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r boy
금발이 엘시의 가랑이에서 나부끼고 있었다. 몸에 달라붙는 드레스가 불편한 듯,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구강성교를 하는 여자를 엘시는 무감한 눈으로 보았다. 거대하게 부푼 성기가 괴로운지 여자가 성기를 빼내려 했다. 그건 참을 수 없는 행위였다. 엘시는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뻗어 여자의 뒤통수를 꾹 눌렀다. 여자의 목젖을 찌르며 성기가 안으로 더 진입했다. 여자의 눈이 뒤집히기 일보 직전이었다.
“더 삼켜.”
끝내 여자의 눈이 흰자위를 드러내며 뒤집혔다. 숨이 막히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시는 멈추지 않았다. 그에겐 여자의 안위보다 본인의 성욕이 우선이었다. 여자의 머리채를 부드럽게 잡고 움직이려던 찰나, 방에 연결된 인터폰이 울렸다. 엘시는 여자의 얼굴을 빼내고 몸을 일으켰다. 큼직한 근육이 나른하게 움직이는데도 위협적으로 꿈틀거렸다. 엘시는 반쯤 벗고 있던 바지를 입으며 인터폰 앞으로 걸어갔다. 두 아이가 보였다. 꼬질꼬질한 얼굴에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두 아이가 낯이 익었다.
“누구야?”
한창 엘시와 섹스를 하던 이엘리가 분위기가 다 깨졌다며, 투덜거리면서 다가와 물었다. 엘시는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를 입술에 댔다. 이엘리가 눈치 빠르게 입을 다물고 인터폰 정면을 보았다. 엘시가 눈웃음을 느리게 지으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네가 말해. 그걸 읽은 이엘리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붉은 버튼을 눌렀다.
“누구시죠?”
[저는 나이토 멜시크라츠라고 합니다. 저, 혹시 엘시 제이제단 씨 계시나요?]
이엘리가 엘시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엘시는 팔짱을 낀 채, 흥미진진한 얼굴로 인터폰을 응시하고 있었다.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신 거죠? 공적인 일은 아닌 거 같은데.”
본인을 ‘나이토’라고 밝힌 곱게 생긴 소년이 낡은 점퍼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아이는 반짝이는 금속을 보여주었다. 그걸 본 이엘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나서서 대답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아이들에게 나긋하게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엘리는 송화기를 손바닥으로 막았다. 그녀가 엘시를 바라보았다. 엘시는 허리에 손을 댄 채, 인터폰을 유심히 보며 웃고 있었다. 원래 잘 웃는 편이긴 했지만, 이번 미소는 유달리 즐거워 보였다. 이엘리의 시선을 감지한 엘시가 고개를 숙이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아들이야.”
“뭐?”
이엘리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엘시가 유부남이었다니. 그리고 애가 있었다니. 심지어 올망졸망한 애가 둘이었다. 애인의 충격적인 과거를 이제서 듣게 된 이엘리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엘시는 두 손을 겹쳐 앞으로 쭉 펴 스트레칭을 했다. 그는 몸을 돌려 의자에 걸쳐진 이엘리의 코트를 집어 들었다. 이엘리에게 건네주자 그녀가 구겨진 드레스를 피면서 받아들였다. 코트를 걸친 그녀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엘시를 보았다.
“네가 나서야지.”
“누가 안 나간다고 했어? 우선 네가 나가.”
담뱃갑을 집어 든 엘시가 그녀를 돌아보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어. 그동안 네가 만나줘. 너 애들 좋아하잖아?”
“…정말 너답다.”
엘시는 칭찬인지, 욕설인지 모를 말에도 그저 웃고만 있었다. 이엘리가 나간 걸 확인한 엘시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인 후, 연기를 빨아들였다. 매캐하면서 시원한 담배 연기가 마음을 진정시켜주었다. 그는 눈이 소복하게 쌓인 밖을 보았다.
‘아빠, 가지 마.’
나이토가 엉엉 울면서 쫓아오던 게 떠올랐다. 7살밖에 되지 않았던 나이토는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을 필사적으로 쫓아왔다. 정작 연인이었던 얀은 엘시를 붙잡지 않았다. 짐을 싸는 엘시를 보며 소리 없이 울 뿐이었다. 엘시와 얀이 7년이란 세월을 같이 산 건, 아이들의 영향이 컸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서 아이들 곁을 지켰으나 이제 한계가 왔다는 것을 깨닫고, 가족을 버렸다. 구질구질한 빈민가가 싫었다. 이곳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었다. 출세에 대한 욕심이 컸던 엘시는 미련 없이 얀과 아이들을 버렸다. 얀을 설득해봤지만, 언제나 그녀는 사업에 반대했다. 여기서 그냥 얌전하게 살면 되면 안 되느냐고 엘시에게 매달렸다. 엘시는 그런 그녀를 포기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키우겠다고 나서는 얀 때문에, 아이들도 포기했다. 그리고 떠나면서 가볍게 아이들도, 얀도 잊었다.
매달리는 아이에게 어떻게 했더라. 반지가 있는 걸 보아하니, 아마 그때 가지고 있던 반지를 준 거 같은데. 왜 주었을까. 이해가 안 가는 행동에 엘시는 미간을 찌푸렸다. 떨치고 싶었던 잔재가 망령처럼 달라붙는 건, 그리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눈을 내리뜨고 담배를 든 자신의 손을 본 엘시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 당시 어리긴 어렸던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 아이에게 흔적을 남기고 떠나지 않았을 테니.
여러 측면에서 생각하던 엘시는 아이들이 도란도란 얘기하는 걸 들었다. 변성기가 아직 오지 않은 듯, 중성적인 목소리가 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아까 인터폰을 눌러 나이토라고 밝힌 큰 아이인 것 같았다.
엘시는 반이나 남은 담배를 미련 없이 재떨이에 비벼 껐다. 엘시가 문을 열고 홀에 가자, 이엘리가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버지는 말이에요, 나이토 도련님. 바로 이 도시에서 유명한…….”
쓸데없는 정보까지 세세하게 말하려는 이엘리를 엘시가 막았다.
“애한테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이엘리.”
엘시는 느긋하게 아이들 앞으로 걸어갔다. 허름한 점퍼에 본연의 색을 잃어버린 운동화를 신은 소년이 보였다. 깡마르고, 헬쑥한 것이 상당히 못 먹은 것 같았다. 엘시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아이들을 노려보듯 응시했다. 특히 왼쪽에 서서 반지를 손에 쥐고 있는 큰아들, 나이토를 뼈와 살을 분리하듯 세심하게 보았다. 아버지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은 나이토의 눈이 석화되었다.
얀을 닮은 얼굴이었다. 동네에서도 미인으로 유명한 얀의 판박이였다. 얀의 얼굴과 몸매만은 열렬히 사랑했던 엘시는 눈을 반짝였다.
특히 저 검푸른 눈이 마음에 들었다. 까마득한 밤에 넘실거리는 파도 같은 아름다운 눈을 계속 보고 있자면, 빨려들어 갈 거 같았다. 얀을 처음 봤을 때도 이렇게 설레진 않았다.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하던 엘시는 아이 손에 들린 반지를 뺏어갔다. 반지 안에 엘시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내 거 맞네. 그런데 내가 이걸 언제 준 거지?”
엘시의 물음에 나이토가 눈을 크게 뜨며 당돌하게 대답했다.
“제가 7살 때, 아버지가 집 나가면서 주신 거예요.”
깡마른 녀석이 겁도 없었다. 그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교육이 필요해 보였다. 엘시는 아이를 보며 피식 웃다가 이마를 툭 밀었다. 그냥 툭, 민 거였는데 아이가 워낙 힘이 없다 보니 저절로 뒤로 밀렸다.
“너한테 대답하라고 안 했다, 나이토. 내가 물어볼 때만 대답해.”
부드럽지만 힘이 실린 명령에 나이토가 입을 다물고,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겁을 먹었는지 호기심에 알짱거리는 알토의 손을 잡았다. 한눈에 보아도 어떤 관계인지 느껴졌다.
제 딴에는 형이라고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위해 음식을 양보하는 착한 형. 미디어에서 보던, 흔해 빠진 인간이었다. 엘시는 반지를 보는 척하며 나이토와 알토를 관찰했다. 둘 사이에 흐르는 기류를 읽은 엘시는 이엘리에게 반지를 넘겼다.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내 아들.’하며 다정하게 나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이란 존재는 예뻐해 줄수록 기어오르는 아주 귀찮고 성가신 짐승이었다. 아이뿐만이 아니었다. 사람은 늘 그랬다. 100% 애정을 주는 것보다 80%의 폭력과 폭언 후, 20% 정도 되는 애정을 주면 그래도 자신이 사랑을 받는 사실을 알고 고분고분하게 변한다.
과연 이 아이는 내가 기분 나쁘게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얼굴은 얀을 닮아서 예쁘장하니 마음에 들었으니, 성격이 궁금했다.
그는 짧게 조소하며 아이들을 향해 비아냥거렸다.
“내가 그때 정신이 나갔나 보군. 저 반지를 너 따위한테 주다니.”
성질이 제법 있는 편인지 나이토가 눈을 가늘게 뜨고 엘시를 노려보았다. 키가 또래치고 큰 편이지만, 엘시의 장신과 비교하면 현저히 작은 키라 고개를 들고 봐야 했다. 엘시는 아이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어서 무릎을 구부렸다. 손을 내밀어 볼을 꼬집어보았다. 차갑고, 말랑거렸다. 아이다운 뺨이었다. 아이는 애정 없이, 측정만 하는 손길이 불쾌했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역시 성격이 제법 있는 애다. 엘시는 아이의 뺨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흔들었다.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얀을 그대로 닮았네.”
소곤거리며 말한 엘시는 무감한 표정으로 알토를 보았다. 곱게 생겨서 선해 보이는 나이토는 성격이 날카로운 편이었지만, 정작 자신을 닮아 사납게 생긴 알토는 천연덕스러웠다. 정말 딱 애였다. 자기 형이 잘해주는지, 형에게 매달려서 아버지에겐 관심이 없었다. 자신과 비슷하게 생겨서 성격마저 저러니 흥미가 떨어졌다.
“넌 나를 닮았구나.”
읊조린 엘시가 허리를 펴자, 뒤에서 셔츠를 들고 있던 이엘리가 다가와 옷을 입혀주었다. 도톰한 셔츠를 입으니 조금 더웠다. 추운 나라인지라 엘시는 언제나 알몸으로 다녀도 저택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추운 건 딱 질색이었다.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건, 날씨라도 참을 수 없었다.
엘시는 나이토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강아지 같이 생겨서 속은 앙칼진 나이토가 추궁하는 듯한 시선에 눈치를 살폈다. 아무리 민감하게 발톱을 세워도 어려서 그런지, 주변 눈치를 많이 보았다. 나이토는 엘시가 묻지 않아도 알아서 대답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나이토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엘시는 즉각 되물었다.
“나보고 너희를 키우라고?”
“키우기 싫으면 안 키우셔도 돼요.”
날이 뾰족하게 선 대답에 엘시는 부드럽게 웃었다. 조그만 녀석이 자존심은 셌다. 자신이 거두어주지 않는다면, 나이토와 알토는 거지 신세를 못 벗어날 것이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구걸을 하거나, 혹은 안 좋은 쪽으로 끌려들어 갈 확률도 높았다. 그걸 알기에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온 것이다. 아이들의 뻔한 속내를 알기에 엘시는 일부러 자존심을 긁어내리는 말을 했다.
“그럼 어떻게 살 건데? 뭐, 얼굴은 꽤 반반하니 어느 집에 가도 먹고 살 수는 있겠네. 금방 죽겠지만.”
사실을 바탕에 둔 폭언에 할 말이 없어진 나이토가 입을 다물었다. 묘한 즐거움이 일어났다. 18살이나 어린 애, 그것도 아들을 대상으로 이런 질 나쁜 장난을 하고 즐거움을 느낀다는 게 유치해 보이긴 했으나, 엘시는 별 고민 없이 넘겼다.
재밌으면 그만이다.
엘시는 흥미진진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표정으로 아들을 관찰했다. 아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을 보고 있었다. 우는 건가. 하지만 눈물이 보이지 않았다. 화가 나서 저러는 건가. 아이의 반반한 얼굴이 보고 싶었다.
“나이토, 고개 들어.”
다정한 아버지인 척, 말했다. 생각보다 유한 말투에 아이가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아이의 눈엔 여러 가지 감정이 요동치고 있었다.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이었다.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느끼는 감정을 10대 소년이 느끼고 있었다. 그 얼굴을 응시한 엘시가 턱에 손을 대고서 상냥하게 물었다.
“나랑 살고 싶어?”
아이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살고는 싶은데, 성격이 더러워서 살기 싫고. 그러자니 바깥세상이 무섭고. 딱 그 얼굴이었다. 그래도 넌 선택을 해야 할걸. 짓궂은 얼굴로 웃은 엘시는 아이의 턱을 잡아 올렸다. 아이치고 살이 없는 얼굴이 들렸다.
“빨리 대답해. 아니면 쫓아낼 거야.”
흑청색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 사람같이 절박해 보였다.
“…살게 해줄 거예요?”
아이가 결심한 듯 물었다. 여기서 엄하게 나올 필요는 없었다. 좀 더 부드럽게,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했다. 그래서 그는 아이의 눈을 직시하며 다정다감하게 말했다.
“네가 원한다면.”
절망에서 희망으로,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자신을 향한 반짝임이 귀여웠다. 약간이지만, 사랑스럽다고 생각도 들었다.
정말 약간이었다.
“알토도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알토는 여전히 형 뒤에 숨어 얼굴만 내밀고 있었다. 자기 형에게 정말 의지를 많이 하는 듯 보였다.
“그래. 네가 원한다면.”
