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 2003년 7월. 장인환(張仁歡) (68/129)

30. 2003년 7월. 장인환(張仁歡)

“……장 선…… 님…… 선생…… 선생님…….” 

“……괜찮…… 진정…… 김강원 씨…….”

“……선생…… 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괜찮으실 게요. 이 친구, 사람 몸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아는 친구니 믿어도 돼요. 이 친구가 그냥 기절하신 것뿐이라고 하면 진짜로 그냥 기절하신 것뿐인 거요.”

“이 의원님!!!!!”

“하하, 그 주먹으로 날 때리면 여기 이 친구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요. 내 보니 김강원 씨도 힘깨나 쓰실 것 같은데, 본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시고 싶은 거라면 말리지는 않겠소만.”

“이 의원님!!!!!”

“쉬잇, 봐요. 깨어나시지 않소.”

“……선생님……? 선생님!!!!! 정신이 드십니까?!!!!! 선생님!!!!!”

“……눈빛이 맑아요, 김 선생. 깨어나셨어. 이분들 말씀대로 괜찮은 것 같구만. 다행이야. 장 선생 드시게 난 냉수 좀 떠 오리다.”

“선생님!!!!!”

“……정신이 들어요, 장 선생님?”

“…….”

“……선생님……?”

“……나예요, 이윤열. 많이 놀라셨지요?”

“…….”

“……농담이었다곤 말 못 하겠고…… 위야 심장이 멈췄던 것도 거짓말은 아니었어요.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죽어가는 것도 사실이지. 장 선생님 때문에요. 그래서 내 좀 떠본 겁니다, 장 선생님.”

“…….”

“……역시 사람이란 이기적인 동물이라서 뭐라 해도 내 피붙이가 더 소중한 거예요. 우리 위야를 위해 장 선생님께서 여전히 움직여주실 수 있을까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놀라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

“……우리 위야가 많이 아파요. 폐렴이었는데, 요 며칠 새에도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습니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장 선생님 찾느라 혈안이 되어서…… 좀처럼 차도를 안 보여요. 음식은커녕 물조차도 잘 못 넘기고…… 의사들이 마구 경고를 합니다. 저렇게 내버려두면 죽을지도 모른다구요. 몸무게도 순식간에 11킬로나 빠졌어요. 아마 보시면 그 해골 같아진 모습에 놀라실지도 몰라요.”

“…….”

“……울지 마세요. 아직은 안 죽었습니다. 물론 장 선생님께서 지금처럼 계속 우리 위야만 혼자 버려두시겠다면 저도 장담은 못 하겠습니다만.”

“…….”

“……며칠 전에 겨우 장 선생님의 마지막 행선지를 알아냈는데, 어쩐 일인지 사람을 안 푸는 거라…… 막상 찾고 나니까 오기가 생긴 거지. 그래요. 우리 위야는 그런 녀석이지요. 장 선생님께서 제 의지로 돌아오시길 기다리고 있는 거요.”

“…….”

“……녀석 똥고집을 아니까 나도 웬만하면 그냥 두고 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건강 상태가 말이 아닌 거예요. 의사들도 진짜 위험하다고 겁을 주기만 하고…… 어쩌겠어요. 못난 놈이라도 내 동생인데…… 내 소중한 피붙이인데…… 일단 살리고 봐야지…….”

“…….”

“……솔직히 나 장 선생님 무척 미워요. 아주 많이 미워합니다. 위야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우리 불쌍한 혜윤이 때문에…….”

“…….”

“……장 선생님을 용서하기가 무척 힘이 들어요. 이렇게 힘이 들어서야 평생이 걸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하, 그래요. 제가 원래 한이 많습니다. 죽은 강이도 그렇고…… 억울하게 다친 사람들에 대해서는 쉽사리 원한을 잊지 않아요. 일부러 잊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지요. 그래야 움직일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

“……용서는 망각을 낳고 때론 나태를 잉태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무조건 용서가 좋은 것만도 아니지요.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장 선생님도 쉽사리 용서를 못 하는 걸 거예요.”

“…….”

“……울지 마세요. 이렇게 떨지도 마시구요. 지금 장 선생님을 규탄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솔직히 제 심정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뿐이에요. 어쩌면 이제야말로 장 선생님과 우리 위야를 축복할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하하, 김강원 씨가 옆에서 무섭게 노려보시는군요. 제 보디가드들이 아니었다면 애저녁에 시체 처리가 됐을지도 모르겠어요.”

“…….”

“……그러니 마음 편히 들어주십시오. 이건 우리 위야를 위한 제 고백성사라고요.”

