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5/72)

9.

늦은 오후, 황제의 집무실엔 방의 주인과 사제가 함께였다. 바닥엔 하얀 사제복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키릴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책상 위에 엎드려 황제의 눈앞에서 다리를 벌렸다.

“흐으…… 읏!”

의자에 앉은 황제가 눈앞의 하얀 엉덩이를 벌리자 구멍이 있는 자리에 반지처럼 생긴 고리 하나가 삐죽 나왔다. 고리에 손가락을 넣고 밖으로 당기자 동그란 비즈 여러 개가 길게 연결된 항문 마개가 딸려 나왔다. 말이 마개지 사실 야한 장난감에 가까웠다.

“아흐, 흑……!”

마개가 빠져나가는 느낌에 키릴이 어깨를 움츠리고 허리를 벌벌 떨었다. 뻐금거리는 구멍을 힐끗 본 황제가 다시 마개를 보았다.

고작 장난감에 한껏 느낀 건지 긴 막대가 투명한 점액으로 흠뻑 젖어 번들거렸다. 물끄러미 그것을 쳐다보던 황제가 장난감을 들어 올려 냄새를 킁킁 맡더니 불쑥 입에 넣고 빨았다.

쩝쩝거리는 소리에 키릴의 귀가 빨개졌다.

“그리 싫다고 하더니. 이것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구나. 전의 것도 그렇고……. 네가 이리 장난감을 좋아할 줄이야.”

긴 시간 안에 품고 있던 것이 빠져나가자 허전했는지 빈 구멍이 움찔움찔하며 끈적한 물을 흘렸다. 마치 다시 채워 달라고 조르는 것 같았다. 슬쩍 구멍 주위를 비비자 책상 위에 엎드려 있던 키릴이 숨을 허덕이며 끙끙 앓았다.

“하아, 야, 약을 발라서… 그런 것, 입니다. 읏, 하아, 하아……!”

“그래. 오늘은 의무실에 가지 않고 계속 기도실에 있었다지? 하긴, 고리가 커서 앉는 게 고역이긴 하겠구나. 다음엔 앉아도 될 만한 걸 준비하마.”

황제는 편하게 의자에 앉아 눈앞의 구멍에 손가락을 푹푹 쑤셨다.

“알 만해. 장난감에 발라 놓은 미약을 뒷구멍으로 녹여 먹었으니 오죽 그랬을까. 이런 몸인 것을 들킬까 봐 숨은 것일 테지. 그래서 그런가?”

“아, 아, 으, 응, 응…! 으흣!”

“굶주리기라도 한 것처럼, 맛있게도 먹는구나.”

흥건한 안을 손가락으로 크게 휘젓자 꿀쩍거리는 소리가 퍼졌다. 손가락을 쑤셔 넣을 때마다 끈적한 물이 픽픽 튀었다.

그것을 눈 하나 깜짝 않고 지켜보던 황제가 돌연 엉덩이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히잇!”

구멍 안에 흐물흐물하고 축축한 것이 느껴졌다. 황제가 혀를 집어넣고 안을 빨았다. 맛있는 별미라도 되는지 황제는 안쪽에 고여 있는 애액을 게걸스럽게 빨아먹었다.

뒷구멍을 빨리는 것만으로 사정감이 치밀었다. 싸고 싶었다.

“하아, 으으응……. 흐읏, 흐응…… 으응!”

전신에 퍼지는 야릇한 열기에 키릴은 끙끙거리며 허리를 파르르 떨다 책상 위에 가슴을 비볐다. 부풀어 오른 유두가 차가운 목재에 짓눌려 비벼지는 느낌이 기분 좋았다. 아니, 좀 더 세게 이 조그맣고 예민한 살덩이를 괴롭혀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래도……. 사정하지 못하게 성기를 묶어 둔 끈이 야속했다. 뒤를 가득 채워 줬으면 좋겠고, 싸고 싶었다.

“읏, 아읏, 폐하, 으응… 간지, 간지럽습니다. 아… 아아!”

행위를 시작하면 늘 이랬다. 머릿속이 성욕으로 달궈진 것 같았다. 지금같이 약에 절은 날은 특히 더 그랬다.

키릴의 뒤를 빨던 황제가 목을 꿀꺽 넘기며 일어섰다.

“성수에 절인 백년초보다 이 구멍에서 나온 애액이 훨씬 낫구나. 요즘은 머리가 유독 맑다. 네 덕이란다.”

유두를 비비며 몸을 꿈틀거리는 키릴을 본 황제가 나지막하게 웃으며 몸을 번쩍 뒤집었다.

“빨아 줄 테니, 재촉하지 말거라.”

