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순응과 합리화
“아버지는 어때.”
“괜찮아 보이셔.”
니콜라스가 방으로 들어간 뒤 어둠 속에서 두 코딜리언이 쉭쉭거리며 대화를 나눴다. 로건은 더스틴이 일어나 움직이는 것을 감지하고 눈을 뜬 지 오래였다. 고작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 니콜라스가 서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흐릿하게 보였다. 대신 그가 겁먹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두 형제 사이는 변이하기 전보다 훨씬 어색한 상태였다. 변이한 아픔을 공유하는 등의 형제애는 생각보다 옅었다. 대신 그들의 마음에 싹튼 것은 어떤 불온한 생각이었다.
이를테면, 단 한 마리의 암컷을 두고 경쟁하는 두 수컷과 같은.
서로 그런 생각에 대해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둘 다 이 기묘한 기류를 읽을 수 있었다. 둘은 의식하지 못해도 내심 아버지에게 더 나은 수컷으로 보이고 싶어 했고, 다른 형제를 배제하길 바랐다.
그러나 자연의 법칙대로 서로를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어 번식 탈락시키는 건 이 상황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둘 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성을 잃고 서로 공격하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지금처럼 끝도 없이 눈치를 보며 본능이 감지하는 불편함을 속으로 삭일 뿐이었다.
“더스, 우리 식량이 떨어졌어.”
“그럼 구하러 나가야지.”
코딜리언의 혀 구조는 인간 언어를 발음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말할 때 자꾸만 쉭쉭거리는 소리가 흘렀다. 차라리 둘 다 코딜리언의 소통 방식으로 말한다면 이야기가 빨랐겠지만, 둘 중 누구도 그 방식을 시도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변이한 두 청년 모두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아버지와 똑같이 변화한 몸에 대한 이질감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괴로워했다. 만일 새로운 방식으로 의사소통했다간 영영 사람의 말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워, 잘 움직여지지 않는 혀를 굴리며 사람 소리를 내는 중이었다.
“어떡할까.”
로건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로건은 뒷말을 더 하는 대신 눈을 굴려 아버지가 있는 방 쪽을 힐끔거렸다. 둘이 밖에 나가서 정찰하는 편이 식량을 구해오기엔 수월하겠지만, 그사이 겁먹은 아버지가 도망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대비라도 해놓고 나갔다 오자.”
더스틴은 로건이 의미하는 바를 바로 알아듣고 답했다. 변화가 달가운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인간에 비하면 이런 상황 속에서 생존하기 압도적으로 유리한 건 사실이었다. 적게 먹어도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음을 미지근해진 체온이 알려주고 있었다.
분명 섹스는 격렬한 행위였고, 그렇게 몸을 많이 썼으면 허기가 질 법도 했다. 그런데도 코딜리언이 된 몸은 인간일 때보다 더 적은 음식을 요구했고,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는 음식만으로도 며칠간 견디는 게 가능했다.
냉장고에 있던 음식 중 절반은 입맛에 맞지 않게 되어버렸다는 사소한 문제를 제외한다면 제법 버틸 만했다. 진짜 문제는 아버지였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냉장고 속의 음식이 빠르게 상해버리는 바람에, 로건은 있던 음식 중 절반을 버렸다.
더스틴은 스스로가 더 신선한 날고기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다. 안 그래도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나설 참이었는데 로건이 먼저 말을 꺼내자 저조했던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명민하고 온건한 첫째와 달리, 둘째는 말과 머리로 계획하기보다는 행동을 먼저 저지르는 타입이었다. 로건에게 나갈 채비를 하라고 턱짓한 더스틴은 니콜라스의 방문 앞에 무거운 가구를 옮겨 두었다. 연장을 들지 않는 한 자력으로 탈출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안 돼. 밖에 뭐가 있을 줄 알고.”
비가 와서 어두컴컴한 데다 다른 변이체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확률도 꽤 있었다. 만일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한 니콜라스가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해서 아무런 준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간다면 아주 골치 아파질 터였다. 잔인해 보이긴 했지만, 더스틴은 아버지를 방에 가둬두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우선 밖을 정찰해 보고, 상황을 봐서 교대로 아버지를 지키는 쪽으로 가자고.”
“…좋아.”
로건과 더스틴은 그렇게 사흘 만에 집 밖으로 나왔다. 비가 내리는 건 여전했으나, 빗줄기가 전보다 가늘어져 이제는 부슬부슬 내리는 정도였다. 빗소리 사이로 철벅거리는 둘의 발소리가 간간이 끼어들었다.
아직 변이가 덜 진행된 로건은 푹 젖은 신발을 신고 있었지만 더스틴은 완전히 맨발이었다. 사람의 희멀건 피부 위로 시퍼런 비늘이 반쯤 돋아난 발이었다. 맨발로 아스팔트나 돌 조각 등을 밟아도 전혀 고통스럽지 않은 것을 보면, 이미 발바닥 쪽은 완벽히 비늘이 자리 잡은 게 틀림없었다.
“아무도 없나 봐.”
“누가 나다니겠어. 뭐가 있을 줄 알고…. 잘된 일이야. 뭐든 털어서 들어가자.”
평소라면 제아무리 집에 먹을 게 없어도 남의 것은 손대면 안 된다고 니콜라스가 단단히 일렀을 테지만. 이제 그런 바른말을 해 줄 아버지는 집에 유폐된 상황이었다. 더스틴은 아무 가게에 들어가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후 물건을 쓸어 담았다. 어차피 입맛에 맞지 않아 먹지 않을 음식들이었다. 그래도 날고기를 먹지 못하는 아버지를 위해 필요한 작업이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뭐 어때. 우리 말고도 이미 누가 다녀간 것 같은데.”
더스틴은 모든 물건을 쓸어 담기에는 팔이 모자라서 남겨두는 것일 뿐이야, 하고 속으로 혀를 찼다. 이런 식의 생존 게임은 지긋지긋했다. 사실 따위야 태어나기도 전에 사회에서 정해준 것일 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서열을 조금이라도 높여보려고 얼마나 많은 싸움을 해왔던가.
세계의 판도가 뒤집혔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어차피 어느 시대, 어느 환경이든 서열과 권력을 거머쥐려고 싸우는 게 곧 인간이었고, 몸이 좀 변했다고 해서 그 본질이 흐려지는 건 아니었다. 더스틴은 아직 스스로가 인간이라고 믿었다. 그러니 더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해 아득바득 구는 걸 이상히 여기지 않았다.
“게다가, 아버지까지 있잖아. 우리 둘은 좀 덜 먹어도 상관없지만. 아버지는 아닐 거라고.”
막내가 일부러 아버지를 걸고넘어졌다. 어차피 니콜라스를 위해 이 많은 음식을 훔치는 중이기도 했고, 로건을 채찍질하려면 강한 동기가 필요해 보였다. 동생의 부추김을 들은 로건은 마지못해 한 팔 가득 음식을 챙겨 준비해온 가방에 집어넣었다.
건장한 두 코딜리언 청년은 그런 식으로 여러 가게를 전전하며 식량을 훔쳤다. 그 밖에도 필요한 것처럼 보이면 일단 주워 담았다.
빗속을 돌아다니는 동안, 둘은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마치 세상에 둘만 남아버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 텅 빈 가게들과 사람의 흔적이 있던 공간들은 유난히 으스스하게 보였다.
“쉭!”
두 형제가 슬슬 집으로 돌아가려던 때였다. 거리 한복판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들은 형제는 동시에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의 귀에는 그저 쉭, 하는 바람 새는 소리쯤으로 들렸겠지만, 둘은 바로 알아들었다. 그 소리는 틀림없이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였다.
“누구요?”
더스틴이 무례한 말투로 소리가 난 방향에 대고 소리쳤다. 적일 수도 있었으나, 만일 그렇다면 그가 숨어있게 두는 것보다 차라리 앞으로 나오게 만드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숨어있는 놈이 자신들의 위치를 알고 있으니 밑지고 시작하는 격이었다. 분명 놈이 식량을 보고 덤벼드는 거라고 생각한 더스틴은 적개심 가득한 얼굴로 소리가 난 곳을 노려보았다.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신중한 성격의 로건은 하지 말라는 듯 동생의 팔목을 붙잡았다. 그러나 이미 상대방이 더스틴의 목소리를 들은 뒤였다. 허름한 건물 뒤에서 나타난 자는 반인반수가 아닌 진짜 코딜리언이었다.
“쉬이익-!”
코딜리언이 조금 더 길게 소리를 냈다. 그는 형제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데다 표독스러운 낯이었다. 진짜 코딜리언을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로건과 더스틴은 굳은 채 그것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반푼이 녀석들! 예를 갖추지 못하다니, 두령님의 명령이 아니었으면 당장에 갈가리 찢겼을 테지.]
이번에는 그가 말하는 바를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상대를 노려보는 더스틴의 팔을 꽉 붙잡은 로건이 재빨리 그 코딜리언에게 쉭쉭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못 배워서 아는 게 없습니다…. 가진 것도 없으니 살려서 보내만 주시면….”
제아무리 불타는 성미를 가지고 있다 해도, 직감적으로 눈앞의 코딜리언과 맞붙었을 때 승산이 적다는 것은 알았다. 더스틴은 하는 수 없이 숨을 죽였다.
놈은 정말 파충류 인간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놈의 피부 표면은 비늘로 뒤덮여 있었으며, 결정적으로 머리통이 악어와 도마뱀을 절반씩 섞어 놓은 모양새였다. 악어라고 하기엔 주둥이가 짧았고, 도마뱀이라고 하기엔 비늘과 눈 모양이 악어에 더 가까웠다.
물론 굳이 따지자면 그 둘 중 어느 것도 아닌 새로운 것으로 분류해야 할 터였다. 코딜리언은 머리만 파충류일 뿐, 그 밑으로는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있었다. 게다가 놈은 온몸에 비늘이 돋아있으며 쉭쉭거리는 소리를 내고, 한눈에 봐도 딱딱해 보이는 꼬리를 갖고 있기까지 했다. 꼬리는 다른 도마뱀이나 악어와 비교했을 때, 몸통에 비하면 짧은 편이었다. 걷는 모양새도 인간에 비하면 다소 구부정했으나, 덩치가 훨씬 거대했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흠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로건의 다소 비굴해 보이는 목소리를 들은 코딜리언이 눈을 한 번 끔뻑였다. 바로 순순히 납죽 조아리는 로건의 모습을 보고 화가 좀 누그러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놈은 로건이 습관적으로 인간의 말을 한 탓에 뭐라고 했는지는 알아듣지 못한 상태였다. 괴물은 여전히 채찍보다도 더 매섭고 악독한 말투로 말했다.
[반푼이들은 말하는 것도 어눌하고 교양 없군. 전혀 경제적이지 않아. 너희 같은 반푼이들을 우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라고 한 두령님의 자애에 감사하도록 해라.]
“…….”
놈은 인간의 언어가 경제적이지 않다는 것을 지적했다. 실제로, 로건과 더스틴은 굉장히 많은 내용을 알아들었으나 그가 내뱉은 음절은 단 몇 마디에 지나지 않았다. 둘 다 우두커니 선 채로 눈만 끔뻑거리고 있자, 코딜리언은 답답하다는 듯 발을 구르며 끽끽 대는 소리가 섞인 울음을 내뱉었다.
[어서 감사하다고 해야지! 하여간 얼빠진 것들이란!]
“가, 감사합니다…!”
로건이 허겁지겁 시선을 피하며 코딜리언이 시키는 대로 말했다. 말없이 그 모습을 관망하던 더스틴은 그를 흉내 내 쉭, 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감사하다.]
