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 1989년 5월. 문위(文偉) (50/129)

31. 1989년 5월. 문위(文偉)

쓰러진 줄 알았다. 아니, 단지 쓰러진 것뿐만이 아니라, 어떤 불길한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 연인의 안색을 살필 때마다 줄곧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던 자신이었다. 몹시도 무리하고 있는 기색은 감춘다고 해서 감춰지는 게 아니었으니까. 

처음엔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웅크리고 있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땅바닥에 상반신을 완전히 파묻고 있는 모양새가 정말로 쓰러져 정신을 잃고 있는 것 같았다. 공짜 맥주를 받으러 왔던 몇몇 시선들이 의아함과 걱정을 품은 채 그를 살피며 지나가는 게 보일 정도니, 자신의 과민 반응만은 아니었을 터였다.

……결국 못 버티고 정신을 잃은 건가? 아니, 정신을 잃었다가 그대로 영영 눈을 못 뜨게 된 건가? 눈을 못 뜨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나? 아니, 병원에 데려가도 눈을 못 뜨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지? 죽는 건가? 죽은 건가? 설마…… 죽어버린…… 건가, 벌써……?

자동으로 출력되는 팩스 용지처럼 시커먼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어이없는 착각이었다. 하지만 그 어이없는 착각을 잡아챈 순간, 자신이 느낀 것은 공포였다. 아버지의 시신을 봤을 때의, 형의 차가워진 시신을 더듬어 총상의 상태를 확인했을 때의, 나무토막처럼 굳은 엄마의 몸에 수의를 입히고 있었을 때의…… 기억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공포가 순식간에 온몸을 마비시켰다.

……소중한 이들은……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은 늘 자신의 곁을 떠나가고 만다…… 미처 준비하기도 전에…… 준비는커녕 절대로 허락한 적도 없는데…… 느닷없이 닥친 해일처럼, 음습한 운명은 속수무책으로 다가와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한입에 집어삼키곤 유유히 사라져버리곤 한다…….

얼음장처럼 싸늘해지는 전신이 느껴졌다. 공포를 이기지 못한 자율 신경계가 온몸의 털들을 삐죽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안 돼! 참을 수 없어! 그만둬!!!

“……선생님……?!!!”

다급한 부름이 갖가지 소음들을 제치고 제법 크게 울려 퍼졌다. 동요를 채 숨기지 못한 자신의 새된 고함 소리였다. 주변에 서 있던 동기들 몇이 돌아보는 것을 어렴풋이 자각했지만, 그쪽으로는 도무지 신경이 가 닿지 않았다. 고꾸라진 시체의 오른팔을 와락 틀어쥐고 미친 듯이 끌어당겼다. 팔랑팔랑 깃털처럼 가볍게 흔들리기만 하던 몸은 시체가 되더니 천근만근 쇳덩이로 무섭게 변태해 있었다. 위로 끌어올려지며 시체가 흐릿한 신음 소리를 냈지만, 공포에 질린 의식은 그조차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선생님, 왜……?!!! 괜찮으십니까?!!!”

우렁우렁 떨리는 목소리가 목젖을 경련시키며 토해졌다. 포악하기까지 한 간절한 기원이 통했는지, 시체가 천천히 고개를 드는 것이 보였다. 자신이 잡아 올린 팔이 아픈 모양으로, 시체는 살짝 찌푸린 미간과 눈꺼풀 틈으로 솟은 물기를 문지르며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위야…….”

망설임이 담긴 다정한 울림이 귓가를 어루만지며 지나간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가 핏발 선 자신의 망막을 위로하며 조용히 퍼져갔다. 살아 있다!!! 정신을 잃지 않았어!!! 쓰러진 게 아니야!!! 그는 안전해!!! 내 곁을 떠나지 않아!!! 그제야 정상적인 판단력이 돌아오고 있었다. 삐죽 치솟았던 공포의 얼음 탑이 스멀스멀 녹아 진득한 수액처럼 흘러내렸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위야…….”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 니…… 다…….

