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1화 〉 511화 포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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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방청객 하나 없는 촬영 스튜디오였지만 호사카는 자신이 한국에 한걸음 내디뎠다는 것을 알았다. 영화 배우로 소개되던 것과는 달랐다. 이제 호사카는 한국에서 정식으로 볼 수 있는 당당한 포르노 배우로 소개되었다.
주병민은 호사카를 환영했다.
“미국의 포르노 스타! 호사카 켄토 씨를 소개합니다!”
호사카는 그의 환대를 즐겁게 받아들였다.
주병민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반응을 조사하고 그들이 궁금해할만한 것을 대신 물어보기에 적당한 사람이었다. 입담 하나만으로 국민MC가 될 정도의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먼저 최근에 나온 신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죠. 아들의 애인의 애인인가요. 충격적인 제목에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다는 것인데요. 요즘 성인치고 그 포르노를 보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 같더군요.”
“주병민 씨도 보셨나요?”
“네? 하하. 당연히 봤죠. 요즘같은 세상에 남자가 포르노 좀 본다고 흠이나 됩니까.”
호사카는 그의 반응이 만족스러웠다. 확실히 한국이라는 폐쇄적인 곳에도 변화의 물결이 생기고 있었다.
“그럼 주병민 씨의 소감을 들어보고 싶은데요?”
“말해서 뭐합니까. 엄청 났죠.”
주병민은 19세가 걸린 심야 방송이라 하더라도 이게 공중파라는 것을 고려하여 적당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호사카는 그것만으로 만족을 했다. 포르노라는 말 하나를 꺼내기 위해서 용기를 내야했던 얼마전과 비교한다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리고 주병민은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하나씩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번 포르노에서는 여배우를 둘이나 캐스팅을 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중년의 여자와 젊은 여자. 그리고 중년의 여자와 어울리는 젊은 남자의 로맨스는 남성뿐만이 아니라 아줌마 팬들까지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건 의도를 한 것인가요?”
“당연하죠. 한국의 여성들은 자신의 성욕을 억제하도록 교육을 받고 있거든요.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원하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하지 못하고 있죠. 그리고 여자는 보통 30살이 넘어가면 성욕이 커진다고 합니다. 그런 여성 분들에게 성욕을 해소할 수 있는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주병민은 호사카의 말에 새로운 질문을 꺼냈다. 대본에도 없는 질문이었다.
“그럼 호사카 씨는 나이가 좀 있는 여자라고 하더라도 상관이 없나요? 솔직히 남자들은 항상 어린 여자를 찾으니까요. 그게 본능적적인 것이구요. 하지만 호사카 씨는 나이가 있는 여자들도 신경을 쓰는 것 같네요.”
주병민의 말은 사실이었다. 어느 나라에서나 그런 현상이 벌어졌다.
한국에서 30살이 넘은 여자는 두 종류 뿐이었다. 섹시함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결혼한 아줌마나 역시 섹시함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늙은 노처녀 뿐이었다.
그런 여자를 신경을 쓰는 것은 호사카 뿐이었다.
“당연하죠. 물론 젊은 여자가 매력적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주병민 씨가 말한 것처럼 그게 자연의 섭리이니까요. 하지만 나이가 많은 여자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법이죠.”
호사카는 포르노와 성매매에 가장 반대를 많이 하는 계층은 중년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들도 일종의 피해자였다. 그녀들은 성욕을 억누르며 살아왔고 남자들이 밖에서 헛짓거리를 하는 것에 피해를 받아왔다.
이들이 포르노를 보면서 성욕을 해소하면 호사카의 또다른 아군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주병민은 앞으로 중년 여자들 중에서 호사카의 편이 생길거라 예상을 했다. 호사카와 섹스를 해보고 싶어하는 중년 여자들도 꽤나 생길 것 같았다.
주병민은 다음 질문을 꺼냈다.
“이번 포르노는 엔딩도 상당히 충격적인데요. 원래 영화나 드라마라면 그 감정을 끝까지 해소를 시켜주지 않습니까? 무슨 의도가 있나요?”
“아뇨. 포르노는 영화와 드라마와 달리 명확한 의도가 있지 않습니까. 그 의도만 달성했다면 이야기가 끝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엔딩 씬이 나올 수 있는거죠. 그리고 그렇게 충격적이라면 후속편에 대한 열망도 있을거고. 또 팬들이 원한다면 후속편을 제작할수도 있겠죠.”
호사카는 능숙한 포르노 제작자답게 주병민의 질문 또한 마케팅으로 연결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팬들이 그 뒤의 이야기를 궁금해 한다면 그 후속편을 만들 생각도 얼마든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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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호사카는 한국에서도 마음 편하게 돌아다니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대신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쓰면 어느정도 마음 편하게 돌아다닐수는 있었다.
