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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41/64)

43화

비좁은 침상 위에 두 나신이 엉겼다. 급히 풀어 헤친 옷가지들은 침상 주변에 이리저리 널려 있었다. 과실의 단 내음과 시원한 박하향 또한 은은히 뒤섞이며 방 안을 어지럽혔다. 해랑의 위를 덮은 석현은 오랜만에 느끼는 해랑의 부드러운 살결 곳곳에 입술을 대었다. 쪽쪽 소리가 날 때마다 해랑은 어둠속에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 해랑이 그토록 갈망했던 장면이었다. 석현이 오로지 저에게 집중하여 애정 가득 담긴 몸짓을 하는 특별한 순간. 바로 그 순간이기에 해랑은 마음 속 깊이 차오르는 벅참에 어쩔 줄을 몰랐다.

석현의 입술이 해랑의 귓불을 물고 내려와 목덜미를 따라 쇄골로 향했다. 유난히 툭 불거진 쇄골에 어쩐지 해랑의 몸이 예전보다 더 마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석현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해랑의 몸 구석구석을 제대로 살폈다. 확실히 전보다 가늘어진 해랑의 몸이었다. 가느다란 몸을 보고 있자니 석현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움직임을 멈추고 제 몸을 바라보는 석현에 해랑은 손을 뻗어 석현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나 전보다 더 말랐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하는 해랑에 더욱 쓰라린 석현이었다. 석현은 대답 대신 해랑의 입술을 제 입술로 덮으며 해랑을 위로했다. 석현은 해랑의 흰 가슴팍에 머물며 해랑의 발가스름한 유두를 희롱했다. 쪼옥 입 안으로 빨아들이기도 하고 혀 끝으로 간지럽히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해랑의 입에선 간간히 신음이 터졌다. 간지러우면서도 기분히 묘해 해랑의 발가락이 오므려졌다 펴졌다 하기를 반복했다. 해랑의 아랫배까지 입을 맞춰주고 나서야 다시 해랑을 마주보는 석현에 살짝 눈이 풀린 해랑이 맑게 웃어주었다. 해랑의 팔이 석현의 목에 기분좋게 감기며 더욱 깊어지는 입맞춤에 두 사람의 아랫배가 뻐근히 당겨왔다. 감겨오는 혀를 느끼며 해랑이 더듬더듬 손을 아래로 내리려하자 갑자기 석현의 큰 손이 해랑과 제 것을 한 번에 움켜쥐었다. 그에 놀란 해랑이 입을 떼며 동시에 신음을 냈다. 이미 잔뜩 부푼 아래는 꼿꼿이 서서 투명한 액을 조금씩 흘리고 있었다. 석현은 천천히 손에 쥔 것들을 위 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석현의 손과 서로의 것이 맞닿아 비벼지자 감당할 수 없는 자극이 온 몸에 퍼져갔다. 자꾸만 입이 벌어지고 눈꺼풀에 힘이 풀렸다. 위 아래로 움직이던 손이 이따금 귀두 끝을 문지르기라도 한다면 해랑의 몸이 튀어오르기 일쑤였다.

갈라진 틈에서 새어나온 물에 질척히 젖은 손에 석현이 잡았던 것을 놓고 더 밑으로 손을 내렸다. 해랑의 뒤는 이미 애액으로 축축해진지 오래였다. 달오름도 아니면서 잔뜩 흥분한 뒤에선 해랑 밑에 깔린 천을 넓게 적실 만큼 물을 뱉어내고 있었다. 빨리 무언가가 들어오길 기대하는 듯 연신 벌름대는 입구에 석현 역시 흥분되긴 마찬가지였다. 석현은 천천히 주름진 구멍 안 쪽으로 자신의 손가락 하나를 집어 넣었다. 충분히 젖은 터라 예상보다는 수월히 들어갔지만 오랜만에 무언가가 들어온 터라 이물감이 느껴져 해랑이 허릴 비틀었다.

“아앗……!”

“아프십니까?”

“아, 아니. 괜찮아.”

해랑이 민망한 듯 경직된 몸에 힘을 풀어갔다. 석현은 해랑을 걱정스런 눈길로 바라보고는 회음부를 핥아 해랑이 긴장을 푸는 것을 돕기 시작했다. 간지러운 자극에 허리를 들썩이는 해랑의 아랫배를 살짝 누른 석현은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해랑의 내벽을 풀어주었다. 손가락으로 뜨거운 안쪽을 꾹꾹 누르거나 조심스럽게 뺐다가 넣기를 반복하자 점차 해랑의 몸이 풀어짐을 느꼈다. 석현은 곧바로 두 번째 손가락을 함께 밀어넣었다. 굵직한 손가락 두 개가 제 안으로 침범하자 해랑은 제법 놀란 듯 숨을 집어먹었다.