되풀이되는 다정한 호명에 위 역시 누군가에게 맹렬한 감사의 인사를 되뇌었다. 바짝 곤두섰던 신경이 차츰 안정을 찾는 것이 느껴졌다. 신경증적인 공포감이 사라지자마자 비로소 생각이 제대로 돌기 시작했다. 자기보호본능에 따른 경계심과 공격성도 되살아났다.

시선이 느껴졌다. 제법 많은 시선이었다. 무대 중앙으로부터 빠져나온 전창일 패거리 중 일부도 보이고, 얼굴만 아는 과 동기들도 보이고, 얼굴조차 모르겠는 타과의 동기들도 보였다. 그중 배 이상이 생면부지의 여자애들이었다. 젠장. 십중팔구는 방금 전에 자신이 내지른 흥분한 고함 소리 덕분일 터였다.

“……그러게 왜 고집을 부리십니까? 몸이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씀을 해주셔야죠.”

위가 생각하기에도 지나치게 냉랭한 어조였다. 애정이 듬뿍 담겼던 부드러운 미소가 연인의 얼굴에서 그대로 굳어드는 것이 보였다. 즉각적인 반응이 놀라울 정도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영향을 받고 상처를 받는 연인답다고 해야 할지. 자신 역시 미미한 통증이 가슴 언저리를 짓누르고 지나가는 것을 느끼지만, 그쯤은 무시하자고 위는 이를 사리물었다.

“정말 이젠 그만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선생님. 안색이 너무 안 좋으세요. 혜윤인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어차피 저도 양 선배를 바래다드려야 하니까요. 선생님께서도 대리 운전을 부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버틴 연인에게서 혜윤이를 빼앗겠다는 협박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주는 짓인지는 안다. 하지만 결코 망설이지 않는다. 지금으로선 결코 과하지 않을 필요한 조처다. 시선이 너무나 많다. 신경질적인 공포감에 굴복해 경계가 느슨해지고 말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감정을 너무 많이 드러냈다는 것도 비로소 인식이 되었다. 연인에게나, 아직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할 주변 학우들에게나. 되돌려야만 한다. 연인과 자신 사이에 흐르고 있는 격렬한 전류는 찰나만 방심해도 이처럼 수시로 물밀 듯이 흘러나오고 만다.

아직은 눈치 못 챘을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니, 눈치 못 챘다. 하지만 말 그대로 /아직/일 뿐이다. /아직/이라는 건 /언젠가는/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와 한가지다. /언젠가는/ 자신의 저주받을 감정이 벌건 대낮처럼 환하게 발가벗겨질지도 모른다. 연인에게는 물론 자신들과 전혀 상관도 없을 뭇 공중에게. 그러니 절대 방심할 수 없다. 방심해선 안 된다. 그 어떤 사소한 계기 하나만으로도 자신과 자신의 어깨에 걸린 소중한 인생들이 송두리째 박살이 나게 된다.

“……위…… 위야…… 나…… 나는…… 난…….”

“오다가 보니까 공중전화 부스가 하나 있더군요. 저쪽 오솔길로 빠져서 30미터쯤 내려가시면 보일 겁니다. 대학 본부로 직진할 수 있는 길이거든요. 뭣하면 제가 함께 가드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으름장이다. 으름장일 뿐이다. 그저 ‘대외 선전용’ 으름장일 뿐이건만, 위의 진심을 알 리 없는 순박한 연인은 즉시로 사색이 된다. 슬프고 슬픈 절망이, 절박한 애원이, 보일 듯 말 듯 예쁜 눈시울을 스치고 지나간다.

“……괜찮아. 운전은 내가 해도 돼. 지, 진짜야, 위야. ……혜윤이…… 혜…… 혜윤인 내가 데려다줄게…… 너, 오늘까진 그 예쁜 선배 아가씨랑 데이트 해줘야 한다며…… 혜윤이까지 데리고 다니면 보기 그렇잖아. 그 아가씨도 좋아할 것 같진 않은걸……?”

몇 번 망설이는 듯하다가는 이내 참지 못하겠는지 연인이 위의 팔뚝을 와락 움켜쥐었다. 가늘게 떨고 있는 것은 여전했지만 힘 있게 움켜쥔 손아귀에서 감지되는 절박한 고집은 여실했다. 맨살에 닿아오는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가뜩이나 창백했던 안색은 뿌연 조명 빛 아래서도 확연하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파랗게 질린 채 연인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심하게 일렁이는 눈동자에 어린 물기가 금방이라도 눈물로 뭉쳐 굴러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연인의 고통은, 언젠가부터 늘 그랬듯이 위 자신의 고통이 되었다. 끔찍한 공명(共鳴)이었다.

