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88화 (88/157)

[데스퍼라도] 88. 하늘이 열리는 곳

데스퍼라도(Desperado)

하늘이 열리는 곳

그날 밤 건물 옥상에 리크와 케시어스, 슬레이어, 고룡(古龍) 카라펠리오가 모여 있었다. 옥상은 상당히 넓었으며 곳곳에 나무와 꽃이 조화를 잘 이루었다. 대리석 질감의 조각상들이 중앙 석 테이블을 기점으로 주변에 있었다. 리크와 그 외 사람들은 원형 테이블 둘레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서 하몬의 검을 살펴보고 있었다. 특히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는 직접 하몬의 검을 들어 보여 손으로 어루만졌다.

"확실히 다르군."

"흠. 과연 예사롭지 않은 검이야. 도대체 그 옛날 하몬이 이 검을 어디서 구한 거지?"

"한마디로 검이 영웅을 만들었다고 봐야겠지. 그나저나 오늘밤은 구름 한 점 없고 저 위에 갈비아스, 아무르, 프레아세톤 위성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영롱한 빛을 발하는 것 같군. 젠장 진짜 궁금해 죽겠군 도대체 아무르 위성과 관계된 절기가 무엇인지."

"후. 갈비아스 위성의 비밀은 23만년 전에 존재했던 인간 문명의 시조인 갈비아스 대영웅 파동검법이었다면 아무르 역시 고대 영웅의 이름일수도 있지."

슬레이어는 하몬의 검을 보다가 갑자기 리크에게 건네주었다.

"자 이젠 네 차례다. 어서 아므르의 비밀을 풀어보거라!"

"다짜고짜 풀다니요?"

"전에 네가 갈비아스 위성의 비밀을 풀었듯이 아무르 위성 또한 그런 방법으로 풀면 될 것 같은데."

"후. 정말 답답하네요. 벌써 그런 방법은 수백 번도 더 했을 겁니다. 저라고 아무르 위성의 비밀을 궁금해하지 않겠어요?"

"전에 갈비아스는 어떻게 풀었다고 했지?"

"하몬의 검에 새겨진 세 개의 위성 도형 중 갈비아스 도형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검은 천으로 가려서 저 하늘에 떠있는 갈비아스 위성에 하몬의 검을 향하게 하자 그 순간 검에서 빛이 일어나더니 잠시후 허공에서 빛의 형상이 글로서 변했습니다."

"흠. 물론 그 글의 내용은 갈비아스 파동검술에 대한 비전절기들을 기록한 거였겠지. 아무르 위성도 그렇게 해보았느냐?"

"물론 갈비아스 위성의 비밀을 밝힐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했습니다. 아르르 도형만 남겨 둔 체 나머진 검은 천으로 가리고 하늘에 떠있는 아무르 위성에 하몬의 검을 향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더군요."

"왜 반응이 없지?"

"낸 들 아나요?"

"젠장. 뭔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제법 시간이 흘렀다.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는 하몬의 검을 직접 아무르 위성에다 향하고 테이블 위에 여러 각도로 놓아 봤지만 어떤 한 반응도 없었다. 결국 그들은 포기를 하고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갔다. 옥상에는 리크와 케시어스만이 남아서 그저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케시어스. 그대의 가문 절기가 천애검법(天愛劍法)이라 얘기 들었소. 그 이름은 그대가 군단장 시절에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는 습관으로 병사들이 지어준 명칭이라 들었는데."

"후후. 사실이 그래요. 뇌우(雷雨)를 부르는 제 가문의 절기 명칭은 정확하게 레논스 검술이죠. 하지만 사람들이 천애검법이라 부르기를 더 좋아하니 뭐 그렇게 명칭이 만들어 진 거죠."

"어쨌든 케시어스 당신이 얼마나 하늘을 바라보았으면 그런 이름이 만들어졌겠소. 혹시 천문에 관심이 많은 것 아닌가요?"

