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1. Happy Valentine’s Day (17/19)

외전 1. Happy Valentine’s Day

……?

문을 열고 들어서는 태성을 반기는 것은 무언가 타는 듯한 냄새였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오기도 했고 퇴근한다는 연락을 따로 하지 않기도 했지만, 늘 현관문 앞에서 눈을 반짝이며 저를 기다리는 흰둥이도 오늘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태성은 의아한 마음으로 집 안에 들어섰다. 현관을 지나, 복도를 걸어, 응접실에 도달하는 동안 희미하던 탄내가 점점 진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태성을 더 의아하게 만든 것은 매캐한 그을음 내가 아니라, 그 사이를 파고 흘러드는 묵직한 단내였다.

태성은 냄새가 나는 곳을 따라 이동했다. 그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당연하게도 부엌이었다.

“여기서 뭐 해요?”

헉! 개수대 앞에 서 있던 선우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어… 이, 일찍 오셨네요……?”

태성을 향해 몸을 돌려세우는 선우는 몹시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 제가 잘 어울린다고 했던 아이보리색 니트를 입고 있는 그는 그 앞에 하얀 에이프런을 두른 채였다.

태성은 손에 든 작은 쇼핑백을 아일랜드 식탁 위에 올려놓고 부엌을 휘 둘러보았다. 탄내와 단내가 진동하는 주방은 천장에 희뿌연 연기가 자욱하게 들어차 있었고, 주방 기구가 뿜어내는 열기에 공기마저 후끈후끈한 상태였다. 보조 조리대로 사용하는 아일랜드 식탁 위에는 각종 조리 도구와 요리 재료들이 빼곡히 올라와 있었다.

“뭐 하고 있었어요?”

태성이 선우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으악, 선우가 재빨리 개수대를 등으로 가리고 섰다. 그래 본들 선우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그는 선우의 어깨 너머로 힐끗 시선을 던지는 것만으로 개수대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게 뭐예요?”

“아… 이, 이게요…….”

개수대 안에는 시커먼 돌덩이 하나가 놓여 있었다.

태성은 곤란해하는 선우의 허리를 팔로 둘러 안으며, 개수대 안으로 반대쪽 손을 뻗었다. 까만 돌덩이를 위아래 양옆으로 들춰 본 그의 입에서 외마디 의문문이 터져 나왔다.

“빵?”

“어…….”

“웬 빵이에요?”

“그러니까… 이게…….”

선우는 태성의 품에 안긴 채 입을 오물거렸다.

“그, 제가… 케이크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케이크?”

“네에……. 단거… 좋아하시니까, 초코케이크를 만들어 볼까 했거든요……. 근데 초콜릿 녹이는 사이에 얘가 다 타 버려 가지고…….”

“…….”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거든요? 좀 덜 구워진 것 같아서 오븐에 잠깐만 더 둔다는 게 그만……. 진짜 잠깐이었는데 그사이에 이렇게 새까맣게 타 버릴 줄은 몰랐어요…….”

힝, 선우는 아쉬움에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선우의 머리카락, 볼, 옷소매 이곳저곳에 하얀 가루가 더덕더덕 묻어 있었다.

태성은 선우의 허리에 감았던 팔을 풀고 아일랜드 식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선우의 말을 듣고 보니, 조리대 위에 올라와 있는 것들은 모두 케이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들이었다.

밀가루, 달걀, 우유, 버터, 설탕…… 둥근 믹싱 볼 안에는 새하얀 생크림과 함빡 녹여 놓은 초콜릿이 담겨 있었고, 그 옆에 놓인 접시에는 깨끗이 씻어 꼭지를 따 놓은 딸기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퇴근 직전 CCTV를 통해 본 마지막 모습이 양손에 뭘 바리바리 사 들고 들어오는 것이었는데, 그게 전부 이것들이었나 싶은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오시기 전에 다 만들어 놓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일찍 오실 줄 모르고…….”

좀만 더 일찍 시작할걸. 선우는 태성의 뒤를 조르르 따라와 어느새 그의 옆에 섰다. 어질러진 식탁 위를 정돈해 보겠답시고 이리저리 팔을 내뻗는 선우에게서 달짝지근한 향기가 폴폴 풍겨 왔다.

