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는 우는 아들을 당겨 안았다. 머리를 쓰다듬어준 그가 귀에 대고 주문을 외우듯 느리게 중얼거렸다.
“우는 게 예쁘긴 한데…섹스할 때만 울어. 네가 이렇게 울면 마음이 안 좋으니까. 알았어?”
엘시는 힘을 빼고 상체에 기댄 나이토를 떼어내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이토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눈물을 삼키려는 듯 훌쩍거렸다. 몹시 심한 파도가 몰아치는 검푸른 바다가 잠잠해지고 있었다. 나이토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주던 엘시는 뜨듯한 뺨에 키스하며 속삭였다.
“나 때문에 울어야 해. 다른 사람 때문에 울지 마.”
“왜…?”
나이토가 멍청하게 되물었다. 아버지는 가볍게 웃으며 이마에 해초처럼 달라붙은 검은 머리카락을 떼어냈다.
“그게 아빠를 기분 좋게 하는 일이거든. 아들, 아빠만 보고 아빠만 생각해. 너한테 다른 사람은 필요 없어. 나만 있으면 되는 거야. 너도 그걸 원하잖아? 이런 널 누가 사랑해주겠어.”
다정함과 잔혹함을 넘나드는 말에 현혹된 듯, 고개를 느리게 끄덕거렸다. 술에 취한 나이토는 너무 쉬웠다. 정신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유일하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아버지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이토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건, 그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나이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이토의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고 있었다.
“나와.”
아버지의 말을 얌전히 잘 들은 나이토가 밖으로 나왔다. 아버지는 어렸을 적 나이토를 대하듯, 구석구석 섬세하게 씻겨주었다. 다 씻은 후, 아버지는 엉덩이를 가릴 정도로 긴 수건으로 몸을 감싸주었다. 아버지가 나이토를 안아 데리고 간 곳은 둘만의 침실이었다. 마치 신혼부부의 침실처럼 아늑하고 화려하게 꾸며진 침대에 아버지는 나이토를 눕혔다. 이대로 자면 되는 건가 싶어 눈을 감는데, 아버지가 어딘가로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쯤 올까. 아빠가 자신과 엄마, 알토를 버리고 갔을 때처럼 그저 이 자리에서 기다리면 아빠가 올까. 서서히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나이토는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나이토를 위해 약을 챙겨오던 엘시는 태아처럼 몸을 말고 자는 나이토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손에 든 약을 내려놓고, 나이토 옆에 누웠다. 베개 대신 팔을 내주었다. 나이토가 으응, 하고 귀여운 소리를 내며 몸을 빙글 돌려 엘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붉게 물들인 얼굴에 쏟아진 검은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 올렸다. 곱게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 손가락으로 뺨을 만져봤지만 아이 때처럼 말랑거리진 않았다. 여전히 비단처럼 부드럽긴 했다.
“나이토.”
사랑스러운 이름을 애정을 담아 불렀다. 나이토는 무의식중에 반응하는지, 몸을 뒤척거리며 더 바짝 안겨왔다. 허리에 남은 팔을 둘러 강하게 끌어안자 나이토가 답답한지 상체를 들썩거렸다. 서서히 손을 떼고,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항상 아들을 보면 성욕이 느껴지지만, 이렇게 곤히 잠든 아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술을 먹으면 누그러져서 화사하게 웃는 얼굴도 제법 귀여워서 볼만했다. 욕조에서 강아지처럼 순하게 웃던 얼굴을 떠올리던 엘시는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가끔은 술을 먹여볼까. 술 먹고 어눌한 발음으로 ‘아빠, 아빠.’하는 게 듣기 좋았다. 하염없이 아들의 머리와 어깨를 매만지던 엘시도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이토의 향긋한 체취를 맡아서 그런지, 잠이 밀려왔다.
엘시는 잘 때도 아들을 놓고 싶지 않아, 품에 부둥켜안고 잠들었다. 평화로운 밤이 오늘도 아무 의미 없이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갔다.
*
왕실에 들어가기 위해서 귀족들은 왕실에서 지정해준 정복을 입어야 했다. 정복은 무채색에 가까운 프록코트에 붉은 허리띠를 두르고, 가슴에는 훈장과 계급 배지를 달았다. 소매는 금실로 수를 놓는 것이 유행이었다. 바지 또한 무채색에 가까웠으며 깔끔하게 일자로 떨어져야 했다. 왕실 문양이 새겨진 단추가 달린 하얀 장갑에 왕실에서 지정해준 검은 구두를 신으면 정복 차림이 완성되었다.
늘 정장만 입던 아버지가 정식 귀족이 되어 정복을 입자 우아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흘러넘쳤다. 검은색 프록코트는 마치 아버지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버지가 거울에 서서 팔을 펼치자 대기하던 디자이너가 다가와 옷차림을 정리해주었다. 디자이너는 허리띠를 좀 더 바짝 조이며 말했다.
“완벽하십니다.”
디자이너가 능청스럽게 칭찬했다.
“어때, 나이토.”
아버지는 디자이너에게 한 번 싱긋 웃어주고, 나이토에게 팔을 펼쳐 보였다. 소파에 앉아 책을 보던 나이토는 짧게 웃어주었다. 아버지는 칭찬을 기다리는 강아지같이 눈을 반짝거렸다. 나이토는 책을 내려놓고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앞머리를 내리고 있어서 그런지, 귀족의 큰아들이 정복을 입은 것 같았다. 나이토는 아버지 가슴팍에 달린 배지를 만졌다. 자작을 상징하는 붉은 바탕색에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이 나라에서 소수에 불과한 귀족 반열에 아버지가 올랐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보니 체감이 되었다. 아버지는 진짜로 자작이 된 것이다. 나이토는 아버지에게서 한 걸음 떨어졌다. 디자이너가 기대에 찬 얼굴로 나이토를 보았다. 나이토는 디자이너와 아버지의 시선을 받자 조금 무안해졌다. 자신은 귀족의 아들에 불과한 건데 왜 기다리는 걸까. 잠시 헛기침을 한 나이토는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괜찮네.”
“그래?”
아버지는 기분이 좋은지 웃었다. 전신거울을 통해 모습을 진지하게 훑어보던 아버지가 고개를 돌렸다. 양손을 앞으로 모으고 다소곳하게 서 있던 디자이너가 유려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내 아들 예복도 하나 만들어 줘.”
“왕실 파티에 참석하시는 겁니까?”
디자이너가 품에서 줄자를 꺼내 다가오며 물었다. 아버지가 이곳에 오기 전, 예복을 맞출 거라고 넌지시 말했기에 나이토는 당황하지 않고 팔을 내밀었다. 디자이너가 다가와서 나이토의 팔을 줄자로 쟀다.
“도련님이 자작님을 닮아서 팔이 날씬하고 긴 편이십니다. 예복을 입으면 아주 멋있겠어요.”
“그럼, 누구 아들인데.”
디자이너의 칭찬에 아버지가 기분이 좋았는지 어깨를 으쓱였다. 아버지는 정복을 입은 상태로 소파에 앉아 치수를 재는 나이토를 지켜보았다. 나이토는 몇 번을 겪었지만, 늘 지루한 작업에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 옆에서 줄곧 기다리고 있던 비서 제스 에퍼론이 다가와 테이블에 커피를 올려두었다. 아버지는 잔을 들어 올려 커피 냄새를 먼저 맡고, 느릿한 동작으로 커피를 마셨다. 무릎을 꿇고 다리 길이를 잰 디자이너가 감탄 어린 얼굴을 했다. 청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일직선으로 쭉 뻗은 다리는 매우 아름다웠다. 마른 듯 보이지만 슬쩍 만졌을 때 느껴지는 단단함이 예사롭지 않았다.
“도련님 다리가 정말 예쁘시네요.”
“승마시켜서 그런 거야.”
아버지가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듣던 디자이너는 몸을 일으키더니 아버지를 보고 웃는 얼굴로 대꾸했다.
“허리를 올곧게 펴셔서 자세도 예쁘세요. 얼굴도 워낙 잘생기셔서 예복을 입으시면 파티에서 인기가 많으시겠어요.”
“그건 곤란해.”
잔을 소리 없이 내려놓은 아버지가 팔짱을 낀 채 나이토를 뚫어져라 보며 웃었다. 그저 미소일 뿐인데, 가슴이 빨리 뛰었다. 나이토는 고개를 돌려 디자이너를 보았다. 줄자를 정리한 디자이너가 아버지 말에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응수했다.
“너무 소중해서 빼앗기기 싫으신 거군요.”
“잘 아네.”
“저도 도련님 같은 자식이 있었다면 다른 사람에게 주기 싫었을 거예요.”
나이토가 눈을 갸름하게 뜨고 쳐다보니 디자이너가 나이토 보고 들으라는 듯 말했다.
“원래 자식은 그런 존재랍니다. 소중해서 타인에게 주면, 상처받을까 걱정되는 거죠.”
그러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듯 디자이너가 입가를 가리고 웃었다. 디자이너는 나이토의 전신을 빠르게 훑었다. 짙은 푸른 눈이 나이토에게 입힐 정장을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일의 최종 허가자인 아버지를 보며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10일 만 주시면 완벽한 예복을 만들어 보여드리겠습니다.”
“좋아.”
아버지가 몸을 일으켰다. 드디어 끝난 작업에 나이토는 해방감을 느꼈다. 디자이너가 다소곳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아버지는 잘 있으라는 인사도 없이 비서에게 턱짓을 했다. 비서가 눈치 빠르게 문을 열었다. 깜박하고 책을 놓고 온 나이토는 정갈한 걸음으로 방으로 들어갔다. 디자이너와 눈이 마주친 나이토는 예절 교육에서 배운 대로 허리를 숙여 우아하게 인사했다. 그녀 또한 웃으면서 같이 인사해주었다. 책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자, 아버지가 친근하게 어깨에 팔을 올렸다. 그리고 품으로 당겼다. 아버지 품에 거의 포박되듯 안긴 나이토는 아버지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엘리베이터 하강 버튼을 누른 아버지가 시선을 느꼈지만 쳐다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파티 안 간다는 말은 하지 마. 알토도 참석하는 거니까.”
“갈 거야.”
안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나이토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다. 아버지는 나이토 어깨에 손가락을 두들기며 덤덤하게 말했다.
“레이얀은 다 나아서 해외로 간 지 오래야.”
“…벌써?”
조심스러운 물음에 아버지가 짧게 웃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아버지는 나이토와 같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단둘이 엘리베이터에 있었다. 아버지의 커다란 손이 나이토의 뺨을 보석을 대하듯 소중하게 만졌다. 풋풋하고 애절한 감정이 손끝을 타고 피부로, 피부에서 다른 곳으로 구석구석 전이되었다. 나이토는 아버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눈을 반쯤 내리뜨니 내려온 아버지 입술이 보였다.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연약한 입술 피부에 닿은 숨결에는 희미한 민트 냄새만 났다.
“담배 안 피웠어?”
무감한 어조가 듣기 싫다는 듯 아버지가 키스했다. 입술을 부드럽게 여는 혀에 나이토는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줬다. 허리에 팔을 감은 아버지가 나이토를 바짝 안아 당겼다. 엘리베이터 벽과 아버지 틈에 갇힌 나이토가 할 수 있는 건, 아버지 어깨에 손을 올리고 버티는 것뿐이었다. 촉촉하게 젖은 소리가 단 둘뿐인 엘리베이터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각도를 조심스럽게 바꿔가며 입안을 탐하던 아버지가 고개를 뗐다. 나이토는 흥분으로 일렁이는 아버지의 눈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직 낮이잖아.”
“낮이든, 밤이든 무슨 상관이야. 우리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면서 섹스했어?”
나이토가 얼굴을 미미하게 붉혔다. 엘시는 무표정한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 토라진 듯 고개를 돌리는 아들을 내려다보았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아버지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밖으로 나갔다. 나이토도 아버지의 뒤를 따라 걸어가자 로비에 서 있던 직원들은 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출입구로 걸어가니 아버지의 비서와 운전기사가 세단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나이토가 뒷좌석에 올라타려는데 아버지가 손을 들어 막았다.
“차 키 주고 퇴근해.”
“예?”
비서가 되묻자 아버지가 눈웃음을 부드럽게 지었다.
“퇴근하라고.”
아버지의 마음이 바뀔까 봐 비서가 허겁지겁 운전기사에게 달려갔다. 운전기사는 갑작스러운 퇴근 소식에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내려 공손하게 차 키를 내밀었다. 아버지는 나이토의 등을 툭 치며 운전석으로 걸어갔다.
아버지가 운전할 때, 나이토는 조수석에 앉았다. 나이토는 자신에게도 친절하게 인사하는 비서와 운전기사에게 인사한 뒤, 조수석에 올라탔다. 시동을 건 아버지는 차가 드문 도로로 들어섰다. 취향이 까다로우신 귀족들을 위한 혁신도시라, 도로와 인도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정성껏 꾸민 가로수와 꽃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광경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치맛자락처럼 흔들리는 꽃잎이 매력적이었다. 넋을 놓은 채 창밖을 보는데 뺨을 가볍게 툭 건드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정지신호에 차를 잠시 멈춘 아버지가 해맑은 얼굴로 나이토를 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이토의 뺨을 젤리 잡듯 쭉 눌렀다. 아릿한 통증에 나이토가 짜증을 내며 아버지의 손등을 내리쳤다.
“왜 그래?”
신호가 바뀌었다. 아버지는 천천히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서 핸들을 돌렸다. 아버지가 향하는 곳은 도대체 어딜까. 궁금해하는 도중, 아버지가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데이트하는 거야.”
왜 저렇게 들떴나 했더니, 혼자 데이트를 생각한 모양이었다. 조수석 시트에 몸을 나른하게 기대고 아버지를 보던 나이토가 되물었다.
“어디서?”
“호텔.”
호텔로 가는 것이었나. 그래서 운전기사와 비서에게 퇴근하라고 했던 거구나.
아무 생각 없이 턱을 괴고 창밖을 보던 나이토는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음주와 흡연은 아버지가 애초에 잘 안 하는 거니 그렇다 치지만, 왜 운전은 못 하게 막는 걸까. 나이토는 아버지를 흘깃 바라보았다. 뺨이 따가울 정도로 노려보는 시선을 감지했는지 아버지가 슬쩍 웃었다.
“운전은 왜 못 하게 하는 거야.”
“고작 그 이유로 노려본 거였어?”
아버지는 심드렁한 얼굴로 조소를 내비쳤다. 화가 울컥한 나이토는 자세를 반듯하게 하며 말했다.
“고작이라니? 앞으로 대학 다니면 나만 운전 못 할 텐데, 그럼 뭐라고 말해?”
“운전기사 대줄 테니까 운전은 하지 마.”
“그니까 왜 못하게 하냐고.”
잠시 말이 없던 아버지는 나이토를 살짝 보며 웃었다. 그저 미소인데,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넌 내 위나 말 탈 때가 제일 섹시하고 예쁘거든.”
야릇하게 들리는 말에 나이토는 어안이 벙벙해 입을 벌렸다. 고개를 휙 돌렸다. 만족한 듯, 포만감 넘치게 웃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는 나이토가 수치스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운전하는 네 모습은 별로야. 승마복 입고 말 탈 때나, 드레스 셔츠 하나 입고 내 거 물고 타는 게 제일…….”
참지 못하고 나이토가 아버지 입술을 잡았다.
“제발 그런 얘기 좀 하지 마. 아빠가 되가지고 그런 얘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아?”
