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두 아들의 행방
‘로건, 더스틴….’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아도 놈들의 몸에 아들들이 입었던 옷가지 비슷한 게 걸려있는 게 보였다. 두 아들이 벌써 잡아먹혔다고 생각하니, 순식간에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남아 있던 한 줌의 의욕이 빨려 나가는 기분이었다. 니콜라스는 잔뜩 더러워진 안경을 쓴 채 어둠 속을 주시하고 있었고, 공포로 마비된 사고는 눈앞의 존재들을 바로 보는 것을 방해했다.
코딜리언 둘이 어둠 속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열린 현관에서 흘러들어오던 어두침침한 빛이 두 존재의 얼굴을 비췄다. 놈들은 TV에서 보았던 것과 달리, 인간에 비해 길쭉한 주둥이도 없었고 날카로운 이빨도 없었다.
오히려 사람에 한참 가까운 모습이었다. 옅은 금빛이 도는 곱슬머리와 진한 머리칼을 가진 두 개체. 물론 목 부근과 뺨 근처에 사람의 것이 아닌 비늘이 돋아나 있었으므로, 인간이라고 볼 수 없었다. 두 개체 중 한 놈이 입을 벌리고 쉭쉭, 하는 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건네왔다. 그러자 모든 상황이 조금 더 명확해졌다.
“아… 아버지….”
갈라진 목소리로 내뱉은 말은 니콜라스도 알아들을 수 있는 인간의 언어였다. 알아듣고 싶지 않아도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로 선명히 흘러들어왔다.
“얘… 얘들아…? 너, 너희들이니?”
니콜라스는 말을 더듬었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진 못했지만 뒷걸음질 치던 것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괴물들을 바라보았다. 반인반수들은 온전히 코딜리언이라기에는 사람을 많이 닮은 데다 아들들의 옷을 걸치고 있었다.
“아버지는… 괜찮으세요?”
더벅머리의 청년은 그나마 사람처럼 보이는 제 형보다 훨씬 더 심각한 모양새였다. 조심스럽게 니콜라스에게 손을 뻗는 그의 팔뚝에는 푸르스름한 비늘이 잘게 돋아나 있었고 손톱도 날카로웠다. 바로 옆 다른 개체에 비해 쉭쉭거리는 소리가 훨씬 심했으나, 니콜라스는 그 특유의 말투를 듣고 바로 알아차렸다. 더스틴이었다.
“더스틴….”
다행인지 불행인지 도저히 판단할 수 없었다. 두 아들이 살아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들이 인간의 형태를 잃고 있다는 점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더스틴이 손을 뻗자 니콜라스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상체를 뒤로 뺐다. 그 손에 닿아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 탓이었다.
그러나 곧 본인의 행동을 자각하고 속으로 자괴감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외모가 흉측하게, 인간답지 못하게 변했어도 아들이라는 사실은 여전했다. 심신의 충격을 받은 건 로건과 더스틴도 마찬가지일 텐데, 이런 식으로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간 아이들이 얼마나 마음 상할지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얘들아…. 무사한 거지? 제발… 제발 괜찮다고 말해줬으면 좋겠구나….”
니콜라스는 아이들 앞에서 울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런데도 자꾸만 코끝이 따끔거리면서 찡해졌다.
아이들이 괴물이 되어버렸다.
그들이 언제든 흉포하게 변하여 목을 물어뜯을 수도 있으니, 당장에라도 아이들의 의식이 남아 있을 때 도망가야 할까? 지금 아이들에게 떨면서 다가가고 있는 이 행동이 운 좋게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차버리는 거면 어떡할까.
불쌍한 중년 남성은 잘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최대한 열심히 굴리며 상황을 타개하려 들었다.
“저흰, 괜찮아요. 우선은.”
더스틴이 쉭쉭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어둠에 눈이 적응하자 아이들의 표정이 한층 더 잘 보였다. 더스틴은 평소대로 아무런 표정이 없는 무덤덤한 얼굴이었으나, 로건은 니콜라스와 마찬가지로 겁먹고 두려움에 빠진 얼굴이었다. 아들의 그런 얼굴을 보니 니콜라스의 마음이 더 약해졌다. 할 수 있는 게 있든 없든 간에, 같이 방법을 찾아 주는 게 부모 된 도리였다.
‘긍정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멀쩡한 나라도 정신을 차려야….’
고작 작업장에서 돌이나 깨던 니콜라스가 아수라장이 된 세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니콜라스는 뭐라도 해야 한다고,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건 괴물이 되지 않은 자신뿐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서웠다. 인간을 한 번에 찢어발길 수 있는 존재들을 눈앞에 두고 겁을 먹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이제 아들들은 포식자였다.
니콜라스가 좀처럼 다가오지 못하고 얼어있자 더스틴이 팔을 뻗어 아버지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가히 인간을 초월한 힘이었다. 손톱이 길게 자란 손은 보통 성인 남성보다도 더 크고 투박했으며, 거칠거칠한 비늘이 느껴졌다.
더스틴은 지체하지 않고 니콜라스를 잡아끌었다. 그러자 니콜라스가 힘없이 끌려왔다. 이제 정말 가까운 거리에서 아버지를 마주 보고 서 있을 수 있게 된 반인반수는 날카로운 눈동자를 굴려 상대를 뜯어보았다.
아버지의 몸에서는 물비린내가 났다. 희미하게 진흙 냄새 비슷한 것도 풍겨 올라오고 있었다. 인간보다 후각이 더욱 예민해진 더스틴은 그 물 냄새 아래에 깔린 유혹적인 향을 놓치지 않았다. 로건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두 형제 모두 아직 인간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본인들이 느낀 바를 말하길 꺼리는 상태였다.
니콜라스는 불안한 눈빛으로 아들을 올려다보았다. 더스틴에게 붙잡힌 손을 빼 보려고 손목을 비틀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반인반수에게 붙잡힌 인간 남성은 무력해 보였다. 두려움이 깃든 녹색 눈동자는 내면에서 몰아치는 혼란스러움을 고스란히 내비쳤다.
가까이서 보니 변해버린 아들의 얼굴이 눈에 더 잘 들어왔다. 둘 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히 빛을 발하는 노란 눈으로 니콜라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친애하는 아버지를 걱정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먹이를 사냥하려는 포식자의 눈이었다.
“더, 더스틴….”