[하, 그래, 소리쯤은 흉내 낼 수 있다는 건가? 하지만 말이 짧아. 아주 철저히 교육하지 않으면 쓸모조차 없을 반푼이들이란 말이지.]
이런 부류의 기 싸움에 이골이 난 더스틴은 일부러 절반 정도만 예의를 차렸다. 어차피 먼저 머저리 취급한 것은 그였으니, 엉터리 인사말을 듣는 건 그가 자초한 일이었다. 서비스직에서 일했던 로건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불손한 태도였지만 의외로 코딜리언은 호전적인 더스틴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그제야 로건은 코딜리언이 본인들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할 것을 알고 일부러 감사하다고 말할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말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변이체를 낮잡아보고 조롱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듯했다.
[따라오도록 해라. 너희처럼 멍청하게 길을 배회하는 놈들을 모아다가 교육하라고 두령님께서 일러두셨으니까.]
“따, 따라가게?”
영리한 로건은 놈이 인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더스틴에게 인간의 말로 물었다. 더스틴 역시 로건의 의도를 눈치채고 이번만큼은 인간의 언어로 대답했다.
“가야지. 안 그랬다간 놈이 어떻게 공격할 줄 알고.”
물론 집에 아버지를 혼자 두고 왔기 때문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더스틴은 놈과 단 몇 마디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도 오싹한 감각이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걸 똑똑히 느꼈다.
침공 선언을 듣지 못했지만 뻔했다. 놈이야말로 완벽한 포식자였으며 이 변해버린 세계의 상위 계층이었다. 놈과 맞서기보다는 일단 수긍하는 척하면서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규칙이 무엇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둘은 커다란 괴물을 뒤따라가게 되었다. 저벅거리는 발소리와 마구잡이로 쓸어 담은 물건들끼리 부딪치면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부산스럽게 잇따랐다.
놈은 둘을 이끌고 가면서 말 한마디 없이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로건은 놈의 비늘로 뒤덮인 꼬리가 적당히 율동하며 무게 중심을 잡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이었던 변이체들의 팔과 다리에 돋은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크고 광택이 나는 청록빛의 비늘이었다. 평범한 인간 남성의 종아리보다도 더 두꺼운 꼬리는 아주 묵직해 보였다. 그걸로 놈이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더스틴이 경고한 대로 불행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놈이 형제를 이끈 곳은 건설이 진행되다 만 어느 공터였다. 건축 자재가 곳곳에 쌓여 있는 허름한 공터에 가까워질수록, 형제는 아무런 설명을 듣지 않았지만, 목적지에 다 와 감을 직감했다. 수많은 변이체와 코딜리언들이 모여서 내뿜는 특유의 페로몬을 맡은 것이었다.
공터에 들어서자 변이체들이 서서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웅성거리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느 쪽이 진짜 코딜리언이고 어느 쪽이 한때 사람이었던 불쌍한 이들인지는 쉽게 구분 가능했다. 대부분의 변이체는 로건과 더스틴처럼 아직 인간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거나 의복을 걸치고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군.”
더스틴은 혼잣말을 하며 모여 있는 변이체들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그들이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움직임을 포착하는 데 특화된 눈 덕분에 그들의 얼굴을 무리 없이 식별해냈다. 혹시 아는 사람이 있을까 살펴보아도, 그곳에 익숙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확실히 아군이라고 믿을 수 있는 건 혈육인 로건뿐인 듯했다.
“이상해…. 전부, 우리 또래들인가 봐.”
눈썰미가 좋은 로건이 더스틴에게 작게 속닥였다. 로건의 말대로 변이체 중에 나이 든 사람은 없었다. 모두 젊어 보이는 청년들뿐이었다. 게다가 모든 변이체는 수컷처럼 보였다. 설령 인간이었을 때의 성별이 여성이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상관없는 일인 듯싶었다. 모든 변이체가 코딜리언 수컷의 페로몬을 내뿜고 있는 게 그 증거였다.
로건은 이 변이체들의 체취가 아버지보다는 더스틴에 훨씬 가깝다고 확신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조용! 반푼이들은 전부 덜떨어지기라도 한 건지. 아직도 도태된 소리를 주워 담기나 하고 말이다!]
둘을 공터로 이끈 코딜리언이 크게 소리를 내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쉭, 하는 짧은소리 대신 사나운 짐승 소리에 가까운 울부짖음이었다. 그가 소리를 내지르자마자 수선스럽던 공터에는 누가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적이 감돌았다.
[너희 반푼이들은…. 비록 두령님을 비롯한 우리에게 미치진 못하지만, 그래, 이제는 도태되어 버린, 부분부분 털이 달린 징그러운 것들보다는 낫다는 것을 먼저 일러두어야겠군.]
코딜리언은 진심으로 인간을 이형적인 징그러운 것으로 지칭하며 바닥에 꼬리를 탁탁 내리쳤다. 그가 다른 코딜리언에게 신호하자 공터에 있던 다른 동족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열을 맞춰 어디론가 사라졌다.
[너희는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한 거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우월감을 느껴도 좋다. 우리의 무리에 영입될 만한 아주 기초적인 자질을 갖춘 셈이니.]
로건과 더스틴은 놈의 말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시험을 치렀단 말인가?
변이체들이 알아듣든 말든, 놈은 인간을 굉장히 낮잡아보는 동시에, 변이체들에게 마지못해 호의를 베푸는 듯한 말투로 연설을 늘어놓고 있었다.
[도태된 놈들에 대해서는 더 미련 갖지 말아라. 우리는 너희를 무리의 훌륭한 일원이자 전사로 키워줄 것이다. 너희가 할 일은 그저 두령님의 자애에 감사하고 충성하는 것뿐이다.]
더스틴은 속으로 욕을 삼켰다. 첫째로 놈의 기고만장한 태도가 기분 나빴고, 둘째로 저 괴물이 얼간이 같은 놈이지만 이길 수 없는 강자라는 점이 분했다. 그렇다고 해서 불평을 굳이 입 밖으로 내뱉는 모험을 감수하진 않았다. 적어도 여기 서 있는 변이체 중에 절반은 그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며 눈을 흘기던 순간이었다.
코딜리언의 명령을 받고 어디론가 사라졌던 그의 수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갓 해체한 것처럼 보이는 날고기를 연설하던 코딜리언의 앞에 잔뜩 쌓아 놓기 시작했다.
새빨간 피로 물든 파충류들의 모습은 야만적이었으나, 두 발로 걷는 모습보다는 훨씬 덜 이질적이었다. 오히려 피범벅이 된 그 모습이 바로 인간들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야생 파충류에 가까웠다.
날고기에서 나는 피 냄새가 형제를 포함한 변이체들을 자극했다. 지금까지 잊고 있던 허기를 비롯한 생물적 감각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더스틴과 로건은 저도 모르는 사이 날고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맛을 다셨다. 전기가 끊긴 탓에, 다 녹아 상하기 시작한 오래된 가공육과는 차원이 다른 싱싱한 냄새였다.
[아주… 걸신들린 티를 내는구만. 반푼이들에게까지 은혜를 베풀었으니 당연히 너희는 두령님을 받들어 아주 성의껏 일해야 할 거다.]
코딜리언은 그르륵거리며 웃는 소리를 냈다. 변이체들이 먹이에 반응할 것을 예상하긴 했지만, 그 멍청한 모습을 보니 흡족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제아무리 그들이 인간의 이성을 가지고 있던 존재들이라 한들, 이제 코딜리언이 된 이상 육체적 본성에 저항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반항적인 눈빛으로 명령에 불복하는 건 가장 밑바닥 계급을 차지하는 자들에겐 허용되지 않는 행위였다. 그들은 먹이를 사냥할 수 있는 강자가 이 세계에서 어떤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 몸소 확인할 것이며, 감히 눈 밖에 나는 것을 두려워해 비굴하게 굴며 제 역할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하길 바라는 겁니까.]
더스틴이 탐욕을 감추지 못하고 코딜리언에게 물었다. 먹이 앞에서 거대한 초록색 파충류를 고깝게 봤던 마음은 어느새인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남들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빠르게 협상을 하고 먹이를 먹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로건을 포함한 다른 변이체들은 여전히 타성에 젖어 있었다. 그에 비해 더스틴은 변이가 두렵긴 했지만,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리라 마음먹은 지 오래였다.
잠깐 코딜리언을 관찰했을 때, 더스틴은 그들의 예절이 인간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 인간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놈을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코딜리언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하하! 아까 내가 직접 데려온 맹랑한 녀석이군. 좋은 질문이다. 여태껏 아무도 질문을 안 해서 혹시 썩어빠진 통나무들을 세워놨나 의심했지 뭐냐!]
코딜리언은 인간으로 치면 호탕한 웃음에 해당하는 그륵대는 소리를 짧게 반복했다. 그는 성미 급하고 저돌적인 더스틴의 태도를 높이 사는 눈치였다. 지금은 영 보잘것없지만, 본능에 충성해 완벽히 코딜리언으로 귀화한다면 쓸 만한 동포가 될 거라 확신했다.
코딜리언은 철저히 상명하복을 따르는 체계인 동시에 언어나 행동으로 격식을 갖추는 종족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명령에 복종하고 실력자라는 것만 증명하면 적당히 방자하게 굴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놈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무리의 번성에 얼마나 공헌하는가였지, 자질구레한 예법을 꼼꼼히 외우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더스틴의 목이 뜯겨 나가지 않은 건 그가 눈치가 빨라 꽤 불손하게 질문을 던질지언정 ‘코딜리언의 의지에 반하는 짓’만큼은 저지르지 않은 덕이었다.
[반푼이들은 우리보다 약해서 사냥을 하거나 터전을 재건하는 일에 끼어들 여지가 없지…. 하지만 식충이에 불과한 너희들이 가치를 증명할 방법이 있다. 번식체를 찾아 번식해서 너희의 형제와 동포의 수를 불리는 것이다. 너희들이 살아남아 우리의 동포가 되어갈수록, 그리고 너희의 아이들이 자라날수록 우리는 강성해질 테니 말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재건이니, 동포이니 하는 말들의 구체적인 의미를 파악하기도 전에 번식이란 말을 들은 로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마 찔리는 구석이 없었다면 별 감흥 없이 넘겼을 말이었겠지만, 이미 아버지에게 저지른 죄가 있었다. 번식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로건은 그것이 아버지에게서 나던 그 아랫배를 뜨겁게 만들던 냄새와 관계가 있으리라 짐작했다.
[알을 가져오면 너희들에게 번영을 허락해주마. 이 중엔 벌써 번식체를 찾은 놈들도 있고 아닌 놈들도 있는가 본데. 희미하게 냄새가 나거든. 잘 돌아다니다 보면 번식이 가능한 반푼이들이 있을 테니 잘해 보도록 하라고.]
[아까부터 두루뭉술한 말만 하는데…. 그래서, 알을 가져오면 어떻게 번영을 시켜준다는 겁니까. 먹을 걱정 없게 해주나?]
더스틴 역시 로건과 마찬가지로 번식이라는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버지를 떠올리는 동시에, 억제하지 못한 충동이 모두 놈들의 농간일 수도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친 탓이었다.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 순간 본능이 억제되면서 인간의 이성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 더스틴은 다시 불온한 눈빛으로 코딜리언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역시 반푼이는 단순하군. 번영이란 건 그렇게 간단히 배부르기만 하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지. 간단히 말해서, 너희가 반푼이 신분을 벗고 좀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단 뜻이다.]
더스틴과 코딜리언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둘은 멀쩡히 대화하고 있었으나 언제든 서로의 위세를 꺾으려고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을 했다. 더스틴은 코딜리언이라는 종을 배불리 먹으면 만족하는 포식자쯤으로 격하시켰고, 코딜리언 역시 그런 말을 주워 담는 인간을 반푼이 취급하며 우습게 여겼다.
