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퍼라도] 133. 격전
데스퍼라도(Desperado)
격전
카젠모르의 숲은 무지막지하게 떨어지는 운석 파편들에 의해 곳곳에 불기둥을 뿜으며 아비규환(阿鼻叫喚)으로 변했다. 그곳에는 33개 군단의 인간, 마족, 어둠의 종족 등 정예 병력들이 있었고 하늘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공포의 불덩이들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도 고스란히 자신들의 운명(運命)을 맞아야만 하였다.
[아..악]
[아아아..]
사실 상공에 떠있던 수천마리의 마룡(魔龍)들이 운석의 제일 먼저 표적이 되었던 것은 당연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수만 개의 운석 공격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크앙!]
[크억!]
하몬과 프리즘의 전사들 역시 지금 벌어지는 상황에 부하들보다도 자신들의 안위를 찾으려 정신없었다.
“하몬님!! 세..세상이 천지개벽을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이게 무슨 날벼락이지..”
마른하늘에 날벼락뿐이랴? 아예 하늘이 통 체로 무너져 내린 것 같았으니 말이다. 하몬과 프리즘의 전사들 그 외 상급 전사들 정도가 상층 방어 마법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신체를 보호했다. 이미 주변은 쇠라도 녹여버릴 정도의 엄청난 열기가 숲을 태우고 있었다. 일반 병사들은 운석에 맞아 죽는 사람보다 그 화염(火焰)의 살과 뼈가 녹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대 재앙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사계(四界) 유사 이래 이처럼 많은 병력이 한 장소에서 전혀 저항도 못하고 희생을 당한 적이 없었다. 바로 지금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타 죽어가는 정부군의 지도자 하몬은 이와 같은 광경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순간적으로 저편 바위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리크에게 시선을 돌렸다.
“리..리크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하몬은 일단 초토화가 되어가는 숲의 지점을 벗어나기로 하였다. 잠시후 하몬과 프리즘의 전사들 그리고 몇몇 측근들 수백명 정도만이 천신만고 끝에 운석 공격의 영향을 받지 않는 페이른 공터로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몬은 자신의 병력들이 처절하게 죽어가는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저 망연자실(茫然自失)한 표정으로 저편 지옥의 광란에 몸부림치는 카젠모르의 숲을 물끄러미 쳐다봐야만 했었다. 칠계 출신인 살성(殺性)인인 그 조차도 이런 엄청난 광경에 달리 그 무엇을 생각할 수도 없었다. 대지를 녹이고 수많은 생명들을 앗아간 대 참상의 시간은 서서히 그 막을 내리고 있었다. 페이른 공터 맞은편 큰 바위산에는 어느새 반란군들이 새까맣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반란군들은 비록 눈앞에 죽어가는 병사들이 정부군들이지만 그 짧은 시간 내에 참혹한 죽음을 당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도 남았다. 결국 살아남은 자들은 정부군의 상급전사들인 하몬과 프리즘 전사 그 외 몇몇뿐이었으니 이들은 순식간에 그 많은 부하들을 잃고 지금 페이른 공터 한가운데 서 있었고 자신들이 반란군들에 의해 첩첩히 포위당한 사실을 깨달았다. 잠시후 리크와 그이 측근들이 페이른 공터 아래로 내려갔다. 드디어 하몬과 리크의 만남이 정식으로 이루어지려는 순간이었다.
과거 하몬은 그 위대한 전사로서 혹은 인간종족의 신화적인 인물로서 이름을 떨쳤다. 저 하위계 리크는 일명 하몬의 검을 헤수스로부터 얻고는 그 얼마나 대영웅 하몬을 동경해왔단 말인가? 그러나 기아몬 신전에서 하몬의 예상치 못한 행동과 배반, 그 후 기억을 잃어버린 고통의 세월 결국 부정의 극 과정을 통하여 현재 기억을 찾은 창성인 리크는 또 다른 의미와 감정으로 하몬을 대하여야만 했다. 그들의 운명은 이미 저 상위차원인 칠계로부터 맞물려 있음을 서로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순간만큼 적어도 하몬은 굴욕적인 상황을 맞고 있었으니 저 쪽에서 다가오는 리크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고는 바들바들 떨었다.
“리..리크..”
“하몬..”
아 둘은 마주보며 무심코 서로의 이름만을 불렀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리크가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
“하몬. 내게 그 칠계 검을 주시오.”
“뭐라고? 검을 달라니?”
하몬과 양옆에 서있던 프리즘의 전사들은 다짜고짜 검을 달라는 리크의 말에 놀란 표정들이었다. 리크는 그들의 표정이 재미있기라도 한 듯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후후. 뭘 그리들 놀라시오. 물론 그 검이 한동안 하몬의 검으로 불렸던 일이 있었으나 지금은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올 때인 것 같소만.”
