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불효 2권
목차
#5. 본능 (2)
#6. 각성
#7. 산란
#8. 끝이 아닌 시작
#9. 다정한 불효
#10. 에필로그
#5. 본능 (2)
언제가 됐든 여름 다음 겨울이 오는 것은 순리였다. 인류가 침공당하고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면서 행성 타르카는 슬슬 기온이 떨어지고 있었다.
정온 동물이 아닌 코딜리언들에게는 최악의 환경이었다. 겨울에는 일광욕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특히 밤을 잘못 나면 그대로 동사하기 딱 좋았다.
본디 코딜리언은 행성의 적도 부근에서 서식하던 생명체였다. 그러나 그들은 나름의 문명과 기술을 발달시키면서 점차 위쪽으로 북상했고, 남부의 아종과는 다른 방향으로 분화했다.
북상한 코딜리언들은 살아남기 위해 87년 주기에 맞춰 서식지를 이동하는 것 말고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그들이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긴 세월에 걸쳐 신체에 털이 자라는 방향으로 진화를 거치는 것보다, 기술을 이용해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북부 코딜리언들은 빠르게 혹독한 환경에 맞서 기술을 발전시켜나갔다.
다소 추운 지방에 서식하면서도, 북부 코딜리언들은 여전히 매끈하게 비늘 돋은 피부와 생존에 불리한 대사 체계를 유지했다.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은 바로 ‘발양석’이라 불리는 돌에 있었다.
지하 깊은 곳에서 캐낸 특수한 광석과 수지, 기타 부속 재료 등을 굳혀 만드는 이 돌은 말 그대로 온기를 발산하는 기능을 했다. 크기는 제각각이었지만 대체로 타조알만 한 크기에 투명한 표면 아래로 이글거리는 불씨가 깜빡거리는 것과 같은 모양새였다. 물론 그 안에 진짜로 불이 든 것은 아니었다. 한 번 열기를 흡수하면 오래도록 열을 머금고 보온하는 돌 조각이 들어있을 뿐이었다.
발양석은 하루 종일 햇볕 아래에 두면 열흘 가까이 아주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는 극도의 효율성을 자랑했다. 겨울을 나는 코딜리언의 필수품과도 같은 돌이었지만 효율성이 좋은 만큼 높은 희귀도를 자랑했다.
현재 북부 코딜리언의 사회에서 통용되는 발양석은 거의 시민권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 우두머리인 두령이 하사하는 식으로 관리되었으며, 발양석의 제조 비법은 두령과 그의 최측근인 무리 수장들만 알았다.
코딜리언들이 두령에게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이유였다. 그녀는 모든 코딜리언의 생존권을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특유의 냉철하고 ㄴ명민한 판단을 통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발양석을 생산해냈다. 생존과 적응을 위해 기술을 발전시킨 이 파충류 집단은 결과적으로 타르카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집회에 나가 두 시간 가까이 이 장황하고도 놀라운 내용을 들은 끝에, 로건은 집에 발양석을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밤낮 가리지 않고 매 집회에 참석하여 눈도장을 찍어두고 열심히 일한 대가였다.
헌 옷가지로 둥그런 돌을 둘둘 말아 집으로 들고 온 로건은 유난히 신이 나 있었다. 원체 살림하기 좋아하는 그의 특성 탓이기도 했고, 드디어 무너진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뭔가 해낸 기분이 든 탓이기도 했다.
괴물들의 사회는 낯설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인간의 사회보다 합리적이었다. 쓸데없는 아첨이나 정치질이 없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신분의 상승은 오직 실력으로만 이루어졌고, 모든 개체의 역할은 두령이 직접 분배하고 관리했다. 때문에, 인간의 세상처럼 우두머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누군가를 모함하는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았다.
구조적으로 두 사회는 사실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잘난 놈이 위로 올라가고, 아래에 있으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한 채 부품처럼 소비되거나 많은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적어도 코딜리언의 사회는 가장 아래쪽까지 돌아오는 보상의 수혜가 훨씬 컸다. 사나운 파충류들은 전문성이 딱히 필요치 않은 반복 노동도 후하게 대가를 쳐주었다. 그들은 로건과 더스틴이 보금자리 재건을 도울 때마다 먹을 것과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넉넉히 챙겨주었다.
로건의 만족도를 볼 때, 코딜리언이 변이체들의 심리적 충족감을 이용하기로 한 전략은 꽤 잘 먹힌 듯했다. 양극화된 사회에서 하층민으로 살아가는 것과 모든 것이 망가지고 재건만이 남은 시대에 예비 괴물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질적으로는 비슷할지 몰라도, 심리적으로는 꽤나 양상을 달리했다.
적어도 새 시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건 후자가 더 잘 먹히는 데다 스스로가 변이체 평균에 속한다고 믿게 하기도 쉬웠다. 괴물들은 다른 동족보다 더 큰 혜택을 누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몰락한 세계에서는 인간이었을 시절 신분의 고저와 관계없이 모두가 변이체였다. 모든 변이체에게 부여된 신분은 ‘예비 괴물 시민’이었다. 변이체들은 누가 더 잘났다고 할 것 없이 똑같은 대접을 받고 있었으며, 그들 가운데 출세하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거대 파충류들의 말을 잘 들어 반푼이 신세를 벗어나는 것.
누군가는 이런 신분의 전복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도, 누군가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분명한 건, 체제를 거부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도태된다는 점이었다. 코딜리언들은 인간의 세계가 몰락한 뒤 충성하는 변이체들을 자연스럽게 포섭했다.
로건은 낮은 소리로 흥얼거리며 베란다에 발양석을 설치했다. 전기와 가스를 이용하던 인간에게는 꽤 생소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손의 움직임이 인간만큼 정교하지 않은 코딜리언에게 있어, 굳이 조작하거나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고 손쉽게 열기를 쬘 수 있다는 점은 크나큰 장점이었다. 게다가 열원의 이동이 아주 단순했기 때문에 돌을 깨뜨리지 않는 한 햇볕만 있으면 어디서든 돌을 사용할 수 있었다.
로건이 최고의 장점으로 꼽는 건 별다른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저 돌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쓰다가 새로 받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아.]
돌의 효율성에 대해 생각하던 로건은 그제야 이 발양석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고, 다음 돌을 받아 써야 하기 때문에 무한히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이 무한정 퍼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란 게 피부에 와닿았다.
그렇지만 별 불만은 없었다. 지긋지긋한 가스비 청구서를 감당하기 위해 몸이 아프건 피곤하건 일하러 나가야 했던 건 어차피 같았고, 차라리 청구서가 없는 쪽이 나았다.
“로지? 밖에서 뭘 들고 온 거니….”
아들이 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난 니콜라스가 부스스한 얼굴로 나타났다. 옷을 입지 않고, 낡은 이불로 몸을 대충이나마 가린 그는 피곤한지 연달아 하품을 했다.
[발양석을 받아왔어요. 이제 집에서 따뜻하게 지낼 수도 있고, 고기도 익혀 먹을 수 있어요.]
“그거 엄청 잘된 일이네.”
니콜라스는 문간에 서서 거대한 덩치가 덜걱거리는 돌을 고정시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로건은 언제나 친절했고, 더스틴보다 수다스러웠기 때문에 거리감이 덜한 편이었다. 게다가 변이 후에도 집 안의 살림을 책임지는 한편,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모습을 보면 그가 크게 변한 것 같지 않아 마음이 놓였다.