어른다운 중저음이 아이의 정신을 홀렸다. 아이는 다 넘어온 거 같았다. 엘시는 손을 떼어냈다. 이대로 끝내기엔 아쉬워 손을 천천히 뻗어 뺨을 만졌다. 아까보다 따뜻해진 뺨이 손바닥에 벨벳처럼 감겼다. 이대로 놓치기엔 보물 같은 아이였다. 얼굴도 얀을 닮아서 마음에 쏙 들었으니, 조금 더 취향대로 길러보고 싶었다. 마치 뜻하지 않게 마음에 드는 애완동물을 기르게 된 거 같았다. 무슨 옷을 입혀야 예쁠까. 신나서 머리로 아이의 얼굴에 온갖 옷을 대보았다. 우선 씻기고, 밥을 먹인 후에 아이의 경계심이 허물어지면 백화점에 가서 아이 옷을 싹 쓸어 와야 할 거 같았다.
“대신 조건이 있다.”
“무슨 조건이요?”
아이가 순진무구한 얼굴로 물었다. 그는 저 아이가 다른 사람의 손을 타는 건, 원하지 않았다.
마음에 든 물건은 순수하게 자신의 통제하에 있어야 했다. 자기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아들이라 해도 예외는 없었다.
오로지 자신의 말에 기뻐하고, 슬퍼하고, 매달리고, 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를 주는 것도 자신이어야 하고, 달래주는 것도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자 짜릿했다.
완전히 자신으로 통제된 생명체. 늘 상상만 해보던 것에 딱 부합된 생명체를 보자 가슴이 설렘으로 두근거렸다.
“첫 번째, 연애질은 안 돼. 두 번째, 학교 끝나면 무조건 집에 와. 세 번째, 저녁은 6시에 반드시 아버지인 나랑 먹어야 해. 그게 조건이야. 이거만 지키면 너희를 키우고, 대학까지 보내주마.”
엘시는 조곤조곤 아이에게 조건을 걸었다. 다행히 아이는 아버지의 음흉한 속내도 모르고, 덥석 승낙했다. 엘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엘시가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아이도 가느다란 손을 내밀었다. 자신의 손에 다 들어오는 손은, 너무나 작고 가녀렸다. 두 손을 한꺼번에 잡아도 여유로울 것 같았다.
“그럼 잘 지내보자, 아들.”
다정하게 아들이라고 부르자 아이가 볼을 붉혔다. 그 모습을 보고 엘시는 웃으며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이의 얼굴에 설렘이 가득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본 엘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귀엽네.
아주 약간 귀엽다고 말한 걸 정정했다. 많이 귀여웠다.
*
아이는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가장 문제는 건강이었다. 영양실조는 기본이었고, 빈혈, 동상, 등의 자잘한 병을 달고 있었다. 알토는 영양실조 외에 딱히 큰 질병은 없었다. 딱 봐도 차림새가 달랐다. 알토는 감기에 걸리지 말라고 몇 겹이나 입혀놨으면서 정작 본인은 안에 낡은 스웨터와 구멍이 뚫린 점퍼를 입고 온 것이다. 아마 며칠을 더 밖에서 지냈다면, 치료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엘시는 헛웃음을 지었다. 자기 몸 상태도 안 좋은 걸 뻔히 알면서 키우기 싫으면 안 키워도 된다고 얘기한 나이토가 당돌하게 느껴졌다. 아기 때는 순해서 잘 울지도 않았는데.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나이토의 아기 시절을 떠올리던 엘시는 아이가 입원한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이토.”
엘시가 문가에 기대어 이름을 부르자, 알토를 품에 안고 있던 나이토가 고개를 돌렸다. 자신도 아직 애면서 동생을 다루는 게 부모나 다름없었다. 얀이 어떻게 키웠는지 대충 예상이 되었다. 장남이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감을 다 심어줬을 것이다. 고작 알토와 4살 차이면서, 어른인 척 구는 게 우스웠다.
엘시는 의자를 끌고 와 침대맡에 앉았다. 나이토에게 얼굴을 파묻고 자는 알토를 들어 올렸다. 10살이지만 잘 못 먹은 탓에 아이는 가벼웠다. 아이를 마지막으로 안은 지 시간이 꽤 됐지만, 몸에 익은 습관이 남아있었는지 아이가 불편하지 않게 안을 수 있었다. 알토가 꿈을 꾸는지 입을 달싹거리며 엘시의 넓은 어깨에 얼굴을 댔다. 그 모습을 나이토가 덤덤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혼자 있을 수 있지?”
아버지의 다정한 말투와 행동 때문일까. 나이토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나이토는 엘시가 사다 준 책을 손끝으로 매만지고 있었다. 흔한 휴대전화나 게임기도 가지지 못한 나이토를 위해 엘시가 서점에 가서 사온 선물이었다. 시간이라도 심심하지 않게 보내라고 책을 사다 준 것이었는데 아이는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책을 내려놓지 않고 있었다. 아이는 아버지를 빤히 보더니 마르고 튼 입술을 열었다.
“네.”
“무섭다고 울지 말고.”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알토를 안고 일어났다. 엘시는 위에서 아들을 무감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씻겨놓고, 머리도 다듬어주었더니 얼굴이 더욱 볼만해졌다. 엘시는 아들의 볼을 만졌다. 아버지의 손길이 어색한 건지, 나이토가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고 이리저리 돌렸다. 그는 턱을 잡아 자신 쪽으로 고정하고서 퍽 다정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너 혼자 못 자잖아. 무섭다고, 맨날 같이 자 달라고 했으면서.”
“이제 안 그래요.”
나이토가 어린 시절 이야기에 볼을 미미하게 붉히며 대답했다. 커다란 남자의 손에서 빠져나온 나이토가 구겨진 이불을 끌어올렸다. 나이토는 반짝반짝한 책 표지를 물끄러미 보더니,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보았다. 엘시가 말하라는 듯 가만히 있었다. 나이토는 책을 끌어안고, 아주 살짝 웃었다. 정말 수줍은 미소였다. 언제 웃어본 지 기억도 안 나는 사람이 겨우 웃어본 듯한, 억눌린 미소였다.
“책…감사합니다. 잘 읽을게요.”
그는 대답을 해주는 대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이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아버지의 애정이 그리 싫지 않은 듯, 눈빛이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엘시가 밖으로 나오자 대기하던 비서가 아이를 안겠다고 말했다. 엘시는 그럴 필요 없다며, 직접 알토를 안고 주차장까지 내려왔다. 지금은 좋은 아버지인 것처럼 보여야 했다.
무엇보다 좋은 아버지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게,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알토를 조수석에 앉혔다. 반동에 아이가 깨어나 눈을 비비적거렸다. 그걸 지켜보던 엘시는 손을 잡고 부드럽게 내렸다.
“눈 비비지 마. 눈병 걸려.”
“가려운데….”
“그래도 참아야지.”
무미건조한 얼굴이지만 말투는 설탕이 뿌려진 듯 달콤했다. 아이는 잠결에 “응.”이라고 대답했다. 나이토가 알토를 오냐오냐 키운 게 느껴졌다. 피식 웃은 엘시는 비서를 퇴근시키고, 운전석에 앉았다. 알토는 이엘리에게 부탁하고, 엘시는 사무실로 돌아와 나이토가 다닐 학교를 골랐다. 자신의 아들이니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가장 번듯한 학교에 보란 듯이 보낼 생각이었다. 기숙사가 있는 학교는 제외했다. 아이가 기숙사에 들어간다면, 자신이 키우기로 한 결정이 의미가 없었다. 엘시는 마침 아이들 물건을 사 들고 온 일릭과 머리를 맞대고, 보낼 만한 학교를 추려냈다.
“이 학교 어때? 교복이 예뻐.”
일릭이 가리킨 곳을 보았다. 깔끔한 검은색 블레이저에 푸른색으로 섬세하게 포인트를 준 것이 특징이었다. 소매에 달린 은색 단추에는 학교의 상징이 새겨져 있었다. 학비도 나쁘지 않았고, 수도에 있었으며, 기숙사가 없는 학교였다. 그는 일릭의 조언대로 그 학교를 골랐다. 학교를 고르니 그다음 일은 순차적으로 척척 진행되었다. 건강이 회복된 아이를 데리고 와서 교복을 맞춰주자 아이가 무척 좋아했다. 전신거울에 비친 자신을 본 나이토가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방긋거리며 웃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가죽 소파에 턱을 괴고 앉아있던 엘시는 조용히 웃었다.
‘귀엽기는. 하긴, 아직은 그럴 나이인가.’
음험한 속내를 감춘 엘시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 다가갔다. 교복 주인이 엘시의 키와 덩치에 압도된 듯, 슬슬 물러났다. 주인이 눈치 빠르게 자리를 비웠다. 엘시는 아들이 매고 있는 넥타이가 거슬렸다. 그는 아들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눈을 내려 넥타이를 지그시 보았다. 손을 내밀어 넥타이를 느리게 풀었다. 나이토의 눈이 순진하게 깜박거렸다.
“넥타이는 이렇게 매는 거야.”
“아까 배웠어요.”
나이토가 우물거리며 중얼거렸다. 엘시는 짧게 웃으면서 나이토의 가느다란 목에 넥타이를 둘렀다. 엘시는 좀 더 허리를 숙여, 아들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보았다. 자기주장이 뚜렷한 이목구비가 시야에 꽉 찼다. 풍성하고 긴 속눈썹이 움직일 때마다 눈을 뗄 수 없었다. 얀도 저렇게 생겼던가. 회색 기억 속에서 소멸된 얀을 떠올려봤지만, 역시나 기억나지 않았다. 이미 죽은 사람한테 신경 써서 뭐하겠는가. 엘시는 아들에게 집중했다.
“잘 봐. 이제 네가 해야 하니까.”
“네.”
넥타이를 천천히 매주었다. 그걸 빤히 지켜보는 시선 때문에 손등이 간지러웠다. 개미 여러 마리가 손등을 타고 올라가는 것 같은 간지러움에 엘시는 손을 뗐다. 엘시는 나이토의 어깨를 잡고 거울을 보게 했다. 거울 속, 그럴듯한 부자가 보였다.
“혼자 해봐.”
“여기서요?”
아이가 큰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다. 엘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별 말없이 넥타이를 풀어서 어설픈 솜씨로 매기 시작했다. 아이가 엘시의 눈치를 살피는 게 보였다. 혼날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엘시는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고서, 뒤에서 아이 몸을 끌어안고 넥타이 매는 걸 보여주었다. 아이의 숨결이 피부에 닿았다. 뽀송뽀송한 피부도 보였다.
“할 수 있겠어?”
엘시가 아이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 귀에 대고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이가 간지러운지 어깨를 움츠렸다. 연약한 초식동물 같은 모습이었다. 너무 약해 보였다. 그는 아이의 뒤에서 다가올 때보다 더 느리게 떨어졌다. 나이토가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보았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예요?”
조그만 손으로 꼬물거리며 넥타이를 매서 보여주었다. 그걸 본 엘시는 웃으면서 “그래.”라고 말했다.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서서히 퍼져나갔다. 그걸 본 엘시는 ‘칭찬을 좀 더 줘볼까.’라고 생각하며 볼을 매만졌다.
“잘했어, 나이토.”
아이가 활짝 웃었다. 물과 햇빛을 받고 자라난 꽃이 만개하는 것 같은 미소였다.
*
인생이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건, 어른이 된 모두가 깨닫는 진실이었다. 그 진실을 엘시는 조금 이른 나이에 깨달았다. 불과 그의 나이 8세 때였다. 냉혹한 현실을 알게 된 엘시는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하나둘씩 쟁취했다. 처음엔 사람, 그다음엔 약, 돈, 집, 등의 소유물이 점차 부피를 늘려갔다. 처음에는 넘기 힘든 고비가 있었지만, 그는 끈질긴 인내로 그것들을 해결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답게, 그는 고비를 넘었던 걸 차츰 잊어갔다. 안락한 저택에서 돈 냄새를 맡으며 호화롭게 사는 게 익숙해져 원하는 걸 쟁취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이토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왜 저는 안 되는 데요? 다른 애들은 여행 간단 말이에요.”
나이토가 학교에서 받아온 여행 안내문을 내밀며 애원했다. 약간의 짜증이 섞이긴 했지만, 아버지의 냉담한 눈빛에 기가 죽은 듯 조금씩 소리를 낮췄다. 엘시는 나이토의 손에 들린 안내문을 뺏어 들었다. 6박 7일, 무려 해외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엘시는 보자마자 피식 웃으며 안내문을 다시 내밀었다. 잠시 내려놓은 담배를 집어 든 엘시는 느릿하게 말했다.
“조건 잊었어?”
나이토가 미미하게 굳어졌다. 안내문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 게 보였다. 엘시는 입에 머금고 있던 연기를 고의적으로 나이토에게 조금씩 흘려보냈다. 연기를 그대로 맡은 나이토가 기침하며 뒤로 물러났다. 엘시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서, 턱을 괴고 아들을 물끄러미 보았다. 이 집에 온 후, 잘 먹어서 그런지 키가 부쩍 컸다. 적어도 10cm 이상은 큰 거 같았다. 하복을 입어서 아이의 날씬하고 긴 팔이 고스란히 보였다. 햇볕에 타지 않은 피부가 유백색으로 빛났다. 나이토는 안내문을 손에 쥔 채, 안절부절못했다.
확인도장을 받아서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아버지는 계속 허락을 해주지 않았다.
“애들이 워터파크 간대요……. 저도 가고 싶어요.”
“워터파크는 여기에도 있잖아. 알토랑 가.”
“아버지, 전…….”