얄미운 입술을 세게 잡고 놓아주자, 아버지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부끄러울 리가. 그랬으면 너 하고 이런 짓, 저런 짓 했겠어?”
신사적으로 웃는 얼굴과 대조적인 저속한 말에 나이토는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아버지 말대로 이런 짓, 저런 짓, 입에도 담지 못할 행위를 해보았지만 대낮에 이런 얘기를 듣는 건,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속에도 불이 난 듯 뜨거웠다. 겨우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차는 이미 호텔 정문 앞에 서 있었다. 차에서 내린 아버지는 발레 파킹 요원에게 차 키를 주었다. 아버지가 조수석으로 와서 문을 열었다. 나이토가 주춤거리며 내리는 모습을 아버지는 평온한 얼굴로 웃으며 보고 있었다.
호텔 직원들은 귀족을 상징하는 정복을 입은 아버지를 보고 깍듯하게 대했다. 직원에게 이것저것 주문하는 아버지를 내버려 두고, 나이토는 호텔 로비를 천천히 구경했다. 길가에서 보았던 꽃이 호텔 로비에도 있었다. 이름을 확인해보자 이국에서 온 듯 특이한 이름이었다. 어느새 모든 주문을 마친 아버지는 나이토 옆에 서서,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나이토를 구경하고 있었다. 허리를 숙이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소담한 정원을 보는 나이토가 귀여웠다. 신기한 것에 눈을 떼지 못하는 게, 어린아이 같았다. 검은 머리를 느린 손길로 어루만져주자 나이토가 눈을 들어 올렸다.
“그거 키우고 싶어? 사줄까?”
나이토가 아버지 손을 밀치며 앞으로 걸어갔다. 아버지가 느린 걸음으로 금세 따라잡았다. 나이토의 어깨에 친근하게 팔을 두른 아버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아버지에게 안겨있던 나이토는 정면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집에 꽃 많아.”
“사고 싶어서 본 거 아니었어?”
“이름이 궁금해서 본 거야.”
나이토와 엘시의 투닥투닥 거리는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한 남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엘시를 잘 아는 듯, 주름 잡힌 그의 눈이 갸름해졌다. 궁금증에 손이 근질거렸다. 지팡이를 잡고 있던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을 훑듯, 오르락내리락했다. 엘시와 나이토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걸 눈여겨보던 남자도 따라 올라탔다. 엘시는 남자를 먼저 알아보고,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갈라도라 백작님.”
“여기서 만나다니 반갑구려.”
백작이 손을 내밀었다. 멜리셔스 공작의 측근 중 하나인 갈라도라 백작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인 엘시는 그의 손을 맞잡았다. 옆에서 공손하게 두 손을 맞잡고 서 있던 나이토도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나이토 제이제단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백작님.”
제이제단이라는 성에 백작이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자네. 벌써 이렇게 장성한 아들을 두었단 말인가?”
“예. 올해 21살입니다. 나이토 말고도 17살이 된 아들도 있습니다.”
“막내아들은 본 적이 있네. 자네를 똑 닮아서 잘 생겼더군.”
백작의 칭찬에 아버지는 기분 좋은 듯, 눈을 휘며 웃었다. 백작은 엘리베이터 벽에 몸을 기대고서 지팡이를 양손으로 잡았다.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나이토 얼굴을 유심히 보던 백작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장남도 매우 잘생겼군. 아내를 닮았나 보지?”
“예. 나이토는 제 아내를 닮았습니다.”
“자네는 좋겠어. 두 아들이 다 잘생겨서. 아, 그런데 아들과는 무슨 일로 호텔에 온 건가?”
드디어 백작이 아버지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봤다. 백작의 의아하던 시선을 나이토는 느끼고 있었다. 아마 아버지가 자신을 아들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아버지와 섹스하러 온 애인이나 남창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아버지와 섹스를 하러 온 거였지만.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르는 음습한 감정이 휘몰아쳤다. 나이토는 바닥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아버지의 구두가 보였다. 왕가의 문양이 찍힌 정품이었다. 먼지 하나 없이 반질반질한 구두가 아버지와 잘 어울렸다. 멍하니 의미 없는 생각을 늘어놓는데, 아버지가 나이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덤덤하게 얘기했다.
“아들과 오랜만에 데이트 좀 해보려고요. 그동안 아들이 아파서 외출을 못 했습니다. 아직 먼 곳까지 가는 건 무리라, 가볍게 기분 전환을 시켜주려고 호텔로 온 거였습니다.”
“이런.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아프면 쓰나. 앞으로 몸조심하게.”
윗사람답게 근엄한 어조로 다독이는 말에 나이토는 어정쩡하게 웃었다. 백작은 28층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백작이 부른 콜걸이 애교 있게 안겨왔다. 매춘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나라인지라, 콜걸이나 매춘부들과 연애하는 걸 당당하게 생각했다. 엘시가 정치적으로 대성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매춘을 통해 정치인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일반 포주들과 차별적인 서비스로 정치인들의 입맛을 만족시켰다. 갈라도라 백작도 엘시가 열심히 공략한 사람 중 하나였다.
기분이 불쾌하지 않았다. 자신을 훑어보던 시선에 은밀한 감정이 스치고 지나갔으나 그것보다 더 한 일을 아버지와 저지르고 있었다. 조금은 대범해진 것 같았다. 겉으로는 사이좋은 부자인 척 굴고, 속으로는 음란하기 짝이 없는 부자였다. 아버지도, 자신도 이 연극의 공범이었다.
아버지는 백작이 내린 후 말이 없었다. 그는 무덤덤한 얼굴로 앞을 보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아버지는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걸어 객실로 걸어갔다.
객실 문이 열렸다. 아버지가 들어가고, 그 뒤를 이어 나이토가 들어갔다. 들어간 순간, 아버지가 돌변해 나이토의 허리를 휘어 안고 격렬한 키스를 퍼부었다. 입술이 따가울 정도로 거친 키스였다. 지탱할 곳이 필요했다. 아버지의 힘을 이기지 못한 상체가 자꾸 흐트러지려 했다. 나이토는 뒷걸음질 쳐서 벽에 몸을 기댔다. 아버지의 어깨에 양손을 올리자, 그것에 흥분한 듯 아버지가 신음을 흘렸다. 자신으로 인해 엉망이 된 아버지의 얼굴을 눈으로 음미한 나이토는, 숨을 헐떡거리며 아버지의 목을 바짝 끌어당겼다.
“데이트가 거칠잖아.”
“거칠어서 좋지 않아?”
“아프니까…….”
뒷말은 아버지의 키스로 막혔다. 아버지의 입술이 살덩어리를 모조리 삼킬 것처럼 빨아들였다. 입안으로 들어온 혀가 음란하게 움직이며 애무했다. 키스만으로 갈 것 같았다. 다리가 후들거리며, 사타구니가 당겨왔다. 머리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끝내주게 키스를 잘하는구나, 연륜은 역시 이길 수가 없구나, 그런 잡다한 생각만 들었다.
나이토는 아버지의 등에 매달리듯, 두 팔로 등을 안았다. 널찍한 등이 자신의 품에 다 들어오지 않았다. 남자치고도 넓은 등이었다. 입술이 새빨개질 때까지 빨아대던 아버지가 입술을 뗐다. 타액으로 흥건하게 젖은 아버지 입술을 바라보았다. 나이토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아래로 내려, 등에 고정된 허리띠를 풀었다. 허리띠가 소리도 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아버지의 구둣발에 밟혀 구겨졌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런 것은 보지 않고, 나이토의 하얀 얼굴만 보았다. 나이토의 손이 정갈하게 움직여 아버지의 상의를 벗겼다. 프록코트가 벗겨졌다. 안에 입고 있던 셔츠 단추를 푸는 손이 우아했다. 아버지는 그 손을 보고 욕정을 참을 수 없어, 손목을 잡고 입가로 당겼다. 손바닥의 움푹 팬 부분에 입술을 댔다. 그곳에 아버지의 숨과 온기가 진득하게 머물렀다. 저릿한 감각이 핏줄을 타고 흘렀다. 나이토가 참지 못하고 움찔했다. 무감하던 나이토의 눈가가 일그러지고 붉은 기운이 올라왔다. 애무한 것도 아닌데, 아버지가 두 눈을 곱게 감고 손바닥에 입술을 대고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러고 있던 아버지가 눈을 뜨고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나이토는 손이 자유로워졌을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안으로 걸어갔다. 안쪽에 넓은 침대가 있었지만, 욕구를 풀기에 급급한 둘은 가죽 소파에 앉았다. 아버지가 소파에 앉은 상태에서 나이토를 위에 앉히고 키스했다. 아버지의 손이 연신 귀와 뺨, 입술을 매만졌다. 아버지 허벅지에 앉아 남은 셔츠 단추를 모조리 푼 나이토가 중얼거렸다.
“키스만 할 거야?”
“낮은 길잖아. 밤도 있고.”
메말라 있던 심해 같은 눈동자가 젖어들었다. 눈가를 엄지로 매만졌다. 나이토가 눈을 내리깔았다. 긴 속눈썹이 매혹적으로 팔랑거리는 걸 지켜본 아버지가 나이토의 목을 잡고 숙이게 했다. 아버지의 목덜미에 이마가 닿았다. 패인 쇄골 틈에 나이토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뭘 원하는데.”
“알잖아.”
나이토가 애달프게 말했다. 아버지는 나이토의 바지 버클을 풀었다. 달라붙은 속옷 안으로 손을 넣었다. 발기한 성기가 아버지의 큼지막한 손 안에 갇혔다. 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 찌릿찌릿했다. 귀두를 엄지로 꾹 눌러주자 신음이 흘러나와 쇄골에 부딪혔다. 나이토는 아버지의 고급 셔츠가 구겨질 정도로 꽉 잡았다. 요도를 엄지로 집중적으로 비벼주자 눈앞이 하얗게 점멸했다. 입술이 벌벌 떨렸다. ‘흐응, 응…….’하고 달콤한 신음을 흘린 나이토가 고개를 들어 올려 아버지를 내려다보았다. 아버지가 손으로 기둥을 꽉 잡아 지탱하고, 엄지와 검지로 귀두를 자극하는 것만으로 좋았다. 이것도 이렇게 좋은데, 뒤를 무지막지하게 쑤셔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토는 열이 가득 오른 눈을 깜박였다. 눈물이 고였다. 자신의 앞에서 금욕적이던 나이토가 음란하게 변해 우는 걸 보자, 아버지는 참을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여기서 해줘?”
“응.”
나이토의 대답이 뜨거웠다. 아버지는 바지를 벗겨서 바닥에 내던졌다. 드러난 엉덩이를 매만지자 나이토가 기대감에 헐떡였다. 아버지는 초점이 흐려진 눈을 빤히 보며 웃으며 물었다.
“정말 여기서 해도 돼? 아플 텐데.”
“…상관없어.”
짧은 허락이 떨어졌다. 아버지는 자세를 바꿔 나이토를 소파에 내리눌렀다. 조명 아래 하얀 다리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날씬하고 아름다운 다리가 허공에 솟구쳐 아버지의 진입을 기다렸다. 아버지가 무릎 사이의 여린 살을 잡고 아래로 눌렀다. 꽉 닫혔던 입구가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나이토가 언제 겪어도 적응되지 않는 수치심에 얼굴을 가렸다. 적극적이면서도, 어느 순간엔 다시 소극적으로 변하는 나이토였다. 묘한 변화에 아버지는 피식 웃었다. 손가락이 입구에 닿아 촘촘한 주름을 매만졌다. 이대로 쑤셔 넣고 싶었지만, 여린 점막이 다칠 것이다.
아버지는 이곳 호텔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소파 근처에 있는 유리 테이블을 보았다. 간단한 티타임을 위한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천천히 살펴보던 아버지는 마땅한 것이 없는 걸 깨닫고, 나이토 몸을 일으켰다. 아버지가 소파에 앉고, 나이토를 바닥에 앉혀 성기를 물게 했다.
나이토는 입술에서 꺼덕거리는 성기를 아무 생각 없이 덥석 물었다. 수도 없이 입에 넣어봤지만, 너무 거대해 입에 넣을 때마다 나이토는 압박감에 숨을 느리게 내쉬었다. 반 정도 넣고 춥춥거리며 빨던 나이토는 용기를 내어 깊숙이 삼켰다. 서서히 목젖을 찔러오는 성기에 나이토는 미간을 찡그렸다. 입안이 벌써부터 뻐근했다. 무리하게 벌어진 턱이 얼얼하게 아파 왔다. 고개를 느리게 움직이며 성기를 애무했다. 크고 긴 성기가 붉은 입술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았다. 삼킬 때 오목해지는 뺨과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눈, 심하게 움직이는 목젖 하나하나가 다 매혹적이었다.
힘든지 허벅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엘시는 나이토가 좀 더 깊숙이 삼키도록 뒷머리를 눌렀다. 나이토가 성기를 삼킨 채 기침하는 게 느껴졌다. 목구멍 안으로 들어와 들락날락하는 성기가 힘겨운지, 나이토가 고개를 흔들었다. 성기가 입안에서 빠져나오며 고였던 타액도 주르륵 턱을 타고 흘렀다. 눈물이 그 반동으로 툭, 툭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아버지는 계속 성기를 빨라고 강요했다. 한 치의 배려도 없는 손길에 나이토는 체념한 듯 눈을 감고 성기를 빨았다. 삽입해도 무리 없을 정도로, 타액이 흥건하게 빨아준 나이토는 혀를 내밀어 귀두를 할짝거렸다. 무리한 펠라로 얼굴부터 목까지 붉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꾹 참고서 귀두를 입에 넣고 사탕처럼 쭉쭉 빠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아버지는 사정의 기미가 느껴지자 성기를 잡고 입안에 밀어 넣었다. 안에 넣듯, 목젖까지 단숨에 밀려들어 오는 성기에 나이토가 상체를 움찔거렸다. 초점은 이미 풀린 지 오래였다. 나이토의 성기도 발기해서 꼿꼿하게 서 있었다.
이제 빨기만 해도 서버리는 몸이었다.
“가만히 있어.”
담담하게 얘기한 아버지가 쿨쩍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작은 머리를 잡고 허리를 쳐올렸다. 나이토가 손을 들어 올려 아버지 허리를 잡았다. 괴로운지 입에선 거친 숨소리가, 눈에선 눈물이 줄줄 흘렀다. 타액이 두꺼운 성기를 타고 허벅지에도 뚝뚝 흘러내렸다. 몇 번이나 허리를 움직이던 아버지는 눈을 감고서 사정했다. 나이토가 정액을 삼키려 하기에, 아버지는 성기를 빼지 않고 명령했다.
“삼키지 말고.”
삼키지 말라는 말에 나이토가 눈을 깜박였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멍해진 흑청색 눈이 그렇게 묻고 있었다. 성기를 빼내자, 귀두와 입술에 연결된 정액이 길게 늘어졌다. 아버지는 귀두에 묻은 정액을 나이토 입술에 비비적거렸다. 노골적인 움직임에 나이토가 미간을 찌푸렸다.
“계속 물고 있어 봐.”
정액을 계속 입에 머금고 있으라는 말에 나이토는 미간을 찌푸렸다. 삼키거나, 뱉고 싶은데 비릿한 정액이 입안에 있으니 답답했다. 아버지는 나이토를 바닥에서 일으켜, 소파에 엎드리게 했다. 다리가 저절로 벌어져 아버지를 기다렸다.