코딜리언은 더스틴의 도전을 아주 기꺼워했다. 이렇게 호전적인 개체들이야말로 오래도록 살아남을 만한 싹수가 보이는 쪽이었다. 적어도 몇 주 후까지 그를 계속 볼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놈은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아마 번식해보면 알겠지. 번식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와 자원이 필요하다는 걸. 반푼이 신분인 너희들이 그것들을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자기 증명 하나 못해내는 놈들이. 너희들은 야수와 싸울 준비도 되어있지 않으며, 너희의 암컷을 즐겁게 해주는 것도 겨우 해낼 테지. 우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건 스스로의 둥지를 지킬 수 있음을 의미하는 거다.]
로건은 코딜리언이 언급한 야수라는 표현에 주목했다. 지금 눈앞에 해체된 날고기는 확실히 인간의 육신은 아닌 듯했다. 그래서 별다른 반감 없이 눈독을 들일 수 있었다. 날고기 더미는 어떤 거대한 짐승의 몸뚱어리처럼 보였다. 야수는 아마도 이 해체된 고기의 출처를 의미할 거라 생각하며 로건이 마른침을 삼켰다.
[더 많은 건 어차피 알아봐야 소용도 없을 터. 지금 여기 모인 반푼이 중 절반 넘는 놈들이 며칠 뒤면 보이지 않게 될 거다. 너희가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음을 증명하면, 둥지를 차릴 수 있게 도우라는 두령님의 명령이 있었다.]
[두령님은….]
로건도 이번에는 용기를 내서 무언가 질문하려 했으나, 코딜리언이 우렁찬 소리로 외쳤다.
[너희에게 자비를 베푼다. 마음껏 먹으면서 본성을 일깨우도록 해라. 그리고 언제든 스스로 사냥조차 하지 못하는 무능을 깨우치거든, 감복하여 충성을 맹세토록.]
눈을 가늘게 좁히며 웃음 비슷한 것을 얼굴에 띤 코딜리언의 모습을 본 로건은 공포를 느꼈다. 조금 전까지 무슨 질문을 하려고 했는지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놈의 얼굴은 사람의 마음을 두렵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사악한 도마뱀이라고 칭해도 될 만큼 코딜리언들은 간교한 표정을 지을 줄 알았다. 순전히 파충류처럼 보이던 놈의 얼굴에서 그런 표정을 읽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로건이 겁을 먹고 얼어붙어 있는 사이, 그간 아무 말도 않고 코딜리언의 연설을 듣고 있던 다른 변이체들은 고기를 먹어도 된다는 말에 머뭇거리며 하나둘 앞으로 걸어갔다.
정작 고기를 탐내 의욕적으로 질문을 던졌던 더스틴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었다. 놈이 의도적으로 로건이 하려던 질문을 막아버렸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놈은 어차피 절반 이상은 살아남지 못할 테니 정보를 알 필요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놈들의 뜻대로 놀아나는 것은 기분 나빴지만,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도 했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고기 앞에 주저앉아 손으로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살점을 움켜쥐었다. 아직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살코기였다. 손에 잡히는 온기를 느낀 그는 충동을 참지 못하고 살코기를 집어삼켰다.
한 변이체가 게걸스럽게 고기를 짓씹는 것을 보자 나머지들도 우르르 따라 하기 시작했다.
으적거리고 살점이 찢기는 소리를 들으니 더더욱 허기졌다. 하지만 로건은 그 무리에 합세하지 못한 채 멀찍이 서 있었다.
“형, 뭐 해.”
더스틴은 충동에 저항해봐야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놈은 거듭해서 도태라는 말을 반복했었다. 굳이 살해나 처형, 처벌 등의 단어가 아니라 정확히 ‘도태’라고 표현했다는 점이 신경 쓰였다. 그 말은 마치 자연히 사라져 없어진다는 뜻처럼 들렸다. 그러던 와중, 더스틴은 문득 이 공터에 도착하기 전까지 저 목청 큰 코딜리언을 제외하면 다른 개체를 마주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많던 사람들은 이미 어딘가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게 뻔했다.
놈은 명령조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직접 폭력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 마치, 그럴 가치도 없다는 것처럼 굴고 있는 것이 이 불안감의 근원이었다. 지금 서 있는 공터는 인간을 열등한 것으로 보는 듯한 놈의 태도와 맞물려, 굉장히 꺼림칙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코딜리언들이 베풀어준 먹이를 먹지 않는 것은 말대꾸하거나 허락받지 않고 질문을 하는 것보다 훨씬 놈들의 비위를 거스르는 행동임이 틀림없었다. 짧은 순간 생각을 마친 더스틴은 로건을 잡아끌고 고기 앞으로 걸어갔다.
형과는 아버지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이기도 했지만, 어찌 됐든 사랑하는 가족이었다. 그가 처형이든 도태든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날고기 앞에 선 둘은 이제 정말 위장이 쓰릴 만큼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더스틴이 먼저 뼈에서 살을 발라내어 입에 댔다. 신선한 고기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좋았고, 한 번 맛을 본 이상 적당히 배부르게 먹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동생까지 옷과 손에 피를 묻혀가며 고기를 뜯어 먹는 모습을 보고 로건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부에서 몰아치는 코딜리언으로서의 본성을 억누르기엔, 이제 그의 마음속에 남은 인간성이 턱없이 모자랐다.
그 어느 신도 믿지 않았지만 로건은 기도하는 사람처럼 무릎을 꿇고 앉아 살점을 찢고 손에 피를 묻혔다.
코딜리언이 비웃었던 대로 인간에서 갓 코딜리언이 된 변이체들은 다 잡아 놓은 날고기를 찢는 데도 애를 먹었다. 특히, 아직 손톱과 이빨이 충분히 뾰족하지 못한 이들은 더 추잡한 꼴로 고기를 먹었다.
“흐, 흐으….”
정신없이 고기를 뜯어 먹던 로건이 헐떡거렸다. 더스틴에 비해 변이가 느렸던 그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처럼 목 안이 따끔거리고 가렵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도가 부어서 숨이 막힌다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단지 더 많은 고기를 원하고 충동을 억제하기 힘든 갈증 상태에 돌입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괴물들이 흉포할 거라고 믿는 인간들의 통념과는 달리, 코딜리언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냉정한 사냥꾼들이었다. 그들은 상황 판단력이 빨랐으며, 차가운 피부만큼이나 머리도 차가웠다. 함부로 화를 내는 법도 없었고, 감정에 치우쳐 일을 그르치지도 않았다. 합리와 명령, 그리고 복종과 역할의 분배에 의해 돌아가는 그들의 사회는 체계적이었다.
다만 그들의 이성은 인간의 이성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했고, 그 간극을 버티지 못한 변이체들은 끓어오르는 충동과 이질감을 버티지 못했다.
“으… 으으….”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던 로건은 앓는 소리를 내며 점점 공격적으로 살코기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인간에 가까운 다른 변이체들도 마찬가지였다. 배는 고픈데 손과 입이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자 마음이 급해진 탓이었다.
더스틴은 형의 세로로 길어진 동공이 좁아지면서 흔들리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짐승처럼 공격적으로 고기를 먹는 형의 모습을 보면서 거북함과 친숙함을 동시에 느낀다는 건 상당히 기묘했다.
로건에 비하면 고기를 훨씬 쉽게 먹고 있었지만, 더스틴 역시 완전한 코딜리언은 아니었다. 입가에서 핏물이 뚝뚝 흐르는 그는 어느 때보다도 흥분한 상태였다.
변이체들은 본인들이 날고기를 섭취하고 피 냄새를 맡으면서 흥분 상태에 젖어 들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아직 노련한 사냥꾼으로서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본성이 채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 피 냄새로 자극만 느낀 게 원인이었다.
변이체들의 눈에서 억누를 수 없는 충동과 끓어오르는 힘을 확인한 코딜리언은 느긋하게 꼬리를 휘적거렸다. 변이체들을 진짜 포식자로, 한 마리의 강성한 코딜리언으로 키우려면 우선 고기를 먹는 법부터 가르쳐야 했다.
다 죽어가던 말라빠진 놈들도 고기를 먹고 불끈거리는 게 아주 쓸 만해 보였다. 놈들 중 운이 좋아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개체는 적겠지만. 감히 코딜리언의 영역에 둥지를 튼 인간들을 몰아낸 지 얼마 안 된 것치고는 성과가 좋았다.
놈들의 우매한 소통 방식에 맞춰 상대해주느라 지금껏 목 아프게 떠들어 댔으나, 한껏 변이체들의 본성이 살아난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코딜리언은 포식 중인 변이체들에게 목청껏 말하기보다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페로몬과 꼬리로 땅을 쳐서 울리는 진동을 통한 방식이었다.
사냥 중 의사소통을 하려면 미세한 움직임만으로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만 했다. 변이체 중 빼어난 놈들의 자질을 시험해볼 수 있는 한편, 쓸데없이 입을 놀리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코딜리언은 꼬리를 움직이다 말고 뻣뻣하게 늘려 땅에 대고 반복적으로 굴렸다.
빗소리에 묻힐 만큼 가볍고 작은 움직임은 감각으로 의사소통하지 않는 인간은 느낄 수조차 없는 미묘한 진동이었다. 그렇지만 코딜리언들은 특유의 민감한 비늘로 땅을 타고 울리는 작은 진동을 감지할 수 있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신호는 코딜리언의 비늘에서 분비되는 특유의 체취와 결합하면 독특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입술에 잔뜩 피를 묻히고 살코기를 먹던 더스틴이 진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규칙성 없는 진동에 의아해했지만, 그는 곧 살면서 단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방식을 통해 코딜리언이 진짜로 전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파악했다. 찰나에 벌어진 그 과정은, 흡사 자연에서 아주 화려한 동식물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독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를 알아차리는 것과 유사했다.
놈은 명령과 경고를 섞고 있었다. 코딜리언의 사회는 최고 우두머리인 두령, 그리고 그 아래의 일반 개체로 구분되어 있으며 변이체는 최하위 개체라는 점. 오로지 무리에 공헌하는 바가 높아야만 일반 개체로 승격시켜줄 수 있다는 정보가 빠르게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개체 수 증대는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알을 많이 생산해서 가져다줄수록 우수한 개체로 인정받는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거기까지야 아까 했던 말이 반복되는 듯했다.
진짜는 그다음부터였다. 코딜리언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꼬리를 움직여 지금까지 전한 것 중 가장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놈은 알을 생산할 수 있는 번식체는 변이체보다도 한정되어 있으며, 곧 번식체를 찾지 못해 먹이를 배식받지 못한 도태 직전의 실패한 것들이 넘쳐날 것을 예견했다. 그리고 그 실패한 것들은 온갖 비열한 술수를 부려서라도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려 들 것이고, 번식체를 찾은 개체와의 피나는 전쟁을 벌이면서 자연적으로 서로를 솎아낼 거란 예측이 그다음 내용이었다.
로건은 더스틴이 고기를 먹다 말고 코딜리언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덩달아 먹는 것을 멈췄다. 아까부터 발밑으로 전해져 오는 미묘한 떨림이 거슬렸으나, 아직 변이가 덜된 그는 코딜리언이 전달하는 내용의 반의반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주, 좆 된다는 소리를….”