날이 날이니만큼 오랜만에 또 솜씨를 발휘해 볼까 싶어 일찍 퇴근했더니, 이런 깜짝 선물이 준비되어 있을 줄이야. 참으려 해도 한쪽 입꼬리가 주인의 말을 듣지 않고 자꾸만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그… 조금만 기다려 주실래요? 다시 만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아, 아니면 씻고 오세요. 그동안 제가 빨리 만들어 볼게요.”

“…….”

태성은 두 번째 손가락으로 믹싱 볼에 담겨 있는 초콜릿을 푹 찍고는 그걸 입에 넣고 쪽 빨아 보았다.

하, 기가 막혀 웃음이 샜다.

“너무하네, 진짜.”

“네……?”

“달다.”

“헉, 진짜요? 너무 달아요?”

“응. 너무 달아.”

태성이 아찔함에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이건 정말 너무했다. 달아도 달아도 너무 달아서, 혓바닥이 몽땅 다 녹아 버릴 것만 같았다.

“아, 어떡하지. 저는 또 단거 좋아하신다고 그래서 일부러 이걸 골랐는데……. 이 초콜릿이 달기로 진짜 유명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대표님 취향은 아닌가 봐요…….”

취향이 아니기는. 입안이 온통 마비가 되고 머리가 이렇게 절절 끓어오르는데 취향이 아닐 리가.

“그럼 이거 전부 다 내 거예요?”

“아… 그쵸……? 아직 완성은 안 됐지만…….”

“그럼 내 맘대로 해도 되겠네?”

“네? 엇!”

선우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태성은 손가락으로 초콜릿을 다시 한번 푹 찍어 올렸다. 이번에 그의 손가락이 닿은 곳은 선우의 코끝, 그 위에 달린 작은 점 위였다.

“앗! 이게 뭐예요!”

초콜릿이 묻은 코끝을 살짝 찡그렸다 펴는 선우의 양볼에 콕, 콕 연달아 그의 손가락이 닿았다 떨어졌다.

“이렇게 하니까 한선우 어릴 때랑 똑같다.”

다 녹은 초콜릿을 볼에 손에 범벅하고 해사하게 웃고 있던 돌쟁이 한선우. 한입에 넣고, 물고 빨고 핥고 싶게 생긴 것이 영락없이 그때와 같았다.

“윽….”

선우가 볼에 묻은 초콜릿을 닦아 내려 손을 들었다. 그 순간 태성이 선우의 손목을 빠르게 잡아챘다.

“케이크 다 만들 때까지 못 기다리겠는데, 그냥 받았다 치고 지금 먹으면 안 되나?”

“예……?”

그는 선우의 뒤편에 널브러져 있는 재료들을 한 팔로 밀어 한쪽으로 쭉 몰아넣었다. 그러고는 선우를 번쩍 들어 식탁 위에 앉혔다.

“으악!”

“이건 또 어디서 났어?”

태성이 선우가 두르고 있는 에이프런의 어깨끈에 손가락을 걸며 물었다.

“아…. 이거 심 여사님이 쓰시는 건데, 만들다가 옷 더러워질까 봐 잠깐 빌려 썼어요.”

“여사님한테 새로 사 드려야겠다.”

“……왜요?”

“많이 더러워질 예정이라.”

“아, 제가 빨면, 으앗!”

태성은 선우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며, 동그란 코끝에 입술을 갖다 붙였다. 살짝 벌린 입술로 제가 묻힌 초콜릿을 쪽 빨아들인 그는 입안에 들어온 것을 혀끝으로 살살 녹여 보았다. 다디단 초콜릿이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입안 가득 달콤한 향내가 퍼졌다.

“맛있네.”

그는 이어 선우의 왼쪽 볼에 묻어 있는 것도 혓바닥으로 크게 핥아 올렸다.

선우가 목을 움츠리며 옅게 웃었다.

“으핫, 간지러워요.”

“먹어 볼래?”

태성의 질문에 선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곧 태성의 고개가 모로 틀어진다 싶더니, 말캉한 살덩이가 선우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으응…….”

초콜릿 향이 흠뻑 밴 혓바닥이 선우의 혓바닥을 비비고 입천장을 문댔다. 은근하게 지속되는 달달함에 입안에 침이 잔뜩 고일 때쯤, 쪽 소리와 함께 태성의 혓바닥이 쏙 빠져나갔다.

“맛있지?”

“아…….”

고새 눈꺼풀에 힘이 풀린 선우가 볼이 발그스름해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태성은 눈매를 예쁘게 접으며 활짝 웃었다.