나이토가 애절하게 엘시를 불렀다. 엘시는 손가락을 까닥거려 앞으로 오라고 했다. 나이토가 안내문을 꼭 쥐고서, 희망을 놓지 않은 눈으로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엘시는 자신의 눈에 아직 작고 여린 아들을 안았다. 예고도 없이 안기게 된 나이토가 깜짝 놀라 아버지의 상체를 밀고 밖으로 튕겨 나오듯 뛰쳐나왔다. 이 녀석 봐라. 엘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텅 빈 품을 보았다. 주먹을 슬쩍 쥔 엘시는, 주먹에 턱을 대고 지그시 아들을 보았다. 나이토가 당황한 듯, 종이를 꽉 쥐고 있었다. 저러다 찢어지겠는데. 무심하게 속으로 중얼거린 엘시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조건을 지켜야지. 아버지랑 저녁 먹기로 했잖아.”
“다녀와서 계속 같이 먹을게요. 이번만 가면 안 돼요?”
‘이번만.’이라고 나이토가 말했으나 엘시는 믿지 않았다. 한 번 넘어가 주면, 두 번, 세 번 더 바랄 것이다. 애초부터 안 된다고 딱 잘라야 했다. 엘시는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태도로 몸을 일으켰다. 엘시는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꽂고 아들을 내려다보았다. 정수리에 꽂히는 날 선 시선에 나이토가 포기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엘시는 풀이 죽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안아주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약속은 약속이야. 어기면, 너랑 알토는 바로 집에서 쫓겨날 거야.”
엘시의 확고한 어조에 나이토가 고개를 들었다. 눈에 반항이 가득했다. 겉은 강아지인데 속은 앙칼진 나이토가 아버지를 향해 발톱을 드러냈다.
“잘 지켰잖아요. 한 번만 허락해주시면 안 되는 거예요?”
“앞으로도 잘 지켜야 약속이 의미가 있는 거지.”
삐딱하게 고개를 젖힌 엘시는 성큼성큼 나이토 앞으로 걸어갔다. 순식간에 다가온 아버지를 피하려 했으나, 나이토는 막다른 벽에 가로막혀 꼼짝없이 서 있었다. 벽에 몰린 아들에게 좀 더 겁을 주기 위해 손을 벽에 댔다. 고개를 숙였다. 나이토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엘시는 검지로 살이 통통하게 오른뺨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또 버림받고 싶어? 버려진 다음에 동상 걸려서 다리 썩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나이토가 말이 없었다. 엘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애들은 얌전히 기어야 예쁘다니까.”
볼을 툭, 툭 때린 엘시는 소리 내서 웃으면서 등을 돌렸다. 노려보는 시선이 느껴졌으나 기분은 매우 좋았다. 즐거웠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났더니 전투력이 상승하는 기분이었다. 그 상대가 18살 어린, 그것도 친아들이라는 점이 약간 우습게 느껴졌으나 개의치 않았다. 친아들이라서 더 즐거웠다. 타인에게 이딴 짓을 하면 즉시 고소였지만, 아들한테는 어떤 짓을 해도 무마시킬 수 있었다. 가정일에 간섭할 공권력은 없었다.
처음에는 엘시의 강압적인 태도에 순종적으로 나오던 나이토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반항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약속한 시간에서 10분 정도 늦게 오더니, 어떤 날은 작정하고 몇 시간을 늦게 왔다. 그러고 보니 슬슬 기어오를 나이였던가. 14살 후반, 사춘기가 오고도 남을 시기였다.
어떻게 조져야 아들이 말을 잘 들을까. 홀에 있는 계단에 앉아 주먹을 쥐었다 피며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그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민을 끝냈다. 역시 매만큼 좋은 약도 없었다. 그는 근육으로 다져진 몸을 일으켰다. 팔을 느리게 돌리는 동작에 지켜보고 있던 일릭이 주변 사람들에게 그만 가보라고 지시했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눈치 빠르게 홀을 비웠다. 이제 홀에는 교복을 입고 삐딱하게 서 있는 나이토와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있는 엘시밖에 없었다.
“지금이 몇 시지, 나이토?”
생각보다 상냥한 목소리에 나이토가 몸을 굳혔다. 웃는 아버지의 얼굴과 시계를 번갈아 보던 나이토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11시 23분이네요.”
“저녁 6시에 밥 먹는 거 잊었어?”
“…아뇨.”
엘시가 다가갔다. 상기된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냈다. 뛰어왔는지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었다.
“너 보려고 아빠 출근도 못 했어. 어떻게 할 거야.”
나이토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가방끈을 잡은 손이 달싹거리고 있었다. 나이토는 엘시의 자색 눈을 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얼굴에 반항과 고집이 한가득 서려 있었다. 그걸 본 엘시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내었다.
“나 밥도 못 먹었어. 너 때문에.”
유치하기 짝이 없는 투덜거림에 나이토가 화를 냈다.
“저 없이 드시면 되잖아요.”
“너 보려고 일부러 6시에 밥 먹자고 한 건데, 너 없이 밥을 먹으라고?”
투정부리는 듯한 말투에 나이토가 멍하니 눈을 들어 올렸다. 엘시는 뺨에 남아있는 한 가닥의 머리카락을 떼어주고, 턱을 들어 올렸다. 나이토가 엘시의 손에서 빠져나가려고 했을 때, 엘시는 참지 않고 어깨를 확 틀어잡았다.
힘을 그리 세게 주지 않았지만 14살 어린 남자애가 감당하기엔 억센 힘이었다. 나이토의 상체가 흔들렸다. 그러나 두 발로 버티고 서서 자신을 때린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조소를 머금은 엘시는 허리를 굽혀서 아들과 눈을 마주쳤다. 이마를 툭, 건들자 나이토가 손등을 세게 때렸다. 꽤 따끔했다. 엘시는 나이토의 머리채를 잡았다. 아프지 않지만, 벗어날 수 없게 조절을 했다. 아직 아들은 너무 어렸다. 그도 자신만의 선이 있었다.
“놔! 놓으라고!”
나이토가 소리쳤다. 엘시는 오지 않으려고 버티는 나이토를 세게 당기며 다정하게 말했다.
“밥 못 먹었다니까. 너 때문에.”
“그게 왜 내 탓인데!”
나이토가 소리쳤다. 엘시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이의 기를 꺾을 필요가 있었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부엌으로 향했다. 머리채를 풀어주자 아이가 씩씩거렸다. 엘시는 문가에 서서, 아이의 뺨을 기분 나쁠 정도로만 툭, 툭 치며 말했다.
“한 번 더 그딴 식으로 말해봐.”
“그게 왜 내 탓이냐고.”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말투를 참지 않았다. 엘시는 턱을 손으로 부술 것처럼 세게 잡았다. 나이토가 신음했다. 다른 애들이었다면, 진작 뺨을 맞거나 주먹으로 두들겨 맞아 치아가 부러졌을 것이다.
나이토는 그럴 수 없었다. 소중한 아들이었다.
“더 해 봐.”
아이가 입을 다물고 엘시를 노려봤다. 나이토는 등을 돌렸다. 엘시는 아이를 두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는 가볍게 한 팔로 아이 상체를 억압했다. 쇠사슬 같은 엘시의 팔에 갇힌 나이토가 바르작거렸으나 엘시를 이길 수 없었다. 엘시는 양팔로 아이의 상체를 감싸 안았다. 아이가 헐떡거리며 괴로워하는 게, 느껴졌다.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누군가를 손쉽게 제압한다는 건, 언제 느껴도 짜릿했다. 특히 그게 반항하는 큰아들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좋았다.
언제쯤 이 아이가 고분고분해질까. 태연히 그 생각을 하며 엘시는 팔에 힘을 줬다. 한참을 반항하던 아이가 결국 힘을 빼고 헐떡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시는 팔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여기서 풀어준다면 아이는 또다시 기어오를 것이다. 엘시는 두 팔로 아이를 제압한 상태에서 말했다.
“아빠 말 잘 들어야지.”
“……싫어, 이거 놔…….”
아이가 서러웠는지 울음을 터트렸다. 엘시의 팔에 아이의 눈물이 닿았다. 따뜻했다.
“나한테 왜 이러냐고…….”
아이는 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친구들과 논 적도 없으며 흔한 여행도 가보지 못했다. 여름 방학 전까지는 그럭저럭 잘 다녔으나 가을 학기가 시작되니 본격적으로 반항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불만이 쌓인 모양이다.
“우리가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잖아. 그렇지? 아들?”
나이토가 눈물이 맺힌 눈을 돌려 아버지를 보았다. 눈물을 훌쩍거리는 얼굴이 반반하니 귀여웠다. 엘시는 아이를 서서히 풀어주었다. 아이가 소매로 눈물을 슥 닦았다. 그는 눈물이 그친 아들의 얼굴을 들어 올려 자신을 보게 했다. 양손으로 고정해 절대 고개를 못 돌리게 했다. 투명한 눈물이 맺힌 눈이 예뻤다.
“가족 간의 대화가 너무 없잖아. 우리도 평범한 부자가 되려면 대화 좀 해야지.”
“그거랑 제가 외출 못 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나이토가 눈물을 삼키고서 화를 냈다. 엘시가 가만히 응시하자, 나이토는 엘시의 손목을 꼭 잡고서 말했다.
“난 너랑 일분일초를 공유하고 싶거든.”
“…제가 잘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외출을 풀어달라고, 아이가 빌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한 번 꼭 안아주었다.
“아빠가 널 많이 사랑하나 봐. 어딜 보내기가 싫어.”
나이토가 품에서 바르작거리는 걸, 힘으로 제압했다. 그는 품에서 헐떡거리는 아이의 머리를 잡아 꽉 눌렀다. 결국 도망치기를 포기한 나이토가 힘을 빼고 얌전히 안겼다. 그는 나이토를 테이블에 앉혔다. 엘시는 냉장고를 열었다. 늘 당일 먹을 것만 만들도록 지시했기에 냉장고에는 식재료만 있었다. 냉장고를 뒤적거리던 엘시는 뒤를 돌아보았다. 나이토가 우울한 얼굴로 테이블을 보고 있었다.
“나이토, 저녁 먹었어?”
나이토가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본 엘시가 엄격한 목소리로 다그쳤다.
“대답.”
아이가 숨을 꾹 눌러 참는 게 보였다. 잡힌 턱이 붉었다. 생각보다 흔적이 오래 남는 편인가. 엘시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아뇨.”
“먹을 게 없네. 과일이라도 먹을까.”
엘시는 냉장고에서 열대과일을 꺼냈다. 제 손으로 과일을 깎아본 적이 없는 엘시는 어설픈 솜씨로 과일을 깎았다. 보다 못한 나이토가 손을 씻고 와서 과일을 능숙하게 깎았다. 접시에 깎은 과일을 강박증이 느껴질 정도로 정갈하게 담은 나이토가 포크를 가져왔다. 말없이 과일을 다 먹은 나이토가 몸을 일으켰다. 마치 네가 원하니까 밥을 같이 먹어줬다는 태도가 강했다. 엘시는 방으로 돌아가려는 아들을 붙잡았다.
“나이토.”
“네.”
나이토가 언제 울었냐는 듯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의자에 팔을 걸친 엘시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6시엔 무조건 아빠랑 저녁 먹어야 돼. 한 번만 더 안 오면, 이걸로 안 끝나. 알아들어?”
나이토는 인상을 찡그리고 엘시를 바라보더니, 순순히 대답하고 물러났다. 그때 직감했다. 아무래도 아들과 투닥거리는 게, 길어지겠구나. 20살이 되기까지 얼마 남았는지 세어 보던 엘시는 피식 웃었다.
“기다리는 재미가 있네.”
마치 영화 후속편을 기다리는 흥미진진한 기다림이다.
그 후로도 나이토는 종종 반항을 했다. 심한 경우 가출도 했고, 기다렸다는 듯 잡으러 가는 건 엘시였다. 나이토는 아무것도 몰랐다. 자신이 모르는 곳에 항상 아버지의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즉각적으로 아버지에게 보고한다는 것을.
그리고 아버지가 나이토가 연애를 한다는 사실을 진작 눈치채고 있다는 것도. 엘시는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때마다 분노가 담금질 되어 거세졌지만, 어른스럽게 참았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어느 정도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기로 마음먹었으니 지켜야 했다.
엘시는 시간의 그림자에 묻혀 때를 노렸다.
*
나이토의 수상쩍은 행동을 감지한 건, 알라시스 대공 파티가 열리기 한참 전이었다. 본인은 완벽한 외출이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예리한 감각과 눈치로 여기까지 성공한 엘시를 속일 수 없었다.
주말마다 도서관이나 친구 집을 다녀온다는 녀석이, 왜 머리가 젖어 있을까. 아침에 머리를 감고 가는 걸 보았는데 만졌을 때 손에 감기는 축축함에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뿐만 아니라 사소한 것들이 하나씩 밟혔지만 그는 계속 기다렸다. 그리고 아들의 졸업이 가까워지는 시기에 서서히 억눌렀던 것을 터트렸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아들에게서 나는 맥주 냄새나 담배 냄새가 너무 거슬렸기 때문이다. 자신이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오염이 된 아들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는 가만히 물증이 잡힐 때까지 기다렸다. 심증만으로 잡을 수 없었다. 그는 먹이를 기다리는 악어처럼 아들을 지켜보았다. 물론 자신만의 눈으로 물증을 잡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자기 부하들을 붙여 아들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수집했다.
[도련님께서 룸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알라시스 대공 파티에서 여러 귀족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부하가 전화했다. 나이토 관련 일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엘시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어떤 룸?”
엘시가 말을 걸어오는 귀족에게 “죄송합니다, 지금 제가 바빠서.” 라는 말을 능청맞게 내뱉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나이토와 어떤 사람이 들어갔다는 룸이 보였다. 문을 열어보려 했으나 열리지 않았다. 그걸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문 열어.”
엘시가 나긋한 얼굴로 사납게 명령했다. 경호원이 룸을 담당하는 경비를 불렀다. 파티가 시작되고, 은밀하게 섹스가 시작되면 룸은 철저하게 닫혀 있어야 했다. 그걸 잘 아는 엘시였지만 지금은 참을 수 없었다. 알라시스 대공에게 잘못했다고 사죄하는 쪽을 택한 엘시는 경비에게 손을 내밀었다.
