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부-서장, 주인과 노예 (1/15)

“외교부의 노고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시군요.” 

“외교부? 말 잘하셨군. 외교부가 그동안 그렇게 일을 잘해서 상황을 이 꼴로 만들었단 말인가? 놈들은 코앞에서 막사를 치고 있었소. 이게 무슨 뜻이오? 평화를 원한다더니, 뒤통수를 치는 꼴이 아니오?”

“과격파의 소행일 뿐입니다. 아시잖습니까? 과격파란 늘 무신 쪽에 있다는 것을. 모든 문제는 그들이 초래하지요.”

“과격한 짓이 뭔지 봐야 정신을 차릴 텐가?!”

문신과 무신 사이의 격한 대립은 언제나 있어왔지만, 이번은 더욱 심각했다. 최종 실무자들의 격한 대립을 보면서 문신의 수장 키아란 베도야는 허리를 곧게 세운 채 회의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다. 가끔씩 비서진들이 그의 뇌에 보내오는 정보들을 보고 또 모니터에 나타나는 전자 서류에 결재를 계속하는 동안, 비서실장이 두뇌 연결을 통해 보고를 해왔다.

『각하, 엑스타인의 보고 채널을 잡았습니다. 도청할까요?』

키아란 베도야는 멀리 건너편에 있는 무신 수장 핀레이 엑스타인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멀어서 그의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시야의 초점을 맞추면 그가 분명히 보였다. 그는 나른히 뒤로 기댄 채 베도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차가운 얼굴을 확인한 베도야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하지 마. 엑스타인은 동물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 들킬 바엔 하지 않는 편이 나아.』

베도야의 말에 무신을 싫어하는 비서실장이 불만스러운 듯 한마디 내뱉었다.

『최고의 도청팀이 대기 중입니다만.』

베도야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난 하지 말라고 했다, 테이버.』

『도청을 취소했습니다.』

결국 멧 테이버 비서실장은 도청을 취소했다는 알림을 사무적으로 건네고 연결을 끊었다. 여러 채널에서 두뇌로 보고가 들어오고 있었다.

수많은 정보를 받으며 결재를 이어가는 와중에 베도야는 문득 손을 멈췄다.

한 번에 세 채널에서 네 채널 가까이 두뇌가 연결되어 있는 베도야의 시스템 시야에 새로운 채널이 대기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떴다. 사생활 설정의 최고 보안 수준의 연결 요청이었다. 사전에 양자 간의 합의가 된 채널 보호 연결. 대체적으로 연인을 비롯한 네댓 명과 이런 연결을 하는 게 보통이지만, 베도야는 인간관계가 협소해서 이 연결을 한 상대는 한 명밖에 없었다. 그는 연인도 아니고, 가족은 더더욱 아니었다.

채널을 열자 짤막한 메시지가 날아왔다.

【오늘 밤, 케번 우드.】

베도야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알겠습니다.】

간단한 메시지를 보내고 잠시 채널을 연 채 기다려보았다. 채널을 닫은 것은 그가 아니라 상대 쪽이었다.

문신과 무신의 대립이 더욱 심해지는 가운데 베도야의 손놀림은 더욱 바빠졌다. 두뇌에 채널이 여섯 개까지 연결되었다. 보고를 받고 정보를 확인하고 결재를 하는 동안 베도야의 입술에 남았던 희미한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 ◈

케번 우드.

수도인 번에서 동북쪽으로 870km를 가면 나오는 작은 호수 마을은 고루한 귀족들의 휴양지였다. 귀족들조차 오래 물려 내려온 별장이라 가지고 있을 뿐, 고지대에 호수와 숲으로 둘러싸인 적막한 시골 마을에서 휴가를 보내고자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케번 우드에 사는 주민은 약 천 명 정도로, 그들 대부분은 귀족들의 호화 별장을 관리해주는 일로 먹고살았다. 마을은 늘 조용하고 적막했다. 마을이라고 해봐야 별장과 별장 사이는 10km 이상 떨어져 있었고, 현지인들의 거주지와 별장이 있는 호수 사이에도 20km의 거리가 있었다. 그 적적한 마을의 상공을 뭔가가 흐릿하게 지나쳤지만, 그것을 캐치해낼 자는 아무도 없었다.