“…….”

“……제가 용서를 드리는 것과는 별개로 장 선생님께선 충분히 죗값을 치렀다고 생각합니다. 장 선생님 스스로는 더 이상 우리들이나 혜윤이 때문에 고통받을 필요가 없다고요.”

“…….”

“……그래요. 사실 어쩌면 지난 10년간 장 선생님께서 받으신 고통이 혜윤이가 받았고 또 앞으로도 받게 될 고통보다도 훨씬 더 큰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솔직히 더 크겠지요. 고통의 양이나 깊이를 객관적으로 재는 기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

“……그러니 이제 그만 장 선생님도 편해지세요. 다 잊으시고 편해지세요. 그냥 앞으로 살아갈 일만 생각하시길 바라요. 물론 우리 위야가 원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시면 좋겠지만 그건 또 두 사람만의 문제니까 제가 왈가왈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겠죠.”

“…….”

“……다만 앞으로 장 선생님의 결정이 어떤 것이 되든 위야가 저리 고집을 부리고 있으니까 당분간은 위야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셨으면 좋겠어요. 이건 제 부탁입니다. 뭐라 해도 우선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

“……그런 생각을 합니다. 10년 전에 위야가 조금만 더 장 선생님께 너그러웠다면, 아주 조금만 더 장 선생님을 배려했더라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하구요.”

“…….”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만나고 헤어지고…… 그래서 각자 어울리는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었을 텐데…….”

“…….”

“……그 10년 전에 우리 위야에게 하지 못했던 충고를…… 아니, 부탁을 장 선생님께 이제야 하는 겁니다. 현재 장 선생님의 감정이 우리 위야와는 같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성준이가 말해주더군요. 그저 죄책감뿐이시라고. 그런 걸 억지로 묶고 있는 게 우리 위야라고요.”

“…….”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미 예전의 감정이 사라지셨다고 해도, 위야를 위해 선생님께서 조금만 더 양보를 해주십사 하는 겁니다. 적어도 위야가 준비를 갖출 때까지만이라도요. 선생님을 보내고도 온전히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이요.”

“…….”

“……예…… 10년 전에 위야가 해주지 않은 배려를 선생님께는 해달라고 하는 게 몹시 뻔뻔스러운 부탁이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그래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겐 정말 소중한 동생이랍니다. 위야도, 휘야도, 그리고 혜윤이도…… 그 애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가 있답니다. 그 애들이 행복하게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아니, 적어도 죽음을 원할 정도로 상처를 받는 일만은 생기지 않도록…….”

“…….”

“……울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장 선생님…… 얼마나 무리한 부탁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정말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부디 우리 위야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위야를 살려주세요…….”

“…….”

“…….”

“…….”

“…….”

“…….”

눈앞의 자그마한 사내가 정확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다. 아무리 이리저리 의미를 짜 맞추려 해도 뒤죽박죽 엉킨 실타래마냥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가 죽었다는 부고에 머리가 쇼크를 받은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정신을 잃으면서 땅바닥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친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지금 자신의 머리는 정상이 아니다. 그러니 사내가 하는 말이 진짜로 사내가 하는 말인지, 혹은 자신의 귀에 들리는 말이 자신이 생각하는 그 의미가 맞는 건지, 그 어떤 것도 다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다. 물론, 판단할 생각도 없다. 그런 제정신의 의지 따윈 가지고 있지 않다.

그냥 그가 아직 살아 있다는 말만 기억에 담는다. 그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했다는 부고가, 그저 자신을 떠보기 위한 거짓말이었다는 사내의 자백만 끊임없이 뇌리에 리플레이 시킨다.

