 따라왔다. 차량 운전은 콜택시를 불렀다.
룸살롱에 들어가고 술과 안주들이 깔렸다. 그리고 여자들까지 나오자 HOOT 멤버들은 살짝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호사카는 그들을 다독이며 말했다.
“야, 걱정마. 여기는 비밀 엄수가 필수인 곳이야. 날고 기는 정치인, 재벌들도 다 여기서 노는데. 너희가 아무리 잘나가도 국회의원보다 높냐?”
호사카의 말에 그들을 바로 설득이 되었다.
“오히려 저 여자들이 돈내고 섹스를 해야 하는데. 하하.”
그리고 아이돌은 확실히 끼가 있어야 성공을 하는 모양이었다. 이들은 무대에서도 잘놀았고 룸살롱에서도 잘놀았다.
이들은 여자들과 노래를 부르면서 같이 춤을 추고 여자들의 몸을 만졌다. 맨날 팬들에게 서비스만 하다가 오랜만에 자신을 상전처럼 대해주는 여자를 만나니 흥이 오른 모양이었다.
여기서도 술을 먹고 호사카는 2차 비용까지 모두 계산을 했다. HOOT 멤버들은 바로 근처에 있는 모텔로 향했다. 섹스를 해본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었지만 거절하는 사람은 없었다.
“첫경험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개병신 같은 소리 하지 마. 섹스는 섹스고 사랑은 사랑이지.”
섹스의 맛을 아는 멤버가 이렇게 말을 하자 쫄아서 물러나는 남자가 없었다.
호사카도 여자 하나를 대충 골라잡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시간 정도 후에 밖으로 나오자 HOOT 멤버들은 마치 천국을 다녀온 듯한 표정으로 하나씩 모였다.
호사카는 다시 콜택시를 불렀다.
“자, 오늘 있었던 일은 우리 비밀이야. 알았지?”
“네! 호사카 형!”
이들은 호사카의 말을 잘들으면 술을 먹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것을 확실히 경험했다.
이들은 하루만에 MS 엔터테인먼트보다 호사카에게 더욱 마음을 주고 있었다.
**
호사카는 HOOT과 일본어 교육을 하고 미리 친분을 다진다는 핑계로 수시로 만났다. HOOT에게 이제 살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은 호사카와 만나는 시간 뿐이었다.
호사카는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을 그들에게 말했다. 그들도 서서히 호사카의 생각을 받아들였다.
호사카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점점 연애금지 조항이 이상한 것처럼 여겨졌다. 세상 어디에도 남자가 섹스를 못하게 하는 걸로 돈을 버는 업계가 없었다.
현재 아이돌 업계는 이상한 전통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들 윗세대도 그러지 않았다. 클럽에서 춤을 추다가 데뷔를 했던 가수들은 마음껏 연애를 하고 즐겼다. 비록 대중에게 대놓고 공개를 하지는 않았지만 자기들끼리는 섹스도 하며 살았다.
호사카는 이들이 잠시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나중에 이들은 호사카를 만나는 날만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사건은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었다.
한 스포츠 신문에 한 여자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모텔로 들어가는 HOOT 멤버 하나의 사진이 대문짝하게 실린 것이다. 토마스라는 미국에서 자라다가 한국으로 온 멤버였다.
호사카는 그 신문을 보았다. 앞으로 이 멤버는 여러가지로 고생을 많이 할 예정이었다. 호사카는 토마스를 최대한 보호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호사카는 바로 토마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사전에 HOOT 멤버들에게 급한 일이 있으면 사용하라고 핸드폰도 하나씩 사주었었다.
“호사카 형!”
토마스는 숙소에 감금이 되어 있었다.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나가지 말라는 이수환 사장의 지시였다. 그는 방안에서 밥만 먹으면서 지내고 있었다. 지금 밖에서 접촉이 온 것은 호사카가 처음이었다.
토마스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호사카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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