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끝이 아닌 시작
형제가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들의 삶은 빠르게 변화했다. 정작 변화의 한 중심에 서게 된 그들은 바쁘게 시간을 보내면서 걱정을 뒤로 제쳐둬야 했다.
가장 먼저 알을 가져온 것에 대한 보상으로 니콜라스와 그의 두 아들은 더 나은 곳에 둥지를 틀 기회를 얻었다. 끊임없이 페로몬에 노출된 니콜라스는 어느 번식체보다도 빠르게 알을 생산해냈다. 두 수컷이 공평하게 한 번식체를 차지한다는 아주 이례적인 가족 형태가 그들을 도운 셈이었다.
두 코딜리언 청년은 평생 살아온 작은 아파트를 떠날 준비를 하면서 분주하게 굴었다. 워낙 낡은 데다 자질구레한 물건들로 정신없이 들어찬 곳이었기에 꼭 필요한 것만 챙겨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래도 막상 다시 돌아올 일 없다고 생각하니, 물건 챙기는 일이 더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거 없으세요, 아버지?]
“딱히….”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 거라는 말에 의아해하던 니콜라스는 더스틴이 이사를 갈 거라고 말하자 비로소 그가 의미하는 바를 알아들었다. 낡은 이불과 헌 옷가지들을 보니 마음이 착잡했다. 지금 저것들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면, 이제 인간으로서의 문명은 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아들을 배우자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것과는 별개로, 인간성을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가혹한 세상에서 얼마나 더 살아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무리 코딜리언으로 살아갈 세월이 길어봐야 인간으로 살아오던 그 시절만큼 길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언제나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던가?’
더 나은 삶,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것을 그토록 꿈꿔왔으면서. 구닥다리 집에 정이라도 든 건지, 니콜라스는 점점 비워지는 집안 살림을 보며 심란해 했다.
“아, 이거 가져가야겠다.”
니콜라스는 냉장고에 붙여뒀던 그림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자석을 떼어냈다. 더스틴이 어릴 적에 그린 여기저기 바랜 그림은, 인간의 세계가 종말을 맞이하는 동안 그 자리에 고스란히 붙어 이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소리 없이 관찰하고 있었다.
더는 출근하지도 않으니 이 그림에 대고 인사할 일은 이제 없었다. 그렇지만 세월의 흔적, 혹은 추억을 한 번에 요약한 것과 같은 그림이라 두고 가기 미안했다. 니콜라스는 그림이 구겨지지 않도록 잘 챙겼다.
[그건 뭐에 쓰려고요? 음, 그래요 뭐. 아버지가 가져가시고 싶으면 가져가야지.]
별생각 없이 새로 하나 그려드릴게요, 라고 대답하려던 더스틴은 재빨리 말을 바꾸었다. 시도해 보지 않았지만 더는 예전처럼 그림을 그릴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강하게 든 탓이었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로건은 그 그림이야말로 인간이었던 시절의 추억이 되어버렸음을 실감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로지 회상으로만 어렴풋이 떠올릴 수 있는 시절이었다.
지금이 그 시절보다 나은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좋은 곳으로 떠난다는 것은 틀림없었으니. 맏이는 잘될 징조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필요한 물건을 마저 챙겼다. 마지막으로 헌 이불에 발양석을 둘둘 말아 옮길 준비를 마친 로건은 아버지에게 돌을 맡겼다.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해요. 나머지 짐은 저희가 알아서 들 테니까 아버지는 이것만 잘 챙겨주세요.]
로건은 아파트 입구에 세워둔 수레에 짐을 실었다. 더스틴이 일하던 철물점에서 가져온 수레는 그간 방치되어 있었는데도 튼튼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까지 안전히 수레에 태운 두 코딜리언은 새로운 둥지를 향해 발걸음을 뗐다.
“…….”
수레가 덜그럭거리며 도로 위를 움직이는 동안 니콜라스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발양석을 끌어안고 있었다. 옷 없이 맨몸으로 버티기 추운 날씨가 찾아왔는데도 몸에서 땀이 날 만큼 더웠다.
침묵을 이기지 못한 니콜라스가 두 아들에게 추우면 잠시 쉬면서 온기 좀 쬐라고 권유해도 둘은 괜찮다는 말만 할 뿐, 멈추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에는 사람 하나 없이 조용했다. 작업장에서 집까지 뛰어오던 바로 그 길 위로 수레를 타고 지나가면서 니콜라스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영영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던 작은 아파트를 이렇게 뒤도 안 보고 떠나게 될 줄도 몰랐고, 이제 정말 사람이라곤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인류가 아주 멸망해버린 게 실감 난 탓이었다.
비록 구행성에서 탈출해 타르카에 도달한 인구가 정말 소수에 불과했고, 그 작은 인구에서 불어나 도시를 세울 만큼의 발전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도시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영역에서 복잡하게 살아가던 인류가 몰락한 건 한 순간이었다.
어쩌면 살아남은 마지막 인간일 수도 있었다. 불안했지만 한편으로는 든든한 두 아들의 탄탄한 등판이 보이니 안심됐다. 정말로 막 새로운 삶이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이상했다. 사람일 때는 인정받지 못하다가 괴물 파충류들의 세계가 오고서야 필요성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분명 아들들이 더 나은 사회 계급으로 진출했으니 기뻐야 했는데, 왜 이렇게 자꾸 미련이 남는 것인지.
니콜라스는 발양석을 세게 끌어안고 잡생각을 떨치려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전기도 안 들어오고 더러운 데다 좁기까지 한 집은 이제 정말 작별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청량한 하늘이 미래를 말해주는 듯했다.
두 아들은 도시 중심부까지 아버지와 짐을 끌고 도착했다. 장거리 이동을 하는 종족인 만큼 도시 최외곽에서 중심부까지 걸어오는 건 별로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승차감이 나쁜 수레에 내내 앉아 있던 니콜라스는 멀미를 호소했다.
[여기가….]