“그럼….”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는 입매와 양 끝에 걸린 보조개를 홀린 듯 보고 있자니, 그 얼굴이 선우의 얼굴 위로 성큼 다가왔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읏…….”

말끝으로 태성은 선우의 아랫입술을 살그머니 물었다. 앞니로 도톰한 살점을 자근자근 씹어 보니 오동통하고 촉촉한 것이 식감이 말도 못 하게 좋았다.

태성은 몰캉거리는 입술을 쫍쫍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빨았다. 그러자 그보다 더 몰랑한 속살이 제 잇새를 먼저 두드려 왔다. 그는 제 발로 찾아온 손님을 기꺼운 마음으로 휘감아 입안으로 끌어당겼다. 그러면서 선우의 니트 안으로 손을 넣어 옷자락을 차근히 위로 끌어 올렸다.

“으응…!”

맞물린 입술을 지그시 내리누르며 선우를 식탁 위로 눕히니, 갑자기 맨살에 차가운 대리석이 닿은 선우가 놀라 몸을 움츠렸다.

태성은 혓바닥을 넓게 펴 선우의 혀를 살살 쓸어 주는 것으로 그를 달랬다. 그러고는 입을 크게 벌려 통통한 입술을 한입에 담아 물고는 니트 속에서 선우의 양팔을 빼냈다.

“옷은 더러워지면 안 되니까.”

이윽고 입술을 떼어 낸 그가 눈웃음을 치며 선우의 목에서 니트만을 쏙 빼냈다. 양어깨에는 여전히 에이프런 끈이 걸린 채였다.

“아, 대표님… 이제 곧 식사 시간인데에…….”

머리가 부스스하게 헝클어진 선우가 말했다. 식사 시간을 코앞에 두고 부엌에서 야릇한 짓을 하고 있자니 못내 부끄러워 꺼낸 말이었다.

“응. 지금 하고 있잖아.”

태성이 동그란 어깨 끝에 입을 맞대고 얘기했다.

“너무 취향이라 오늘은 맘 놓고 포식하려고.”

“……네? 핫!”

그의 말을 가늠해 보기도 전에 커다란 손이 선우의 청바지와 속옷을 단번에 쑥 끌어 내렸다.

하, 이내 태성의 입에서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목까지 발개진 얼굴로 하얀 에이프런 한 장만 두른 채 누워 있는 나신을 보니 일순 눈이 돌았다. 에이프런 밖으로 뻗어 나온 하얗고 늘씬한 팔다리가 그로 하여금 없던 식욕도 돌게 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달고 맛있어서 정신이 다 얼얼할 정도였다.

태성은 욕설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것을 입속으로 씹어 삼켰다.

“어떻게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다 했어?”

“흣!”

프릴이 나풀거리는 에이프런 밑으로 뜨끈한 손이 들이닥쳤다. 높은 체온을 가진 손바닥이 선우의 안쪽 허벅지를 천천히 쓸어 올리고 이어 성기를 길게 훑어 올렸다.

“아… 아직 아무것도… 못 만들었는데…….”

그의 퇴근 시간에 맞춰 케이크를 내놓고 싶었는데…. 계획이 어그러진 것에 대한 아쉬움과 동시에 속절없이 차오른 음욕에 선우가 몸을 이리저리 꼼지락거렸다. 좌우로 뒤척일 때마다 새하얀 몸뚱이가 단내를 풀풀 뿜어 냈다.

“걱정 마. 이거 다 먹을 거야.”

태성이 선우의 어깨와 팔에 거듭 입을 맞추며 말했다. 에이프런 밑으로 들어간 손은 선우의 성기를 조물조물 주무르고 있었다. 스치기가 바쁘게 크기를 키우며 머리를 쳐든 성기에 얇은 천 조각이 위로 볼록 솟았다.

태성은 에이프런 밑자락을 위로 휙 들쳐 올리고는 한 손을 길게 뻗어 손가락 두 개로 녹은 초콜릿을 듬뿍 퍼 올렸다. 그리고 손에 묻은 것을 그새 핏줄이 설 정도로 빳빳해진 성기 위에 펴 발랐다.

“아읏…!”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초콜릿이 선단에서부터 기둥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렸다. 뜨뜻하고 끈적이는 것이 얇은 살갗 위를 스멀스멀 타고 내려가는 기분이 몹시도 이상하고 묘해서 선우가 하반신을 흠칫 떨었다.

