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화 〉 518화 포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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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먼데일은 바빴다.
HK 매니지먼트의 대부분의 일은 그녀가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린 아기는 젖을 떼자마자 유모에게 맡겨져서 키워졌다. 제인 먼데일은 호사카의 개인 비행기까지 타고 다니면서 한국과 미국을 바쁘게 오갔다.
그리고 그녀가 미국에서 한참 일을 처리하고 있을때, 한 동양인 남자가 찾아왔다. 깔끔하게 정장을 입는 남자였다.
동양인 사장을 모시고 있었기 때문에 제인 먼데일은 일단 그를 만나보기로 했다. 한국 정부에서 온 사람일수도 있었다.
역시 그는 국정원에서 온 사람이었다. 제인 먼데일은 국정원이 한국의 CIA와 FBI를 합친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정보를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정보요?”
“그러니까. 당신은 호사카의 최측근이면서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미국에서 그 콘돔 광고가 나오고 모두가 한국을 비웃고 있습니다. 호사카는 저희가 예상할 수 없는 방법을 계속 해내고 있죠. 최소한 대비를 할 수 있는 정보를 주시죠.”
“하하. 호사카 사장님을 모시고 있는 제가 왜 그런 요구를 들어줘야하죠? 게다가 제가 호사카 사장님의 아이까지 낳았다는건 모르고 있나요? 어떤 여자가 자신의 남자를 배신할까요?”
국정원 요원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늘을 나는 새도 무서워서 떨어진다고 하는 국정원이었다.
하지만 이 미국인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철컥.
국정원 요원은 작은 서류 가방 하나를 꺼내서 열었다. 그 안에서는 100달러 돈다발 하나를 꺼내어 제인 먼데일에게 내밀었다.
“정보를 주실때마다 그 경중에 따라 가격을 따로 드리죠. 오늘은 일단 거래를 트는 것이니까. 이걸 바로 드리겠습니다.”
제인 먼데일도 돈이라면 벌만큼 벌어본 사람이었다. 저 돈다발이 대충 1만 달러는 넘는다는 것은 바로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돈을 꺼내놓은 국정원 요원이 급하게 설명을 했다.
“제가 듣기로 호사카는 여러 여자에게 자녀를 만들고 따로 결혼은 하지 않는다면서요? 그럼 제인 씨도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 아닙니까. 물론 월급은 많이 받겠지만 나중에 아이를 교육 시키고 또 유산을 물려주려면 많은 돈을 준비해야 할텐데요?”
국정원 요원은 모성애에 호소를 하기 시작했다. 애인은 배신을 안할지 몰라도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배신을 할 수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제인 먼데일은 피식 웃었다.
“만약 제가 이 일을 호사카 사장님께 보고한다면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럼 거래가 끊어지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겠죠.”
“요즘 미국에서 평균적인 연봉이 얼마 정도인지는 아세요?”
“네?”
“요즘 5만 달러 정도를 연봉을 받는다고 하더라구요.”
5만 달러면 약 6천만원이 넘는 거금이었다.
“호사카 사장님은 자식의 자식에게 500만 달러를 각자 주겠다고 하셨죠. 그 정도면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만 적당히 즐기며 살기에는 충분한 돈일거라고. 하지만 제가 배신을 하면 그 돈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한푼 두푼 모아서 어느 세월에 그 돈을 모을 수 있을까요?”
국정원 요원은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침을 꿀꺽 삼켰다. 한 사람당 500만 달러. 게다가 호사카의 자식은 하나 둘이 아니었다. 미국의 부자는 확실히 스케일이 달랐다.
“할 이야기가 그 정도였으면 그만 일어날게요.”
제인 먼데일은 넋이 나간 듯한 국정원 요원을 내버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 입장에서는 시간만 버린 셈이었다. 할 일이 많은데 시간이 아까웠다. 그나마 호사카에게 들려줄 재미난 이야기가 생겨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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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여론이 하나로 모이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호사카에게 반대를 하는 자들과 찬성을 하는 자들이 모두 싸우고 있었다. 호사카가 벌이는 일 하나하나에 찬반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미국에서 퍼지고 있는 소식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과는 달랐다.
한국이 욕을 먹고 있었다.
그것 하나만으로 모든 한국 국민들은 힘을 합쳤다. 그리고 사람들은 근본적인 문제에 의문을 가졌다.
‘콘돔을 잘쓰자는 광고가 금지가 되어야 할 정도인가?’
호사카는 한국에서 포르노를 만들자거나 성매매를 남녀 모두 자유롭게 하자고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현대 사회에서 콘돔을 사용해서 안전하게 섹스하고 출산율도 통제하자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일부 미친 놈들만 그게 광고로 나오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미성년자들이 콘돔을 구매하는 것도 막는 것이었다. 그런 미친 놈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그쪽으로 국가가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 미친 놈들은 호사카가 한국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번에는 한국의 국민들도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는 않았다.