그래서 니콜라스는 유독 집착적으로 로건이 집안일하는 모습을 관찰하곤 했다. 근육질의 커다란 파충류가 햇볕 밑에서 꿈질거리는 것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당장에라도 네 발로 걸을 것만 같은 놈이 쉭쉭거리는 소리로 말도 했고, 심지어 도구도 이용했다. 자꾸 이런 식으로 괴물 보듯 아들을 보면 안 된다고 자기 최면을 걸어봤지만, 로건에게서 이질감을 느끼고 괴생물체 취급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 됐다. 설치하는 동안 잠깐 볕을 쬐었는데도 벌써 따끈하네요. 기념으로 날고기 대신 오랜만에 요리라도 해드릴까요?]
“할 수 있겠어?”
니콜라스는 로건의 손과 설치된 발양석을 번갈아 보았다. 챙겨주려는 마음은 고마웠으나, 아들의 손가락은 예전처럼 자유자재로 구부러지기 힘든 모양새였다. 투박한 파충류의 손이 칼을 들고 조리한다는 게 상상이 안 갔다.
그간의 식사는 대부분 두 아들이 가져온 날고기를 배탈 나지 않을 정도로만 주워 먹고 과일이나 풀 조각을 먹는 게 다였다. 그마저도 니콜라스의 내장기관이 상당수 변이를 거쳐 가능한 일이었다. 익힌 요리 소리를 들으니 허기가 진 니콜라스는 주방으로 향하며 말했다.
“그냥 내가 할게.”
주방에서 프라이팬을 꺼내 든 중년 남성은 발양석의 효과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잠깐 베란다 문에 기댄 채 아들이 설치하는 것을 보고 있었을 뿐인데, 집 안으로 들어온 순간 피부 위로 그늘에 들어온 것처럼 서늘한 감촉이 내려앉았다.
니콜라스는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프라이팬을 발양석 위에 올리고 날고기를 익히기 시작했다. 불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조리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나쁘지 않았다.
발양석 앞에 서 있는 동안 땀이 줄줄 날 만큼 온기가 대단했다. 애초에 체온 유지가 돌의 가장 큰 목적이었고, 코딜리언은 식문화가 그리 발달하지 않은 종족이었기에 니콜라스가 발양석을 용도 외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먹는 익힌 고기는 제법 맛이 훌륭했다. 숙성되지 않은 고기에 엉성하게 소금간만 해서 먹어도 맛있었다. 조리된 음식을 먹고 있으니 아들이 해주던 음식이 떠올랐다. 그때에 비하면 훨씬 신선한 것을 먹고 있었으나, 그 음식이 그리웠다.
바로 코앞에 아들이 노란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얌전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도 로건이 보고 싶었다. 니콜라스는 고기를 우물거리다 말고 눈시울을 붉혔다.
[물 드릴까요?]
로건은 수시로 우울감에 젖어드는 아버지를 걱정했고, 본인의 비대해진 몸과 인간성을 잃어버린 주둥이가 그를 우울하게 만든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의 시야에서 서성거리는 대신 물을 가져다주고 멀리 떨어지는 것을 택했다.
“고맙다.”
갑자기 분위기가 급속도로 어색해져 갔다. 더스틴은 이럴 때마다 답답해하며 니콜라스의 몸을 달구어 즐겁게 해주면 된다고 주장했고, 로건은 아버지에게도 시간을 드려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로건은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불온한 생각을 떨치려고 애썼다. 인간은 열등하지 않으며, 그들 나름의 방식이 있다고 거듭해서 속으로 되뇌었다.
수시로 울고 짜증 내고 반항적으로 구는 아버지를 다룬다는 건 고된 일이었다. 사실 두 아들은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바빴다. 호출이 있다면 밤낮없이 먹이를 조달하기 위해 나가야 했고, 심지어 경쟁자인 형제를 견제하는 데도 에너지를 써야 했다.
완벽히 호환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코딜리언이 불완전한 인간 가족을 보살핀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를 간병하는 것과 어느 정도 유사했다. 그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관리할 것도 많았으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신 상태에 대응해야만 했다.
제아무리 감정이 둔한 코딜리언이라도 모진 소리가 한 번은 나올 법도 했는데, 로건은 군소리 없이 아버지를 돌봤다. 둔화된 손으로 열심히 집을 치웠으며 인간이 느끼기에 깔끔하고 정돈된 환경을 조성해주려고 노력했다.
지저분한 환경이 인간의 정신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로건은 더스틴과 역할을 분담한 뒤 바로 집부터 정돈했고, 침공 이후에도 거의 망가지지 않은 환경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더스는?”
[물 뜨러 나갔어요. 금방 올걸요.]
한 명이 집회에 참석해 교육을 받고 노역을 하는 동안 다른 하나는 아버지를 돌보거나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조달해오는 식이었다. 수도 역시 끊겨버렸기 때문에 더스틴은 주기적으로 밖에 나가서 생활용수를 길어왔다. 인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근력이 무지막지하게 향상된 코딜리언에게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셋은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었다. 종말이 오고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아도 다 살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에 동감했다. 니콜라스가 식사를 마치자 로건은 그릇을 거둬갔다.
해가 떠 있는 이 시각은 코딜리언의 주된 활동 시간이 아니었다. 아직 주행성을 유지하고 있는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낮에도 깨어있어야 하는 건 또 다른 고된 일이었다.
[발양석에 관한 이야기해드릴까요? 저게 굉장히 희귀한 거래요, 아버지께서 일하시면서 캐던 그 돌보다도요….]
로건은 니콜라스가 우울감에 빠지지 않도록 계속 쉭쉭거리며 말을 걸었다. 이제 인간의 말은 못 해도, 인간이었을 때처럼 살가운 방식으로 언어를 구사하면 니콜라스의 표정이 약간이나마 밝아지는 것을 몇 번 본 뒤 의례적으로 하는 일 중 하나였다.
로건이 이것저것 떠드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니콜라스는 조용히 끄덕였다. 두 아들이 항상 겁을 주고 나가지 못하게 한 탓에 밖에 뭐가 있는지는 몰라도, 꽤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떤 때는 로건의 쉭쉭거리는 특유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은 없었다. 대신 알아들은 척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니콜라스는 아들과 대화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느꼈다. 그리고 심리적 안정은 번식욕을 부추겼다. 배부르고 따뜻한 상태가 되어 조금만 기분이 좋아지면, 곧바로 교미하고 싶어지는 통에 니콜라스는 지독한 자괴감과 회의감을 느꼈다.
평소 종종 울적해지는 것은 이런 심리 상태와 관계가 있었다. 니콜라스가 일부러 우울과 슬픔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머물러 있기로 결심했기에, 저조한 기분이 더 자주 찾아왔다.
그저 받아들이면 될 텐데. 이미 숱하게 두 아들과 몸을 섞은 주제에 체면 차리는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수컷 코딜리언과 단둘이 같은 공간에 앉아 있다는 것을 지각하니 자꾸만 구멍이 지끈거리고 간지러웠다. 인간의 본성은 로건을 아들로 보았지만 코딜리언의 본성은 그를 수컷, 혹은 배우자쯤으로 보는 듯했다.
몸이 저절로 긴장한 채 곧 일어날 일들을 기대했다. 아들을 상대로 성적 흥분을 느낀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의 숨결이나 체취, 천천히 오르락내리락하는 등 근육을 보면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먹고, 자고, 하고.