가야만 한다. 그에게 돌아가야만 한다. 너무 늦었다. 이틀이나 지나버렸어……. 그래서 그런 거야. 아아, 이틀이나 지나버렸는데 돌아가지 않았어. 그래서 그래. 그래서 그런 거야. 아이, 참. 눈앞의 사내는 뭔 할 말이 이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사내에겐 눈도 못 맞출 죄인의 신분이니 그저 나 죽었소 하고 들어줘야만 할 것 같긴 한데, 지금은 그럴 정신머리가 없다. 가야만 한다. 그에게 돌아가야만 한다. 그가 죽어간다고 한다. 하느님. 그가 죽어가. 죽어간대. 폐렴이라고 했어. 그렇지. 그는 아주 예전에 심하게 폐를 앓은 적이 있어. 그래서 그런지 몸은 무쇠처럼 튼튼한데 폐는 이상할 정도로 약했지. 그때도 죽을 고비를 넘겼던 걸로 기억해.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아주 위험할 뻔했다고 간호사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나. 짧은 보브 커트 머리를 한 간호사였어. 그래. 그게 언제였더라? 아, 맞아. 14년 전이야. 그를 처음 만나던 해. 그래, 그때부터일 거야. 그의 폐가 약해진 게. 14년 전이지. 그는 그때 낡아서 올이 다 풀린 청바지에, 너무 많이 빨아서 색이 다 바랜 잿빛 면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 정말 아름다웠어. 너무너무 아름다워서 감히 똑바로 쳐다보기도 부끄러웠어. 정말로 가슴이 떨리도록 아름다운 내 영웅이었지. 그런데 그가 죽어가. 죽어간다고? 응. 죽어간대. 죽어간다는 거야. 하느님. 그런데 지금 내가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거지? 그가 아프다는데. 폐렴이라는데. 위독하대. 아아, 하느님. 가야 해. 빨리 돌아가야만 해. 안 돼. 죽으면 안 돼. 죽지 마. 죽지 마, 위야. 죽지 마. 내가 잘못했어. 전부 다 내가 잘못했어. 죽지 마. 위야가 죽으면 나도 죽어. 나도 죽어. 죽어. 죽었어. 어? ……죽…… 었나……? 죽어버렸던가, 벌써……?

“……선생님……?”

몸이 떨려서 중심을 잡을 수가 없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일어날 수가 없다. 하긴 일어나도 눈앞이 이렇게 뿌옇기만 하니 그에게 잘 돌아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가다가 길을 잃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가야 돼. 너무 늦었어. 이틀이나 지나버렸는데. 너무 늦어서 그가 죽으면 어떡해. 그럼 어떻게 해. 그전에 빨리 돌아가야 해. 빨리 일어나. 옳지, 눈물도 닦고. 더는 울지 마. 길을 잃으면 안 돼.

“선생님!!!”

휘청 하고 눈앞이 빙글 도는데 누군가 단단한 팔이 허리를 받쳐 든다. 아아, 다행이다. 덕분에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또 땅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면 이번엔 한참 동안 깨어나지 못할지도 몰라. 그럼 더 늦게 돼. 집에 못 돌아가. 그럼 그가 죽어버려. 폐렴이래. 그는 폐가 약해. 아주아주 약해.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고 보브 커트 머리를 한 간호사가 그랬어. 그러니 서두르지 않으면 안 돼.

“선생님!!!”

뒤에서 누군가가 자꾸만 자신을 불러. 아는 사람이야. 잘 아는 사람. 날 쓰러지지 않게 잘 받아줬어. 고마워라. 고마운 사람이네. 하지만 지금은 바빠. 아주아주 바빠. 인사는 나중에 해야지. 사내는 어딨지? 아주 먼 길을 가야 할 텐데, 그럼 차를 타고 가야 하잖아. 아무렴, 걸어가면 더 늦어질 텐데. 사내더러 데려다달라고 해야겠다. 사내는 그의 형이야. 그의 가족이야. 같이 가기 너무너무 무서운 사람이지만 지금은 비상사태니까 어쩔 수 없어. 무서워도 참아야지. 무조건 빨리 돌아가는 게 제일이야.

“……지…… 지…… 집에…… 위위…… 위야한테…… 데려다주세요…….”

사내는 참 작아. 위위는 무척이나 큰데, 형이라면서 사내는 아주 작아. 안 닮았네. 자신보다도 작아서 이렇게 눈을 마주치는 것도 쉬워. 올려다보지 않아도 돼.

“……아무래도 제 장난이 지나쳤나 봅니다, 장 선생님. 이렇게까지 충격을 받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모르셨다는 게 말이 됩니까?!!!!!”

“김 선생, 진정해요. 시시비비는 나중에 가리도록 하고 일단 장 선생을 서울로 모시고 가는 게 우선일 것 같소.”

“부디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김강원 씨. 사죄는 나중에 정식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양 군! 장 선생님을 차로 모셔다주시겠소?”

“치워요! 내가 안고 가겠습니다!!!”

“……김 선생……!”

몸이 위로 붕 뜬다. 뒤에서 단단하게 허리를 받쳐주던 사람이 자신을 안아 든 때문이었다. 그에게 가야 하는데 혹시 다른 데로 가는 게 아닐까 잠깐 불안해졌지만, 눈앞의 작은 사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에게 데려다준단다. 얌전히 있으면 그에게 재빨리 데려다준단다. 쉿. 울지 마. 얌전히 있어. 그에게 가는 거야. 이틀이나 지났으니까 숨도 쉬지 말고 재빨리 돌아가도록 해, 장인환. 저기 커다랗고 시커먼 차로. 쌩쌩쌩쌩, 쭉쭉 뻗은 고속도로로 빨리빨리 달려서.