“열쇠 내놔.”
“하지만…….”
“현명하게 생각해.”
법, 윤리, 도덕보다 주먹이 가까웠다. 엄청난 장신에 근육질을 가진 엘시가 웃으면서 주먹을 들어 올리자 경비가 겁먹은 얼굴로 열쇠를 내밀었다. 열쇠를 받아든 엘시가 진한 웃음을 덧그리며 등을 돌렸다. 문을 여는 그의 얼굴엔 어느새 웃음이 사라지고 살벌한 분노가 깃들었다.
문을 열자 와인을 테이블에 올려놓는 나이토가 보였다. 나이토의 얼굴이 한순간에 굳었다. 무언가를 숨기는 얼굴이었다.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을 필사적으로 숨기고자 하는 눈빛에 속에서 열이 끓어올랐다.
내 아이였다. 감히 어떤 새끼가 내 아이를 건드렸는지, 보기만 하면 목 졸라 죽여 버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가장 화나는 건, 그 새끼를 지키려는 나이토의 태도였다. 잠시 나이토를 보던 엘시는 웃었다. 이제 참을 이유가 없었다. 아이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으므로, 자신의 마음대로 휘둘러도 상관없었다. 나이토는 자신의 아들이었다.
마음대로 해볼까. 이번 기회를 통해 본심을 드러내기로 마음먹은 엘시가 고개를 숙였다. 나이토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아버지의 폭력성을 잘 아는 나이토였다. 겁을 먹고 싶지 않아도, 6년간 본 게 있고, 당한 게 있으니 몸이 겁을 먹었다. 물론 육체적 겁은 금세 정신을 몰아세웠다.
“어떤 새끼랑 잤어?”
대답은 없었다. 나이토다운 행동이었다. 그는 기분 좋은 한숨을 느리게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때리는 쪽보단 다른 쪽으로 그러고 싶었지만, 그 말은 삼키고 그가 손에 힘을 실어 뺨을 갈겼다. 그동안 얼마나 봐줬는지 나이토는 몰랐을 것이다. 정신을 단 한 번의 충격으로 잃을 정도로 때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정도로 지금 엘시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끓고 있었다.
엘시는 바닥에 엎어져 바들바들 떨며 일어나지 못하는 나이토의 배를 걷어찼다. 구둣발에 명치를 제대로 얻어맞은 나이토가 배를 감싸 안고 몸을 굳혔다. 숨이 막힌 듯, 기침 소리가 약했다. 나이토가 일어나려고 바닥을 짚을 때쯤, 엘시는 무시한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다 발로 뒤통수를 꽉 눌렀다. 발과 바닥 사이에 머리가 눌린 나이토가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흘렸다.
“네가 예쁘게 굴 때부터 나는 의심했지. 네가 그럴 애가 아닌데 말이야.”
사실 그 전부터 의심했다고, 나이토 앞에서 분노로 다져진 목소리로 말해주고 싶었다. 그는 구둣발에 묵직한 힘을 실었다. 아이가 고통스러운 듯 입술을 열고 몸을 움찔거렸다. 아들의 몸에 감도는 고통과 공포에 엘시는 더없이 맑은 미소를 지었다. 발을 떼어낸 그는 나이토의 머리채를 꽉 잡아 침대에 던졌다. 나이토가 허우적거리며 엘시의 우람한 상체를 밀어보려 했으나 돌덩이 같은 몸은 밀리지 않았다.
“하지 마!”
얼굴이며, 어깨를 사정없이 미는 나이토를 지그시 보던 엘시는 가볍게 얼굴을 후려쳤다. 반항이 멈췄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들의 납작한 배 위에 앉았다.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지 나이토가 막힌 신음을 흘리며 몸을 움찔거렸다. 그는 사슴같이 긴 목을 잡았다. 두 손 가득 들어오는 이 느낌이 좋았다. 상대방의 숨통을 자신이 신처럼 좌지우지한다는 느낌이 머리를 뜨겁게 달구었다. 머리와 심장, 성기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그래도 아들이니 적당히 봐주기로 할까. 무엇보다 처음은, 너무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때에 따라서 아프게 해야겠지만 지금은 적당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누구랑 잤어? 년이야, 놈이야? 응?”
그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안에 담긴 감정은 용솟음치는 분노였다. 그는 무척 화가 나 있었다. 나이토는 목을 조이는 힘에도 불구하고 눈을 힘겹게 떠서 엘시를 노려보았다. 눈빛이 잘 벼려진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게 아버지랑 무슨 상관이야.”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엘시는 입술에 미소를 머금었다. 안개가 부유하는 것처럼 희미해졌다가 서서히 미소가 짙어졌다. 그는 손에 힘을 주었다. 아들이 괴로움에 목을 뒤로 젖히고 본능적으로 손목에 매달렸다. 그가 풀어줄 생각을 하지 않자, 어깨에 매달려 애달프게 울었다. 검푸른 눈에서 초점이 흐려졌다. 숨 쉬는 소리가 현저히 낮아질 때, 엘시는 목을 조이던 손에서 힘을 뺐다. 나이토가 침을 질질 흘리며 급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만…!”
나이토가 무의식적으로 살려달라고 빌고 있었다. 울고 있는 얼굴이 예뻤다. 어렸을 때보다 성숙해지고, 예뻐진 얼굴에 위험한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6년 동안 아이를 내버려 두면서 방치해 두었던 그의 마음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겨우 내부에서 요동치는 욕정을 내리누른 엘시는 애써 상냥하게 물었다.
“누구랑 잤어, 아들. 그것만 말해.”
나이토가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 고였던 눈물이 붉어진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모, 몰라……으윽!”
그는 힘을 조절해가며 아들의 목을 졸랐다. 죽지 않을 만큼, 그러나 죽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충분히 고통스럽게. 그는 숙련된 장인이었다. 파트너나 연인들은 이것보다 더 심하게 대했어도 죽은 적은 없었다. 그거에 비하면 나이토는 아주 약하게 대해주고 있었다. 그들이 알면 참된 사랑이라고 감탄할 정도로 약한 힘이었다.
사랑하는 아들을 죽일 리가 없었다. 진짜 사랑을 주지도 못했는데. 그는 음험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웃었다.
거세던 반항이 점차 약해지더니 손이 허공에서 움직이다가 아래로 툭 떨어졌다. 그는 아들의 목에서 손을 떼어내고, 얼굴을 흠뻑 적시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발갛게 부어오른 목을 상냥하게 만져주었다. 나이토가 겁을 먹고 바들바들 떨었다.
“아빠가 그랬지. 연애는 안 된다고.”
나이토가 눈물을 매단 눈으로 엘시를 보았다. 그는 봐주지 않고 뺨을 때렸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건 맞았지만 지금 화난 것도 맞았다. 예쁜 것과 별개로 아들은 혼이 나야 했다.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으니, 벌을 받는 건 합당했다. 나이토가 얻어맞은 뺨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감쌌다. 손가락 사이로 언뜻 보이는 눈물이 아까워 손목을 잡아 침대에 내리눌렀다. 나이토가 흐느껴 울며 고개를 돌렸다. 불쾌해져서 턱을 잡아 얼굴을 고정시키고 자신을 보게 했다.
“그 새끼 말 안 하면 너만 혼나. 그러고 싶어?”
순식간에 얻어맞고, 목을 졸린 터라 나이토가 서글퍼졌는지 눈물을 쉽게 그치지 못했다. 나이토는 한 번 서러워지면 아이처럼 엉엉 우는 성향이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연신 부드럽게 다그쳤다. 누구랑 잤냐고, 이름만 말하라고. 하지만 나이토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묻겠어. 누구야.”
나이토는 멍한 눈을 돌려 아버지를 보았다. 느리게 닫혔다가 열리는 흑청색 눈이 심해처럼 깊어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름다웠다. 아들의 처연한 아름다움에 속아, 아들이 주먹을 쥐는 걸 보지 못했다. 아들의 주먹에 정통으로 맞은 얼굴이 쓰라렸다.
하지만 가장 쓰라린 건, 가슴이었다. 얼마나 애지중지해주고, 아껴주는지 모르고 건방지게 구는 아들이 야속했다. 그는 자전하는 지구처럼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들을 바라보았다. 약한 초식동물처럼 몸을 웅크리고 떠는 아들이 하염없이 사랑스러웠다. 그에 비해 얻어맞은 몸은 분노로 적당히 예열되었다.
“아버지가 알아서 뭐하실 건데요. 제가 아버지 애인이라도 돼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엘시는 결심했다.
애인이 되면 되겠구나.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니 지금은 지금의 일을 해볼까.
가볍게 결론을 내린 엘시는 아들의 목을 방금 전보다 세게 졸랐다. 나이토의 입이 벌어지면서 숨이 터져 나왔다. 아버지 밑에 깔린 나이토가 엘시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고통스러움에 다리를 버둥거렸다. 아들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어깨와 목을 긁어 내리던 손도 시트로 툭 떨어졌다.
하지만 분노에 지배당한 엘시 눈엔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과 몸에 상처를 준 아들에게 똑같은 상처를 주고 싶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컨터가 나타나 엘시를 막지 않았다면, 나이토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린 나이토가 목을 부여잡고 울었다. 하얀 목에 선명하게 남은 손자국이 보였다. 나이토는 컨터가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도 되는 듯, 그의 옷자락을 잡고 서럽게 울었다. 목이 아파 제대로 소리도 못 내고,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는 모습에 엘시는 정신을 차렸다. 그는 나이토를 죽일 듯이 노려본 후, 컨터에게 짤막하게 명령을 내리고 몸을 돌려 사라졌다.
*
나이토와 몸을 섞은 자를 알아내야 한다. 엘시는 그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다른 것들은 생각해낼 수 없었다. 그는 가장 먼저 알라시스 대공 파티 명부를 손에 넣었다. 온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하던 엘시는 한 곳에 손을 멈추었다. 라이사포네 조드릭, 레이얀 조드릭. 보통 사생아는 파티에 잘 데리고 오지 않는데, 왜 라이사포네가 레이얀을 파티에 데리고 온 것일까. 라이사포네가 레이얀을 극진하게 사랑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엄마였을 때 이야기였다. 그녀는 공과 사를 잘 구분하는 여자로, 공적으로 레이얀을 데리고 다닌 적이 별로 없었다.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라이사포네와 친분도 있으니 아들 문제로 방문을 해도 괜찮을 거 같았다. 다행히 라이사포네 조드릭은 온화한 얼굴로 엘시를 맞아주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 두 아들의 이야기에 종착했다. 라이사포네 입에서 나온 아들 이름에 엘시는 눈을 번뜩였다.
“나이토한테는 많이 고마워요. 레이얀이 나이토 덕분에 공부에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했어요. 나이토와 같은 대학에 가겠다고 하더군요.”
라이사포네가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라이사포네 얼굴을 보며 웃어준 엘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심증들이 하나씩 맞물렸다. 예감은 확신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남은 건, 덫을 놓고 오기만 기다리면 된다. 레이얀을 집으로 오게 할 방도는 많았다. 집을 비우기만 해도 성질이 급한 레이얀은 집으로 들어올 것이다. 어떠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만들어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유를 만들어줄까. 고민하던 엘시는 아이작을 떠올렸다. 가장 쉬운 명분이 있었다. 엘시는 아이작의 비서에게 편지를 보냈다. 준비해둔 물건은 자신이 가지고 있으니, 언제든지 찾으러 오라는 친절한 내용이었다. 집을 비우지만, 편하게 와서 가져가라는 말에 레이얀이 안심했는지 그가 직접 오겠다고 했다. 뻔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엘시의 속마음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엘시는 차 안에서 다리를 꼰 채, 휴대전화를 켜 CCTV 화면을 돌려보았다. 아들이 자는 모습, 아들이 테이블에서 밥 먹는 모습, 등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다 보았다. CCTV가 설치되지 않은 방이 없었다. 네 개로 분할된 화면 중 하나를 유심히 보았다. 아들이 자위를 하고 있었다. 이불에 가려져 있었지만 활짝 벌어진 다리와 움직이고 있는 손이 적나라하게 잘 보였다. 눈을 꼭 감은 채, 입술을 달싹이는 모습이 야하기 그지없었다. 당장에라도 몸을 뒤집어서 발기한 성기를 박아 넣고 싶었다. 사타구니가 당겨오면서 아파 왔다. 아무나 불러서 욕구를 해결할까, 하는 고민이 있었지만 심드렁한 얼굴로 턱을 매만졌다. 다른 사람을 안아도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다. 한계 없는 욕구를 풀어줄 사람은 아들밖에 없었다. 그 예쁜 눈에 눈물을 매달고, 하얀 볼에 홍조를 띄우고, 붉은 입술에 정액을 묻히고 달콤하게 울어야 했다.
아들은 신이 내려준 연인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흥분할 리 없었다. 음험하고 산뜻한 미소가 떠오른 입가를 가리고 눈을 감았다. 어서 빨리 아들의 몸을 맛보고 싶었다. 보기만 해도 꼴리는데, 넣으면 또 얼마나 맛있게 꾹꾹 조일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행운의 여신은 엘시에게 손을 들어주었다. 알토의 해외연수를 핑계로 엘시는 집을 비운 척했다. 미리 고용인들에게 언질을 주었기에 그들도 나이토에게 일절 말하지 않았다. 모두가 자신의 편이었다. 나이토의 편은, 이 저택에 단 한 명도 없었다. 짜놓은 각본대로 척척 진행되고 있었다.
며칠 후, 알토는 비서 두 명과 함께 연수를 떠났다. 엘시는 나이토가 사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별장 같은 아담한 집에 앉아 CCTV 화면을 보았다. 정장을 잘 차려입은 레이얀이 나이토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멍청한 새끼.”