“하읏! 석현아, 자, 잠깐만……!”

당황한 해랑이 말릴 틈도 없이 석현의 손가락이 해랑의 안을 휘젓기 시작했다. 찔걱이는 내부가 석현의 손을 꽉 물고 조여댔다. 석현은 두 손가락으로 해랑의 안을 더욱 넓혀갔다. 석현의 손에 의해 자극되는 내부에 해랑은 도통 아픈건지 이상한건지 좋은건지 모를 기분이 들었다. 처음이 아님에도 여전히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어느 정도 지나고 나자 석현이 안을 누르기만 해도 바짝 선 해랑의 것에서도 마치 뒷구멍처럼 물을 뱉어내기도 했다. 그런 해랑의 앞을 발견한 석현은 천천히 손가락을 빼내었다.

손가락으로 차있던 뒤가 휑해지자 해랑은 겨우 호흡을 가라앉혀갔다. 하지만 그도 잠시, 휑한 해랑의 입구를 놓칠세라 석현이 제 물건을 해랑의 안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뜨겁게 달궈진 해랑의 안은 애액이 철철 흘러 생각보다도 더 들어가기가 수월했다. 물론 사정을 알지 못하는 해랑은 제 안에 다시 석현의 커다란 성기가 들어 오는 것에 대해 지레 겁을 먹었다. 넓어진 구멍에 석현의 것이 맞닿자 해랑은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두려우면서도 알 수 없는 기대감이 들었다. 전에 느꼈던 감당할 수 없는 쾌락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헌데 석현이 귀두 끝부분만 살살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하자 어쩐지 안달이 났다. 두려웠던 것도 잠시, 빨리 제 안을 가득 채워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해랑을 잠식했다. 해랑은 하마터면 저도 모르게 허리를 흔들 뻔할 만큼 달아올랐다. 석현은 움찔대는 해랑을 보며 차오르는 흥분에 조금씩 제 성기를 더 안쪽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해랑의 내벽이 빨리 끝까지 들어오라는 듯 석현의 것을 빨아들이는 듯 했다. 석현은 더는 참지 못하고 엉덩이를 처올려 뿌리까지 해랑의 안으로 박아넣었다.

“흐아! 아, 아아…….”

“하…….”

안을 뚫을 기세로 쑥 들어온 석현의 것에 해랑이 외마디 소리를 치고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석현은 그런 해랑의 몸을 감싸 부서질 듯 끌어 안아주며 숨을 뱉었다. 해랑의 안이 강하게 조여오자 석현 역시 정신이 아득해져갔다. 석현은 해랑의 유두를 간지럽히며 천천히 아래를 움직였다.

“앗, 흡, 아아!”

불기둥이 쑤셔대는 것 같은 기분에 해랑이 허벅지를 꽉 조이며 몸을 배배 꼬았다. 석현은 그런 해랑의 양 무릎을 붙들어 힘으로 눌러 해랑의 다리를 벌렸다. 활짝 벌어진 제 다리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자신에게 입맞춰 오는 석현에 해랑은 정신없이 석현의 목에 매달려 혀를 엉겼다. 덕분에 점점 풀어지는 아래에 석현의 허릿짓에 속도가 붙었다. 석현이 잘게 치다가 이따금 깊게 처올릴 때면 해랑의 신음이 석현의 입 안에서 울리곤 했다.

해랑이 숨이 찬 듯 헐떡이자 석현이 입을 떼고는 해랑의 몸을 돌려 옆으로 눕혔다. 잠시동안 떨어져 나간 석현의 성기에 해랑의 뒤가 아쉬운 듯 뻐끔거렸다. 해랑이 옆으로 눕자 석현 역시 그 뒤에 누웠다. 해랑의 등이 석현의 탄탄한 가슴팍에 붙었고 해랑의 엉덩이가 석현의 아래에 닿았다. 아쉬울 새 없이 다시 석현의 것이 들어차기 시작하자 해랑의 입에서 새소리가 났다.

“아, 아흐!”

축축한 해랑의 안을 찔러댐과 동시에 석현의 손이 해랑의 앞을 붙들었다. 뒤에서는 꽉 채운 석현의 성기가 빠르게 해랑의 안을 쑤셔댔고 앞에선 석현의 손이 해랑의 것을 쥐고 흔들었다. 해랑은 정신이 어떻게 될 것만 같아 무서우면서도 몰아치는 쾌감에 엉덩이를 흔들어야 했다. 사실, 너무 그리웠다. 석현과 헤어지고 나서 매일 밤이면 석현과의 동침이 생각나지 않은 밤이 없었다. 가끔은 너무 그리워 홀로 제 기둥을 쓸다가도 허망함에 옷을 추스른 적도 있었다. 석현인 그걸 알까. 해랑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석현의 따스한 품에 왈칵 눈물이 차 올랐다.