로건이 쉭쉭거리며 말했다. 그는 아버지의 몸에서 풍겨 올라오는 아찔한 냄새 때문에 자꾸만 사고가 마비되어 큰일이라며 속으로 스스로 다그치고 있었다. 지금 니콜라스를 보면서 드는 이 충동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았다. 저질러서는 안 된다고, 그는 아버지이며 비록 몸이 이렇게 변했을지라도 취해서는 안 된다고 속으로 주문을 외우듯 되새겼다.
로건은 계속 이렇게 아버지를 마주한 채로 말없이 서 있는 것보다, 서로 진정할 수 있게 니콜라스를 방으로 보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를 침실에 두고 이 지독히 유혹적인 냄새만이라도 피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이성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옆에서 더스틴이 쉭쉭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형, 나는….”
참을 수가 없어. 더스틴은 말을 잇는 대신 손을 뻗어 니콜라스의 멱살을 잡아챘다. 작업복의 단추가 뜯겨 나가면서 연약한 인간의 몸이 쉽게 들렸다. 니콜라스는 결코 호리호리한 체형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평생 곡괭이질을 하면서 다져진 그의 근육은 꽤 단단했다. 게다가 키도 컸다. 작업장에 있는 사람들을 일렬로 세우면 그중에서 튀어 보일 만큼의 키는 되었다. 괴물이 된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육중한 몸을 작은 탁상 소품을 집어 올리는 것만큼이나 손쉽게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아들에게 손목이 잡혔을 때 니콜라스는 비로소 깨달았다. 아들들은 단지 비늘만 돋아난 게 아니었다. 둘 다 몸집도 전보다 더 커지고 훨씬 억세고 우악스러워져,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아버지를 닮아 몸이 좋은 더스틴이 가까이 끌어당겼을 때, 니콜라스는 아들의 덩치가 더 커졌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었다. 하지만 로건을 보니 명확해졌다. 동생보다 키가 작고 제법 마른 몸이었던 로건은 덩치가 커진 것도 모자라 근육이 붙어 다부진 느낌으로 변해 있었다. 둘의 체격과 자세가 알던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났기 때문에 처음 들어선 순간 그 괴물들이 아들들임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니콜라스는 아들에게 멱살이 잡힌 채 버둥거렸다. 그의 발버둥이 무의미하게 보일 만큼 인간과 괴물의 힘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커헉…! 더, 더스틴…! 놔…!”
낡은 작업복은 체중을 버티지 못하고 뜯어지는 중이었다. 더스틴은 옷이 망가질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날카로운 손톱으로 아예 옷감을 찢어버렸다. 작업복이 찢기는 소리가 적막한 공간에서 유난히 크게 울렸다. 작업복이 한 번에 떨어져 나가면서 아버지의 희고 탐스러운 흉근이 드러났다. 매끈한 그의 가슴은 양옆으로 적당히 벌어져, 보기만 해도 두툼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모양새였다.
“윽!”
가슴팍을 손톱으로 베인 니콜라스가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다. 가슴 위로 손톱자국이 선명한 가운데, 길게 베인 상처를 따라 방울방울 피가 맺히고 있었다. 뒤늦게 베인 곳이 화끈거리는 통에 니콜라스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술을 잘근댔다. 고통을 느낀 순간, 얼어있던 사고가 급격히 폭발했다.
‘더스틴이, 나를 공격했어.’
아들이 이성을 잡고 있을 거라 기대한 것과는 달리, 더스틴은 흉포하게 굴었다. 머릿속에서 경고등이 땡땡 울렸다. 아들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도망갔어야 하는 게 옳았다며 니콜라스는 속으로 후회했다.
딱히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로건도 실망스럽고 무섭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동생의 이런 야만적인 행위를 말리지는 못할망정, 멀뚱거리며 보고만 있었다.
힘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붙잡고 옷을 벗겨낸 더스틴은 아버지의 쇄골에 얼굴을 처박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인간 특유의 살 내음과 함께 기분 좋고 중독적인 체취가 올라왔다. 도덕관념을 가진 인간이 아닌 코딜리언으로서 사고하게 만드는 향이었다.
아직은 사람의 형태와 거의 유사한 이목구비를 가진 코딜리언 청년이 입을 벌렸다. 그러자 인간의 치아보다 더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났다. 더스틴은 이로 베어 물듯 니콜라스의 목을 깨물었다.
니콜라스는 괴물이 된 아들에게 영락없이 사냥당할 거라며 눈을 질끈 감았다. TV에서 본 살해당한 앵커의 모습이 떠올랐다. 곧, 동맥이 끊기면서 피가 낭자하게 되고 아들 둘이 사이좋게 몸을 나눠 먹는다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져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읏…!”
중년 남성의 입에서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건 말건, 더스틴은 깨물어서 자국이 남은 곳을 정성스럽게 핥았다. 날름거리며 젖은 살 표면 위를 훑던 혓바닥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 손톱자국을 낸 가슴팍 위로 향했다.
긁힌 곳에 더운 혓바닥이 닿자 니콜라스는 반사적으로 몸서리를 쳤다. 아직도 더스틴에게 손목이 붙잡힌 상태였다. 그에게 손목을 막 잡혔을 때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알아차리지 못했었는데, 아들은 손바닥보다 혓바닥이 더 뜨거웠다. 그의 신체 내부는 인간의 체온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손을 비롯한 말단은 비교적 미적지근했다. 아들이 더는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갑작스러운 더스틴의 행위에 놀란 니콜라스가 아무런 반항도, 훈계하는 말도 못 하고 있자 아들의 행위는 더 대담해져 갔다. 더스틴은 마치 젖을 빨듯, 아버지의 유두를 한입에 넣고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추위로 인해 뻣뻣하게 도드라져 있던 그의 돌기를 장난치듯 혓바닥으로 꾹꾹 누르는 등, 아들은 아버지를 맛보는 데 여념 없었다.
“더… 더스틴?”
아들을 부르는 니콜라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아직 친애하는 아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제아무리 더스틴이 입을 한껏 벌린 채 살을 빨아들인다 해도, 날카로운 이빨이 피부에 닿아 따끔거리는 감각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다. 니콜라스는 언제 더스틴의 이빨이 심장을 파고들지 몰라 완전히 겁에 질린 채 바짝 긴장했다.
“더스틴, 아빠 말 좀 들어봐, 제발….”
아들이 살을 핥기만 하고 깨물지 않자 니콜라스는 작은 희망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당장에라도 살을 베어 물고 싶다는 욕망과 그래선 안 된다는 이성이 격렬히 맞붙은 나머지, 더스틴은 살을 핥고 빨아들이는 것으로 합의를 본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혹여라도 아들이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정신을 차릴까 싶어 그의 이름을 부르는 니콜라스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얌전히 있어요.”