스파이 헬리콥터라고 불리는 KX-2780이 별장의 상공에 겨우 제 모습을 드러냈다. 이착륙 시를 제외하고는 전 기체가 스크린으로 주변을 투영하는 고급 헬리콥터는 군용으로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헬리콥터가 천천히 별장의 옥상에 착륙했다. 착륙하자마자 군인들이 뛰어내렸고, 이열로 기립한 그들 사이로 한 남자가 내려왔다. 검은 제복이 어울리는 남자는 사나운 맹수 같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느긋하게 부하들 사이를 걸어 나오면서 무신의 수장, 즉 ‘원수’의 상징과 훈장들이 빼곡히 달린 상의의 단추를 풀었다. 이윽고 그는 벗은 옷을 부하들에게 아무렇게나 집어던졌다. 회색 군인용 티셔츠 반팔 소매 밑으로 근육과 핏줄이 선 팔이 위협적으로 보였다.

“급한 일이 아니면 채널 연결은 하지 마라.”

그저 군인 나부랭이로밖에 보이지 않는 옷차림을 하고 남자는 부하들을 뒤로한 채 별장으로 향했다. 뒤에서 부하들이 일제히 허리를 깊게 숙여 보였지만 그는 그저 무시할 따름이었다. 핀레이 엑스타인. 헤레라 제국의 원수(元首). 올해 나이 127세. 헤레라 제국군의 영원한 군신(軍神)이었다.

그는 지문 감식기에 지문을 대었다. 뒤에서 부하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깨끗이 무시한 그는 홍채 체크, 보이스 체크에 임했다. 체내 바코드까지 확인된 다음에야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는 순간 그는 비릿하게 웃었다. 문의 사각 지대 안에는 오늘 낮에 보았던 남자가, 도저히 그와 동일인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추태를 보이며 서 있었다.

“급했어?”

엑스타인은 심술궂게 말하면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러면서도 그는 뒤쪽의 부하들이 남자를 볼 수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엑스타인의 위압적인 육체에 가려진 채 남자가 떠는 동안,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문이 닫히는 순간, 남자는 이미 엑스타인의 목에 매달리고 있었다.

“주인님, 주인님…….”

남자는 금발 머리를 가로저으며 엑스타인에게 매달려 애교를 떨었다. 이미 그의 잠옷 사타구니 부근은 흠뻑 젖어 있었다. 엑스타인이 손을 뻗어 남자의 유두를 확인했다. 뾰족하게 일어서 있다. 그 유두에는 작은 구멍이 나 있었는데, 저번에 만났을 때 그가 내준 구멍이었다. 그때 남자가 울던 것을 떠올리자 엑스타인은 아랫도리가 후끈 달아올랐다.

“저런, 저런. 가엾게도.”

평소에는 냉혹하다고 평해지는 엑스타인이 기분 좋게 웃어 보이며 남자를 아이처럼 들어 올렸다. 남자가 더욱 매달렸다. 남자의 푸른 눈이 눈물로 가득 차 있는 걸 보면서 엑스타인은 남자의 귀를 깨물었다. 이를 세워서 피가 나기 직전까지 물자 남자가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내가 여기까진 올라오면 안 된다고 했을 텐데, 키아란.”

상대는 키아란 베도야, 문신들의 수장인 수상이었다. 295세, 이미 육체를 일곱 번 이상 교체한 키아란 베도야가 엑스타인처럼 젊은 남자의 품에 안겨 울먹이고 있다.

“하, 하지만, 주인님이…….”

베도야가 울면서 엑스타인의 귀에 속삭였다.

“내가 뭘?”