“흐읏……!”

황제가 키릴의 성기를 입에 물고 끈을 풀었다. 풀자마자 희멀건 점액이 쏘아지듯 황제의 입안을 가득 채웠다. 사정하는 성기를 깊이 삼키고 쏟아지는 정액을 꿀꺽 삼켰다.

사정액을 모조리 먹어치운 후엔 가슴 위에 솟은 유두를 쯉쯉 빨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아쉬워했다.

“용이 만든 자궁으로 임신하면 후유증이 생기는데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뭔지 알고 있느냐?”

키릴이 헐떡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임신에 성공하면 일주일 뒤 가슴에서 투명한 액이 흐르고 이주가 더 지나면 유즙이 나온다더군. 임신 초기에 말이야.”

‘……유즙?’

정신이 흐릿한 와중에도 황제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정작 아이를 낳고는 반년까지만 수유할 수 있다더구나. 이상하지 않으냐?”

황제가 키릴의 납작한 배를 어루만졌다.

“이 자궁으로는 산란만 가능한데 말이야.”

“!”

“과연 누구를 위한 모유일지.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황제가 입맛을 다시며 웃었다.

키릴은 넋이 나간 얼굴로 책상 위에 널브러졌다.

“오늘 밤에도 약을 먹고 기다리거라.”

그가 남긴 자국으로 얼룩덜룩한 하얀 몸을 감상하던 황제가 키릴을 두 팔 안에 가두고 명했다. 키릴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칭찬하듯 어느새 다시 단단해진 성기를 꺼내 들었다.

“상으로 네가 좋아하는 씨물을 가득 부어 주마.”

“흣!”

벌어진 다리 사이로 황제의 성기가 꾸역꾸역 밀려 들어왔다. 좁은 구멍을 강제로 벌리고 여린 속살을 뭉개며 익숙한 살기둥이 쳐들어오고 있었다.

“……윽, 흐으, 읏, 학……!”

점막을 달구며 쑤시고 들어온 귀두가 자궁 입구에 닿았다. 단단한 것이 가장 민감하고 예민한 곳을 문지르자 몸이 펄펄 끓는 것 같았다. 미약 때문인지 안이 뻐근하게 벌어지고 이물감이 가득 차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곧 이것이 내벽이 닳도록 날뛸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내벽 전체가 경련하듯 떨렸다.

감당할 수 없는 고양감에 도망가고 싶으면서도 어서 빨리 몸 안의 불꽃을 확 터뜨려 버리길 원했다.

성욕에 미쳐 어딘가 이상해진 듯했다. 달뜬 머리로도 자신이 느낀 위기감을 이해한 키릴은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빨리……! 아, 흣, 빨리해 주세요. 폐하.”

내벽을 압박하는 커다란 성기를 오물거리며 키릴이 재촉하듯 엉덩이를 흔들자 황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단한 살덩이가 퍽퍽 박힐 때마다 황제의 음낭이 철퍽거리며 뒤를 때렸다.

“흣! 으응! 응! 아, 아…… 하악!”

황제가 안쪽 어디를 찌르든 극렬한 쾌감이 쏟아졌다. 내벽 모든 곳이 이젠 쾌감의 극점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민감한 자궁 입구는 닿기만 해도 자지러지며 발정하게 했다. 쾌락에 무지했던 처음을 떠올리면 믿기지 않는 변화였다. 수컷의 생식기가 어딜 찌르든 흐느끼며 애액을 질질 뿌렸다.

들끓는 욕정으로 키릴은 애가 탔다. 키릴은 두 팔을 뒤로 뻗어 스스로 엉덩이를 더욱 벌렸다. 더 깊이 황제의 것을 받기 위해서였다. 깊숙이 들어와 자궁 안에 싸 주길 원했다.

도발과도 같은 그 모습에 더욱 흥분한 황제가 허리를 퍽퍽 치며 자궁 입구를 미친 듯이 들이박았다. 부풀어 오른 입구가 격렬한 두드림에 부풀어 오르더니 슬쩍 문을 열었다. 단단한 살덩이가 단번에 자궁 입구를 가르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악!”

“헉, 헉, 크흑!”

지독한 압박감에 절로 탄성이 터졌다. 고개를 젖힌 황제의 목에 핏대가 섰다. 키릴 역시 고통에 짧은 비명을 지르며 등을 굽히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고통은 길지 않았다. 익숙한 쾌감이 키릴을 잡아먹고 정신마저 송두리째 채 앗아갔다.

“헉, 헉……! 내 것을, 헉, 물어뜯을 듯이, 탐하고 있구나. 너도 빨리 내 씨를, 헉, 품고 싶은 것이지? 응?”