도시 경계 재건 작업을 할 당시 초반에만 잠깐 참여했던 두 코딜리언은 깜짝 놀랐다. 분명 건축물과 구조물들은 인간의 미감과는 확연히 달랐지만, 정교하고 멋지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코딜리언들의 거대 요새를 보고 그곳이 한때 인간이 세운 도시였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법했다.
파충류의 요새답게 자연 친화적인 재료로 지어진 건물은 인간이 보기에 조악하고 지저분해 보였다. 그러나 곳곳에서 굉장히 세련되고 아늑한 향취가 흘러나왔고, 거리는 덩치 큰 코딜리언이 활보하기 좋게 아주 널찍했다.
“다 뭐 하는 곳일까…?”
그들이 인류처럼 시장 경제 체제를 가질 것 같지는 않았다. 니콜라스는 커다란 건물들을 보며 어떤 용도로 쓰이는 곳인지 궁금해했다. 이전에 어쩌다가 코딜리언 양식의 건축물을 보았을 때는 더없이 을씨년스럽고 으스스한 곳이라고 느꼈었으나, 지금은 감상이 달랐다. 산란 이후 내면의 인간성이 한 꺼풀 더 깎여 나가면서 건물들이 훨씬 살기 좋은 곳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가보면 알겠죠. 저희 새 둥지는 완전 중앙 쪽은 아니고 조금 바깥이지만, 그래도 전에 살던 곳보다야 좋겠죠.]
인간형의 번식체를 데리고 길을 활보하는 두 코딜리언은 확실히 그림이 이상했다. 그러나 인간의 세계처럼 그 모습을 대놓고 눈총 주거나 가까이 와서 관심을 표하는 개체는 없었다. 모두 저마다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어쩌다가 다른 개체가 거리에 나타나더라도 니콜라스를 못 본 것처럼 지나갈 뿐이었다.
오히려 니콜라스가 거대 파충류들을 보고 겁을 먹어 수레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매일같이 두 아들을 봐 오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을 그 자리에서 한 번에 물어뜯을 수 있는 포식자들은 무서웠다.
[자, 여기가 지금부터 저희가 새로 살 둥지라네요.]
부자는 거의 황혼이 깔릴 때쯤에야 새로운 굴 입구에 도착했다. 거리에 코딜리언이 하나도 없다가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유를 깨달은 니콜라스였다. 밤낮없이 두 아들에게 시달려서 종종 망각했었는데, 코딜리언은 야행성이었다. 한밤중에 이동하면 아버지가 힘들어할까 봐 형제는 일부러 낮에 이사하는 것을 택했다.
두령이 형제에게 하사한 것은 조그마한 크기로 건조된 굴이었다. 니콜라스는 그 건물을 보고 굴 같다고 생각해 쭉 굴이라고 지칭했지만, 엄연히 코딜리언 양식의 건물 중 하나였다. 주로 하급 개체들에게 주거용으로 지급되는 건축물은 별다른 살림이 없어 온통 황량했고, 공간도 단 하나뿐이었다.
“여기가 이제부터 우리 집이라고?”
아파트에 비하면 방이 나뉘어 있지도, 가전제품이 있지도 않은 기묘한 공간을 두리번거리며 니콜라스가 말했다. 두 아들은 우선 잠자리부터 마련하며 아버지의 물음에 답했다.
[예, 이제 여기서 지내면 돼요. 아직은 여기저기 손봐야 할 곳이 많아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공간은 가장 중앙의 굴 하나뿐이었다. 나머지 굴은 직접 필요한 만큼 공간을 파낸 다음 벽을 굳히는 용액을 뿌리는 작업을 해야 했다. 언뜻 듣기에는 번거로워 보였지만, 한 둥지에 수컷 두 개체가 살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두령의 특별한 조치였다.
더스틴과 로건 역시 주거 환경에 큰 불만은 가지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구태여 말하지 않았으나, 덩치가 커지고 손발이 코딜리언으로 변해버린 둘에게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지어진 아파트가 굉장히 불편했었다. 그들에게는 천장이 높고 아무 데나 드러누워도 되는 굴 바닥이 훨씬 편했다.
바닥에서 습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가져온 이불을 깔고 굴 중앙에 발양석을 설치한 로건이 말했다.
[여기 누워서 쉬세요. 본격적으로 살림을 정리하는 건 저희가 할게요.]
“너희도 좀 쉬는 게 좋지 않겠어?”
[저희는 일하려면 밤이 편해서요.]
더스틴이 짧게 대답했다. 그는 벌써 어떻게 공간을 나눌지 벽면을 살펴보고 있었다. 인간이었을 시절 철물점에서 일하던 것과 조각 등의 예술 활동을 했던 것이 꽤 도움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 알았다. 아빠는 그럼 여기서 잠깐 쉬고 있을게.”
마음 같아서는 아들을 도와 뭐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몸이 무거웠다. 나신으로 불편한 수레에 몇 시간 동안 앉아 야외를 내달렸으니 제아무리 튼튼한 니콜라스라도 지치는 건 당연했다. 아들이 깔아준 이불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그는 꾸벅꾸벅 졸다가 그만 잠들어버렸다.
밖에서 보드라운 풀로 짠 새 요를 구해온 로건은 아버지의 몸을 정성스럽게 덮어주고 동생과 함께 새집 구축의 기초를 닦았다. 그러고 나니 순식간에 동틀 무렵이 찾아왔다. 몸 군데군데 흙을 묻힌 둘은 집 앞에 강가로 나가 몸을 씻고 들어왔다.
[고생했어. 아마…. 네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겠지.]
[그건 내가 할 말이지. 수고했어, 형.]
형제는 짧게 서로 감사의 인사를 주고받았다. 형제는 경쟁자이기도 했지만 가장 든든한 아군이기도 했다. 둘은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양옆에 누워 둥글게 몸을 말았다. 푹신한 흙바닥이 딱딱한 침대 매트리스보다 훨씬 편하게 느껴졌다.