“자위를 금했잖아요.”

“노예가 내 허락도 없이 절정에 오르는 게 당연하다고 말할 셈이야? 응, 키아란?”

“하지만, 저는.”

자위를 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빴으면서 하고는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순종적인 노예는 포악한 주인의 명대로 얌전히 자위를 하지 않고 한 달을 보낸 모양이고 엑스타인을 보자마자 절정에 올랐다. 엑스타인은 엘리베이터의 입구를 막은 채 주인의 도착을 기다리지 못하고 엘리베이터에서 기다린 끝에 발정한 노예의 모습을 즐겁게 보고 있었다. 엑스타인과 눈이 마주친 순간 베도야는 신음을 내며 바지를 적셨다. 앞을 만지는 것도 소용없고 뒤로만 절정에 오르게 조교한 이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너무 방치했나. 엑스타인은 유쾌하게 웃으면서도 내심 반성했다.

그러나 그것은 엑스타인의 탓이 아니었다.

엑스타인은 이 귀엽고 밝히는 노예를 위해서 주말마다 케번 우드에 왔었다. 그를 번번이 찬 것은 베도야 쪽이었다. 자위를 못 하게 했으니 못 참을 지경일 텐데도 베도야는 사무적인 태도로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왔었다. 사정에 대한 양해도, 무엇도 없었다. 노예 주제에 건방졌다.

하지만 엑스타인은 베도야의 그런 점이 싫지 않았다. 그는 엑스타인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수상이 되었던 남자였다. 엑스타인에게는 수상이라는 직책은 당연히 키아란 베도야의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사실 엑스타인의 나이대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수상이라는 직책 대신 ‘베도야’라고 불렀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놈들 중에는 베도야가 수상의 다른 뜻인 줄 아는 놈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런 남자의 사무적인 태도 뒤에 뭐가 있는지 아는 엑스타인은 그저 기다렸다. 그가 생각한 것보다 베도야는 한 주를 더 버텼다. 칭찬을 해야 할지, 짜증을 내야 할지 알 수 없는 예상 밖의 결과였다.

“또 섰잖아. 엉덩이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엑스타인은 베도야의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을 미끄러뜨렸다. 아직 장갑도 빼지 않은 손가락에도 베도야는 허리를 움직이려 들었다.

“아, 준비는 다 했는데.”

“꼬리를 넣으라고 했을 텐데.”

“꼬리가 원래 있던 데에 없어서.”

“이런. 이렇게까지 젖었다니. 키아란, 여자보다 더 질척하잖아.”

엑스타인이 그를 질책해도 베도야는 엑스타인의 두꺼운 목에 뺨을 비빌 뿐이었다.

“주인님, 주인님.”

애달픈 목소리가 엑스타인을 기쁘게 했다. 엑스타인은 베도야의 귀에 가만히 속삭였다.

“그래, 키아란. 내가 왔어.”

베도야가 필사적으로 엑스타인을 끌어안았다. 팔은 엑스타인의 목에 매달리고, 다리는 엑스타인의 허리를 조였다. 아무래도 급한 모양이었다. 2년이나 만나왔다. 이 몸을 조교한 것은 엑스타인이었다. 처음에는 아프다며 도망치기만 하는 베도야를 흐물흐물하게 만들고, 이런 애교를 떨게 하는 것까지―그 모든 것은 엑스타인의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금욕적인 수상의 치태에 관심이 갔는데 이제는 수상으로서의 베도야가 어떻든 관심 밖이었다. 그가 관심을 주는 것은 나이 어린 주인에게 필사적으로 애교를 떨고, 주인이 말한 대로 몸까지 개조하는 순종적인 노예였다.

엑스타인이 베도야를 안은 채 침대에 앉자, 베도야가 그 무릎 위에서 허리를 움직였다. 농염한 허릿짓에 엑스타인이 엉덩이를 후려쳤다.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베도야가 다시 엑스타인에게 파고들었다.

“너무 추잡해.”