“……어…… 얼굴빛이 나쁜 건 잠깐 안 좋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래. 모…… 몸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거든. 정말이야, 위야.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혜, 혜윤이 내가 데려다줄게. 응? 내가 할게. 넌 신경 쓰지 말고 그 선배나 무사히 데려다주렴. 응?”

“…….”

……으름장일 뿐이라니까! 그러니 그렇게 질릴 필요 없어! 당신이 지금 얼마나 혜윤이를 데려다주는 일에 집착하는지 알아? 혜윤이를 뺏을 생각은 없어! 그저 잠깐 표정 관리 좀 하는 것뿐이라는데 왜 그래?! 내가 당신을 때렸어?! 누가 죽었어?!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했나?! 뭐가 그리 절망할 일이란 거야?! 왜 그렇게 오버해?! 왜 나까지 이토록 아프게 하는 거냐구, 당신!!!

악에 받친 절규가 금방이라도 목소리로 변해 밖으로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표정 관리가 필요하다고, 좀 더 오래 버텨보라고, 제발 연인의 고통에 일일이 흔들리지 말라고, 이성이 저 멀리서 아득하게 속살거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심장의 통증은 도무지 멈출 줄을 몰랐다.

“……그 아가씨…….”

“…….”

“……그…… 그 선배 말이다…… 정말 예쁜 사람이라 호위 기사가 늘 따라다녀야 할 것 같더라. 오…… 오늘은 아무래도 네가 호위 기사인 모양이니까 제대로 임무 수행을 해야지. 아, 안 그래……?”

“…….”

“……아, 이런. 벌써 10시 반이 넘은 거 아니? 너무 늦은 것 같구나.”

“…….”

심하게 일렁이던 연인의 눈빛이 겨우 안정을 찾는 것이 보였다. 줄곧 뺨으로 굴러 떨어질 것만 같던 눈물방울 대신, 연인의 눈시울을 가득 채운 것은 얼굴 전체로 배시시 퍼지기 시작한 웃음기였다. 자신을 향한 마지막 애원 한마디는 더듬지도 않았다. 나지막한 목소리에선 연인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권위마저 느껴졌다. 궁지에 몰린 고집과 오기가 겁에 질린 나약한 마음을 이겨낸 것이리라.

“……가뜩이나 잠도 많은 혜윤이인데, 자칫하면 자정을 넘기겠어. 아무리 내일이 일요일이라도 수면 리듬 끊기면 일주일 내내 피곤해할 거다. 잠깐 기다릴래? 혜윤이 불러올게.”

여전히 자신의 시선을 피하면서도 어조는 단호했다. 마치 혜윤이만은 뺏길 수 없어 하고 고집스러운 선언문이라도 낭독하는 것 같았다.

당연하다는 듯이 몸을 돌리는 연인을 위 또한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그저 무대 한복판으로 걸어가는 연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을 뿐이었다. 충분한 대외 선전이 됐는지 도무지 판단할 순 없었지만, 더 이상 연인을 괴롭혔다간 위 자신이 먼저 가슴을 움켜쥐고 발광할 것만 같았다. 왼쪽 다리가 희미하게 끌리는, 이젠 너무나 익숙하고 그리운 모습이 돼버린 연인의 애처로운 걸음걸이가 망막 사이로 아프게 밟혀들었다.

……익숙해져야만 한다고 했지……?

생살이 찢겨나가는 듯한 애모와 연민의 고통 속에서 위는 이기적인 자기 보호 본능이 다시금 고개를 쳐들고 속살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너무 쉬이 흔들리고 있어. 너무 간단해. 별것도 아닌 일에 이렇게 쉬이 동요를 해서 어쩌자는 거야. 이리 약해 빠져서야 어떻게 이겨. 어떻게 저 사람을 이길 거냐구…….