크르륵거리는 소리가 섞인 더스틴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신경질적이었다. 아버지의 손목을 붙잡은 억센 손아귀에 힘이 더 단단히 들어갔다. 더스틴이 손목을 부러뜨리기라도 할 것처럼 세게 그러쥐자 니콜라스는 아들에게 말 거는 것을 포기하고 얼굴을 구기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매끈한 가슴팍 위를 날름거리며 빨아대는 혓바닥이 간지럽게 느껴졌다. 살 위를 훑는 혓바닥과 숨결을 견디지 못한 니콜라스가 조금만 몸을 움직이려 들어도 더스틴이 즉각적으로 경고하듯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니콜라스는 아들에게 꼼짝없이 붙잡혀 이빨이 피부를 눌러올 때마다 작게 신음을 흘렸다. 절대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흐, 윽….”
깨문 곳과 할퀸 곳을 번갈아 가며 핥던 더스틴이 입을 뗐다. 파충류 특유의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나면서 좁아진 동공으로 상대를 포착했다. 더는 충동을 참기 힘들었다. 더스틴은 니콜라스를 집어 던지듯 바닥에 거세게 떠밀었다.
“윽!”
근력이 충만한 코딜리언이 떠밀자 니콜라스는 힘없이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묵직한 근육 덩어리의 몸이 축축하게 젖은 지저분한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이미 정신과 몸은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쉬지 않고 몇 시간을 달려온 데다 괴물이 된 아들들을 마주한 니콜라스는 지친 지 오래였다.
“흐으… 하….”
상반신을 일으켜 바닥을 짚은 니콜라스가 엉금엉금 앞으로 기었다. 반쯤 헐벗겨진 데다 손바닥에 지저분한 흙이 잔뜩 묻어났지만 아무렴 좋았다. 니콜라스는 아들이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몸을 핥아대다 집어 던진 것을 자신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성이 남아 있을 때 도망가라는 뜻임이 분명했다.
아들들에 대한 측은지심과 부성애는 두려움 앞에서 빛을 잃고 퇴색되었다. 니콜라스는 심하게 떨면서 괴물들에게 패배자처럼 등을 보였다.
짐승을 만났을 때 가장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질러버린 것이다. 포복하고 등을 보이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두 포식자가 여전히 인간의 범주에 속한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더스틴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둠 속에서도 희고 잡티 없는 살결이나, 둥그스름한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납작 엎드려 기어가듯 몸을 들썩이는 꼴은 유혹적인 몸짓처럼 보였다.
니콜라스를 바닥에 떠민 것은 그를 풀어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아버지를 탐하겠다는 신호였다. 몸을 낮춘 더스틴은 아버지 위에 올라타 제압하듯 한 손으로 그의 뒷목을 움켜쥐고 움직이지 못하게 잡아 눌렀다.
“크윽…!”
괴물이 목을 붙잡고 바닥에 처박듯 잡아 누르자 머리를 타고 지잉거리며 충격이 올라왔다. 어두컴컴한 바닥이 번뜩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니콜라스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몸을 버둥댔다. 사냥당한 먹잇감 같은 그의 반응은 아들의 본능을 더욱 자극했다.
꿈틀거리는 아버지의 몸이 손아귀와 허벅다리 사이로 느껴졌다. 잘 짜인 등 근육을 쉬지 않고 움직이며, 니콜라스는 구속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더스틴은 니콜라스의 목덜미를 거칠게 물어뜯으며 그의 엉덩이를 세게 움켜쥐었다.
손에 한가득 들어차는 서늘한 둔부의 느낌이 기분 좋았다. 푹 젖은 옷가지를 오래 걸치고 있어 피부 표면만 서늘하게 변했을 뿐, 금방 뜨끈한 체온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이제는 더스틴에게 과거형이 되어버린 체질이었다. 정온 동물이 주는 열감을 느낀 더스틴은 느리게 뛰던 심장이 조금은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입안이 바짝 말라왔다.
니콜라스는 온몸에서 음탕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펄떡이며 버둥대는 젖은 몸은 그가 확실히 살아 있는 존재임을 알게끔 했다. 모든 것이 정복욕을 자극해서, 감히 범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아버지의 생체 반응은 코딜리언으로 변해버린 더스틴에게 구애의 몸짓으로 읽혔다. 더스틴의 우악스러운 손이 엉덩이를 잡아 벌리고 한 번도 침입을 허락한 적 없는 구멍을 범할 준비를 했다.
“아버지….”
더스틴이 갈라진 목소리로 니콜라스를 불렀다. 그러자 버둥거리던 몸짓이 한순간에 멈췄다. 니콜라스는 고장 난 기계처럼 덜덜거리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미안해요.”
더스틴은 마지막 이성을 쥐어짜 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을 남겼다. 이미 배 한가운데를 가르고 나온 성기는 흉흉하게 고개를 세운 채 체액으로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 흉물스러운 것은 보는 이에게 정말 미안한 게 맞나 싶은 생각을 들게 할 만큼 큼지막했다. 게다가 몸 안에 파묻혀 있다가 막 밖으로 빠져나와 뜨겁기까지 했다. 완벽한 언행 불일치였다.
“싫어! 하, 하지 마, 더스틴! 어떻게 네가…!”
묵직한 것이 니콜라스의 엉덩이골에 닿았다. 그제야 아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건지 파악한 니콜라스는 직전보다 더 거세게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인간의 것보다 더 길고, 시뻘건 빛을 띤 성기는 표면이 우툴두툴했다. 성기 표면에 가시가 돋친 여타 코딜리언들과는 다르게, 오로지 인간에서 변이한 개체에만 나타나는 특성이었다.
체액으로 듬뿍 젖어 미끈거리는 것을 아버지의 엉덩이골에 대고 문지르는 아들은 성욕에 흠뻑 젖어버린 얼굴이었다. 구멍이 벌어지면서 성기 끝머리가 밀고 들어오는 것을 느낀 니콜라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낮에 뉴스에서 끔찍한 장면을 봤을 때보다 더 심하게 헛구역질을 하며 코딜리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마구잡이로 발버둥 쳤다.
그런데도 더스틴은 꿈쩍도 하지 않고 허리를 움직여 더 깊은 곳으로 몸을 비집어 넣었다. 성기에서 자체적으로 체액이 분비된다고는 하나, 무언가를 받아들인 적이 한 번도 없는 곳이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뻑뻑했다.
“악…! 더스, 더스틴! 미친, 으, 하악…!”