“죄송, 죄송해요. 아, 근데. 너무, 오랜만이라서.”

베도야가 엑스타인의 목에서 냄새를 맡았다. 킁킁거리는 소리가 노골적이었다.

“핥게 해주세요.”

엑스타인의 취향대로 순종적이고 밝히는 노예가 된 베도야가 간청했다. 하지만 엑스타인은 베도야의 유두를 꼬집으며 거절했다.

“뭘 잘해서.”

“응, 응. 잘할게요. 뭐든 잘할 테니까, 핥게 해주세요. 아, 정액, 정액 먹고 싶어요.”

“안 돼. 오랜만에 만났더니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하고 있잖아.”

엑스타인이 그렇게 말하며 자신에게 달라붙은 베도야를 떼어냈다. 베도야의 얼굴에 순간 울음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동안의 조교의 성과인지 다시 달라붙진 않았다. 엑스타인은 관대하고 상냥한 주인이지만 화가 나면 몹시 흉포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베도야가 눈썹 끝을 내리며 울먹이는 가운데, 엑스타인은 침대 옆 장식장에서 베도야의 유두 고리를 꺼냈다.

“아…….”

우아한 곡선으로 만들어진 고리는 금제품이었다. 베도야가 입술을 깨물려다 간신히 참아내었다.

“전에는 두 개까지 했던가.”

“……네…….”

이번엔 세 개인가. 베도야는 몽롱한 눈으로 엑스타인의 손을 바라보았다. 굳은살이 박인 억센 손 위의 유두 고리는 너무나 작았다. 하지만 저것이 주는 아픔을 잘 아는 베도야로서는 그것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저번엔 징징거렸지. 유두가 아파요, 늘어나요, 찢어져요, 이러면서.”

엑스타인은 그렇게 말하며 베도야의 뺨을 다정하게 쓸어내렸다.

“네 개.”

엑스타인의 말에 베도야의 눈이 커졌다. 그는 저번 달 저 유두 고리에 금으로 된 추를 두 개 달았었다. 그리고 엑스타인의 말대로 울면서 빌었었다. 엑스타인은 용서해달라는 말로는 소용이 없다. 얼마나 아픈지 힘든지를 입으로 줄줄이 말해야만 용서해주는 포악한 주인에게 베도야는 울면서 빌었었다. 얼마나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아프지만 얼마나 좋은지, 그런 것들을 끊임없이 고해 바쳤었다.

“네 개를 달면, 이걸 입에 넣어주지.”

엑스타인이 자신의 사타구니를 가리켰다. 그는 베도야가 자신의 성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입에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발기하고, 사정한 정액을 조금이라도 아껴 먹으려고 든다. 입술로, 혀로 엑스타인의 성기를 맛보면서 황홀경에 빠지는 베도야는 이 제의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베도야는 눈을 감았다. 그가 연인이라면 그 정도로 족했겠지만 그는 연인이 아니라 엑스타인의 노예였다.

“달아…… 달아주세요. 흐윽.”

앞으로의 고통을 예감한 베도야가 울음소리를 냈다.

종 모양의 추를 한쪽에 두 개씩 네 개를 단 베도야가 울음소리를 내면서 엑스타인의 다리 사이로 기어 내려갔다. 베도야의 작은 유두는 흉측할 정도로 늘어져 있었지만, 그 고통으로 베도야는 이미 발기하고 있었다. 아픔을 참으며 상을 기다리는 노예에게, 엑스타인은 자신의 분신을 내주었다.

성기를 내보이자 베도야가 홀린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꿀꺽, 침을 삼키는 노예는 귀여웠다.

“좋아?”

“좋아요.”

“빨고 싶어?”

엑스타인은 수줍어하는 노예는 기르지 않는다고 했었다. 베도야는 그래서 거침없이 내뱉었다.

“너무나, 너무나 빨고 싶어요.”

“입술에 침을 묻혀.”