알고 있다. 그저 깊은 우정을 품고 있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을 때에도 연인의 상처나 고통에 대해서만큼은 몹시도 민감하게 반응하곤 했던 자신이었다. 기왕에 감정의 실체를 자각해버린 마당에, 더 흔들리면 흔들렸지 올곧게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 턱이 없었다. 사랑이 깊으면 상대의 모든 모습이 다 극심한 혼란이요 고통이 되는 모양이었다. 쓰라린 심장의 통증을 움켜쥔 채, 에코처럼 끊임없이 귓전을 두드리고 있는 이기심에 귀를 기울였다. 이 정도면 아주 잘해내는 거라고, 득의양양 스스로를 독려했다.

……괜찮아…… 쉽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긴 싸움이 될 거라고 했지? 많이 아플 거야. 아무렴. 아픈 게 당연하지. 하지만 오래가진 않아. 이기면 그만이야. 일단 이기고 나면 더 이상 아프지 않아. 아프지 않게 된다구. 그저 아직 때가 되지 못했을 뿐이야. 충분히 섹스 하지 못했어.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지. 아무렴. 아직 충분히 질리지 못했기 때문이야. 그러니 참아. 참으라구. 넌 참을 수 있어, 문위…….

“……무슨 기분 나쁜 일 있니? 표정이 너무 무서워, 위야.”

솜사탕 같은 달큼한 목소리가 와락 현실을 일깨웠다.

“……본부에 가서 전대협 선배들 만났다더니 별로 안 좋았나 보다?”

느닷없는 기습으로 허를 찌른 적을 상대할 때처럼 맹렬한 적대감이 피처럼 뿜어 나왔다. 너는 무어냐?!!!!!! 시뻘겋게 독이 오른 시야를 설핏 파고든 것은 새하얀 스트랩 샌들이었다. 도자기 인형처럼 매끈하게 빚어진 발목과 종아리도 보였다. 옳거니. 더 이상 시선을 올릴 필요도 없었다.

조물주가 제법 공들여서 빚어 만든 것 같은 빼어난 공주님…… 여자다. 위 자신에게 집요하게 욕망을 품고 있음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 여자. 그 사람과는 다르지만, 위에겐 또 다른 만만찮은 적들 중 하나일 뿐인 존재. 바로 ‘세상’이라고 하는 이름의 적이었다. 호시탐탐 자신의 약점만을 노리는, 세상의 ‘상식’이라 불리고 있는 ‘시선’이었다. 그 사람에 비하면 자신에게 있어 터무니없을 정도로 무가치한 존재들이지만, 그 또한 언제 어느 때 자신과 자신의 어깨에 걸린 소중한 인생들을 송두리째 박살 낼지 모르는, 자신의 치명적인 적군이었다.

“……우아, 진짜 무서워. 그렇게 노려보니까 다리가 떨려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겠다.”

핏기가 가신 얼굴빛만 보면 여자가 하는 말이 사실인 것도 같지만, 위를 응시하고 있는 시선에선 공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도발적인 에너지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절대로 호의적이라고는 할 수 없을 자신의 사나운 시선에도, 여자가 대답으로 돌려주고 있는 것은 열정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애정이었다.

하긴 보통이 아닌 여자란 건 진즉에 알아차렸었다.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음에도, 여자는 줄곧 위가 그어놓은 선 안으로 거침없이 흑발을 들이밀곤 했었다. 오늘 밤, 느닷없이 들이닥쳤던 여자의 키스 또한 사내로서의 욕망을 자극하기 충분한 색기와 매혹이 가득한 키스였다는 객관적인 판단과는 별개로 그 느닷없음만큼이나 위의 불쾌감을 유발했었다. 별로 경험이 없을 것 같은 테크닉 제로의 키스는 바로 그 순진무구함 자체로 수컷으로서의 공격성을 자극했던 것이다. 여자의 당돌함은 여자 또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곱게 자란 명문대 여대생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여자는 무구한 버진으로서의 수줍음과 총명한 요부로서의 대담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인환 선배님께서 말씀해주셨어. 사과하려고 찾았었거든. 네 기분은 묻지도 않고 갑자기 키스했잖아. 스토커처럼 보였다면 미안해, 위야.”

“…….”