“흑, 석현아, 석, 현아……!”

울음 섞인 해랑의 목소리에 일시적으로 석현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석현이 몸을 들어 해랑의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 해랑은 고갤 살짝 비틀어 석현을 올려 보았다. 해랑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콧등을 타고 반대편으로 흘렀다.

“……우십니까?”

“나 괜찮아. 그냥, 그냥 너무 좋아서 그래.”

“도련님.”

“네 품이 너무 그리웠어서… 그래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해랑에 석현은 다시 몸을 돌려 해랑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해랑의 눈물길 위로 입술을 찍어내리고는 해랑의 몸을 으스러지듯 끌어 안았다. 해랑은 온 몸으로 제게 애정을 표하는 석현에 눈을 질끈 감고 눈물을 쏟아내야 했다. 석현은 해랑의 두 다리를 제 어깨에 올리고선 다시 해랑의 안으로 자신의 것을 집어넣었다. 아까와는 달리 거칠어진 움직임에 해랑의 팔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 제 안을 후벼대는 감각이 이젠 고통이 아닌 완연한 쾌감이었기에 해랑의 입에선 연신 울음과 교성이 터져나왔다. 저 발끝에서부터 몰려드는 쾌감이 온 몸을 훑을 때마다 허벅지 안쪽이 달달 떨렸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 지는 오래였다. 정신이 몽롱하였고 석현에게 박히는 족족 황홀경에 빠졌다.

석현의 추삽질이 격렬해지며 공중에 뜬 해랑의 발이 나풀거렸다. 해랑은 금방이라도 잃을 것 같은 정신을 겨우 붙들며 석현에게 몸을 내맡겼다. 석현 또한 곧 찾아올 듯한 절정에 속도를 조절해갔다. 허나 그리 오래 버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자신을 그토록 원했다는 해랑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참을 재간이 없었다. 석현은 다시 한 번 속도를 내었다. 해랑의 안 깊숙한 곳까지 제 것을 빠르게 찔러넣었다. 자신의 움직임에 해랑의 내벽이 빨아들였다가 끌려나오는 것을 느끼며 해랑의 몸을 부실 듯 허릿짓을 가하자 호흡이 가빠짐을 느꼈다. 해랑 역시 더는 버틸 수 없는 듯 소리를 키워가며 가쁜 호흡을 뱉어냈다.

“아윽, 하, 석, 현아! 아앗! 나, 나 이제……!”

“도련, 님……!”

중심에서 퍼져나간 쾌감은 감당할 수 없는 전율이 되어 두 사람의 온 몸을 훑었다. 순식간이었다. 눈 앞이 새하얗게 번지며 석현과 해랑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가 이내 스르르 풀어졌다. 석현의 것은 빠르게 빠져나와 해랑의 배 위에서 해랑의 것과 함께 뿌연 정액을 토해냈다. 정액으로 엉망이 된 해랑의 배와 가슴 위를 석현의 몸이 덮었다. 석현은 눅진한 몸으로 해랑을 끌어안았다. 해랑은 겨우 호흡을 정리하며 그런 석현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저도 그리웠습니다.”

“석현아…….”

“앞으로도… 그리울테죠.”

해랑은 대답하지 못하고 석현을 있는 힘껏 끌어 안았다. 그저, 지금 이 상태 그대로도 둘은 충분했다. 그걸로도 충분한 밤이었다.

*

그 동안 쌓였던 것을 풀어내기에 한 번으로는 부족했던 둘은 몇 번이고 몸을 섞은 뒤에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해랑은 해가 중천이 되고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쑤시는 몸을 겨우 일으켜 보니 옆엔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정신이 번뜩 든 해랑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석현의 흔적은 깨끗이도 정리 되어 있기에 혹여 꿈을 꾼 건 아닌가 싶어 덜컥 겁도 났다. 하지만 침상 곁에 깔끔히 정리되어 있는 자신의 옷을 보니 꿈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늘 석현이 정리하던 방식이었기 때문에. 해랑은 웃으며 옷가지를 챙겨 입은 뒤 나갈 채비를 했다. 그러던 중, 서안에 올려진 흰색과 분홍색이 섞인 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 해랑은 석현이 두고 갔을 그 꽃 한 송이를 집어 들고 미소 지었다. 간밤의 일을 다시 떠올리며 꽃을 서안 위에 올려두고 해랑은 기분 좋게 문 밖으로 나섰다.

그 꽃이 상사화였다는 걸 안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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