하긴, 크게 말하면 의미가 없지. 더스틴은 상스럽게 혼잣말을 하려다 말고 삼키며 형을 곁눈질했다. 로건의 얼굴을 보니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순간적으로 더스틴의 속에서 코딜리언으로서의 생존 본능이 고개를 들었다. 경쟁자인 형보다 정보 우위를 점했으니, 마음만 먹으면 그를 제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방법은 형제애 따위의 문제를 떠나, 전략적으로 현명치 못했다. 같은 거처에 거주하고 있는 상대를 제거하려 시도할 경우 형이 어떤 식으로든 코딜리언이 말한 ‘실패한 것’이 되어 ‘비열한 술수’를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어졌다.
더스틴은 몸이 변하면서 인격에도 약간의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인간으로서의 로건은 성품이 유약하여 차라리 혼자 도태되는 길을 선택하겠지만 아직 코딜리언으로서의 로건이 어떤 성격일지는 아는 바가 없었다.
한가하게 고기나 먹으며 포만감에 즐거워할 때가 아니란 것만은 확실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아버지는 번식체임이 분명했다. 그와 번식을 하냐 마냐의 문제는 뒤로하고라도, 다른 덜떨어진 놈들이 집을 습격할 수도 있다는 건 꽤 큰 문제였다.
코딜리언의 경고는 아버지를 지키려면 이 세계의 법칙에 따라야 할 뿐만 아니라, 외부의 위협 또한 끊임없이 신경 써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고기를 먹은 뒤 끓어오른 흥분감과 충동은 더스틴의 위기의식을 한껏 고조시켰다.
몇몇 변이체들이 전달하고자 한 바를 알아들은 듯 씩씩거리는 소리를 내자 코딜리언은 다시 예의 그 거만한 낯빛으로 돌아왔다. 놈은 만찬을 거의 끝내 가는 변이체들을 뒤로하며 그들의 방식으로 작별을 고했다.
[그럼, 수고하라고. 사흘 뒤에 이 자리에서 보도록 할까, 일단은.]
그의 꼬리는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남들보다 앞선 개체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전했다.
둥지와 번식체를 모두 지킬 수 있을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행운을 빌어주마, 반푼이들.
더스틴은 피로 얼룩진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로건을 제외한 다른 개체들이 전부 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변이체들이 한창 먹는데 정신 팔렸을 때 한 놈이라도 제거하는 게 맞는가?’ 따위의 생각을 잠시나마 떠올렸다. 그러나 곧 그건 허기를 채우고 끓어오른 공격성을 표출하지 못해 든 생각일 뿐이란 걸 인정했다.
“가자.”
동생은 남들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대신 다소 위압적으로 형의 손목을 잡아챘다. 로건도 코딜리언이 공터를 벗어나는 것을 보고 고기에서 손을 떼던 참이었다. 아직 인간의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로건은 허기를 채우고 욕구가 충족될수록 변해가는 자신에게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버지가 위험해.”
동생의 손에 이끌려 공터를 벗어나게 된 로건이 아무도 없는 길로 들어서자마자 들은 말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동생의 의견에 반대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로건은 더스틴이 왜 공터를 나오자마자 거의 뛰어가듯 빠르게 걸음을 옮기면서 그런 말을 하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방금 그 자식이 말…. 아니, 어쨌든 전달했다고. 곧, 세상이 아수라장이 될 거라고.”
“아수라장은 이미 찾아온 게 아니고?”
“그야 그렇지. 하지만 몇 번이고 또 찾아올 수 있다는 거야.”
더스틴이 형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답했다. 둘은 누가 뛰자고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어느새 빗속에서 쿵쿵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 양 뺨과 입가, 그리고 손에 잔뜩 묻은 포식의 증거가 비에 섞여들어 도로 위로 거무죽죽한 자국을 남겼다.
“이제 번식을 못 하는 눈깔 뒤집힌 새끼들이 아버지를 노리고 집에 쳐들어올 수도 있다고.”
더스틴이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며 토해내듯 말했다.
불쌍한 아버지, 혼자 불도 안 들어오는 어두컴컴한 방에 남겨진 아버지.
벌써 어떤 놈이 냄새를 맡고 집에 침입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속이 끓었다.
자각은 못 해도 더스틴은 이미 한 번 몸을 섞은 아버지를 자신의 번식체로 여기는 중이었다. 다른 수컷이 함부로 범하는 것에 굉장한 반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아주 잠깐이지만 그렇게 한 놈을 찢어 죽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놈이 그런 말을 했다고…?”
“말이 아니라니까. 형은 정말 아무것도 못 알아챘나 본데…. 아니, 집에 들어가기 전에 확실히 하고 들어가자.”
더스틴은 한참 내달리다 말고 집 바로 앞에서 우뚝 멈춰 섰다. 로건도 덩달아 그의 바로 뒤에 멈춰 섰다. 씨근덕거리는 숨소리가 고요 속에서 울렸다.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 않고 오직 빗소리와 바람 새는 소리만 들리는 낡은 아파트는 굉장히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아파트를 등지고 선 더스틴이 노란 눈동자를 굴렸다. 날고기와 피를 입에 대서 깨어난 본성과 더불어, 코딜리언들과 변이체들 사이에 서 있으면서 온몸에 페로몬을 뒤집어쓴 탓에 흥분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만일 이런 상태로 집에 들어간다면 보나 마나 아버지에게 달려들 게 뻔했다. 조금이나마 이성이 남아 있을 때, 서로 껄끄러워 말하길 망설여왔던 진실에 대해 이제는 정말로 말해야 할 때였다.
“난, 아버지를 범할 거야.”
“너….”
“아버지를 범하고 싶지 않으면 형은 빠져. 적어도 형을 공격하진 않을 거고, 달라고 하면 지금 털어온 식량 다 줄 수도 있어.”
“…….”
로건은 더스틴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공격하지 않겠다는 동생의 말이 가슴을 후벼 파고들어 왔다. 더스틴이 로건에게 수컷 대 수컷으로, 한 암컷을 둔 경쟁자로서 공격성을 느꼈던 것만큼이나 로건 역시 동생을 죽이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었다. 그럴 때마다 로건은 수없이 동생을 쓰러뜨리고 심장을 파헤치는 상상을 하는 자신에게 경멸과 역겨움을 느끼곤 했다.
“나도 만일 아버지를 범하겠다면 어떻게 할 건데. 너, 사실 날 죽이고 싶은 거잖아.”
로건도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 쉭쉭대는 바람 섞인 목소리는 비통하게 들렸다.
“그건 형도 마찬가지 아냐? 아버지가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느꼈잖아. 우리가 서로를 죽이고 싶어 한다는걸.”
더스틴이 빈정대듯 말했다. 비참해 보이는 로건과 달리 더스틴은 욕망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로건이 대답이 없자 그는 기고만장한 것까진 아니지만 꽤 거만하게 들리는 톤으로 말을 이었다.
“그래…. 죽이고 싶기 이전에 아버지를 먼저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서 형을 공격하는 일은 없었지. 그건 형도 마찬가지일 테고. 형이 아버지를 범하겠다고 하면 어쩌겠냐고? 형이야말로 내가 어쩌길 바라는데. 내 입에서 ‘그래, 그럼 내가 양보할게’라는 소리가 나올 리는 없을 텐데 말이야.”
“어째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이때까지 말을 안 하고 미뤄왔던 거야. 나는… 아버지를 범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너를 이기고 싶지만 그러고 싶지 않고. 무슨 엉터리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 하지만 정말로 그래.”
“난 이렇게 형이 나약한 소리나 해댈 때마다 차라리 기습하는 게 나았을까 생각하게 된단 말이지.”
더스틴이 순간적으로 포식자처럼 눈을 번뜩이며 로건을 노려보았다. 여전히 주눅 든 모습이었지만 로건도 눈을 피하지 않고 똑같이 맹수의 눈으로 대응해왔다. 둘 다 완전한 코딜리언 수컷의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아버지를 범하면 어쩔 건데’ 따위의 소리를 한 이유가 뭔지 알아? 내가 아무리 너에 비하면 성격이 미적지근하고 겁쟁이처럼 굴어도, 그게 지금으로선 아버지를 위하는 최선이란 걸 알 정도의 머리는 된다는 거야.”
로건이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재앙은 일상을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가족 사이의 관계도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나도 알아. 아버지가 인간의 모습으로는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말이야. 좋든 싫든, 아버지를 살리는 방법은 알을 낳게 하는 것뿐인걸. 그리고 이제 우린 너와 나 둘 중 누구의 알을 낳게 할 건지 정해야겠지.”
로건은 해결해야 할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다. 동생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두려웠지만, 언제까지고 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차라리 빨리 담판 짓고 둘 중 누구든 어서 집에 혼자 있을 아버지를 챙기러 올라가는 게 나았다.
비록 서로 살기를 띤 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지만, 형제가 아버지를 위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 로건의 얼굴을 바라보던 더스틴이 눈을 내리깔며 입을 열었다.
“다행이네. 원래 형은 나보다 머리가 좋았잖아. 나는 형이 괴물이 되면서 뇌까지 멍청해진 건 아닐까 걱정했어.”
여전히 불손한 음색이었지만 더스틴의 태도는 한결 누그러졌다. 바라던 대답이었다. 적어도 형이 고집을 부리지 않을 거란 것을 확신하니 마음이 놓였다.
“분명 우리 둘 다 아버지를 독차지하고 싶어 하는 걸 알지만, 전략적으로 그건 썩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거든. 당연히 한 명이 아버지를 지키는 것보다는 둘이 나으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넌 내가 아버지를 범하는 걸 눈감아주겠단 거야?”
로건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동생에게 물었다. 이제까지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상대방을 죽일 것처럼 말해댄 주제에, 아버지를 나눠 갖자고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처음부터 말했잖아. 아버지를 범하고 싶지 않으면 형은 빠지라고. 하지만 날 막아설 생각이 없다면 끼워줄 작정이었다고.”
이걸 끼워준다고 말하는 게 맞나 싶지만. 더스틴이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
“당연히 분하지. 분하고말고. 당장 다른 놈이 아버지한테 좆을 들이댄다고 생각하면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어. 게다가 우리 둘 다 변이가 더 진행되고 훨씬 흉포해지면 정말로 집에서 무슨 참사가 일어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더스틴은 말을 하다 말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형은 알기는 할까? 장남으로서 아버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매일 식사를 차려주면서 기특하다는 칭찬을 듣는 게 얼마나 부러웠는지. 당장에라도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해버리고 싶은 둘째의 질투심과 야욕이 얼마나 큰지.
아직도 이런 어린애 같은 마음을 속에 품은 채, 질투심을 감추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몸은 자라버렸고 이제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질 나이가 된 이상,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싶다고 고집을 피우면 안 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형이랑 나 둘 다 아버지를 챙기고 싶은 거잖아 결국. 그럼 참아야지. 감수해야지.”
로건은 변이된 괴물의 얼굴에서 순간적으로 어린 동생의 얼굴을 보았다. 변이 후 인간성을 잃고 이질감을 띠게 된 잘생긴 얼굴 위로 어릴 때부터 익히 봐 오던 그 표정이 드러났다.
때로는 구구절절한 말보다도 얼굴이 더 많은 것을 알려주는 법이었다. 더스틴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동생의 얼굴에서 복잡한 감정을 읽어낸 로건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아버지에겐 가혹한 일이었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코딜리언의 본성은 경쟁자를 파괴하고 암컷을 차지하라고 부추겼고, 인간의 본성은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어선 안 된다고 외쳐댔다. 그리고 형제는 두 주장을 절충했다. 아버지를 사랑하기 때문에 경쟁자를 파괴하지 않고 둘 다 암컷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합의를 마친 형제는 집으로 돌아가 삐걱대는 문을 잡아당겼다. 그러곤 아무도 침입한 흔적이 없는 것에 안도하며 컴컴한 집에 대고 습관적으로 인사를 했다.