짐승 같은 삶이었다. 그런 단순하고 원초적인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 직접 엉성한 요리라도 해보겠다고 나선 걸 수도 있었다. 니콜라스의 사회적 자아는 무의식적으로 일을 해서 본인이 가치 있음을 증명해내고 싶어 했다.
이상했다. 원초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사회적 행동을 시도했는데, 그게 곧 다시 원초로 돌아가는 지름길이었다.
니콜라스는 슬금슬금 아들의 옆으로 기어가 그의 허벅지 바깥쪽에 손을 올렸다. 아버지가 배부르거나 기분이 좋으면 으레 교미를 요구해온다는 것을 알고 있던 로건은 이상할 것 없다는 듯 다정한 손길로 중년 남성의 등을 쓸어주었다.
“로지, 그러니까 이건….”
[여기서 하고 싶어요? 아니면 방으로 갈까요?]
교미하고 싶다고 말하지 못하고 변명하는 니콜라스에게 로건은 고저 없지만 온건한 소리로 물어왔다.
“그냥 여기서 하자.”
니콜라스는 시선을 피하며 아들의 물음에 답했다. 늘 이런 식이었다. 데면데면하게 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맞붙어서 서로를 탐하는 꼴이 아주 우스웠다. 더스틴은 니콜라스가 그런 식으로 답답하게 굴 때마다 아버지를 굴복시키려 들었지만 로건은 달랐다. 맏이는 아버지를 달래고 어르며 뜻대로 움직이게끔 하는 쪽이었다.
[좋아요. 오늘은 어떻게 하고 싶어요?]
집회에 갔다가 방금 돌아온 터라 몸이 다소 피로했다. 그래도 로건은 아버지의 요구에 성실히 응했다. 먼저 교미를 요구해오는 건 칭찬할 만한 일이었고, 그런 아버지를 격려해주는 게 착한 아들의 임무였다.
“그냥….”
[그냥은 없어요. 아버지가 원하시는 대로 다 맞춰줄 테니까 말만 하세요.]
로건은 온건한 듯 단호했다. 더스틴이 아버지가 수치심을 느끼든 말든 한계까지 몰아붙였다면, 상냥한 로지는 아버지를 정신적으로 길들이려 들었다.
“잘 모르겠어, 이런 건.”
[괜찮아요, 알아가면 되니까.]
니콜라스는 원래 본인의 기호를 표현하는 데 약한 사람이기도 했다. 차라리 불호 요소를 배제하는 쪽이 더 빨랐다. 니콜라스의 불분명한 답변에도 로건은 괜찮다고 그를 독려하며 헌 천 조각을 들었다.
[이리로 와요, 애무해드릴게요. 애무받다 보면 어떤 식으로 하고 싶은지 생각나게 될걸요.]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옷가지는 곧 니콜라스의 눈을 가리는 데 사용되었다. 아버지가 변해버린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안 로건은 언제나 그의 눈을 가려버릇했다. 시야가 차단되면 오히려 더 크게 공포에 떨 법도 했건만, 로건이 대체로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덕에 니콜라스는 얌전히 있는 편이었다.
로건은 니콜라스와 말이 통하는 것을 아주 다행스럽게 여겼다. 만일 말이 통하지 않았더라면 쉭, 하는 짧은 소리는 그저 괴물이 내는 소리에 불과할 테니. 눈을 가린 채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를 보니 만족스러웠다.
어둠이 시야를 차단하자 니콜라스는 긴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입술을 축였다. 로건의 날카로운 눈동자는 갈라진 입술을 핥는 혓바닥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니콜라스의 눈을 가린다는 건, 그를 좀 더 노골적으로 욕망 섞인 시선으로 바라봐도 된다는 뜻이었다. 눈이 가려진 채 수동적으로 처분을 기다리는 아버지는 아들이 얼마나 욕정에 물든 눈으로 보고 있는지 알 턱이 없었다.
새하얀 얼굴을 가로지르는 검은 천과 축축하게 젖은 붉은 입술. 아마도 그 아래로 약간 두려움과 기대에 젖은 눈빛을 하고 있을 거라 상상하니 흥분감이 고조되었다. 로건은 조심스럽게 니콜라스를 품에 안고 등허리부터 천천히 애무해가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손이 부자유스러운 파충류에게는 혀와 꼬리가 더 적절한 애무 수단이었다. 맏이는 일부러 아버지의 얼굴이 품에 파묻히도록 안고 조율해 나가듯 꼬리로 그의 몸을 군데군데 건드리기 시작했다.
“하, 흐, 으읏….”
[어디가 좋은지 말해주면 더 좋게 해줄 수 있는데.]
파충류의 꼬리가 니콜라스의 엉덩이골, 코딜리언으로 치면 이미 꼬리가 자라나 있어야 할 곳을 간질이듯 천천히 문질렀다. 그는 원래도 간지럼을 쉽게 타는 체질이었고, 지금은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곳을 성감대로 길들이고 있는 참이었다.
“으, 앗… 거, 거기, 간지러워, 그만….”
[진짜 그만두길 원해요?]
피부 겉면만을 자극했다가 그 아래의 근육과 뼈까지 은근한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로 누르기를 반복하며 로건이 물어왔다. 유연한 꼬리는 제법 힘도 좋아 손으로 정교하게 주무르는 것만큼이나 몸을 샅샅이 애무할 수 있었다.
“흐읏…! 아, 아니, 간질거리기만 하지 말고….”
니콜라스는 아들의 비늘 돋은 팔과 가슴팍을 붙잡으며 낮게 신음을 흘렸다. 안 그래도 열기를 머금고 있는 곳이었는데 간질거리는 감각이 자꾸 올라오니 저절로 엉덩이를 들썩이게 됐다.
[그럼 어떻게….]
로건이 말을 하다 멈췄다. 닷새는 충분히 버틸 만큼의 많은 물을 길어온 더스틴이 돌아온 것을 보고 만 것이다. 동생의 출현은 곧 그의 합류를 의미했다.
로건이 아버지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지 발견한 더스틴은 사뿐히 걸어가 그 옆에 걸터앉았다. 갑자기 소파 옆쪽이 푹 꺼지자 니콜라스는 놀란 듯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반사적인 행동이었지만, 당연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손이 갑자기 엉덩이를 더듬어대다 그러쥐는 것만 느껴질 뿐이었다.
“더, 더스…?”
[…….]
더스틴은 아버지의 살을 끈덕지게 주무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동생이 대뜸 아버지의 몸을 주물러대자 로건도 질 수 없다는 듯 니콜라스의 몸을 매만져왔다.
“얘, 얘들아? 아무나 대답 좀 해봐, 제발….”
더스틴은 형에게 또 좀스럽게 주물럭대고 있었냐는 눈치를 보냈다. 로건 역시 이게 자신의 방식이니 방해하지 말라는 눈빛으로 동생을 응시했다. 공을 들이든 아니면 곧장 들이박든 결국 아버지의 반응은 똑같았으므로 더스틴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로건은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행동하는 중이었다. 아버지와 앞으로도 계속 같이 살아야 할 텐데, 그의 정서를 무시하고 행동했다가 그가 미쳐버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때문에,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동생을 조금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더스가 할 일을 다 하고 돌아왔나 봐요. 자, 이제 둘이네요. 선택지가 더 늘어난 것 같은데.]
