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6화 (67/72)

2.

휴식을 마친 키릴은 소성전에서 홀로 기도를 드렸다.

계시를 무사히 마친 후 주신께 정식으로 보고할 겸, 수인의 영지에 두고 온 아이들과 형제들을 도왔던 마을 수인들의 안녕을 빌기 위해서였다.

“읏…….”

기도를 드리던 키릴이 미간을 찡그렸다. 뒤가 축축하게 젖고 있었다. 꾸덕꾸덕한 정액이 살갗을 타고 흘러내리는 느낌만으로 아랫배가 아릿하게 쑤셨다. 종족이 다른 두 수컷이 아침부터 얼마나 싸지른 건지 씨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축축하게 젖은 구멍이 빈 것을 참지 못하고 또다시 타인의 생식기를 물고 싶어 욱신거렸다. 어서 아랫구멍으로 씹고 빨고 싶었다.

“……하소서.”

성기가 단단해지는 것을 느끼며 키릴은 눈을 내리깔았다. 발기하자마자 슬그머니 싸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을 보니 곧 사정할 것 같았다. 어차피 참지 못할 거라면 빨리 파정하는 편이 좋았다. 애써 참다 싸게 되면 그만큼 쾌감이 배가 되어 반응이 커져 부끄러웠다.

처음엔 기도 중에 이러는 것이 너무 부끄럽고 죄스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는데 이젠 이런 몸이라도 기도드릴 수 있어 감사했다. 신이 만약 제 행태에 노하셨다면 이미 진즉 신력을 앗아갔을 텐데 그는 여전히 대신관이었고, 얼마 뒤 추기경 서임을 받을 예정이었다.

키릴은 신상을 올려다보았다.

‘이런 저라도 당신께 쓰임이 있을 테지요?’

키릴은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대신관의 법복을 두른 몸 안엔 짐승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달이 지나 부풀기 시작한 배와 젖물이 가득 차 부푼 가슴이 보였다.

짐승의 아이를 낳으면, 가슴은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배가 꺼진 뒤에도 가슴에서 젖물이 흐르고 유두 구멍에 민망한 장식을 달고 살아야 할 것이다.

인공 자궁을 처음 품었을 때와 같았다. 평생 안고 가야 할 변화였다.

그 모두가 신의 뜻을 따른 결과로 얻은 흔적이었다. 키릴은 기꺼이 제 몸의 변화를 받아들기로 하며 신상 아래에서 미소 지었다.

*

기도드리는 키릴을 뒤에서 지켜보던 일리야 역시 신상 올려다보았다.

신은 평등하지 않았다. 그런 것을 베푸는 존재가 아니었다.

신은 저를 모시는 이들에게도 평등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제 종이 되길 청하는 이들 모두에게 신력을 내렸어야 했다. 신력을 담는 그릇의 크기는 각자 재량에 달렸으나 신력을 품는 것 자체는 모든 생명이 가능했다.

하지만 신은 그중 일부만을 ‘간택’했다. 그릇이 조금이라도 모자라거나 신앙이 부족하거나, 또는 둘 다 괜찮은데도 무언가 부족하다 싶으면 축복을 내리지 않았다. 인간은 그 기준을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를 구원한 것은 신이 아니었다.

제 신이 하지 않는 일을 대신하여 평등하게 모든 것을 베풀고자 했던 사제가 그를 발견하여 품지 않았다면, 그는 그 어두운 골목에서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일리야에게 신앙이 있다면 그 대상은 주신이 아니었다. 그에게 주신은 두 번째였다. 주신의 은혜를 받길 간절히 빌었지만, 그래도 맹목적으로 주신을 추종하는 다른 이들에 비하면 턱없이 믿음이 부족했다.

그런데도 신은 일리야를 제 기사로 간택했다. 그릇은 튼튼해도 주신을 향한 신앙은 한없이 부족한데도 기꺼이 은혜를 내렸다.

처음엔 운이 좋다고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주신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는 주신의 검이었다.

키릴처럼 주신을 대신하여 지상을 살피는 자가 아니었다.

일리야의 첫 번째가 키릴이었고, 제 모든 걸 바칠 수 있을 만큼 그를 경애했기에 신이 외려 그를 간택했다. 운명처럼 일리야는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제 사제 곁에 섰다. 그리하여 언제든 제 신명에 도전하는 것들의 처리를 그에게 맡겼다.

일리야가 처음 그것을 느낀 건 선황제 때였다.

선황제는 제 건강을 위해서라면 국교마저 갈아치우려 들 인간이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성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시도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교단의 권위에 흠집이 날 터였다.

신은 그래서 계시를 내렸다. 총애하는 제 어린 사제에게 제국 황실의 핏줄을 품도록 해, 배 속에서부터 강제로 축복을 내렸다. 이제 제국은 황실을 갈아치우지 않는 한 국교를 바꿀 일이 없었다. 오히려 전보다 교단과 가까워질 터였다.

만약 선황이 제 욕심을 위해 키릴을 내돌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일리야가 우연히 그들의 비밀을 알게 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욕심만 부리지 않았다면 어쩌면 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반쯤 죽었다 겨우 목숨만 건졌음에도 불구하고 선황은 키릴을 곁에 두는 동안 빠르게 회복하지 않았던가.

때문에 일리야는 주신이 선황제를 치우는 데 자신을 이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용당한 것이라 한들 상관없었다. 덕분에 진드기 같은 선황을 키릴에게서 떼어낼 수 있었으니까.

일리야는 저와 키릴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신관의 몸을 빌려 태어난 성기사의 씨는 역대급으로 강한 신력을 품을 수 있는 그릇이었다. 그 어느 교단도 그처럼 강한 신력을 가진 우두머리는 없었다.

키릴은 부끄럽다며 제 신에게 참회하려 했지만, 일리야는 그럴 필요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 또한 신이 바라는 바였으므로.

부덕함이란 것은 인간의 기준이지 신에겐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제 성지에 틈이 생기긴커녕 그 어느 때보다 번영하고 있는 것을.

신은 절대 키릴을 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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