굴 밖으로 새벽이 밝아오는 가운데, 발양석의 깜빡거리는 빛만이 동굴 안을 은은하게 밝혔다.
*
불안한 마음으로 새 출발을 준비한 게 언제였냐는 양, 니콜라스는 빠르게 새 둥지에 적응해 나갔다. 그동안 두 아들은 극진히 아버지를 살피는 한편, 새집을 살기 좋게 꾸미기에 여념 없었다.
식량은 사냥과 배급으로 조달해 오고 집 바로 앞에 씻을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코딜리언이 살기에는 그냥 텅 빈 굴 하나만 있어도 퍽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둘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세심히 집을 꾸며 나갔다.
우선 아버지의 방을 발양석과 가까운 곳, 따뜻하고 건조한 곳에 따로 만들어주는 것으로 기초 공사가 시작되었다. 차례차례 용도별로 공간을 분리하고, 인간이었던 시절에 사용하던 기능성 물건들을 현 상황에 맞게 재해석해서 구현해냈다.
집 안에서 물을 데워 씻을 수 있는 세면 공간은 더스틴의 역작이었다.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치긴 했지만, 철물점에서 이것저것 수리하면서 본 물건의 구조를 떠올린 뒤 재료를 구해 와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모양새는 그저 그래도, 인간과 코딜리언 양쪽 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절충된 생활용품이 하나둘 집 안에 늘어갔다.
물론 부부 사이의 성생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파트에서 살 때와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로 먼저 관계를 조르는 쪽은 니콜라스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두 아들은 새로 이주한 뒤 여기저기 불려가며 신고식도 하고 새 규율을 익히느라 바빴고, 상대적으로 한가한 아버지 쪽이 언제나 몸이 달아올라 있었다.
아버지가 한 번 집을 나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둘 다 굴을 비우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려 했다. 그러나 사는 게 언제나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상급 개체들이 부르면 어김없이 나가야만 하는 게 하급 개체였다.
하급 개체로 인정받아 코딜리언의 일원이 됐다지만, 짧은 꼬리가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기도 했다. 대놓고 앞에서 반푼이라고 하는 놈들은 없어도 인간의 사회에서 살아온 두 형제는 다른 개체들보다 훨씬 얇고 짧은 꼬리의 모양을 신경 썼다. 그러다 보니 놈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더 성실하게 굴려고 노력했고, 자연히 굴을 비우고 나가서 일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버지에게 거듭해서 함부로 밖에 나다니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굴 밖으로 나오면서도 둘은 마음이 무거웠다. 그나마 주행성인 인간과 야행성인 코딜리언의 생활 패턴 차이 때문에 불려 나갈 일이 생긴다면 주로 밤이라는 점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두 아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니콜라스가 깨어있는 시각에 혼자 굴에 남아 있는 경우를 완전히 피할 수 없었다. 혼자 남은 니콜라스는 처음에 두려움을 느끼다가 곧 외로워하기 시작했다. 한평생 일만 해온 탓에 마땅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롯이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이 낯설기도 했다.
혼자 있기 너무 심심해서 밖에 나가볼까 하는 욕망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다가도, 굴 밖에서 다른 코딜리언의 소리가 나면 그런 마음은 싹 사라졌다. 그들이 아들들만큼 호의적일 리도 없는 데다 놈들은 다름 아닌 진짜 코딜리언이었다.
두 아들이 새로운 사회에서 변이체라는 점을 부끄러워하고 있다지만 니콜라스는 바로 그 점을 사랑했다. 유일하게 그 둘만이 이 뒤바뀐 세계에서 인간인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처음에는 그들이 정말로 징그럽게 느껴지고 차라리 삶이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이 상황이 절망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정반대가 되었다. 그 애들이 없으면 안 됐다.
니콜라스는 오히려 인간이었을 때보다 아이들에게 더 강하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둘이 가장이자 니콜라스의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었다.
이런 마음을 두 아들에게 품어도 될지 의심한 건 그다음부터였다. 아무리 돌이켜봐도 아이들이 없어진다고 생각했을 때 느끼던 불안함과 공포는 이전에 아내가 없어졌을 때 느꼈던 그것이었다.
‘아내라고?’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생각하지 않게 된 아내였다. 입으로 말하지만 않았을 뿐 정말로 소중하게 아끼던 그녀에 대해 떠올려보려 해도 얼굴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아….”
니콜라스는 굴의 벽 한가운데에 잘 고정해둔 더스틴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아파트에서 고집해서 챙겨온 물건은 딱 그거 하나뿐이었다.
그 그림은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말수가 적어지고 의기소침해졌던 더스틴이 처음으로 우리 가족을 그렸다며 다시 ‘가족’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게 된 계기였다. 내심 마음속으로 아이가 상처를 극복했다고 생각한 니콜라스는 대견스러워하며 그림을 냉장고에 붙이고 힘내 보자고 스스로를 격려했었다.
그림에는 로건과 니콜라스, 그리고 더스틴만이 있었다.
아내의 사진은 당연히 가지고 오지 않았고, 심지어 그림 속에도 그녀의 모습은 없었다.
어떻게 사랑하던 사람, 영영 잊지 못할 것 같던 사람을 이렇게 한순간에 잊어버릴 수 있는지. 니콜라스는 죄책감으로 소름 끼쳐 했다.
‘왜, 내가.’
차근차근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죽음을 직감했을 때 먼저 하늘에 간 그녀가 떠올라도 이상할 게 없었는데. 침공 이래로 거짓말처럼 죽은 아내를 생각한 적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니콜라스의 삶은 두 아들이 꽉 채워 점령했고, 모든 심리적 변화의 원인은 그 둘이었다. 자나 깨나 둘을 생각했고 걱정했으며, 심지어 둘에게 강렬한 육체적 끌림을 느끼고 있기까지 했다.