아버지의 손가락 두 개가 메마른 구멍을 매만지는 게 느껴졌다. 흥분으로 간질거리던 내벽은 손가락이 들어오자, 더욱 흥분한 듯 요동쳤다. 손가락을 꽉 조이는 강한 내부에 아버지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여린 내벽이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세워서 내벽을 긁어내려 주자 소파에 얼굴을 대고 있던 나이토가 움찔하는 게 보였다. 입에 정액이 있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몸만 움찔거리는 게 전기 같은 짜릿한 자극을 주었다. 두 개를 느리게 움직여 입구를 살살 넓혔다. 주름이 조금씩 펴지는 게 보였다. 아버지는 손가락 두 개를 넣고서 위로 들어 올렸다. 구멍이 빠끔거리며 열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귀두를 힘주어 눌러 넣었다. 손가락 두 개와 맞물려 거대한 성기가 내부를 짓누르자, 나이토가 눈을 크게 떴다. 생각지도 못한 압박감에 나이토가 고개를 푹 숙였다. 삼키지 말라 했으나, 나이토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입을 벌렸다. 탁한 정액이 입술을 타고 흘러내려 소파에 드문드문 묻었다. 붉은 입술에 묻은 점액질이 야했다.
“아깝잖아.”
낮게 다그치며 성기를 반이나 밀어 넣었다. 손가락과 성기가 같이 들어오자 입구가 더욱 벌어져 나이토는 고통에 머리를 흔들었다. 소파 가죽을 긁어 내렸다. 아버지는 나이토의 손목을 양쪽에서 잡아 등에 고정시켰다. 손가락이 빠져나가니 입구에 집중되던 고통이 사라져 그나마 참을 수 있었다. 나이토의 입술이 샘물처럼 고인 정액에 닿았다. 아버지의 삽입이 진행될수록, 입술이 정액에 비벼졌다. 그 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성기를 다 넣었다. 좁은 구멍 안으로 성기가 들어가 자리 잡았다. 뜨끈한 점막이 성기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엘시는 움직이지 않고, 내벽이 적응할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하얀 엉덩이를 만졌다. 나이토가 눈을 감은 채, 숨을 내쉬고 있었다. 등 뒤에 고정된 손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답답한지 나이토가 눈을 떠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손…풀어주세요.”
나이토는 섹스할 때나, 자신이 곤란해졌다고 느낄 때 존댓말을 사용했다. 평소에는 차갑게 반말을 쓰다가, 이런 순간에만 흐트러진 채 존댓말을 쓰며 울먹거렸다. 그게 귀여워서 아버지는 섹스할 때, 좀 더 나이토를 모질게 대하는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끝내 그는 나이토를 이길 수 없었다. 나이토가 정액이 묻은 얼굴로 흐느껴 울자 마음이 약해졌다.
“아파요.”
아버지는 손목을 풀어주었다. 나이토가 소파에 팔을 대고, 그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버지는 나이토의 허리를 잡았다.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는 신호를 보내자 나이토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입구 주름이 다 펴진 상태였고, 내벽은 적응을 마쳤는지 느리게 조였다. 성기를 무리 없이 감싼 내벽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연약한 내부가 다치지 않게 움직였다. 아주 천천히, 입구에 귀두가 걸쳐질 때까지 빼내고 길을 내듯 감질나게 움직였다. 푸욱, 푹하고 성기가 느릿하게 박혀 들어가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버지는 아주 느리게 움직이며 성기의 출입에 맞게 조이는 구멍을 살폈다. 거의 다 빼내면 주름이 미세하게 생겨나 오물거리더니, 쭉 넣으면 주름이 말끔하게 펴지는 게 정복욕에 불을 지폈다. 이미 자신의 것이었는데, 더욱더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싶었다. 무리한 삽입으로 붉게 부어오른 구멍을 매만진 아버지는 점차 속도를 빠르게 했다. 귀두가 내벽을 가르는 게 깊어졌다. 나이토가 소파에 손을 대고 버텨보았지만, 밀어붙이는 힘을 이길 수 없었다. 배에 피어오르는 욕구가 거세졌다. 발끝과 손끝까지, 전염되듯 퍼지는 쾌락에 나이토는 전율하듯 떨었다. 허벅지를 좀 더 벌려 아버지가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완전히 아버지에게 지배되었다. 엉덩이에 고환이 닿을 때까지 들어오는 성기가 좋았다. 다 들어와 그곳을 찔러줄 때마다 입이 벌어지고, 좋다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지금처럼 귀두가 그 부근을 쿡쿡 찔러올 때면, 하체에 힘이 들어가 성기를 조였다. 나가지 말라는 듯 성기를 조이며 그곳을 더 찔러주길 바랐다. 아버지는 거기에 응답하듯, 엉덩이를 벌리며 성기를 박아 넣었다. 내벽에 상처가 날 정도로 거세서, 얼얼하게 아팠다. 나이토는 얼굴을 가린 채 울었다. 좋으면서 아팠다. 형용할 수 없는 쾌락이 연신 요동쳤다.
“하아, 흐…아, 아! 좋아…! 아아!”
“좋아, 아들?”
답을 요구하며 아버지가 상체를 숙여 귀를 물었다. 따끔했다. 나이토는 뒤에 엉겨 붙어오는 아버지의 피부에 헐떡거렸다. 아버지도 흥분한 듯, 몸이 뜨거웠다. 가장 뜨거운 건 자신과 결합된 그 부위였다. 점막이 부을 정도로 빠르게 성기를 빼낸 아버지가, 퍽하고 박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류가 흘렀다. 나이토의 고개가 꺾이며 하으으으, 하고 애달픈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버지는 아들의 귀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다가 빼냈다. 귀와 유두가 민감한 편이라, 나이토는 삽입하며 빨아주면 좋아서 울었다. 신음이 섞인 울음은 아버지를 더욱 가학적으로 만들었다.
“흐읏!”
아버지의 성기가 내벽에 딱 붙어 정액을 방출했다. 안에 고이는 정액의 느낌에 나이토는 침을 삼켰다. 이제 겨우 한 번이었다. 예상한 것처럼, 아버지는 삽입을 풀고 나이토의 몸을 일으켰다. 몸이 비틀거렸다. 아버지는 나이토를 번쩍 안아 들고서 침대로 이동했다. 침대에 나이토를 반듯하게 눕힌 아버지가 뾰족하게 선 유두를 입에 머금었다. 혓바닥을 굴리며 유두와 유룬 전체를 핥아주니 나이토가 입술을 가린 채 애처롭게 떨었다. 빨개진 유두를 검지로 슬슬 긁어 내렸다. 나이토의 허리가 비틀렸다. 참기 힘든 쾌감에 나이토가 아버지의 어깨를 밀면서 중얼거렸다.
“그만…….”
“정말 그만해?”
유두를 쭉 빨아주자 나이토가 흑, 하고 울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참을 수 없다는 듯, 헐떡거리던 나이토가 고개를 돌렸다. 룸서비스가 온 것이다. 아버지는 혀를 차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대충 가운을 걸치고 문으로 걸어갔다. 나이토가 눈을 감고 쉬고 있는데 옆이 묵직하게 내려가는 느낌에 눈을 떴다. 아버지가 얼음이 든 잔을 들고 있었다. 멍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얼음 하나를 입에 넣고 굴리더니, 어느 정도 녹자 얼음을 뱉어냈다. 각이 있던 얼음 모서리가 녹아서 매끈하게 변했다.
“식혀줄게.”
의도가 불순한 말에 상체를 들어 올렸지만, 아버지가 더 빨랐다. 벌어진 다리 사이, 그곳을 정확하게 알고 아버지가 얼음을 꾹 눌렀다. 얼음이 쉽게 쏙 들어갔다. 내부에 갑자기 침입한 차가움에 나이토는 날 선 신음을 흘렸다. 아, 하며 다리를 오므리자 아버지가 손으로 다리를 활짝 벌리게 했다. M자로 벌려진 다리가 민망했다. 통유리로 만들어진 창에서 햇빛이 쏟아져 나이토의 하얀 전신을 흠뻑 적셨다. 눈부신 대낮에 아버지와 야한 짓을 하려니 가슴이 매섭게 뛰었다. 아버지는 수치심에 눈을 가리는 나이토를 흘깃 보며, 얼음 하나를 더 꺼내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적당히 녹은 얼음이 내부로 쉽게 들어갔다. 아버지의 성기에 길들여진 나이토의 내부는 어느 정도의 크기는 무리 없이 다 삼켰다.
“하윽.”
나이토는 차가움에 배를 감쌌다. 아버지는 물이 섞인 정액이 흘러내리는 걸 집요하게 지켜보았다. 붉은 구멍에서 투명한 물과 탁한 정액이 뒤섞여 시트에 흘러내렸다. 아버지는 잔에서 녹아서 작아진 얼음을 구멍에 대고 밀어 넣었다. 얼음이 중간 지점에서 모호하게 걸쳐졌다. 연속해서 느껴지는 차가움에 뜨거웠던 내벽이 굳어졌다. 딱딱하면서 차가운 것이 내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 참기가 힘들었다. 그만해달라고 부탁하려는데, 아버지가 귀두를 구멍에 갖다 대고 눌렀다. 성기가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을 그대로 쭉 밀었다. 각지지 않았으나, 충분히 이물감이 느껴지는 얼음이 내벽을 갈라, 그 지점까지 닿았다. 차갑고, 뜨거운 내벽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나이토는 제대로 직격한 쾌감에 고개를 옆으로 젖혔다. 시트를 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핏줄이 도드라지게 올라왔다. 아버지는 접합부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손으로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느낌 좋다. 차갑고, 뜨거워.”
“으읏, 흑, 아, 으으…!”
아버지가 허리를 세워 위에서 아래로 거의 직각에 비슷하게 찔러 넣자 나이토가 꽉 막힌 신음을 내뱉었다. 녹은 얼음이 물이 되어 안에서 찰박찰박거리는 게, 성기를 통해 느껴졌다. 오싹할 정도로 차가워도, 곧이어 뜨겁게 감싸오는 내벽에 아버지는 나른한 한숨을 내뱉었다. 얼음이 삽입된 채, 엉덩이가 들어 올려져 아버지의 성기를 받아내려니 허리가 아팠다. 한계치를 넘어서 벌어진 입구도 아팠다. 문제는 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바이브레이터와는 다른 느낌으로 그 부근을 팍 찔러오는 바람에 몸이 흥분으로 벌벌 떨렸다.
어느새 얼음이 녹았는지 딱딱하게 누르던 감각이 사라졌다. 얼음 때문에 격하게 움직이지 않던 아버지가 거칠게 움직였다. 간격을 두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내벽을 홧홧하게 벌리는 성기에 정신 차릴 수 없었다. 아니, 정신이라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머리는 아버지가 주는 쾌감 외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으응….”
위에서 작살처럼 박아대던 아버지가 다리를 내렸다. 침대에 앉은 채, 나이토의 몸을 들어 올렸다. 아버지의 위에 앉게 되자 접합부에서 물이 흘러내렸다. 뜨거운 내벽과 성기가 맞물린 틈새로 차가움이 사라진 물이 흘러내리는 감각은 아찔했다. 나이토는 아버지가 말하지 않아도, 어깨를 잡고 허리를 움직였다.
허리를 음란하게 위아래로 움직이며 흔들자 아버지가 기특하다는 듯 눈웃음을 지었다. 아버지와 연결된 부위에서 찰박, 찰박한 소리가 연신 들렸다. 나이토의 내부에 고였던 물이 고스란히 흘러내려 아버지의 성기와 음모까지 흠뻑 젖었다.
난데없이 아버지의 손이 퉁퉁 부은 입구를 매만졌다. 슬금슬금 들어오려는 손가락을 저지한 나이토는 아버지를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타 게걸스럽게 엉덩이로 성기를 삼켰다. 성기가 뜨끈한 내부를 가르며 들어왔다. 뻥 뚫려 오물거리던 내부가 단숨에 아버지로 가득 찼다.
“다 들어왔어…아, 깊어……흐읏…….”
나이토는 다리를 벌리고 고개를 숙인 채, 헐떡거렸다. 자신의 판판한 배를 매만지는 아버지의 손이 좋았다. 나이토는 쾌감에 못 이긴 눈물을 흘리면서 허리를 느릿하게 움직였다. 하얀 엉덩이 사이로 검붉은 성기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기이한 광경이 대낮에 펼쳐졌다. 아버지는 나이토의 붉어진 유두를 꼬집었다. 나이토가 배를 강하게 때리는 쾌감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나태한 자세로 누운 아버지는 나이토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렸다. 읏, 하고 신음을 내뱉은 나이토가 내부를 힘껏 조였다.
“효자 노릇 해봐.”
야속한 말을 내뱉는 입술을 흘겨본 나이토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아버지 배에 손을 올리고 허리를 움직였다. 물과 정액, 남아있는 타액으로 젖은 성기가 반쯤 나왔다가 붉은 구멍 안으로 슬금슬금 사라졌다. 성기를 먹어 삼키는 엉덩이가 빛을 받아 상아색으로 반짝거렸다. 아버지가 때린 부위만 잘 익은 복숭아처럼 변해있었다.
“…아아!”
모르고 허리를 내렸는데, 성기가 안을 정확하게 찌르며 그 부근을 눌렀다. 쾌감에 상체가 무너졌다. 아버지는 쓰러지려는 나이토의 팔뚝을 잡아 일으켰다. 나이토가 전율하면서 눈을 간신히 떴다. 눈물 때문에 시야가 뿌옇다.
하지만 안개가 낀 듯한 시야를 뚫고, 아버지의 아름답고 잘생긴 얼굴이 그린 듯 선명하게 보였다. 아버지가 입 모양으로 말했다.
움직여, 계속.
나이토는 단호하고 매정한 눈과 입술에 복종하듯 허리를 움직였다. 아버지의 손이 지지대처럼 날씬한 허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허벅지가 당겨오고, 맞물린 곳은 쓰라리고 아팠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저 좋았다.
자신의 남자를 바라보는 나이토의 눈에는 쾌감 빼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
“얼음 치워.”
나이토가 잔에서 찰랑거리는 각진 얼음을 보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환하던 대낮이 껌껌해질 때까지, 얼음에 시달린 몸이었다. 얼음을 넣고 섹스하는 것에 맛 들린 듯, 얼음을 두세 개쯤 넣고 박아댔다. 정말 짐승 같은 정력을 가진 아버지였다. 이러다가 아래에 매일 얼음을 넣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기절해도 기절 못 하게 억지로 깨우는 바람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나이토는 지쳐서 침대에 웅크리고 누워 손끝도 움직이지 못했다. 데이트를 빙자한 괴상한 섹스였다. 싫은 건 아니었지만, 두 번 하기에는 체력이 안 될 것 같았다.
아버지는 쌀쌀맞은 시선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보란 듯이 얼음을 반 정도 채운 잔에 술을 따랐다. 이국에서 수입해온 술이 잔에서 밤바람에 흔들거리는 호수처럼 넘실거렸다. 독한 술을 태평한 얼굴로 음미한 아버지는 나이토 옆에 앉았다. 그가 술을 내밀었으나 나이토는 거절했다.
“아빠랑 있을 때는 마셔도 괜찮아.”
“싫어.”
나이토가 고개를 저었다. 끝내 나이토가 거절하자 아버지는 계속 권유하지 않고, 혼자 홀짝거렸다.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눈을 깜박거리던 나이토는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몸을 움츠렸다. 잔혹하고 거친 섹스를 즐기는 아버지는 섹스만 끝나면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한 남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 차이가 견디기 힘들고 버거워 도망치고 싶었으나, 지금은 섹스 후 보상처럼 오는 다정함과 상냥함이 좋았다.