니콜라스가 급박한 목소리로 아들을 불러보았으나 소용없었다. 더스틴은 쥐어짜듯 손으로 니콜라스의 양 가슴을 그러쥐고 그의 몸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몸이 더스틴 쪽으로 확 끌려 내려가면서 단박에 뿌리 끝까지 성기가 쑤셔 박혀 들어왔다. 니콜라스는 벌벌 떨며 고개를 젖히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크하윽…!”
튼실한 가슴 근육 한 움큼이 비늘 덮인 손안에 꽉 들어차니, 만지는 감촉이 뛰어났다. 만일 더스틴이 지금 아버지를 범하고 있다는 자각이 없었다면, 마구잡이로 주물러댈 만큼 훌륭한 촉감이었다. 맞닿아 있는 아버지의 모든 신체 부위는 딱딱한 축에 속했지만, 가슴과 엉덩이만큼은 탱탱하고 탄력이 있어 만지는 재미가 있었다.
평소 허름하고 헐렁거리는 긴 작업복을 걸치고 있어 몸매를 드러낼 기회가 없었으나, 니콜라스의 몸은 나이에 빛바래지 않고 탄탄했다. 게다가 오직 실내에서만 땀 흘리며 일했기 때문에 피부는 그을림 없이 깨끗했다. 탐하고 더럽히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그의 몸을 괴물이 된 아들이 가만둘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
아버지의 몸 안에 완전히 자리 잡은 더스틴이 더운 숨을 뱉어냈다. 아직 내부의 장기를 비롯해 상당 부분은 인간의 형질을 띠고 있었고, 대사도 인간에 가까웠다. 특히 성기가 그랬다. 비록 인간처럼 겉으로 성기가 드러난 모양새는 아니었으나, 배 안에서 쏟아져 나온 것의 모양은 인간의 것이었다. 다만 울룩불룩한 성기 표면이 사정없이 뜨거운 내벽을 자극해댄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었다.
“미안해요… 움직이면 다쳐요, 얌전히 있어요.”
더스틴은 거듭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박은 것을 쉽게 빼주지 않았다. 아버지의 내부는 아주 흡족스러웠다. 등판에서 송골송골 배어 나오는 땀에 포함된 체취가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빨리 그를 더 격렬히 범해서 이 체취를 가득 들이켜고 내부에 정액을 쏟아내길 원했다.
아버지가 자신의 알을 갖게끔 하고 싶었다.
수시로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코딜리언의 찢어진 세로 동공은 니콜라스를 암컷으로 인식했다. 그가 침공 선언이 있기 전까지 길러준 아버지였다는 사실은 중요치 않았다. 지금은 오로지 아버지가 번식기에 뿜어낼 법한 페로몬을 흘려대는 몸뚱이를 가졌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가슴을 움켜쥔 더스틴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건, 그가 흥분을 감추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니콜라스가 오한이 든 사람처럼 벌벌 떨면서 지금 벌어진 일에 대한 충격을 삭이고 있는 탓이었다. 배 속에 들어와 있던 뜨거운 성기가 주르륵 뽑혀 나가는 감각이 선명했다. 안에서 체온으로 익은 것이 뜨뜻한 체액을 흘리며 내벽을 긁어댔다.
‘말도, 말도 안 돼.’
지금 일어나는 일을 포함해, 오늘 겪은 일 중 말이 되는 일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니콜라스는 차라리 이 모든 게 아주 지독한 악몽이고, 눈을 뜨면 낡은 침대 위에서 신경을 긁는 자명종 소리가 들리길 간절히 원했다. 그의 벌게진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지금 당하고 있는 이 폭력이 납득가지 않았다. 폭력을 행사하는 대상이 아들이란 건 더더욱 비참했다. 거세게 주무르는 손길이 아파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수그리거나 틀어댈 때마다 아들의 비늘 돋은 푸르스름한 손이 보였다. 가슴을 쥐어뜯을 듯 주물러오는 손길은 극악무도한 괴물의 것처럼 느껴졌다.
“흐… 흐윽…. 아…! 아아…!”
더스틴이 니콜라스의 등 뒤로 몸을 단단히 밀착해왔다. 마치 짐승끼리 교접하는 것처럼, 몸통으로 상대를 내리누르면서 무게를 실어 추삽질을 해댔다. 꽉 맞물렸던 곳에 한 번, 두 번, 거대한 살덩이가 푹푹 들이박히자 구멍이 차츰 흐물흐물해져 갔다.
이것이 불합리하다는 생각, 믿을 수 없는 악몽 같은 현실이라는 생각은 전부 강압적으로 몸을 열고 들어오는 괴물의 것에 의해 무너져 내렸다.
“아으으! 으, 흐앗!”
뜨거운 눈물이 니콜라스의 뺨을 적셨다. 박힐 때마다 몸이 크게 앞뒤로 흔들렸다. 시뻘건 살덩이가 벌어진 흰 엉덩이 사이로 퍽, 소리를 내며 쑤셔박히면 살집있는 그의 근육이 매질이라도 당한 것처럼 출렁댔다. 덜렁거리며 간신히 코끝에 매달려 있던 안경은 몸의 격한 흔들림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 어딘가로 내팽개쳐졌다.
평소 살갑진 않아도 아버지, 하고 불러오던 아들이 하는 짓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거칠었다. 찔걱거리며 체액이 비벼지는 소리가 좁은 집 안에 가득 울리고, 철썩거리며 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흐아…! 아, 흐윽….”
“하아… 하….”
셋 중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니콜라스는 흐느꼈고 더스틴은 씨근덕거리는 숨을 내뱉기 바빴으며, 로건은 오로지 그 사태를 관망했다.
정확히는 동생에게 무참히 범해지는 아버지를 보면서 들끓는 성욕에 죄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 둘이 교접하면서 내는 소리나 체취가 몸을 동하게 했다. 성기 부근이 아플 만큼 발기한 것을 가리고 싶었다. 그러나 손으로 다 가릴 수 없을 만큼 부푼 성기는 물을 뚝뚝 흘리며 움찔댈 뿐이었다.
로건은 마음속 충동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거라 생각했다. 애석하게도 이 좁은 집구석에 도망칠 곳은 없었다. 결국 그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발걸음을 옮겨, 마구잡이로 아버지에게 추삽질하는 동생의 앞으로 다가갔다.
니콜라스가 흐느끼며 더스틴에게 박힐 때마다 몸을 움찔거리며 앓는 듯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는 가계를 책임지는 늠름한 가장에서, 힘없이 범해지는 야릇한 분위기의 중년 남성이 된 지 오래였다.