“……분위기에 들떠서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한 거 같아. 너한테 창피해 죽겠어.”

“…….”

“……용서 안 해줄 거야?”

“…….”

“……그렇겠지. 너 무척 보수적이라는 얘기 많이 들었었어…… 무례한 사람을 정말 싫어한다고. 선배든 교수든 찍히면 얄짤 없다면서?”

“…….”

“……그런데도 난…… 정말 바보 같아…… 바보 같은 짓을 했어…….”

“…….”

“……무섭다니까? 그렇게 노려보지만 말고 무슨 얘기든 해봐. 기분 나빴다, 짜증 난다, 아니면 다신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든지…….”

“…….”

“……아이 참…… 그건 안 되는데…… 다신 나 보고 싶지 않다는 거는…… 왜냐면 난 너를 무척…….”

“죄송합니다. 전 지금 여자친구를 사귈 생각이 없습니다.”

서둘러 여자의 말허리를 잘랐다. 계속 들어주고 있다간 여자의 성가신 고백을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냉담한 시선에도 주눅 들지 않고 나지막하게 제 할 말만을 계속하던 여자의 표정이 비로소 흔들렸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여유 부릴 형편이 안 됩니다. 제겐 부양해야 할 동생들이 있고, 동생들이 모두 무사히 어른이 될 때까진 연애놀음에 빠질 마음은 없습니다.”

“…….”

“선배님과도 오늘 파트너가 돼드린 것으로 깨끗이 매듭짓고 싶습니다. 저는 여러모로 선배님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설령 앞으로 제가 연애를 할 여건이 된다 해도 선배님이 제 상대가 되는 일은 없을 것 같군요.”

“…….”

둘러말한다거나, 혹은 좀 더 부드러운 거절의 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를 위해 위는 그 어떤 노력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가난한 남창의 배려가 아니더라도 여자는 달리 충분히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었고, 또한 사소한 실연의 상처쯤은 쉬이 극복할 만큼 강건한 내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설령 여자가 약하고 섬세한 성품이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여자를 배려하고픈 마음이 들었을지는 미지수였다. 타인의 아픔 따위 신경 쓸 계제가 아니었다. 제 코가 석자였다. 수시로 가슴은 할퀴어지고, 벌어진 상처로부턴 콸콸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순간, 여자의 존재란 자신을 상처 입히는 또 하나의 비수와 다르지 않았다. 자신을 공격하는 적에게 연민을 줄 만큼 자신은 부처가 아니다. 부처라니, 개가 다 코웃음을 칠 일이지. 자신은 야차다. 야차가 되기로 작정을 했다. 연인의 생기를 잡아먹고 있는 야차 주제에 부처의 연민이라니.

“……단호하네……?”

한동안 바닥으로 내려가 있던 여자의 시선이 다시금 위의 얼굴로 올라왔다. 핏기가 가신 낯빛을 빼면 여자가 동요하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여자는 울지 않았다. 울기는커녕, 위를 마주하고 있는 아름다운 얼굴엔 잔잔한 미소마저 감돌고 있었다.

“……고백까지 막아버리다니, 매정한 건지 상냥한 건지 잘 모르겠다.”

“…….”

“……독한 성격이란 건 알겠어. 어찌나 독하게 쏘아대는지 정말 아프구나.”

“…….”

“……아니, 아니, 독하다기보다 무심해. 너나 네가 선택한 사람들 이외의 존재에 대해선 일절 관심을 두지 않는군. 마치 호랑이 같아. 잔뜩 굶주린 채 혼자 한겨울 눈밭을 헤치고 다니는…… 그래, 그런 호랑이처럼 오만하고 고독하지.”

“…….”

“……짐작은 했지만 짐작한 것 이상이야. 그런 점에 더 반한 거긴 한데…… 나 역시 네게 그런 무의미한 존재로 치부되는 걸 보니 정말로 괴롭구나…….”

“…….”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동생들 때문에 연애할 수 없다는 말도…… 우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도.”

“…….”

“……특히 오늘 에스코트로 ‘우리 사이’를 말끔히 매듭짓고 싶다는 말…… 나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대답하고 싶지만…… 하지만 오늘은 일단 그만둘게. 도둑 키스로 점수가 왕창 깎였는데, 거기다 질기게 달라붙는 여자란 판정까지 보탤 순 없지. ……그만 집에 바래다줄래?”

