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3화 〉 513화 포르노
* * *
이효주는 병원에서 회복을 하고 있었고 생각할 시간은 충분히 많았다. 그녀는 김섭호의 죽음은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김섭호가 자신이 겪는 고통을 함께 하기를 원했다. 그 이상을 원했다.
하지만 성별의 차이는 그걸 어렵게 만들었다. 여자의 섹스 비디오는 그녀의 인생에게 치명적이었다. 남자의 섹스 비디오는 그보다는 덜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이효주는 오랜 시간 생각을 한 끝에 적당한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이효주는 제인 먼데일을 불렀다.
“원하는게 있어요.”
“뭐든지 들어드리죠.”
“고자인 남자는 섹스 비디오가 유출된 여자처럼 혐오의 대상이 되죠? 남자들은 정력을 자랑스러워하니까.”
“뭐, 비슷하죠. 그리고 여자들은 고자인 남자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을거구요.”
이 모든 일은 섹스로 벌어졌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처벌을 내리는게 옳다고 이효주는 생각했다.
“저 새끼의 자지와 불알을 잘라내요. 그리고 돼지에게 먹여버려요. 그런 다음에 풀어줘요. 그것만으로 저 새끼의 남은 인생은 나처럼 지옥처럼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요.”
제인 먼데일을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하루 후에 제인 먼데일은 이효주에게 다시 찾아왔다. 묵직한 노트북을 하나 들고 있었다.
“이 동영상을 가져오는건 좀 힘들었어요. 거기는 인터넷도 없는 산골이라 촬영을 하고 인터넷이 되는 곳으로 가져오고 그걸 또 전송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거든요. 하지만 효주 씨에게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네요.”
제인 먼데일은 노트북에 있는 동영상을 재생했다.
동영상에는 김섭호가 울부짖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끊임없이 물었다. 그리고 자신을 풀어주면 부모가 어마어마한 거금을 줄거라고 납치범들을 유혹했다.
하지만 복면을 쓰고 있는 납치범들은 그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김섭호의 바지를 풀었다.
“뭐, 뭐야?!”
김섭호는 그들이 자신의 성기를 노린다는 알아차리고 있는 힘껏 몸을 버둥거렸다. 물만 마시고 살아서 힘은 없었지만 남자에게 자지란 목숨 그 이상의 것이었다.
하지만 납치범들을 당해낼수는 없었다. 그들은 김섭호가 혀를 깨무는 등의 헛짓거리를 하지 못하게 그의 입에 더러운 천뭉치를 쑤셔박았다. 손발은 여전히 단단하게 묶여 있었다. 한 명은 김섭호를 눕혀서 고정시키고 한 명은 날카로운 사시미 칼을 들었다. 칼을 든 자는 더러운 것을 만지는 것처럼 자지를 움켜잡았다.
“움직일수록 힘들어. 이 양반아. 한번에 가자. 안그러면 자지를 한 번. 불알을 두 번. 여러번 칼질을 해야 할테니까.”
김섭호는 그 말만으로 기절을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기절은 하지 않았다. 인간은 기절하고 싶다고 기절할 수 없었다.
다행인 점은 납치범의 칼솜씨가 좋다는 것이었다. 김섭호는 칼질을 한번만 당해서 좋고 납치범은 더러운 남의 자지를 여러번 만지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김섭호의 입은 천뭉치가 가득 차있었지만 용케 비명 소리를 내었다. 바닥에 그의 자지와 불알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김섭호는 아래가 불타는 아프고 고통스러운데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지를 계속 보고 있었다.
‘아직… 아직!’
그는 지금 저 자지를 들고 병원에 가면 다시 붙일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납치범은 잠깐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왔다. 돼지 한마리를 몰고 왔다. 돼지는 이미 인육에 익숙해져 있는 것인지 자연스럽게 김섭호의 다리 사이로 향했다. 신선한 피 냄새를 맡은 것이다.
“이 놈아. 거기는 아니야.”
납치범의 말에 돼지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지와 불알로 향했다. 그 짐승은 그 부위를 게걸스럽게 씹어먹기 시작했다. 김섭호는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 또한 남자였다. 그리고 금수저였다. 저 자지로 얼마나 많은 기쁨을 누리고 살았는지 모른다. 게다가 술이나 마약처럼 몸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섹스를 하고 나면 개운하게 건강해지기까지 했었다. 자신의 평생가는 친구가 돼지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자, 그럼 마무리를 해보자고.”
납치범들의 말에 김섭호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했다. 그는 자지를 잃고 그게 돼지의 입속으로 들어가기까지 했다. 그거 더 잃을 것은 없는 것 같았다.
납치범 중 하나는 다시 김섭호의 몸을 잡고 고정시켰다.
“자, 아프겠지만 참아. 이번에는 살려주려고 하는 것이니까.”
칼질을 했던 납치범은 능숙하게 소독약을 꺼내왔다. 다친 사람의 고통은 신경쓰지 않는 효과만 좋은 소독약이었다. 그는 그 가루를 상처에 뿌렸다.
“끄아아악!!!”
김섭호는 이제 차라리 죽고 싶었다. 자지도 없고 소독약은 마치 고문처럼 작용하고 있었다.