사랑의 감정이 아이들에게 옮겨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질러버렸을 때처럼 가슴이 콩닥대기 시작했다. 니콜라스는 반사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굴 안에는 혼자였다.
누가 생각을 읽는 것도 아닌데 조마조마했다. 그러다가 이건 누구에게도 드러날 일 없는 생각일 뿐이라는 사실에 안도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 있으니 자꾸만 잡다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분명 제 입으로 둘 모두에게 사랑한다고 한 적이 있었다. 관계하다가 충동적으로 나왔다기에는, 그때 느꼈던 감정과 충족감은 진짜였다.
정말로 다 늙은 나이에 새로운 사랑을 경험하는 것처럼 아들을 보면서 두근거림을 느꼈었다.
“하….”
괴로운 일이었다. 여태껏 모습이 변했어도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둘을 받아들이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을 받아들이려면 이제 둘은 아들이 아니라 이종족 수컷 개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괴물이 되어버린, 사랑하는 아들들.’
육체적으로 관계를 허락할 수 있었다. 그 둘은 괴물이 아니라 아들이니까. 인간의 정신을 가지고 있으니, 난폭한 짓을 저질러도 얼마든 용서할 수 있었다.
둘을 배우자로 인정할 수 있었다. 그 둘은 아들이 아니라 괴물이며, 스스로가 괴물의 좆에 박히고 싶어 안달 난 이상 성욕자라고 인정해버리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둘을 아들이라고 생각하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사랑하는 게 양립할 수 있는 일일까.
니콜라스는 누워서 계속 생각했다. 새 둥지로 이사 오고 나서도 착실히 관계한 덕에 배 속에 또 알을 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복잡한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 아내도 이만큼 혼자 오랫동안 지냈다면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도 용서해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두 아들이라면 용서받을 수 있을지 불분명했다.
‘둘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말로야 알을 갖게 하고 싶다는 둥 별말을 다 했지만. 단순히 번식을 하고 싶다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정신적으로 사랑하고 싶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니콜라스는 따뜻한 발양석 근처에 편히 누워 있다가 몸을 웅크렸다. 두 아들과의 육체적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아래쪽이 금방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뭐라 더 생각해보기도 전에 손이 먼저 앞쪽을 움켜쥐었다. 매번 크고 묵직한 아들의 성기만 잡고 흔들어대다 보니 발기한 인간의 것은 너무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핫, 으… 으음….”
그래도 니콜라스는 성기를 잡고 열심히 흔들었다. 인간의 삶을 포기하고 나서 특히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상당히 감퇴한 결과였다. 당장에라도 성욕이 솟구치면 해야 했다. 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는 쪽에 더 가까웠다.
두령이 인간을 사살하는 대신 번식체로 삼기로 한 이유이기도 했다. 코딜리언은 발정기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종이었고, 때가 아니면 개체 수를 불리고 싶어도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정해진 발정기가 딱히 없는, 상시 발정인 상태로 봐도 무방했기 때문에 그들끼리 번식을 하도록 만들었다.
두 아들의 끓어 넘치는 성욕도, 니콜라스의 절제되지 못한 욕구도 전부 거세되지 못한 인간의 습성이었다.
“아, 아아… 으읏….”
앞쪽만 쥐고 흔들어서는 전혀 기별도 가지 않았다. 니콜라스는 스스로 성기를 움켜쥐고 흔들어대며 바닥에 엎드려 엉덩이를 치켜들었다. 엉덩이만 들고 허리를 달싹거리며 구멍을 벌리고 들어오는 아들을 상상했다.
둘 중 누구여도 좋았다. 속을 긁으며 밀고 들어오는 것을 상상하자, 실제로는 구멍이 텅 비어 있었는 데도 움찔거리며 말간 액이 고이기 시작했다.
“후우, 윽….”
남은 손은 자연스럽게 다물린 구멍을 벌리고 들어가 안을 훑었다. 다행히 알주머니가 꽤 입구와 가까운 쪽에 위치해 있어서 손으로도 얼마든지 알주머니의 입구를 건드릴 수 있었다. 그러나 수컷의 돌기가 움푹 파인 홈에 딱 맞게 긁어주는 것과 둔탁한 손가락이 어설프게 입구를 두드리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니콜라스는 성기를 뻣뻣하게 세운 채 바닥에 뭉친 젖가슴을 문대며 신음했다. 몸은 점점 달아오르고, 금세 이전까지 했던 걱정스러운 생각들은 싹 잊어버릴 만큼 교미하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혀 버렸다.
“아, 아… 하, 으윽, 더….”
이걸로는 부족했다. 제아무리 손가락을 조여도 들어온 것의 느낌조차 나지 않아 당혹스러웠다. 괜히 허리만 허공에 대고 요분질해 봐야 아무런 쓸모가 없음을 깨달은 니콜라스는 몸에 손을 댄 것을 후회했다.
두 아들이 언제 들어올지 몰랐다. 코딜리언 세계와 인간 세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계가 없다는 점이었다. 코딜리언들은 굳이 시간을 표시해주는 장치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시간을 알았고, 서로 정확한 시간에 약속을 잡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었다.
“아, 아아…. 아, 제발….”
전립선과 알주머니 입구를 번갈아 자극했으나 손가락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니콜라스는 애타는 소리를 내며 헐떡였다. 수시로 그의 등 근육이 꿈틀거리고, 탄탄한 엉덩이가 움찔거렸지만 그뿐이었다.
충동은 점점 더 심해져, 제발 좆으로 쑤셔줬으면 좋겠다고, 바닥에 엎어 놓고 소리도 안 나올 정도로 강인하게 찍어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빌기 시작했다. 몸이 한껏 달아오른 것을 감지한 알주머니가 술렁거리며 점액을 내보내고, 어서 씨를 달라고 아랫배를 졸라대는 통에 더 난처했다.
니콜라스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씨근덕대며 바닥에 이마와 뺨을 마구 비볐다. 괴로웠다.
“아학, 흐… 으으….”
