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3화 〉 503화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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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요?”
“만약 그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한국은 몇십년 동안 포르노와 성매매를 현재처럼 억눌렀을겁니다. 정부에서는 그게 나쁜 것이라고 시민들을 교화시켰을 것이고. 그게 오랜시간 지속되면 올바른 부부만이 이 땅에 남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는 그런 시대를 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김영수는 지금 자신이 거대한 태풍을 막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는 우산이라고 여겨졌다. 대한민국이라는 사랑하는 국가를 위해 자신이 부서져도 그 비바람을 막아야 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김중대가 그 역할을 해주기를 원했다.
이건 다른 나라에서 도와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의 최대 우방국인 미국도 왜 포르노를 금지하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네. 그럼 그 시대. 저도 한번 막아보지요.”
김중대의 대나무 같은 말을 듣고 나서야 두 사람의 전화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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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결국 벌어질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호사카라고 하더라도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1997년 11월까지 재벌들은 과잉투자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리고 동북 아시아 전체는 경제위기에 휩쓸렸다. 한국도 그 영향 아래에 있었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뉴스에서도 한국의 경제 위기 상황이 보도가 되기 시작했다.
호사카는 바로 김영수 대통령에게 연락을 취했다. 김영수 대통령은 얼굴을 굳히고 비서에게 말했다.
“나중에 내가 다시 연락한다고 하시오.”
김영수는 분노가 들끓어서 어찌할바를 몰랐다. 지금 호사카와 전화를 하면 정말 험한 소리가 나올 것 같았다.
호사카는 지금의 이 경제위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그럼에도 그의 존재가 거슬렸다. 그에게 화풀이라도 하고 싶었다.
김영수는 간신히 자신의 분노를 잠재우고 호사카에게 연락을 했다.
“무슨 일입니까?”
“요즘 한국의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제안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만.”
“무슨 제안이요?”
김영수 대통령은 아직 호사카의 재력을 몰랐다. 일본의 경제호황, 미국의 IT 버블까지. 총 4번의 기회를 알뜰하게 살린 호사카의 재산이 얼마인지는 아는 사람이 몇 없었다. 참고로 당시 포브스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부자라는 사람은 미국의 빌리 게이츠였다. 그는 약 380억 달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호사카는 미국과 일본 양측에 어마어마한 재산을 묻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재산을 모두 합치면 빌리 게이츠를 손쉽게 이길 수 있었다. 미래를 알고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무서운 능력이었다. 게다가 호사카는 AV 배우와 포르노 배우로 목돈을 모으기도 일반 회사원보다 쉬웠다. 작품 하나를 성공할때마다 큰 돈이 턱턱 들어왔었다.
“지금 제가 따로 조사한 것만 봐도 한국은 꽤나 위험한 상황이더군요. 재벌 기업 여러개가 넘어가게 생겼다고. 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만하게 살아왔던 재벌 몇 명은 자살을 하든 뭘 하든 상관 없지만 그 밑에서 일하던 서민들은 불쌍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뭘 말하고 싶습니까?”
“이번 경제위기. 버틸 수 있겠습니까? 뭐, 김영수 대통령님은 임기가 1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하지만. 다음 타자가 또 문제겠네요.”
“미국과 일본에 도움을 요청할거요.”
김영수 대통령은 이미 여기저기 돈을 빌릴 곳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이 무너지면 뼈가 시릴만한 나라가 몇 있었다.
“그게 쉬울까요?”
“...”
“지금 이 경제위기는 한국에만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일본은 저번에 버블이 붕괴하면서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죠. 게다가 이번에 동아시아 전체를 덮친 경제 위기가 일본만 빼놓고 갈리는 없고. 게다가 미국과의 사이도 그렇게 좋지는 않잖아요.”
“그건 또 무슨?”
“요즘 미국과 소고기나 자동차 건으로 분쟁을 겪고 있다죠? 미국산 소고기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다는걸 한국 정부에서 언론에 터트렸다면서요?”
김영수 대통령은 호사카의 능력이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무서웠다. 지금 일본에서 아시아 금융위기로 야마니 증권이 파산을 하고 홋카이도 쇼쿠 은행이 파산을 해서 후달리고 있다는 소식은 자신도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가 안좋다는 것도 암암리에 알려져 있었다. 이 정보를 모두 빠삭하게 알아내었다는게 무서웠다.
그리고 정보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모든 정보를 분석하여 현실적인 예측을 도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호사카는 수십년간 정치를 한 사람처럼 보이고 있었다. 물론 이건 호사카 아래의 유능한 부하들이 돈으로 여러 전문가를 고용한 결과이지만 사업가 중에서 이런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다.