낮게 웃으면서 저급하게 욕을 내뱉었다. 엘시는 벗어놓은 재킷을 걸치며 우아하게 아들의 집으로 걸어갔다. 몇 번이나 사람들을 불러 물건을 보냈던 터라, 아이작과 레이얀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못했다. 선물을 받으러 오거나, 주면서 친분을 쌓는 관습이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온 것이다.
멍청한 놈들. 엘시는 배를 붙잡고 웃고 싶었다.
“이래서 어린놈들은 재미가 없어.”
개운하게 웃은 엘시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경호원들이 문을 잠갔다. 그는 느긋하게 계단을 올라가면서 CCTV 화면을 확인했다. 레이얀이 나이토의 가랑이 사이를 만지고 있었다. 저 손목을 잘라 내버리고 싶지만, 지금은 적당한 때가 아니었다.
나이토를 음미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컨터가 엘시를 보더니 문을 열어주었다. 오붓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오붓한 분위기가 에로틱하게 변하려는 순간, 엘시가 그것을 산산조각냈다. 나이토는 아버지의 등장만으로도 얼굴을 굳혔다. 레이얀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엘시는 그가 공작의 사생아라는 것도 잊고 발로 얼굴을 갈겼다. 레이얀이 바닥에 굴렀다. 나이토가 달려들었지만, 엘시가 미는 것만으로 밀렸다. 컨터가 다가와 아들의 팔을 뒤로 당겼다. 컨터가 그나마 나이토에게 잘해주는 편이었으나, 그것도 엘시의 관용 아래에서만 펼치는 친절이었다. 컨터는 결국 엘시의 사람이었다.
엘시는 레이얀의 멱살을 잡아 벽에 밀쳤다. 구둣발을 정통으로 맞아 얼굴이 거의 으깨진 것처럼 변해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미남은 이제 추남으로 변했다. 엘시는 레이얀의 멱살을 더욱 세게 잡았다. 목이 졸려오자 레이얀이 고통스러운 듯 발을 움직였다. 레이얀의 구두가 짜증 나게 정강이를 건드리고 있었다. 엘시는 눈을 가늘게 뜨고, 거침없이 레이얀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악!”
레이얀이 비명을 질렀다. 이래서 어린 애들은 별로였다. 참을성도 없고, 재미도 없었다. 반항하고, 울어도 귀여워서 봐줄 수 있는 건 이 세상 유일하게 아들밖에 없었다.
“제발, 제발 그만하세요! 레이얀한테 그러지 마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나이토가 붙잡힌 채로 흐느끼며 애원했다. 가슴이 저릿할 정도로 슬픈 목소리였다. 엘시는 고개를 돌려 나이토를 보았다. 나이토가 드디어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는 피식 웃어주었다. 나이토의 눈이 눈에 띄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일부러 레이얀의 목을 팔뚝으로 세게 누르며, 나이토의 성기를 잡은 손목을 비틀었다.
“감히 내 아들 좆을 만져?”
그때, 레이얀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떠졌으나 그것뿐이었다. 엘시는 레이얀을 계단 아래로 후련하게 던져버렸다. 레이얀의 몸이 밀가루 포대처럼 데굴데굴 굴러 현관문 앞에 도달했다. 경호원들이 로봇 같은 움직임으로 다가와 레이얀을 질질 끌어 밖으로 내보냈다. 어차피 레이얀은 어디 가서도 애인 아버지에게 얻어맞았다고 말을 하지 못한다. 아니, 말을 해도 상관없었다. 저 정도 애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바늘처럼 뾰족하게 날 선 분위기가 감도는 방에 둘만이 남았다. 나이토는 각인된 공포에 몸을 떨고 있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온 순간을 손에 쥔 엘시는 기쁨을 참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안긴 나이토의 뺨에 키스했다. 나이토가 화들짝 놀라 몸을 떨었다. 그는 아들을 안은 팔에 힘을 주고, 다른 손을 내려 레이얀이 만졌던 성기를 만졌다. 손에 잡히는 아들의 성기는 공포로 오그라들어 있었다. 나이토는 생각지도 못한 아버지의 접촉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흑청색 눈과 마주친 엘시는 다정하게 뺨에 키스를 해주고, 입을 열었다.
“한 번 확인해봐야겠어.”
“하지 마세요, 아버지.”
매달리는 목소리에 울음이 맺혀있었다. 그러나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할 엘시가 아니었다.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인내해왔던가. 엘시의 자색 눈에 짙은 희열이 감돌았다. 그는 천연덕스럽게 면바지를 벗겼다. 그는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성기를 슬며시 잡았다.
“하지 마! 하지 말라고!”
나이토가 버둥거렸다. 그는 빠져나가려는 아들을 더욱 세게 안고서 달랬다.
“괜찮아. 확인만 하는 거니까.”
다정한 탈을 쓴 말은 흥분으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울음을 참고 있던 나이토가 앞으로 닥칠 미래를 생각했는지, 눈물을 서럽게 흘렸다. 나이토가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손으로 아버지의 강인한 손목을 꼭 잡은 채, 돌아보며 애원했다.
“이런 건, 안 돼. 하면 안 되는 짓이에요.”
시답잖은 소리였다. 하고 싶은데 하면 안 되는 짓이라니. 하고 싶으면 해야 했다. 하고 싶은 상대가 아들밖에 없는데 왜 참아야 하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유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하면 안 되는 거지?”
나이토는 진심이 담긴 물음에 말을 잃고 멍하니 눈을 뜨고 있었다. 깜박거리지도 못하고, 넋이 나간 듯 엘시만 보았다. 그 시선을 보며 엘시는 고혹적으로 웃었다.
그래, 그렇게 나만 봐. 다른 사람은 안 돼. 나만 봐야 해. 왜냐하면 넌 내 아들이니까.
아름다운 나신을 가린 옷을 벗겨냈다. 묶인 팔 때문에 상의가 어정쩡하게 걸쳐졌다. 날씬한 다리를 벌려 성기를 잡았다. 어딜 만지면 흥분하는지 뻔히 알고 있었다. 그는 포주였다. 가게 직원들을 교육할 때, 본인이 자위를 시켜준 적이 있었다. 아무리 백날 본다고 익힐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그의 손길이 닿으면 매춘부들은 동공이 풀리고, 침을 질질 흘리고, 다리를 꼬았다. 그의 체취나 손만 닿아도 성기를 발딱 세우는 놈이 있었다.
나이토도 마찬가지였다. 닳고 닳은 매춘부들과 비교할 수 없이 예민했다. 귀두를 손안에 넣고 비벼주자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며 울었다. 등 뒤로 묶인 손이 움찔움찔 연약하게 떨렸다. 나이토는 하고 싶지 않다며 울고, 욕하고, 혀까지 물었다. 그럴수록 흥분이 고양되었다.
그는 원래 사정을 봐주는 남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욕심이 최우선인 이기적인 남자였다. 그러나 뒤로는 자신이 처음인 나이토는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았다. 소중하게 안아주면서, 확실하게 자신을 뇌와 심장, 피부에 각인시키고 싶었다. 손이 닿기만 해도 자지러지게 우는 남자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아, 아파.”
나이토는 구멍을 푹, 푹 찔러대는 길고 단단한 손가락에 훌쩍거렸다.
“여기는 아빠가 처음이야?”
그는 손가락을 하나 더 넣었다. 좁디좁은 구멍이 강제로 벌려지고 있었다. 이물감과 고통이 동반되어 나이토를 괴롭혔다. 나이토가 시트에 이마를 비비며 고통을 호소했다.
“제발, 제발, 부탁이야. 하지 말아줘…제발…….”
나이토가 자존심을 굽히고 엘시에게 매달렸다. 고작 손가락 가지고 우는 나이토가 귀여웠다. 앞으로 여기에 아빠 좆을 물고 신나게 울 텐데. 하긴, 처음은 뭐든 아프고 두려운 법이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이토가 엘시를 바라보았다. 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혹시 모르지, 아들. 네가 날 만족시켜서 너에게 자유를 줄지도. 그러니까 참아봐. 네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마음에 들면 자유롭게 해줄 테니까.”
물론 그 자유는 내가 허용한 자유지만. 그 말은 속으로 삼키고 유려하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나이토가 눈을 깜박거렸다. 눈물이 그 반동에 따라 움직여 시트에 고였다. 발갛게 물들인 얼굴로 힘없이 숨을 내쉬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그런 마음과 반대로 성기는 아플 정도로 발기되고 있었다.
“아들 상대로, 그런 조건을 거는 게 이상한 거야. 지금이라도 그만해.”
아들 상대로 왜 그러면 안 되는 걸까. 어차피 법은 어기라고 있는 것이었다. 법도 어기면서 잘살고 있는데, 이까짓 윤리나 사회적 이념을 깬다고 해서 자신이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신이 쌓아놓은 부나 권력, 명예를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이건 가족 내의 일이었으니 간섭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집에서 일하는 자들도 선을 긋고 자신들의 일만 신경 썼다. 알토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그 아이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형을 버릴 것이다. 어렸을 때야 형에게 의지했지, 지금은 형보다 아버지의 부에 기대어 신나게 놀고 있었다. 원래 사람은 그런 존재였다. 이기적이고, 치사하다.
그러나 나이토는 그렇지 못했다. 겉으로 강해 보여도 속은 푸딩처럼 쉽게 뭉개지는 아이였다.
아주 만족스러운 환경이었다.
그는 방해받지 않는 대낮에 나이토를 살짝 맛만 보았다. 나이토는 정신을 잃고 침대에 쓰러져 누웠다. 그는 눈물로 젖은 얼굴을 닦아주었다. 빛을 받은 입술이 붉게 반짝거렸다. 아침이슬을 받은 장미 같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 벌어진 입술 안에 혀를 넣자 나이토가 앓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들썩였다.
달콤했다.
*
한 번은 쉬웠고, 두 번은 더 쉬웠다. 세 번은 말할 것도 없었다. 눈만 마주치면 입을 맞추고, 몸까지 섞는 게 당연시되었다. 처음에는 반항하고, 서글프게 울던 나이토도 자신의 아래에서 반응하기 시작했다. 손이 닿으면 나이토의 눈에서 초점이 흐려졌다. 입이 벌어지면 열기와 쾌락을 머금은 신음이 나왔다. 침대, 욕실, 책상, 바닥, 등의 각종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이토의 옷을 벗겨 내부를 탐했다. 집안사람들이 일을 하러 오다가 두 사람이 섹스하는 소리에 놀라 나가는 일도 허다했다. 그걸 알면서도 엘시는 내버려 두었다.
그는 강압적이고 난폭하던 섹스의 비중을 날이 갈수록 줄여갔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굴복시키기 위해 목을 조르던 것이나 뺨을 때리는 행위가 현저히 눈에 띄게 줄어들고 나이토의 쾌감을 개발하는 섹스가 늘어났다. 입을 맞추면서 성기를 만져주는 거나, 성기를 만져주면서 구멍에 박아 넣어주는 거나, 혹은 구강성교를 시키면서 발끝으로 귀두를 만져주거나. 덤으로 유두도 빨아주고 당겨주고 꼬집어주었다. 이젠 가슴에 숨결이 닿기만 하면 나이토는 눈을 감고 쾌감에 몸을 맡겼다. 그는 나이토의 유두를 빨면서 성기를 만져주는 걸 제일 좋아했다. 나이토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렇게 해주면 나이토는 “좋아.”라고 중얼거렸다. 뽀얗고 하얀 나신을 정성껏 애무해주었다. 그 후에 그는 거침없이 성기를 찔러 넣어주었다. 어느새 남자의 성기에 맞게 조여드는 내벽이 기쁘다는 듯이 성기를 받아들였다. 나이토가 좋아하는 부위를 찔러줄 때면 목소리가 높아지고 가느다랗게 변했다. 참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가리고 흐느껴 우는 게 예뻐서 늘 손을 내리게 했다. 그러면 눈물을 가득 매단 검푸른 눈이 자신을 보았다. 저 눈엔 아버지밖에 없었다. 아들이 기억하는 레이얀 같은 건, 너무 쉽게 지울 수 있었다. 물리적으로 떨어지면 마음도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레이얀의 빈자리는 자신이 넘치도록 채워줄 수 있었다.
나이토와 몸을 섞는 횟수가 늘어지면서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잦아들었다. 처음엔 말로만 듣던 부자의 섹스에 경악했지만, 나이토가 아래에 깔려 신음을 흘리며 엘시에게 매달리자 수긍하는 눈치였다. 엘시야 원래 제정신이 아닌 주인이었으니 놀라지 않았고, 나이토도 엘시의 아들이니 따라서 제정신이 아니게 되었구나 하고 넘어갔다. 자신은 편했으나 나이토는 아니었다. 키샨이 알고, 알토가 알고, 그 후로 집에 일하는 사람들이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를 알아가게 되자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어했다. 툭하면 방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는 일이 허다했다. 좋아하는 승마나 수영도 일절 하지 않았다. 나이토가 하는 일이라곤, 집에 처박혀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혹은 반나절을 잠으로 보냈다.
나이토가 초점이 풀릴 정도로 좋다고 매달리는 건 좋았지만, 그 외의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발정하는 상대가 아버지라는 걸 납득 하지 못하는 게, 자꾸 마음에 걸렸다.
이게 짝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인 걸까. 짝사랑은 처음이라 어려웠다. 엘시는 턱을 괴고 침음했다. 그걸 보던 일릭은 혀를 차며 잔소리했다.
“넌 너무 일방적이야.”
“내가?”
담배를 피우던 엘시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얼마나 잘해주는데. 안 해준 것이 없었다. 엘시의 머릿속을 파헤치기라도 한 듯, 일릭이 마시고 있던 커피를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애 좀 풀어줘. 데이트라도 하든가. 20살 먹은 애가 맨날 집에 있으니 마음이 풀리겠어?”