여자가 어깨 아래로 퍼져 있던 긴 생머리를 뒤로 넘기며 물어왔다. 여전히 부드럽게 머물러 있는 미소는 슬퍼 보였다. 독한 소유욕을 드러내며 막무가내로 달라붙곤 했던 이전 고객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스쳤지만 무시했다. 다르기야 하겠지. 보통 여자가 아니지 않은가.

“오빠……!”

적대감과 경계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악의적인 코웃음을 씹으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뒤쪽에서 누이의 부름이 들려왔다.

“헤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늦은 줄 몰랐네?! 화난 거 아니지? 지금 선생님이랑 집에 가려구. 오빤 신애 언니 바래다주기로 했다면서?”

고개를 돌리자, 땀범벅인 머리카락을 훔치며 웃고 있는 누이의 얼굴이 시야로 밟혀들었다. 아직도 숨이 가쁜 듯 헐떡이는 걸 보니 연인에게 잡혀오기 직전까지 무대 위를 누볐던 모양이었다. 누이의 애교는 본체만체, 시선은 자동적으로 누이 뒤에 선 연인에게로 넘어갔다.

“……혜윤인 여전히 쌩쌩한 거 같지? 밤새라도 놀 수 있을 것 같아. 누굴 닮아 그렇게 체력이 좋은지 모르겠어, 위야.”

“헤헤, 아직 모르셨어요, 선생님? 문 씨 집안이 원래 체력으로 먹고살거든요.”

누이의 너스레에 나지막한 웃음소리로 대꾸하는 연인의 낯빛은 여전히 하얗게 질린 채다. 누이와 주변 풍경을 무심히 둘러보는 척하며 자신의 시선을 내내 피하는 것도 여전하고, 섬약한 속내를 의연한 어른 흉내로 포장하는 태도도 여전했다. 어쩐 일인지, 오늘 내내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시하던 여자에 대해선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것이 좀 다를 뿐이다. 마치 여자가 아예 눈앞에 없는 듯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 반대로 여자를 두려워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자신에게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했으니 신경이야 쓰이겠지만,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건 역시 자신의 과민해져 있는 신경 탓이리라. 아마도 ‘무시한다’가 정답이겠지. 연인으로선 최대한의 적대감의 표현인 셈. 필요 이상으로 예의 바르고, 타인의 시선을 몹시 의식하곤 하는 섬약한 연인의 성미치곤 꽤나 대담한 반응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래. 이젠 위 자신도 안다. 질투의 칼날이 얼마나 혹독하게 경쟁자에 대한 증오심과 투쟁심을 들쑤시는지를. 만약 연인이 다른 사내놈과 키스하는 장면을 보기라도 한다면 자신은 연인의 반의반만큼도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리라. 평정은커녕 완전히 눈이 돌아, 상대 놈을 죽을 때까지 잔인하게 팰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혜윤이는 내가 잘 데려다줄게, 위야. 너도 신애 씨 잘 모셔다드리고…… 나중에 전화하마.”

태연자약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연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작별 인사라니. 어떻게든 시선을 잡아채보려 하지만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잘도 자신의 시선을 비키는 연인이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

마지못해 답을 떨구자 연인의 어깨가 움찔 전율한다. 역시…… 아무리 태연한 체해도 본질을 숨길 수는 없지. 자신의 심술을 그대로 관철시켜 혜윤이마저 끌고 갈까 내내 노심초사했을 연인의 속내가 파노라마처럼 선명하게 펼쳐진다. 자신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고 있을 여린 가슴도.

“……신애 씨도 잘 들어가세요. 오늘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여자에게도 시선을 비킨 작별 인사가 떨어졌다. 여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뭐라고 답례를 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온통 연인에게만 신경이 곤두서 있는 통에 제대로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예. 저도 또 뵙게 되면 좋겠네요, 신애 씨…….”

“……###…… @@@@&&***…… %%%&*****@@@@**###…….”