“아, 앙, 좋아, 아흑, 아, 신이시여, 제발…… 아, 학! 용서해…… 으응, 하악, 하악…….”

“용서라니. 훅, 이것도 신의 뜻이지 않으냐. 좀 더 기뻐하거라, 키릴.”

“아, 아…! 흑, 네, 네, 좋아요, 폐하, 으응! 응!”

“그래, 헉, 신이 보여 주지 않았느냐. 어서, 내 씨를 품고 임신하라고!”

“빨리, 빨리……!”

“그래, 헉, 여기에 그득 뿌려 주마! 임신하거라, 키릴!”

찰박찰박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이어지고 곧 집무실 책상이 덜컹거릴 만큼 격렬한 정사가 이어졌다.

교성 섞인 흐느낌과 헐떡거리는 숨소리, 온갖 체액으로 엉망이 된 살가죽이 마찰하는 음란한 소리와 후끈한 열기가 집무실을 가득 채웠다.

한 시간 뒤.

집무실 문이 열리고 키릴 혼자 밖으로 나왔다.

흐트러짐 없이 단정한 차림새였으나 안은 그러지 못했다.

아직도 곤두서 있는 유두가 쓰라렸다. 움직이면 옷에 닿아 야릇한 통증이 퍼졌다. 조금 전까지 잔뜩 혹사당한 아래 구멍은 미약한 자극에도 움찔하며 장난감을 꽉 조였다. 오물거리는 내벽을 따라 장난감이 움직였다. 그때마다 엉덩이 사이로 꾸덕꾸덕한 정액이 흘러나왔다. 키릴의 입에서 야릇한 한숨을 흘러나왔다. 그는 밖인 것을 깨닫고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가슴팍은 여전히 빠르게 오르내렸다.

황제와의 정사로 잔뜩 달궈진 몸은 정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감각에도 흥분했다. 황제가 다시 집어넣은 장난감의 존재도 흥분을 부채질하는 원흉 중 하나였다.

아랫배가 꽉 조이고 겨우 쉬고 있던 성기가 다시 힘을 받고 꿈틀거렸다.

이러다 걷다가 사정하거나 바닥에 부끄러운 것을 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긴장감에 몸을 굳는 것이 느껴졌다. 최대한 새지 않게 버텨보려 아래에 힘을 줬지만 허벅지는 계속 젖었다.

그래도 집무실에 갈 때보단 참을 만했다. 그때 키릴은 기도실에서 나오기 전 직접 성기를 끈으로 묶었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 걸으면서 정액을 흘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마 약 기운이 많이 가신 덕이겠지.’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키릴은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게 주의했다.

붉어진 얼굴, 윤습한 눈동자가 시선을 끌었으나 원체 맑고 고아한 외모라 평소보다 나른해 보인다고 여겼을 뿐, 정욕에 들뜬 것이라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신관님?”

그때 누군가 키릴을 붙잡았다. 키릴과 비슷한 키에 화려하게 생긴 남자가 활짝 웃고 있었다.

갈색 머리에 연두색 눈동자. 웃는 상의 얼굴이 왠지 낯이 익었다. 아마도 성내를 오가며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듯하였다.

남자는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며 성큼 다가왔다. 키릴은 움찔 몸을 굳혔다. 옷 정리는 열심히 했지만, 아직 몸 안에 황제의 흔적이 가득했다. 혹시나 냄새가 나면 어쩌나 싶었다.

“혹시 임시 기도실에 들려도 될는지요? 주신께 감사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

그 임시 기도실에서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린 키릴이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내렸다.

“폐하께서 사용하시는 곳이라, 괜찮을지는 따로 여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음, 아뇨. 그렇다면 괜찮습니다.”

황제를 언급하자 남자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한발 물러섰다.

“폐하의 중요한 시간을 방해할지도 모르니 기도실엔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쉽군요. 그럼 이만.”

남자가 인사를 남기고 금세 멀어졌다. 키릴은 안도했지만 그새 흠뻑 젖어버린 하의 탓에 난감했다. 오늘따라 유독 많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그만큼 많이 싸긴 했지.’

키릴은 조금 전 황제가 자궁 안에 사정할 때마다 임신하라고 외치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빨리, 빨리…….’

키릴 역시 기도했다.

이 이상 험한 일을 겪지 않도록, 빨리 임신하기를 말이다.

그리고 그의 신이 기도를 들어주었다.

정확히 일주일 뒤. 황제가 키릴의 가슴을 움켜쥐자 유두 구멍에서 투명한 물이 튀었다.

용의 자궁을 심은 뒤 8개월 만에 키릴은 황제의 아이를 가졌다.

첫 임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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