“다녀왔습니다.”
엉망이 된 집 안은 여전했다. 방문 앞의 가구들도 그대로였고, 니콜라스가 탈출을 시도한 흔적도 없었다.
더스틴은 집을 떠날 때 했던 것과 정확히 반대로 행동했다. 문 앞에 아무렇게나 밀어둔 가구들을 다시 원상 복귀시켰다. 로건은 그사이 밖에서 훔친 식재료로 요리를 했다. 가스레인지의 불길이 약해지는 것을 보면서, 얼마 안 가 가스가 끊길 수도 있겠다는 희미한 불안감이 스쳤으나 걱정을 입 밖으로 표출하진 않았다.
방 밖에서 나는 소음을 듣고 니콜라스는 불안에 떨었다. 밖에서 문 앞을 무언가로 막는 소리를 들었을 때, 문 너머로 가구 끄는 소리가 멈추자마자 문을 당겨 봤었다. 당연히 문이 열릴 리가 없었다. 꼼짝없이 갇힌 것을 확인한 중년 남성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몸을 떨었다. 아무리 강압적으로 행동하던 아들들이었어도 이 정도로 자유를 제한한 적은 없었다.
니콜라스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당장 방 밖으로 못 나가게 되니 두 아들과의 힘 차이가 느껴져서, 그리고 그들이 변해버린 게 실감 났기 때문이었다.
겁탈당했다는 분노 때문일까? 마지못해 먹고 있던 음식은 역하게 느껴졌고, 속에서 참을 수 없는 답답함과 분노가 끓어 넘쳤다. 무엇이든 해버리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끼고 있었지만 정작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니콜라스는 뭘 해도 충족되지 않는 불안한 심리상태의 원인을 분노로 규정했다. 막내아들과 정상적인 대화를 조금 나눴다고 해서 그간 느끼던 분이 풀린 건 아니었다.
그러나 니콜라스의 심리상태는 울분이 치미는 것과는 비슷한 듯, 근본적으로 달랐다. 차라리 먹고 싶은 대로 음식을 탐닉해도 속에서 끊임없이 허기가 지는 쪽에 더 가까웠다.
두 아들과 교접한 뒤로 니콜라스는 욕구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단지 지금 느끼는 괴로움이 충족되지 못한 성욕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알지 못할 뿐이었다.
니콜라스는 가렵지도 않은 팔뚝과 가슴팍을 벅벅 긁으며 충동을 다스리고 있었다. 애증 어린 아들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애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신세였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자고 일어나서 분을 삭이기를 반복하는데 둘이 돌아온 것이었다.
[달그락]
소음과 함께 방문이 열렸다. 두 코딜리언 청년은 본인들과 똑같은 빛의, 겁에 질린 샛노란 눈동자를 마주했다. 니콜라스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여태까지 둘이 함께 방에 들어온 적은 없었다. 위압적인 체구를 자랑하는 파충류들이 방에 들이닥치자 방이 비좁게 느껴졌다. 니콜라스는 둘을 보며 불안감에 떨었다.
그러나 두려움은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코끝에 스치는 강렬한 코딜리언 수컷의 체취를 맡은 중년 남성의 동공이 좁아졌다. 원치 않아도 과열되었던 신경이 더더욱 예민해지면서 심장 박동 수가 빨라졌다.
그리고 그건 그의 두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밀폐되어 있던 공간에 들어선 순간, 환기되지 않은 방 안을 꽉 채우고 있던 코딜리언 암컷의 페로몬이 몸을 감쌌다. 거의 페로몬이 얼굴을 적신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공기가 농후했다.
더스틴과 로건은 아버지의 숨결 자체에 이성을 마비시키고 번식욕을 불러일으키는 냄새가 밴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방 안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고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흥분될 리가 없었다.
“잘 계셨어요? 불편한 곳은 없고요?”
친히 안부를 물어오는 아들의 인사말에 니콜라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페로몬 냄새와 함께 비릿한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두 아들이 가슴팍과 손, 입가 할 것 없이 피를 묻혀 얼룩덜룩한 게 눈에 들어왔다. 둘이 어디서 무엇을 하다 왔는지 알지는 못해도,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챈 니콜라스는 뒷걸음질 쳤다.
“어, 없으니까 거기 음식을 두고 나가….”
셋은 서로가 서로를 유혹하는 향을 내뿜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껄끄러운 사실에 대해 말하지 않고 본능으로부터 도망치려고 시도하는 아버지와 이제는 본능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의 두 아들은 시선을 교환했다.
“정말로 없어요?”
더스틴이 다소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말투는 마치 불편한 곳이 없을 리가 없는데 왜 숨기냐는 듯한 말투였다. 아들이 원래 조금 퉁명스럽긴 했으나, 심지어 그가 사춘기를 겪을 때도 불손함의 화살이 아버지에게 향한 적은 없었다. 아들의 낯선 반응에 니콜라스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없어… 없다니까.”
“거짓말하지 말아요.”
둘째는 이미 집에 올라올 때부터 아버지를 범하고자 결심했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벌벌 떠는 니콜라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금 약해지려 했지만, 그런 인간적인 감정은 괴물처럼 몸집을 부풀린 육체적 본능을 억누르지 못했다. 더스틴은 거침없이 행동했다. 비늘 돋은 괴물의 손이 니콜라스의 허벅다리를 억세게 그러쥐었다.
“아니야! 저리 가…!”
몸이 붙잡히자 놀란 니콜라스는 황급히 둘째 아들을 밀어냈다. 하지만 힘으로 그를 이긴다는 건 불가능했다. 오히려 저항하려 할수록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아들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아랫배가 저릿저릿했다.
친애하는 아들의 체취를 맡고 곧 발기할 것처럼 흥분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충동을 느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고 싶었다.
“아냐, 아니니까 제발… 더스, 착하지, 아빠 말 들어.”
“…….”
샛노란 짐승의 눈동자가 얼굴 바로 앞에 있었다. 방이 어두컴컴했는데도 노란 눈만큼은 어떻게 그토록 선명히 보이는지 모를 일이었다. 니콜라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들에게 놔 달라고 사정했으나, 더스틴은 그의 애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허벅다리에 피가 안 통한다고 느껴질 만큼 손아귀로 아버지의 살갗을 더 세게 옥죄였다.
[정말, 당장에라도 아버지한테 박아버리고 싶은데…. 형을 적으로 돌릴 생각이 없다는 걸 보여주긴 해야겠지.]
실질적으로 니콜라스의 안에 사정한 건 더스틴뿐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로건은 더스틴의 번식체를 노리는 참견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미 약조한 바가 있었기 때문에 더스틴은 자신의 번식체를 공유해주겠다는 말을 코딜리언의 언어로 흘렸다.
동생의 말을 알아들은 로건은 고개를 끄덕이고 둘에게 바짝 다가갔다. 형에게 자리를 양보하게 된 둘째는 아쉽다는 듯 아버지의 허벅지를 두어 번 정도 세게 주물러대다가 손을 거뒀다. 대신 형을 위해 아버지가 함부로 저항할 수 없도록 니콜라스의 뒤로 가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나는 네가 그렇게 말했을 때부터 믿고 있었다고.]
너는 다정히 말하는 데 서툴긴 해도, 오직 진실만을 말하는 투박한 성격이니까.
동생이 어떻게 다정을 표출하는지 알고 있던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아버지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위치까지 몸을 들이밀었다.
“얘… 얘들아? 너희 지금….”
니콜라스에게 둘의 대화는 쉭쉭거리는 소리로밖에 안 들렸다. 둘은 아버지가 배덕한 대화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게 할 작정으로 그런 소리를 낸 것이었지만, 니콜라스는 사람 말이 아닌 짐승 소리를 내는 두 아들을 보고 오히려 더 창백해져서 벌벌 떨었다.
퍼즐 조각이 뒤늦게 하나씩 맞춰졌다. 두 아들이 완벽한 코딜리언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들었을 때 니콜라스는 기시감을 느꼈다. 목에 소름을 쭈뼛 돋게 만드는 그 소리는 언젠가 들어본 적 있었다. 며칠 전, 로건이 라디오가 고장 났다고 하면서 들려주던 그 쉭쉭거리는 이상한 울림이 바로 그 소리였다.
어둠 속에서 들으면 아주 기분 나쁘고, 마치 먹이가 된 것 같은 착각이 일어 두려움에 떨게 되는 그 울음소리.
라디오에서 쉭쉭대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는 건, 이미 그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는 건물에 어떤 방식으로든 코딜리언이 침입했다는 의미였다. 당연히 방송국 사람들은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니콜라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예고된 재앙의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이제는 그것들과 똑같은 괴물이 되어버린 아들들에게 또다시 범해질 위기였다.
뒤에서 니콜라스를 끌어안은 더스틴이 아버지를 데리고 낡은 침대 위에 올라앉았다. 두 사람이 한데 앉으니 침대가 삐걱거리며 괴로워하는 소리를 냈다. 그 소음은 니콜라스의 입에서 나온 거라고 착각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의 소리와 비슷한 울림이었다.
벌거벗은 아버지의 몸을 탐욕스레 더듬던 더스틴은 그의 양 허벅다리를 붙잡아 벌렸다. 직전에 세게 그러쥐었던 곳에 손자국이 불그스름하게 남아 있어, 보는 사람의 음탕한 상상을 자극했다. 치부를 가리지 못하고 모든 곳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자세를 취하게 되자 니콜라스는 얼굴을 붉히고 말을 더듬으며 아들을 훈계하려 들었다.
“더스, 이런 짓을 내가….”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니?’ 하는 소리가 턱 끝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니콜라스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끅끅거리는 울음소리를 삼켰다. 아들이 ‘용서 안 하면 어쩔 건데요’라고 답변할까 두려웠다.
“아버지…. 다 아버지를 위한 일이니까요.”
더스틴 역시 그에게 용서해달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너희를 용서할 수 없구나’라고 말하는 순간 이 비참한 짓거리를 다 그만두고 싶어질까 봐서였다. 그러니 마음을 굳게 먹어야만 했다.
아버지가 알을 낳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다른 놈들의 습격을 받거나, 아니면 도태될 만한 개체로 판단되어 죽어 없어지거나. 어느 방향이든 이 망가진 세계에서 쓸모를 증명해내지 못하면 안 됐다. 사실, 아버지가 알을 잘 낳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해봐야 아는 일이었다.
만약에 잘 안 된다면.
별로 상상하고 싶진 않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봐야 했다. 그게 아들 된 도리였고, 여태껏 자신을 성의를 다해 보살펴준 니콜라스에게 보답하는 길이었다.
더스틴은 니콜라스가 설령 난임이더라 하더라도, 그가 알을 품게 될 때까지 안을 작정이었다. 그 방법만이 아버지를 구하는 길이었다.
그렇게 합리화를 하니 죄책감이 조금은 옅어지는 기분이었다. 품 안에서 버둥거리는 아버지가 제대로 다리를 벌리고 있을 수 있도록, 아들은 제 다리로 니콜라스의 다리를 잡아 눌러 고정했다.
그리고 곧 그의 탐욕스러운 두 손이 아버지의 가슴으로 향했다. 코딜리언이 되면서 인간이었을 때보다 배는 커진 손이었다. 그 손안에 꽉 들어찰 만큼 아버지의 근육 잡힌 가슴은 크고 탄력 있었다. 손으로 움켜쥐면 눌린 살이 쏟아질 듯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왔다. 그의 풍만한 가슴을 주무를 때마다 모양이 망가질 정도로 세게 그러쥐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샘솟았다.