여자의 대꾸에 연인의 입가가 좀 더 벌어지며 미소가 깊어졌지만, 입술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것까진 차마 숨길 수 없었다. 코끝에 맺힌 땀방울을 훔치고 있는 메마른 손가락도 보일 듯 말듯 떨리고 있긴 한가지였다.

“……어…… 에…… 예, 신애 씨. ……혜윤아, 가자.”

“네, 선생님! 그럼 우리 먼저 갈게, 오빠! 이따 봐!”

누이가 여자와 자신을 번갈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장난스레 손을 흔드는 누이의 팔꿈치를 연인이 다정하게 끌어당겼고, 두 사람은 이내 등을 보인 채 걸어가기 시작했다. 연인의 차가 주차돼 있다는 대학원 기숙사 방향이었다. 춤을 추는 듯한 누이의 걸음걸이와 희미하게 절름거리는 연인의 느릿한 걸음걸이가 신기할 정도로 정확하게 보조를 맞추고 있다. 얼마나 절박하게 연인의 뒤통수를 좇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제법 오래 시야에 담길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실루엣은 어느새 어둠이 가득히 내려앉은 캠퍼스 안쪽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고통과 함께한 기쁨이, 예쁜 연인을 눈에 담을 수 있었던 아릿한 열락이 갑자기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혼곤한 꿈에서 깨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느닷없이 따귀라도 맞은 것처럼, 황망하고 얼떨떨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를 쫓아가 잡지 않고 뭘 하는 거야……?

젠장. 뭔가 울컥한 심사가 치미는데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다. 여자를 팽개쳐두고 단숨에 연인을 따라가고픈 욕구가 갈증처럼 타오른다. 연인과 자신을 호시탐탐 감시하고 있는 주변의 시선이, 세상이 증오스러워 이가 갈린다. 단 한 번의 주먹질로 그 모든 것들을 부서뜨릴 수만 있다면, 사라져버리게 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렇게 하리라. 당장 세상을 사멸시킨 후에, 연인의 팔을 꼭 움켜쥔 채 만족한 웃음을 머금고서 유유히 사라지리라. 연인과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고요한 천국으로. 오로지 둘만 존재할 지옥으로.

“……분노가 너무 많은가 봐…….”

아득하게 웅웅거리는 테크노 비트 너머로 여자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그물처럼 걸려들었다. 연인을 좇아 무방비하게 흩어져 있던 정신이 소스라쳐 현재로 되돌아왔다.

“……너 말야, 위야. 넌 뭐가 그렇게 증오스러운 게 많으니?”

마치 자신의 내면을 복사해내기라도 하려는 듯, 자신의 프로필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여자의 시선이 느껴졌다. 돌아보지 않았다. 연인과의 이별이 가져다준 정신의 방기를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피로감이 엄습했다.

“……정말 무서워. 네가 그런 표정일 땐 말을 걸기는커녕 쳐다보기조차 힘들 정도로 네가 무서워.”

“…….”

“……그냥 원래 표정이 딱딱해서 그런 거면 좋겠다. 그냥 내 착각인 거면…….”

“…….”

다행이었다. 여자는 자신의 방기에서 분노만을 읽은 모양이었다. 그 속에 감춰진, 연인을 향한 숨 막히는 열기나 좌절된 욕망까지는 차마 짐작 못 했으리라. 여자에게 혹여 자신의 감정을 들킨 건가 싶어 잠깐 긴장했지만, 아무리 예리한 여자라 해도 무당의 안목을 가졌을 턱은 없었다. 공안 요원들의 괴롭힘을 받은 경험이 있는 자라면 감정을 숨기는 재주만큼은 필수로 익혀야 하고, 그렇게 익힌 서글픈 재주는 무당이 아닌 이상 좀처럼 읽기 힘든 법이었다.

“……댁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가시죠.”

여자의 집요한 시선이 힘을 잃고 누그러지는 게 느껴진다. 역시 예의 바른 거리 두기만큼 여자들의 집착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적인 수단은 없는 것 같다고 조소했다.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미동도 않고 서 있다간, 제법 서늘해진 밤바람이 여자의 머리카락을 훑고 지나가자 버릇처럼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지런히 했을 뿐이었다. 오늘 저녁 내내 쓸모없는 짐짝처럼 느껴지던 여자는, 이젠 아예 처치 곤란의 악취 덩어리 쓰레기로 전락해 있었다. 막상 끝이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든 빨리 이 지겨운 상황을 종료시키고 싶었다.