니콜라스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감지한 로건이 바로 대답했다. 아버지는 유독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불안해했으므로 재깍재깍 답해줘야 했다.
[목이 좀 타는 것 같아서 대답이 늦었어요. 낮에는 밖이 좀 더워서요.]
더스틴도 마지못해 변명을 덧붙이며 아버지의 부름에 응했다. 형에게 소리 없이 호승심을 드러내느라 둘째가 대답하지 못했다는 것을 모르는 니콜라스는 둘의 음성에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그러기가 무섭게 몸 여기저기를 칭칭 감고 더듬어 오는 꼬리와 손아귀에 시달려야만 했다.
“응, 흣…! 아, 둘 다, 진정하는 게, 아으읏, 간지러워…!”
턱선을 따라 핥아오는 혀가 누구의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몸의 여러 부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간질거리는 감각이 잇따라, 지금 사타구니를 더듬는 게 혀인지 꼬리인지조차 구별되지 않았다.
눈을 가린다는 게 잘한 선택이었는지 모호해지는 순간이었다. 몸에 닿는 것들이 인간의 그 어느 신체 부위와도 닮지 않은 탓에 기분이 이상했다.
[간지럽긴요, 이렇게 잔뜩 발기해 놓고.]
[맞아요, 이제 그만 솔직해지실 때도 됐잖아요.]
만류하는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동시에 추궁하듯 말했다. 코딜리언이 된 둘을 구분하는 방법은 말투와 태도, 그리고 몸짓을 통해서였다. 이렇게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 고저의 차가 거의 없는, 똑같은 음색으로 불손한 희롱을 해오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흐으으… 아, 그건 너희들이, 앗…!”
[젖도 이렇게 단단히 뭉쳤는걸요. 만져 달라고 봉긋해진 거 봐.]
“더스, 제발 그런, 으웃…! 그런 말 좀 안 하면…!”
더스틴이 손톱으로 깔짝거리면서 유두를 긁어오자 니콜라스가 새된 소리를 내며 그를 나무랐다. 두 형제는 아버지의 몸에 대한 선호도가 달랐다. 더스틴은 니콜라스의 가슴을 좋아하는 편이었고, 로건은 성기를 좋아했다. 구부러진 파충류의 앞발로도 능숙하게 유두를 희롱하고 혀로 날름거리는 행위를 통해, 니콜라스는 앞판에 달라붙어 괴롭히는 게 더스틴임을 알아차렸다.
[왜요, 사실이잖아요. 만지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시면서.]
“아…!”
더스틴은 뻔뻔하게 굴었다. 양보는 첫날로 족했다. 그간 형과 번갈아 아버지를 차지해오며 확실히 느낀 바였다. 괜히 어쭙잖은 동정심이나 호의로 양보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동생이 흥을 깨버렸다고 생각한 로건은 아까부터 예민하게 반응하는 아버지의 몸을 눈으로 훑고만 있을 뿐이었다. 길고 얇은 꼬리는 어느새인가 단단히 고개를 든 니콜라스의 성기를 휘감고 조였다 풀어주었다 하며 기분 좋게 문질러주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거의 날랜 촉수처럼 보였다.
[선택은 아직인가요? 누구한테 먼저 박히고 싶은지 골라봐요.]
쉭, 하는 짧은 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런 식으로 목소리를 깔며 은근하게 구는 건 로건 밖에 없었다. 더스틴에게 양쪽 유두를 희롱당하던 니콜라스가 입술을 잘근거리다가 말했다.
“그, 그런 걸 선택해야겠어? 어차피….”
둘 다 할 거면서. 들쑤셔지고 싶어서 움찔대는 곳이 더는 무리라고, 그만해 달라고 호소할 때까지 진종일 삽입할 거면서. 니콜라스는 아들의 질문 의도를 이해 못 하겠다는 듯 눈썹을 한껏 구부렸다. 눈이 가려져 있었지만 얼굴 표정이 빤히 보이는 게 퍽 재밌다고 생각하며 로건이 입을 벌렸다.
[꽤 중요한 문제긴 하죠? 제 입으로 말하긴 자존심 상하지만, 아버지한테 사랑받으면 좋잖아요.]
[또 아양 떨긴. 형이 하는 말은 흘려들으세요, 아버지. 결국 아버지한테 좆을 쑤시고 싶단 뜻이거든요.]
[더스, 왜 또 애처럼 질투하고 그래? 아버지를 겁박하는 건 그만두는 게 어떻겠어.]
[형이야말로 가식적으로 구는 건 관두는 게 나을 텐데.]
눈빛으로만 서로를 견제하던 두 코딜리언이 마침내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둘은 아버지의 몸을 애무하던 것도 잊고 서로에게 맹렬한 시선을 고정한 채 그르렁거렸다. 그제야 아들들의 공세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니콜라스는 어둠 속에서 그릉대는 짐승의 소리를 듣고 황당해하며 말했다.
“너희 지금 싸우는 거니…?”
[아뇨, 그게 아니라.]
아버지의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들은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변명 같은 말부터 뱉고 보았다. 니콜라스도 딱히 둘을 훈계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에나 할 유치한 말싸움을 이 나이 먹고, 종을 초월해서 하고 있다는 점이 어이없어 허탈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아버지의 옷을 전부 벗겨 놓고 음탕한 제안이나 해대며 희롱하려 드는 괴물들이, 알맹이는 여전히 알고 있던 그 애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너희가 싸우면 둘 다 방으로 보낼 거야.”
익숙한 상황 속에서 니콜라스는 무의식적으로 두 아들에게 훈육하듯 말했다. 아버지의 말을 들은 더스틴은 그건 안 된다는 듯 배에서 성기를 끄집어내 그의 입가에 들이대며 말했다.
[제길, 이게 다 아버지가 빨리 선택을 안 해서 그런 거잖아요. 선택할 마음 없으면 빨아주세요.]
니콜라스는 20년 전 감성에 젖어 아이를 혼내듯 두 아들을 대했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훈계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더스틴과 로건은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났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거대한 성체 코딜리언이기도 했다. 인격적으로 변화를 겪은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오만하고 호전적인 성격을 드러냈다.
갑자기 뺨에 페로몬 내를 풀풀 풍기는 성기가 닿자 니콜라스는 놀라서 몸을 뒤로 빼려 했다. 하지만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기다란 꼬리가 허리를 칭칭 감아 끌어당긴 탓에 그러지 못했다. 동생이 아버지의 선택을 기다리지 않고 은근슬쩍 먼저 들이대는 것을 본 로건도 가만히 있지 않고 제 성기를 끄집어내 니콜라스에게 들이밀었다.
[왜 괜히 아버지 탓을 하고 그래? 그냥 선택해주세요. 어느 쪽이 더 끌리는지요.]
“진짜….”
마음 같아선 둘 다 저리 가라고 하고 싶은 니콜라스였다. 하지만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한 명의 페로몬만 맡아도 머리가 어질거리고 몸에 힘이 빠지면서 근육질의 괴물에게 몸을 맡기고 싶은 충동이 드는데, 둘씩이나 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다음부터는 순번을 정해주면 좋겠어, 로지.”