“맞아요. 저희가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로건은 지난 관계를 떠올렸다. 그때는 욕망을 채우기 급급했으니, 이번에야말로 아버지에게 이런 행위를 하는 즐거움을 이해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벌어진 니콜라스의 다리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맏이는 손자국이 난 허벅지 안쪽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인간의 것처럼 말랑거리고 부드러운 입술 아래에 감춰진 것은 파충류의 날카로운 이빨이었다. 입을 벌린 아들은 아버지의 여린 살갗에 이빨을 대고 누르며 자국을 남겼다.
“흐…! 으윽, 아, 아파, 로건, 아파…!”
예민한 곳에서 따끔거리는 감각이 느껴지자 니콜라스가 몸을 펄떡였다. 잇자국이 남을 만큼 세게 깨물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로건은 민감히 반응하는 아버지를 달래주듯 방금 물었던 곳에 혀를 대고 살살 핥기 시작했다.
“그럼 더 살살 해드릴게요… 그래도 꽤 마음에 드신 모양인데.”
“으, 으으…. 아냐, 아니라고….”
근육이 단단할수록 그 결들이 예민한 법이다. 아들의 혓바닥이 허벅지 안쪽의 깊이 파인 곳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니콜라스는 앓는 소리를 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소리를 삼키며 하반신으로부터 올라오는 간질거리는 감각을 부정하려 들었다.
괴물의 혀에 전기가 흐르는 것도 아닌데, 닿을 때마다 사람을 자꾸 펄떡 뛰게 했다. 살면서 사람의 혀가 허벅지 안쪽에 닿은 적도 없었지만, 아들의 혀가 인간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더 소름 끼쳤다.
인간의 혀보다 더 얇지만 꼼꼼하게 피부를 뒤덮고 유연하게 날름거리는 괴물의 혀는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심지어 타액도 사람의 것보다 더 질척하고 끈적거렸다.
허벅지 안쪽에서부터 천천히 중심부 쪽으로, 더 민감한 곳까지 타고 올라가던 로건은 결국 니콜라스가 성감을 이기지 못하고 발기한 것을 보게 되었다. 바로 코앞에 남성의 성기를, 그것도 아버지의 것을 마주하고 있는데도 거북하지 않았다. 오히려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살덩어리에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
“아버지….”
로건이 낮게 한숨을 쉬듯 니콜라스를 부르며 성기에 고개를 들이댔다.
이상했다. 어디에서도 들은 적 없지만, 아버지가 내뿜는 페로몬이 암컷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만 동시에 아버지는 명백히 인간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 부조화를 직접 보고 느끼면서도 발기한 좆을 빨고 싶다는 충동은 점점 강해져 갔다. 로건은 짧게 키스하듯 아버지의 성기 끝에 입을 맞추었다. 입술 안쪽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것을 품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천천히 타액을 펴 발라가며 문질렀다.
“하, 흐, 으앗… 으…!”
괴물이 성기를 입에 집어넣고 있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일었다. 아래쪽을 힐끔거리던 니콜라스는 성기를 빨아들이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생리적 거부 반응이 올라오려는 것을 눌러 참았다. 옅은 금발처럼 보이는 머리카락 바로 밑으로 사람의 귀와 깊이 파인 뺨이 보였다. 하지만 창백한 뺨에는 번들거리는 비늘이 돋아나 있었다. 또한, 긴 속눈썹 아래에 잠긴 눈동자가 형형한 빚을 내는 포식자의 것임을 알았다. 괴물의 이질적인 이목구비를 한 번에 그려내니 변해버린 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속이 울렁거렸다.
로건이 혀로 기둥을 휘감고 점점 발기한 것을 입안 깊이 받아들일수록, 니콜라스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틀었다.
괴물과 교접하고 있다는 게 실감 났다.
“시… 싫어, 그만 둬….”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치고는 흥분하신 것 같은데….”
더스틴은 바짝 도드라진 니콜라스의 유두를 손으로 지분거리며 대꾸했다.
상대적으로 하반신 쪽이 상반신보다 예민해서 그쪽으로 온 신경이 쏠려있을 뿐, 가슴팍도 둘째에 의해 농락당하는 중이었다. 더스틴은 아버지의 가슴을 빨지 못하는 게 진정으로 안타깝다는 듯 등판과 목덜미에 키스를 퍼부으며 그의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날카로운 손톱 때문에 혹여나 유두에 상처가 생길까 봐 섬세한 손길로 봉긋하게 도드라진 곳을 연달아 집적대고 비틀기를 반복했다.
중간중간 딱딱한 손톱이 유두 위를 스치고 지나가면 긴장한 몸이 저절로 뻣뻣하게 펴졌다. 니콜라스는 최대한 신음을 참아가며 두 괴물에게 당하고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려 했다. 괴물들의 비늘 돋은 손과 얼굴을 보면 끔찍한 기분이 한층 강하게 느껴져,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눈을 감자, 어둠 속에서 몸의 민감한 곳을 건드리는 혓바닥과 손가락이 더 적나라하게 와닿았다. 상대에 대한 예우와 사랑을 담아 행동하는 만큼, 손가락의 움직임은 야했다. 니콜라스는 단지 사랑하는 사람이 기분 좋도록 어루만지고 애무하는 게 아니라 욕망을 가득 담아 몸의 성욕을 돋우기 위해 만지는 그 손길이 너무도 낯설었다. 마치 아들들이 아닌, 모르는 남성들이 가슴을 만져주는 기분이었다.
성기면 몰라도, 가슴을 만져지면서 기분이 좋을 리가 없어야 했는데. 자꾸만 찌릿하면서 올라오는 느낌에 집중하다 보니, 차츰 야릇한 느낌이 온몸에 퍼지면서 아랫배와 하반신에 뻣뻣하게 힘이 들어갔다.
“흐으, 응… 핫, 아, 로건, 더스틴….”
니콜라스는 몸을 탐해오는 존재들이 괴물이라는 사실을 떨쳐내려고 일부러 두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들이 아직 이성을 가지고 있고, 자신과 피를 나눈 존재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상기하고 싶어 최후의 발악으로 금기된 이름들을 입에 담았다.
괴물과 관계를 맺을 바에야 사람인 아들과 몸을 섞는 게 나았다. 인간이 아닌 것과 교접하는 일 혹은 가족과 근친상간을 하는 일. 둘 중의 하나를 택하는 것은 아주 어려웠지만, 니콜라스는 후자를 선택했다.
“흡… 하, 후….”
아버지가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은 로건의 움직임이 직전보다 더 농밀하고 세차게 변했다. 아들은 쪽쪽 소리를 내가며 한껏 굵어진 성기를 입에 담고 아버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크, 으, 하… 아읏, 읏….”
로건의 정성 어린 애무가 무르익을수록 니콜라스는 아래쪽에서 휘몰아치는 사정감을 견디지 못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성기를 빠는 외설적인 소리가 자꾸만 귓바퀴를 때렸다. 가슴이 먹먹해짐과 동시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소리를 삼키느라 흐느낌도 덩달아 꾹 참게 되었다.
인간의 치아보다 훨씬 날카로운 이빨이 자란 입이 성기를 집어삼킨다는 건 상상만 해도 꽤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살짝만 이가 닿아도 따끔거리기 마련인데, 더 길어지고 고기를 찢기에 적합해진 이빨을 가지고 펠라티오를 한다는 건 행하는 쪽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로건은 군소리 없이 한껏 입을 벌리고 아버지의 것을 집어삼켰다. 살덩어리가 목구멍을 찌르기라도 하면 금방이라도 헛구역질을 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왔지만, 아버지를 즐겁게 하려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로건, 그만…! 이제 됐으니까….”
차마 아들에게 쌀 것 같으니 그만하라고 말하지 못한 니콜라스가 얼굴을 붉혔다. 거칠어진 숨이 자꾸만 다물린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아, 하고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는 신음은 그가 얼마나 안달 난 상태인지 드러내는 지표였다. 이런 야릇한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간 일만 하느라 잊고 지내던 쾌락을 몸이 마다할 리가 없었다.
“흐, 흐으… 하, 아아…!”
결국 니콜라스는 둘째에게 진득하게 가슴을 애무당하면서 첫째의 입에 정액을 싸지르고 말았다. 그의 얼굴에는 그토록 천박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눈빛은 쾌락으로 푹 젖어 들어, 오르가슴에 흠뻑 취한 모습이었다. 죄책감 어린 배설을 마친 니콜라스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두 아들을 불렀다.
“얘들아, 다 용서할 테니까 제발…. 그만, 그만두도록 해.”
참았던 숨이 가쁘게 터져 나왔다. 두 아들에게 농락당한 중년 남성은 말을 제대로 끝맺지조차 못한 채 애걸했다.
“다 아버지를 위한 거라니까요.”
더스틴은 아버지가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게 이해는 갔지만, 내면에서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덩달아 거칠어진 손가락은 니콜라스의 양 유두를 거침없이 비틀어버렸다.
“하으으읏…!”
“소리 더 크게 내도 괜찮아요.”
성기가 빨리는 동안 양쪽 모두 빨갛게 부어오를 정도로 계속 만져지고 잡아당겨지던 곳이었기 때문에 니콜라스는 민감히 반응했다. 아버지가 내는 새된 소리를 들으며, 더스틴은 평소 내부에 도사리고 있던 가학성과 공격에 대한 갈망이 어느 정도 충족되는 것을 느꼈다.
동맹을 위해 형에게 차례를 양보했지만 본능과 몸이 아주 불만스러워하고 있었다. 방금 아버지가 형의 입에 진득하게 정액을 싸지른 순간, 공기 중으로 확 퍼진 암컷의 농축된 페로몬이 더스틴의 내부에 불을 질렀다. 마음속에서 이 버둥거리는 몸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댔다.
“하… 제길.”
욕망을 통제할수록 심장이 쉴 새 없이 요동쳤다. 더스틴은 천천히 숨을 몰아쉬었다. 그가 숨을 들이쉬고 내쉼에 따라 탄탄한 흉근과 복근이 부드럽게 오르락내리락했다. 본디 인간으로 치면 배꼽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세로로 길게 난 자국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숨을 들이쉬면 배가 살짝 부풀면서 틈이 벌어졌다가 다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잠잠해졌다. 그러길 서너 번 반복하자, 결국 그 안에서 욕구를 이기지 못한 시뻘건 성기가 살을 가르고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것보다 훨씬 길쭉했으며 처음보다도 변이가 한참 진행되어 한층 파충류의 것처럼 보이는 기묘한 물건이었다. 더스틴은 형이 아버지의 성기 끝에서 떨어지는 액체를 보상이라도 된다는 양 샅샅이 핥는 동안, 부풀어 오른 성기를 아버지의 등허리에 대고 문질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쉭쉭거리는 소리가 섞인 허스키한 목소리로 더스틴이 말했다. 니콜라스에게는 순전히 괴물 둘이 음욕을 채우려 드는 걸로 보이겠지만, 막내는 엄연히 아버지가 이 세계에서 살아남길 바랐기 때문에 원성을 듣는 일을 감수하는 중이었다.
어딘가 음울하게 들리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니콜라스는 애걸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스틴은 아버지의 등에 대고 배를 가르고 나온 제 성기를 비비고 있었고, 로건은 황홀경에 취한 사람처럼 성기와 애널 부근을 게걸스럽게 애무하고 있었다.
아들들이 차라리 첫날처럼 마구잡이로 몸을 범해왔다면 그들을 원망하고 적대했겠으나, 오늘은 유독 애무하는 시간이 길었다. 몸의 성감이 개발되어 가고 차츰 쾌락에 녹아들수록 원망의 화살은 니콜라스 자기 자신을 향하기 시작했다. 느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닿는 족족 야릇한 감각을 느끼다 보니, 잘못된 건 아들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 것이다.