여자의 집에서 자신의 둥지까지 왕복할 택시비가 충분한지 바지 뒷주머니를 뒤져보고 있는데, 스테이지 쪽에서 아는 얼굴들 몇이 시선을 주고 있는 게 보였다. 전창일 무리였다. 몇몇은 이쪽으로 가까이 오려는 듯도 해서(아름다운 ‘여신’을 쉬이 돌려보낼 동기들이 아니었다) 위는 미적거리고 있는 여자의 팔꿈치를 가볍게 쥔 채 정문 쪽으로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택시를 잡으려면 적어도 정문 밖까지는 나가야 했다. 시간이 꽤 늦어 교정 안까지 들어오는 빈 택시는 더 이상 없을 터였다.

“……빨라…… 걸음이 너무 빨라, 위야. 조금만 천천히 가면 안 되겠니……?”

가쁜 숨소리에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귓전을 두드렸다.

아차, 또 의식을 놓고 있었던가 보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여자를 살피니 여자는 몹시 숨을 헐떡거리며 곤란한 듯한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여자 너머로 보이는 시커먼 덩어리는 규장각 건물이었다. 어느새 정문 근처까지 도착해 있었던 모양이었다. 애정이 담긴 여자의 어색한 웃음은 어딘가 낯이 익었다. 기억이, 무심코 지나쳤던 아픈 에피소드들 중 하나가, 여봐란 듯이 뇌리를 점령했다.

―……넌 걸음이 너무 빠른 거 같애, 위야…….

뭉클한 응어리가 치밀어 오르며 목울대를 고통스럽게 했다.

―……하하, 하긴 콤파스가 워낙 길어야지…… 좀 봐주라. 짝짝이 다리로 쫓아가자니 진짜로 부대낀다구…….

땀이 송골송골 밴 창백한 낯빛으로 연인이 웃고 있었다. 미안한 듯이.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괴로움과 수치와 절절한 애정을 채 다 숨기지 못한 연인의 예쁜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그래서 더 위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슬픔이 하이에나처럼 내장을 할퀴고 지나갔다. 하느님……! 너무나 괴로웠다.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천리만리 떨어져 있어도, 연인은…… 아니, 연인의 고통은 자신의 심장을 움켜쥔 채 단 한순간도 놓아주지 않는다.

……안아야지……. 힘껏 이를 사리물었다. ……어서 빨리 여자를 던져버리고…… 연인의 아틀리에로 돌아가야지…… 호흡을 고르며 여자의 보폭을 기억하기 위해 신경을 모았다. ……가서 실컷 안는 거야…… 거기가 짓무르도록 안고 또 안는 거야…… 그럼 조금은 덜 아프게 될 거야…….

“……죄송합니다. 제 생각에만 빠져 있느라 미처 선배님을 배려하지 못했습니다.”

상냥한 어조로 대꾸해주었다. 부드러운 시선으로 일별했다. 보폭을 늦춰 여자와 보조를 맞췄다. 마음을 바꾸니 친절하고 온화한 언동이 절로 흘러나왔다. 연인에게 하고픈 대꾸였다. 연인에게 주고픈 눈빛이었다. 연인에게 맞춰주고 싶은 보폭이었다. 하지만 그 모두 연인에겐 절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기도 했다. ……눈앞의 이 낮선 여자가 만약 ‘연인’이었다면…… 황홀한 가정은 순간순간 뼈를 깎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완화시켜주었다.

눈가에 보일 듯 말 듯 눈물이 맺힌 여자가 달콤하게 웃고 있었다. 예쁜 자신의 연인이 행복한 듯 웃고 있었다. 자신을 응시하는 여자의 눈동자 속엔 순박한 애정이 가득 넘쳐나고 있었다. 숭배와 감탄과 열정이 연인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빛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래. 참을 수 있다, 이젠. 연인을 안으러 아틀리에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조금은 덜 아플 수 있어……. 여자가 연인인 것처럼 상상해보는 거야…….

슬프고 초라한 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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