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시소게임=)
선웅은 최근 알바를 하나 더 늘렸다. 저번 주 편의점 전장이 넌지시 주 5일이던 선웅의 근무를 이틀과 사흘씩 끊어서 근무할 것을 통보했다. 매달 조금씩 떨어지는 매출을 줄곧 신경 쓰더니 주휴 수당을 주지 않으려는 꼼수일 터다. 뭐,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고, 제 살길은 셀프로 찾아야지.
갑자기 알바 시간이 주간으로 바뀌는 바람에, 오늘 저녁에 있던 기타 레슨을 취소해야 했다. 스케줄이 꼬여버린 탓에 기존 연습실을 빌리는 건 더 이상 불가능했다. 이제 어디서 연습해야 하나, 고민하던 선웅이 편의점의 문을 열려던 때 정수리 위로 차가운 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아, 차가워.”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었는데? 무심코 선웅이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으나, 건물 3층에서 물뿌리개를 든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어머! 학생 미안!”
“예에…….”
뻣뻣한 입꼬리를 당긴 선웅은 아주머니에게 고개를 숙였다. 주상 복합 형태인 편의점 건물은 1층엔 편의점, 2층엔 전셋집, 3층엔 주인집이 살았다.
식물 사랑이 지극하신 아주머니 덕분에 건물 곳곳에는 크고 작은 화분들이 많았다. 지금도 창문 밖 난간에 줄 세운 화분들의 밥시간에 맞추어 아래로 들어오는 바람에, 공연히 선웅만 물벼락을 맞게 된 것이었다.
얼마나 물을 많이 준 건지, 편의점 입구가 위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로 한강을 이룰 기세였다. 만약에라도 이 물웅덩이를 밟고 손님이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냉큼 대걸레를 가지고 밖으로 나온 선웅은 열심히 바닥의 물기를 닦았다.
닦는 와중에도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맞아야 했다. 그래. 똑같이 하늘에서 내리는 물이라면 산성비보다야 낫겠지. 이렇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찾는 게 쉬운 줄 아나, 선웅은 속으로 점장에게 투덜거렸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온 선웅은 텅 빈 폐기함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배고파…….”
화분은 좋겠네. 물만 먹어도 쑥쑥 자라니까. 선웅은 머리카락에 찝찝하게 남은 물기를 손 갈퀴로 대충 털어냈다.
“천제환 우유 있어요?”
“아뇨. 좀 전에 다 나갔어요.”
“천제환 들어왔어요?”
“다 떨어졌어요.”
“언제 들어와요?”
“저도 몰라요.”
“천제환 있―.”
“없어요.”
“천?”
도리도리.
며칠째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들은 매일 같은 내용을 물었고, 선웅도 매일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문이 열리면 자판기처럼 반응이 툭 튀어나왔다.
그놈의 천제환 우유가 전국적으로 품절 사태를 겪고 있는 탓에, 알바생의 영혼 없는 대답에도 손님들은 그러려니 하며 돌아갔다.
유니폼 주머니에 넣어 둔 휴대폰이 진동했다. 얘도 양반은 못 되네, 보지 않고도 발신자가 누구인지 예상한 선웅은 피식 웃으며 화면을 건드렸다. 역시나 천제환이 맞았다.
천제환
「알바하는 편의점 어디에요?」 오후 3:26
요즘 선웅은 천제환과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을 하고 있다. 처음엔 꼭 답을 해야 하는 연락이었다. 지난 시간에 배운 걸 홀라당 다 까먹었다며 영상통화를 걸어 설명을 요구하거나, 필기 노트를 잃어버렸다며 빌려 달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답장을 꼭 보내야 하는 연락 외에도 대뜸 다람쥐 영상의 링크를 보내며 선웅을 닮았다고 하거나, 심리테스트 링크를 보내고는 결과를 캡쳐해 보내 달라고 했다. 심리학과인 선웅이 보기엔 조잡한 것이었지만, 천제환의 재촉에 못 이겨 그가 원하는 대로 해 주는 일이 많아졌다.
나
「XD편의점이요.」 오후 3:27
천제환
「후문?」 오후 3:27
나
「네ㅇㅇ」 오후 3:28
답장을 보내는 사이에도 천제환 우유를 찾는 사람들이 다녀갔다. 선웅은 이면지와 유성 매직을 꺼내 계산대에 올려 둔 뒤, 큼지막하게 글자를 적어 내려갔다.
천제환 우유 재고 없음!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