베도야가 혀를 내밀어 자신의 입술에 침을 묻혔다. 엑스타인은 쉽사리 됐다고 하지 않았고, 베도야의 입술은 타액으로 범벅이 되고 있었다. 젖을 대로 젖은 붉은 입술을 보고 엑스타인이 아주 어렵게 허락했다.

“좋아, 벌려.”

베도야가 입술을 가득 벌렸다. 엑스타인의 성기는 아주 큰 편이었다. 입술이 찢어질 것같이 성기가 들어차는 순간 베도야가 부르르 떨었다. 그것을 본 엑스타인이 갑작스럽게 베도야의 입에 박기 시작했다. 거칠기 짝이 없는 펠라티오에, 베도야가 우아한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엑스타인의 허릿짓에 몸이 흔들리면서 추가 매달린 유두가 지독하게 저렸다.

그러나 그 저린 감각은 무언가와 비슷하다. 쾌락과 고통 사이의 붉고 추잡하지만 자극적인 감각과.

“잘하고 있군. 그래, 목 안쪽을 그렇게 조여.”

엑스타인의 명령에 베도야가 목을 움직인다. 이런 기술도 전부 엑스타인이 가르친 것이다. 만족스러웠다. 처음에는 엑스타인의 성기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던 남자는 이제 개처럼 침을 질질 흘리며 그의 성기를 바라고 있다. 기쁘게 목을 조이고, 코를 음모에 박은 채 숨을 내쉬는 노예에게 엑스타인이 상으로 정액을 마시게 해주었다.

새하얀 거품이 입술을 타고 턱으로 흘러내리자, 베도야가 울상을 지었다. 엑스타인의 표정을 흘끗 본 베도야가 코를 음모에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주인이 주는 것을 다 먹지 못하는 노예는 매질을 당한다. 그걸 몸으로 아는 베도야는 눈을 느리게 껌뻑이면서도 엑스타인의 성기를 핥았다. 남아 있는 정액을 꼼꼼히 빨아 먹은 뒤에도 여전히 성기를 애무하는 베도야를 엑스타인이 눈을 휘며 쓰다듬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예의가 없어졌군.”

엑스타인의 손길에 움찔움찔 반응하면서 베도야가 두려운 눈을 들어 엑스타인을 올려다보았다. 너무나 어리고 젊은 군신은 베도야를 상대할 때만큼은 그 빛나는 훈장도, 차가운 군복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는 그저 일개 군인에 불과했다. 베도야가 일반인의 모습으로 비행 택시를 대절해서 오는 것처럼.

그는 그런 엑스타인이 좋았다. 강하고 완벽한 주인.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문신과 무신의 대립이나, 그들 사이에 걸려 있는 수많은 것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사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싸울아비 같은 남자. 그것만으로도 베도야는 뒤를 적셨다.

엑스타인이 가볍게 베도야의 뺨을 때렸다. 입술이 찢어진 채 베도야의 푸른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뺨을 타고 흘러 떨어지는 눈물을 보며 엑스타인은 짙게 웃었다.

“예의를 가르쳐주지.”

그 순간, 베도야는 두 번째 사정을 하고 있었다.

메마른 소리가 침실 안에 울려 퍼졌다. 베도야는 젖은 얼굴로 작게 신음 소리를 냈다. 어린애처럼 엑스타인의 탄탄한 허벅지 위에 엎드려 바지와 팬티를 무릎까지만 내린 베도야의 엉덩이는 이미 붉게 부어 있었다. 엑스타인이 다시 팔을 내렸다.

“아무리 아파도 신음 소리를 내는 건 예의가 아니지. 그렇지, 키아란?”

엑스타인의 손에는 슬리퍼가 들려 있었다. 베도야는 엑스타인의 손이 아닌 슬리퍼로 맞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이 아닌 개에게 하는 대우이고, 개에게도 학대라고 불리는 행위였다.