알이 막 자리 잡혔을 때 특히 이렇게 발정의 정도가 심해졌다. 불완전한 번식체였기 때문에 몸 안에 알이 자리 잡히기 힘든 데다, 알이 들어선다고 해서 계속 잘 자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러니 몸은 최대한 자주 씨를 받으려 들었다.
한참 뒤 굴 입구에 두 아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니콜라스는 발소리를 듣자마자 바닥을 기어가 아들의 발치에 대고 얼굴을 문질렀다.
“로지, 더스…. 안이 너무 뜨거워, 제발….”
아버지가 애정을 갈구해오는 것은 좋았지만, 혼자 내버려 둘 때마다 이렇게 달라붙어 오니 두 아들의 마음도 썩 편한 건 아니었다. 둘은 아버지의 몸을 들어다가 굴 안에 마련한 방으로 데리고 갔다.
밀폐된 공간에 들어서니 좁은 공간에 수컷의 페로몬이 가득 찼다. 니콜라스는 더 크게 흥분해 헐떡거리며 급하다는 듯 더스틴의 배에 손을 댔다. 이제는 갈라진 틈을 어떻게 벌리고 그 안에서 성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지 알았다.
긴장한 채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성기를 끄집어내는 데 성공한 니콜라스는 주저 없이 그것을 입에 담고 빨았다. 두 아이가 없는 시간은 초 단위로 놓치지 않고 셀 수 있을 만큼 길게 느껴졌었다. 그만큼 주려있었기에 니콜라스는 쪽쪽거리는 외설스러운 소리를 내가며 더스틴의 것을 빨아들였다.
하나만 갖기엔 마음속에 도사린 욕망이 더 비대했다. 니콜라스는 더스틴의 것을 입안에 집어삼켜 놓고도 부족하다는 듯 로건의 배 위로 손을 뻗어 그의 성기를 거머쥐었다.
[오늘따라 급하신데요….]
“흣, 우… 보고 싶었어, 얘들아, 흐읍, 으…! 날 두고 가지 마….”
니콜라스는 아들의 말에 대답하기 위해 입안에 든 것을 빼냈다. 온통 타액으로 젖어 번들거리는 것이 안에서 주륵, 빠져나오며 질척한 선이 허공에 늘어졌다.
아이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사라질까 봐 느끼는 불안감은 여전했다. 니콜라스가 약한 소리를 하자 두 아들은 그럴 일 없다는 듯 앞다투어 아버지의 몸을 쓰다듬고 달래듯 어루만졌다.
[저희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둘 다 가면 안 돼…. 아빠는, 또 악몽을 꿨어. 그러니까….”
조금 진정한 듯했지만 니콜라스는 여전히 묘하게 뺨을 붉힌, 흥분한 얼굴이었다. 더스틴의 탄력 있는 배 위로 손을 짚고 올라가, 성기에 대고 노골적으로 엉덩이를 비볐다. 한시라도 빨리 받아들이고 싶어 벌름거리는 곳이 잘 드러나도록 엉덩이를 잡아 벌리는 손에는 부끄러움 한 점 섞여 있지 않았다.
[어디 안 가요. 영영 아버지랑 같이 살 거라고요.]
남성의 손에도 다 잡히지 않는 두 갈래의 큼지막한 성기를 익숙한 손놀림으로 한데 붙잡아, 니콜라스는 구멍에 대고 한꺼번에 집어넣었다. 손가락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온전한 충족감이 느껴져 저절로 입에서 탄식과도 같은 소리가 흘렀다.
“아… 흐, 아아앗…. 더스…. 하아, 너희가 없는 동안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힘들어했던 게 꼭 아들 탓이라도 되는 것처럼 니콜라스는 아들의 시뻘겋고 흉물스럽게 생긴 성기를 집착적으로 옭아맸다. 반대쪽 손은 여전히 맏아들이 섭섭하지 않도록 또 다른 두 갈래의 성기를 움켜쥐고 애무하는 중이었다.
[알아요, 혼자 오래 둬서 미안해요. 후, 아버지를 두고 어딜 가겠어요.]
로건은 몸을 잇고 있는 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꼬리로 아버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희롱에 능한 꼬리는 그대로 아버지의 목선을 타고 내려가 겨드랑이와 허리, 그리고 엉덩이골 위쪽의 움푹 파인 곳을 차례로 애무했다. 입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인간이 젖을 빨듯 흡입력 있게 빨 수 있는 신체 구조는 아니었지만, 투박한 파충류의 손은 최선을 다해 아버지의 가슴을 움켜쥐고 젖을 마사지해주면서 흘러나오는 유즙을 핥았다.
더스틴도 질세라 니콜라스의 반대쪽 가슴팍에 혀를 내어 젖을 짜 마셨다. 양쪽 가슴이 실컷 주물러지면서도 니콜라스는 허리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몸을 한껏 들어 올렸다가 아래로 곤두박질치길 반복했다.
입이 절로 벌어지고 턱을 타고 침이 흘렀다. 면도를 하지 못해 까끌하게 자란 수염은 타액과 아들의 성기에서 분비된 점액이 엉겨 붙어 엉망진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려 올라간 중년 남성의 입꼬리는 내려올 생각을 안 했다.
그 전까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쾌락이 좋았다. 두 아들을 너무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들은 육체적 욕구 하나만큼은 철저히 충족시켜 주었다.
“아! 크흡…! 크, 으웃…! 아, 흐윽, 읏, 좋아…!”
두 아들이 각자 니콜라스의 신체에 기호도가 있는 것처럼, 니콜라스도 아들의 신체 부위에 대한 선호도나 즐기는 체위를 갖게 되었다. 특히 더 깊이 박히는 느낌을 좋아해 올라타는 것을 자주 했는데, 힘이 빠질 때까지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어느새 아들이 허리를 붙잡고 숨이 막힐 정도로 찔러 올려주는 그 감각이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으, 으우아…! 크, 흐윽…!”
[아버지, 너무 조이시는 거 아닌가요… 힘 빼셔야죠.]