로건은 떨면서도 행동을 멈추지 못했다. 동생에 비하면 아직 인간다운 손을 뻗어 아버지의 뺨을 감싸고 고개를 천천히 들게 했다.
범해지는 와중에도 여전히 예전처럼 다정스러운 손길로 대해주는 로건을 보고 니콜라스는 한 줄기 희망을 품었다. 코딜리언에게 대적할 수 있는 건 같은 코딜리언 뿐이었다. 어서 로건이 더스틴을 말려주기를 원했다.
그때, 입술에 무언가 뜨겁고 짭짤한 게 문질러졌다. 로건이 니콜라스에게 성기를 들이대고 빨아달라는 듯 끝부분을 입에 비벼댄 것이다. 첫째 아들이 원하는 바를 읽어낸 니콜라스는 이제 더 절망할 것도 없는데 철저히 추락하는 기분을 맛봤다.
“로건… 제발, 으웁…!”
니콜라스는 고개를 틀어 성기를 들이미는 아들을 피했다. 그의 눈에는 원망스러운 기색이 잔뜩 어려 있었다. 더스틴에게 범해지는 것을 구해주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로건이 잔혹한 풍경을 견디지 못하고 현관 밖으로 뛰쳐나가는 게 나았다. 이런 식으로 둘 모두에게 범해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갈래갈래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새빨갛게 핏발 선 니콜라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미안해요…. 그치만, 어쩔 수가 없어요….”
로건이 쉭쉭거리며 변명했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니콜라스의 앞에 가까이 서니, 정신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로건은 뻣뻣하게 발기한 것을 아버지의 입에 대고 문지르다가 기어이 입안에 억지로 비집어 넣었다. 뜨거운 점막이 성기를 기분 좋게 감싸왔다.
“크, 흐읏…. 후….”
열기 어린 한숨이 첫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로건은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뒤에서 더스틴이 허릿짓을 할 때마다 니콜라스의 몸이 요동치면서 자연스럽게 그 움직임이 로건에게 전해졌다. 굵다란 성기를 입에 한가득 물고 있는 아버지가 불쌍한 만큼 기분이 좋았다. 꼭, 성기가 녹아버릴 것 같다고 생각한 반인반수 청년은 눈을 내리감고 눈앞의 현실을 외면한 채 감각에 취했다.
로건은 더스틴에 비해 변이가 느렸다. 아직 인간적인 모양을 유지한 성기는 배 안으로 말려 들어가 있지도 않았고, 표면에 무언가 돋아나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확연한 파충류의 눈이었다.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역시 천천히 인간의 모습에서 멀어지는 중이었다.
몸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건 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요 며칠 피부가 유난히 간지러웠고, 팔뚝을 벅벅 긁던 손가락에 걸리적거리던 것이 딱지가 아닌 비늘이라는 것을 자각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선명했다.
손톱이 지나치게 단단해지고, 이빨이 날카로워져 입안의 점막이 헐기 시작했으며, 눈은 노랗게 물들어갔다. 동공은 점점 좁아져 이전만큼 색을 예민하게 식별하지 못하게 되었다. 대신 후각과 촉각이 민감해져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정보들을 습득했다. 바로 지금처럼, 유혹적인 냄새를 풀풀 풍기는 아버지라거나.
그 모든 변화를 절망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을 때, 로건은 자신보다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이한 더스틴을 발견했다. 실내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로건과 달리 더스틴은 밖에서 큰 고철이나 기계들을 옮기는 일을 자주 했다. 때로는 고객이 원하면 직접 물건을 가지러 가기도 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 지긋지긋한 비에 노출된 시간이 많다는 의미였다.
변이한 동생을 본 로건은 그가 예술품을 만든다고 방에 들어간 게 전부 핑계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더스틴은 도저히 가족에게 얼굴을 보일 수 없을 정도로 변이가 진행된 상태였다. 목소리는 쉭쉭거리는 저음으로 변해버렸고, 팔과 뺨, 목에 돋은 비늘은 옷으로 감출 수 없을 만큼 도드라져 있었다.
형제는 변해버린 몸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 안에 숨어 조용히 아버지를 기다렸다. 둘 다 은둔한 채로 변해버린 몸과 앞으로 얼마나 더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 암담해하며 아버지를 걱정했다. 도시가 코딜리언의 침공으로 완벽히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진 못 했어도,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몸소 체감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니콜라스가 문을 떠밀며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 둘은 정말로 큰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니콜라스 본인은 알지 못했지만 선명한 녹색이었던 그의 눈도 색이 아주 옅어진 후였다. 노란빛이 섞인 눈으로 변해버린 아버지를 보며 둘은 절망했다. 그라도 무사하길 바랐으나, 니콜라스 역시 괴물로 변해가고 있던 것이었다.
자꾸만 코를 간질거리는 향이 니콜라스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변이가 빨리 진행된 더스틴이 먼저 이성을 잃었고, 로건도 참지 못하고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그들에게 남은 건 본성과 상대방을 함락시키고자 하는 야욕뿐이었다.
“으우…! 하, 윽, 응!”
더스틴은 성기를 짓씹듯 조여오는 아버지의 내부에 감탄했다. 그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처음 좆에 박히는 걸 텐데도 이토록 부드럽게, 흐물거리며 받아들이는 내부는 변이 결과임이 틀림없었다.
“하… 아버지, 아버지….”
더스틴이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며 니콜라스의 등판을 끌어안았다. 인간이 서로의 유대를 확인하는 방식과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그의 몸짓은 수컷 짐승이 암컷을 포박하는 방식에 더 가까웠다.
니콜라스는 아들의 단단한 가슴팍이 등에 닿는 감각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뒤틀었다. 그럴수록 더스틴은 더 집요하게 달라붙어 끝까지 성기를 안에 쑤셔 넣고 아버지의 민감한 부위를 쿡쿡 쑤셔댔다.
“흐윽…!”
거근을 삼켰다 뱉기를 반복한 곳이 통증을 호소했다. 니콜라스의 허여멀건 둔부 사이로 보이는 곳은 한껏 벌어진 채 성기를 집어삼켜 빨갛게 짓물러 있었다.
이렇게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데. 분명히 괴롭기만 해야 하는데.
아들의 좆이 안에 처박힐 때마다 불쾌한 둔통과 작열감 사이로 미묘하게 간질거리는 감각이 고개를 들었다. 그 이상한 감각이 느껴지면 니콜라스는 순간적으로 반항하거나 헛구역질하던 것도 잊고 잠시 몸을 굳혔다. 노련한 사냥꾼이 된 아들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더 깊이 파고들어 왔다.