엑스타인의 완력은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엑스타인은 베도야의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며 팔을 내리고 있었다. 베도야는 학대를 원하는 자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조히스트는 아닌 미묘한 남자였다. 그를 이렇게까지 잘도 타락시킨 것은 엑스타인의 작품일 뿐이다. 아니었다면 베도야는 아무리 그래도 학대의 섹스로 절정에 이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베도야가 참지 못하고 엑스타인의 허벅지에서 일어나기라도 하면 이 게임은 종료다. 키아란 베도야는 신중하고 교활한 인물이다. 이런 장난을 칠 때에도 자신이 원한다면 퇴로를 마련할 인간이라는 걸 엑스타인은 모르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남자의 치태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그건 아쉬웠다. 아니. 엑스타인은 베도야의 귀를 깨물며 자조했다. 그가 아쉬운 건 권력의 정점에 선 베도야가 아니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변태 노예, 키아란일 뿐이다.

평소에는 이 정도에서 견디지 못하는 베도야지만, 한 달간의 금욕 때문인지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기세가 좋았다. 엑스타인은 베도야를 일으켜 침대에 내팽개쳤다. 베도야가 무슨 일이 일어날 건지 아는 것처럼 네발로 엎드렸다.

“주인님, 범해주세요.”

베도야가 잘게 엉덩이를 흔들었다. 손으로 스스로 구멍을 벌리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처럼 되어 있는 베도야의 추잡한 꼴에 엑스타인은 기분 좋게 웃었다.

엑스타인이 침대로 올라가 성기를 구멍의 끝에 맞추자 베도야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노골적인 기대를 비웃듯이 엑스타인은 성기 끝으로 베도야의 벌름거리는 입구를 문지를 뿐이었다. 베도야가 울면서 허리를 흔든다.

“주인님, 흐윽, 주인님. 어서 흑, 어서, 넣어주세요.”

베도야가 운다. 울고 싶으면 울고 매달리고 싶으면 매달리라고 누누이 가르쳤다. 징계가 아니라면 참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노예의 본성이라고 엑스타인이 가르쳤기 때문이다. 엑스타인은 베도야가 이럴 때마다 키아란 베도야, 그 차갑고 냉혹한 정치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이, 그리고 그의 이런 본성을 아는 것이 오직 자신뿐이라는 것이 만족감을 준다.

베도야가 울며불며 사정한다. 엉덩이를 있는 대로 벌리고 엑스타인의 성기 끝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차마 무서워 자신 쪽에서 넣지는 못하는 베도야에게 엑스타인이 물었다.

“이런 엉덩이를 해가지고 잘도 지냈군. 간지러워?”

“흑, 간지러워요. 간지러워요.”

“원했나?”

“네, 원했어요. 아흑.”

엉덩이를 벌리고 엑스타인의 성기를 쫓아오는 기가 막힌 추태. 엑스타인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엑스타인의 웃는 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 베도야는 울면서 엑스타인에게 몇 번이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흔들었다.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거지?”

격렬하게 엉덩이를 흔들며 이렇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가운데, 엑스타인은 또 물었다. 베도야는 젖은 시트에 짓무른 눈가를 비비면서 간청했다.

“자지, 주인님의 자지, 흑. 자지를 넣어주세요. 아―아―. 이제 제발.”

미칠 것 같았다. 베도야는 엑스타인의 심술궂은 놀림에 엉엉 울면서 애원하고 또 애원했다. 벌써 한 달이나 엑스타인의 성기를 넣지 못했다. 엑스타인은 자위를 금했고, 베도야는 그래서 미칠 지경이었다. 케번 우드로 오는 길에도 내내 다리를 꼰 채 허리를 들썩였었다. 엑스타인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걸 알자 절망스러울 지경이었다. 준비를 하면서도 손가락을 넣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엑스타인은 베도야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아는 주인이었고,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혹독하게 처벌했다. 그것을 아는 베도야는 자위를 할 수 없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자야 하는데, 엉덩이 안쪽이 간지러워 자지 못하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겨우겨우 엑스타인의 성기가 닿았는데 엑스타인은 넣어주지 않았다. 그의 주인은 오늘따라 심술궂었다.