조금 심하게 비틀린 것 같았지만 이것이 부모의 애정을 갈구하는 형제 싸움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니 누구의 편을 들어주기 어려웠다. 니콜라스는 로건에게 핀잔주듯 말하며 들이밀어진 성기를 붙잡고 혀로 핥아 올렸다. 그러자 진득한 페로몬이 코를 찌르면서 부모의 역할과 암컷의 본능에 관한 생각이 한데 뭉쳐 녹아갔다.
아버지가 로건을 부르는 것을 보고 더스틴은 어처구니없어 했다. 그가 몽롱한 목소리로 대답을 한 직후에 빨기 시작한 건 본인의 성기였던 탓이다. 늘 온건하면서도 다소 능글거리는 태도로 평온하게 굴던 로건도 이번만큼은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와, 이건 그냥 넘어갈 수가 없겠는데요.]
[인정해, 그냥. 아버지께서 내 좆을 더 원한다는 걸.]
니콜라스는 아들의 성기를 입에 담으며, 두 아들의 애무가 멈추고 난 뒤 몸이 상당히 안달 나 있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항상 게걸스럽게 빨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입안 가득 살 기둥을 집어넣고 빨아들이는 중이었다. 입을 아무리 벌려봐야 두 갈래의 성기를 다 담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다른 쪽 손까지 동원해서 커다란 것을 만지고 있을 때, 그는 둘의 대화에서 또다시 분쟁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을 감지했다.
페로몬에 취한 데다 눈이 가려져 있어 둘이 어떤 자세로 서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기분 좋은 냄새가 자꾸 정신을 멍하고 몽롱하고 들뜨게 했다. 니콜라스는 그저 로건이 먼저 하자고 했으니 그를 만족시킨 다음 더스틴을 상대해줄 생각이었다. 그는 본인이 더스틴의 것을 열심히 애무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다소 외설스러운 소리를 내가며 성기를 빨았다.
“흐읏…!”
로건은 아버지의 행태에 불만스럽게 혀를 날름거리다가 손으로 그의 엉덩이를 덥석 움켜쥐었다. 윗입으로 애무를 받을 수 없다면, 아랫입으로 받으면 그만이었다. 매끄러운 엉덩이를 잡아 벌리자 벌써 흥분해서 투명한 액이 고여 있는 짙은 빛의 구멍이 드러났다. 매일같이 박아준 탓에 이제는 곧바로 밀고 들어가도 능숙하게 받아들이는 곳이었다.
[부른 건 내 이름이었잖아.]
[그렇지만 내 것에 더 끌렸단 거지.]
볼 한가득 성기를 넣었다가 빼내며 빨아들이는 아버지가 보였다. 더스틴은 만족스럽다는 듯 그르륵거리는 소리를 냈다. 비록 아버지가 형의 이름을 부른 건 언짢았지만. 어찌 됐든 실질적으로는 자신을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층 여유로워져서, 형이 아버지의 뒤를 먼저 노려도 너그럽게 봐주기로 했다.
“우흐… 큭… 아, 잠깐… 더스? 더스인거니?”
[글쎄요, 누굴 거 같나요.]
더스틴 대신 로건이 뒤에서 다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소리만으로는 두 아들을 구분하지 못한 니콜라스는 불안해하며 더스틴의 허리와 아랫배 근처를 손으로 더듬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뭔가 뚜렷한 단서를 포착할 수 있는 건 아니었기에, 별다른 소득 없이 되레 더스틴을 자극하는 꼴이 되었다.
[지금 들어가는 게 누구 좆일지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아, 아앗, 로지…? 아, 살살, 살살해…!”
로건은 한참 동생의 것을 빨다가 뒤늦게 앞쪽에 있는 게 더스틴인 거냐고 물어보는 아버지에게 심통을 부렸다. 맏이는 평소 하다가 행위가 거칠어질지언정, 삽입은 언제나 부드럽게 해주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동생의 자지를 실컷 빨아주면서 이름만 제 이름을 부르는 건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로건은 기다려주지 않고 단번에 좆 두 갈래를 아버지의 안에 처박아 넣었다.
“흐우욱…!”
로건의 목소리를 들은 니콜라스는 더스틴에 비하면 특유의 빈정거림이나 시니컬함이 덜해 뒤쪽에 있는 게 맏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체로 거칠게 구는 건 더스틴이었다.
성기가 몸을 한껏 벌리면서 안으로 꾸역꾸역 밀려들어 오자 더욱 혼란해져 달뜬 숨을 내뱉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니콜라스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육봉을 집어삼키고 간드러진 신음을 앓듯 흘렸다.
“흐, 아, 아앗…! 으, 으응, 아, 으훕…!”
로건은 아버지에게 틈을 주지 않고 성기를 끝까지 집어넣자마자 다시 밖으로 끄집어냈다.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 조여댈 거면서, 아버지는 항상 점잖은 척을 했다. 평소에는 그런 내숭을 한 꺼풀씩 벗겨가며 지배적으로 구는 재미가 있었지만, 오늘은 마음이 급했다.
[누구든 상관없는 거죠? 어느 놈이든 좆만 쑤셔주면 좋다는 거잖아.]
20년도 넘는 세월 동안 온순한 이미지를 고수해온 로건이었다. 반항아처럼 억세게 구는 동생을 부러워한 적이 없다고 하면 아마 거짓말일 터였다. 로건 또한 마음속에 일탈하고자 하는 욕구를 품고 있었다. 그러기에는 집안 사정이 좋지도 않았고, 아버지는 언제나 쓸쓸해 보였으며, 맏아들로서 책임질 일이 많았기 때문에 욕망을 참고 있던 것에 가까웠다.
순박한 아들이어야 한다는 틀은 질투심 앞에서 보기 좋게 일그러지며 억눌린 욕구를 배출해냈다. 한 번도 아버지를 억세게 다룬 적 없던 로건은 곧장 허리를 틀어 니콜라스의 전립선을 푹 찔러 올렸다.
“흐아앗…! 아, 아아…! 훕, 으…!”
[대답해 봐요, 그래서 이게 누구 좆 같은지.]
형이 아버지를 범하는 동안 더스틴 역시 아버지에게 계속해서 성기를 물리고 있었다. 한 번 성감대를 두꺼운 것으로 찔리면 암만 눈이 가려져 있어도 눈앞이 하얗게 점멸하는 동시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니콜라스는 입에 고여 있던 타액을 줄줄 흘리며 들어 있던 더스틴의 것을 반쯤 뱉어냈다.
“후읍…! 우, 아…!”
그러면 더스틴은 친히 아버지의 입안에 다시 성기를 밀어 넣고 혓바닥과 입안의 점막이 주는 감각을 만끽했다. 형이 뒤에서 거칠게 움직여준 덕에 아버지는 저절로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며 발기한 것을 타액 범벅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왜 대답이 없으세요.]
로건이 뒤에서 아버지를 다그쳤다. 흡사 매질하는 것처럼, 근육이 단단히 잡힌 코딜리언의 배가 니콜라스의 둔부를 철썩거리며 때려왔다. 두 갈래씩이나 뿌리 끝까지 집어삼킨다는 건, 보통 닿을 일 없는 곳이 제대로 확장되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니콜라스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아들을 달래려고 허리를 꿈틀거렸다.
“흐, 으으…! 미,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하실 필요 없이 지금 쑤셔주는 게 누구 건지 말씀하시면 될 텐데.]
로건은 니콜라스의 허리를 붙잡고 허리를 둥글게 돌리면서 예민한 곳을 살살 문질러왔다. 니콜라스가 비명을 터뜨리며 용서를 구해도 봐주지 않았다.
