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열흘 뒤.
고요한 주신전의 기도실에 축축하게 젖은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정결해야 할 사제는 상의를 풀어 헤치고 중년 남성의 허벅지 위에 앉아 제 가슴을 내어주고 있었다. 키릴의 등을 끌어안은 황제가 젖을 빠는 아이처럼 젖꼭지를 쯉쯉 빨았다.
한쪽 가슴을 모아쥐고 불룩 튀어나온 유륜을 혀로 진득하게 비비던 황제가 물었다.
“기분이 어떠냐.”
“…간지럽, 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워 숨고 싶었다.
경건해야 할 장소가 황제와의 밀회의 장소로 바뀐 지 벌써 열흘이 지났다. 이곳에서 키릴이 황제에게 동정을 빼앗긴 후 두 사람은 매일 낯 뜨거운 행위를 이어갔다. 긴 시간을 기도실에 처박혀 있는 두 사람을 두고 신전 사람들이 정성이 대단하다며 칭찬할 때마다 키릴은 죄책감에 숨이 막혔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런데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실의 문을 여는 건 신이 그에게 내린 계시 때문이었다.
황제의 말대로 이건 신의 뜻이니까.
키릴은 소름이 돋는 걸 참으며 황제에게 몸을 맡겼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가슴을 꽉 죄던 죄책감과 혐오는 기도실에 들어서면 점점 흐릿해졌다.
공기 중에 떠도는 달큼한 향기를 맡고 있노라면 머릿속이 아득해지고 아랫배가 저릿했다. 키릴은 이상한 감각에 발끝을 오므리며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기도했다.
“이젠 여기도 제대로 발기하는구나.”
가슴에 입을 댄 채로 황제가 나직하게 웃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처음과 달리 이젠 가슴이 축축해질 정도로 애무해 주면 유두를 뾰족하게 세웠다. 통통해진 유두를 이로 잘근잘근 깨물다 혀로 감싸 세게 빨아들이자 키릴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이쪽도 이제 일어서야지.”
“으…….”
황제가 반대쪽 가슴으로 고개를 옮겼다. 타액에 질척하게 젖은 가슴이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자 살짝 소름이 올랐다. 바로 옆의 유두를 빨리는 느낌이 겹쳐 기분이 이상했다. 기분이 좋은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몸 안에 기묘한 열기가 고이며 까닭 없이 초조함을 느낀 키릴이 어깨를 움츠렸다.
기어이 숨어 있던 유두를 끄집어낸 황제가 양쪽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구나. 임신하면 이곳에 즙이 가득 찰 텐데.”
황제가 안타깝다는 듯 다시 가슴살을 한 움큼 머금고 들이마시듯 강하게 빨아들였다.
“흐읏…!”
가슴을 실컷 맛본 황제는 상의를 벗기고 키릴의 팔을 들어 올렸다. 겨드랑이에 고개를 박고 가장 여린 살을 핥고 빨았다. 키릴은 민망함과 간지러움에 몸을 비틀다 뒤늦게 엉덩이 사이에 닿은 황제의 것을 느끼곤 몸을 굳혔다. 삽입의 공포를 떠올린 탓이다.
황제는 키릴의 몸이 굳은 것을 느끼곤 속으로 혀를 찼다.
쾌락이 뭔지 모르는 백치 같은 몸이었다. 미향에 취해 이제 겨우 성감이란 걸 느끼기 시작했다. 밑구멍은 여전히 메말랐고 삽입은 고통스러워했다. 이래선 너무 느렸다.
황제는 준비해 온 것을 꺼냈다. 미향에 이어 이것이 두 번째였다.
첫날 강제로 자궁을 열다 실패한 황제는 기도실에 올 때마다 따로 챙겨온 향을 피웠다. 그것만으로 부족하여 오늘은 흥분제의 일종인 바르는 미약을 가져왔다.
“걱정 말거라. 네가 더 수월히 짐의 씨를 받을 수 있게, 아프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니 얌전히 있어야 한다.”
아프지 않게……. 황제를 받는 것은 늘 버거운 일이었는데 그걸 도와준다니 뭔지 몰라도 좋은 것인 것 같았다. 미향에 젖어 이성이 흐릿한 머리는 거부를 떠올리지 못했다.
남은 하의마저 마저 벗겨낸 황제가 가져온 크림형의 미약을 키릴의 전신에 바르기 시작했다.
“더 좋은 약이 있는데. 그건 내일 들어오니 아쉽지만, 이것으로 참아다오.”
내일 이 하얀 피부와 구멍 안을 몬스터의 음액으로 적실 생각을 하니 음심이 절절 끓어올랐다. 사람을 발정시키는 몬스터의 체액이었다. 무지한 몸을 음란하게 물들이기에 그보다 좋은 물건은 없었다.
“으…음… 하아…….”
황제의 손이 미끈거리며 지나간 자리마다 피부가 홧홧했다. 황제가 키릴의 목덜미와 얼굴을 진득하게 핥았다. 혀가 피부 위를 기는 감각이 지나치게 선명했다. 침에 젖어 피부가 축축해지는 게 처음처럼 싫지 않았다. 자꾸만 묘한 느낌이 들어 이상한 기분에 키릴은 고개를 저었다.