태성은 선우를 향해 샐쭉 웃으며 손에 남은 초콜릿을 보란 듯이 쪽 빨아 먹고는 선우의 다리 사이로 몸을 낮췄다. 반들반들 윤기가 나는 갈색 점액이 붉게 달아오른 성기를 지나 고환까지 흐른 채였다. 태성은 성기의 뿌리 끝을 단단히 잡고 흘러내린 초콜릿을 혀끝으로 꼼꼼히 핥아 올렸다.

“하, 아… 대표님… 이거 너무…….”

부끄러운데……. 선우는 차마 밑을 볼 수 없어 고개를 위로 쳐들고는 천장을 보며 눈동자를 되록되록 굴렸다.

“아, 흡!”

그러다 성기 끝을 입안에 머금는 남자에 선우는 양손을 들어 제 얼굴을 감췄다. 뜨끈뜨끈하게 달궈진 양 볼이 제 성기에 발린 초콜릿보다도 더 뜨거운 듯싶었다.

태성은 둥근 귀두 끝을 혀로 굴리며 선단에 묻어 있는 초콜릿을 쪽쪽 빨아 먹었다. 부러 타액을 잔뜩 묻힌 탓에 묽게 녹은 초콜릿이 기둥을 타고 주륵 흘러내렸다.

“아, 아… 응, 읏…. 흐읏…….”

손으로는 뿌리를 치대고 입으로는 성기 끝을 쭉쭉 빨아 대니 손발가락이 절로 곱았다. 눅눅하게 젖은 귀두가 그의 입안에서 사르륵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선우는 양 무릎을 구부려 다리를 바싹 접었다. 자꾸만 허리가 위로 붕 떠오를 것만 같아, 등과 발을 식탁 위에 딱 붙이고 힘을 주어 버텼다. 그러다 문득 아랫배가 묵직해져 와 선우는 다급히 손을 길게 뻗었다. 상체를 반쯤 세우고 태성의 넥타이를 죽 잡아당기니 그가 남은 초콜릿을 쭙 빨아들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선우는 제 위로 올라온 남자의 입술에 곧장 입을 맞댔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딱 맞춰 비비다가 입안으로 혀를 쏙 밀어 넣으니 단맛이 물씬 풍겼다. 제 혀를 감아올리는 그의 혓바닥이 초코 시럽에 절여 놓은 듯 달았다.

“하아…….”

갑자기 온몸이 저렸다. 기분 좋은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입을 맞추고 있으면서도 괜히 마음이 급해져, 선우는 손에 쥔 넥타이를 재빨리 끌어 내렸다. 매듭을 단숨에 풀어낸 선우는 이어 그의 재킷을 양쪽으로 밀어내고 셔츠 단추를 정신없이 풀어냈다.

선우를 도와 재킷을 벗어낸 태성은 양손을 식탁 위에 짚고 키스를 퍼부었다. 그러다 선우가 제 단추를 모두 풀어낸 듯싶자, 그는 한쪽 팔을 뻗어 이번에는 생크림을 크게 떠 왔다. 반대쪽 손으로는 선우의 한쪽 다리를 옆으로 크게 벌렸다.

“읍! 흐으으응…!”

오므라진 구멍 위에 생크림을 발라 입구를 손끝으로 비비자, 선우가 막힌 입술로도 앓는 소리를 해왔다.

태성은 크림 범벅이 된 밑을 빙빙 돌리며 지분거리다가 이내 손가락 두 개를 좁은 틈 사이로 밀어 넣었다. 입으로는 선우의 혀를 물고 빨고, 아래로는 내벽을 휘저으며 생크림을 펴 바르니, 선우가 그의 셔츠를 양손에 쥐고 비틀었다.

“…흐으… 대표니임…….”

선우가 맞붙은 입술을 떼어 내며 흐느적거렸다.

“왜?”

“…….”

어느새 눈가가 붉어진 선우는 아랫입술을 잘근 깨문 채 대답이 없었다. 태성은 입가를 씨익 끌어올리며 선우를 향해 눈을 접었다.

“더 빨리해 줄까?”

그리고 안을 뒹굴리던 손가락으로 밑을 위아래로 빠르게 쳐올리자, “아으으응!” 선우가 골반을 양쪽으로 배배 꼬았다.

“좋은가 보네.”