나이토는 캣 타워에 올라가 볕을 쬐는 고양이처럼 기분 좋은 얼굴을 하며 가만히 있었다. 아버지의 손이 용기를 낸 듯 목으로 내려왔다. 낙인처럼 찍힌 자국을 매만지던 손이 등으로 왔다. 승마와 자잘한 운동을 즐긴 몸은 부드럽고 남자답게 탄력적이었다. 오밀조밀 잘 짜인 근육을 손바닥으로 만졌다.
“또 하려고?”
나이토가 창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버지는 장난꾸러기처럼 웃었다. 그의 음흉하면서도 발랄한 미소에 나이토는 손을 올려 아버지 허벅지를 찰싹 때렸다. 엘시가 아프지도 않으면서 아야, 소리를 냈다. 요새 저런 장난에 재미가 들린 모양이었다.
아버지가 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침대 옆에 모로 누워 나이토를 보았다. 침대에서 마주 보는 아버지가 잘생겨서 가슴이 설렜다. 수채화 물감을 물에 푼 것 같은 맑은 자색 눈동자가 자신을 볼 때마다 가슴이 쿵, 쿵 뛰었다. 색 자체도 강렬한데,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불보다 더 뜨겁고 강렬해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나이토는 아버지의 뺨에 손을 올렸다. 아버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아버지는 나이토의 날씬한 허리를 만지작거렸다.
“수여식 파티 끝나면, 바로 여행 가자.”
“둘이서?”
“응.”
“거기에 뭐 있어.”
질문에 아버지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아버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승마장, 테니스장, 레이싱장, 기타 등등.”
“레이싱 재밌겠네.”
“재밌을 거야. 앞은 바다고, 뒤는 산이고. 무엇보다 조용하거든.”
말을 멈춘 아버지가 목소리를 낮춰서 은밀하게 속삭였다.
“그래서 뭘 해도 안 들켜.”
“…되게 음흉해 보인다.”
좀, 변태 같아.
나이토가 진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아버지가 소리 내서 웃었다. 그는 나이토의 귀를 만지작거렸다. 간지러움에 나이토가 어깨를 움츠렸다. 드러난 목덜미에 짧게 키스했다. 그는 나이토를 끌어당겨 안았다. 뜨겁고 단단한 피부가 닿았다. 나이토는 편안함에 눈을 꼭 감고, 아버지 등에 팔을 둘렀다. 아버지가 나이토를 다정하게 안은 상태에서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정말 재밌을 거야. 기대해도 좋아.”
“재미없으면?”
“그럴 리가 없지.”
당당하게 대답한 아버지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유쾌하게 웃었다.
“내가 계획한 거니까.”
나이토는 대단한 자신감에 피식 웃었다. 저렇게 말하니까 조금 기대되긴 했다. 아버지는 룸서비스로 도착한 음식들을 보여주었다. 그중 하나는 케이크였다. 나이토는 케이크를 보고 눈을 반짝거렸다. 그걸 본 아버지가 침대 헤드에 큼직한 베개를 여러 개 대주고, 나이토를 기대게 했다. 나이토가 반사적으로 입을 벌리자 아버지가 웃으며 케이크를 포크로 떠서 넣어주었다. 상큼한 딸기가 올라간 케이크는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렸다.
나이토는 케이크와 각종 음식을 아버지가 주는 대로 받아먹었다.
*
검은색에 흰색, 거기에 살짝 곁들어진 듯한 은색으로 조합된 예복은 아무리 보아도 수수했다. 어디서나 본 듯한 디자인이었고, 늘 입던 정장과 차이 없는 질감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비싼 돈을 주고 디자이너를 고용해서 옷을 맞춘 건지. 사소한 것도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는 아버지 성격에 혀를 찼다.
나이토는 막 자다 일어나서 받은 예복 선물에도 심드렁했다. 과시하는 걸 좋아하는 아버지와 달리 나이토는 그런 쪽에 관심이 없었다. 나이토가 관심 있는 것은 소소하게 맛있는 음식점 찾아다니기, 새로 나온 게임 사는 것이었다. 나이토의 취향을 다 꿰뚫고 있는 아버지는 2층에 게임방을 따로 만들어주었다. 유명한 게임부터 시작해서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마이너한 게임도 방에 꽂혀있었다.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 다 사버렸다는 말에 나이토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가끔 시간이 나면 아버지는 나이토와 외출해서 음식점 탐방을 가거나, 집에 틀어박혀 게임을 같이 해주었다. 물론 게임을 하면 승리는 늘 나이토였다. 아버지는 말은 안 했지만, 패배하면 기분이 안 좋았는지 잠자리에서 거칠어졌다. 그걸 달래는 묘미도 있었다.
아버지도 나에게 맞춰주니 나도 아버지에게 맞춰줘야 하나. 졸린 눈으로 예복을 보던 나이토는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정복을 입은 아버지가 서 있었다.
“벌써 왕실 가는 거야?”
나이토는 비서가 건네주는 주스를 받으며 물었다. 밤늦게 게임 하거나, 아버지와 관계를 맺고 새벽에 자는 일이 허다한 나이토를 위해 아버지가 특별히 부탁해 만든 주스였다. 당 함량이 적어서 달지 않아 먹기 좋았다. 주스를 단숨에 비우고 일어나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아버지는 난데없이 다가오는 나이토를 설레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이토는 자신보다 키가 큰 아버지를 지그시 올려보다가, 아까부터 거슬렸던 배지 정리를 해주었다. 배지가 역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걸 원래대로 돌려주고 나서, 한 가닥 흘러내린 앞머리도 올려주었다. 아들의 손이 닿는 게 좋았는지 아버지는 연신 웃고 있었다. 둘에게 흐르는 애틋한 애정 기류를 읽은 비서는 사무적으로 인사하고 뒤로 물러났다. 눈치 빠르게 문을 닫은 비서는 방 앞에서 대기하던 자들에게 “자리를 지켜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알아들은 사람들이 재빨리 문 앞에서 사라졌다. 이제 대놓고 하겠다는 의지가 보일 정도로 아버지는 정력적으로 아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마치 아들의 옆에 누구도 두지 않겠다는 듯한 의지마저 느껴지는 강압적인 태도였다. 비서는 순진한 얼굴로 아버지를 보던 나이토를 떠올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도 레이얀을 잡으러 갈 때 함께 했던 사람 중 하나로, 나이토와 아버지의 라이브 섹스를 다 보았다.
‘참 화끈한 밤이었지.’
비서는 자조 섞인 한숨을 뱉으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누워서 하고, 벽에 세워서 하고, 앉혀서 하고, 엎드려서 하고……. 포르노에서 볼 법한 체위들을 몇 시간 동안 보았다.
나이토는 그날 끝까지 버티지 못했다. 제대로 식사를 못 한 몸이 그 정도 버틴 것도 다행이었다. 회장은 기절한 나이토를 안아 올렸다. 레이얀이 보는 앞에서 다리를 활짝 벌려, 흉기나 다름없는 성기가 좁은 구멍으로 들락날락하는 걸 다 보여주었다. 그걸 본 레이얀은 재갈을 꽉 문 채,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정말 대단한 집착이었다. 레이얀을 비롯해 다른 자들에게도 선전포고한 것과 다름없었다. 회장이 나이토에게 다정한 건 맞았지만, 그것과 비슷하게 잔인한 것도 맞았다.
‘나이토 옆에는 나만 있으면 돼.’
나이토를 너무 몰아가지 말라는 일릭의 말에 엘시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로, 엘시는 경악하는 일릭과 그 외 다른 사람들을 보며 경고하듯 말했다.
‘울어도 내 품에서 울어야 하고, 다쳐도 나 때문에 다쳐야 하고, 슬퍼도 나 때문에 슬퍼야 해. 걔 주변엔 그 누구도 필요 없어. 오로지 나만 있어야 해.’
‘그러신 분이 대학은 왜 보내주겠다고 한 거야? 차라리 집에 가둬버리지.’
‘그래야 나한테 매달릴 거 아니야. 걔는 다정하게 대해주면 좋아서 더 매달리는 애거든.’
엘시의 뜻 모를 말에 일릭이 팔짱을 끼고 미간을 찡그렸다. 그가 이해 못 하는 얼굴을 하자 엘시는 친절하게도 그 말을 둘러 말하지 않고, 깔끔하게 설명해주었다.
‘집에 가둬봤자 뭐해. 나한테 반발만 할 텐데. 어느 정도 풀어줘야 안심하고 옆에 있겠지. 도망가는 것도 재밌지만……시간이 걸려서 귀찮거든.’
담배 연기를 느리게 뱉어낸 엘시는 마천루에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끝이 없는 점묘화 같았다. 크고 작은 불빛들이 한데 어우러져 도시를 밝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 신의 경지까지 도달하기 위해 높게 쌓인 건물, 그 아래에 지배당하는 사람들. 그걸 한 지점에서 관람자처럼 내려다볼 수 있는 자격은 엘시에게 있었다. 엘시의 뒤로는 그와 함께한 충성스러운 직원들이 있었다. 일릭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그것은 또한 다른 자들에게 하는 암시와 같았다.
나이토에게 다정하게 대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눈치 빠르게 알아들은 그들은 입을 다물고 나이토를 향한 집착을 묵인했다. 비밀은 마천루를 공동묘지 삼아 도시의 아래에 묻혔다.
껍데기만 그럴싸한 도시의 풍경을 천천히 눈여겨본 엘시가 몸을 일으켰다. 엄청난 장신이 느릿하게 움직여 통유리 창가에 섰다. 그는 일릭을 무표정으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무작정 가둔다고 다 되는 게 아니야. 말도 채찍만 때리면 안 달리고 반항해. 당근도 적절하게 줘야지.’
‘나이토는 네 애완견이 아니야.’
일릭의 충고 아닌 충고에 엘시가 놀랐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언제부터 네가 내 아들을 신경 썼다고.’
엘시가 일릭에게 천천히 다가가 벽돌 같은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깨가 엘시의 커다란 손안에 다 잡혔다.
‘걔가 경찰에 신고하거나 그러면 어쩌려고? 그런 걱정은 없는 거야?’
‘나이토가? 걘 절대 그렇게 못 해.’
엘시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었다.
‘어디 가서 친아버지한테 강간당했다고 말해. 그걸 누가 믿어주겠어? 걔도 그거 알고 지금 저러는 거 아니야. 어디 가서 말 못 하니까.’
강간이란 말에 다들 움찔거렸다. 엘시가 못 느끼는 죄책감을 다른 사람들이 대신해서 느끼고 있었지만, 딱히 나설 생각은 없었다. 경찰보다 느긋하게 웃는 엘시가 더 무서웠다. 그는 다정할 때 다정하고, 무서울 땐 한 없이 무서운 자였다.
‘…야, 너 진짜 쓰레기 같아. 적당히 해.’
양심이 없는 걸로 유명한 일릭도 질린 얼굴로 혀를 찼다. 일릭과 그 주변에 선 자들을 하나씩 눈여겨보던 엘시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적당히 하고 있다니까. 너희들도 알 거 아니야? 내가 얼마나 애지중지 대하는지.’
‘……그건 맞는 말이긴 한데. 더 다정하게 대해주라는 거야. 또 도망가면 우리가 잡으러 가야 하잖아. 걔 가출할 때마다 잡으러 가는 게 얼마나 귀찮은 줄 알아?’
일릭이 드디어 참고 참았던 짜증을 냈다. 그걸 들은 엘시가 진지한 얼굴로 고민에 빠졌다. 나이토가 그동안 가출한 횟수를 세어 보던 엘시가 얼굴을 달리했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빛과 어둠의 경계 없는 홍수를 보던 엘시가 입을 열었다.
‘아무튼 나이토한테 다정하게 대하지 마. 상처를 주는 건 상관없어.’
‘어떤 상처?’
‘예를 들어……’
엘시는 일릭의 어깨를 잡고 끌어당겼다. 그가 일릭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말을 알아들은 일릭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이토에게 온 문자를 확인하는 듯, 휴대전화를 보는 엘시의 표정이 온화했다. 아들에게 상처를 주라고 말한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그걸 나보고 하라고?’
일릭이 내키지 않는 듯,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여 문자를 보내며 엘시가 덤덤하게 말했다.
‘네가 해야지. 나이토가 그나마 많이 본 사람이 너니까. 알토는 알아서 떨어졌고, 레이얀도 사라졌고…… 뭐, 이제 남은 사람만 처리하면 되겠어. 몇 명 남았더라…….’
엘시는 진지한 얼굴로 나이토 옆에 남은 사람들을 처리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엘시의 제안은 평범했다.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를 자극해 나이토가 엘시에게 매달리도록 만들라는 것이었다. 나이토의 가장 연약한 내부를 파고들어, 자극해도 좋다는 뜻이었다. 나이토가 구석으로 도망가 아버지를 찾도록 말이다.
‘너 진짜 못 됐어.’
‘왜?’
‘그렇게 해서 나이토 옆에 아무도 없게 만들고 싶어?’
‘나한테 기대야 너도 편할 거 아니야.’
일릭이 입을 다물었다. 하지 않겠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비서 또한 악역에 동참했다. 그들의 일은 늘 단순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아들을 가져야겠어?’
일릭이 웃으며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엘시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나이토를 향한 그의 애정은 너무 무서웠다. 극과 극의 행동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물려 있으니 나이토가 혼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그는 나이토의 아버지가 아니었던가. 아버지가 14살부터 암묵적으로 그렇게 길러왔으니, 나이토 입장에서는 답답했을 것이다. 간혹 나이토가 아버지를 향해 보여주던 가지각색의 표정을 떠올리던 일릭은 한숨을 내쉬었다. 담배를 피우는 일릭을 무심한 시선으로 지나가듯 본 엘시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내가 고이 키워서 내 걸로 만들기로 결심했는데, 다른 사람 손 타는 건 질색이야. 이 정도까지 봐준 걸 감사하게 여겨야지.’
‘아버지니까 키워주는 건 당연한 거야.’
‘그래서 고등학교까지 보내줬는데.’
엘시가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엘시는 비서가 가져온 서류를 눈으로 건성으로 훑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적어도 숨 쉴 구멍은 만들어줬잖아. ’
어이가 없어져서 일락이 입을 다물었다. 한참 어떤 서류를 보던 엘시는 비서에게 다시 넘겨주었다. 비서가 받아들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서류에 문제가 있었다. 담당자는 다른 부서 사람이었다.
‘애정이 없었으면 그렇게 안 했지.’
‘…그래. 그렇게 해. 네가 좋다는데 내가 뭐라 하겠어.’
‘역시 넌 좋은 친구야.’
나이토는 알게 모르게 저택에서 고립되고 있었다. 아버지와 나이토의 관계를 알게 된 알토는 알아서 형을 피해 다녔다. 알토뿐만 아니라 저택 사람들도 나이토를 보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애초에 나이토가 머무는 집엔 일하는 사람 자체가 적었다. 딱 필요한 집안일을 하는 사람 빼고, 나이토의 집엔 그 누구도 침입하지 않았다. 저택 사람들이 관계를 알게 된 걸 눈치챈 나이토도 껄끄러웠는지, 승마를 하거나 외출을 할 때 빼고 밖에 잘 나가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아버지가 각종 물건과 음식을 사다 주니 나갈 필요도 없었다.
겉으로는 자유를 줬지만, 본질은 결국 감금이었다.