“아흐윽…! 아, 흐앗…!”
연신 수컷의 페로몬으로 가득한 정액을 안에 받다 보니 내부의 변이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제 니콜라스의 몸은 두 아들이 원하는 대로 알을 받을 준비를 거의 끝마친 상태였다. 비교적 내부 얕은 곳에 자리 잡은 알주머니는 움찔거리며 어서 정액을 받아들이라고 니콜라스를 다그쳤다.
“제발, 아…! 더스…? 아아아…! 아냐, 로지, 아…!”
맏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거친 행동에 놀란 니콜라스는 더스틴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 순간 움직임이 불만을 표출하듯 아주 거칠어지는 것을 느끼고 말을 정정했다. 로건의 말대로, 넣는 것만으론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두 코딜리언 다 크고 사나운 것을 자랑했다. 아버지가 헐떡거리기 바빠 제대로 빨아주지 않자, 더스틴은 아예 성기를 물리고 꼬리로 그의 얼굴을 슬슬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형이 화가 났나 보네요. 제 좆을 빨면서 형 이름을 부르니까 그렇죠.]
형에게 잔뜩 혹사당하면서 근육이 떨릴 만큼 마구잡이로 들이박히는 아버지를 가엾게 여기는 어투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은근슬쩍 사정하지 않고 오래도록 버티면서 아버지를 희롱해대는 형을 따갑게 쏘아볼 뿐이었다.
‘그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그, 흐윽…! 미안, 미안해, 아빠가, 앗…! 잘못, 했어!”
[잘못을 따질 일은 아니고. 어차피 같은 유전자 풀인데 누구 알이든 낳기만 하면 닮은 자식이 나올 거란 생각은 드네요.]
빈정거리듯 말하던 더스틴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확 가늘어졌다가 다시 원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닮은 자식을 낳아주신다면야, 누구 애인지 모르게 하는 편이 정답일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이 질문은 로건을 향한 것이었다. 니콜라스의 허리에 파충류의 딱딱한 비늘 자국이 남을 만큼 세게 아버지를 움켜쥐고 있던 로건은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꼬리로 바닥을 탁탁 쳤다. 그러자 그의 등판과 허리, 배까지 연결되어 있던 근육이 연달아 꿈틀거리며 니콜라스의 안에 든 성기까지 진동이 전해졌다.
“하윽…!”
안에 든 것이 떨리면서 맞물린 살을 휘젓자, 니콜라스는 입술을 꽉 깨물다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버렸다.
[이미 누구 애인지 모를 것 같은데 말이야.]
[같이 살기로 했으면 우리도 더 친해져야 마땅하지. 괜히 싸워서 아버지 걱정하게 만들지 말고.]
로건은 분명 더스틴이 사람의 얼굴을 가졌다면 특유의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거만하게 내려다보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굴 근육이 발달하지 않은 코딜리언은 기껏해야 간교한 눈빛을 하며 주둥이를 벌리고 웃는 게 다였다.
더스틴은 니콜라스의 몸 곳곳을 더듬어대던 꼬리를 형과 아버지가 연결된 접합부에 들이밀었다. 아버지의 안에서 넘쳐흐른 말간 점액과 형의 성기 끝에서 기둥을 타고 회음부까지 내려온 정액으로 인해 접합부가 온통 질척거렸다. 비집을 틈 하나 없이 꽉 맞물린 곳을 꼼꼼히 조사하듯 더듬어대던 꼬리는 곧바로 로건의 성기 밑부분을 휘감고 아래로 잡아당겼다.
빼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꼬리가 잡아챈 것은 두 갈래의 성기 중 한쪽뿐이었다. 동생이 원하는 바를 알아들은 로건은 크르륵, 하는 소리를 내다가 아버지에게 다시 전처럼 살가운 투로 말했다.
[죄송해요. 이런 못난 모습이나 보이고. 화해하기로 했어요, 저희.]
“그게, 으읏… 무슨 말이니….”
니콜라스는 아들의 말에 힘없이 대답했다. 이미 된통 추삽질 당한 후라 몸에서 기운이 쭉 빠져나간 뒤였다. 로건은 곧 알게 될 거라며 박혀있던 것 중 하나를 빼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고개가 갈라져 있던 두 성기가 맞물려 있던 곳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꺼떡거리며 니콜라스의 엉덩이골 위쪽을 긁어댔다. 꼬리만 자라지 않았다 뿐, 꼬리뼈 부근이 예민해진 니콜라스는 묵직하고 뜨거운 살덩이가 그곳을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가벼운 간질거림을 느끼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순서 놓고 싸울 바에야 같이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요.]
더스틴이 짤막하게 덧붙이고 니콜라스의 타액으로 범벅이 된 것을 바로 그의 밑에 들이밀었다. 빨갛게 짓무른 곳은 두꺼운 성기 끝머리가 닿기만 해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좁은 곳을 비집고 천천히 그 안으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면서 구멍이 더 넓게 벌어지자, 안에서 말간 점액이 한가득 흘러내렸다. 찔끔거리며 흘러나오는 점액을 윤활유 삼아 더스틴은 형의 것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으로 한껏 몸을 구겨 넣었다.
“자, 잠깐, 흐아앗…!”
[후… 하나만 넣어주면 섭섭해하시잖아요.]
안을 꽉 메우고 있던 살덩어리 하나가 빠져나가고 허전해진 곳에 충족감이 몰려들었다. 구멍이 다시 벌어질 때만 해도 지끈거리던 감각은 곧 무뎌지면서 니콜라스는 배 속 가득 두 아들의 것을 품게 되었다. 더스틴의 남은 성기 한 갈래는 니콜라스의 성기와 아랫배에 한데 비벼지며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크, 흐윽… 으, 얘, 얘들아….”
이건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제아무리 괴물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아이들을 대우하자고 마음먹은 니콜라스여도, 두 아들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정신적으로 타격이 컸다. 심지어 둘은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몸이었기 때문에 각기 다른 크기의 성기와 돌기 모양을 가지고 아버지의 내부를 진득히 희롱해왔다.
[제 좆을 정말 잘 먹어 치우는데요? 저희끼리 사이좋은 편이 아버지한테도 좋을 텐데.]
더스틴은 그렇게 말하고 이제까지 형이 후배위로 즐겼으니 본인은 정상위로 아버지를 만끽해야겠다며 둘의 몸을 밀어뜨렸다. 로건은 순순히 아버지의 몸을 붙잡고 뒤로 누워 소파 위에서 몸을 안정적으로 지탱했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소파는 꼬리가 있는 코딜리언에게 불편하긴 했지만, 변이체들은 꼬리가 얇은 편이라 눕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아아…!”
둘을 몸 안에 담은 채로 체위가 바뀌자 니콜라스가 아들들의 품 안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며 가버렸다. 안이 한바탕 들쑤셔지자마자 성기에서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 한 번 사정한 걸로는 어림도 없다는 양, 성기는 가라앉을 생각도 않고 아랫배를 찔러댔다.
“흐으윽…. 하아, 하….”