그때 하몬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닥쳐! 네 놈이 무슨 방법으로 내 부하들을 깡그리 희생시켰는지 몰라도 아직 나와 여기 프리즘 전사들을 비롯한 상급 전사들이 버티고 있음을 알아야 될 것이야! 사실 네 놈이 창성인의 기억을 찾았다고는 하나 나 하몬과 프리즘의 전사들이 힘을 합치면 과연 네게 승산이 있다고 보는가? 더구나 나에겐 이 칠계검이 있으니 진정한 전투는 지금부터란 말이다. 후후. 물론 우리를 포위한 오합지졸 반란군들의 병력이 많다지만 어차피 이 싸움은 상급전사들 간에 승부가 난다는 사실..하하 설마 그 점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하몬 지금 분명 그대는 칠계의 검을 갖고 내게 대적할 생각인 모양인데 다시 말하자면 그 검(劍)은 원래 칠계의 창성인이 주인이요. 그러니 창성인인 나만이 그 검의 완전한 힘을 사용할 수 있단 말이오.”
그때 하몬이 갑자기 파안대소(破顔大笑)를 하였다.
“하하하. 창성인들이야 창조하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만큼은 인정하지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무기인 검(劍)을 가지고 과연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느냐하는 것은 아직 의문인데. 그러므로 오랜 전쟁동안 수많은 살육에 물들어진 살성인인 나 하몬이 이 칠계검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단 말이지. 갈비아스 파동검술, 아무르 위성의 빛을 받은 내가 말이지. 하하.”
“그러나 하몬. 과연 그대가 세 번째 비밀인 프레아세톤 위성의 비밀을 알 수나 있겠소?”
순간 하몬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몬은 심각해진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다시 말문을 이어갔다.
“갈비아스 파동검술이나, 아무르 위성의 빛으로 인한 프리즘의 전사 역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는 있으나 결국 이 전쟁은 천상인의 실체인 저 칠계의 멸성인들에게는 그리 위력적인 힘을 낼 수는 없을 것이오. 다시 말해서 현재 그대가 칠계 검을 갖고 사용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이곳 중간 영역인 사계(四界)에서만 국한된 것이오.”
“뭐..뭐라고? 사계에서만 국한 되다니..”
“말 그대로요. 어차피 최후의 전쟁은 칠계의 영역에서 멸성인들과의 대결로 이어질 테고 사실 살성인인 그대 하몬과 창성인인 나와의 지금 싸움은 별 의미 없는 다툼입니다. 그리고 칠계의 검 프레아세톤 위성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자는 오로지 나뿐이오.”
“그렇다면 창성인인 네가 그들과 전쟁이라도 벌리겠단 말인가?”
“전쟁을 벌이다니오? 난 이미 그들에게 선전포고를 한 셈이오. 중간에 하몬 그대가 끼어들은 셈이지만. 애초부터 살성인들은 멸성인들에게 모든 능력에서 역부족이었오. 실로 멸성인들은 무서운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이제 창조주마저 위협할 정도로 그 에너지가 거대해 졌소. 사실 우리 창성인들이 그 칠계검을 만든 이유는 바로 오늘과 같은 멸성인들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창조주의 안배나 다름없소.”
“빌어먹을 창조주의 안배라니..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난 부정의 극을 거쳐서 다시 태어난 변형된 창성인이요. 나는 이미 그간 경험해 왔던 고통, 배신, 폭력등 부정의 극을 통하여 저 칠계의 멸성인들을 사냥할 준비 되어 있소. 이제 내게 필요한 것은 칠계의 검을 취하고 프레아세톤의 위성의 비밀을 얻는 것뿐이오. 하몬이여! 프리즘의 전사들이여! 내 말을 명심하시오. 그대들의 진짜적은 내가 아니라 바로 멸성인들이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으니 더 이상 그대들은 내게 대항 하지 마시오.”
그때 하몬의 옆에있던 프리즘의 전사들이 리크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바로 어둠의 종족 출신인 리아몬과 포니, 마족 출신인 골고트였다.
“창성인이라고? 정말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건지..어쨌든 리크라고 했던가? 언변하나는 그럴듯하군. 후후. 그런 세치 혀로 우리 기(氣)를 누르려고 하는 모양인데 과연 네 말대로 그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시험해 봐야겠다. 아무르 위성의 빛을 받은 우리 프리즘의 전사들이 과연 너같이 약골같이 생긴 놈 하나 제압 못하리라 보는가?
그때 리크의 옆에 있던 슬레이어가 나섰다.
“물러서시오!”