"천문이라? 전 그저 별을 좋아한답니다. 매일 밤마다 천체가 이동되는 경이로운 밤하늘이 좋을 뿐이에요. 사실 리크님이 갈비아스 위성의 빛을 이용하여 그러한 절기를 얻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저 하늘 위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맨 오른 쪽이 갈비아스 위성이고 그 두 번째 좀 희미한 빛을 띠는 것이 아무르이고 마지막 세 번째 위성은 프레아세톤으로서 그 밝기가 가장 희미하죠. 어쨌든 갈비아스 위성은 이곳 북쪽 대륙의 아미라스루텐 제국에서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위성이라 가끔은 수많은 대륙에서 갈비아스 위성을 직접 관찰하려고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 사실 우리 아미라스루텐 제국인들은 행운아지요. 적어도  이 사계(四界)의 수많은 대륙에서 갈비아스 위성을 가장 선명하고 크게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니까요."

"흠. 여기 지역이 그렇단 말입니까?"

"호호. 더욱 놀란 만한 사실을 알려드릴까요.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 이상하지만 사실 바로 이곳 리크님의 집은 과거 천체를 연구하는 사설기관 건물이었어요."

"천체를 연구하다니?"

"바로 이 지점이 갈비아스 위성과 가장 가까운 위도와 경도가 교차하는 지점으로서 이 사계(四界)에서 아마 갈비아스 위성의 빛을 가장 가까이 받는 곳 일 거에요."

"바로 여기가.."

순간 리크는 벌떡 일어나더니 옥상 거닐었다. 그는 턱까지 쓰다듬으며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이 건물이 사계(四界)의 모든 영역 중 갈비아스 위성의 빛이 가장 강력하게 받는 곳이고 과거에는 천체연구건물이었다니..후..그리고 난 이곳에서 갈비아스 파동검술의 절기를 얻었으니 무엇인가 앞뒤가 연결되는 느낌이 오는 것 같군.'

그를 바라보던 케시어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리크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그때 리크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 이제야 알 것 같아!"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이제야 알 것 같다니요?"

"잘하면 아무르 위성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오? 내가 이곳 사계(四界)에 처음 오던 날 가스톤님이 날 이 곳 건물로 데려온 것부터가 우연(偶然)이 아닌 필연(必然)이었소. 2000년 전 하몬님은 만일 자신의 후계자가 나타난다면 바로 갈비아스 위성의 빛이 가장 강하게 발하는 이곳 건물로 데려오라고 가스톤님에게 부탁했겠지요. 그리고 전 여기서 그 첫 번째 절기를 풀 수 있었으니 이게 어찌 우연이라 하겠소."

케시어스는 리크의 말에 동조를 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자 그렇다면 아무르 위성의 빛이 가장 강하게 발하는 지역을 찾기만 한다면 아무르에 대한 비밀도 밝힐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르 위성의 빛이 가장 발하는 곳이라. 잠깐만요 그거에 대한 거라면 제가 알아요. 현재

세 개의 위성이 모여있고 계절적으로 보아 지금쯤 아무르 위성은 서쪽으로 향하기 시작하지요. 갈비아스 위성은 언제나 여기 북쪽에 고정되어 있지만 아무르 위성과 프레아세톤 위성은 각각 서로 다른 방향인 서쪽과 동쪽으로 이동을 합니다."

"어쨌든 아무르 위성의 빛이 가장 강하게 바라하는 지점이 어디쯤 되겠소."

"그야 물론 서쪽 끝에 위치한 뮤로니아 대륙이죠. 그곳 역시 아무르 위성을 관찰하려는 천체 연구가들이 잘 가는 곳입니다."

