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 에필로그 (11/11)

#10. 에필로그

“후우… 아, 큿, 좋아….”

굴에서 니콜라스의 신음 소리가 울렸다. 그는 여느 때처럼 두 아들과 알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중이었다. 매일 하는 일이니 질릴 만도 했는데, 중독적인 쾌락을 놓지 못하고 몸이 지칠 때까지 둘에게 안기곤 했다.

니콜라스는 더스틴의 위에 올라앉아 엉덩이를 반복적으로 들썩거리며 옆에 선 로건의 것을 음미하고 있었다. 돌기가 다닥다닥 돋아난 파충류의 거근이 찔걱, 소리를 내며 몸 안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돌기가 알주머니의 오목한 입구를 스쳐 지나가자 휘몰아치는 감각에 눈이 흐려졌다. 시야가 번뜩거리면서 어깨가 움츠러들고 허리가 꼿꼿하게 펴졌다. 니콜라스는 홀린 듯 두 아들에게 몸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갑자기 등줄기에 서늘한 기운이 들이닥쳤다. 무언가가 굴 입구를 막아선 것이다. 니콜라스는 빨갛게 물든 얼굴을 돌려 굴 입구 쪽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제법 커다란 형체들이 옹기종기 서 있었다.

“읏… 너희 혹시 지금 일하러 갈 시간인 거니?”

기척을 느끼고 두 아들은 서서히 동작을 멈춰갔다. 둘에게 질문하는 니콜라스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몸 안에 든 더스틴의 성기를 꽉꽉 물어대던 그는 추삽질이 멈추자 습관적으로 조르듯 구멍을 움찔거렸다.

굴 입구에 서 있는 것들은 밖에 나돌아다니는 상급 개체들에 비하면 한참이나 크기가 작았다. 니콜라스는 거칠어진 호흡을 갈무리하며 말없이 손님들을 바라보았다.

[이런, 정말 뜻밖의 손님이네요.]

로건이 건조하게 말했다. 들어오는 것을 허락한다는 의미로 꼬리를 움직이자 밖에 서 있던 무리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두 아들의 비늘이 날카롭게 돋아난 것에 비하면, 훨씬 민둥민둥하고 매끈해 보이는 비늘을 가진 개체들이었다.

한눈에 봐도 그들이 두 아들에 비하면 훨씬 어린 개체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니콜라스는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설마….”

[어머니, 인사드리러 찾아왔습니다.]

어린 코딜리언이 끽끽거리는 소리로 말했다. 현 코딜리언 사회의 구성원 다수는 현직 두령, 혹은 전직 두령의 자손이었기 때문에 코딜리언들은 그들의 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변이체 사이에서 태어난 자들은 달랐다.

특히, 니콜라스는 가장 처음으로 탁아소에 알을 보냈기 때문에 그의 자식들은 다른 알이나 유체를 보지 못하고 성장했다. 사회화가 덜 된, 변이체의 피가 흐르는 그들은 낳아준 친부와 친모를 궁금해했다. 그래서 갓 성체가 되자마자 두령의 허락을 받고 니콜라스의 굴부터 찾았다.

“너희가, 나의 아이들이구나.”

니콜라스가 후들거리며 어린 코딜리언에게 손을 뻗었다. 그는 아들인 동시에 손자였다. 어리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생애주기와 궤가 전혀 다른 코딜리언이었다. 그들이 탁아소를 벗어나 밖에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은 곧 성적으로 성숙한, 엄연한 성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

첫 알을 낳고 새로운 둥지로 이주한 지도 벌써 세 계절이나 지났으니 아이들이 성숙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자연스럽게 코딜리언의 방식으로 시간을 가늠하던 니콜라스는 감격스러워했다.

어린 자식들의 앞에서 교미하는 모습을 보인 게 부끄러웠지만 그건 곧 인간의 도덕관념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털었다. 자꾸만 인간처럼 생각하는 습관이 좀처럼 빠지질 않아 곤란했다.

