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7화 〉 507화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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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은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어이가 없어졌다. 그 또한 호사카와 가까이 지내면서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미리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일개 연예인이자 기획사 사장에 불과한 고진영은 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든게 이렇게 쉬운 일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진영은 한국에 일을 하기 위해서 넘어온 제인 먼데일에게 물었다.
“호사카 씨. 도대체 정체가 뭐죠?”
“호사카 사장님이요?”
“네. 대통령 선거가 무슨 학교 반장 선거입니까? 햄버거 좀 돌린다고 당선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제인 먼데일은 웃으면서 고진영을 보았다. 역시 호사카가 가진 그릇의 크기는 너무 커서 왠만한 사람은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마치 거대한 산 초입에서 그 산의 크기를 가늠해 보려는 것과 같았다.
“호사카 사장님에 대해서 말하자면 복잡하죠.”
제인 먼데일은 호사카와 미국에서 있으면서 벌였던 수많은 일을 떠올렸다.
“그냥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면 세상에서 가장 섹스를 잘하는 남자이고 가장 뛰어난 포르노 배우이고 훌륭한 사업가에 정치 감각도 있는 사람입니다. 빌리 클린턴 대통령이 정치를 하자고 제안할만큼이요.”
고진영은 여러가지 의미로 입을 떡 벌리고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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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대는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일단 경제위기를 먼저 해결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야당과 여당 대표를 모았다. 그리고 IMF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양보할 것이 있다고 말했다.
“뭘 말입니까? 이미 IMF의 명령에 따라 경제 운영을 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거의 경제 주권을 포기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와 쌓인 앙금이 아직 끝나지 않았더군요. 그들은 우리가 완전히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을 보여주기를 원합니다.”
“어떤 방식으로요?”
“한국이 포르노를 수입하라고 하더군요. 미국 정부도 요즘 한국에서 포르노와 관련된 이슈를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것만큼 우리를 확실히 통제한다는 인상을 주는건 없죠.”
야당과 여당 대표는 동시에 끙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들도 이전 정부에서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와 한국 자동차 수출건으로 미국과 분쟁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되어 미국이 지원을 거부하고 또한 미국이 IMF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김중대는 확실히 뛰어난 정치인이었고 부드럽게 상황을 이끌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호사카라는 한 인물 때문에 포르노를 수입해야 한다고 말을 하는 것보다는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해야 한다는게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기 쉬웠다.
만약 호사카라는 한 명의 포르노 배우 때문에 한국에 포르노 수입을 합법화 해야 한다고 하면 국회의원은 하나 같이 반대를 할 것이다. 게다가 신임 대통령에게 실망을 하고 그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었다.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정치인의 힘은 커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했다. 김중대는 그것을 알았다.
그리고 김중대의 말에 야당과 여당 대표는 어쩔 수 없이 포르노 수입 합법화를 어떻게 할지 논의를 했다. 지금 일단은 경제를 살리는 것이 먼저였다. 경제 위기 앞에 자존심이든 뭐든 다 내려놓고 힘을 합쳐야 했다.
“그럼 미국과 논의를 해서 IMF 구제금융이 신청을 신청을 하는 등의 큰 뉴스를 먼저 벌이고 포르노 수입 합법화는 그 사이에 빠르게 법안을 통과시키죠. 그럼 국민들도 잘모르게 넘어갈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럼 나중에 국민들이 알게 되었을때 문제가 생길 여지가 많습니다. 차라리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들어주었다고 하고 차후에 그 법안을 다시 개정하겠다는 식으로 발표를 하는게 좋을겁니다.”
“그래도 물론 경제위기 극복에 관한 큰 뉴스를 하나둘 정도는 섞는게 좋겠군요.”
“그건 사실입니다. 지금 국민들도 몸으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으니까 그렇게 다양한 뉴스를 동시다발적으로 터트리면 국민들의 반감도 덜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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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통령 김영수는 은퇴를 하고 자신의 자택에서 편하게 쉬는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임기의 대부분을 잘해냈지만 마지막에 경제위기라는 거대한 사건을 다음 정권에 넘겨준 것에 대해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는 수시로 뉴스를 보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을 했다.
그리고 IMF 구제금융 신청과 이것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 뉴스, 그 직후에 작게 보도된 미 정부의 요청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포르노 수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아나운서는 현재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도움이 필수적인만큼 어쩔 수 없는 사안이라고 설명을 하기는 했다.
그 뉴스를 본 김영수는 순간적으로 현기증으로 눈 앞이 아찔했다.