“결정해봐, 키아란. 이걸 넣고, 마구 쑤셔 넣어진 다음에, 관장약을 넣고, 꼬리로 막고, 정원까지 기어 나가서, 개처럼 한 발을 들고 방뇨한 다음에 스스로 꼬리를 밀어내고 싸는 거야. 그럴 수 있다면 넣어주지.”

꼬리도 겨우 저번에야 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관장에 방뇨에 배설까지 할 순 없었다. 엑스타인은 지금 무모한 걸 요구하는 것이고, 정말 넣어주지 않을 생각인가 보다. 베도야는 울면서 그를 돌아보았다. 그가 주먹을 넣는다고 해도 넣어달라고 소리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관장과 방뇨와 배설은 할 수 없었다. 그도 그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다정하지만 철저한 주인이니까. 그는 화가 난 걸까? 무엇 때문에?

무조건 빌 생각이었다.

엉덩이에 넣고 싶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엑스타인의 성기. 핏줄이 돋아 있는 어린애 팔뚝만 한 그것을 집어넣고 싶었다.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엑스타인은 웃고 있었다. 눈초리를 내리며 부드럽게 웃는 남자는, 그래도 여전히 강인하고 무서웠다. 베도야는 세상에서 그가 제일 무서웠다. 그는 베도야의 하나밖에 없는 주인이니까.

엑스타인이 베도야를 일으켜 자신의 성기 위에 무릎으로 서게 했다. 베도야의 허벅지가 바들바들 떨린다. 힘을 빼고 주저앉고 싶은 것을 엑스타인의 어깨를 잡고 참으면서, 베도야는 혀를 내밀었다. 엑스타인이 좋아하는, 혀를 잔뜩 내밀어 타액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으로 엑스타인의 입술을 핥았다.

엑스타인이 짙게 미소 지으며 혀를 찼다.

“그렇게 구멍이 범해지고 싶어?”

베도야가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이제 입을 열 수조차 없었다. 그저 엉덩이와 허벅지에 힘을 주고 참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뺨에 가볍게 키스하며 엑스타인이 말했다.

“나는 상냥한 주인이니까 선택지를 하나 더 주지.”

베도야가 흉하게 젖은 얼굴을 퍼뜩 들어 올렸다. 엑스타인은 그 입술에 키스하며 속삭였다.

“약속은 사정이 안 좋으면 거절해도 좋아. 하지만 올해 휴가는 나와 보내겠다고 약속해.”

베도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곧 베도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 엑스타인을 애타게 바라보았다. 엑스타인은 베도야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짧지만 부드러운 키스에 베도야가 엑스타인을 바라보는 순간, 엑스타인의 커다란 흉기가 베도야의 흐물흐물 풀어진 항문을 찢어발기듯 꿰뚫었다.

베도야가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풀어져도 엑스타인의 성기는 베도야의 항문에 비해 너무 컸다. 항문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항문을 개조해서 애액이 나오게 했는데도, 그리고 그 애액이 이제까지의 일로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는데도, 그는 너무나 괴로웠다.

토할 것같이 꺽꺽거리면서 베도야는 엑스타인에게 매달렸다.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는 베도야를 어루만지고 달래면서 엑스타인은 강한 피스톤질을 계속했다.

이윽고 엑스타인이 절정을 맞이할 때, 베도야도 정액을 내뿜고 있었다. 베도야가 허락도 없이 사정한 벌로 엑스타인은 베도야의 머리를 내리눌렀다. 아직 절정감에서 헤어나지도 못한 베도야는 느릿하게 시트 위에 고인 자신의 애액과 정액을 핥아 먹었다. 역겨웠지만, 그래도 가벼운 벌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엑스타인의 손이 아프도록 머리채를 잡은 것이 기분 좋았다. 베도야는 눈을 감은 채 잠자코 벌을 수행했다.