“데이트라…….”
진지한 얼굴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던 엘시가 인터넷 창에 ‘데이트 명소’를 쳤다. 주르륵 나오는 명소들을 보며 엘시가 일릭을 불렀다.
“이런 데?”
일릭의 표정이 굳어졌다. 눈에 ‘한심한 새끼.’가 대놓고 떠 있었다.
“20대 남자애가 좋아할 만한 곳을 찾으라고.”
엘시는 과거를 더듬어 보았다. 제일 좋아하던 장소를 떠올린 엘시가 일릭을 보며 물었다.
“호텔?”
일릭이 팔짱을 끼고 엘시를 내려다보았다. 엘시가 태연하게 “왜?”하고 물었다.
“너 연애는 어떻게 했어?”
“잘했지. 좋은 호텔 데려가 주면 다들 좋아했어. 호텔 데려가서 꽃다발 사주고, 보석 같은 거 사주고.”
엘시가 웃었다. 엘시의 잘생긴 얼굴을 보던 일릭은 납득이 갔다. 엘시 같은 미남자가 정장 차림으로 나타나, 다정하게 꽃다발을 건네고, 호텔 방에 데려갔을 상상을 하니 자기 같아도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나이토는 그의 아들이었고, 남자였고, 18살 어린 애였다. 일릭은 팔짱을 끼고 엘시를 지그시 보다가 입을 열었다.
“호텔로 불러서 야경 보여주는 건 어때. 예쁘잖아.”
“야경은 집에서도 실컷 봐. 섹스하면서 맨날 같이 보니까.”
저질적인 발언에 일릭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아무리 친구라도 말은 가려서 하지?”
엘시는 턱을 괴고 우아하게 웃었다. 얄미운 미소였다. 저런 자에게 꼼짝없이 잡혀 시달리는 나이토가 아주 약간 불쌍했다.
일릭은 엘시의 널찍한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양손을 올리고 고개를 숙였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애절한 연인으로 착각할 자세였다. 엘시는 정색하며 일릭의 얼굴을 밀쳤다. 단순히 민 행위에 불과했지만, 거의 뺨 맞은 것 같은 충격이 전해졌다. 일릭은 뺨을 만지작거리며 투덜거렸다.
“야경이나 보면서 식사도 하고 그래.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적당히 마음 풀어주고 호텔 데려가서 같이 놀아. 놀이공원 같은 데도 가주고. 20대 남자가 좋아할 만한 걸 해 줘.”
“응.”
일릭은 단호하게 말했다.
“또 꼴린다고 박지 말고.”
일릭에게 혼난 엘시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슬며시 돌렸다. 그의 자색 눈에 각종 색으로 물든 도시가 담겼다.
*
일은 그리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일릭의 조언대로 레스토랑에서 오붓하게 식사도 하고, 호텔에 데려가서 야경을 보면서 도란도란 마음의 정을 나눠볼 생각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일이 터지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나이토가 사무실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갈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일을 처리하고 왔을 때, 나이토는 엘시의 사무실 소파에 앉아 야경을 보고 있었다. 엘시가 들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나이토가 몸을 일으켰다.
“예쁘게 입고 왔네.”
들고 있던 서류 뭉치를 건성으로 책상에 던진 엘시는 곧장 걸어가, 허리에 팔을 감았다. 나이토가 상체를 밀어냈다.
“여기 아버지 직장이잖아요.”
“그게 뭐.”
나이토가 상식은 진작 갖다 버린 엘시의 뻔뻔한 태도에 입을 다물었다. 그는 나이토의 턱을 잡아 올렸다. 말없이 입을 맞추었다. 나이토는 습관처럼 손을 들어 아버지 어깨에 올렸다. 나이토의 허리를 잡아 안으로 당겼다. 상체가 밀착하며 하반신이 닿았다. 서로의 타액이 혀를 통해 교환되었다. 엘시는 나이토의 입안을 제 것처럼 누비며 손을 내려 엉덩이를 잡았다. 나이토가 눈을 감고 움찔거렸다. 양손으로 엉덩이를 잡고 음란하게 만지작거린 그가 입술을 떼어내며 속삭였다.
“더 좋지 않아? 해서는 안 될 장소에서 하는 기분.”
나이토는 대답이 없었다. 나이토를 안아 책상으로 데려갔다. 의자를 빼낸 엘시는 거드름을 피우며 앉고, 다리 사이에 나이토를 앉혔다. 나이토가 체념한 듯 손을 들어 엘시의 버클을 만지자, 엘시가 손등을 찰싹 때렸다. 그는 나이토의 둥근 머리를 잡고 가랑이로 당겼다.
“입으로 해.”
“입으로…?”
나이토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구멍이 헐렁할 정도로 박아줬는데 아직도 순진했다. 그는 나이토의 턱을 잡아 아래로 당기며 나긋하게 명령했다.
“입으로 바지 버클을 풀고, 좆을 꺼내서 삼키란 얘기야.”
“왜 그렇게 해야 하는데요?”
욱한 나이토가 신경질적으로 되물었다.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 척하던 엘시가 구둣발로 아들의 성기를 눌렀다. 나이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며 굳어졌다.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입 다물고 빨리 빨아.”
구둣발로 바지 안에 있는 성기를 꾹꾹 눌러 자극하자 나이토가 고개를 숙이고 신음을 흘렸다. 허벅지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나이토의 손이 긴장했는지 미끄러졌다. 바닥에 손을 짚은 나이토가 헐떡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눈가만 발갛게 달아올라, 눈물을 매달고 있는 게 심각하게 마음에 들었다.
“잘했잖아. 이제 와서 왜 그래?”
엘시가 뺨을 부드럽게 만져주자 나이토가 손바닥에 뺨을 기댔다. 그 상태에서 눈을 감았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손바닥에 순종적으로 뺨을 댄 나이토의 모습에 그는 미약하게 신음을 흘렸다. 나이토는 눈을 떠서 엘시를 멍하니 쳐다보더니, 무릎으로 기어와 고개를 숙였다. 통유리 창문으로 들어온 밤바다 빛이 나이토의 몸을 적셨다. 긴 앞머리가 흘러내려 나이토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엘시는 인상을 쓰며 나이토의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보기 좋은 이마와 날렵한 콧날, 팔락거리는 긴 속눈썹이 보였다. 나이토는 끙끙거리며 단추를 풀었다. 입술을 움직여 지퍼를 내린 다음, 이로 드로즈를 물어 내렸다. 그러자 발기한 성기가 기다렸다는 듯 툭, 불거져 나왔다. 나이토는 눈을 감고서 입을 벌려 성기를 천천히 삼켰다. 볼이 오목하게 들어갔다. 힘을 주어 성기를 빨아들이고 있는 탓이었다.
“잘하고 있어.”
엘시의 칭찬에 나이토가 눈을 들어 올렸다. 아직 이성이 남은 흑청색 눈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순종하는 척하면서도 여전히 심지를 굽히지 않는 아들의 이중적인 면모에 그는 유쾌하게 웃었다.
적어도 한 번은 도망가겠군.
나이토의 입에서 예열되는 흥분 속에서 그는 냉철하게 생각했다. 만약에 도망간다면, 우선은 풀어줄까. 그 후에 잡아온 뒤, 확실하게 성격을 꺾어줘도 늦지 않을 거 같았다. 지금은 나이토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었다. 나이토가 정신을 놓을 정도로 피폐해지는 건, 자신도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약과 술에 절여진 인간은 딱 질색이었다.
있는 대로 턱을 벌렸지만 엘시의 성기를 삼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나이토가 반 정도 물고 숨을 헐떡거리자, 엘시는 머리채를 잡고 앞으로 당겼다. 나이토가 성기를 문 채, 기침을 쿨럭였다. 뜨거운 숨이 성기를 감싸 아찔했다. 눈을 반쯤 감고 나른하게 웃던 엘시는 머리채를 꽉 잡고서 허리를 쳐올렸다. 엘시의 양쪽 허벅지를 잡은 나이토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유일하게 잡을 곳이 거기뿐이라는 듯, 애타게 잡고서 눈물을 흘렸다. 그 와중에도 착실하게 펠라를 배운 탓에 입에 힘을 주고 성기를 쭉쭉 빨았다. 천성적인 기질이 있었다. 이런 예쁜 몸을 가지고 레이얀의 구멍에 박아댄 나이토가 괘씸했다.
“흐으, 흡, 읍….”
나이토가 계속해서 여린 점막을 달구는 성기 때문에 상체를 비틀었다. 자세 때문에 뿌리까지 삽입이 안 되자 엘시는 몸을 일으켰다. 성기가 목젖을 단숨에 찔렀다. 나이토의 눈이 커지며 바지를 세게 움켜잡았다. 엘시는 부드러운 눈으로 나이토를 바라보며 웃었다. 철저하게 이성적인 엘시와 대조적으로 나이토는 바닥에 무릎을 댄 채, 조금씩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숨이 막힌 탓인지 바지를 잡은 손에서 힘이 빠지고 있었다. 목을 조이지 않아도, 두꺼운 성기가 입안에 들어차 숨을 조이고 있었다. 힘을 잃은 나이토를 대신해서 그는 머리채를 잡고 허리를 움직였다. 눈을 감고, 아들의 혓바닥에 성기를 세차게 비볐다. 나이토가 성기를 문 채 고개를 저었다. 빼달라는 의미였다.
“흐읍……!”
성기를 결국 끝까지 밀어 넣었다. 나이토가 컥, 컥 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다가 손을 축 늘어뜨렸다. 눈꺼풀이 뒤집히며 흰자가 보이고 있었다. 엘시가 허리를 뒤로 물리자 나이토가 살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틀었다. 성기가 옆으로 틀어지며, 나이토의 볼을 쿡 찔렀다. 큼직한 알사탕을 문 것처럼 볼이 부풀었다. 두툼한 귀두로 탄탄한 볼 쪽 점막을 찌르던 엘시가 자세를 바로 하고, 곧장 찔러 넣었다. 목구멍에 성기를 처박았다. 나이토가 ‘큭, 크흡……’하며 신음했다. 고였던 타액이 주르륵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졌다.
엘시가 드디어 사정을 하고 천천히 뒤로 물러나자, 나이토가 목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헉, 흑, 아, 아아, 흐윽……헉…….”
바닥에 뿌연 정액이 고였다. 그걸 구두로 짓밟은 엘시는 나이토의 겨드랑이에 두 손을 꽂고, 일으켜 세웠다. 책상에 손을 짚고 허리를 엎드리게 했다. 나이토가 울음을 터트리며 중얼거렸다.
“거칠게 안 한다고…하셨잖아요.”
“이게 뭐가 거칠어.”
그는 나이토가 입고 온 바지와 속옷을 동시에 벗겨 내리고, 두툼한 귀두를 메마른 입구에 비볐다.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촘촘하게 있는 주름만 미끈하게 펴고 있었다. 이상야릇한 쾌감에 나이토가 손등을 깨물었다.
“네가 진짜 거친 걸 모르는구나. 거친 건 말이야, 이런 거야.”
농담을 건네듯 부드럽게 속삭인 그가 구멍에 대고 즉각 찔러 넣었다. 풀어주지 않은 입구를 두툼한 성기가 누르며 들어오자 나이토가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작살이 꽂힌 것처럼 아팠다. 몸이 두 개로 갈라지는 통증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보고자 다리를 미세하게 벌렸으나 고통은 옅어지지 않았다. 나이토의 상체가 완전히 책상에 무너졌다. 엘시가 가지고 온 서류가 이리저리 흩어졌다. 인상을 살짝 찌푸린 엘시는 성기를 잡아먹을 듯 조이는 엉덩이를 노려보았다. 하얀 엉덩이가 경직되어 있었다. 부드러운 허벅지도 근육이 팽창해 딱딱했다. 손끝을 세워 살결을 은근하게 매만지던 그는 엉덩이를 벌렸다. 흉기 같은 성기를 힘겹게 삼키고 있는 구멍이 보였다. 붉게 부어오른 구멍을 엄지로 매만지자 나이토가 예쁜 목소리로 울었다.
“아파…….”
“정말 아프기만 해?”
엘시가 소리 내서 웃으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아직 반밖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무리해서 다 넣을 생각은 없었다. 아주 천천히, 자신의 성기에 맞게 길을 낼 생각이었다. 이 몸은 그럴 가치가 있었다. 엘시는 아들의 손에 깍지를 끼고 허리를 느긋하게 움직였다. 아무것도 쥘 게 없는 나이토는 손톱을 세워 책상을 긁었다. 손톱 밑 여린 살이 다칠까 봐 걱정이 된 그는 손목을 잡아 등에 고정시켰다. 두 손 모두 엘시에게 잡혔다.
“부드럽게 해줄게.”
엘시가 아들의 귀에 대고 나긋하게 속삭였다. 나이토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정말이냐고 묻는 듯한 순진무구한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짧게 웃은 그는 짭짤한 맛이 나는 뺨에 키스했다. 나이토가 눈을 감고 “아아…….”하고 신음했다. 흘러나가는 신음이 아까워 성기를 깊숙이 묻은 채 키스했다. 내벽이 꿈틀거리며 성기를 꽉꽉 조였다. 혀를 넣어 아들의 입안에 짜릿함을 안겨준 그가 뒤로 물러났다. 다리를 벌려 좀 더 편하게 성기를 넣고, 손목을 느슨하게 잡았다. 워낙 피부가 약해서 조금만 세게 때리거나, 잡아도 멍이 남았다. 허벅지 안쪽은 늘 크고 작은 멍과 상처가 있었다. 모두 자신의 흔적이었다.
“넌 그냥 울면 돼. 알았어?”
“아, 아……! 흐응…더 세게……아…….”
“더 세게 해 줘?”
“네…….”