물론 이해는 한다. 이해는.
지금 한국의 경제위기는 거대한 상황이었고 수많은 기업이 도산을 했다. 대량해고가 발생했다. 실업률이 폭증했다.
하지만 김영수는 한국의 힘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 뉴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 일의 끝에는 호사카가 있다는 것이 뻔히 보였다. 해외의 포르노를 수입한다는 저 작은 구멍이 나중에 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도 보였다.
자신은 김중대에게 호사카를 조심하라고 그렇게 말을 했건만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물론 김중대는 지금 한국 대통령으로서 어렵고 깔끔한 길보다 쉽고 더러운 길을 택할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김영수가 원한 길이 아니었다.
김영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향하려다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대로 다시 주저 앉았다.
김영수는 의자에 앉아서 텔레비전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포르노 수입이 극히 작은 일이라는 것처럼 IMF 관련된 뉴스만 계속 나오고 있었다.
‘그래. 그러면 돈을 받기는 쉽겠지.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고.’
김영수는 호사카가 얼마나 미국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았다. 지금까지 한국 핏줄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서 이렇게까지 미국 정치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김영수가 받은 해외 국정원의 보고서 중에서는 이런 말도 있었다. 호사카는 최초의 동양인 미국 대통령이 될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든든한 재력. 타고난 스타성. 미국에서도 인종차별을 받지 않는 아시아인. 기존 정치인들의 지지.
차후 나이가 들면 2009년 정도에는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에서는 나와 있었다.
국정원이 한국 대통령에게 올리는 보고서였다. 오히려 호사카의 위상에 대해서 축소를 하면 했지 허풍을 섞을 이유는 없었다.
김영수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을 할 수 없었다. 아니, 예측을 하기 싫었다.
김영수는 다시 힘을 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까운 전화기로 갔다. 그는 김중대에게 전화를 걸까 하다가 말았다. 김중대는 그저 경제위기로 국민들이 고통 받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호사카에게 이용을 당한 것 뿐이었다.
결국 김영수는 호사카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순결한 한국을 더럽히는 개자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호사카는 전화를 받았다. 한국에서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아는 사람은 몇 없었다. 하나하나가 VIP였다.
“김영수입니다.”
“아, 오랜만이네요.”
“도대체 한국에서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대선에 개입을 하는 것도 모자라서 포르노 수입이라니.”
“그것도 제가 많이 양보한겁니다. 원래는 포르노 제작까지 합법화하고 성매매도 합법화 하려고 했어요.”
“대한민국을 얼마나 더럽히려고 하는거요!!”
“...”
“열심히 살고. 부부간에 최선을 다하고. 그런 나라를!!!”
“그래서 뭐요?”
“뭐?!!”
“당신은 그렇게 사는게 행복하니까 그렇게 사세요. 대신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하지 말구요. 내가 당신한테 이런 말을 했나? 워낙 여기저기서 떠들고 다녀서 잘모르겠네요. 처음 듣던 다시 듣던 그냥 들어요.”
“그걸 말이라고…!!!”
“일부일처만 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살라고 해요.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포르노 보고 성매매 하고 자유롭게 섹스하라고는 안합니다. 그냥 섹스를 자유롭게 하고 싶고 그게 남들에게 피해를 안주면 그냥 하라고 하는 겁니다.”
“이 악마 같은 새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악마지. 공부 좀 했다고. 집안에 재산이 있다고. 엘리트라고. 다른 사람의 성욕까지 마음대로 통제하려는 악마.”
“내가 잘못했다는 겁니까?!!”
“잘못했죠. 남자와 여자가 서로 합의해서 섹스를 한다면 잘못될게 뭐가 있습니까. 서로 간에 돈이 오갈수도 있고. 부부끼리 파트너를 교환할수도 있고. 자기들끼리 합의만 되고 강압이 없다면 나쁠게 뭐가 있냐 이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회가 된다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거야! 그런 행동을 강요하는 사람이 생기겠지! 폭력이든 협박이든!”
“술과 담배도 사회에 여러가지 해악을 끼치죠. 하지만 여기저기서 합법으로 많이 합디다. 섹스를 자유롭게 하는 것과 술 담배를 자유롭게 하는 것. 둘 중 어느 쪽 해악이 클까요?”
“그건 경우가 다르지! 술과 담배는 국민들이 원하니 어쩔 수 없이!”
“국민들은 자유로운 섹스도 원합니다. 지금은 다들 얼굴에 가면 하나를 쓰고 있을 뿐이지. 당신 같은 사람들이 씌운 가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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