마음 같아서는 행위를 멈추고 아이들의 얼굴을 살피며 환대해주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들도 약하지만 수컷의 페로몬을 뿜어내고 있었고, 그 향에 둘러싸이니 자꾸만 감각적,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싶어졌다.

행위를 멈춘 두 아들을 재촉할 만한 상황이 아닌 걸 알면서도 니콜라스는 자꾸만 움직이고 싶어 엉덩이를 달싹거렸다.

[여긴 무슨 일이지?]

더스틴이 자식들을 경계하며 물었다. 코딜리언은 태어나서 사회에 합류하는 순간, 서로를 형제나 자식보다는 동족으로 대했다. 인간으로 자라오다가 코딜리언이 되어 아버지와 끈끈한 유대를 이어가고 있는 거면 모를까, 처음부터 코딜리언의 방식으로 양육된 자식들이 찾아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저희를 낳아주신 분이 어떤 분들인지 알고 싶었어요.]

더스틴과 로건에 비하면 훨씬 얇고 젊은 바람 소리가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더스틴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낮게 경계하는 듯한 울음소리를 냈다.

아들이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을 감지한 니콜라스는 재빨리 손자들에게 향해있던 손을 거두었다. 그 대신, 지금 안겨있는 아들의 뺨을 달래듯 쓰다듬었다.

이제 두 아들이 발산하는 희미한 질투를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 상황 자체를 인간의 감성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됐다. 직접 기르진 않았어도 낳은 자식을 이렇게 냉대하건 코딜리언의 관점으로 볼 때 충분히 타당했다.

두 아들은 더 젊고 새로운 개체에게 번식체를 빼앗길까 봐 무의식적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본인들 또한 낳아준 아버지를 탐하고 있었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이미 본인이 흔치 않은 일의 산증인이었으므로, 변이체의 자손들은 변칙을 반복할 수 있는 존재로 간주했다. 그래서 직감이 예민한 더스틴은 한껏 제 자식들을 경계했다.

그의 날 선 기세를 단 한 번에 꺾은 것은 니콜라스의 속삭임이었다.

“얘들아, 나를 아버지로 불러주는 아들은 너희뿐이야.”

이제는 사어화된 인간의 언어였다. 니콜라스의 말은 오직 로건과 더스틴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다른 개체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아버지가 말해오자 둘은 빠르게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여전히 어린 성체들이 즐거운 시간을 방해한 것이 탐탁지 않은 눈치였다.

“정말로, 얘들아. 내가 사랑하는 건 너희 둘… 아…!”

니콜라스가 두 아들을 안심시키려고 말하다 말고 새된 소리를 내지르며 더스틴을 끌어안았다.

손자들은 분명 니콜라스를 어머니라고 불렀다. 그를 아버지라고 불러주는 건 인간이었던 아들 둘이 유일했다. 파충류의 동공이 좁아지면서 노란 홍채 위의 자글거리는 무늬가 일렁거렸다.

더스틴은 누가 니콜라스의 짝인지 아들 무리에게 단단히 일러줄 셈이었다. 비록 변이체 출신이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의 두꺼운 팔 근육이 꿈틀거렸다.

[알죠. 저희도 아버지를 정말로 사랑해요.]

로건은 ‘사랑했기 때문에 안기 시작했던 거였으니까요.’라는 말은 굳이 보태지 않았다. 대신 그도 더스틴과 함께 아버지의 몸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아, 흐으윽….”

맏이는 대면좌위로 서로 마주 보고 있던 아버지의 몸을 잡아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로 두툼한 성기를 한가득 물고 있는 입구가 보였다. 더스틴은 보란 듯이 제 자식들 앞에서 아버지의 몸을 붙잡고 박아 올렸다.

“아…! 흐, 으읍…!”

로건도 마저 펠라티오 해달라고 아버지의 입술에 성기를 가져다 댔고, 니콜라스는 윽윽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허겁지겁 아들의 것을 입안에 주워 담았다.

[어머니….]