다음 날 아침 눈이 부신 가운데 키아란 베도야는 눈을 떴다. 어제도 엄청났었다. 엉덩이는 성기로 쑤셔진 안쪽도, 슬리퍼로 맞은 바깥쪽도 욱신거렸다. 약을 찾아서 바르고, 샤워하고, 이 별장을 떠나야지.

베도야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몸이 일어나지지 않았다. 그제야 베도야는 자신의 허리를 단단히 조이고 있는 억센 팔을 발견했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상대를 확인했다. 상대는 베도야의 주인, 핀레이 엑스타인이었다. 잘생기고 냉담한 남자의 얼굴에선 어제의 다정하고 심술궂은 주인의 모습을 한 조각도 발견할 수가 없다. 베도야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창 밖을 확인하고 팔을 뻗었다.

침대 근처에 분명 프로젝션 시계 버튼이 있을 것이다. 시계를 확인해야 했다.

“키아란? 왜 벌써 일어났지.”

엑스타인이 희미하게 눈을 떴다. 언제나 베도야를 기절시키고 안가를 나섰던 남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자연스러움이었다.

베도야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엑스타인, 벌써 날이 밝았어.”

“그래, 그렇군. ……뭐야, 주인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엑스타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베도야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부은 엉덩이에 매서운 아픔이 떨어져 베도야가 희미하게 신음성을 내질렀다.

“키아란.”

그것은 엑스타인밖에 부르지 않는 이름이다. 엑스타인조차도 ‘그때’가 아니면 절대로 입에 담지 않는 이름이었다. 베도야는 혼란스러웠다. 그는 여기에 있어도 되지만, 엑스타인은 여기에 있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엑스타인은 마치 날이 밝았는데도 그의 주인인 것처럼 태연하기만 했다. 베도야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엑스타인을 내려다보기만 하자, 그가 베도야의 유두를 꼬집었다. 어제 오랫동안 추를 매달고 있던 유두는 흉측하게 부어서, 부드러운 실크 시트만으로도 아플 지경이었다. 그런데 심지어 꼬집히자 날카로운 고통에 신음이 흘러나왔다.

베도야가 엑스타인의 팔을 붙잡았다. 그는 물론 이대로 좋았다. 언제나 이 순간을 꿈꿔왔다. 하지만 핀레이 엑스타인은 무신의 수장, 원수 각하였다. 그는 베도야만큼이나 바쁜 남자였다. 일과는 초 단위로 쪼개져 있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 느긋한 걸까.

“엑스타인.”

“날이 밝아서 주인님이 싫다면 핀레이라고 불러. 레이도 괜찮고.”

“엑스타인, 날이 밝았다니까.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어째서? 당신은 오늘부터 여름휴가잖아.”

엑스타인이 늘어지게 기지개를 켠 뒤 베도야를 끌어당겨 배 위에 눕혔다. 기분 좋은 무게를 느끼며 엑스타인은 눈을 감았다.

“나는 그렇지만, 너는.”

“휴가는 못 냈지. 당신이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당신의 휴가가 이쯤이라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맞추려고 하고 있었어. 무심한 당신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엑스타인이 그렇게 말하며 베도야를 부드럽게 안았다.

“일단은 자자고. 졸려.”

베도야가 엉겁결에 엑스타인의 넓은 가슴에 뺨을 대었다. 귀에서 엑스타인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어젯밤 약속한 거, 기억하고 있는 거지?”

엑스타인이 확인하듯 물었다. 베도야는 그제야 어젯밤이 떠올랐다.

―올해 휴가는 나와 보내겠다고 약속해.

“주인님.”

베도야는 그렇게 엑스타인을 부르며 그 두꺼운 목에 팔을 감았다. 엑스타인이 키득키득 웃더니 베도야의 귓가에 작은 키스를 해주었다.

날이 밝았는데, 당신도 꿈도 아직 내 품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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