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퍼라도] 97. 프리즘의 전사들
데스퍼라도(Desperado)
프리즘의 전사들.
원래 패샷보이였던 세아린은 가장 낮은 하위차원인 휴론계에서 리크를 만나 갖은 우여곡절 끝에 이곳 사계(四界)까지 오게되었다. 하몬의 검이 리크와 그 외 사람들을 이곳 차원을 달리하는 곳으로 이동시키게 되었지만 적어도 세아린 만큼은 리크와 마찬가지로 어떤 운명에 맞물려 온 듯 했다. 즉 자신이 하몬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둠의 종족과 예기치 않은 인연을 맺고 엄청난 기연까지 얻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세아린의 마음에는 항시 리크가 떠난 적이 없었다. 이 둘이 재회를 하기까지 무려 3년이란 오랜 세월이 흘렀던 것이다. 리크는 하몬의 검 비밀 갈비아스 파동검술 제 7공격까지 습득한 후 전 대륙에 걸쳐 인간 제국의 군단장들의 규합을 위한 여행으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고 세아린 역시 라우타르 마법사의 지팡이를 얻은 뒤 케이사르와 각기 얻은 기연을 밝히고자 오랜 시간을 인적이 드문 곳에서 수련을 했다. 정말 뜻밖의 만남이었다. 아무르 위성의 비밀을 풀려고 서쪽 무로냐 대륙의 이곳 팔마스탄 산맥 기아몬 신전까지 왔지만 설마 이런데서 리크와 세아린이 재회를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더구나 더욱 경악할만한 것은 바로 세아린이 헬 전사의 표식이 헬크름아나스 보석의 원석을 가슴에 달고는 버젓이 나타났던 것이다.
어쨌든 세아린은 흐르는 재회의 눈물을 닦고는 리크에게 향하더니 그를 덥석 끌어안았다. 리크 역시 그녀를 보드랍게 안고는 잠시동안 가만있었다. 이러한 광경에 놀라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으니 도대체 어둠의 종족 헬 전사와 인간종족의 하몬의 후계자가 왜 포옹을 하는지 이해를 못했던 것이다. 그나마 리크의 동행 케시어스와 세아린의 동행 케이사르는 그 의미를 일고도 남았다. 그건 바로 그들이 틈만 나면 자신의 연인에 대해 얘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코 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음은 당연했다. 잠시후 리크와 세아린은 장소를 옮겨 한참 대화를 나누었다.
"리크. 네 소식은 잘 들어서 알고 있었어. 드디어 하몬의 후계자가 되었다니. 쳇 난 미리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그나저나 너 드디어 하몬의 검 비밀을 다 밝혔구나."
"아..아니 아직은.."
"뭐가 아니야?"
"그런데 너 진짜 헬 전사가 된 거야? 이거 너무 황당한데. 헬 급이라면 어둠의 종족들 중에서도 거의 신(神)적인 존재로 여겨진다 들었는데. 더구나 가스톤 스승님조차 헬 급 보다 두 단계 아래인 헬폰소 계열에 지나지 않는데 어찌 3년만에 네가 스승보다 2단계나 더 높은 최상급 계열의 헬 전사가 될 수 있었니?"
"사실 난 지금 너 보다도 셀 걸. 호호호."
"젠장. 알았어 인정해 줄 테니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 좀 해봐!"
"나도 생각해보면 골 때리는 거 있지. 호호."
"후. 그 말투는 여전하군.."
"그전에 확실하게 말해 줘!"
"뭘?"
"나 보고 싶었지. 그렇지."
"보고싶긴. 쳇.."
"호호. 난 하루라도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지. 리크 이젠 날 두고 어디가면 안돼! 그리고 내 너를 보호해 줄께."
"뭐라고? 젠장. 너 혹시 헬 전사라 사기치는 아니야? 도저히 네 능력으론 상상이 가지 않는데. 그리고 넌 인간이잖아! 그런데 어둠의 종족의 상급계열 전사라니 이거 도무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혼란스럽군."