황제가 크림이 잔뜩 묻은 손으로 고환을 만지작거리다 이어 성기를 주무를 때쯤 키릴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건 이상했다. 전신에 퍼지는 열기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황제의 손이 닿을 때마다 안이 너무 간지러워 참을 수 없었다.
키릴의 성기가 단단하게 부풀어 올랐다. 키릴은 선단에서 끈적한 물이 흐르는 것도 모르고 숨을 허덕였다. 전신이 뜨겁고 저릿저릿했다.
“하아, 하아……. 으응…….”
키릴이 저도 모르게 황제의 배에 성기를 비볐다. 몸이 너무 간지럽고 뜨거워서 어떻게 좀 해 줬으면 하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자기 행동을 깨닫고 둔해진 머리로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깨어난 이성과는 별도로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여전히 허리를 들썩이며 황제의 몸에 성기를 비비다 제 손을 가져다 대었다.
“어허, 뒤로 가기도 전에 앞으로 가선 안 되지.”
발기한 성기를 황제가 손수건으로 묶어 버렸다. 키릴이 항의하듯 황제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그래도 이젠 제법 앞도 세울 줄 알고. 기특하기도 하지. 이제 여기만 준비가 되면 되는데…….”
황제가 키릴의 안쪽 구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입구에 치덕치덕 미약을 바르고 안쪽 살에도 꼼꼼히 비벼가며 약을 발랐다. 말 못 할 곳이 너무 화끈거려 키릴은 더는 참지 못하고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황제의 허벅지에서 내려오기도 전에 꽉 끌어안겼다.
“아프지 않게 하려고 이러는 거란다. 곧 좋아질 테니 조금만 참거라.”
손가락이 닿는 곳은 모조리 미약을 발랐다. 약효가 빠른 건지 키릴은 달아오른 몸을 어쩔 줄 몰라 하며 흐느꼈다.
황제는 뜨끈하게 열이 오른 엉덩이 사이로 성기를 비비며 키릴의 몸을 집요하게 어루만졌다. 흥분한 몸에서 땀이 스며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꼿꼿이 선 유두를 꾹 눌렀다. 앞이 막힌 성기도 슬쩍 만져 주자 키릴이 몸을 비틀며 섧게 울었다.
“흐윽…… 폐하, 제발…… 흑, 흐윽…….”
무얼 원하는지도 모르고 빌었다.
“참기 힘들구나.”
당장이라도 안으로 파고들고 싶었지만 참았다. 일단 삽입에 대한 공포부터 지워버려야 했다.
뜨끈한 몸을 만지며 반응을 확인하던 황제가 다시 엉덩이 사이를 만지자 입구가 축축했다. 크림을 바른 탓이라 여기고 안을 더듬자 내벽이 흥건했다.
“응?”
미약을 치덕치덕 바르긴 했지만 이렇게 안에 고일 정도는 아니었다. 황제가 손가락으로 구멍을 벌리자 끈적하고 투명한 액이 삐져나왔다.
황제의 얼굴이 음흉한 미소가 맺혔다.
스스로 적실 줄 모르던 키릴의 밑구멍이 애액을 흘리고 있었다.
황제가 손에 묻은 액을 혀로 핥아보더니 손가락을 아예 입에 넣고 게걸스럽게 빨았다.
“하아, 사제의 애액이 참으로 달구나. 좀 더 맛보게 해 주거라.”
황제가 키릴을 세워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키릴이 기겁하며 피하려 했지만, 황제의 두 팔에 골반이 잡혀 달아날 수 없었다. 키릴은 전신을 빨갛게 물들인 채 황제에게 한참 동안 뒤를 빨렸다. 그 느낌이 너무 이상하여 급기야 나중엔 울음을 터뜨렸지만, 황제는 멈추지 않았다.
“아…… 아아……! 폐, 폐하!”
집요하게 뒤를 빨리던 키릴이 어느새 저도 모르게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머릿속에 싸고 싶단 생각만이 가득했다.
“처음이니 이번만 앞으로 먼저 가게 해 주마.”
황제가 천을 풀자 키릴이 바로 사정했다. 참았던 만큼 강하게 쏘아진 정액이 여기저기 흩뿌려졌다. 키릴의 몸은 물론 대리석 바닥이 하얀 점액으로 더러워졌다. 키릴의 성기를 묶었던 천을 코에 가져가 냄새를 맡던 황제가 흉흉하게 곧추선 제 성기를 끄집어내고 삽입을 시도했다.
“으응, 아…… 이상, 이상해요. 안이 너무…… 아!”
“이상한 게 아니고, 이제야 짐의 씨를 받을 준비가 된 거란다. 앞으로 여기로 씨물을 계속 받아야 한다. 많이 먹어야 짐의 씨를 품지 않겠느냐.”
계시가 내려온 지 열흘 만에, 키릴은 처음으로 황제의 것을 안에 품으며 고문을 떠올리지 않았다. 황제가 허리를 흔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더는 고통만 느끼지 않았다. 묘한 기분에 몸이 달뜨는 느낌이 조금 기분 좋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키릴은 여전히 이 관계가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