“다 설명하긴 힘들지만…. 아버지도 곧 알게 될 거라고요.”
“큿…! 흐, 하아… 으, 으응….”
헐벗긴 아버지의 몸을 앞에 두고, 이제 코딜리언 놈들이 새로운 규칙을 세웠으니 그들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 설명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더스틴은 말로써 아버지를 설득하고 달래기보다는 몸으로 달래는 게 빠를 거라고 믿었다. 이렇게 구멍에 처박고 싶어 안달 난 성기를 가지게 된 몸이라면, 번식체 역할을 맡은 아버지는 분명 구멍이 들쑤셔지고 싶은 본능을 가지게 되었을 게 뻔했다.
그 증거로 처음에는 애무당하며 억눌린 소리를 내던 아버지가, 점차 진정으로 즐기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힘없는 듯, 은근히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그 목소리를 들으면 하반신이 찌릿했다.
“형만 즐겁게 해주시지 말고 제 것도 만져주세요.”
더스틴은 상대적으로 가는 아버지의 손목을 붙잡아다가 제 성기를 그러쥐게 했다. 앞으로 수도 없이 몸 안에서 놀아날 물건인데, 이렇게 괴생물체 보듯 대해서야 안 될 일이었다.
“흐읍, 읏, 아, 흐윽…. 얘, 얘들아….”
그사이 로건은 아버지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처박다시피 한 채 외설적인 소리를 내며 구멍에서 배어 나오는 체액을 핥고 있었다. 아들들이 야수의 눈동자를 가지게 된 것처럼, 니콜라스 역시 습한 환경 속에서 서서히 몸이 변해가고 있었다. 한 번 코딜리언 수컷의 체액을 받아들이게 된 구멍은 이전보다 훨씬 삽입이 쉽게끔 부드러워진 상태였다.
혓바닥이 다물린 입구를 건드리자, 순간적으로 움츠러들었던 곳이 곧 타액과 얇은 살덩이에 반응하여 벌어졌다. 그러자 니콜라스의 구멍에서는 음란한 냄새를 풍기는 말간 액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맑고 투명한 액체는 점도가 높지 않았으며, 구태여 그곳을 건드리지 않으면 분비된다는 것을 알기 어려울 만큼 옅게 몸 밖으로 묻어나왔다. 로건은 굶주린 사람처럼 아버지의 구멍을 핥았다. 얇아졌으나 더 길어지고 유연해진 혀가 뜨거운 육벽 틈으로 파고 들어가 갈구하듯 그 안을 휘저어댔다.
“흐으, 아하악…!”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놀란 니콜라스가 헛것이라도 본 사람처럼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벌벌 떨며 남은 한 손으로 로건의 머리를 밀어냈다. 혓바닥이 예민한 내벽을 건드릴 때마다 거의 성기를 빨리는 것에 준할 정도로 짜릿한 쾌감이 회음부를 타고 올라왔다. 사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니콜라스의 성기 끝에 또다시 말간 액체가 방울방울 맺히기 시작했다. 로건은 거기까지는 핥아줄 여력이 없다는 양, 아버지의 아랫구멍이 아주 질척하게 푹 젖어 들 때까지 핥고 또 핥았다.
“맛있어요…. 아버지, 진짜로요.”
아버지의 구멍이 주는 즐거움을 한껏 만끽한 첫째는 취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구멍은 혀를 놀리는 대로 음란하게 벌어졌다가 오므려지기를 반복하며 유혹하듯 벌름거렸다. 그렇게 음탕하게 넣어 달라고 호소하는데 가만히 둘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진한 암컷의 페로몬이 섞인 체액을 한껏 맛본 로건은 순진한 아들 대신 남의 번식체의 내부에 체액을 분사하고 싶어 하는 파렴치한 수컷의 본성에 이끌렸다. 불안정하게 인간과 코딜리언 그 중간 형태를 유지하던 성기가 팽팽하게 발기했다. 아직 동생의 것에 비하면 비교적 형태도 매끈하고 사람 같은 모양새였으나, 니콜라스가 겁을 먹을 만큼 크기가 큰 것만은 확실했다.
“아, 안 돼… 로지, 제발….”
아들의 거대한 성기를 보고 경악한 니콜라스는 그만두라는 양 고개를 저었다. 그런다고 해서 아들이 그만둘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들에게 범해진다는 공포에 이어, 몸이 본능적으로 원하고 있는 저 거근에 꿰뚫리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운 기대감이 몸을 지배했다. 흉물스러운 크기의 좆이 박히는 순간 몸이 예전 같지 않은 반응을 보일 게 뻔했다. 알면서도 그렇게 되도록 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 끔찍이 싫을 뿐이었다.
로건은 마침내 아버지의 다리 사이에서 고개를 들었다. 한참 동안 살냄새와 페로몬 냄새를 들이마셨더니 나른하게 열기가 오르는 게, 딱 좋았다. 그는 묵직한 성기를 한 손에 그러쥐고 몸을 일으켰다. 조금 전까지 열렬히 애무하던 구멍에 성기 끄트머리를 맞대는 순간, 죄를 짓는 것처럼 가슴이 끈덕지게 쿵쿵거렸다.
“아버지… 허락해주세요. 하게 해주세요.”
욕구로 일그러진 목소리에 쉭쉭거리는 소리가 섞여들었다. 기대와 배덕감, 그리고 죄책감이 한데 버무려진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질러버린다는 불안한 두근거림이 잇따랐다. 로건은 니콜라스의 대답을 듣는 대신 성기를 아버지의 구멍에 대고 허리를 움직여 끝부분부터 천천히 집어넣었다.
워낙 얼굴과 눈동자의 변화폭이 도드라져서 잘 보이지 않았을 뿐, 아들의 허벅지와 허리, 그리고 장골 위로 푸르스름한 비늘이 돋아나 있었다. 비늘을 본 니콜라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흐, 흐욱…!”
두꺼운 살덩어리가 안으로 꾸역꾸역 밀려들어 왔다. 혓바닥 따위와는 감히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커다란 것이 입구를 제대로 확장하며 안으로 밀려 들어오자, 니콜라스가 우는 소리를 냈다. 몸을 마구 들썩이고 고개를 비틀어대도, 몸을 잡아 누른 채 형이 온전히 아버지를 취할 수 있도록 돕는 둘째 아들 때문에 반항도 못하고 첫째의 것을 받아야만 했다.
니콜라스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아 억지로 감고 있던 눈은 아래쪽에서 생생히 느껴지는 고통과 쾌락이 한데 섞인 감각 때문에 번쩍 뜨이고 말았다.
첫째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관계하고 싶지 않은 나머지 자꾸만 시선이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무심코 한창 삽입이 이루어지고 있는 아래쪽에 눈길이 닿았을 때,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흥분해서 뻣뻣하게 발기한 제 성기와 아들의 좆을 맛있다는 듯 먹어 치우는 구멍, 그리고 아직 반절도 들어오지 않은 큼지막한 괴물의 것을 보고 만 것이다.
“흐으으…!”
거의 멎어가던 저항이 급작스럽게 거세졌다. 하반신에 힘을 주어 아들의 침입을 막으려 들어도 아들은 막무가내였다. 한 번 벌어진 곳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것을 막을 방도는 없었다. 오히려 구멍은 주인의 의사에 반하여, 진한 수컷의 페로몬을 흘리면서 들어오는 단단한 살 기둥을 반기듯 술렁거리며 부드럽게 조여들었다.
“하아… 하, 아버지….”
행하기 전의 죄책감과 불안감은 녹진하게 달라붙어 오는 내부에 의해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다. 로건은 사랑스러운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그 어느 때보다 다정한 목소리로 아버지를 불렀다.
반쯤 좌절감과 쾌락에 먹혀들어 가던 니콜라스의 정신은 아들의 부름을 듣고 번쩍 깨어났다. ‘아버지’라는 호칭이 그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상기시켰다. 아들의 목소리는 아버지가 감각으로 인해 완전히 타락하는 것을 막아주었다.
“흐으, 긋, 하… 으, 으읏….”
그렇지만 저항은 무의미했다. 삽입 당하면서 사지의 기운이 다 빠져버린 니콜라스는 축 늘어진 채 간신히 눈만 굴리고 있었다.
아들의 것은 단지 크다는 수식어로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했다. 그렇게 큰 걸 몸 안에 넣으면, 몸이 멀쩡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묵직하고, 무식하게 커다란 것이었다. 바로 그런 것이 자취도 남기지 않은 채 몸 안으로 전부 들어와 버렸다. 거근을 받아들였다는 유일한 증거는 열이 잘 잡힌 복근이 양옆으로 벌어지면서 아랫배가 도톰히 부풀어 버린 것뿐이었다.
로건이 삽입을 끝마치고 땀으로 범벅이 된 아버지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잘 참아주어 고맙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듯, 비늘 돋은 손으로 등과 어깨를 쓰다듬고 이마와 콧잔등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으… 으으으….”
바로 니콜라스가 어린 시절 로건을 격려할 때 해주던 그 행동이었다. 아들이 가족처럼 굴수록 니콜라스는 괴로워했다. 하지만 차마 그러지 말라고 말도 꺼내지 못한 채, 벌벌 떨고 눈물을 삼키며 아들의 행동을 받아줄 수밖에 없었다. 아들에게 매몰차게 부르지 말라고, 가족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하는 순간, 아이가 다시는 사람의 말을 하지 못하게 될까 봐 겁이 났다.
“크… 하, 하윽, 으….”
숨만 들이쉬어도 몸 안을 꽉 채운 것이 안에서 거세게 요동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들의 성기에 의해 단단히 꿰뚫려 버린 게 실감 났다.
“로건… 흐앗…!”
두 아들이 몸을 밀착해오자 니콜라스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전히 한 손에는 더스틴의 것을 쥐고 있던 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큰아들의 삽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더스틴은 성기를 붙잡은 아버지의 손 위로 본인의 손을 겹쳐 잡고 성기를 흔들게끔 했다. 안에 박힌 로건의 것이 꿈틀거리는 것에 놀라 성기를 그러쥔 손에 힘이 들어가기라도 하면, 뒤쪽에서 더스틴의 나지막한 한숨 소리가 들렸다.
니콜라스는 식은땀으로 푹 젖어 차가워진 손으로 몸을 겹쳐오는 로건의 어깨를 밀어냈다. 벌어진 곳이 지끈거렸다. 그렇게 큰 것을 마구잡이로 밀어 넣었으니 구멍이 아프지 않은 게 더 이상했다.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긴장한 몸은 성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만 뱉어 내려 했다. 비집어 넣으려고 애써봐야 도로 밀려 나올 뿐이었다. 로건은 긴장한 니콜라스의 허리를 비늘 돋은 손바닥으로 살살 쓸어주었다. 그는 달래려는 행위가 오히려 아버지를 겁먹게 만든다는 것을 모르는 듯했다.
땀으로 흠뻑 젖은 허리에 괴물의 비늘이 닿자, 니콜라스는 화들짝 놀라 들어온 것을 물어뜯듯 강하게 조여 버렸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몸을 웅크리며 피하려고 해봐야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다는 사실만 재차 확인하게 될 뿐이었다.
“아버지, 힘 빼요.”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밖으로 밀려 나오는 것을 안으로 거세게 처박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로건은 아버지에게 최대한 예의 바르게 행동하려고, 그를 겁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하반신만큼은 예외였다. 본능대로 움직이는 성기는 아버지의 내벽을 엉망진창으로 긁어대며 거칠게 안으로 진입했다. 들어가기가 무섭게 밖으로 굵직한 기둥이 뽑혀 나왔다가 밀려들기를 반복했다. 심지어 그 움직임은 점점 거세져, 니콜라스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흐…! 아, 하아아악…! 으, 응…!”