비서는 닫힌 침실 문을 보다가 벽에 기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하드한 포르노를 봐도 성기가 서지 않았다. 그날 본 라이브 섹스가 너무 강렬해서, 어떤 포르노를 봐도 자극이 되지 않았다. 성적 취향이 그날을 기점으로 개조된 기분이었다. 서고 싶어도 서지 않는 말랑한 성기를 보면 자괴감이 들었다. 나이토가 긴 팔을 뻗어 아버지 목을 감싸 안던 장면이 머리에 남아 떠나지 않았다. 비서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안 된다……회장님 아들이야. 정신 차리자.”
*
자괴감에 빠진 비서가 속으로 성경을 되뇌고 있을 때, 나이토는 아버지 앞에서 예복을 입고 있었다. 예복을 다 입고 넥타이를 매려는데, 침대에 다리를 꼬고 있던 아버지가 다가왔다. 아버지의 얼굴이 너무 지척에 있었다. 나이토는 눈을 내리떴다. 정갈한 손이 매끄럽게 움직여 넥타이를 매주고 있었다. 수없이 넥타이를 매본 사람답게, 정석으로 넥타이를 맸다. 아버지는 전신거울에 나이토를 데리고 갔다. 거울을 보면서 섹스하는 것에 취미 들린 아버지가 침실에 거울을 가져다 놓았는데, 그게 이렇게 쓰일 줄 몰랐다. 지난밤도 거울을 보면서 해야 했다. 부끄러웠던 과거를 떠올린 나이토는 붉어진 얼굴을 매만졌다. 나이토가 거울만 봐도 수치스러워하자, 아버지는 짧게 웃으며 볼에 입술을 갖다 댔다. 꽃잎이 피부에 내려앉듯 부드럽게 키스한 아버지가 고개를 서서히 떼어내며 말했다.
“잘 어울려.”
“그럼 됐어.”
아버지는 뒤에 밀착해서, 나이토의 앞머리를 올렸다. 하얗고 둥근 이마가 드러났다.
“머리 정리하고 와. 이렇게 하고 오면, 예의 없다고 혼난다.”
“그건 나도 알아.”
나이토가 무뚝뚝한 말투로 말하며 아버지 품에서 나왔다. 예복은 불편했다. 벗으려고 단추에 손을 대는데, 아버지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커프스단추를 풀려던 손이 멈칫했다. 아버지는 휴대전화를 나이토에게 대고서, 버튼을 눌렀다. 찰칵, 소리가 들렸다. 사진을 찍은 아버지가 화면을 보여줬다.
창가로 들어온 햇빛을 반쯤 받은 나이토가 금욕적인 얼굴로 반듯하게 서 있었다. 빛을 받지 않아 음영이 진 얼굴은 차가워 보였으나,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얼굴은 순하고 선해 보였다. 이중적인 면모가 동시에 담긴 사진이었다. 이게 내 얼굴인가. 나이토는 사진을 보며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했다. 아버지는 사진이 마음에 들었는지 배경화면으로 해놓았다. 나이토가 질색하자 아버지는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싫으면 너도 아빠 사진으로 배경 해.”
“왜 그래야 하는데?”
“보기 좋잖아.”
아버지가 정복을 가리켰다.
“정복도 입었겠다. 찍어.”
“싫어.”
“그럼 둘이 같이 찍을까.”
아버지가 나이토 손을 잡아 침대로 이끌었다. 나이토는 예복을, 아버지는 정복을 입은 채로 침대에 나란히 앉았다. 제멋대로 나이토 어깨에 팔을 두른 아버지가 친근하게 웃었다.
“웃어.”
“뭐?”
나이토가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사이, 아버지가 휴대전화를 높이 들어 올려 사진을 찍었다. 단 한 번이었다. 더 이상의 기회는 주지 않고, 사진을 찍은 아버지는 혼자 사진을 확인하고 일어났다. 나이토가 사진을 보여 달라고 옷자락을 잡았으나 아버지는 매정하게 손등을 찰싹 때리고 가버렸다.
홀로 방에 남은 나이토는 예복을 벗었다. 갑갑한 예복에서 해방된 나이토는 편안한 셔츠와 바지 차림으로 침대에 누웠다. 아버지가 사다 준 태블릿 PC로 만화를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깜박 잠이 들어버렸다. 비서가 와서 준비해야 한다며 깨우지 않았다면, 계속 잠들 뻔했다.
파티는 이 나라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부를 자랑하는 기준 중 하나였다. 파티를 자주 열수록 돈이 많다는 것이었으며, 거기에 따른 권력도 과시하는 것이었다. 귀족들에게도 파티가 중요한데 왕실에서는 더욱 꼼꼼하게 파티를 준비했다. 알라시스 대공 파티도 호화로워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는데, 왕성은 얼마나 거대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왕성은 수도의 북쪽에 있으며 그 지역 자체가 귀족이 아니면 출입이 불가했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은 높이 솟아오른 네 개의 탑과 성벽밖에 보지 못했다. 학교를 오가면서 보기만 했던 성벽 안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언제나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예복은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이었다. 그 외에도 반지, 시계, 구두, 온갖 장신구를 착용해야 했다. 2시간에 걸친 준비가 끝이 났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익숙한 소년이 보였다. 알토를 보고 가볍게 인사한 나이토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아버지가 주문 제작한 분수대 앞에 리무진이 있었다. 나이토가 올라타자, 그다음에 알토가 탔다. 오랜만에 만난 형제지만 대화는 하지 않았다. 알토가 고의적으로 나이토를 무시하고 있었다. 나이토도 굳이 어색함을 깨고 알토와 얘기하고 싶지 않아, 턱을 괸 채 밖만 보았다. 수여식 파티 때문에 도로는 경찰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 십 여분 정도 달리자 왕성으로 이어진 도로로 진입했다. 운전기사가 속도를 낮췄다.
왕성이 있는 구역을 둥글게 감싼 촘촘한 성벽이 보였다. 성벽 위를 드리운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나이토는 나른하게 기대고 있던 허리를 올곧게 폈다. 흔히 보던 나무가 아니었다. 이 나라 왕실을 대표하는 나무였다. 멀리서 보거나, 혹은 사진으로 보던 나무를 밑에서 바라보니 색다른 기분이었다. 나이토가 신기한 눈으로 나무를 보는 동안, 근위병이 총을 아래로 내려 차의 진입을 막았다. 운전기사가 자작의 상징을 근위병에게 보여주었다. 한 근위병이 다가와 왕성에서 만든 기계로 확인을 하더니, 들어가라는 듯 절도 있게 물러났다.
리무진이 느리게 성벽 안으로 들어갔다. 간격을 두고 심어진 나무 너머로 높은 탑과 수백 년간 이 나라에 군림한 왕성이 보였다. 왕성에서 가장 도드라지게 보이는 건, 성을 빙 둘러싼 강이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강으로, 간혹 왕과 왕비가 심심하면 유람선을 타고 성과 숲, 숲에서 뛰어노는 동물들을 구경하곤 했다.
강 위의 다리를 지나자 일직선으로 쭉 뻗은 도로가 나타났다. 저 멀리 우뚝 솟은 왕성이 보였다. 생명의 궁으로, 왕이 사용하는 궁전이었다. 그 외에 궁이 더 많았으나 밀림처럼 울창한 숲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리무진은 일정한 속도로 달렸다. 직선으로 쭉 이어진 도로를 달리자 중앙에 위치한 정원이 보였다. 아버지의 저택에 있는 정원의 규모도 어마어마했으나, 왕성의 정원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나라의 상징인 꽃이 다발처럼 모여 흔들거리니, 성경 속 천국처럼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수도의 온갖 부를 다 경험해본 나이토와 알토도 눈을 떼지 못할 광경이었다.
정원을 지키는 근위병 중 하나가 왼쪽으로 가라는 지시를 했다. 차는 근위병의 지시에 따라 왼쪽으로 틀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파티를 위해 설계된 빛의 궁전이었다. 앞에는 건국왕을 비롯한 유명한 선왕들이 새겨진 분수가 있었다. 분수를 기준으로 세 개의 길이 탁 트여있었다. 이 나라에서만 나오는 돌을 캐내어 만든 길 위로 올라갔다. 돌 위에는 각 왕들을 나타내는 상징물이 정교하게 세공되어 있었다. 과거를 상징하는 길 위에 최신식 등이 세워져 현실과 과거가 공존하고 있었다. 색다른 기분이었다. 꽃 하나 없이 잔디로만 장식된 터라 궁이 돋보였다. 달무리 같은 은은한 빛의 집합체에 물든 궁은 뽀얀 상아색으로, 저녁인데도 눈이 부셨다. 어두워질수록 자신의 자태를 뽐내는 빛의 궁전다웠다. 활짝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자, 학교 운동장보다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아름다웠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장식들로 한껏 꾸며져 정신을 놓게 되었다. 애써 정신을 차린 나이토는 아버지를 찾아 걸어갔다.
얼굴로 티를 내지 않았으나 속으론 연신 탄성이었다. 사소한 장식 하나만 훔쳐도 평생을 먹고 살 거 같았다. 나이토는 돈 냄새로 질식할 것 같은 화려한 파티에서 자신을 직시하고 서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는 너무 아름다웠다. 보는 것만으로 숨이 멎을 것 같은 미모였다. 이 세상의 온갖 아름다움을 끌어모은 이 공간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감을 남자가 뿜어내고 있었다. 수십 번 키스한 입술이 움직여 웃었다.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고, 구멍을 헤집던 손이 움직여 자신에게 닿았다. 맞잡고 싶었다. 아무렇지 않게 안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곳에서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친아버지였고, 자신은 그의 친아들이었다. 충동을 억누른 나이토는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버지에게 손을 뻗었다. 아버지가 손을 마주 잡으며 웃었다. 자색 눈동자가 눈웃음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으나 기뻐하고 있는 건 확실하게 느껴졌다. 나이토는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가 떼어내며,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아버지가 나이토의 어깨에 팔을 걸치더니, 고개를 살짝 숙여 속삭였다.
“예쁘다.”
“…그런 말은.”
목이 막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나이토는 볼을 미미하게 붉히며 빠져나와 지정석으로 걸어갔다. 자리에 앉자, 뒤에서 거리를 두고 걸어오던 알토도 나이토의 맞은편에 앉았다. 둥근 테이블엔 세 사람만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다가와 크리스털 잔에 금주를 따라주고 갔다. 황금 알갱이가 동동 떠다니는 술을 맛보았다. 그리 독하지 않았다. 입술을 축일 정도만 술을 음미한 나이토는 자신을 응시하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가 따스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누가 보면 자신과 아버지 사이를 착각할 정도였다. 나이토는 애써 모르는 척하며 테이블 밑에 손을 두었다.
그 손을 아버지가 은밀하게 잡았다. 빠져나갈 수 없게 깍지를 껴왔다. 누가 보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워낙 테이블이 깊고, 으슥해 보일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아슬아슬한 스릴 때문에 두근거림이 더욱 심해졌다.
그러나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어른스러운 아버지의 손이 좋았다. 저 손이 자신을 도망갈 수 없게 지독하게 얽혀서 잡아준다면 무서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더럽다고 말하며 버려도, 그만은 자신을 버릴 것 같지 않았다.
왠지 그런 자신감이 있었기에 나이토도 용기를 내어 아버지 손을 꽉 잡았다. 아버지가 놀랐는지 눈을 가늘게 떴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나이토는 짓궂게 느껴지는 그의 미소에 눈을 흘겼다. 그러자 아버지가 부드럽게 웃더니 나이토에게 바짝 다가와 말했다.
“조금 있다가 테라스로 와.”
나이토가 의아함에 눈을 크게 떴다. 아버지는 다른 곳은 보지 말라는 듯, 단호한 손으로 턱을 고정하고서 야릇하게 속삭였다.
“키스해줄게.”
나이토는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 누구도 들을 수 없게, 오로지 그만 들을 수 있게.
“…여기선 안 되는 거 알잖아.”
“그럼 잡지 말았어야지.”
비난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맞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진실을 말했을 뿐이다. 그의 손을 잡은 건, 자신이었다. 나이토는 불안함에 떨리는 눈을 내리깔았다. 테이블 밑, 단단하게 얽힌 두 남자의 손이 보였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시작되는 연주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가장 중앙에 마련된 단에는 이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성악가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버지와 자신의 대화는 아주 조용했으니 타인들에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내리뜬 눈을 올려, 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본 나이토는 이번에 자신이 그에게 다가갔다. 아버지가 고개를 숙였다. 나이토는 아버지의 귀에 대고 나직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데에서.”
아버지의 입술 끝이 올라갔다. 나이토는 볼을 붉힌 채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잡은 손은 풀지 않았다. 이제 놓을 수 없는 걸, 잘 아니까 그저 잡고 있었다.
파티는 순서대로 척척 진행되었다. 왕이 본격적인 파티를 알리는 말을 선언하자, 사방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버지도 귀족들의 무리에 자연스럽게 파고들어 담소를 나누었다. 나이토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아버지가 가리켰던 테라스로, 술잔을 들고 이동했다.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낼 작정이었다.
아버지와 연인 관계가 되면서 인간관계가 조촐해져 만날 사람도 없었다. 나이토와 반대로 알토는 학교를 다니면서 귀족 자제들과 친분을 쌓았는지, 형은 신경도 쓰지 않고 친구들과 자리를 떠났다. 그래도 학교생활은 착실하게 하고 있는 거 같아, 안심이 되었다. 알토는 정말로 자신이 없어도 잘 살 것 같았다. 더 이상 과거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알토가 자신을 무시하듯, 나이토도 적당히 알토를 무시하고 있었다. 그게 나았다.
테라스 난간에 팔을 대며 홀로 술을 마시던 나이토는 구두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가 옆에 나란히 섰다. 테라스에 등을 기댄 아버지는 나이토를 비스듬하게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는 너무 밝잖아.”
“분위기가 좋잖아.”
나이토는 술을 한 모금 머금고서, 아버지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그가 순순히 따라왔다. 나이토는 사각지대에 아버지를 세우고서 까치발을 들었다. 키 차이 때문에 발꿈치를 들어 올려 키스해야 했다. 아버지는 웃으면서 허리를 잡고서 끌어당겼다. 아버지가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다. 나이토가 머금은 술을 아버지가 앗아갔다. 술 때문에 젖은 입술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나이토는 주변을 살폈다. 테라스 가장 안쪽 사각지대라 잘 보이지 않을 각도였다. 커튼도 미리 쳐놨으니 작정하고 오지 않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나이토는 대범하게 아버지의 입술을 맛보았다. 넥타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자 아버지가 입술을 맞대고서 웃었다. 그는 나이토의 손을 풀어서, 목에 두르게 했다. 아버지의 목을 끌어안고 밖에서 하는 키스는 아찔했다. 그리고 매우 좋았다. 나이토가 눈을 반쯤 내리떴다. 긴 속눈썹에 가려진 검푸른 눈동자가 유혹적이었다. 아버지는 부드러운 키스를 쪽쪽 이어가다가, 나이토를 풀어주었다. 나이토는 힘겹게 무감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보았다. 모든 것이 완벽한 아버지의 옷차림 중, 흐트러진 넥타이가 눈에 걸렸다. 나이토가 잡아당긴 탓이었다.
나이토는 아버지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 손을 올렸다. 아버지의 넥타이를 풀었다. 아버지는 나이토의 저의를 알아채고, 목을 숙였다. 나이토는 짧게 웃고서 넥타이를 다시 해주었다. 아버지는 넥타이를 매주는 나이토를 열렬한 눈빛으로 보았다. 보랏빛 어둠을 등지고 선 채, 눈을 아래로 내리뜬 나이토의 모습은 신화 속 남신처럼 느껴졌다.