더스틴은 유난히 거친 편이었다. 기계 못지않을 만큼 강하고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둔부까지 충격이 그대로 전해질 만큼 박아대기 일쑤였다. 니콜라스는 살끼리 퍽퍽 부딪혀 맞닿는 부위가 따끔거린다고 느끼면서도 경련하듯 손을 꿈틀거리고 다리로 아들의 허리를 감쌌다. 좋아서 미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미 잔뜩 곱아든 발가락은 금방이라도 쥐가 날 것 같았지만 힘을 뺄 수가 없었다.
[순번을 정하는 것도 좋지만, 아버지는 같이 하는 것도 꽤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짐승처럼 교성을 흘리며 고개를 젖히는 아버지를 보고 있던 로건이 눈을 깜빡거렸다. 더스틴이 두 갈래 다 집어넣었으니 자리가 없어 기다리고만 있었는데, 땡땡 부은 성기가 아플 정도가 되자 슬슬 삽입이 하고 싶어졌다.
[그건 아버지 의견도 물어야지.]
[아버지, 저도 같이 박아도 될까요?]
“하, 아아앗…! 으, 응, 읏…!”
니콜라스는 대답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형이 합류하고 싶은 눈치를 보내자 더스틴이 일부러 더 강하게, 짧은 주기로 쳐올리며 몸도 함부로 비틀거나 꿈틀거리지 못하도록 붙잡은 탓이었다. 우악스러운 코딜리언의 손은 니콜라스가 몸을 위로 달싹이지 못하게 세게 붙잡아 아래로 내리눌렀고, 반대로 맹렬한 하반신은 내벽을 뚫어버릴 기세로 쳐올렸다.
[허락하신 것 같은데? 고개를 끄덕이셨어.]
[크읏, 형이 점점 뻔뻔해지는 것 같지만,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둘게.]
이번엔 더스틴이 한발 양보했다. 니콜라스의 몸이 부서져라 안아 대던 그는 행위를 중단하고 깊이 처박혀 있던 것을 천천히 빼냈다. 방금까지 마구잡이로 성기가 비벼져, 열기가 후끈거리며 올라오는 곳이었다. 예민한 곳은 두 갈래의 성기 중 하나가 빠져나가자 움찔거리며 남은 기둥을 줄기차게 물어댔다.
“크흑…! 으, 으읏….”
그리고 곧 그 허전함은 로건의 것으로 채워졌다. 형제는 두 갈래 중 한 갈래씩을 공평하게 아버지의 안에 집어넣었다.
방금까지 격정적인 추삽질로 벌어져 있던 곳은 다른 하나를 쉽게 받아들였다. 음란해진 구멍은 오히려 허전하지 않고 딱 들어맞는 것 같아 기쁜다는 듯 움찔거리며 액을 내뱉었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천천히 성기를 밖으로 끄집어냈다가 다시 안으로 밀어 넣으며 합을 맞춰 움직였다.
“아, 아… 으, 으읏…! 얘들아, 아아…!”
둘이 제아무리 행동을 같이하는 형제라 한들, 성기의 굴곡이나 돌기의 위치는 달랐다. 서로 다른 것이 안에서 문질러지니 니콜라스는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절정의 기미에 절어 어깨를 움츠리고 허리를 틀어댔다.
[좋아서 아주, 죽으려고 하시네. 좀 숨을 쉬세요, 천천히, 깊게.]
[더스, 그런 말을 하기엔, 네 것이 너무 날뛰는 것 같은데. 설득력이 없다고.]
[형도 마찬가지 아닌가?]
“으, 그흣… 아, 흑…. 으으….”
둘은 한 박자 느리게 움직이며 아버지의 몸 곳곳을 핥았다. 마주 본 채 끌어안고 있는 건 더스틴이었기 때문에, 뒤쪽에서 움직이는 로건은 아버지의 가슴팍을 핥아주거나 입을 맞출 수 없었다. 그렇지만 꿈틀거리는 등판의 자태나, 아래로 내려올수록 얇아지는 허리, 그리고 전반적으로 역삼각형 형태의 잘 잡힌 몸이 달싹이는 걸 구경하는 건 즐거웠다.
슬슬 안에서 놀아나는 두 개의 성기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가도, 둘이 박자를 달리해 번갈아 가며 치고 들어오면 또다시 앞이 아득해졌다. 니콜라스는 둘 사이에 끼어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매달리기만 하며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귀여우시다니까.]
수없이 정액을 싸지른 끝에 더스틴의 배 위는 니콜라스가 분출한 액으로 작은 샘이 고여버렸다. 그것을 떨어내려는 겸, 더스틴은 아버지 몰래 로건에게 꼬리로 신호를 보내 몸을 일으키자고 제안했다.
“아, 흐으읏…? 으, 아, 떨어져, 아, 크아앗…!”
[괜찮아요, 그럴 일은 없으니까요.]
[저희를 못 믿으세요?]
갑자기 몸이 번쩍 들리는 것과 동시에 발밑으로 바닥이 보이자 니콜라스는 더스틴의 목을 끌어안으며 단단히 매달렸다. 근육이 붙어 육중한 몸은 두 아들이 아무리 성의껏 붙잡고 받친다 해도 저절로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두 개의 성기가 깊은 곳까지 꾸역꾸역 밀려들어 오자 니콜라스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하… 좀 더, 편하게, 몸을 펴세요.]
로건은 너무 더스틴에게만 매달리지 말라는 듯 앞으로 손을 뻗어 아버지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뒤로 기댈 수 있게 했다. 긴장해서 힘이 단단히 들어간 몸인 만큼, 더 뻑뻑하게 조이는 맛이 있었다.
형제는 일어선 채로 니콜라스의 몸을 지탱하고 그대로 박아 올리기 시작했다. 살끼리 맞붙는 소리는 줄었지만 대신 니콜라스의 비명과도 같은 신음이 더 커졌다. 굴 안에서 남성의 신음은 끊어질 줄을 모르고 애달프게 울렸다.