어둠의 종족 헬전사인 리아몬과 포니는 슬레이어의 전투복에 그려진 헬시급 인장을 보고는 코웃음 쳤다.
“흥. 뭐야? 겨우 헬시급 놈이 감히 우리 헬급이자 프리즘의 전사에 대들다니.”
“그대들이 27만년전 대활약을 하셨던 헬급 대전사들이란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내 사령관인 리크에게 그와 같이 무례한 행동은 용납할 수 없소.”
“후후. 용납할 수 없다니. 과연 헬시급 정도 전사가 그런 말이나 할 자격이 있을까? 어차피 이 세계에서 통하는 것은 힘의 논리!”
리아몬과 포니가 전투복의 변신을 하고 검을 뽑았다. 그 순간 주변에 광풍이 휘몰아쳤다.
[쉬이익]
그때 고룡 카라펠리오는 슬레이어를 돕기 위해 거대한 용(龍)으로 변신했으니 결국 리아몬과 포니 그리고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가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멈춰!”
하몬이 큰소리로 외쳤다.
“리아몬 포니 그대들은 잠시 뒤로 물러들 나시오. 어차피 이 싸움은 나 하몬과 리크와 일대일 대결에서 끝을 내야 한다..”
하몬의 말에 일단 리아몬과 포니는 공격자세를 풀고 뒤로 빠졌다. 하몬은 자신의 등 뒤에서 칠계 검을 서서히 뽑더니 리크를 노려보았다.
“리크. 사실 우린 자네의 반란군들에게 겹겹이 포위당했으니 자네가 마음만 먹는 다면 우리에겐 그다지 승산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하지만 아까 말한 대로 네 놈이 진정 창성인이라면 나와의 대결에 응해주길 바란다.”
리크는 하몬의 제의에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몬. 그 대신 당신이 지면 난 그대의 목숨을 거둘 것이오. 이 점 명심하시오.”
“후. 어차피 대결이라는 것이 목숨을 거는 일이 아닌가? 하하하. 여하튼 너 또한 내게 지면 네 목을 취하겠다.”
잠시후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고 페이르 공터에는 하몬과 리크 단둘 남게 되었다. 하몬의 검이 하늘로 높이 솟아올랐다. 햇빛에 번쩍이는 검이 눈부신 섬광을 내면서 하얀 백색의 빛이 하몬을 감쌌다.
[웅웅]
[착착착]
잠시후 하몬의 모습이 횐 전투복의 차림새로 변하더니 그의 신체와 머리카락마저 풀풀 자라났다. 그의 키는 보통 사람보다 2배 이상 커졌고 몸집 자체도 우람한 전사로 바뀌어 갔다.
참으로 그 위세가 대지를 흔들리게 할 정도로 당당했다. 하몬이 칠계의 살성 전사로 활약 할 때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갈비아스 파동검술 제 7공격 백신룡!]
하몬의 검에서 횐 기류가 풀풀 솟아나면서 상공으로 솟아올랐다. 잠시후 7마리의 거대한 백신룡들이 그 모습을 나타내면서 울부짖었다.
[크앙!]
그 우는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주변 사람들은 저마다 귀를 틀어막고 얼굴을 찡그렸다.
하몬이 엷은 웃음을 띠었다.
“후후. 갈비아스 파동검술의 7공격은 원래 칠계의 영물 백신룡의 힘을 받은 것이지. 아무르 위성의 빛을 받은 후 한 마리의 백신룡이 7마리로 늘었지만. 한 대륙을 초토화 시킬 정도의 무시무시한 백신룡들 상대로 리크 네가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한데..”
리크는 갑자기 팔짱을 끼고는 자신의 한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그 자세는 마치 여유를 한껏 부리는 자의 모습이었다.
“흠. 백신룡들이라..”
리크는 어찌된 일인지 저 허공에서 유영하는 백신룡들을 보고도 그다지 놀라는 기색이 아니었다. 사실 현재 리크는 창성인의 능력을 완전히 찾았지만 자신이 창성인으로 살았을 때의 과거 각성을 완전히 찾은 것은 아니었다. 칠계의 검을 취한다음 프레아세톤 위성의 비밀을 얻어야만 100% 각성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리크는 백신룡들을 바라보며 무엇인가 친근함을 느꼈다. 그때 하몬이 느닷없이 외쳤다.
“백신룡들이여! 그대들의 힘을 빌리겠노라!”
[크앙!]
백신룡들이 7마리가 쏜살같이 리크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리크는 어떠한 자세도 취하지 않고 그저 정면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거대한 백신룡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리크의 참모진들은 기겁을 하며 외쳤다.
“리..리크가 위험해!”
“리크 피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