제법 시간이 흘렀다. 리크와 세아린은 서로 장난까지 쳐가며 즐거운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에 신전 양편 기둥구석에서 아직도 시무룩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리크의 동행 케시어스와 세아린의 동행 케이사르였다. 특히 케시어스는 신전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 보며자신의 왼쪽 뺨의 흉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허탈한 심정이었는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후. 듣던 대로 세아린은 정말 예쁘고 발랄하네. 둘이 정말 잘 어울린다."
게시어스는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더니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한편 게이사르 역시 자신의 붉은 검을 벽에 세운 체 힘없이 늘어져서 뭐라 푸념을 했다.
"후. 세아린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리크란 사람이 바로 이런 곳에서 나타날 줄이야. 젠장 그런 대로 미남이군. 나보다 못하지만. 어째든 난 세아린을 포기 못해.."
그날저녁 리크와 세아린 그리고 케시어스 케이사르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하지만 웬지 모를 어색함이 침묵으로 변해 한참을 흐르고 있었다. 참 묘한 분위기였다. 그때 세아린이
케시어스를 바라보더니 리크에게 말했다.
"리크! 누구야?"
"어. 그러니까. 이. 이쪽은 케시어스..저기.."
"왜 갑자기 말을 더듬고 그래!"
케시어스는 리크가 자신의 소개를 불편해 하자 직접 나서기로 하였다.
"저는 케시어스라 합니다. 우선 리크에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듣던 대로 상당한 미인이시군요."
"아. 그래요. 저도 반가워요. 그런데 리크와는 어떻게 되는 사이죠?"
"한때 같은 군단에 있었지만 지금은 친구 관계입니다."
"친구라고요?"
세아린은 리크를 노려보더니 말했다.
"리크. 친구라니? 네 성격으로 볼 때 여자를 친구로 생각한다는 것은 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케시어스 말이 맞아 우린 친구야."
"흠. 아주 사이가 절친한 친구인가 본데. 이런 먼 곳까지 단 둘이 같이 올 정도면.."
그때 케시어스가 세아린을 불렀다. 그리고 케시어스는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왼쪽 뺨을 들쳐 보였다.
"세아린님. 우린 친구 맞으니 오해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 누가 이런 흉측한 흉터를 갖고 있는 여자를 좋아하겠어요. 호호. 그러니 그 이상 생각하지 마세요."
그 순간 리크는 무척 당황했고 세아린 역시 현재 자신의 행동이 다소 지나친 것 같아 후회했다.
"케시어스님 제 성격이 원래 거침이 없으니 이해해주세요. 그런데 어쩌다가 얼굴에 상처를 입었죠?"
그제 서야 리크는 케시어스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다. 아미라스루텐의 3군단장과 하몬디아 제국에서 있었던 그녀의 영웅적인 행동 그때 따른 상처 등을 설명했다. 이에 세아린은 리크의 얘기를 다 듣고는 케시어스의 손을 잡았다.
"후. 이제 보니 정말로 대단하신 분을 앞에 두고 못 알아 보았네요."
그때 케시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좀. 안에 공기가 답답해서 잠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케시어스가 밖으로 나가자 지금까지 조용했던 케이사르가 갑자기 소리내서 웃었다.
"하하하. 난 케이사르라 합니다. 당신에 대해서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전 리크입니다. 그런데 세아린과는 어떤 사이이죠?"
"뭐라할까요. 현재는 그저 동료에 지나지 않지만 앞으로 나야말로 세아린의 동반자.."
[푹!]
"아얏!"
순간 세아린이 케이사르 옆구리를 가격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자빠졌어! 빌어먹을."
케이사르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갔다.
"에이. 나도 가슴이 답답해서 바람이나 쐬러 나가야겠소."
결국 리크와 세아린만이 자리에 남아서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그들 역시 잠시 침묵을 지켰다. 아마도 오늘의 묘한 분위기에 서로가 혼란스러웠던 모양이었다. 한편 신전 밖에 케시어스가 밤하늘의 별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한숨을 푹 쉬더니 중얼거렸다.
"뭔가 저 가슴속으로 한없이 꺼지는 기분이 들다니. 설마 이렇게까지 리크님에게 빠져 있을 줄이야. 후후. 참 내 모습이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하는군."