“……이쪽입니다. 이쪽 차가 뒷좌석이 좀 더 넓어요.”

몸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구불구불, 짙은 녹색의 산등성이가 어지럽게 구불거린다. 산등성이 너머 하늘이 새파랗다. 하얀 뭉게구름이 예쁘다. 굉장히 날씨가 덥다. 세상에,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선생님……!”

“…….”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

자신을 안고 가는 사람이 자꾸만 자신을 부르고 있다. 울 것 같은 목소리가 너무너무 슬프다. 슬픈 건 싫어. 슬픈 건 너무 슬프니까. 죽는 건 더 싫어. 그가 죽어. 죽는대.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선생…….”

“…….”

“……선생…… 선생…… 님…… 인…… 인환……!”

“…….”

“……인환…… 인환…… 장인환…… 장인환…… 장인…….”

“…….”

새파랗게 어지럽던 하늘 대신 새까만 게 시야에 가득 들어찬다. 새까만 자동차다. 가죽 시트의 아릿한 냄새가 코끝에 진동한다. 흔들거리던 몸이 정지한다. 자신을 안고 가던 사람이 새까만 차의 뒷좌석에 몸을 내려주었기 때문이다. 등과 어깨를 의자 등받이에 기분 좋게 기대게 하고, 두 다리도 가지런히 바닥에 펴준다. 자신을 의자에 앉게 하고도 고마운 사람이 자신의 어깨를 한참이나 꼭 붙잡고 있다. 어깨를 잡고 있는 고마운 사람의 두 손이 심하게 떨고 있다. 자신을 바라다보는 눈도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슬픈 눈. 슬픈 눈이 무언가 굉장히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는 것만 같은데 알아들을 수는 없다. 그냥 고마운 사람의 입술로부터 자꾸만 불리고 있는 자신의 이름만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을 뿐이다.

“……지금은…….”

“…….”

“……지금은 그냥 보내드립니다만…… 인환…… 장인환…….”

“…….”

“……젠장…….”

“…….”

“김 선생, 그만하시고……. 의원님 일행이 기다리시는 것 같으니까…….”

“……연락…… 여…… 연락……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상반신이 짜부라지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고마운 사람이 와락 자신의 몸을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빨리 돌아가야만 하는데…….

마음이 급한 나머지 남자를 밀어버릴 뻔했지만 참았다. 그래도 고마운 사람인데, 밀어버리면 매우 기분 나빠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고마운 사람의 어깨를 끌어당긴다. 휴우. 다행이야. 고마운 사람의 팔이 간신히 자신을 놓아주었다. 휴우.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고마운 사람이 물러나고, 까만 양복을 입은 커다란 사람들이 대신 양옆에 올라탔다. 하도 덩치가 커서 차 안이 무척 넓은데도 몸이 꽉 끼이는 것 같다. 답답한 기분이 들지만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평을 하면 안 된다. 급해서 차를 얻어 타는 사람은 자신이니까. 앞좌석에도 두 사람인가가 더 탔고, 차 문이 그제야 겨우 닫혔다.

“……선생…… 선생님!!!!!!!!!!!”

차 문이 닫히기 직전, 고마운 사람의 절규가 들렸다. 아, 듣기 싫어. 듣기 싫어. 슬픈 목소리는 정말로 듣기가 싫다. 보기도 싫다. 슬프면 죽는다. 그가 죽는다. 죽는다. 자신이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아우, 씨. 빨리 출발하지 않고 뭐하는 거야…….

부르르르릉~~~.

시동 소리가 겨우 들린다. 다행이다. 출발하는가 보다. 몸이 뒤로 약간 기우뚱하더니 차가 쌩 앞으로 달려 나갔다. 차창 밖으로 설핏 고마운 사람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굉장히 일그러져 있는 아름다운 얼굴 위로 눈물이 홍수처럼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상하다. 저 사람은 어른인데 마치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다. 아프다. 슬프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처럼 슬프다. 아프고 슬픈 건 정말로 싫다. 그저 몇 초 스쳐 지나간 것뿐인데, 고마운 사람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리곤 한다. 어린아이처럼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펑펑 울고 있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싫어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짜증 나. 빨리 빨리 좀 가줘요.

부르르르릉~~~ 부릉~부릉~부르르르르릉~~~~.

다행이다. 차가 무지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가 죽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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