침대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로건은 니콜라스의 몸 위에 올라탈 기세로 몸을 수그려 밀착하는 동시에 빠르게 허릿짓했다. 퍽퍽 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렸다.
“아흐… 윽, 하, 아으응…!”
아랫배를 타고 징징 울리는 이 감각이 고통이 아니라는 사실에 니콜라스는 몸을 떨었다. 목구멍을 타고 터져 나오는 간드러진 목소리가, 몸끼리 맞붙으면서 울리는 교접음이 전부 아들과의 행위로 인한 것임을 믿을 수 없었다.
“하, 읏, 아버지, 마음에 드시나 봐요.”
“아니, 아니야…! 흐으, 흑…! 아…!”
헐떡이면서도 작게 웃는 아들에게 니콜라스는 거의 울부짖듯 부정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손에 잡히는 뜨끈한 살덩이가, 그리고 배 속을 엉망으로 만들어대며 성감대를 부술 듯 짓이기는 성기가 전부 아들의 것이라니.
배를 찌를 듯 발기한 채로 말간 액을 뚝뚝 흘려대는 본인의 성기가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벌써 두 번째 사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처럼 움찔거리는 곳을 조금이라도 통제하기 위해 아랫배에 단단히 힘을 주고 있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아아아…!”
괴물들과 몸을 섞으면서 니콜라스 그 자신도 짐승 같은 소리를 토해냈다. 그는 아들의 성기가 둔탁하게 몸 깊은 곳을 찌르고 오자 그만 참지 못하고 정액을 잔뜩 지려버리고 말았다.
로건은 아버지가 덜덜거리며 액을 뿜어내도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그의 전립선을 짓누르고 들이박으며 욕구를 채웠다. 아버지를 놔주고 싶지 않았다. 뒤에서 더스틴이 참을 대로 참고 있다는 걸 뻔히 알고 있으니 더 그랬다. 사이좋게 지내자고 약조하긴 했어도,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양보하기 싫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글거리는 동생의 눈동자를 마주한 로건은 아버지의 몸 안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려 들었다. 품 안에서 니콜라스가 헐떡대고 바르작거릴수록 그에 대한 갈망과 정복욕은 커져만 갔다. 흐느끼면서 정액을 찔끔거리는 아버지는 야했다. 그런 그를 두고 행위를 그만둘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로건, 그만…! 아, 하으읏…!”
니콜라스는 진심으로 아들에게 그만해 달라고 빌었다. 거대한 것으로 쉬지 않고 범해지는 감각이 괴롭기도 했지만, 한 번 사정을 끝마치고 예민해진 구멍을 타고 계속해서 쇄도하는 오르가슴에 몸 둘 바를 모른 것이기도 했다. 아들의 살덩이가 몸속이 아니라 뇌에 처박히는 것처럼 정신이 아찔했다.
너무 가까웠다. 상대방의 열 오른 몸에서 뿜어져 올라오는 에너지와 페로몬 둘 다 감당하기 힘들었다. 아들의 것이 몸을 들쑤시고 들어오면 성기 끝에서 울컥, 물이 뿜어져 나왔다. 강한 힘으로 들이박는 탓에 덩달아 몸이 들썩이면서 가슴의 살집과 근육이 크게 출렁거렸다. 단지 몸이 흔들리는 것뿐이었는데도 더스틴이 괴롭혀댄 유두에 찌릿하고 따끔거리는 감각이 올라왔다.
“흐, 하, 으으으….”
복근이 갈라진 틈을 따라 배출된 정액이 흘러내렸다. 그마저도 추삽질로 몸 전체가 들썩거려 후두둑, 낡은 침대 이불 위로 떨어지기 일쑤였다. 니콜라스는 로건을 말리지도 못하고 헐떡대면서 숨을 몰아쉬기 바빴다. 강렬한 쾌락 때문에 눈에 힘이 풀린 나머지 자꾸 감겨왔다. 그렇게 정신이 아득해지다가도 내부에 강력한 성적 충격을 느끼는 순간, 눈을 위로 번쩍 치떴다가 깜빡이길 수도 없이 반복했다.
“크, 흐으…. 아버지….”
최대한 버티려 들었지만 더 참는 건 로건에게도 무리였다. 로건은 낮은 목소리로 니콜라스를 부르며 안에 질척거리는 정액을 한가득 싸질렀다. 부푼 성기를 다 담고 있기도 버거운 곳이었기에 접합부 틈새로 정액이 팍 뿜어져 나왔다. 아버지의 사타구니는 체액으로 온통 엉망이었다. 음모에도 정액이 잔뜩 엉겨있었고, 살갗 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형, 비켜야지.”
형의 차례가 끝났으니 이제는 동생의 차례였다. 로건이 니콜라스의 구멍에서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더스틴이 뒤에서 움직였다. 긴장해서 축축해진 아버지의 손에 성기를 비비는 것 따위로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당장에라도 그 농후하게 풀어진 구멍에 처박고 싶어서 얼마나 충동을 참았는지.
더스틴은 끓어오르는 욕구를 참는 방식으로 아버지의 등판과 목덜미, 그리고 어깨에 잇자국을 내는 것을 선택했다. 니콜라스의 하얀 어깨는 온통 아들이 남긴 선명하고 붉은 잇자국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피가 날 만큼 세게 깨문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따끔거릴 만했다. 다만 니콜라스가 하반신에 온정신을 쏟고 있던 통에, 아들이 짐승처럼 몸을 깔짝깔짝 깨물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었다.
“으…! 으으…!”
더스틴이 늘어져 있던 니콜라스의 몸을 들자 니콜라스는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어대며 앓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아들은 아버지의 작은 저항은 앙탈 정도로 간주했다.
아버지의 벌어진 구멍에서 형의 정액이 주르륵 쏟아졌다. 암컷 코딜리언의 페로몬과 함께 낯선 수컷의 냄새가 올라오자 더스틴의 동공이 좁아졌다. 불쾌할 만큼 세차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버지에 대한 욕정을, 감히 이 요망한 페로몬을 풀풀 풍기며 유혹하는 몸에 대한 갈망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이미 한 차례 아버지의 손에 정액을 뱉어낸 더스틴의 것은 수그러들 줄을 몰랐다. 성기 끝은 그나마 사람의 것과 유사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도, 기둥 쪽으로 갈수록 코딜리언의 것처럼 울퉁불퉁했다.
아들은 망설이지 않고 그 흉물스러운 형태의 성기를 아버지에게 들이밀었다. 형의 정액이 꽉 들어찬 구멍에 성기 끄트머리를 대자마자 질척한 감각이 느껴졌다. 더스틴은 인상을 쓰며 무자비하게 구멍을 벌리고 진입했다. 여태껏 형의 것으로 유린당한 곳인 만큼, 구멍은 아주 부드럽게 성기를 집어삼켰다.
인간의 마음은 아들을 받아들이지 못해도, 번식체의 몸은 수컷을 원한다는 증거였다. 꿈틀거리며 감싸듯 성기를 조여오는 아버지의 내부가 마음에 들었다. 더스틴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한숨을 내쉬며 니콜라스의 허리를 잡아끌었다.
“흐읏…!”
아들의 것을 집어삼키는 동시에 그 위로 덜컥 주저앉는 꼴이 되어버렸다. 동생이 관계를 도왔던 것처럼 로건은 니콜라스의 앞에 꿇어앉아 그가 함부로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었다. 굳이 그런 도움이 없더라도 니콜라스는 이미 힘이 다 빠져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지만, 두 아들은 완고했다.
“더, 더스… 아, 더스틴…!”
안으로 부드럽게 침입해오는 것을 꽉꽉 물어대던 니콜라스가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자기방어적인 행동이었다. 굳이 이런 것을 비교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로건에 비해 변이가 빨랐던 둘째의 성기는 훨씬 더 괴물의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성기 밑부분이 유독 울퉁불퉁해서 박을 때마다 감각이 예민한 입구 쪽이 한껏 자극되었다.
겨우 한두 번 들쑤셔준 것 가지고 잔뜩 느껴버리는 것도 곤란했고,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와 관계하고 있다는 게 피부로 와닿자 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여 시선을 돌려보니 허리를 붙잡은 징그러운 파충류의 손이 보였다. 아들이 푹 쑤시고 들어오면 아랫배가 볼록, 솟아오르는 게 보이기도 했다. 등 뒤에서 그르렁거리며 울리는 소리는 짐승이 내는 소리처럼 들렸다.
“더스틴… 제발, 대답해, 흐아읏…! 아!”
니콜라스는 공황에 빠진 채 눈물을 줄줄 흘렸다. 자신이 괴물이 아닌 아들과 관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려고 애타게 둘째의 이름을 불렀다. 맏이가 성기와 허벅지 안쪽, 그리고 살끼리 맞물린 접합부를 혀로 애무해 주는 걸로는 부족했다.
더스틴이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등 뒤에서 움직이는 만큼 성감은 더 크게 느껴졌고, 동시에 불안했다. 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으면 아들의 존재가 사라지기라도 할 것 같았다.
지극히 비이성적인 생각이었지만 몇 날 며칠을 불안에 떨던 중년 남성이 과하게 성적인 자극을 받으며 흥분한 결과였다. 제대로 사고하기란 불가능했다. 안에 처박힌 살 기둥이 움직일 때마다 잘 잡힌 근육이 출렁거렸다. 그 상태로 흐느끼며 애타게 아들을 찾는 니콜라스의 모습은 애처로워 보였다.
“아버지, 진정해요.”
더스틴이 아무리 다정스레 말해봐야 니콜라스의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가는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로건이라면 끝까지 아버지를 달래주고 사랑스럽게 대했겠지만 천성이 억척스러운 둘째는 두어 번쯤 아버지를 달래려 시도하다가 빠르게 포기해버렸다. 그는 나긋한 말과 행동으로 안정감을 주기보다는, 원하는 대로 좆질을 해줄 수 있다는 충족감을 주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히윽…! 아, 하악…! 아, 으으응…!”
“좋으면, 얌전히 계시라고요….”
왜 서로 힘 빠지게 저항하고 그러시는지.
아버지가 목놓아 이름을 부르는 게 꼭 추궁하는 것 같다고 느낀 아들은 괴로움을 삼키려 들었다. 그러다가 마치 난동을 부리듯 우악스럽게 허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더스틴은 니콜라스가 더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도록 거칠게 박아 올렸다.
파충류 특유의 시뻘겋고 미끈거리는 성기가 니콜라스의 흰 엉덩이 사이를 가르고 들어갔다 나오면서 수시로 정액 거품을 만들어냈다. 성기 기둥을 따라 불규칙하게 돋아난 돌기들은 탱글거리며 입구에 걸렸다가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흐극…! 우, 흐아아!”
니콜라스는 괴상한 감각을 동반하는 쾌락을 버티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손에 잡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할퀴었다. 그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눈물을 짜낼 때마다 입가의 잔주름과 미간의 주름이 더 깊게 파여 들어갔다. 돌기가 입구만 긁어 대는 게 아니었다. 울룩불룩한 돌기들이 차례로 내벽까지 긁으며 몸 밖으로 빠져나간 탓에 안쪽도 한껏 예민해져 버렸다. 단지 성기가 자근거리며 안을 짓누르고 올라왔다가 내벽을 스치고 지나가기만 해도, 중년 남성은 후들거리며 액을 흘렸다.
몸이 더러워질 틈도 없었다. 로건이 아버지의 몸을 뒤덮은 암컷의 페로몬으로 가득한 체액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핥아준 덕이었다. 앞뒤 전부를 아들들에게 내어준 채 니콜라스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