어렸을 때, 반항적으로 굴던 아들이 고요한 눈으로 아버지를 보고 있었다. 그 변화를 반강제로 이끈 건 자신이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존재를 놓아주는 것보단 나았다.
넥타이를 반듯하게 매준 나이토는 아버지 가슴을 두 번 두들겼다. 이제 그만 가보라는 듯, 턱짓으로 궁 안을 가리켰다. 나이토는 테라스 난간에 걸쳐준 잔을 들어 올렸다. 아버지는 나가려는 나이토의 팔을 잡아 자신 쪽으로 당겼다. 아버지의 품에 안긴 나이토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더 하고 싶지 않아?”
명백한 유혹이었다. 나이토는 흐트러짐 없이 웃으며 아버지의 뺨에 손을 댔다. 자색 눈동자에 불타오르는 욕망을 읽은 나이토는 까치발을 한 뒤, 입술에 쪽 하고 키스했다.
“그다음은 집에서 해요.”
아버지의 손을 약하게 잡아준 나이토가 스치듯 말했다.
“여기선 평범한 아버지, 아들처럼 지내야죠.”
“집에선?”
아버지가 되물었다. 나이토는 손을 풀어내 문을 열었다. 안이 시끌벅적했다. 무리를 이룬 귀족들을 건성으로 훑어보던 나이토는 뒤를 돌아, 아버지를 보며 웃어주었다.
“아버지 마음대로 하세요.”
아버지가 기분 좋은 듯 소리 내서 웃는 게 바람을 타고 들렸다.
*
수여식 파티가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버지는 키스를 멈추지 않았다. 입술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웠다. 리무진 뒷좌석에서 이루어지는 부자간의 키스에 운전기사는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알토는 다른 차에 태워 보냈다. 이 넓고 안락한 리무진에는 아버지와 나이토뿐이었다. 아버지가 흥분했는지 차 안이라는 것도 망각하고 나이토의 성기를 만지려 했다. 나이토는 아버지를 저지했다. 아버지를 좌석에 눕히고 자신이 그 위에 올라타 달래는 듯한 키스를 했다. 아버지의 입술을 빨아들이던 나이토가 헐떡거리며 아버지 얼굴을 쓸어 만졌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아버지는 무방비했다.
“집에 가서 마음대로 하시라니까.”
아버지가 엉덩이를 잡았다. 노골적인 아버지의 손을 잡아 아래로 내리눌렀다.
“너무 멀어.”
“조금만 참아요. 여기선 안 돼.”
아버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나이토는 슬쩍 웃어주고서 아버지의 입술을 탐했다. 아버지가 좌석에 몸을 기댄 상태라 키스하기에 적합한 자세였다.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아버지는 나이토를 안아 들었다. 엄청난 힘을 발휘해 침실에 금방 도착했다. 나이토는 침대에 누워, 아버지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그와 키스하기 전, 아버지의 눈을 올려다보며 흐릿하게 웃었다.
“좋아요?”
“응.”
아버지가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는 비싼 예복을 거칠게 벗겼다. 단추가 뜯겨나갔다. 나이토가 인상을 찡그리자 아버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먼저 유혹했잖아.”
나이토가 대답을 하듯 양팔을 아버지 목에 둘러서 아래로 당겼다. 다리를 벌려 아버지의 허리에 감은 나이토가 느릿한 키스를 이어갔다. 아버지가 못 참겠는지 고개를 들어 올려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나이토의 체취를 마음껏 맡았다. 나이토는 상체에 엉겨 붙어 떨어지지 않는 아버지 등에 팔을 둘렀다. 사방이 깜깜했다.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이 상황이 안락함을 주었다. 자신과 아버지의 관계는 이런 것이었다.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세계였다.
드디어 만끽하게 된 둘만의 밤에 나이토는 눈을 감았다. 아버지는 온전히 자신을 맡긴 나이토를 꼭 끌어안으며 애절하게 말했다.
“사랑해, 아들.”
소유욕이 묻어나온 고백이었다. 몇 번이나, 수없이 들은 고백이었다. 빛의 한 자락도 허용하지 않는 어둠을 응시하던 나이토는 아버지의 등에 손을 올렸다. 그의 옷깃을 꽉 잡았다.
어둠에 묻혀있던 손이 다른 손에 잡혀 침대에 파묻혔다.
아, 하는 울먹거리는 신음이 울려 퍼지다가 어둠 속에 먹혀들어갔다.
*
21살,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보았다. 꽤 좋은 사립학교에 다녔으나 아버지는 단 한 번도 학교 여행을 허락해준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너무 화가 나서 아버지가 아끼는 도자기를 내던진 적이 있었다. 이성보다 본능이 앞선 행동이었다. 쨍그랑, 하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버지의 손이 날아와 얼굴을 가격할까 봐 약간 겁을 먹었다. 저 도자기 가격을 잘 알고 있었다. 웬만한 서민들 연봉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장인이 만든 마지막 도자기를 아버지가 암시장에서 구매해온 것이라고, 신나서 자랑한 게 기억이 났다.
나이토가 겁을 먹은 걸 알아챈 아버지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낮게 웃었다. 허공에 선선하게 떠다니는 웃음소리에 겁이 더욱 커졌다. 아버지는 키만 큰 게 아니었다. 손도, 발도, 다 컸다. 그의 모든 것이 위압적이었다.
‘반항하는 거야?’
아버지가 웃으며 한 걸음씩 다가왔다. 나이토는 아버지가 다가올 때마다 뒤로 물러났다. 아버지의 그림자가 기울어지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나이토도 키가 컸지만, 다른 남자들보다 월등하게 몸이 좋은 아버지는 이길 수 없을 거 같았다. 뒤로 물러나던 나이토는 벽 때문에 더 이상 물러나지 못했다. 꼼짝없이 갇혀 아버지를 올려다봐야 했다. 턱에 손을 대고 나이토의 얼굴을 지그시 감상하던 아버지가 고개를 숙였다. 향수에 코가 퐁당 빠진 듯, 아버지의 향수 냄새밖에 안 났다. 고개를 틀었지만, 아버지가 어림도 없다는 듯 턱을 잡아 돌렸다. 아버지의 자색 눈이 즐거운지 반짝거리고 있었다. 별 가루를 뿌린 듯, 황홀하게 반짝이는 눈에 나이토는 잠시 넋을 놓았다. 그 때문일까.
아버지가 아주 살짝, 손톱만큼 다정해 보였다.
‘넌 절대 못 나가.’
‘왜?’
‘내가 싫거든.’
숨이 떨려왔다. 왜 싫은지 그 이유는 설명해주지 않은 채, 아버지는 나이토의 뺨을 퍽 다정하게 만져주었다. 아버지의 손아귀에 잡힌 나이토는 눈을 아래로 내리떴다. 차마 아버지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
‘아빠 봐야지.’
나이토가 불안으로 떨리는 눈을 들어 올렸다. 아버지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후, 고개를 숙였다. 눈이 지척에 있었다. 선악과를 내미는 사탄을 마주한 심정이 이러할까. 성경의 한 장면을 떠올리던 나이토는 입술을 미묘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손가락에 눈을 가늘게 떴다. 아버지의 엄지가 상처 난 입술을 매만진 것이다.
‘해외가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거기에 강도, 소매치기, 약쟁이가 얼마나 많은데.’
‘아버지보단 덜 무섭겠죠.’
나이토가 표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하하, 하고 소리 내서 웃더니 나이토의 앞머리를 쓸어 올려줬다. 아들의 이마를 느긋하게 응시한 그가 뺨을 연신 매만지며 다정하게 읊조렸다.
‘역시 넌 너무 어려.’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아버지는 사라졌다. 그는 깨진 도자기 조각을 발로 걷어찼다. 대기하고 있던 청소부가 다가와 유리 조각을 서둘러 치웠다. 그걸 보던 나이토는 묵직한 한숨을 내쉬고 청소부와 같이 조각을 집어 들었다. 계단을 올라가던 아버지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자의 여유로운 미소였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마치 덫에 걸린 것처럼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의 눈이 자신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14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은 은연중에 그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무슨 생각해?”
넓은 좌석에 앉아 모니터로 영화를 보던 아버지가 물었다. 기억 속에 머물고 있는 아버지를 떠올리던 나이토는, 다가오는 아버지 얼굴에 잠시 숨 쉬는 걸 멈췄다. 다정하지만 독성이 있는 눈이었다. 나이토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아버지의 뺨에 손을 올렸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아버지는 좋았는지 싱긋 웃었다. 키스할 것처럼 가까워지는 아들의 얼굴을 보는 눈에 성적 욕구가 가득 고였다. 다각도로 다르게 보이는 감정에 옅게 웃었다.
이 위험한 남자가 겨우 손길에 순한 양이 된다는 게, 짜릿했다. 나이토는 아버지 입술에 소리 없이 키스해주었다. 바람이 스치는 것처럼 가볍고 포근한 키스에 아버지는 주먹을 쥐었다. 아버지의 음습한 욕구에 나이토가 불을 질렀다. 아버지가 이성으로 욕구를 내리누르는 게 보였다. 나이토는 힘줄이 도드라지게 올라온 아버지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자색 눈이 가늘어지더니 이내 웃음을 머금었다.
“뭐 하는 거야.”
“그냥.”
나이토는 무미건조하게 중얼거리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버지 손등에 올려두었던 손을 떼어내자 아버지가 가지 말라는 듯, 잡았다.
“자꾸 이런 식으로 굴 거야?”
아버지의 목소리는 낮고, 평온했지만 분명히 초조해하고 있었다. 사실 재밌었다. 여태껏 강압적으로 굴던 아버지가 밖에선 고삐가 잡혀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나이토는 다리를 꼬고서 턱을 괴었다.
“이 정도는 참아야지. 어른이잖아.”
“하.”
짧게 웃은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더니 팔걸이를 툭툭 건드렸다. 아버지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외줄 타기 같은 아슬아슬함을 받쳐주는 달달함이 좋았는지 입술 끝이 내려올 일이 없었다. 무심히 창문을 보던 나이토는 자신의 멱살을 잡는 힘에 강제로 고개를 돌려야 했다. 아버지의 얼굴이 비스듬하게 보였다. 아버지가 비행기에서, 사람들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나이토에게 키스했다. 사람들의 눈치를 살펴, 키스 아닌 키스를 한 나이토와 달랐다. 그는 너무 노골적이었다.
처음에는 몸에 배인 습관대로 아버지의 입술과 혀를 받아들이던 나이토가 놀라서 아버지를 떼어내려 했다.
그러나 멱살을 쥔 손이 너무 세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 입술을 머금은 점막은 달콤하고 상냥한데, 자신의 신체를 옭아맨 힘은 거칠기 짝이 없었다. 나이토는 멱살을 잡은 아버지 손목을 꽉 잡았다. 매달릴 곳이 여기밖에 없었다.
“흐으…….”
입술을 쪼옥, 빨아들이는 소리가 조용한 비행기 안에 퍼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점은, 아버지가 느릿하고 정중하게 키스를 하느라 소리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 사실에 안도하고, 또 다른 사람이 볼까봐 두려움에 떨었다.
허리가 아파서 상체를 틀자 아버지가 멱살을 양손으로 잡고 당겼다. 나이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술을 제멋대로 맛보는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아버지가 키스한 상태에서 웃었다. 얄미운 웃음에 혀를 깨물어주려고 했는데, 눈치 빠른 아버지가 나이토를 풀어주었다. 뒤로 밀려난 나이토는 붉어진 얼굴로 헐떡이며, 젖은 입술을 손등으로 가렸다.
“이러는 게…….”
새침한 눈초리에 생리적인 눈물이 고였다. 입술은 여전히 홧홧했다. 얼음이라도 물어서 식혀볼까. 불현듯 생각나는 호텔 일에 나이토는 얼굴을 붉혔다. 나이토가 토마토처럼 붉어진 얼굴을 가린 채, 좌석에 몸을 댔다. 아버지는 귀엽다는 듯, 나이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반항할 법도 했지만 나이토는 가만히 있었다.
아버지가 만져주는 게 싫지 않았다. 이래서 애완동물들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건가. 잠깐, 그러면 내가 아버지의 애완동물 같은 건가? 고개를 갸웃했으나 나이토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와 자신의 관계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
비행기를 타고 3시간, 차를 타고 1시간이 걸려 도착한 곳은 아버지 소유의 사유지였다. 처음 내렸을 때, 보이는 게 바다와 숲밖에 없었다. 인가는 없는 거냐고 묻자 아버지가 나이토 허리에 팔을 다정하게 감더니, 볼에 키스하며 속삭였다.
‘여기 근방이 다 아빠 거야.’
놀랍지 않았다. 아버지의 재산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다만, 궁금했을 뿐이다. 왜 인가나 흔한 편의점도 없는 것인지. 있는 거라곤, 도로와 숲, 동물 정도였다.
‘왜 마을이 없는 거야?’
아버지는 덤덤하게 나이토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사람들 있는 거 불편해하잖아.’
‘나 때문에 여길 다 산 거라고?’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이토 허리를 감은 팔에 더욱 힘을 줬다. 단단한 아버지 품에 얽매이듯 안긴 나이토는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정말 사람 한 명 없는지, 들리는 건 자연의 소리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바람에 흩날리는 나이토의 머리카락을 차분히 정리해주었다. 아버지의 손끝이 귀에 닿았다.
‘내가 애지중지한다고 했던 거, 잊었어?’
‘아니.’
‘네가 해달라는 건 다 해줄게.’
아버지가 이마에 쪽, 하고 키스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운전기사나 비서 없이 단둘이 온 여행이었기에 운전은 전적으로 아버지 몫이었다. 나이토는 조수석에 앉아 바깥을 구경했다. 섬은 장인이 몇십 년을 정성 들여 그린 것 같이 아름다웠다. 분명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투명한 어둠이 시야를 가로막는 게 답답했다. 좀 더 선명한 세상을 보고 싶었다. 나이토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눈을 반짝거리며 바깥을 보는 게 귀여웠는지, 아버지는 운전을 하는 내내 웃었다.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사유지 안에는 아버지가 고용한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인근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라고 했다. 약 15명 정도 되는 사람과 일일이 인사를 해준 나이토는 아버지를 따라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서도 느낀 거지만, 별장은 마치 수도에 있는 저택을 작게 축소한 것 같았다. 별장 자체는 저택보다 작았으나 정원이 숲처럼 광활하다 보니, 더 크게 느껴지는 것도 있었다. 입고 온 셔츠를 벗어 팔에 걸친 나이토는 2층으로 올라갔다. 문이 없는 침실이 보였다.
“문이……없잖아.”
나이토의 꽁무니를 쫓아온 아버지가 뒤에 팔짱을 끼고 섰다. 그는 벽에 기대어 나이토를 보더니 웃었다. 꽃처럼 피어난 그의 미소에 나이토는 울컥했다.
“문이 왜 필요하지? 어차피 여긴 우리 둘뿐인데.”
“…사람들 있잖아.”
“나 저 사람들한테 말 안 했어.”
“어차피 아들이라고 알고 있는데 무슨 상관이야.”