호사카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잠깐 밥을 먹으러 온 것 같은 젊은 직장인 남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들려왔다. 호사카와 포르노에 대한 내용이라 호사카는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이 뭔가 바뀌기는 바뀌고 있나보네.”
“그러게. 그런데 사실 진작에 이랬어야지. 자유주의 국가 중에서 포르노를 금지한 나라가 몇이나 된다고. 그리고 그 중에 제대로 된 나라가 몇개나 되겠어.”
“호사카라는 사람. 확실히 인물은 인물이네. 미국에서 평생 먹고 살 돈은 다 벌었다면서.”
“그래도 그 사람이 한국에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 포르노를 보기가 편해졌지. 예전에는 청계천 돌아다니면서 경찰 조심하고 사기꾼 가려내면서 포르노를 찾아야 했잖아.”
“이제 한국도 포르노를 만들지는 않으려나?”
“왜?”
“맨날 백마, 일본인 포르노를 보니까. 뭐랄까. 역시 감정 이입이 안된달까. 호사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은 알지만. 역시 한국 여자의 비디오가 보고 싶거든.”
“확실히… 그건 그렇지. 한국인 포르노 여배우라. 생각만해도 꼴리는데?”
“그런데 지금 법을 보면 포르노를 수입하는 것만 허락이 되는데. 아무리 호사카라고 하더라도 그게 가능하겠어?”
“하긴 당장 한국 여자가 포르노를 찍는다고 하면 가족 친척 친구들도 다 반대를 할거고. 여성 단체도 반대할거고. 한국이 또 한번 뒤집힐걸? 법적인 문제도 있을거고.”
호사카는 여기서 민심을 읽었다.
확실히 한국 사람은 한국 포르노가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면 회귀 전에도 한국의 성인 비디오가 꽤나 올라와 있었다. 물론 그건 수위가 높은 성인 영화를 편집한 것이거나 개인의 비디오가 유출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포르노는 섹스 판타지를 채워주는 것이고 그걸 위해서라면 역시 가까이서 볼 수 있을법한 여자가 있는게 좋았다. 한국말을 하는 한국 여배우가 필요했다.
‘하지만 어떻게?’
호사카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일이었다. 먼저 김중대 정부는 포르노 수입까지는 허락해주었지만 그 이상은 허락을 하지 않았다. IMF의 도움으로 한국의 경제는 급한 불을 껐고 김중대는 호사카에게 그 이상의 호의는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포르노를 찍고 싶다는 능력 있는 한국 여자를 구하는 것도 일이었고 그 여자로 포르노를 찍는 것도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호사카의 인생은 어려운 도전을 극복하는 것의 연속이었고 호사카는 이번에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생각이었다.
포르노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특정한 심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그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가끔은 그 기대감을 배신하고 반전으로 임팩트를 줄때도 있지만 그보다 기대감을 따라가는게 더 중요했다.
그리고 하늘은 호사카를 도와주었다.
1998년 6월.
대한민국을 뒤흔들 스캔들이 하나 터져나왔다. 예전에 HOOT 멤버의 섹스 스캔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큰 사건이었다.
L양 비디오 사건.
모두들 여자의 성을 따서 L양 비디오 사건이라고 말을 했지만 그녀가 이효주라는 것을 알았다.
이효주는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배우를 준비하고 있던 여자였다. 그 여자는 몇년전에 사귀던 남자와 섹스 비디오를 만든적이 있었고 그 남자가 그 비디오를 유출한 것이었다.
인터넷이 한창 보급이 되고 있던 시절이었다. 호사카도 정부도 막지 못하는 인터넷을 활용한 적이 몇번 있었다.
그리고 L양의 비디오는 인터넷을 타고 무지막지한 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혹자는 그녀의 비디오 덕분에 한국의 인터넷 보급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호사카는 먼저 분노를 느꼈다.
그는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고 섹스를 즐기는 세상을 원했다. 여자가 원하지 않는데 섹스 비디오를 유출하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건 그의 꿈에도 방해가 되는 일이었다.
호사카는 먼저 고진영을 통해서 이효주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게 했다.
“지금 코수술을 위해서 미국에 가있다고 하더군요.”
“그럼 이 소식을 막 들어도 어떻게 대처를 못하겠군.”
“그렇겠죠. 아무리 요즘 기술이 좋아도 수술이 막 끝난 여자가 한국에 들어와서 어떻게 할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
호사카는 이 비디오가 인터넷에서 퍼지는 것을 막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호사카는 빌리 클린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 호사카 씨. 오랜만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많이 바쁘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네. 지금도 한국에 있습니다. 그리고 빌리 대통령님에게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될까요?”
“북한을 침공해 달라는 것 정도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죠. 북한에서 석유만 난다면 그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하하하.”
호사카는 빌리 클린턴의 말이 농담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미국은 전세계를 감청하고 있죠? 인터넷도 그러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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