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8화 (59/72)

8.

키릴이 두 번째로 낳은 아이가 드디어 알을 깨고 나왔다. 아이는 금발이었다. 선황과 성기사 모두 금발이었기에 누구의 아이인지는 알 수 없었다.

키릴은 처음으로 제가 낳은 아이를 품에 안아 보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막 태어난 아이치고는 상당히 컸고 이도 빼곡하게 났지만, 그래도 작았다. 아이에게서 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냄새가 이상하게 가슴을 울렁이게 했다.

제대로 된 부성 같은 건 못 느낄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안아 보니 이 작고 약한 존재가 애틋하게 느껴졌다. 제 품에 안기자마자 가슴에 얼굴을 비비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려 했을 만큼.

하지만 아이가 제법 커서 이로 물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일리야가 막아섰다.

‘자기도 매일 깨물면서…….’

아기는 천천히 자랐고, 시간이 지날수록 키릴을 닮았다. 대신관의 태를 빌어 태어났기 때문인지 아이는 황태자처럼 날 때부터 신성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가진 힘은 신의 계시로 태어난 황태자보다 더 강했기에 키릴이 의아하게 여길 정도였다.

선천적으로 신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매우 귀했기에 신전에선 발견 즉시 교단으로 데려오기 위해 애썼다. 키릴의 아이 또한 그런 경우로 포장하여 교단에 사제로 등록했다.

그대로 교단 내의 특별한 보육 시설로 들어갈 뻔했지만, 일리야가 키릴 대신 교단에 요청하여 잠시나마 아이를 맡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요람이 열린다면 좋을 텐데.’

신의 힘이 깃든 장소인 그곳은 원래 선천적으로 신력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곳이었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모태 사제의 수가 줄어들어 신의 의지로 폐쇄되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평온한 곳이었기에 키릴은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키릴은 어색하게 아이를 안고 속삭였다.

“네 이름은 성하께서 직접 내리실 거란다.”

드물게 나타난 신의 축복을 받은 아기의 등장에 신전의 모든 이가 아이에게 관심을 보였다. 적어도 교단에서 아이의 존재는 제국의 황태자만큼이나 특별했다. 오죽하면 교황이 직접 아이의 이름을 내리고 장래 수행 사제로 곁에 둘 것이라 미리 일러 두었을까.

이렇게 품에 안고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날이 길지 않았다. 작은 손으로 제 가슴을 꾹꾹 누르는 아기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대며 키릴은 아이의 모든 날에 축복이 깃들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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