"쳇. 내 심정도 그렇소."
"헉. 누구?"
케시어스는 누군가 뒤에서 말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는 케이사르였고 그 역시 뭔가 답답한 표정으로 저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후. 놀래 켜드렸다면 미안하오. 하지만 이렇게 외로운 사람끼리 대화를 하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을 것 같군요."
순간 케시어스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치. 뭐가 누가 외롭단 말이에요. 그리고 만난 지 얼마 되었다고..정말..댁이나 혼자 별 보며 실컷 외로와 하세요."
케시어스는 다시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케이사르는 그녀의 뒤 모습을 바라보더니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푹 쉬었다.
"휴. 이미 물 건너간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나 보지. 하하 그나저나 나는 뭐지. 그냥 이대로 포기를 해야하나. 젠장 세아린이 이미 내 가슴 깊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포기라니.."
케이사르는 갑자기 등뒤에 붉은 검을 뽑고는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메스린트로의 검이라! 그나마 네가 있으니 위안을 삼을 수밖에. 하하."
신전 지붕 꼭대기에 두 명의 남녀가 아까부터 신전아래를 보며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리아몬과 포니 남매였고 오빠 리아몬은 아예 드러누워서 아무르 위성을 편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포니는 무엇인가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오빠! 어떻게 일개 하급전사들이 하루아침에 우리와 같은 급인 헬 전사로 나타났지."
"후후. 케이사르와 세아린을 말하는 모양이군. 사실 상식적으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시대적으로 본다면 있을 수 있는 일도 될 수 있어."
"오빠! 도대체 무슨 말하는 거야? 시대적이라니..쉽게 얘기해봐!"
"포니 우리가 활동했던 시기가 태고적의 어떤 시대였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도 못하겠다. 하지만 지난 43만년동안 단 7명의 헬 전사만이 있었다고 했는데 오늘날 이 곳 한 장소에만 4명의 헬 전사가 출현했다는 것은 뭘 의미하는 줄 알아?"
"몰라! 나 무식하니까 이제 나한테 그 딴 거 물어보지 말고 얘기나 끝까지 해! 쳇."
"후후. 포니 널 보며 항상 느끼는 거지만 헬 전사 능력에 비해 어떻게 그렇게 무식할 수 있냐. 뭐 네 전투 실력이야 대륙이 경천진동 할 정도로 무시무시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잘 들어봐! 그러니까 시대적으로 볼 때 현 시점에서 많은 전설과 부활이 이루어지는 시기란 말이야. 즉 그 말은 뭐냐하면 사계(四界)의 기운이 하나로 합쳐지는 대 통일의 시대를 맞고 있단 말이지. 동쪽 근원(根源)의 모체인 로엔스톤 대륙에 [하늘이 열리는 곳]의 전설이 시작된다는 의미는 그 동안 베일 가렸던 천상인(天上人)들과 영계인(靈界人)들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란 말이야. 그들이야 말로 상위 진동수를 형성하여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전투 위력을 갖고 잇는 존재들이지. 사실 어둠의 종족, 인간, 마족들은 그들의 능력에 비하면 게임조차 안 된단 말이야. 그러나 신(神)은 그들에게만 월등한 능력을 준건 아니야. 바로 [하늘이 령리는 곳]의 전설이 시작된다고 하면 이곳 서쪽 대륙에 아무르 위성의 전설이 시작되고 있지."
"아무르 위성의 전설이라니?"
"잘 봐!. 지금 이 곳 기아몬 신전에 모인 자들 말이야. 그들은 각기 자기 종족에서는 최고의 능력을 갖고 있는 상급 전사들이란 말이지. 과연 그들이 이곳에 모인 것이 우연일까?"
"우연이 아니라면?"
"하하. 분명 필연이지. 어둠의 종족인 헬 전사 네 명이 이 자리에 있고. 인간 종족의 구세주라 불리는 하몬의 후계자 그리고 마족 역사상 최고의 전사인 골고트와 그 외 대살육전사들이 그저 아무르 위성의 극점주기나 보려고 몰려든 것은 아니야. 바로 또 다른 전설이 시작될 이곳 아무르 위성의 힘을 찾으려 몰려든 것이야. 여기서 힘을 얻어야만 그나마 천상인들과 대적할 수 있거든."