응, 으응! 선우는 대답 대신 신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몽글몽글하고 미끄덩거리는 것이 내벽을 들락거리니 허리가 제멋대로 움찔거렸다. 젤보다는 미끌거리고 타액보다는 진득거리는 크림이 점막에 쩍쩍 들러붙어, 꼭 제 속이 생크림이 된 것마냥 흐물흐물 뭉그러지는 기분이었다.

태성은 안을 쑤시던 손가락을 쑥 빼내 생크림을 한 번 더 푹 퍼 올렸다. 그러고는 손끝에 딸려 온 것을 한 점도 빠짐없이 구멍 안으로 밀어 넣고 손가락 세 개를 마디 끝까지 집어넣었다.

“아아, 아!”

몽실몽실한 크림이 내벽을 파고들다 급기야는 전립선 위에서 짓뭉개졌다. 선우는 눈을 꽉 감고 식탁 위에다 발바닥을 마구 문댔다. 찌걱, 찌걱 그가 손을 놀리는 대로 밑에서는 차진 것을 이기는 소리가 나고, 주위로는 달콤한 향기가 퍼져 나왔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빳빳하게 굳는 다리를 어찌할 줄 몰라 재차 구부렸다 폈다를 반복하다가, 선우는 결국 제 성기로 손을 뻗었다. 한 팔로만 제 상체를 지탱하고 남은 손으로 성기를 잡고 흔드니 감질나던 기분이 조금은 나은 듯했다.

“하여간, 하나로는 만족 못 하지.”

“아으읏!”

태성은 그게 괘씸하다는 듯 전립선을 꾸욱 눌러 비비고는 안을 휘젓던 손가락을 단번에 뽑아냈다. 선우의 다리를 팔에 걸고 양쪽으로 활짝 벌린 그는 곧 선우의 엉덩이와 골반을 감싸 안으며 다리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방금 손가락을 빼내 오물거리며 입을 닫는 구멍에 혀끝을 밀어 넣자, 미끄덩한 내벽이 옴짝거리며 혓바닥을 조여 왔다.

하, 씨발. 미쳤네.

기어이 그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성기에서 녹아 흐른 초콜릿과 제가 처바른 생크림이 한데 뒤섞여 아뜩할 정도로 단맛을 냈다. 혀를 통해 스며드는 달달함에 뇌가 다 저릿할 지경이었다.

“한선우 여기 미쳤다고, 진짜.”

태성은 몇 차례 혀를 안으로 쑤셔 넣다가 벌어진 입구에다 대고 입술을 바짝 마찰시켰다. 그러고는 구멍 사이로 흘러나오는 크림을 쭉쭉 빨아들였다.

아흡…! 선우는 그가 밑을 빠는 속도에 맞춰 제 것을 쥐고 흔들었다.

“대표님, 아, 아, 대표님! 아흣…!”

그의 말대로 정말 미친 걸지도 몰랐다. 그가 아래를 빨아 주는 것이 미칠 듯이 좋았고, 또 그만큼 속을 다 뒤집어 놓을 정도로 안을 헤집어 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선우는 다리 한쪽을 아래로 내려 그의 하체를 향해 뻗었다. 발끝을 더듬거려 바지 앞섶을 찾아낸 선우는 발가락으로 그 위를 쓸어내렸다. 그의 것 또한 딱딱하게 굳은 채로 앞섶이 터질 듯이 팽창해 있는 것을 느끼고, 선우는 발바닥으로 그의 성기를 비볐다.

“자꾸 안달 나게 만들지 좀 마.”

다리 사이에서 고개를 든 태성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정신 못 차리고 있으니까.”

상체를 바르게 세운 그는 선우를 내려다보며 아랫입술을 혀로 핥아 올렸다. 사람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건 정작 본인이면서, 그런 말을 그는 웃는 얼굴로 여유 있게도 했다.

달칵. 태성이 벨트와 바지 버클을 풀자, 선우가 발끝을 그의 허리춤에 걸었다. 푸흡, 태성은 못 말린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두 사람이 동시에 태성의 바지와 브리프를 끌어 내리니, 곧 흉포하게 느껴질 만큼 굵직한 성기가 힘차게 머리를 쳐들었다.

태성은 미끌거리는 손으로 제 성기를 슥슥 훑어 내고는 곧장 좁은 구멍 사이로 밀어 넣었다. 입구 부근에 묻어 있던 생크림이 차마 안으로 다 들어가지 못하고 맞물린 살 틈 사이로 삐져나왔다.

“아아아…!”

