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8화 〉 538화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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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대가 다음 대선에서 포르노 완전 허용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물을 것이라고 발표를 했다.
이 소식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호사카의 지속적인 활동으로 한국은 포르노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 논쟁은 주로 얼굴과 신원이 보이지 않는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졌다.
몇몇 보수적인 국회의원들이 이런 중요한 안건을 국민들에게 물어본다는게 말이 되냐고 의견을 내놓았고 이것은 그들 스스로의 목을 졸라매는 형국이 되었다. 이런 중요한 안건은 국민에게 물어보지 않는다면 다른 누구에게 물어볼 것인가.
한국은 시민들이 피를 흘려가며 민주주의를 되찾은 나라였다. 시민들은 대통령이 자신들의 의견을 물어보겠다고 한 것에 만족감을 느꼈다.
그 이후로는 대선보다 포르노 찬반 투표가 더 큰 화제가 되었을 정도였다. 대선 후보들도 이 찬반 투표에 대해 어디를 지지를 해야할지 난색을 표했다. 포르노 찬반 투표 때문이라도 이번 대선은 최다 투표율을 기록할 예정이었다. 잘못된 곳을 선택한다면 그건 곧 낙선을 의미했다.
결국 대선 후보들은 동시에 한걸음 물러나기로 했다. 이건 너무 위험한 도박이었다. 한 후보가 명연설을 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포르노 찬반 투표의 결과를 국민의 뜻으로 알고 겸허히 받들도록 하겠습니다.”
국민들은 차라리 자신들의 뜻을 따르겠다고 하는 대선 후보에게 호감을 보였다. 그러자 다른 대선 후보들도 부랴부랴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이제 김중대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국민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설득하기 위한 연설이었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선거 활동을 했을때보다 더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대통령이 말년이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호사카라는 유래가 없는 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도 그런 일을 해야 했다.
김중대는 연설장을 올라가면 정말 숨이 부칠 정도로 열변을 토해내었다. 연설이 끝나고 밑으로 내려오면 저 위에서 눈으로 불꽃을 쏘아내던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지쳤다. 눈빛이 퀭해지고 입안이 바짝 말랐다.
하지만 김중대는 지금이 좋았다. 정치인으로서 뭔가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인생은 말년이다. 대통령의 자리를 내려놓으면 그저 한적한 곳에서 글을 몇자 적으면서 인생을 마무리할 것 같았다. 그전에 마지막 불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었다.
김중대의 아내는 물병을 들고 와서 건네주었다.
“고맙소.”
김중대는 물을 천천히 마셨다. 수분이 세포 하나하나에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김중대는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그의 측근들이 다음에는 어느 지역에서 연설을 해야 하는지 일정을 간략하게 브리핑하고 있었다.
“그럼 일어나지.”
“대통령님. 조금 더 쉬셔도 괜찮습니다.”
“쉬는건 차에서 해도 되는거 아닌가. 뭐야. 이 늙은 사람보다 힘들다는건가?”
“아, 아닙니다.”
나이든 대통령이 연설까지 하고 와서 이렇게 의욕을 보이는데 그보다 젊은 측근들이 힘들다고 솔직히 말을 할 수 없었다.
“자네도 정치에 꿈을 가지고 이 바닥에 들어왔으니 하는 소리인데. 몇몇 업계는 꿈을 가졌으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곳이 있지. 정치도 그런 곳이야. 원한다면 전력을 다해봐.”
“네, 명심하겠습니다.”
김중대 대통령은 젊은이에게 조언을 했다. 이걸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그에게 달린 문제였다.
그리고 김중대는 문득 호사카를 떠올렸다. 그는 국정원 보고서로 호사카의 인생을 알았다. 재일조선인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목숨의 위협을 받은 적도 있었을 것이다. 호사카는 늘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내 연설에 맞서서 어떤 일을 꾸미고 있을지 모르겠구만.’
호사카는 늘 상대가 생각하지 못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그런 생각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번에도 호사카가 김중대를 놀라게 만들 것이라는 것만 어렴풋이 느낄 뿐이었다.
김중대는 자신이 떠나면 젊은 정치인들 중에 호사카에게 대적할 사람이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호사카가 너무 대단해 보여서 그런지 아니면 후대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그런지 호사카가 한국을 한입에 먹어버릴 것 같았다.
‘내가 끝을 내야지.’