“조금만 참으라니까.”
칼잡이는 이 짓을 하면서 상처를 입고 혼자서 치료한 경험도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밖에 나가서 쇠몽둥이를 두개 가져왔다. 어디 화로에서 달궈온 것인지 그 끝이 붉었다.
김섭호는 죽을 힘까지 다해서 버둥거렸다. 하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칼잡이는 쇠몽둥이를 서로 툭툭 쳐서 재를 털어냈다.
“혈관을 안막으면 피가 많이 나서 죽어. 우리 손님이 죽는건 원하지 않으니까.”
뜨거운 쇠몽둥이는 김섭호의 가랑이 사이로 향했다. 고기가 익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까지 보고 이효주는 노트북을 닫았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이걸 보는 것도 힘겨운 일이었다.
이효주는 잠시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자신의 속에서 휘몰아치는 감정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했다.
역겨움. 분노. 상쾌함.
온갖 감정이 그녀를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효주는 결국 복수가 완벽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 남자는 어떻게 되었죠?”
“이후에 바로 차에 실어서 적당한 대학 병원 앞에 던지고 갔어요. 그리고 병원에서는 긴급하게 수술에 들어갔구요. 미리 응급조치를 한 덕분에 죽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당연히 자지와 불알은 살리지는 못했을거고.”
하늘이 내린 신의라고 하더라도 없는 고추와 불알은 살릴 수 없었다.
“제가 이걸 원했다는 것을 들킬 가능성이 있나요?”
“없어요. 뒷세계의 거래를 통해서 완벽하게 이루어진 것이니까. 누가 이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의심은 할 수 있지만 증거는 찾을 수 없을걸요. 미국 대통령이 아닌 이상.”
그리고 그 미국 대통령은 바로 호사카의 친구였다.
제인 먼데일은 이효주를 안아주며 말했다.
“오늘은 복수를 했다는 승리감을 즐겨요. 그리고 내일 다시 찾아올게요. 당신에게 이 모든 일을 선물한 사람이에요.”
“그게 누구죠?”
“오늘은 기쁨을 즐기기만 하세요. 인간에게는 감정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
호사카는 이효주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조건 없이 해주었다. 여기까지 하는데 소중한 인맥도 사용하고 돈도 꽤나 사용했다.
“호사카 사장님. 왜 그녀에게 원하는 것을 먼저 말하고 복수를 이루어주지 않은거죠? 만약 그랬다면 효주 씨에게 원하는 것을 더욱 쉽게 얻을 수 있었을건데요.”
“그럴 필요는 없지. 나는 그냥 그녀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으니까.”
호사카는 이제 한 여자의 원한을 풀어주는 것은 거래의 조건으로 삼을 필요가 없는 위치의 남자가 되었다. 그 재력과 권력이 있는데 굳이 쪼잔하게 불쌍한 여자에게 거래를 제안할 필요는 없었다.
호사카는 원래 한국인이지만 미국 국적을 얻어서 포르노 배우를 할 여자가 필요했다. 이효주는 적당한 인재였다. 예쁘고 연기력도 좀 있고 한국에서 유명했다.
하지만 이효주가 거절하더라도 상관 없었다. 고진영을 통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연예인을 희망하는 여자들은 얼마든지 소개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여자 중에는 돈만 많이 준다면 포르노 배우를 할 사람이 있을 것이었다.
호사카는 이효주가 복수를 완성했다는 것을 만끽할 시간까지 주었다. 그리고 병원으로 찾아갔다.
이효주는 포르노 스타로 유명한 호사카가 자신을 위해서 이 모든 일을 해주었다는 것에 깊이 감사를 했다.
호사카는 자신의 의도를 먼저 밝히지 않았다.
“자,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실겁니까. 한국에서는 살기가 힘들 것 같은데.”
사실이었다.
현재 한국은 겨우 외국에서 수입된 포르노를 보는 나라일 뿐이었다. 섹스 비디오를 찍은 신인 여배우에게 가혹할게 뻔했다.
언론, 정치, 종교. 모두가 이효주를 물어뜯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보호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도 그녀를 멀리할 것이다.
“솔직히… 모르겠어요.”
이효주도 성인이었고 그런 흐름 정도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아마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동안 모아둔 얼마 안되는 돈으로 칩거 생활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질쯤에 다시 한번 연예계에 도전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젊음도 미모도 모두 잃었을때쯤의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효주는 물었다.
“저한테 왜 이렇게까지 해주시는거죠? 아무 조건도 없이? 호사카 씨는 저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잖아요.”
“사실…”
호사카는 이효주에게 원하는 것이 있었음을 솔직히 말했다.
“하지만 효주 씨가 제 부탁을 들어주지 않더라도 상관 없습니다. 복수는 완료되었고. 효주 씨는 한국으로 돌아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해도 좋아요.”
그리고 호사카가 이렇게 호의로 다가오자 이효주는 오히려 그에게 더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럼 미국에서는 포르노 배우가 살만한가요?”
만약 포르노 배우가 된다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완전히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이효주는 질문을 했다.
“그럼 제 회사에서 일하는 포르노 배우들이 어떻게 사는지 한번 보시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