“크훕…!”
입안에 들어온 로건의 것도 뒤에 박힌 것만큼이나 괴롭긴 마찬가지였다. 무작정 밀고 들어오는 성기를 피해 고개를 빼거나 돌리지 못하고 입을 벌려야만 했다.
아들의 발기한 성기가 얼마나 거대한지 아버지가 알게 되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로건의 성기는 변이로 인해 평범한 인간보다 훨씬 크고 굵어졌다. 한 번 침입을 허용한 순간, 그대로 목구멍까지 밀려 들어온 아들의 것을 담고 있어야만 했다. 성기가 너무도 굵고 큼지막해서 입을 다물어 보려고 시도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우, 흐윽…! 아…!”
두 아들과 이런 변태적인 행위를 하면서도 몸은 점차 통증에 익숙해지고 새로운 감각에 집중하려 들었다. 니콜라스는 이 감각에 벌써 적응해 나가는 몸이 끔찍이도 싫었다.
“흐으으윽…!”
더스틴의 성기가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 주르륵, 질척거리는 투명한 체액으로 뒤덮인 성기는 너무도 쉽게 미끈거리며 내부를 긁어댔다. 내벽부터 입구까지 화끈거리는 감각이 이어졌다. 니콜라스가 정신을 추스를 틈을 주지 않고 곧바로 들이닥친 흉물은 사정없이 육중한 무게로 전립선을 짓누르며 깊은 곳을 단번에 찌르고 들어왔다.
“아흐응…!”
숨이 막혔다. 하지만 니콜라스가 부족한 숨을 들이쉬기도 전에 성기가 안쪽을 급박하게 치고 올라왔다. 날카로운 신음이 칼날처럼 목구멍을 긁고 터져 나왔다.
니콜라스는 코로 숨 쉬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그래서 더욱 숨이 모자랐다. 로건의 것에서 비릿한 살냄새와 함께 생전 처음 맡아보는 독특한 향취가 올라왔다.
후각에 집중하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만한 미약한 냄새였다. 그러나 아들의 성기가 입안을 한가득 휘젓고 혓바닥 위를 문대면서 이리저리 들쑤셔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살덩어리가 입을 꽉 들어 채우고 있으니 입안뿐만 아니라 비강의 점막까지 그 냄새로 꽉 들어찼다.
숨이 모자라서 헐떡일 때마다 자꾸 아들의 체향이 코를 찔렀다. 니콜라스는 마치 체취가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사고회로를 들쑤셔대는 것처럼 반응했다.
인간으로서 살아온 세월이 새로운 변화를 격렬히 거부하는 중이었다. 두 아들이 니콜라스에게서 코딜리언 암컷들이 내뿜는 페로몬을 맡고 반응한 것처럼, 니콜라스 역시 그들에게서 수컷의 페로몬을 맡을 수 있었다. 현재 어느 육체적 성별에 해당하는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단지, 변이한 뒤로 어떤 페로몬을 수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흐으, 훕…! 크흐, 얘, 얘들아, 그만, 제발 그만….”
아버지의 입에 대고 로건이 질퍽하게 사정액을 뿌려댔다. 그의 체액은 인간의 정액보다 더 농후하고 양이 많았으며, 페로몬 덩어리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것을 심지어 삼키기까지 했으니 니콜라스의 몸에서 열이 오르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니콜라스는 울면서 아들들에게 그만해 달라고 애걸했다. 입으로는 인간성을 호소하나, 그의 노란 눈동자는 반쯤 욕정에 물들어 있었다. 여기서 이성을 잃으면 어떻게 될지 두려웠다. 아들들이 몸을 유린하는 것에서 쾌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하아악…! 그, 그만, 으흑…!”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로건과 달리 더스틴은 무자비했다. 어쩌면, 니콜라스가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속에서 고개를 든 인간성을 거부하기 위해 더 위압적으로 행동하는지도 몰랐다.
“얌전히, 얌전히 있으라고요….”
더스틴이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하며 니콜라스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는 일부러 격렬한 추삽질을 반복해서 아버지가 어떠한 말도 할 수 없게 만든 다음 제 욕구를 충족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살덩어리가 완전히 니콜라스의 몸 안으로 자취를 감추면 곧 그의 몸 전체가 들썩였다. 검붉은 성기를 한껏 집어삼킨 둥그런 둔부가 보기 좋았다. 꽉 붙잡으면 붙잡는 대로 손에 감겨오면서 출렁댔다. 그의 단단한 허벅지와 가슴팍은 격렬히 처박아대는 몸짓에 따라 무게감 있게 흔들렸다.
“그흣… 아, 흐, 악…! 흐읏…!”
아버지의 등이 땀으로 흥건해지고 허벅지 근육이 박는 대로 들썩이며 위아래로 떨릴 때마다 더스틴은 희열을 느꼈다. 그를 정복했다는 사실이, 이 암컷 페로몬을 내뿜는 개체 안에 성기를 쑤셔 넣고 씨를 퍼뜨렸다는 사실이 소름 끼치도록 즐거웠다.
좁은 접합부에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울리는 한편, 안에 고여있던 음란한 냄새를 풍기는 말간 액이 쿨쩍거리면서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성기가 안으로 가차 없이 파고들면 흘러나온 체액이 다시 안으로 밀려들어 갔다가 나오길 반복했다. 마찰로 인해 뿌옇게 변한 액체는 박는 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회음부와 더스틴의 배 위로 흩뿌려지기도 했다.
“아흐, 응… 하, 아앗…! 아…!”
그렇게 아버지를 철저히 굴복시키고 정복한 더스틴은 마침내 니콜라스의 안에 정액을 싸질렀다. 뜨거운 것이 배 안에 한가득 퍼지자 니콜라스의 얼굴에는 경악스러움이 스쳤다.
“흐… 우, 흐윽….”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결코 아들들 앞에서 울지 않던 니콜라스가 흐느끼는 소리를 냈다. 작게 흐느끼는 소리는 듣는 사람까지도 비통하게 만들 만큼 처절했다.
그 소리를 듣자, 아들들의 마음속에서 애써 잊으려 했던 인간성이 되살아났다. 로건은 이미 아버지의 입에서 성기를 거둔지 오래였으며, 더스틴도 느릿하게 구멍에서 성기를 빼냈다.
거친 행위로 인해 다물리지 못한 구멍에서 꿀렁거리며 정액이 쏟아져 나왔다. 형제는 대화하지 않고도 서로의 감정을 눈치챘다. 지금 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건 지독한 죄책감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힘을 합해 니콜라스의 몸을 들어다가 침실에 눕혔다. 그리고 문을 닫고 도망치듯 방에서 빠져나왔다. 겁먹은 두 청년은 아버지를 깨끗하게 씻기고 보살피는 것보다, 도망치듯 서로에게서 서로를 격리하는 것을 택했다.