"하몬의 검 그 두 번째 아무르 위성의 비밀은 바로 그곳 뮤로니아 대륙에서 풀 것 같은데요. 즉 하몬의 검은 세 개의 위성이 가장 강하 빛과 에너지를 발하는 지역에서만 반응을 한다 이겁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리크와 케시어스는 새벽에 몰래 건물을 빠져 나와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 커다란 베낭을 짊어지고 있었으니 마치 장거리 여행객과 같았다. 푸르스름한 여명(餘命) 밝아오고 동이 틀 무렵 그들은 대륙의 서쪽의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 앉아서 잠시 목을 축이고 있었다.

"하하. 지금쯤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 아저씨들이 잔뜩 흥분을 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겠지."

"리크님 그분들이 무척 섭섭해 하실텐데요."

"그렇지 안아도 편지를 거실 탁자 위에 남겨두고 왔으니 이해하실 겁니다."

"아무르 위성의 비밀을 찾아간다는 내용을 적으셨나요."

"아니오. 미리부터 그런 사실을 알리기에는 좀. 그저 대륙의 서쪽의 뮤로니아 대륙의 정세를 살펴 보러간다고만 했습니다."

"호호. 그분들의 편지를 읽어내려 가는 모습이 상상이 가네요."

"이해하실 겁니다.

"호호. 이해 못하실 것 같은데."

"그나저나 우리가 갈 뮤로니아 대륙은 어떤 곳이오?"

그때 케시어스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 대륙은 우리 인간 제국의 보호를 가장 덜 받는 척박한 대륙중 하나랍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아직도 수많은 대륙에서 제대로 갖추어진 인간 제국의 군대에 의해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곳이 많이 있어요. 뮤로니아 대륙 역시 인간 제국이 단 3개만 존재하기에 그곳 산간지역과 여러 들판에 분포하는 수많은 인간 개척자들이 마족들에 의해서 시달림을 받고 있습니다."

"인간제국이 3개만 존재하다니. 보통은 한 대륙에서 30개 정도의 제국이 존재하거늘.."

"지리상 맨 서쪽 끝에 위치해있고 그 곳 환경 역시 대부분 척박한 땅으로 이루어 진 곳이기에 사실 그곳 정착민들은 각 대륙의 죄인들이 유배 형식으로 가는 곳이지요. 개중에는 모험심과 개척정신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어쨌든 환경적 요인 때문인지 뮤로니아 대륙 에 사는 사람들은 상당히 강인하며 용맹하다 들었습니다. 저도 말로만 들었을 뿐 지금 처음 가는 곳이지만 그곳 역시 마족들이 기승을 부린다니 이 기회에 하몬의 후계자이신 리크님이

직접 살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그런데 굳이 이렇게 평민 복장을 하고 신분을 속이며 가야 하겠습니까? 리크님은 이미 전 대륙의 모는 인간제국의 희망으로 떠오르는 대영웅으로 인식되어졌고 뮤로니아 대륙의 주민들도 하몬의 후계자가 나타났다고 하면 무척 반겨줄 텐 데요."

"그곳 사정을 자세하게 살펴보려면 일단은 조용하게 가는 것이 좋겠소."

"리크님 이건 다른 질문인데. 나중에 [하늘이 열리는 곳]의 전설이 이루어지는 로엔스톤 대륙에는 꼭 가실 거죠."

"물론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오. 그곳은 아직 내 능력으로 가기에는 솔직한 심정으로 두렵소."

"과연 천상인(天上人)들의 존재가 고룡(古龍) 카라펠리오의 말처럼 그렇게 강할까요?"

"그렇게 생각하오."

"후. 산 넘어 산이려나. 도대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존재들이 이 사계(四界)의 어느 대륙에나 다 존재하니 이러다간 우리 사람들이 발붙일 곳조차 없을 것 같아요."

"그런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아무튼 이번 여행에 저를 데리고 가서 전 너무 감격 받았어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분명 그 목적이 있어서 가는 것이니 오해하지 마시오."

케시어스는 갑자기 리크의 손을 잡고는 빙그레 웃었다.

"여행이든 아니든 리크님과 이렇게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간다는 것에는 불만 없으시죠."

"손을 놓으시오. 대 낮부터..이 것 참."