"그렇다면 아무르 위성의 힘이 어느 종족에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어둠의 종족, 인간 종족, 마족들에게 전부 안배가 이루어진단 말이야?"
"내 생각에는 그래. 어차피 우주의 질서는 어느 정도 공평하게 흐르게 되어 있어. 그래서 이곳 기아몬 신전에 모인 전사들은 각기 안배를 찾아 이곳에 온 것 같아. 그리고 라우타르의 지팡이 기연을 얻은 세아린이나 메스린트로의 붉은 검의 기연을 얻은 케이사르 역시 단번에 헬 급 전사로 된 것은 그들만의 예정된 운명이라 볼 수 있어. 그것 또한 우연이 아니고 필연이지."
"쳇. 그렇다면 아무르 위성의 힘이 여러 개로 나뉘어져 각 종족에게 골고루 힘을 준단 말이야?"
"프리즘의 빛이 여러 개이니 그럴 수도.."
"프리즘이라니?"
"이번 아무르 위성의 힘은 비전절기가 아니라 일종의 영묘한 빛의 힘이지."
"오빠는 어떻게 그런걸 다 알아?"
"태고적 우리에게 헬 급 기연을 안겨준 어둠의 종족 현자에게 들은 얘기지. 후 수십만년이 지난 다음 지금에서야 그가 예언한 일들이 이루어지려 하는 거야. 그러니 앞으로 천상인들과 영계인들이 참가하게 될 로엔스톤 대륙이야말로 사계(四界)의 위대한 역사가 만들어지겠지. 과연 그 대 전쟁을 이룰 주역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호호. 그야 물론 우리 어둠의 종족이지."
"과연 그럴까?"
드디어 아무르 위성의 극점주기의 날이 다가왔다. 신전의 편편한 지붕 위에는 각 전사들이 저마다 초조한 마음으로 하늘에 떠있는 아무르 위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크와 세아린, 케시어스, 케이사르, 리아몬과 포니, 골고트 외에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전사들이 각기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었다. 리크는 아무르 위성의 극점주기를 기다리면서 내심 생각했다.
'후. 이제 생각해보니 여기 모인 전사들이 단순히 아무르 위성의 극점주기를 관광하러 온 것 같지는 않군. 하나같이 상급계열의 전사들이니 뭔가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세아린 역시 그것 때문에 여기에 왔단 말인가?'
하몬의 검은 검 면에 새겨진 아무르 위성의 도형을 만을 남겨둔 체 나머지 부분은 모두 검은 종이에 가려져 있었다. 잠시후면 드디어 하몬의 검 그 두 번째 비밀이 밝혀지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다른 전사들 역시 자신들의 검을 지면에 세우고 뭔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들 또한 리크와 마찬가지로 뭔가 절실히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하물며 세아린 마저 라우타르의 지팡이를 지면에 세우고 있었으니 리크는 이만 저만 궁금한 게 아니었다.
"세아린. 혹시 너도.."
"호호."
세아린은 그저 싱글벙글 웃기만 하였다. 그리고 리크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난 솔직히 리크 네가 프리즘의 빛 전사들 중대장이 되길 바래."
"대장이라니 무슨 소리야?"
"잠시후면 모든 걸 알게 돼."
"도대체 뭐야?"
"아무르 위성은 바로 저 초상위 차원인 칠계(七界) 영역의 대운성의 빛을 반사시키는 역할을 하지. 그리고 리크 너야말로 바로 대운성의 기(氣) 받고 태어난 자라고 그랬잖아. 그렇다면 오늘 탄생하게 될 프리즘의 전사들 중 아마 네가 제일.."
"세아린 너 혹시 내게 숨기는 거 있어.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쉿. 조용히 드디어 극점주기가 이루어지려 하고 있어."
그때였다. 아무르 위성이 점차적으로 대낮의 태양처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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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드디어 데스퍼라도 1권이 출시되었습니다. 많이 찾아 주시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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