“어떡하지…?”
로건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어떻게 알겠어.”
로건의 물음에 더스틴은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아버지를 범해버렸다는 죄책감이 가슴 속에서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 금방이라도 심장을 터뜨려버릴 듯 짓눌러 오기 시작한 탓이었다. 누군가 심장을 주먹으로 그러쥐고 있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팠다.
두 코딜리언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니콜라스만큼이나 그들의 감정 상태도 엉망이었다. 둘 중 그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형제는 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했다. 집 바닥은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니콜라스의 안경과 진흙 묻은 발자국, 그리고 빗물 따위로 엉망진창이었다. 더불어 허우적거리던 니콜라스의 손자국과 체액 얼룩이 조금 전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는 중이었다. 일상이 파괴된 세상은 너무도 고요했다. 인간의 상상력으로 구현해낸 미디어 속의 재난과는 판이했다. 영화에서 일단 재난이 들이닥치면 아비규환이 펼쳐지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었다. 재앙은 소리 소문 없이 사람들의 곁으로 다가와, 그들의 평범한 삶을 철저히 짓밟아 버렸다.
*
아들들에게 범해진 바로 다음 날, 니콜라스의 아픈 몸을 깨우는 건 눈치도 없이 정해진 대로 덜덜 떨어대며 울리는 알람 시계였다. 매일 아침 낡은 시계를 급하게 껐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세계는 침공 되었고, 아들들은 괴물이 되었으며, 언제 죽어도 이상스럽지 않은 날이 찾아와 버린 것이다.
“으… 으….”
니콜라스는 알람을 무시하려는 듯 이불로 귀를 막고 돌아누웠다. 그러는 동안에도 알람 시계는 계속 덜덜거리며 울어댔다. 잠에서 깨어난 순간 불현듯 눈앞으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스쳐 지나갔다. 이것은 지독한 악몽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재난 이후 첫날 아침이 와버렸다는 사실에 니콜라스는 속으로 절규했다.
“좀 조용히 하라고!”
몸이 성치 못한 중년 남성은 신경질적으로 알람 시계를 들어 벽에다가 집어 던졌다. 기계가 박살 나는 소음과 지치지 않고 알람 소리를 만들어내는 모터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꽈르릉! 하고 박살 나는 시계의 굉음이 니콜라스의 마음을 박박 긁어댔다.
낮게 가라앉던 비참함은 순식간에 불붙은 분노가 되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니콜라스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아아악!”
그는 숨이 다 죽은 베개를 때리고 괴성을 지르며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그런다고 해서 분이 풀리는 것도 아니었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어떻게 해서든 고통을 해소할 방법이 필요했다.
다름 아닌 아들들이었다.
누구보다도 믿었고 사랑했던 아이들이었다.
‘너희들이, 어떻게.’
두 아들이 남긴 상처와 배신감은 씻을 수 없는 흉터로 남아 니콜라스를 괴롭게 만들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이해해 보려고도 했었다. 사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놈들과 똑같은 족속이 되어가고 있었다. 니콜라스는 아이들이 저지른 짓이 다시 떠오르자 참지 못하고 베개를 집어 던져 버렸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던 순간, 거듭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던 로건의 얼굴이 떠올랐다.
‘실수, 실수였을까. 아니, 실수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고의로 자신의 몸을 탐한 게 아니란 걸 알았기에 더 힘들었다. 차라리 마음 놓고 미워할 수 있다면 속이라도 편했을 터였다. 그렇지만 니콜라스는 분명 두 아이의 목소리와 눈빛에서 갑작스러운 변화를 겁내는 반응을 읽었다. 둘 다 자신과 똑같이 이 상황을 겁내고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거기 대고 폭언을 퍼부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아… 하아….”
난동을 부리던 것도 기운이 없어서 얼마 가지 못했다. 엉망으로 구겨진 이불과 내팽개쳐진 베개를 두고 니콜라스는 침대에 덩그러니 나체로 앉아 숨을 골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인상이 찌푸려지게 할 만큼 욱신거리는 근육통과 엉덩이 쪽에서 느껴지는 작열감을 제외하면 크게 아픈 곳은 없었다.
어제 빗속을 뚫고 집으로 돌아온 뒤 두 아들에게 혹사당하고도 감기를 비롯한 각종 질병의 징후가 보이지 않으니 다행인 쪽에 더 가까웠다. 그 둘이 아들이라고 생각하려 해도, 괴물 같은 모습이 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웠다. 괴물과 접촉했을 때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으욱…!”
니콜라스는 본능적으로 괴물을 더럽다고 생각했고, 그런 괴물과 교접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마자 헛구역질을 했다.
아이들이 아직 완전히 괴물이 된 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둘은 극악무도한 행위를 이어가지 않고 이렇게 방에 혼자 있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게 바로 그들이 아직 이성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렇게 짜 맞추듯 합리화를 하는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니콜라스는 곧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쓰던 걸 그만두고 괴로운 듯 신음을 삼키며 돌아누웠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도 잡히지 않았고 몸은 아팠다. 방 밖으로 나가기 두려웠다. 아버지 된 도리로서 아이들에게 괜찮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아들들이 저지른 짓을 용서해야 하는데.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다.
아직도 우악스럽게 몸을 눌러오던 더스틴만 생각하면 숨이 막히면서 손이 떨렸다. 아들은 뉴스에서 봤던 괴물과 똑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누워서 어두운 천장을 노려보았다. 천장의 무늬가 희미하게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적막한 공간을 울리는 빗소리가 몸을 두드리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하….”
니콜라스는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도 울고 소리쳐서 눈가와 목이 쓰렸다.
그렇게 니콜라스와 두 아들은 사흘 내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단절되어 있었다. 둘은 번갈아 가며 니콜라스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고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 그러나 니콜라스는 절대로 아들들에게 응답하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을 뿐이었다.
니콜라스는 로건과 더스틴에게 범해진 뒤로 사흘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로지 화장실의 수돗물만 마시며 연명했다. 차라리 그렇게 죽고 싶었다. 로건이 매일 새 음식을 차려주었으나, 억지로 몸을 잡아당기던 그의 손길이 닿은 음식이라고 생각하니 구역질이 올라와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허기의 정도가 극에 달하자 거들떠보지도 않던 음식의 향이 아주 달게 느껴졌다. 결국, 니콜라스는 침대에서 기어 내려가 바닥에 놓인 음식을 집어 먹었다.