선우가 성기를 잡고 흔들던 손을 놓고 태성의 옷자락을 끌어당겼다. 그 커다란 것이 몸을 쩍 가르며 들어오는데도 이제는 그 통증이 기꺼웠다. 머지않아 그가 선사할 쾌락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선우가 잡아끄는 대로 상체를 숙인 태성은 한 팔로 선우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대로 입을 맞추며 선우를 식탁 위에 눕힌 그가 허리를 서서히 쳐올리기 시작했다.

“응, 으응, 읏, 흣….”

기름기가 많은 탓인지 크림에 버무려진 성기가 평소보다 더 쉽게 들락거렸다. 단단한 기둥이 내벽을 드나들 때마다 솜털만큼 가볍고 보송한 것이 점막을 보드랍게 어루만졌다. 거친 움직임과 부드러운 감촉이 주는 간극에 머리가 지글지글 끓고 다리에 힘이 쭉쭉 풀렸다.

쪽, 쪽. 눈을 감고 그가 쏟아붓는 키스를 받고 있자니 불쑥 동그란 알맹이 하나가 입속으로 쏙 들어왔다.

선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내가 먹고 싶어서.”

씨익, 웃는 그가 입안에서 손을 빼지 않고 알맹이를 꾸욱 눌러 터트렸다. 야무진 알맹이가 혓바닥 위에서 뭉개지며 새콤달콤한 과즙이 팍 터져 나왔다. 향긋한 딸기 향이 순식간에 입안을 가득 메웠다.

“아, 으음….”

곧바로 선우의 입술로 돌진한 태성이 혀를 밀어 넣고 입안을 훑다가 뭉개진 딸기 알을 제 입으로 가져왔다.

“맛있다.”

형태를 잃고 흐물거리는 딸기를 혀로 굴리다가 이내 꿀꺽 삼킨 그가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선우는 떨어진 입술을 아쉽다는 듯 쳐다봤다.

“하나 더 줄까?”

응, 응. 선우가 정신이 빠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금세 선우의 입속으로 통통한 딸기 하나가 또 들어왔다. 이번에도 태성이 손끝으로 과실을 짓이기니, 아까보다도 더 달짝지근한 과즙이 주륵 흘러나왔다.

너무 달콤한 나머지 진저리가 쳐졌다. 입안 깊숙한 곳에서 침이 줄줄 새어 나왔다. 선우는 물러진 딸기를 냉큼 삼키고는 달달한 그의 손가락을 쪽쪽 빨았다.

하, 태성이 헛웃음을 치며 선우의 입에서 손가락을 쑥 빼냈다. 알고 그러는 건지, 모르고 그러는 건지. 요사스러운 한선우는 제가 하나를 하면 꼭 하나를 더 했다. 태성은 괜히 밉살스러운 마음에 선우의 머리채를 꽉 붙들었다.

“아!”

그러고는 거칠게 입을 맞췄다. 입안에 남은 딸기즙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몽땅 삼킬 것처럼 그는 선우의 혀와 입술을 쭉쭉 빨아당겼다.

“아, 앗, 아읏!”

“어떻게, 딸기마저도, 이렇게, 단 걸 골랐어.”

태성이 하체를 강하게 쳐올리며 말했다. 언뜻 그의 입에서 상스러운 욕지거리가 스치듯 흘러나왔다.

“후회하지, 않겠냐고?”

이삿짐을 정리하던 날 밤, 너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언젠간 마음이 돌아서지 않겠냐고? 사람은 누구나 마음이 변한다고?

병원 앞에서 한선우의 보호자를 자청한 그는 제게 그렇게 말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널 앞에 두고 그딴 걸 말이라고 할 수 있나.

“후회.”

후회라면 진작 널 알지 못하고, 진작 널 데리고 오지 않은 지난 시간들이 후회스러울 뿐이었다.

태성은 게걸스러워 보일 정도로 성기를 세게 쑤셔 넣었다. 심장이 뻐근하다 못해 터질 것만 같아, 거칠게 몸을 놀리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다.

“앗, 아응! 흣! 흐으읏! 대, 표님, 천, 천히…! 아읏!”