아버지가 나이토 몸을 번쩍 안아 침실로 들어갔다. 나이토를 침대에 눕힌 아버지가 위에서 나이토 손목을 잡아 눌렀다. 다정하던 아버지가 침대에 올라오자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나이토는 불안함과 기대감에 휩싸여 무릎을 세웠다. 아버지가 나이토 배에 앉았다. 묵직한 무게에 나이토가 인상을 찌푸렸다. 한 손으로 양쪽 손목을 다 모아 쥔 아버지가, 남은 손으로 입술을 잡아 벌렸다. 느리게 다가온 아버지는 키스를 하기 전, 아주 낮고 은밀한 목소리로 야릇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아…읍!”
아버지가 게걸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비행기 안에서 하던 걸, 거칠다고 말하다니. 나이토의 착각이었다. 입술에 이가 부딪혀 따끔했다. 아버지는 통증에 인상을 쓰며 피하는 아들의 목과 턱을 한 손으로 잡아 눌러 강제로 키스했다. 강압적인 손길에 숨이 막혔다. 숨이 막힐 때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정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 기억에 푹 잠겼다.
잠시 묻어두었던 과거가 차츰 피어올랐다. 아버지에게 뺨을 얻어맞거나, 목이 졸리거나, 혹은 발로 배가 걷어차이던 때가 떠올라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동공이 확장되었다. 어둠을 가르며 등장하는 과거의 기억에 짓눌려, 나이토가 막힌 숨을 토해내고 울음을 흘리며 아버지의 얼굴을 밀어냈다. 키스를 연거푸 하는데도 전혀 풀릴 기미가 없는 나이토의 긴장에 아버지가 고개를 들었다. 나이토는 저 먼 곳을 보고 서글픈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나이토는 보지 말라는 듯, 손을 올려 얼굴을 가렸다. 그 손을 아버지가 잡아 내렸다.
나이토는 멍하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버지를 보았다. 잊으려고 노력했던 과거 속 아버지와 지금의 아버지가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겹쳤다. 나이토는 천천히 눈을 감자, 아버지가 두 팔을 뻗어 나이토를 꼭 안았다. 아버지의 널찍한 품에 안기게 된 나이토가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는 허벅지에 나이토를 앉힌 상태에서 척추가 도드라지게 나온 등을 하염없이 만져주었다. 그의 눈은 다정했지만, 양심의 가책은 없었다. 오히려 괴로워하는 나이토를 달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듯, 즐거움이 만연했다.
“괜찮아?”
엘시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물었다. 나이토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깨에 축축한 뺨을 기대고 가만히 있었다. 과거의 잔상에 시달릴 때면, 나이토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나이토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고개를 들어올렸다. 키스를 하는 동안 붉어졌던 입술에 키스하자, 나이토가 버릇처럼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입을 벌린다. 모두 아버지가 가르친 습관이었다.
아버지는 나이토를 공주님처럼 안아 내려갔다. 뒷문으로 나온 아버지는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뒤쪽에는 소담스러운 정원이 있었다. 수도에 있는 저택과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정원에는 아직 주민이 남아있었다. 부끄러워하는 나이토를 안고 있는 아버지를 본 주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정원에서 나갔다. 아버지는 나이토를 데리고 그늘이 우거진 벤치에 앉았다. 아버지는 나이토를 허벅지에 앉혀두고, 천천히 옷을 벗겼다. 나이토는 수치심에 아랫입술을 물었다. 셔츠는 다 벗겨졌으나 바지만은 벗을 수 없었다. 나이토가 완강하게 버텼다.
“여기선…….”
“아무도 없어.”
아버지가 걱정 말라는 듯, 뺨을 쓸어 만졌다. 나이토가 바지를 붙잡고 주변을 보았다. 정말 아무도 없는 듯, 가라앉은 침묵만이 맴돌고 있었다. 아버지를 눈물 젖은 눈으로 노려보았다. 아버지는 벤치에 팔을 나른하게 걸치고서 보란 듯이 말했다.
“그러게 누가 아빠를 그렇게 놀리래.”
아버지의 손이 바지 안으로 들어왔다. 아버지는 성기를 적당한 힘을 줘 문질렀다. 나이토는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흥분에 아버지 어깨에 이마를 댔다. 앓는 듯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버지는 자신의 입술 근처에서 움직이는 귀를 보더니, 입술을 벌려 귀를 물었다. 축축한 혀가 귀를 빨아들였다.
“으응……좋아……아!”
“좋아?”
아버지가 소리 내서 웃으며 바지를 벗겼다. 나이토는 아버지가 성기를 만져주는 탓에 아무것도 신경 쓰지 못했다. 아버지 상체에 코알라처럼 매달려 끙끙거렸다. 벌써부터 내벽 안쪽이 움찔거렸다. 아버지에게 박히고 싶어 안달 난 자신의 몸이 너무 음탕하게 느껴졌다. 내부부터 밀려오는 수치심, 기대감에 나이토는 아버지를 더 세게 안았다.
“허리 좀 들어봐.”
나이토가 순종적으로 허리를 들어 올렸다. 아버지가 청바지를 벗겼다. 입고 있던 속옷도 잔디밭에 떨어졌다. 가벼운 정장을 입은 아버지와 달리 알몸이 된 자신의 몸이 부끄러웠다. 더군다나 지금은 환한 대낮이었다. 밤에는 마음껏 음란해질 수 있었는데, 낮에 하려니 부끄러워서 제대로 입을 열 수 없었다. 나이토는 아버지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들지 않았다. 대낮부터 야외에서 섹스라니. 과거의 자신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입 벌려.”
아버지가 나직이 명령했다. 나이토는 순순히 입을 벌렸다. 아버지의 손가락이 들어왔다. 두 개를 성기처럼 느리게 넣었다, 뺐다. 손가락이 금방 흥건히 젖었다. 아버지는 나이토를 마주 안은 상태에서 엉덩이를 벌려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아프지 않았으나 이물감이 있어 불쾌했다. 딱 붙어있던 손가락 두 개가 벌어지며 내벽을 벌렸다. 입구가 벌어지자 쾌감인지, 통증인지 모를 감각이 올라왔다. 나이토는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으며 다리를 더 벌렸다. 이 정도는 비교도 안 될 성기가 곧 들어올 것이다. 흥분이 밀려오면서 입안이 바싹바싹 말라 갔다. 아버지의 성기가 내부에서 어떻게 구는지 다 알고 있는데도 기대가 되었다. 사고회로와 숨이 모두 멎을 정도로 기분 좋은 쾌감이었다. 중독성도 상당해, 마치 마약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가 마약일지도 몰랐다.
“아아……앗.”
아버지의 손가락이 느끼는 부근 근처에서 맴돌며 긁어 내렸다. 얄미운 행동이었다. 나이토는 아버지의 어깨를 물었다. 아버지가 웃는 게 다 들렸다. 미워서 더 세게 물었다.
“고양이 같네.”
“그만하고…….”
나이토는 아버지 어깨에서 얼굴을 떼어낸 후,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박아주세요.”
“지금 넣으면 아플 거야.”
아버지는 부드럽게 웃더니 주머니에서 콘돔을 꺼냈다. 그는 콘돔을 나이토 입술에 물렸다.
“아들이 해 줘.”
나이토는 이로 콘돔을 물어뜯었다. 언제 이런 건 준비해온 건지. 속으로 중얼거린 나이토는 벤치에 앉았다. 아버지의 성기가 발기해있었다. 쿠퍼 액이 번들거리는 귀두에 콘돔을 씌우고 아래로 쭉쭉 늘렸다. 콘돔이 다 들어갔다. 나이토는 숨을 고르며 아버지 위에 다리를 활짝 벌리고 앉았다. 성기 뿌리를 잡고서 구멍에 갖다 대었다. 가장 두꺼운 귀두가 입구를 쿡쿡 지르는 게 느껴졌다. 선연한 고통이었다. 허리를 내리자 귀두가 입구를 파고들었다. 입구가 서서히 벌어졌다. 반 정도 넣었던 나이토는 숨을 헐떡였다. 벌써부터 입구와 내벽 안쪽이 아팠다. 아버지 말대로 덜 풀린 상태에서 넣어서 그런지 뻐근하게 아팠다. 아버지는 천천히 해도 괜찮다는 듯 다정하게 뺨을 매만졌다.
나이토는 쾌감에 정신이 팔린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허리를 계속 내렸다. 아파서 눈물이 맺혔다. 아버지가 눈물을 닦아주었다. 넓은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허리를 완전히 내렸다. 성기가 내벽을 무자비하게 가르며 들어왔다.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아, 내벽이 적응할 때까지 가만히 앉아있었다.
“다 들어왔어…….”
나이토가 멍하니 중얼거리며 숨을 골랐다. 아버지는 축축하게 젖은 뺨을 만져주며 물었다.
“어디까지 들어온 거 같아?”
눈을 가늘게 뜬 나이토는 배를 내려다보았다. 이 지점인가. 나이토가 제법 먼 곳을 문질렀다. 아버지가 피식 웃으며 나이토 손등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거기까지 들어온 거야?”
“크니까…….”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아버지가 흡족한 얼굴로 웃었다. 그곳이 크다는 말에 기분 나빠할 남자는 없었다. 아버지는 웃은 뒤, 입술을 상냥하게 빨아주었다. 쪽쪽 소리가 나게 키스해준 아버지는 나이토의 날렵한 허리를 잡고 보챘다.
“이제 움직여.”
“응……아, 흑…….”
착한 아들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나이토가 어깨를 잡고 허리를 움직였다. 힘을 줘서 위로 올리니 점막이 성기에 달라붙어 딸려 올라갔다. 다시 내리면 올라갔던 점막이 미처 내려오기 전에 성기가 푹 파고드는 게 느껴졌다. 앉아서 삽입을 하는 거라 더 깊게 들어오는 거 같았다. 그래서 잘 느껴졌다. 그 부근을 쿡쿡 찌를 때마다 성기가 벌떡 서고 입이 벌어졌다. 중독성 강한 섹스가 지속되자 눈이 뜨거워졌다. 눈을 꾹 감자 눈물이 흘러내렸다. 쾌락의 상징이었다. 아버지는 나이토의 눈물을 탐욕스럽게 핥아먹었다. 벤치에 앉은 아버지의 성기를 맛보는 건, 생각보다 더 짜릿한 일이었다. 누가 볼지도 모른다는 스릴이 쾌감을 증가시켰다.
나이토는 쾌락에 중독된 노예처럼 아버지 위에서 움직였다. 태양이 자신의 등을 내리쬐고 있었고, 바람이 불어 땀에 젖은 머리를 흔들고 갔지만 어떤 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버지밖에 보이지 않았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안 될 거 같았는데, 그와 섹스를 하면 큰 죄를 짓는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건 아버지 말처럼 사소하게 느껴졌다.
나이토는 얼굴을 찡그리며 울었다. 너무 좋은데, 또 너무 슬펐다. 왜 슬픈지 이유도 모른 채 나이토는 허리에 힘을 주었다. 속도가 조금씩 빨라졌다. 파들파들 떨리는 허벅지를 본 아버지는 웃더니, 삽입한 채로 일어나 나이토를 벤치에 눕혔다. 딱딱한 벤치가 느껴졌다. 나이토가 손등으로 입술을 가렸다. 애처로운 모습이었다. 땀에 푹 젖은 검은 머리가 하얀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고, 얼굴은 흥분에 상기되어 붉어져있다. 달아오른 눈가에는 투명한 이슬이 맺혀 그렁그렁했으며 입술은 벌어져 애틋한 신음을 뱉어냈다. 그 위를 가리고 있는 날렵하고 고운 손까지. 완벽한 조합이었다. 엘시가 입가를 가린 손을 잡고 벤치에 내렸다. 나이토의 다른 손은 아버지의 어깨에 매달렸다.
“좋아, 나이토?”
아버지 물음에 나이토가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좋아.”
“더 좋게 해줄까.”
고개를 옆으로 돌린 나이토가 눈을 감았다. 눈물이 고이는 게 미치도록 야했다. 아버지는 나이토의 다리를 활짝 벌렸다. 성기와 꽉 맞물린 입구가 보였다. 매끈하게 펴진 입구를 엄지로 만진 아버지가 본격적으로 힘을 실어 움직였다. 아버지가 직격으로 꽂혀 들어왔다. 내벽이 완전히 짓뭉개졌다. 콘돔을 꼈는데도 성난 성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쩌면 내벽에 각인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많이 몸을 겹쳤으니, 세포들이 아버지를 기억하는 것 같았다.
나이토는 눈꺼풀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이 따가워서 얼굴을 가렸다. 아버지는 나이토가 빛을 피하는 걸 깨닫고, 아예 그늘로 이동했다. 아버지가 나무를 잡고 서게 했다. 나무를 잡기가 무섭게 아버지가 뒤에서 성기를 처박았다. 손톱 밑 여린 살에 나무껍질이 파고들어 따끔했으나 밑에서 가열되는 쾌감에 그딴 건 신경 쓸 수 없었다. 내벽이 아버지의 성기에 따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이었다.
“으읏, 흐, 으응……아, 거기…!”
“더 조여.”
아버지가 드러난 하얀 둔부를 세게 때렸다. 고통에 성기를 조이니 아버지가 세게 성기를 넣었다. 나이토는 고통과 쾌감이 동시에 동반된 섹스에 나무에 이마를 대고 흐느꼈다. 아버지가 힘을 주라며 엉덩이를 때렸다. 찰싹, 찰싹 때리는 통증에 내벽이 힘을 줬다.
“흐윽……흐응……읏!”
질펀하게 젖은 소리가 아래에서 울렸다. 살과 살이 부딪혀 철썩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아버지는 벌겋게 달아오른 엉덩이를 벌렸다. 아까 전보다 빨갛게 부은 입구가 보였다. 한계까지 벌어진 입구는 잘못하면 찢어질 거 같았다. 탐욕스러운 눈으로 입구를 본 아버지는 나이토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파서 울고 있긴 했지만, 더 해도 괜찮을 거 같았다. 물론 나이토가 그만하라고 해도 멈추지 않을 생각이었다. 개운하게 웃은 아버지는 나이토의 손을 잡아 등에 고정시켰다. 오로지 한 손으로 자신과 아버지의 체중을 버텨야 했다.
“으, 아……사, 살살…!”
“왜 거짓말해.”
나이토는 푹, 푸욱, 푹하고 들어오는 성기에 고개를 저었다. 그때마다 눈물이 잔디로 스며들었다. 나이토의 날씬한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섹스를 하는데도 흐트러짐 없는 아버지와 알몸으로 붉어진 나이토는 대조적이었다. 그늘 속에서 신음을 흘리는 아들을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본 아버지가 성기를 더욱 깊게 넣었다. 장기를 헤집으며 들어오는 듯한 성기에 나이토는 손등을 물었다. 고통스러운데 좋았다. 너무 좋아서 죽을 거 같았다. 뇌가 섹스가 주는 쾌감에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섰어.”
아버지가 꺼덕이는 성기를 잡고 흔들었다. 사정은 그리 멀지 않았다. 아버지가 요도를 긁어주고 비벼주자 눈앞이 하얗게 점멸했다. 곧이어 아버지 손에 탁한 정액이 고였다. 아버지는 나이토의 입에 손을 갖다 댔다. 나이토는 멍한 얼굴로 정액을 받아먹었다. 거의 세뇌 수준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아버지가 주는 건, 거부하지 않고 무엇이든 받아먹었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정액이라 하더라도. 비릿한 정액을 단숨에 삼켰다. 아버지는 ‘잘했어.’라는 말을 하곤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버지가 허리를 잡고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였다. 내일모레 40대에 접어드는 남자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절륜했다. 20대인 나이토가 따라가기 벅찼다. 분명히 내리쬐는 햇빛이 느껴졌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침실이었다. 손목이 묶여 등 뒤에 고정되어있었다. 나이토는 엎드린 상태로 속수무책으로 아버지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만, 그만…….”