“일단 한국 경제를 살리고 보는게 먼저 아닙니까.”
“...”
“지금 당장 가장이 해고되면 곡소리가 나는 집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 경제위기도 극복 못하는 한국 정부가 그 사람들을 모두 먹여살릴 힘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결국 김영수는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남자다운 성격으로 유명했고 그 말은 안좋은 상황이면 다혈질적인 면모도 나온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호사카는 한국 대통령의 분노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김영수는 호사카가 정말 뱀처럼 느껴졌다. 선악과를 먹으라고 유혹하는 뱀이었다.
“내가 해결해드리죠. 제 사비도 넣고. 미국에 입김도 넣어드리죠. 제가 빌리 클린턴과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는 알고 계시죠?”
“뭐요…?”
김영수는 호사카가 미국 정부의 그정도의 영향력이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호사카가 빌리 클린턴의 당선에 어마어마한 역할을 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국가간의 일은 또 다른 문제였다. 돈이 한두푼 들어가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호사카는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또한 남는 장사였다. 그냥 한국에 돈을 가져다 주는게 아니라 이자도 받고 나중에 돌려받을 빌려주는 돈이었다. 호사카는 한국이 몇년안에 경제 회복을 하고 모든 빚을 다 갚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호사카가 빌려준 사비는 조금의 이자가 더해져서 돌아올 것이고 미국 정부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는 모두 빌리 클린턴의 업적이 될 것이었다.
호사카가 아쉬운 것은 단 하나였다.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자신이 굴리는게 수익률이 더 좋다는 것 하나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충분히 감수할만 했다.
“사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가 될겁니다. 지금 대통령님이 할 일은 내 돈을 딱 받고 썩어빠진 재벌들을 수술하는 일입니다. 해고를 당하는 아래 직원들은 최소화하고 월급만 많이 받아가면서 엉뚱한 경영을 하는 높은 놈들의 목을 다 쳐야 합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김영수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한국에 포르노와 성매매를 합법화하세요. 당당하게 정치 노선을 바꾸어서 그러던가. 아니면 저에게 지는 척 하면서 바꾸어도 상관 없습니다.”
호사카는 김영수에게 무려 두 가지의 길까지 열어주었다.
“정치 노선을 바꾸면 실망하는 국민들이 많겠죠. 그리고 대한나라당은 보수를 표방하는만큼 엄청 공격을 해오겠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지금 국민들 중에 폐쇄적인 성산업 문화에 숨막혀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진보적인 노선을 타면 다음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도 있죠. 게다가 경제 위기를 멋지게 타파한다면.”
김영수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여겼다. 그 또한 다음 선거에서 포르노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표심을 보여줄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니면. 그냥 지는 연기를 하세요. 사악한 호사카가 일본의 돈으로 지랄을 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다고. 그럼 이미지와 경제를 동시에 챙길 수 있을겁니다. 역사에도 이름이 남겠죠. 그리고 이 거래는 우리 둘만의 비밀이 될것이고.”
호사카는 악당 대장으로 여겨져도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한국에서 살 것도 아니고 그냥 한국 땅의 사람들이 섹스를 즐기면서 산다면 그걸로 만족을 할 수 있었다.
호사카의 설득은 어마어마했다. 김영수의 마음도 마구 흔들렸다.
“대통령님만 마음을 먹으면 가능한 일입니다. 어차피 당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의원이 몇 있는 모양이던데요. 젊은이들의 표를 받고 싶어하는 국회의원들. 그들을 꼬득이고 힘을 좀 실어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 아닙니까.”
“...”
“한국 사람들이 섹스를 좀 더 많이 할 뿐입니다. 그들이 얻을 행복에 비하면 다른 문제는 사소한거죠.”
김영수는 이를 아득 깨물었다.
기독교인으로서 그런 모습은 절대 볼 수 없었다. 그 또한 다른 나라는 얼마나 문란한지 알고 있었다. 연애를 하면서 섹스를 즐기는 악마의 놀이 문화였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다. 서구 문화가 도입되면서 일부 젊은이들이 방만하게 성을 즐기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부부가 서로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었다.
“어차피 목사도 부부도 다 불륜을 하며 사는 세상인데. 뭘 그렇게 지키려 하는지.”
호사카의 말에 김영수는 얼굴을 한대 후려 맞은 것 같았다. 그는 아무리 급해도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영수는 분노가 가라앉고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흔들리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거절하겠소.”
김영수의 단호한 말에 호사카는 전화를 끊었다.
김영수는 자신이 잘한 선택을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호사카는 뱀이 아니었다. 뱀에게도 선악과를 먹일만한 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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