태성은 허릿짓을 쉬지 않으며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정신없이 밑을 치받는 사이, 에이프런에 가려져 있던 젖꼭지가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끝을 뾰족이 세운 것을 태성은 앞니로 물며 힘차게 빨아들였다. 제 입안에 배어 있던 맛일 텐데, 상큼한 딸기 향이 꼭 젖꼭지에서 나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태성은 일순 치솟는 사정감에 두 손을 모두 내려 선우의 엉덩이를 감싸 쥐었다. 걸신이라도 들린 사람처럼 새하얀 가슴팍을 물어뜯으며, 그는 양손에 쥔 포동한 살을 안쪽으로 꽉 조였다.

“아흑……!”

순간 선우가 태성의 어깻죽지를 꽈악 잡았다. 온몸을 굳히며 양다리를 한껏 오므린다 싶더니, 에이프런 위에서 꺼덕이던 성기가 그만큼이나 새하얀 정액을 픽, 픽 뱉어 냈다. 성기를 깊게 욱여넣은 구멍에선 하도 치대 더 진득해진 크림이 좁은 틈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아으으읏!”

하아, 태성은 제 성기를 보드랍게 감싸는 내벽에 기둥을 느리게 비비며 안쪽 깊은 곳에 길게 사정했다.

***

“일단 이걸로 닦고 바로 씻으러 가자.”

태성이 물에 적신 키친타월로 선우의 안쪽 허벅지를 닦아 냈다.

“하아…….”

선우는 식탁 위에 꼼짝없이 엎어진 채 태성의 손길을 받고 있었다. 그에게 끌려 내려와서 한 번을 더 달린 자세 그대로였다. 녹아내린 초콜릿과 생크림으로 하체가 온통 엉망진창이었지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선우는 제 밑에 깔려 있는 에이프런을 힐끗 보았다. 새하얗던 천이 초코며 생크림이며 빨간 딸기 물 범벅으로 잔뜩 얼룩덜룩해져 있었다. 게다가 생크림보다 진득하고 색이 진한 저 얼룩들은 분명 제가 싸지른 정액이었다.

아아……. 부끄러운 마음에 선우는 식탁 위에 이마를 묻었다.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니랬는데……. 할 일은 다 치러 놓고 이제 와서 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근데 또 하는 내내 말도 못 하게 좋아서 목을 매달고 달려든 것은 오히려 제 쪽이라, 선우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나가서 에이프런이나 사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선우가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자, 이건 내 선물.”

“?”

선우가 식탁에 이마를 맞댄 채로 고개만 옆으로 돌렸다. 눈앞에 작은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이게… 뭐예요?”

“열어 봐요.”

선우는 상체만 살짝 일으켜 쇼핑백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남색 벨벳 천으로 감싸진 작은 상자가 들어 있었다. 어리둥절하여 상자를 꺼내 열어 보니, 한가운데에 은빛 반지 하나가 꽂혀 있었다.

“대표님……!”

선우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태성을 올려다보았다.

“이… 이걸 어떻게……!”

요란할 것 없이 수수한 디자인에 은은하게 빛을 내는 은반지는 제 부모님의 결혼반지와 모양이 아주 흡사했다.

태성은 선우의 손을 잡아 그를 일으켜 세웠다. 선우의 몸은 저를 바라보도록 돌려놓고, 태성은 선우가 얼떨떨한 채로 들고 있는 상자 속에서 반지를 빼냈다. 선우의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는 그의 손에서도 심플한 은반지가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왠지 이걸 하고 있으면 우리도 서로를 그렇게 애틋하게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버님처럼.”

“하…….”

제 손을 내려다보는 선우의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혹시나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해 두는데, 나도 누구랑 반지 나눠 끼는 거 처음이야.”

거추장스러운 것은 딱 질색이었지만, 그럼에도 태성은 선우를 붙잡아 둘 무언가가 필요했다.

“아… 전 아직 아무것도 준비 못 했는데…….”

“난 너무 맛있게 잘 먹었는데?”

“이게 뭐가 먹은 거예요……!”

선우는 제가 실망스러워 눈썹 끝을 축 늘어뜨렸다. 게다가 이것도 먹은 것으로 친다면 그보다는 제가 더 많이 먹었을지도 몰랐다.

선우가 풀이 확 죽어 있자, 태성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선우와 눈을 맞췄다.

“아쉬우면 한 번 더 할까?”

장난스런 미소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선우는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태성은 왼손을 들어 선우의 왼손을 맞잡았다. 반짝이는 두 반지가 한데 맞물렸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곧이어 쪽, 선우의 입술 위로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남자의 입술이 닿았다.

선우가 태성의 집으로 들어간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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