나이토가 그만해달라고 빌었으나, 돌아오는 건 매서운 삽입이었다. 아버지는 정액으로 흥건해진 내부에 성기를 밀어 넣으며 말했다.
“이제 세 번째야.”
“힘들어…….”
야외에서 불편한 자세로 섹스를 한 탓에 몸에 무리가 왔다. 목과 허리가 욱신거렸다. 특히 아버지의 성기가 무자비하게 드나들었던 구멍은 헐어버린 것처럼 아파 왔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나이토가 움직이지 못하게 머리를 꽉 눌렀다. 열이 올라 뜨거워진 뺨에 닿는 감촉에 나이토는 헐떡거리며 눈을 감았다.
뾰족하게 날 선 햇빛이 들어와 살갗을 애무했다. 아직도 낮이었다.
*
여명이 타인의 영역을 예고 없이 침범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시리고, 차가운 빛에 그는 팔뚝으로 눈가를 가렸다. 정자세로 누워 잠든 아들의 살결을 음미하며 무거운 무의식과 서서히 기운을 차리는 의식 사이를 넘나들었다. 이불 속 온기를 끊임없이 데워주는 생명체를 찾아 손을 더듬었다.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있던 나이토가 단번에 당겨져 엘시의 상체에 갇혔다. 나이토가 어깨를 움츠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끙끙하고 앓는 소리에 엘시는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아들을 살펴보았다. 하얀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있는 탓에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만 잘 보였다. 엘시는 언제나처럼 허락 없이 이불을 내렸다. 여명의 끝자락이 닿은 곳에 하얀 손이 널브러져 있었다. 단정한 손톱과 뽀얀 살을 눈여겨보던 그는 손끝을 세워 살을 매만졌다. 그의 손가락이 정지신호를 본 운전자처럼 손목에서 멈췄다. 섹스할 때마다 잡고 내리누르는 탓에 손목에 당연한 것처럼 흔적이 남아있었다. 시간이 지나 옅어진 자국 위에 덧그려진 선명한 붉은 손자국에 엘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의 손은 매우 진중하고 부드럽게 움직여 아들의 팔을 매만졌다. 살결에 착착 감기는 감촉이 좋았다.
옛날에는 흔적이 잘 남는 피부라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마음에 들어 늘 새로운 흔적을 남기는 것에 집중했다. 하얗고 보들보들한 살에 붉은 멍이 문신처럼 새겨져 사라질 일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일에 집요했다.
엘시의 눈은 여명을 온몸으로 맞이한 아들의 등에 닿았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아들의 이름은, 엘시의 심장이 뛰고 있는 곳에 새겨져 있었다. 섹스할 때마다 이름이 보이는 게 싫다고 고개를 돌리던 나이토도 익숙해졌는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니, 아버지의 성기에 시달려 그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엘시란 이름을 손바닥 전체로 감싸 느껴보던 그는, 아들에게 만들어준 상처를 보았다. 유리 조각이 파고들어 꿰매야 했던 상처였다.
곡선으로 기울어졌지만 뚜렷하게 있던 여러 개의 길이 아버지가 만들어낸 상처로 뚝 잘렸다. 더 이상 이어질 수 없는 선들을 어루만졌다. 한참을 아들의 손바닥에서 맴돌던 그는 아래로 내려가 단풍처럼 붉고, 푸르게 물든 허벅지를 매만졌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손을 따라갔다. 날씬한 다리가 보였다. 얼굴도 얼굴이지만, 나이토는 다리가 정말 예쁜 편이었다. 오돌토돌 일어난 것 없이 일자로 뻗어있었다. 특히 허리부터 허벅지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끝내줬다. 그 부분을 보고만 있어도 성기가 알아서 벌떡벌떡 일어났다. 허벅지를 딱 붙이게 하고 그사이에 비비면 감촉도 좋았다. 근육이 있어서 적당하게 조이며, 허벅지의 여린 살이 유독 여리고 보드라워서 성기에 착착 달라붙었다. 달라붙은 허벅지를 벌리자, 하도 비벼서 그 부분만 붉어져 있었다. 나이토는 밤새 학대당한 구멍이 아팠는지 아버지의 약간의 손길에도 소리 죽여 신음을 흘렸다. 엘시는 괜찮다는 듯, 가슴을 두드려주며 재웠다. 나이토가 눈을 슬쩍 떴다가 엘시를 보고 안심했는지 눈을 감고 잠을 마저 청했다.
엘시는 나이토의 허벅지에 키스하며 발목을 잡았다. 발목이 가느다란 편이라, 손목처럼 한 손에 쏙 들어왔다. 양쪽 발목을 잡고 벌리면 수치심에 물들고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기 위해 쇠파이프를 들자, 겁에 질려 오들오들 떨면서 체념하던 모습 또한 신기루처럼 떠오르고, 사라졌다.
“그만해…….”
나이토가 결국 잠에 깨서 이불을 끌어당기며 짜증을 냈다.
“잠 좀 자자…….”
“자.”
엘시는 뻔뻔하게 나이토의 시야를 두툼한 손으로 가렸다. 나이토는 손등을 찰싹 때리고, 얼굴을 이불 속에 파묻었다. 나이토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들리지 않았다.
“밥 먹어야지.”
엘시가 부드럽게 속삭이자 이불에 파묻혀있던 나이토가 눈을 들어 올렸다. 퉁퉁 부은 눈꺼풀이 보였다. 검푸른 눈이 살짝 일그러지더니, 이내 다시 감겼다. 긴 속눈썹이 봉긋하게 솟은 광대 쪽에 음영을 만들어냈다.
“속이 안 좋아…….”
나이토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엘시는 침대에서 일어나 벗어둔 옷을 입었다. 말끔하게 돌변한 엘시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 아들을 내려다보았다. 이불 바깥으로 삐죽 나온 하얀 발이 보였다. 발도 뽀얗고 오밀조밀했다. 나이토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이불에서 고개만 내밀었다. 밤새 아버지에게 시달린 얼굴이 초췌했다. 한숨을 푹 내쉰 나이토가 침대에 늘어져서 입을 열었다.
“…속이 정말 안 좋아.”
“임신인가?”
엘시가 팔짱을 끼고 진지하게 물었다. 나이토는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베개를 엘시에게 던졌다. 그대로 얻어맞은 엘시가 투덜거리며 떨어진 베개를 주워서 건네주었다.
“오늘 둘이 승마해야 하잖아. 얼른 일어나.”
아버지의 다그침에 나이토가 졸음을 이기지 못한 얼굴로 일어나 침대 헤드에 기댔다. 엘시는 미리 준비해둔 물을 잔에 반쯤 따라 주었다. 입술에 대고 잔을 기울여주자, 나이토가 눈을 감고 꼴깍꼴깍 물을 마셨다. 그 모습이 마치 성기를 물고 정액을 삼키던 모습 같아 아래가 뻐근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물을 마신 나이토는 숨을 늘어지게 내쉬며 중얼거렸다.
“손목 좀 세게 잡지 마. 아빠 때문에 반팔을 못 입잖아.”
나이토가 손목에 남은 자국을 만지작거리며 투덜거렸다. 엘시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나긋하게 말했다.
“어차피 나갈 일도 없잖아.”
나이토는 맞는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시무룩한 얼굴로 손목을 매만졌다. 나이토는 감금 아닌 감금 생활에 밖에 나가지 못했다. 아버지의 통제에 길들여진 것인지, 허락 없이 나가는 걸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또한, 집안사람들의 눈초리에 겁을 먹은 것도 있었다.
나이토는 이 일이 밖에 알려질까 봐 두려워했다.
“그래도……집에서 알몸으로 지낼 수 없잖아.”
“알몸으로 잘 있었으면서, 왜? 넌 옷 입는 것보다 벗은 게 더…….”
엘시가 능글맞게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나이토가 베개를 들어 올려 엘시의 잘 난 얼굴을 후려쳤다. 나이토에게 연달아 얻어맞아 머리가 엉망이 되었지만 엘시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엘시는 나이토를 위해 팬케이크를 구웠다. 노르스름하게 구워진 팬케이크 위에 나이토가 유난히 좋아하는 메이플 시럽을 바르고, 버터를 올렸다. 블루베리와 딸기를 올려 장식했다. 우유도 미지근하게 데워 준비했다.
배드 테이블에 팬케이크와 우유를 올려주자, 침대 헤드에 기대어 졸고 있던 나이토가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다가왔다. 엘시는 맞은편에 앉아 직접 포크로 팬케이크를 잘라 입에 갖다 대었다. 나이토가 별 반항 없이 입을 벌려 음식을 받아먹었다. 나이토는 아침 식사를 하는 시간에도 피곤했는지 계속 눈을 깜박거렸다. 얼굴에 졸음이 한가득이었다.
“자고 싶어.”
나이토가 중얼거렸다. 그런 나이토를 엘시는 어르고 달래서 팬케이크를 다 먹였다. 오늘은 반드시 둘이서 말을 타야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자려는 나이토를 번쩍 안아, 욕실에 데려가 꼼꼼히 씻겼다. 제일 좋아하는 하얀 티셔츠에 무릎이 드러나는 반바지를 입혔다.
“승마한다며.”
나이토는 왜 승마복을 입지 않는지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엘시는 답해주지 않고, 아들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나이토는 승마장에 서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엘시를 보았다. 엘시는 거기에 대한 답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말을 데리고 와서, 나이토 보고 올라타라고 했다. 나이토는 몸에 배인 습관대로 등자를 밟고 휙 올라갔다. 엘시도 가볍게 말 위로 올라가 아들의 허리를 감쌌다. 아버지의 팔은 이제 아들을 말 위에서 지탱해주는 지지대가 되었다.
아버지의 손이 은밀하고, 야릇했다. 눈빛도 예사롭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설마 말 위에서 섹스하게 될 줄은 몰랐던 나이토는 한숨을 내쉬었다. 엉덩이를 만지는 손이 금세 안으로 들어와 보드라운 살을 만졌다.
“여기선…….”
“넌 승마할 때가 제일 섹시한데, 여기서 섹스하면 더 섹시하겠지?”
아버지가 햇빛을 받아 하얗게 반짝거리는 목에 입술을 갖다 대고서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 뜨겁고, 간지러워서, 듣기만 해도 어깨가 굳었다. 가장 민감한 부위를 아무렇지 않게 자극하는 숨결과 목소리에 몸이 파르르 떨렸다. 나이토는 아버지 품에 무력하게 안겨 입술을 깨물었다.
“아…….”
아버지의 손이 성기를 잡았다. 말랑한 성기를 매만지는 손이 장인처럼 능수능란했다. 눈앞에 번개가 내리쳤다. 머릿속이 짜릿짜릿하게 울렸다.
“아……여기선, 으응……!”
“절대 안 다치게 잘해줄게. 나랑 하면서 피 본 적 없잖아. 걱정 마. 기분 좋게 해줄게.”
눈이 뜨끈뜨끈하다. 나이토는 고삐를 잡고 고개를 숙였다. 허리를 꽉 잡고 놔주지 않는 사내다운 팔이 보였다.
쓰러지는 척 보이지만, 단 한 번도 방심하지 않던 아버지였다. 쓰러지지 않는 건, 나이토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아버지가 꽉 잡고 있었다.
설령, 그는 지옥에 함께 떨어진다 해도 자신을 놔주지 않을 것 같았다. 벗어나려 발버둥 칠수록 빨려 들어가는 개미지옥이었고, 깊은 늪이었다. 죽지 않는 이상 벗어날 수 없다.
아들의 손에 죽어도 좋다고 열렬한 고백을 하던 아버지를 떠올리던 나이토는 몸에 힘을 빼고 아버지에게 모든 걸 넘겼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 허리를 매만지는 손이 용암처럼 뜨거웠다. 가슴에 남은 멍까지 태워버리는 뜨거움에 몸을 들썩였다.
전신을 뒤덮는, 정신까지 함락시킨 이 감정은 도대체 무엇일까. 사랑이라는 단순한 단어로 모든 걸 무마하기엔 감정이 들쑥날쑥했다.
정말로 사랑하는 걸까. 도망갈 수 없으니 현실과 타협한 걸까……일릭의 말처럼 아프고 싶지 않으니까,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네 잘못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비난받고 싶지 않으니까. 고통받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잘게 찢어져,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되어 나이토를 찔렀다. 그때마다 피가 흘렀다.
종착지는 아버지였다.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렸지만,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었다.
그게 슬프고, 기뻐서 눈물이 났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게 말 갈기에 사정을 하며 밭은 숨을 내쉬던 것이었다. 그랬는데, 어느새 장소가 바뀌어 있었다.
“아, 아……앗, 아흑, 그만……그만…….”
아래가 짓무른 느낌이 났다. 얼마나 박아댔는지 자줏빛으로 물들었고, 둔부를 잡아 벌리면 뚫린 느낌이 선명했다. 덜컥 겁이 났다. 망가질 거 같아, 겁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나이토는 본능적으로 엉금엉금 기어 앞으로 도망갔다. 그러나 겨우 아버지의 손아귀에 벗어났다고 느꼈을 때, 발목이 잡혀 잡아당겨 졌다. 결코 반항을 허용하지 않는 힘에 나이토의 상체가 허물어졌다. 갈고리처럼 세운 손가락이 시트를 긁어 내렸다. 아버지는 나이토의 머리채를 잡아 누르고, 허리를 세워 힘껏 성기를 넣었다. 나이토의 성기가 벌떡 서서 꺼덕거렸다. 하반신은 좋다고 난리였는데, 나이토는 울음을 삼키며 몸을 움츠렸다. 나이토의 손이 하얀 시트 위를 유영하고 있었다. 붉게 물든 손톱이 시트를 긁어내리는 게 어여뻐서, 엘시는 그곳에 시선을 고정하며 느리게 허리를 움직였다. 아프지 않게, 느낄 수 있게, 쾌감을 유도하는 성기에 안심이 된 듯 나이토의 고개가 서서히 올라갔다. 나이토가 눈을 느리게 깜박거리며 헐떡거렸다.
“아들.”
“네…….”
나이토가 웅얼거리면서도 착실하게 존댓말을 했다. 아버지는 고환이 둔탁하게 닿을 정도로 깊숙이 성기를 넣으며 아들의 상체를 안아 허벅지에 앉혔다. 넓고 탄탄한 허벅지를 의자 삼아 앉게 된 나이토가 아버지에게 의지했다. 허리를 감싼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누가 등을 떠밀었든, 스스로 선택한 사람이었다. 이제 어디든 도망갈 수 없었다.
나이토는 눈물에 젖어 무거운 눈을 돌렸다. 세상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불타오르는 태양의 핏줄기가 이 지상에 흩뿌려지고 있었다.
저녁 하늘과 세상이 저렇게 아름다웠구나. 천천히 눈을 돌려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감상하던 나이토가 눈을 감았다.
그의 품에 있으니 이상하게 잠이 왔다. 자고 싶었다. 아버지도 나이토의 상태를 알아차렸는지, 사정을 하고 성기를 빼낸 후 침대에 눕혀주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상체의 단단함과 팔의 억센 힘에 나이토는 힘을 뺐다.
“내일은…….”
그가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나이토는 마저 듣지 못했다. 이불과 아버지가 주는 온기가 아늑해서 눈을 뜰 수 없었다.
무슨 일인지, 무척 안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