제대로 된 식탁도 아니고 바닥에 주저앉아 음식을 집어 먹고 있는 자신이 추하고 비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먹는 음식은 너무도 맛있게 느껴졌다.
니콜라스의 코끝이 또다시 찡해지기 시작했다. 몸은 괴물처럼 변했어도 로건의 요리 솜씨는 그대로였다. 아들이 해 준 음식을 먹자 이제는 사라져버린 일상에 대한 향수가 코를 찔러왔다.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현재 진행형이었다. 동시에 늦은 밤 가족끼리 식탁 앞에 앉아, 로건이 해 준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으… 흐윽….”
감정이 북받쳐 오른 니콜라스는 흐느끼면서 음식을 씹어댔다. 신선하지도, 맛있지도 않은 재료를 어떻게든 맛있게 해보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한 조잡한 음식이었다. 그 음식이 주는 그리운 맛에, 입에 음식을 쑤셔 넣고 제대로 씹지도 않은 채 삼켰다.
식사 후 조금씩 기운이 돌아오면서 외면하다시피 한 욕구들이 고개를 들었다. 우울의 수렁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니콜라스는 마침내 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작게나마 품게 되었다. 우선 지저분해진 손과 몸부터 씻고 싶었다. 범해진 직후 강박적으로 씻은 게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로는 정말로 폐인처럼 침대 위에 누워있기만 하면서 분노의 울음을 토해내던 게 전부인 나날들이었다.
정신을 차린 인간 남성은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손잡이를 돌린 다음 천천히 잡아당겼다. 어차피 욕실에 들어가서 씻으면 물소리가 날 게 뻔한데, 니콜라스는 아들들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그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윽….”
샤워기에서 차가운 물이 떨어졌다. 집은 항상 어두컴컴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재난의 첫 번째 신호였다. 아직 물이 끊기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웠으나,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니콜라스는 덜덜 떨어가며 몸을 깨끗하게 씻었다. 불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욕실에서 찬물로 씻는 건 정말 최악이었다.
니콜라스는 씻고 나와 나신으로 문밖에 섰다. 빨래가 되어 있을 리도 없었고, 집 안은 냉랭했다. 모든 게 엉망이었다. 몸을 정돈하고 다시 정신을 다잡으려 해도, 넘어야 할 고비가 너무도 많았다.
“…….”
컴컴하고 조용한 거실에 작은 숨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둘 다 자는 모양이었다. 로건과 더스틴 모두 야행성으로 변해가는 중이었고, 대체로 둘은 날이 밝을 때쯤 잠들어서 늦은 오후에 일어나곤 했다.
니콜라스는 숨도 쉬지 않고 다시 방 안으로 조용히 들어가는 것을 시도했다. 일부러 밖에서 아무런 기척이나 소음이 들리지 않을 때를 택해 씻으러 나온 것이었다. 목숨이 붙어 있으니 어떻게든 살아가야 했지만, 아직 생존에 대한 주제를 놓고 두 아들과 대화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일어나셨어요.”
캄캄한 곳에서 쉭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니콜라스는 어둠 속에서 몸을 굳힌 채 소리가 난 방향을 노려보았다.
“넌….”
니콜라스는 이 바람 소리 섞인 거친 목소리의 주인공이 두 아들 중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가 몇 마디 더 했다면 말투를 통해서 판별할 수도 있었겠지만, 아들은 아버지가 겁먹은 걸 알고 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에게 천천히 다가온 아들은 조심히 손을 뻗었다.
어둠 속에서 큰 형체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은 니콜라스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벽에 가로막혔다. 시각을 통해 주된 정보를 얻는 인간에게 어둠은 그야말로 공포였다.
하지만 코딜리언들은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지각했다. 더스틴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니콜라스의 형태를 완벽히 파악할 수 있었다. 예전만큼 빛과 색에 민감하지 않은 대신, 움직이는 물체를 포착하는 것에 특화되어버린 눈이었다.
어둠 속에서 파리해진 니콜라스의 얼굴이 스톱 모션처럼 선명히 보였다. 채도 낮은 아버지의 얼굴은 창백했고, 면도하지 않아 얼굴 군데군데 자란 수염은 그를 더욱 초췌해 보이게 했다.
“오, 오지 마. 나, 나는…. 아직, 아직 시간이 필요해, 아들아.”
니콜라스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그를 향해 손을 뻗던 더스틴은 바로 코끝에 닿을 만한 거리에서 손을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니콜라스를 겁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단지, 옷 하나 안 걸친 채 수건도 찾지 못하고 찬물을 뚝뚝 흘리며 떠는 그가 안쓰러워 보였을 뿐이었다.
더스틴은 손을 뻗을 때보다 더 천천히 손을 거뒀다. 대신, 손톱이 길어진 코딜리언의 손으로 수건에 구멍이 나지 않도록 조심히 움켜쥐었다.
“물 닦아요. 감기 걸려요. 푹 주무세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이어서 속삭이듯 빠르게 말했다. 지독히도 듣기 싫은 괴물의 목소리가 집 안에 울렸다. 쉬지 않고 말하면 그나마 쉭쉭 바람 새는 소리가 덜해지는 것 같아서, 더스틴은 일부러 인간처럼 말하려고 노력하며 아버지에게 다정스레 말했다.
반인반수 청년은 부자 관계가 완전히 망해버렸다고 생각했다. 제아무리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호소해봐야 소용없었다. 아버지에게 용서를 구걸하는 짓은 가뭄이 지속되어 갈라질 대로 갈라진 땅에 대고 소꿉놀이용 모형 물뿌리개로 물을 주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될 대로 되라 식으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더스틴은 니콜라스에게 수건을 건네주고 몸을 뒤로 물러 거리를 벌렸다. 벽에 딱 붙어 경계하는 눈빛으로 허공 어딘가를 쏘아보던 니콜라스의 얼굴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게 보였다. 구체적인 형태와 빛깔보다는 일련의 변화 과정만이 눈에 들어왔지만, 어찌 됐든 아버지가 경계를 조금 풀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쉬세요.”
“그래….”
니콜라스는 마른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대답했다. 문을 닫고 다시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멈춰있던 것 같던 심장이 크게 벌렁거렸다.
범해진 뒤로 아들과 처음 나눈 대화였다. 방금 더스틴이 했던 말로 인해 니콜라스는 머릿속이 온통 엉켜버렸다.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것이 한층 더 복잡해져, 속에서 단단히 어그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