승리든 패배든. 확실히 끝을 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차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양갱으로 체력을 좀 더 회복하고 김중대는 연설대 위로 올라왔다.
무려 대통령이 포르노 찬반 투표를 위해 연설을 하는 자리였다. 찬성을 하는 사람이든 반대를 하는 사람이든 궁금해서라도 많이 모였다.
김중대가 연설대 위로 올라가자 일부는 환호했고 일부는 야유를 보내었다. 포르노 찬성론자들은 자신들의 머릿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현실에서도 용감하게 야유를 보내고 있었다.
김중대는 그 야유와 환호 속에서도 자신의 연설을 시작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곧 포르노를 합법화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해 투표가 있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저는 포르노의 전면적인 합법화가 대한민국에 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하여 제 생각을 국민 여러분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야유와 환호가 다시 커졌다.
“먼저 포르노는 인간의 뇌에 너무 많은 자극을 주어서 인간을 망친다고 합니다. 포르노를 볼수록 새로운 자극을 원하게 되고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누군가가 큰 소리로 반박을 외쳤다. 김중대의 측근들은 그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김중대는 그에게 마이크를 하나 주라고 지시를 했다. 그 남자는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섹스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섹스도 하면 할수록 뇌에 자극을 주죠. 섹스 중독이라는 질병도 있지 않습니까. 그럼 섹스도 금지를 시켜야 합니까?”
“물론 섹스를 금지시킬수는 없죠. 하지만 제 개인적인 신념에 따르면 부부 관계도 적당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부 관계는 남녀 둘이 서로 대화를 하며 조절을 해서 그것이 쉬운 반면에. 포르노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서 자제하기가 더 힘듭니다. 그래서 저는 포르노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침착하고 논리적인 답변에 포르노 반대론자들은 박수를 보내었다.
그리고 포르노 찬성론자들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마이크는 다른 찬성론자에게 넘어갔다.
“대통령님은 한국에서 포르노 수입을 허용하신 분입니다. 그런 분이 이제와서 말을 바꾸시는 것은 좀 아니지 않습니까?”
“그 당시의 한국은 경제적으로 굉장한 위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네. 인정하겠습니다. 저는 당시에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의 호감을 사기 위해 제 신념을 꺾고 포르노 수입을 허용했습니다. 포르노보다 경제가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민 여러분의 도움으로 우리는 경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다시 경제를 넘어서 정신적인 측면을 바라볼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념을 꺾은 역사가 부끄럽지만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 앞에 나선 것입니다.”
이후에도 김중대는 연설을 꾸준히 이어나갔다.
“포르노의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배우들은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는 강요로 포르노에 출연을 할 수 있지요. 그리고 포르노에 한번 출연을 하면 그것이 딱지가 되어 평생 고통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해외의 여자들은 그래도 되고. 한국의 여자는 그러면 안된다는 것입니까?”
“한국의 여성 국민들만큼은 그런 고통을 겪으면 안된다고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호사카 켄토의 회사에서 활동하는 여배우들은 잘먹고 잘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건 포르노 업계의 일부일 뿐입니다. 미국에서도 마약과 스토커에 고통을 받는 배우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여성에게 더 가혹한 나라가 아닙니까. 만약 한국인 여성 포르노 배우가 나온다면 그녀가 얼마나 힘든 인생을 살게 될지 상상이나 가십니까.”
김중대는 자신이 할 말을 하고 반박은 다시 반박을 해주었다. 호사카가 이 자리에 나오지 않는 이상 김중대를 이길 사람은 없어 보였다.
김중대의 연설은 훌륭하게 진행이 되었고 일부 포르노 찬성론자들도 반대를 해야 하나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의 연설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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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대가 연설을 돌고 있는 사이에 호사카도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연설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포르노 배우이지 정치인이 아니었다.
호사카는 포르노를 하나 준비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역시 대한민국을 뒤흔들만한 작품이었다.
호사카가 알아본 바로 한국은 대학교에 모든 것을 거는 나라였다. 99퍼센트의 학생이 더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공부시키기 위해서 모든 방법을 다 사용했고 아이들도 공부만 하면서 어린 시절을 모두 보내었다.
호사카는 이걸 이용해보기로 했다.
먼저 그는 재수생 역할을 하기로 했다. 같은 동양인이 보기에는 살짝 나이를 오버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노안이라는 설정으로 그냥 강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적당한 중년의 남자 배우를 고용했다. 그 또한 인생이 잘 안풀려서 돈이 급했던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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