아버지들과 쾌락을 즐기는 어머니의 모습을 본 아들들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들이 어떤 모습인지 직접 보고 오라는 두령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어머니의 모습은 기대했던 것과는 영 달랐다. 어머니는 말 그대로 이상한 생명체였고, 심지어 아버지들과 몸을 섞는 데 여념이 없었다. 비늘 없는 밋밋하고 희멀건 몸을 처음 본 젊은 개체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관점에서 인간의 외양은 가죽이 벗겨져 속살을 드러낸 것만큼이나 괴이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처음 보는 이종족이 발산하는 색기를 느꼈다. 없던 정복욕도 속에서 뭉클거리며 올라올 만큼 니콜라스가 내뿜는 암컷의 페로몬은 강했다. 니콜라스의 아들들은 홀린 듯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도 자리에서 도망치거나 합세하지 못하고 있었다.

“흐아아, 웃…! 더, 더어…! 쑤셔줘, 읏…!”

여럿 앞에서 범해지는 모습을, 그것도 직접 낳은 자식들 앞에서 보이고 있는 데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니콜라스는 평소보다도 더 흥분했다. 제 암컷을 지키기 위해 과시하듯 들이박는 아들의 행위가 퍽 만족스러웠던 탓이었다.

손자들이 흥분해서 내뿜는 페로몬이 성감을 고조시킨 것도 한몫했다. 손자들도 귀여웠고, 두 아들이 사랑스러운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둘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두 갈래의 성기가 놀아나다가 하나가 빠져나가는 건 아쉬웠지만, 곧 다시 채워주겠다는 의미이니 감내할 만했다. 니콜라스는 로건에게 이만 그의 것도 넣어 달라는 듯 입에서 성기를 빼내고 손으로 밑둥을 잡아 훑어주었다.

로건은 금빛 눈동자를 굴려 난교 장면을 바라만 보는 제 자식들과 몸을 떠는 아버지를 번갈아 보았다. 더스틴의 말대로 세계는 권리를 위한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런 싸움이 신물 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만둘 수는 없었다. 로건은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합류하여 자식들에게 뒤를 보였다.

자연에서 교미는 방어에 극도로 취약해지는 때였고, 뒤를 보인다는 건 거의 도발이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자신 있었다. 이제는 꼬리가 제법 굵어지기도 했고 자식들을 상대로 질 것 같지도 않았다.

“아으응…! 하아, 아!”

니콜라스의 신음이 굴 안에 가득 울렸다. 소리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았다.

한밤의 어두운 굴 안에, 벽에 붙어 있던 그림이 바람을 타고 펄럭거렸다. 내 집 마련의 꿈이 담긴 낡은 그림이었다. 종이에 그려진 대로 꿈이 이루어졌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애매했다.

하지만 니콜라스는 집도 있었고 배우자도 있었으며, 도시 안쪽에서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는 중이었다. 불만은 없었다. 아주 행복했다.

두 성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민감한 정점을 훅 치고 들어오자 순간적으로 눈꺼풀에 힘이 풀리면서 니콜라스의 눈이 감겼다 뜨였다. 힘든 만큼 좋았다. 암컷의 본능은 경쟁적인 수컷의 우월함을 선호했다.

두 아들이 과시욕에 빠져 들이박는 만큼, 니콜라스도 본인의 음란함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 본인이 얼마나 야하고 충실한 암컷인지 손자들이 봐주길 원했다. 진한 암컷의 페로몬을 뿜어내는 어머니를 보며, 아이들이 제 아비들을 선망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육이 될 듯했다.

철퍽, 두 아들이 밀려 들어오자 반동으로 근육질의 몸이 들썩였다. 묵직한 팔 근육과 살집 있는 가슴, 그리고 도톰하게 부푼 아랫배가 위로 올라붙었다 제자리로 돌아갔다.

나이 든 중년 남성의 얼굴은 영락없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는 그의 남편들이 이끄는 열락으로 주저 없이 몸을 던져 넣었다.

다정한 불효 완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