광고도 정상이었고 그걸 한국에서 방영하지 못하게 한 것이 비정상이었다. 만약 한국에서 그 광고가 나왔으면 미국에서 개망신을 당할 일도 없었다.
만약 김중대가 그 광고를 허락했다면 국민들은 그걸 가지고 또 욕을 했겠지만 국민들은 그런 사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지금 한국이 전세계에서 욕을 먹고 있다는 것만이 중요했다.
결국 김중대 대통령은 이번 일도 항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은 수출이 중요한 나라였다. IMF는 수출이 중요한 시기였다. 국가 이미지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게다가 국민들도 그 광고가 한국에서 나오기를 원하고 있었다. 단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걸 원하고 있었다.
김중대는 김영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줄만한 사람은 전 대통령이었던 김영수 밖에 없었다.
“아, 김중대 대통령.”
김중대는 김영수가 전화를 받자마자 욕설을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정치적인 결정이 김영수에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영수는 따뜻한 목소리로 김중대를 맞이해 주었다.
“많이 힘들죠?”
“생각보다 더 힘들군요.”
“차라리 나처럼 완전히 배척을 하라니까. 그걸 굳이 설득과 협상을 해보겠다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때는 받아야죠.”
김영수는 이제 자신은 할 일을 모두 했다고 생각했는지 현역에 있을때보다 많이 유해진 모습이었다. 대통령을 두번 세번 해먹는 독재자를 많이 봐서 자신은 이제 권력을 내려놓고 다음 사람이 일을 잘하는지 구경을 할뿐이었다.
호사카와도 협상을 하려고 하는 김중대의 방침에는 공감이 가지 않지만 그가 얼마나 힘들게 대통령직을 수행하는지는 충분히 공감을 갔다.
“그래요.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신념은 있어야지. 만약 그 신념이 나라를 파멸로 이끌어간다면 나도 나서서 반대를 하겠지만. 아직 김중대 대통령은 그러지 않는 것 같으니 다행입니다. 그냥 작은 위로만 전할뿐이죠.”
작은 위로를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김중대는 여전히 막막했다.
호사카는 포르노와 성매매를 완전히 합법화하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김중대는 호사카가 마치 치명적인 암처럼 느껴졌다.
옛날 사람인 김중대는 호사카의 사상을 도저히 이해를 할수가 없었다. 남자와 여자가 섹스를 자유롭게 즐기면서 사는 세상이라니. 그런 세상이 존재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만약 그런 세상이 있다면 악마가 지배하는 지옥일 것이었다.
김중대는 오늘 올라온 보고서를 보았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호사카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봉사 활동도 벌이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그냥 연예인이 봉사 활동을 벌이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한국에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재단을 하나 설립했다. 서울부터 인구가 좀 많다는 대도시에는 즉시 식당이 하나씩 만들어졌다.
지금 한국에서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다. 호사카는 1000원 식당을 열었다. 그곳에 가면 누구나 밥과 국 하나에 반찬 3개는 먹을 수 있었다.
원래는 진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만 밥을 주는 곳도 있었지만 그런 곳은 진짜 어려운 사람을 판별하는데도 어마어마한 인적 자원이 들어갔다. 그리고 국가에서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런 판단을 명확하게 하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호사카는 통 크게 1000원 식당을 열었다. 자원봉사도 받지만 집이 어려운 주부들을 고용해서 월급을 줘가면서 일을 시켰다. 비록 1000원 식당이지만 주부들에게는 최저시급의 1.5배를 챙겨주었다.
인근 상인들은 불평하기도 했다. 너무 싼 식당이 생기면 자신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호사카는 텔레비전 뉴스에까지 나와서 반박을 했다.
“저희가 제공하는 것을 좀 보세요. 밥도 보리밥에 반찬은 김치에 콩나물 무침이 기본적으로 들어갑니다. 고기 반찬 하나는 매일 바뀌지만 가장 싸다는 돼지 앞다리살로 만든 것 뿐입니다. 고추장 양념이냐 간장 양념이냐 이 정도 차이지요. 솔직히 말하면 식당이 파는 음식보다는 맛이 그렇게 있지는 않을겁니다.”
이 구성은 가격과 영양소를 동시에 잡기 위함이었다. 보리는 식물성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했다. 맛은 호불호가 갈렸지만 영양학적으로 쌀밥보다 나았다. 콩나물도 야채 중에서는 단백질량이 많았고 돼지 전지는 언제나 가격이 가장 싼 고기였다. 모두 싸고 영양가가 좋은 재료들이었다.
“돈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저희 밥을 매일 먹기 보다는 맛있는 식당에 가는 것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리고 돈이 없는 사람은 싸고 거칠지만 그래도 영양가는 챙길 수 있는 호사카 무료 급식소로 올거구요.”
“그럼 굳이 1000원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짜로 하면 그냥 와서 밥을 먹으면 음식의 소중함을 모를겁니다. 소액이라도 받으면 모두가 음식을 싹싹 다 먹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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