“으흥…! 우, 아흑…! 그, 그만, 핫…!”
배 속을 불기둥으로 저미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니콜라스는 저어대며 너무 강하게 올라오는 쾌감으로부터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두 개의 성기에 꿰뚫린 채 몸이 들려있는 상황에서는 함부로 버둥거릴 수조차 없었다. 몸이 들린 채, 둘의 공격적인 허릿짓을 온전히 전신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가슴은 로건이 주무르고 있었고 앞쪽의 성기는 더스틴이 꼬리로 괴롭히는 중이었다. 내벽을 한 번 퍽 쳐올릴 때마다 내부에서 찔끔거리며 분비된 점액이 땅으로 후둑 떨어지거나 몸을 쑤시는 두 살 기둥으로 양분되어 질질 흘러내렸다. 성기가 구멍을 드나들며 빨갛게 짓무른 입구를 비빌 때마다 투명한 점액 거품이 일었다.
각자 남은 한 갈래의 성기로 니콜라스의 엉덩이골과 발기한 성기를 번갈아 가며 문대고 있기도 했다. 페로몬이 물씬 올라오는, 수컷의 체액으로 푹 젖은 것이 몸에 닿기만 해도 중년 남성은 흥분해서 사지를 후들거렸다.
“으하, 학… 뜨거워, 흐윽….”
몸의 민감한 부위란 부위는 전부 동시다발적으로 공략당하면서 니콜라스는 거의 정신을 잃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그저 다 타버린 말초적인 감각만 남아, 거의 풀린 눈으로 할딱대며 두 아들을 받아들이는 게 전부였다.
더스틴은 그런 아버지의 수염 난 턱을 붙잡아 고개를 들게 했다.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눈꺼풀의 무게조차 가누지 못하고 다 풀린 눈으로 응시하는 아버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얼굴을 해 보이고 있으면서, 수시로 성기를 쥐어짜오는 내벽은 여전한 게 보는 이의 음욕을 자극했다.
[뜨거워요? 저도 마찬가지인데.]
인간의 신음 사이사이로 괴물의 그르렁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흥분한 더스틴은 주둥이를 벌리고 입맛을 다시듯 혀를 날름거렸다. 길게 늘어진 괴물의 타액이 입천장과 혓바닥 사이로 늘어지는 게, 꼭 그의 탐욕스러움을 시각화한 것처럼 보였다.
아버지의 몸과 얼굴이 지독하게 색정적이라고 느낀 더스틴은 비늘 덮인 굵은 손가락으로 그의 턱을 붙잡고 입을 벌리게 했다. 코딜리언의 손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니콜라스의 입은 한껏 벌어져, 숨이 모자란 것처럼 가쁘게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코딜리언의 기다란 혀는 니콜라스의 푹 젖은 새빨간 혀와 입술을 거의 잡아먹을 듯 감싸고 들었다. 거대 파충류는 금방이라도 목구멍까지 침범할 것처럼 인간의 입안 전체를 들쑤시고 혀뿌리까지 옭아맸다.
“우흡, 으, 흐으, 읏…!”
니콜라스는 두 아들에게 아랫구멍을 희롱당하면서 더스틴과 거칠게 키스를 나눴다. 아들의 혀가 입안의 점막과 치열을 고루 휘젓고 핥는 것을 느껴지자 안정감과 함께 열락이 머릿속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의 타액에 섞인 진득한 수컷의 페로몬이 후각을 마비시켰다. 수컷의 타액은 과즙보다도 더 달았다. 페로몬에 취해 갈구하듯 목울대를 꿀떡거리며 아들의 체액을 삼켰다. 이보다 심장이 더 빨리 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찔그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기둥이 빠져나올 때마다 짙은 빛의 속살까지 빼꼼히 딸려나왔다 안으로 숨어들길 반복했다. 음탕한 구멍만이 뜨거운 게 아니었다. 두 아들과 진득하게 체액을 교환하던 니콜라스는 가슴께가 서서히 달궈지듯 열기가 들어차는 것을 느꼈다.
“아, 하아, 좋…! 싸줘, 안에…! 제발….”
몸을 엉망으로 파헤치는 이 존재들을 진심으로 강인하다고 여겼다. 그들은 우람하고 생명력이 넘쳤으며, 믿음직스러웠다.
이런 우수한 개체라면 충분히 씨를 받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어서 두 아들이 몸을 끝끝내 정복해줬으면 좋겠다고, 아들의 정액을 받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흥분한 알주머니는 경련하듯 떨어대며 말간 점액을 밖으로 왈칵 쏟아냈다. 또 한차례의 점액 세례를 받은 성기들도 한계였다. 둘은 마지막으로 박차를 가하듯 더 세게, 경쟁하듯 움직이다가 아버지의 안에서 터뜨리듯 사정했다.
사정하고 나서도 추삽질은 한동안 반복되었다. 그러다가 둘은 아버지가 완전히 늘어져 더는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 성기를 몸에서 빼냈다. 벌어질 대로 벌어진 곳에서 철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정액이 쏟아져 내렸다. 니콜라스의 몸은 말 그대로 체액으로 뒤범벅되어, 누가 봐도 난교를 즐긴 사람처럼 보였다.
[몸을 좀 닦아드려야겠는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늘어져 버린 인간과 달리 두 코딜리언은 끄떡없었다. 오히려 아버지의 몸을 괴롭힌 것을 미안하게 여겨 한시라도 쾌적하게 만들어주려고 했다.
“아, 안 돼, 닦지 마….”
로건이 아버지를 깨끗한 곳에 누이고 땀에 전 몸을 닦아줄 때였다. 니콜라스의 손이 간헐적으로 움찔거리는가 싶더니, 힘없이 몸 위를 닦는 수건을 붙잡았다.