나이토가 쾌감에 쫓겨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대답했다. 노곤하게 풀린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사랑스러웠다. 짝사랑의 결실을 드디어 찾은 것 같았다. 그는 기분 좋게 웃으며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였다. 나이토가 아프지 않게, 선명한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했다. 내벽이 찌걱거리며 빠듯하게 열렸다. 성기로 쫀득하게 조이는 내벽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왜 이제 왔냐면서 꾸짖는 듯한 조임이었다.
이보다 더 완벽한 피조물이 있을까. 엘시는 나른한 숨을 뱉어내며, 허리를 움직였다. 처음에는 부드럽고 농밀하던 움직임이 시간이 흐를수록 본능적으로 변했다. 정신 차려보니 성기가 뿌리가 안 보일 정도로 깊게 들어가 있었다. 나이토가 찰싹하고 달라붙는 고환에 흠칫 놀라는 게 보였다. 깍지 낀 손을 풀어 눈물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었다. 한없이 사랑스러운 얼굴이었다. 입을 맞추고 싶은 입술이 달싹거리며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 이제 그만…….”
애달프게 울면서 그만해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아직 사정도 하지 못했다. 그는 피식 웃으며 성기를 움직여 아들이 느끼는 부위를 자극했다. 나이토의 눈빛이 흔들리는 추처럼 정신없이 움직였다.
“정말 그만해?”
“하지만, 여긴…….”
사무실이라는 게 무척 신경 쓰인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집에서도 사람이 언제 올지 모른다며 늘 초조해했다. 그런 나이토를 눕혀놓고 박아대는 재미가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흐트러진 서류로 장식된 책상에 엎드리고 누워, 엉덩이만 벌거벗은 채 언제 사람들이 들어올지 몰라 긴장했다. 엘시는 나이토의 귀를 깨물었다. 깨물기 위해 허리를 숙이다 보니 연결된 부위가 깊어졌다. 나이토가 서류를 꽉 잡았다. 서류가 구겨졌다.
“걱정 마. 문 잠궜으니까.”
“정말?”
나이토가 물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들어올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직원들은 퇴근하고 남을 시간이었다.
“괜찮아. 안 들어와.”
다정하게 말하며 귀를 핥아주는데, 엘시의 거짓말을 증명해주기라도 하는 듯 문이 활짝 열렸다. 나이토와 엘시 둘 다 굳었다. 나이토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들어온 사람들은 일릭과 다른 직원들이었다. 가장 먼저 둘의 섹스 장면을 목격한 일릭이 눈치 빠르게 문을 닫고, 다른 사람들을 보냈다.
그러나 나이토는 찰나의 시간에 일릭과 눈이 마주쳤다. 나이토가 충격을 먹고 들썩거리는 게 느껴졌다. 어깨가 잘게 떨리고, 등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엘시는 나이토의 눈을 가렸다. 손바닥 안에 나이토의 눈물이 느껴졌다. 나이토가 소리도 못 내고, 수치심에 떨며 울고 있었다. 턱에 힘이 들어간 게 보였다. 입술이 달싹거리며 소리 없이 엘시를 부르고 있었다.
엘시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병신 같은 짓이나 하다니. 아들 때문에 정신이 팔렸다.
잘 쓰지도 않던 욕을 중얼거린 엘시는 나이토의 눈을 가린 손을 거두었다. 나이토가 상처받은 얼굴로 서럽게 울고 있었다. 흥이 깨져버렸다. 엘시는 삽입된 성기를 빼내고, 바지를 추스려 입었다. 나이토 옷을 입혀주려는데, 나이토가 떨리는 손을 뻗어 흘러내린 바지를 잡았다.
“내가…입을 거야.”
“나이토.”
엘시가 나이토 이름을 부르며 끌어당겨 안았다. 나이토가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냈다. 그는 나이토 눈가에 쪼듯이 키스하며 달랬다.
“아무것도 못 봤어. 걱정 안 해도 돼.”
나이토가 엘시 품에 안겨 가만히 있었다. 한숨을 내쉰 나이토는 피곤한 듯, 엘시의 상체에 몸을 기댔다. 그는 나이토 뺨을 감싸고 키스했다. 각도를 틀어가며 입술을 빨아주는 키스에 나이토가 훌쩍거렸다. 키스가 끝나자 타액이 연결되어 허공에 드러났다. 혀로 연결을 끊어낸 나이토가 엘시의 어깨를 잡고 매달리며 말했다.
“그걸 어떻게 믿어?”
“너한테 해가는 일은 없게 할 거야.”
그는 부어오른 입술에 쪽, 키스하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
나이토는 포기한 듯 눈을 감았다. 나이토의 뺨을 양손으로 감싸 쥐고 키스했다. 아버지의 목에 팔을 두른 나이토가 입술을 맞댄 채 중얼거렸다. 끝이 흐릿하고, 불분명한 의사를 확실히 들은 엘시는 아들을 세게 안았다.
그는 자세를 바꿔 나이토를 의자에 앉히고,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 나이토가 엘시의 팔뚝을 잡았다. 팔뚝을 애타게 잡는 손길이 너무 좋아, 엘시는 흥분하여 더욱 격렬하게 키스했다. 섹스와 다름없는 격렬한 키스를 하는 두 사람을, 결코 저물지 않을 빛이 감싸 안았다.
*
기어코 아들은 자신을 찌르고 도망갔다. 못 쫓아오게 하려는 치밀함도 보였다. 차에서 알토와나이토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던 엘시는 피식 웃으며 이어폰을 빼냈다. 나이토에게 찔린 배가 아프긴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적어도 나이토가 자신을 죽일 생각은 없다는 걸 알아냈다. 정말 증오만 남았다면, 미친 사람처럼 칼로 온몸을 난자했을 테지만 나이토에겐 분명히 머뭇거림이 있었다. 나이토는 자신이 죽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엘시를 무척 행복하게 만들었다. 자신을 향한 얇은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창백해진 얼굴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엘시를 미친 사람 보듯 쳐다보던 일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알토까지 두고 도망갈 줄 몰랐는데. 나이토가 알토 아끼는 거 아니었어?”
나이토는 알토까지 찌를 수 없어서 수면제를 빼돌려, 알토에게 먹이고 도망갔다. 자신도 제대로 못 찌르더니, 동생한테도 한없이 물렀다. 쓸데없이 정이 많은 아이였다. 그 많은 정이 나이토의 발목을 잡고 있었으나, 본인만 모르고 있었다.
“아끼니까 저 정도로 끝낸 거지. 진짜 독한 놈들은 가족이고 뭐고 없어. 다 죽이지.”
덤덤하게 대답한 엘시는 태블릿 PC를 만졌다. 엘시가 수술을 받고, 누워있는 동안 모든 일들을 처리한 게 일릭과 또 다른 사람들이었다. 엘시의 말대로 미리 별장 주변에 사람들을 대기시켜 놓았다. 갑작스레 나가는 차를 확인한 사람 중 한 명이 일릭에게 연락했고, 그는 곧장 사람들을 풀어 그 차를 쫓아가게 만들었다. 그곳에서 알토가 정신을 잃은 걸 발견했다. 알토는 큰 이상이 없었다. 엘시도 찔린 후, 응급처치를 잘했고 곧바로 아랫사람을 불러 병원으로 이동했기에 무사히 살아났다.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있던 일릭은 담뱃갑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차마 병실이라 담배 피우기가 그랬던 그는 필터만 질겅질겅 물고 있었다. 태블릿 PC로 확인을 마친 엘시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입에 들린 담배를 본 엘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담배는 나가서 피워.”
“안 피워. 물고 있는 거야.”
시니컬하게 중얼거린 일릭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엘시의 허벅지 언저리에 있는 이불을 끌어올려 상체에 덮어주었다. 엄청난 근육이 이불에 가려졌다.
“얼마나 풀어줄 거야.”
일릭의 물음에 엘시는 상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한 달? 그 정도면 자기도 나름 정리하겠지.”
“한 달 동안 애 하나 쫓아다니라고?”
“대신 돈 많이 주잖아.”
엘시는 그만하라는 듯, 입술에 검지를 댔다. 일릭이 입을 다물자 엘시가 손을 내렸다. 엘시는 약 기운에 나른한 눈을 깜박거리며 말했다.
“잘 지켜봐.”
“무슨 행동을 하면 널 부를까.”
일릭이 물었다. 엘시는 잠시의 고민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딴 새끼랑 자려고 할 때.”
정확히 한 달이 되기 며칠 전, 그는 헬기를 타고 나이토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단숨에 도착한 엘시는 차에 앉아 나이토의 행동반경을 일일이 확인했다. 나이토는 머리를 염색하고, 크리스란 가명을 사용하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건설현장에서 노동을 하는 나이토는 그곳에서도 빛이 났다. 얼굴이 워낙 잘생긴 이유도 있었지만, 엘시와 있을 때보다 마음이 편해졌는지 눈빛이 부드러웠다. 엘시와 있을 때는 울거나, 화내거나, 체념한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저렇게 마음 놓고 누군가와 얘기하는 건,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
그는 거리는 가깝지만, 마음은 먼 이곳에서 나이토를 보며 여유롭게 주먹을 쥐었다. 아들이 원한다면, 즐겁다면 적당히 풀어줄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과 잠만 자지 않으면 됐다.
엘시가 차에서 몸을 일으키게 된 것은 나이토가 다른 남자와 모텔에 들어간 걸 발견했을 때였다. 담배를 피우며 창을 내리고 그곳만 노려보던 엘시는 담배를 반 접어서 비벼 끄고, 차에서 나왔다. 엘시를 따라 경호원들이 내렸다. 카운터에 가자마자 돈뭉치를 건넸다. 직원이 나이토가 들어간 방을 알려주었다.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동안, 엘시는 고조되는 쾌감에 주먹을 쥐었다.
저 가벼운 엉덩이를 어떻게 혼내줘야 할까. 다리를 부러뜨려서 좆만 처먹여줄까, 팔다리를 모조리 부러뜨려서 아무것도 못 하게 해줄까. 정말 힘줄을 잘라버릴까. 여러 가지 고민을 하던 엘시는 문고리에 손을 댔다. 문이 잠겨 있었다. 엘시는 컨터의 어깨를 한 번 잡은 뒤, 속삭였다.
“네가 문을 열어. 아래에서 기다릴 테니까.”
“도련님과 같이 들어간 분은 어떻게 할까요?”
“적당히 패서 돌려보내.”
“안 죽이시는 겁니까.”
컨터가 물었다. 엘시는 질 나쁜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컨터의 어깨를 토닥여주더니, 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일 시끄럽게 만들지 마.”
엘시는 긴 다리로 금세 계단을 내려왔다.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피는데, 나이토가 절뚝거리며 뛰어가는 게 보였다. 사냥꾼에게 쫓기는 토끼 같았다. 총구가 자신의 등에 향해져 있는지도 모르고 살기 위해 발악하는 토끼. 엘시는 모든 승기를 잡고 있는 완벽한 사냥꾼이었다. 긴장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는 유쾌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서 나이토를 잡으러 갔다.
“여기 있었네, 우리 아들.”
교통경찰에게 잡혀있는 나이토의 뒤에 다가가 다정하게 말했다. 그는 사지에 몰린 사람처럼 오들오들 떠는 나이토를 안았다. 경찰에게 신분증을 보여준 뒤, 아들을 잡아 모텔로 돌아왔다. 나이토의 발목을 아예 조져버릴 작정이었다. 감히 아버지한테 발정하고 있으면서 다른 남자와 자려 했던 사실이 용서가 되지 않았다. 발목을 여러 번 구두로 밟았다. 나이토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재갈이 물린 입은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엘시는 나른한 숨을 내뱉으며 쇠파이프로 여러 번, 일부러 힘을 줘서 밟은 발목을 꾹 눌렀다. 나이토가 꽉 막힌 소리를 내며 움찔거렸다.
“네가 잘 대답하면 안 할 수도 있어. 알겠어?”
나이토가 흐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이토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담배를 물자 컨터가 다가와 불을 붙여주었다. 알렉스가 나이토의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하얗게 질린 얼굴이 고통으로 물들어 일그러져 있었다.
“일부러 풀어주고, 잡아오는 게 힘든 일이지만 이것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지. 그래야 두 번 다시 도망갈 생각을 못 하거든. 사람이라는 게, 못 일어날 정도로 밟히면 그다음은 알아서 기더라고. 내가 수없이 해봐서 잘 아는데, 과연 내 아들도 그럴까?”
이미 나이토는 엘시에게 겁을 잔뜩 먹은 상태였다. 강한 척 보여도 내부는 약간의 충격에도 부서질 정도로 연약했다.
나이토의 분노는 오래가지 못했다. 화를 참지 못해 욕을 지껄이고, 주먹질을 해도 늘 끝은 엘시의 승리였다. 6년간 그랬다. 절정으로 치닫는 분노는 이제 조금씩 사그라질 것이다. 6년 동안 몇 번이나 거듭되어온 과정을 잘 알기에 엘시는 느긋했다.
“아버지 생각하면서 자위한 적 있어?”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대놓고 물어봤다. 나이토가 눈을 질끈 감았다. 부정을 못 하는 얼굴이었다. 내부에 똬리를 틀고 있던 분노가 옅어졌다.
“다시 물어볼게. 아버지 생각하면서 자위한 적 있어? 그건 부족했을 텐데. 내가 넣어주기만 하면 좋아서 우는 너였으니까. 앞으로 만지는 걸로 부족해서, 뒤도 자기가 쑤셨겠지? 안 그래?”
떨림이 거세졌다. 긍정이나 다름없었다. 입가에 미소를 덧그린 엘시가 말했다.
“나를 닮아서 흑발인 게 마음에 들었는데, 염색해버렸네. 걱정 마. 집에 돌아가면 다시 흑발로 염색해줄게.”