몸에 힘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즉각적으로 사정감이 몰려와서 간신히 숨만 쉬는 게 전부였다. 몰아치는 감각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간 안쪽을 거하게 찔려버릴 걸 알았다. 니콜라스는 뻣뻣하게 몸을 굳힌 채, 목에 핏대를 세우며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다. 흥분이 과해지자 호흡이 점점 가빠져서, 본인의 숨소리에 잡아먹힐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만큼 성감이 강하게 치고 올라왔다. 너무 좋아서, 몸이 통제를 벗어나 물을 찔끔찔끔 흘려댔다. 내부는 둘의 것을 탐욕스럽게 옥죄며 씨를 받으려고 안간힘을 썼고, 니콜라스는 감각의 늪에 빠져 지금 몸을 범하는 게 두 아들이라는 것까지도 잊어버렸다. 말초적인 감각은 몸의 신경부터 이성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새하얗게 불태워버렸다.
[그러게요, 더스틴 말대로 좋은가 본데. 역시 저희가 사이좋으니까 아버지도 기뻐하시는 것 같네요.]
로건은 크륵대며 만족스러워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동생과 서로 기둥을 맞대는 게 불쾌할 법도 했는데, 벌벌 떨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버지와 성기를 녹여버릴 것처럼 질척거리며 조여오는 그의 뜨거운 내벽이 기분 좋아 그런 사소한 것은 상관없게 느껴졌다.
“아… 아, 아아으….”
[즐겁게 해드릴 테니까, 다리. 다리 들어요.]
더스틴이 짐승 특유의 그르렁대는 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니콜라스의 양 허벅지 바깥쪽을 붙잡아 자신의 허리에 다리를 감도록 유도했다.
“아으응…!”
거의 반강제적으로 더스틴이 원하는 자세를 취하자 한층 더 깊숙한 곳까지 성기가 밀려들어 오는 게 느껴졌다. 니콜라스는 고개를 젖히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원래도 아들의 것은 거대해서 다 받아들이면 버거웠지만, 둘의 것을 동시에 받으니 앞뒤로 두 아들의 숨결과 움직임이 느껴져서 더 힘들었다.
받아들이고 있는 입구부터 거의 배꼽 부근까지 온통 찌르르 떨리고 화끈거렸다. 구멍은 수시로 물고 있는 것들을 경련하듯 떨며 물어댔다. 니콜라스는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채 씩씩거리는 숨소리를 내뱉었다. 연신 번뜩였다가 점멸하길 반복해 뿌옇게 보이는 시야에 푸르스름한 광택이 도는 초록빛 비늘과 긴 주둥이가 보였다.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눈꺼풀을 들어 간신히 눈을 깜빡일 때마다 땀방울인지 눈물인지 모를 짭짤한 액체가 속눈썹을 타고 도르륵 흘러내렸다. 흠뻑 젖은 건 얼굴뿐만이 아니었다. 절정에 달할 때마다 앞뒤로 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덕분에 뻑뻑하게 맞물린 곳에 윤활제가 따로 필요 없었다. 막내는 니콜라스의 근육 잡힌 허벅지가 잔뜩 눌릴 만큼 단단히 잡아 고정한 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스틴이 움직이자 로건 또한 따라서 몸을 움직였다.
둘은 처음부터 합이 맞지 않아, 약간 엇박으로 아버지의 몸을 들쑤셨다. 한쪽 기둥이 빠져나가면 다른 쪽이 들어오고, 다시 다른 쪽이 빠져나가면 남은 것이 들어오는 식이었다. 그런 행위가 반복되면서 점차 속도가 붙어갔다. 니콜라스는 고개를 이리저리 틀어대며 처음 느껴보는 감각을 버티려고 애썼다.
“으, 흐으윽…. 아, 으응, 핫, 그흣…!”
더스틴이 체중을 실어 몸을 압박하듯 눌러올 때마다 알주머니도 같이 눌렸다. 몸에 자리 잡은 지 얼마 안 된 기관은 압력을 받고 짓눌리면 자동적으로 수축하며 점액을 내보냈다.
수축은 곧 오르가슴으로 이어졌다. 숨만 쉬어도, 아들의 것을 몸에 담고만 있어도 저절로 구멍이 움찔거리면서 절정의 기미가 스쳐 가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괴물의 성기에 돋아난 돌기들이 알주머니의 오목한 입구를 긁으면서 지나가니 더더욱 힘을 빼기 힘든 것도 있었다. 성감을 느낄 때마다 하반신에 뻣뻣해지면서,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다시 이완되기도 전에 또 다른 쾌락이 밀려 올라오는 건 금방이었다. 니콜라스는 쥐가 날 정도로 힘이 들어가, 굽어서 펴질 줄 모르는 발가락을 달싹거렸다.
“흐… 하, 하아…. 아! 너무, 아, 아…!”
이리저리 살을 맞부딪치며 몸을 섞어보던 둘은 조금씩 합을 맞추는 법을 깨달은 듯, 균일한 속도로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에서 따로 놀던 것이 불현듯 동시에 움직이면서 내벽을 퍽퍽 찔러오니, 니콜라스의 신음이 거세졌다.
[다리, 벌리고 계세요.]
“아, 으, 흐윽, 더슷, 흐으악…!”
덜덜 떨리며 오므라들려고 하는 허벅다리를 아버지 스스로 잡게 한 뒤, 더스틴은 더 빠르고 맹렬하게 추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몸이 크게 들썩일 때마다 보기 좋게 따라서 움직이던 가슴이 어찌나 유혹적으로 보였는지, 당장에라도 잡아채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서 양손이 자유로워지자마자 곧장 아버지의 가슴팍으로 손을 뻗어 큼직한 근육 덩어리를 주물러댔다.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성감만으로 바짝 서버린 유두는 괴물의 손이 닿자 기쁜 듯 반응하며 더 딱딱해졌다.
[저한테 좀 더, 편하게 기대도 괜찮아요.]
“으우, 흑, 읍, 하… 으읍….”
몸을 움직여 허리를 굽히려는 아버지에게 로건이 다정하게 말했다. 마구잡이로 아버지의 젖을 주무르는 동생과 달리 로건은 아버지가 진정할 수 있도록 뺨과 어깨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물론 다정하게 구는 건 괴물의 상반신뿐이었다. 하반신은 동생 못지않게 가열찬 속도로 아버지를 유린하는 중이었다.
로건은 아버지의 체액을 핥아 먹을 수 없는 것을 아쉽게 여기며, 크고 투박한 손으로 그의 턱을 붙잡아 고개를 돌리도록 했다. 땀과 타액으로 젖어 축축해진 수염이 손톱 위에 달라붙었다.
니콜라스의 눈을 가려둔 천도 몸이 격렬히 흔들린 탓에 느슨해져 반쯤 흘러내린 뒤였다. 코딜리언의 엉성한 손으로 천을 매듭지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로건은 걸리적거리는 천을 풀어내고 아버지의 입을 벌리게 한 뒤, 그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주둥이가 길어진 것의 장점이었다. 무리하게 고개를 꺾지 않아도, 아버지에게 상냥하게 키스해줄 수 있었다.
“으훕…!”
인간보다 면적이 넓고 긴 혀가 입안에 불쑥 들어와 이리저리 헤집자 니콜라스의 눈이 커졌다. 순간적으로 괴물과 키스를 하다니,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따위의 생각이 짧게 스쳐 지나갔다.
뒤이어 놈의 울퉁불퉁한 주둥이 표면이나, 크기가 제각각이지만 결국 일정한 규칙을 보이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비늘들이 보였다. 괴물과 혀를 섞고 있다는 걸 실감한 니콜라스는 헛구역질했다. 그러나 곧 역하게 올라오던 거부감은 수컷의 진득한 타액이 입안으로 넘어오면서 흐려지게 되었다.