아직도 벌어져 있는 입구에서 수시로 꿀렁거리며 정액이 넘쳐흘렀다. 누구의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다량의 정액이었다. 니콜라스는 후들거리는 손가락으로 흐르는 액을 훔쳐 다시 입구 안으로 꾹꾹 밀어 넣으며 말했다.
“알을 갖고 싶어…. 이건 닦지 마.”
[아, 알았어요. 그럼 물 드릴까요?]
로건은 갈라진 목소리로 말하는 아버지에게 더 토 달지 않고 뜻대로 하게 내버려 뒀다. 그 대신, 속에서 어떤 욕망이 꿈틀거리는 것을 참아내며 꼬리로 바닥을 탁탁 쳤다.
알을 갖고 싶으면 정액을 더 쏟아부어 주는 방법이 있었다. 아버지의 탐욕스러운 행위로 인해 정리해서 집어넣었던 성기가 또 바짝 서버릴 뻔했지만, 가까스로 인내했다.
[추울까 봐 발양석을 안으로 옮겨왔어요.]
“이미 충분히 더운데…. 땀을 좀 식혀야 하지 않겠니.”
[그럼 그냥 치울게요.]
아버지를 위해 발양석을 안으로 가져오던 더스틴은 다시 굴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둘은 나름의 방법으로 본인들의 번식체를 극진히 모시려 들었다.
어설프지만 챙겨주려고 하는 두 아들을 보며 니콜라스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의지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 기분에 힘입어, 입안에서 혀를 굴리며 말을 고르던 중년 남성은 용기를 내어 주저하던 말을 꺼냈다.
“얘들아.”
두 아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니콜라스는 죄를 자백하는 사람처럼 아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예?]
그리고 두 아들은 아버지의 부름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니콜라스는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질문했다.
“너희는 날 사랑하니?”
질문은 아들을 향한 것이었지만, 실은 니콜라스 그 자신을 시험하는 말이기도 했다. 괴물이 된 두 아들과 처음 마주쳤을 때보다 더 세차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물론이죠.]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둘이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마치 ‘내일도 해가 뜨니?’와 같은 아주 당연한 물음에 답하는 듯한 어투였다. 아들의 대답을 들은 니콜라스는 안도감을 느끼다가도 더 확인하고 싶은 유혹에 이끌렸다. 하지만 이 이상 이야기를 꺼내는 건 껄끄러웠다. 말해버리자고 결심했으면서도, 정작 입 밖으로 직접 말을 내뱉기는 어려웠다.
“내 말은, 가족으로서 말고….”
머뭇거리면서도 바라는 게 있는 것처럼 말하던 니콜라스가 결국 말끝을 흐려버렸다. 그는 스스로가 불경스러운 질문을 던지기라도 한 양 고개를 들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만일 두 아들이 아니라고 하면 어떡할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사별한 아내에 대한 부정일까? 관계로 인해 들떴던 기분이 슬금슬금 가라앉으려는 조짐이 보였다.
[아내로서요?]
더스틴이 툭 내뱉었다. 금방이라도 타오를 것처럼 노란빛을 발하는 눈동자는 전혀 흔들리지도, 깜빡거리지도 않았다.
“어, 그, 그게…. 그래.”
니콜라스는 본인의 입으로 스스로를 아내로 지칭하지는 못했지만, 아들의 말을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랑해요. 저는 아버지를 가족으로서도, 아내로서도 사랑해요.]
“그, 그럴 수가 있는 거니?”
[그건 저도 마찬가진데. 왜 그런 질문을 해요? 저희가 아버지를 사랑하는 게 부담스러우신가요?]
인간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둘은 이 관계를 별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니콜라스는 인간이었던 시절 길러준 아버지이기도 했지만, 번식체이기도 했다. 두 아들의 확고한 대답이 니콜라스의 저조하던 기분을 안정적으로 끌어 올려주었다.
“아니, 그건 아니야.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하려고 했어.”
속삭이듯, 그러나 말을 흐리지도, 진심을 숨기지도 않고 중년 남성이 고해하듯 말했다. 아버지가 거부하지 않고 받아주자 두 파충류는 바람 새는 소리를 내며 꼬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니콜라스가 불안해하고 걱정한 것과 완벽히 같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그들 또한 언제나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던 참이었다. 단지, 코딜리언이 되고 감정이 무뎌지면서 눈에 띄게 전전긍긍하지 않았을 뿐, 미래와 관계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건 아버지와 같았다.
[다행이네요. 저는 아버지가 저를 싫어하시면 어쩔까 생각했는데.]
[그건 저도 마찬가지라.]
두 아들은 솔직했다. 니콜라스는 두 아들 모두 본인과 마찬가지로 걱정의 그늘 아래에서 조심스럽게 때를 엿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 얼굴을 했다. 말라가던 용기가 다시 샘솟는 기분이었다. 입이 바짝 타들어 갔지만, 기왕 이런 이야기를 꺼낸 김에 해야 할 말을 해 버리기로 마음을 굳혔다.
“나 역시 확신이 없었는데, 너희들 말을 들으니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구나…. 나도 너희들을 사랑해. 내… 내 남편으로서 말이야.”
사랑을 고백하는 것보다 둘을 ‘남편’으로 지칭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마침내 그 단어를 입에 담자,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니콜라스는 이렇게 또 한 번 마음속의 부담과 함께 인간성을 내려놓았다. 몸을 끌어안아 오는 두 파충류를 최대한 팔을 벌려 끌어안으며, 의혹을 품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정말이야, 너희를 정말로 사랑해.”
니콜라스가 아이들을 끌어안고 눈을 감은 채 말했다. 가슴께에서 심장이 세차게 내려앉았다 다시 튀어 오르기를 반복했다.
[저도요.]
[저도 사랑해요.]
교미하면서 홧김에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있었지만 서로 터놓고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말하기 두려워했던 만큼 마음이 편안해졌다. 비록 외적으로든 관계적으로든 형태는 평범하지 않았지만, 셋은 이 세계에서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소중한 가족임이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