손바닥에 비벼지는 머리가 예전처럼 부드럽지 않다는 게 불만이었다. 강아지를 만지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는데. 속으로 중얼거리던 엘시는 쇠파이프를 들어 올렸다. 확실하게 아들의 내부를 쑤셔줄 때가 되었다.
“자, 아들. 아버지는 인내심이 없어. 그래도 너에게 세 번은 물어봐 줄게.”
다친 발목으로 다가가자 나이토가 울음을 터트렸다. 재갈을 물고 있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 인정하게 됐어? 아버지한테 발정하고 있다는 걸.”
나이토는 인정하지 않았다. 몸은 인정했으면서, 마음만은 줄 수 없다는 듯 개소리를 지껄였다. 아버지처럼 살 수 없다는 말을 내뱉는 요망한 입술을 삼켰다. 자신의 손이 닿는 족족 신음을 흘리고, 좋다고 흐느껴 울면서. 더 세게 해달라고 조르는 주제에 인정을 못 하는 게 우스웠다.
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순순히 인정하고 체념하며 살기보단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깨닫고 스스로 굴복하는 것도 보기 좋을 것 같았다. 나이토가 즐겨 하는 게임과 같았다. 한 스테이지를 공략해 나가는 성취감. 끝내 최종 보스를 쓰러트린 쾌감. 그것을 나이토를 통해 느꼈다. 이 게임의 최종보스는 나이토의 사랑이었다.
나이토는 다친 발목이 신경 쓰이지도 않는지, 쑤셔줄 때마다 진심으로 좋아서 울었다. 예민한 몸이었다. 엘시의 숨소리만 들어도 허벅지가 움찔거렸다. 뒤로 넣어야 느끼는 몸이 되어버린 나이토의 몸을 쓸어 만지며 그는 성기를 거침없이 박았다. 주름을 귀두로 펴고 들어가, 원하는 부분을 팍 찔러주자 나이토가 어깨를 잡고 뒷목을 젖혔다. 팽팽해진 목이 무척 탐스러워 보였다. 엘시는 나이토의 목을 잘근잘근 씹었다.
“아, 좋아……아아!”
늘어진 상체를 안아 올려 허벅지에 앉혔다. 깊숙이 들어온 성기에 나이토의 동공이 풀렸다. 입을 벌려 헐떡이던 나이토가 엘시의 목에 팔을 두르더니,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하아, 하아……앗, 거긴…….”
엘시가 나이토의 분홍색 유두를 잡아 비틀었다. 엄지로 꾹 눌러주다가 살살 긁어주자 내부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사랑한다고 말해봐.”
나이토가 정신이 나갔을 때, 그 말을 듣고 싶었다. 처음엔 말하지 않았다. 나이토의 허리를 잡고, 밑에서 박아 넣으면서 내리눌렀다. 나이토가 한계치를 초과한 쾌감에 어깨를 잡은 손을 세웠다. 나이토는 엘시의 널찍한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서 엉엉 울었다.
결국 나이토는 이 지옥 같은 쾌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 사랑……사랑해……아!”
“기분 좋은데.”
피식 웃은 엘시는 나이토의 뺨에 키스하며 작게 속삭였다.
“다음엔 네가 나한테 먼저 해. 그럼 정말로 소중하게 대해줄게. 너만 사랑해줄게. 아프지 않게 해줄게. 알았지?”
나이토가 몽롱한 얼굴을 하더니 힘없이 대답했다.
“응…….”
아버지라…… 애틋한 단어를 곱씹던 엘시는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
스테이지 공략은 어려운 듯 보이면서 너무 쉬웠다. 하지만 더 아슬아슬하면, 안 될 거 같았다.
아들이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미쳤다. 아들의 말대로 미쳐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
사랑한다고 말해봐.
그 말은 주문처럼 나이토의 뇌리에 박혔고, 기가 막힌 때 사용했다. 레이얀의 다리가 부러져 묶여있을 때, 자신의 분노가 극에 달해있을 때, 나이토는 사랑한다는 말로 자신을 사르르 녹여버렸다. 소중하게 대해준다고 말했는데 그만 정신을 놓고 아들의 몸을 정신없이 탐해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땐, 레이얀이 절망에 퐁당 빠진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엘시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다. 레이얀의 분노가, 체념이, 추락이 이리도 기분 좋다는 걸 간만에 깨달았다.
그는 기절한 나이토의 다리를 벌려 자신과 연결된 부위를 보여주었다. 정액으로 엉망이 된 구멍이 빠끔거리는 게 레이얀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거대한 성기가 비좁은 구멍을 느릿하게 들락날락거리며 길을 내고 있었다. 기둥을 타고 정액이 흘러내려 음모와 고환에 닿았다. 거품이 퐁, 하고 생겨나더니 성기가 안으로 파고들자 사라졌다. 그걸 본 한 남자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사타구니가 아파오는 듯, 그가 다리를 꼬았다. 어떤 놈은 대놓고 자위를 하고 있었다. 다른 놈은 못 참겠다는 듯 밖으로 나가버렸다. 시멘트 바닥을 세게 두들기는 구두 소리도 들렸다.
“꼴려?”
엘시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나이토의 고개가 축 늘어져 힘없이 흔들렸다. 그는 삽입을 풀고, 나이토를 안아 올려 구멍을 벌려 안을 보여주었다. 정액이 후드득 바닥으로 떨어져 고였다.
“나이토는 내 아들이라 내 좆만 좋아해.”
나이토가 깨어나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냐고 뺨을 후려쳐도 할 말이 없는 행동이었으나, 엘시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나이토의 다리를 더 활짝 벌리게 해서 구멍을 보여주고, 그 안에 손가락 네 개를 찔러 넣었다. 흐물흐물 풀린 구멍이 손가락 네 개를 맛있게 받아들였다. 푹, 푹 소리가 나게끔 손가락을 찔러 넣자 하얀 몸이 움찔거렸다. 나이토 입에서 희미한 신음소리가 나왔다.
“귀여워 죽겠네. 너도 그래? 너도 내 아들이 귀여워서 박은 거야?”
일부러 아들이라는 소리를 고집하며 자극하자 레이얀이 눈을 치켜떴다. 얼굴은 참 보기 좋은 애였으나 지금은 망측하기 그지없었다.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눈꺼풀도 찢어져서 피가 흘러내렸고, 머리도 찢어져 금발이 갈색으로 변해있었다.
자신에게 얻어맞아 부어오른 얼굴을 보며 엘시는 고의적으로 소리 내서 웃었다. 레이얀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갔다. 구멍에서 손가락을 빼낸 엘시가 정액을 보여주었다. 얼마나 안에 쌌는지 손가락으로 긁어내려도 정액이 남아있었다. 여자거나, 임신할 수 있는 남자였다면 진작 임신해 애를 줄줄이 낳을 정도로 질펀한 양이었다.
“넌 아들 아니었으면 내 손에 진작 죽었어. 고마워하라고.”
승리한 사람처럼 크게 소리 내서 웃은 엘시가 나이토를 엎드리게 하고, 보란 듯이 허벅지에 흘러내린 정액을 귀두로 쓸어 모아 박았다. 나이토가 정신을 잃은 와중에도 괴로운지 손끝을 움찔거렸다. 두 손을 모아 등 뒤에 고정시켰다. 엉덩이만 들게 해서 퍽, 퍽 박았다.
상체가 밀릴 정도로 찔러 넣으니 나이토가 잠시 정신을 차렸다. 힘겹게 눈을 뜬 나이토가 앞에 있는 레이얀을 보더니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손등에 이마를 댔다. 방금 전처럼 머리채를 잡아 올려 두 사람을 마주 보게 하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나이토가 정말 정신을 놓아버릴 것 같아 참았다. 나이토가 지금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애인 앞에서 아버지와 섹스하는 아들이라……. 아버지에게 빠져버린 아들은 그나마 남은 양심으로 애인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를 선택하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영화로 만들어도 참 재밌을 것이라고, 그러나 현실이 더 유쾌하게 재밌었다. 가볍게 이 상황을 넘긴 엘시는 아들의 내부를 탐닉했다.
레이얀의 절규가 음습하고 어두운 지하실에 울려 퍼졌으나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지하실을 채운 사람들의 시선은 한 곳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벌이는 라이브 섹스인데도, 그들은 침을 꿀꺽꿀꺽 삼키며 벌떡 선 좆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회장의 아들이니 건드릴 수 없어서, 그저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섹스 관람에 집중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기한 광경이었다.
오로지 이 안에서 고통스러운 건, 레이얀이었다. 레이얀의 정신이 깨져서, 도저히 회복이 안 될 정도로 망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절망은 다수의 행복에 비해 너무 작고 약소해서 신경 쓸 소재도 안 되었다.
사람 한 명 미쳐서 죽는다고 한들,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은 고작 한 줄 뉴스에 불과했다.
*
몸이 회복된 레이얀은 유학을 떠났다. 아마 라이사포네의 뜻이 완강했을 것이다. 아이작은 이제 망했으니, 남은 자식들만이라도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서둘러 유학을 진행한 것 같았다. 이럴 때는 눈치가 빠른 라이사포네 덕분에 엘시는 마음 편하게 나이토와 연애를 즐길 수 있었다. 나이토는 자신을 선택했으면서, 버린 애인이 걸렸는지 레이얀 얘기나 레이얀이 있을 법한 장소를 떠올리면 안절부절못했다. 쓸데없이 유약했으나, 그런 점 때문에 자신에게 길들여지고 끌려온 걸 알기에 내버려 두었다. 나이토가 정신적으로 약해질 때마다 파고들듯 안겨오는 게 무척 좋았기 때문이다. 간혹 키스를 먼저 해놓고 부끄러운지 볼을 붉히고 품에 파고드는 게 귀여웠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마음이 풀리는지, 어깨에 뺨을 대고 눈을 감고 있는 것도 사랑스러웠다. 가끔이지만, 출근할 때 발꿈치를 들고 키스해주었다. 완벽한 연인의 자세였다. 나이토의 허리에 팔을 감고 세게 잡아당기면, 애틋하게 신음을 흘리는 것이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이 맛에 하드코어 게임을 하는 것일까. 엘시는 목에 팔을 두르고 키스를 하는 나이토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나이토가 붉어진 얼굴로 헐떡거렸다. 요동치는 검푸른 바다가 보였다. 그 안에 풍덩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신이 보였다.
그 안에 빠져서, 계속 빨려 들어가서, 시체조차 못 찾을 정도로 함락되고 싶었다.
침대 헤드에 상체를 기대고, 비스듬히 앉아서 나이토의 허리를 잡고 있던 엘시는 몸을 돌려 아들을 눕혔다. 아들의 검은 머리가 하얀 시트에 흩뿌려졌다. 유독 볼이 발그레한 얼굴이 검은 머리 덕분에 잘 보였다. 입술을 달싹거리던 나이토가 눈을 느리게 이리저리 돌리더니, 엘시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며 말했다.
“무슨 생각해?”
“네 생각.”
단답형으로 대답한 엘시는 푸른 핏줄이 비치는 하얀 손을 잡았다. 그 위에 천천히 입술을 내렸다. 약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땅에 추락하는 꽃잎처럼 아주 느리게 손등 위로 입술이 닿았다. 살포시 닿은 채로 입술 끝을 올려 웃는 엘시의 모습을 보던 나이토가 눈을 돌렸다. 볼이 아까보다 더 붉었다.
그 뺨을 엄지로 문질렀다. 붉은 염료가 묻어나올 것 같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붉었는데 묻어나오는 건 아들의 체온밖에 없었다. 체취도 흠뻑 묻어나온 손바닥을 응시하던 엘시가 고개를 숙여, 나이토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오늘따라 약하게 구는 아버지가 걱정이 되었는지, 나이토가 머뭇거리다가 그를 끌어안았다.
엘시는 나이토의 품에 안긴 채, 피식 웃었다. 이런 점이 참 좋았다. 날을 세우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눈치를 보며 손을 내밀어주는 것이.
자신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아들을 잔혹하게 대해야 했다는 점에서 일말의 후회가 없었다. 좀 더 빠르게 손을 쓰지 못했다는 점이 아주 약간이나마 후회가 되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자색 눈으로 아들의 목과 어깨를 훑었다. 그는 느긋하게 고개를 들어올려, 자신의 팔뚝에 갇힌 아들을 내려다보았다. 엘시의 셔츠를 입고, 흐트러진 자세로 누워있는 것뿐인데 그 자체로 야릇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줄래?”
엘시가 부드럽게 요청했다. 나이토는 아버지만 빤히 보더니, 눈을 내리깔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사랑해요.”
“한 번 더 말해줘. 사랑한다고…….”
엘시가 애타는 듯한 목소리로 조르듯 말하자, 나이토가 눈을 슬쩍 돌렸다. 부끄러운 것인지, 아직도 약간의 여지를 두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묘하게 불쾌해져서 눈을 가늘게 뜨고 물끄러미 보는데, 나이토는 기가 막힌 방법으로 엘시를 사르르 녹였다. 길고 날씬한 팔이 엘시의 뺨에 닿았다. 나이토는 아버지의 뺨을 감싸더니, 잡아 내렸다. 입술이 거의 닿을 것처럼 가까워졌다. 아들의 뜨거운 숨이 닿았다. 미칠 듯한 간지러움에 엘시가 눈을 찡그리자, 나이토가 눈을 내리깔며 중얼거렸다.
“사랑해요, 아빠.”
“나도.”
엘시가 입술을 벌려 아들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달콤한 미궁에 빠져들었다. 탄식에 가까운 한숨이 나이토의 입안으로 흘러들어 갔다. 나이토가 그걸 받아먹으며, 아버지의 등에 손을 올렸다. 놓지 않을 기세로 강하게 그의 옷깃을 잡았다.
엘시의 등이 더욱 아래로 내려가며 나이토의 몸이 완전히 가려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완벽한 둘만의 세계였다.
<둘만의 밤> 외전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