거부감에 반사적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몸을 뒤로 빼다가도, 곧 아들의 단단한 가슴팍에 등이 닿자 아무 데도 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로건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버지의 어깨를 덫처럼 감싸 안으며 더 농밀하게 입을 맞추었다.
“하읍, 후, 으읏…! 으, 아, 흐읏….”
뇌에 있던 잡다한 생각들이 혀의 움직임에 맞춰 쓸려 나갔다. 두 아들에게 몸을 맡긴 채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던 니콜라스는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갈증을 느꼈다.
입이 점점 크게 벌어지고 목마른 사람이 물을 마시려 드는 것처럼 혀를 내어 괴물의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혓바닥이 간질거리고 입안이 뜨거운 기분이 들었다. 그럴수록 애타는 느낌을 달래기 위해 아들과 더 진득하게 혀를 엮었다.
거의 괴물에게 잡아먹힐 듯한 모습이었지만, 페로몬을 느끼고 흥분한 아래쪽은 쉬지 않고 벌벌 떨다 말간 액을 싸지르기를 반복하며 두 아들의 성기를 쥐어짰다. 둘 역시 아버지의 신체 반응을 읽고 가슴과 성기를 정성껏 애무하며 내부를 계속해서 찔러댔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구부러진 두 개의 성기가 전립선과 알주머니 입구를 동시에 공략해주니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우, 흐아…! 아, 그핫, 응…!”
니콜라스는 수시로 허리를 튕기며 성기에서 물을 뱉어냈다. 하도 사정해서 더 나올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투명한 체액이 연거푸 찔끔거리며 몸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눈물도 마찬가지였다. 눈을 깜빡거리기만 해도 눈가가 쓰릴 만큼 울었는데도 계속해서 눈물이 흘렀다.
지금 우는 게 너무 감당하기 힘든 쾌락을 느끼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두 괴물에게 능욕당하는 현실을 버티기 괴로워서인지 알 수 없었다. 둘 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었지만, 니콜라스는 굳이 답을 찾지 않기로 했다. 대신 몸을 갈래갈래 찢을 만큼 강하게 올라오는 격정적인 쾌락에 몸을 맞춰 한계까지 벌리고 들어오는 살덩이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 흐극, 아, 조, 좋아….”
몇 번째인지 모를 절정이 다가오면서 안에서 수컷의 사정을 유도하는 페로몬 점액이 흥건하게 쏟아졌다. 두 아들 또한 슬슬 한계가 다가오는지, 동작이 차츰 느려져 갔다. 하지만 동작이 느려졌다고 해서 박아 넣는 깊이까지 얕아졌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한 번 한 번이 더 묵직하고 과격해진 움직임을 보였다.
마침내 둘 다 양보하기 싫다는 기색이 역력해 보일 정도로 아버지의 몸 깊은 곳까지 성기를 욱여넣고 정액을 뱉어냈다. 각자 몸 안에 한 갈래씩만 집어넣었기 때문에 니콜라스의 둔부와 아랫배에도 두 아들의 각기 다른 성기 갈래에서 뿜어져 나온 정액이 잔뜩 묻어나게 되었다. 안과 밖 모두 정액 범벅이었다.
“하아… 하, 으으….”
머리가 아팠다. 하도 소리를 지른 탓인 게 분명했다. 벌어진 곳은 지끈거렸고 아직도 절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음란한 감각이 자꾸만 메아리처럼 속에서 울려왔다.
“이제, 이제 그만….”
둘이 두 번만 싸웠다간 몸이 박살 나고 말 거라며 니콜라스가 아들들에게 호소했다. 싸운 것이든 이렇게 엉망으로 박아댄 것이든 다 용서해 줄 테니, 제발 쉬게 해 달라는 어투였다.
지친 중년 남성의 눈 밑 그늘이 깊어졌다. 반쯤 풀려, 툭 치면 제정신이 아닌 소리를 내뱉을 것처럼 보이는 그의 눈빛은 누가 봐도 정욕에 절은 사내의 얼굴이었다. 흰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채 두 아들에게 힘없이 애걸하는 아버지는 어딘가 지배욕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었다. 그 모습은 이 무력한 중년이 안긴 채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심지어 애걸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끔 하고 싶은 마음을 샘솟게 했다.
[아버지….]
그런 얼굴로 그만해 달라고 하면 말을 들을 수 있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더스틴은 방금 막 사정한 성기가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쉬게 해 드리자.]
이성을 잡은 건 로건이었다. 여기서 또 무한한 경쟁으로 빠져들면 정말로 아버지가 기절할 때까지 둘이 박는 일이 반복될 거라는 걸 알았다. 먼저 그만둘 거라는 걸 어필하듯 로건은 몸 안에 들었던 성기를 빼냈다.
[아버지 힘들어하시잖아.]
로건은 더스틴이 평소 자신을 설득할 때 아버지를 걸고넘어졌던 것을 따라 했다. 형의 강경한 태도를 본 더스틴은, 그가 뒤에서 니콜라스를 안고 있으니 아버지의 얼굴이 얼마나 야해 빠졌는지 못 봐서 그렇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더 고집부리기도 애매해져 결국은 아버지의 안에서 빠져나오고 말았다.
“으읏….”
막혀있던 곳에서 살덩이들이 빠져나가자마자 정액이 밖으로 터져 나오듯 한 번에 밀려 나왔다. 니콜라스는 아직도 진정이 덜 된 듯 간헐적으로 몸을 움찔거리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닦아드릴게요.]
수건을 가져다주는 건 원래 제 몫이었으니. 더스틴은 물에 젖은 수건을 가져와 아버지의 지친 몸을 정성스레 닦아주기 시작했다.
[물도 드세요.]
로건은 탈수가 의심될 만큼 체액을 쥐어짜인 니콜라스에게 물을 건넸다. 니콜라스는 물을 받아 마시면서도 좀처럼 멍한 정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쌕쌕거리며 가쁘게 호흡했다. 오열한 사람처럼 진정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더라. 아주 슬픈, 혹은 부정적인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관계 전, 혹은 관계 도중에 했던 생각이 오르가슴에 깡그리 불타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 그저 지친 몸을 쉬게 하고 싶다, 잠들고 싶다는 생각만을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일찍 자야 할 것 같아.”
[네, 쉬셔요.]
니콜라스는 몸을 닦아주던 더스틴에게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더스틴은 얼마든지 그러라며 아버지를 침대 위까지 들어서 모셔다드렸다. 자리에 눕는 순간까지도, 니콜라스는 강렬했던 쾌락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된 이유가 아들들의 페로몬 덩어리를 먹고 몸 안에 받아들였기 때문이란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금이야 어떻든, 결국은 기억 속에 남은 것만이 사고를 좌우하고 판단의 척도가 되었다. 훗날 오늘 일을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니콜라스는 ‘두 아들과 아주 질펀하게 교미한 다음 쾌락을 느꼈다’라는 정보만 떠올릴 수 있을 터였다.
페로몬은 몸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확실히 영향을 미쳤다. 니콜라스는 본인의 몸 내부가 암컷 코딜리언처럼 기능하게 된 것 이외에도, 사고방식도, 인지 방식도 번식체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