"남녀가 나란히 가는데 둘이 떨어져서 가면 오히려 남들이 이상하게 본단 말이에요. 쳇

그러고 보니 혹시 내 얼굴이 흉터가 마음에 걸리거나 창피하셔서 그런가요."

"그..그런 건 절대 아니오. 오히려 그대의 그 영광스런 상처가 더욱 자랑스러워 보일 뿐입니다. 난 그저 단지.."

"호호. 혹시 이 사계(四界)에 같이 온 세아린이란 여자친구 때문에 그런 건가요."

"흠. 흠. 아무 말 말고 그냥 가기나 합시다."

"물론이죠, 손만 놓지 안는다면.."

그로부터 3 일 후 이들은 서쪽 어느 항구도시에 도착했고 곧바로 뮤로니아 대륙으로 떠나는 커다란 범선에 승선을 하였다. 이 배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승선을 하였고 그들 중 상당부분의 사람들이 회색의 죄수복 차림에 조그만 쇠 공까지 발목에 찼다. 병사들이 그들을 감시하는 가운데 배의 다른 곳에는 그곳으로 정착하려고 가는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젊은 가장들과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엄마들이 초쾌한 표정으로 점점 멀어져 가는 땅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베의 다른 곳에는 커다란 짐 보따리를 챙기는 상인들로 북적거렸다. 심지어 제국의 병사들은 물론 수호전사 복장의 사람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띠었다. 리크는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더니 케시어스에게 뭐라 말했다.

"후. 이 배 위에는 각 각의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소."

"그렇군요. 저도 상상이외인데요. 척박한 땅이라 불리는 뮤로니아 대륙으로 가는 배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줄은 말이죠."

"그나저나 이렇게 사람 많은 데에서 꼭 손을 잡아야 하겠소? 저기 부부들도 떨어져서 가는데 말입니다."

"오히려 이런 모습은 연인들에게 더욱 다정하게 보이는 법입니다."

그때 배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여러 죄수들이 리크와 케이시스를 빤히 쳐다보고는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하더니 그들은 일부러 들으라는 식으로 크게 떠들었다.

"흐흐. 저기 잘생긴 젊은이 옆에 계집애 말이야."

"얼굴에 흉터 진 여자 말인가?"

"몸매는 죽이는데 하필 얼굴이 망가져서 누가 데려가기나 하겠어. 쯧쯧. 불쌍하군."

"그래도 어디서 바보 같은 놈 하나는 잘 건졌군. 저렇게 다정하게 손을 잡고 가는 것을 보면. 후후. 저 젊은이가 불쌍하군. 나 같으면 저런 얼굴 밤에는 절대 못 봐. 기절할까봐. 하하"

"하하하 "

분명 그 죄수들은 케시어스의 흉터진 얼굴에 뭐라 비아냥거렸다. 그 순간 리크가 불끈하더니 그들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러자 케시어스가 리크를 말렸다.

"리크님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려요. 전 아무렇지도 않으니까요. 그나저나 우리 다른 데로 가죠. 여긴 뒤쪽이니 저 앞 뱃머리 쪽으로 가죠.'

케시어스가 먼저 앞으로 가자 리크가 뒤따라갔다. 케시어스는 맞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며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러기를 한참 하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리크는 케시어스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었다.

"괜찮소?"

"이번엔 리크님이 먼저 제 손을 잡아 주는군요. 후후. 일부러 저 달래려고 이러 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저는 동정을 받을 만큼 약하지도 않고요."

케시어스가 손을 뿌리치자. 리크가 당황했다.

"어차피 평생 이런 얼굴로 살아야 하니 지금부터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겠지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오?"

"아니에요. 제가 괜한 소리를 해나 봅니다. 그럼 전 짐도 풀어야 하니 먼저 선실 안으로 들어갈게요."

케시어스가 축 늘어진 어깨로 가자 리크는 그녀의 뒤 모습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 볼 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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