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특별한 포상휴가
나도 얼른 인사하자고 입을 열려고 하는데 대대장님이 내 말머리를 가로챈다.
"아아...조 태원 이병과 이 기훈 이병. 맞나?"
"예. 맞습니다."
"둘을 부른건 다름 아니라..."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나는 사형 선고를 받는 범죄자처럼 눈을 감고 긴장한 채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장교님께서 특별히 그대들에게 7박 8일의 포상휴가를 내렸네."
....음 장교님께서.....엉?! 포상휴가?!
"예?!"
너무나 의외의 말에 나는 반문했고, 태원이 놈은 알고 있었던 일인 것 처럼 담담하다.
장교님이 나를 어떻게 알길래 포상휴가를 준단 말인가?! 정작 나도 그 사람 얼굴도 모르는 구만.
"못 들었나?! 자네들 앞으로..."
"아뇨, 들었습니다."
"그럼 가서 준비해. 휴가 일은 내일부터니까."
"....예?...아...네."
나의 얼빠진 대답에도 대대장님은 별 말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린다.
그런 대대장님을 보며 태원이 놈이 인사를 하고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온다.
어이가 없다. 대대장님이 저 곰탱이랑 내가 뭐가 예쁘다고 특별히 포사휴가를 준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까, 저 곰탱이 놈은 뭔가를 아는 듯한 눈치다.
들어갈 때부터 싱글 벙글 웃고 있지 않았는가?!
"뭐야?!"
"뭐가?"
"장교님에 왜 너랑 나한테 포상 휴가를 내린거냐고?"
"내가 어떻게 알아?"
"진짜 몰라."
정면으로 노려보면서 묻자 녀석이 움찔 하더니 '아니, 알 것 같아.'라고 대답한다.
그런 녀석을 벽으로 밀어 부쳐서 계속 노려보면서 질문했다.
이런 상황에 안 익숙해서 그런지 녀석은 영 불편한 눈치로 나를 처다본다.
"그럼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 봐."
"헤헤...사실 네가 사복 입은 것도 보고 싶고 해서...."
"그런데 네가 내 사복 입은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는 그 웃기지도 않은 이유로
장교님이 나랑 너한테 특별히 포상휴가를 줄리가 없잖아?!"
"부탁했거든."
"부탁한다고 들어주면 군대에 군인이 남아 나겠냐?"
"에이...그래도 조카 부탁인데 들어줘야지."
"조카?"
"작은 아버지거든."
"누가?!"
"네가 장교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인간이."
.......할말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지금을 위한 표현일까?!
장교의 아들이 왜 군대에 와 있는 것일까?! 보통은 그냥 빽을 써서 군대를 오지
않을텐데....아니지...이 곰탱이는 그런 사고회로가 없었던 거야....라는 생각들이
뇌 속을 떠돌아 다닌다.
"기훈아..!!"
"...으응?"
"왜 넋을 빼고 있어... 싫으면 그냥 안 간다고 할까?"
"아니!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좀 황당해서."
"헤에... 다행이다. 나 너랑 휴가가고 싶었거든! 100일 휴가 때는 내가 휴가를
반납해서 같이 갈 수 없었잖아."
"....그래..."
....그런 일도 있었지...라고 생각하며 사태를 파악해 나갔다.
사실 대대장님이 오늘 나의 그 행동에 뭐라고 하지 않은 것도 훈련을 빼먹어도
별 문제 없었던 것은 이 놈 탓이 아닐까?!
"그런데 빽을 그렇게 써도 되는거냐?"
"글세."
"글세...라니..."
"괜찮아. 어차피 이거 말고 언제든지 원하는게 있으면 말하라는 사람인데...뭐,"
....나는 오늘 한국의 장교의 또 다른 면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정신을 흐뜨려뜨리고 수습하는 사이 또 다시 밤은 찾아오고, 낮에 잠을 자서
그런지 잠이 잘 오지 않아 말똥 말똥 눈을 뜨고 누워 있었다.
그렇게 내가 누워 있을 때,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훈이 형."
여기서 나를 저렇게 부를만한 인간은 딱 하나 밖에 없다.
"왜? 정욱아."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뭐?"
"형, 태원이 형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야?"
....쿨럭 쿨럭....
숨을 잘 못 들어 쉬어서 죽을 뻔 했다. 다짜고짜 무슨 헛소리냐?! 하는 표정으로
노려보는데....저 쪽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다.
아...어두웠지...! 제기랄...저 곰탱이를 닮아서 뇌가 퇴보하는걸까?! 두렵군.
"그...그런 말도 안되는...소리를..."
"그런데 왜 태원이 형이랑 그걸 한거야?"
"컥...컥...쿨럭..쿨럭...켁켁켁..."
순간적으로 너무 놀랬다. 그...그걸 했다는 것은...역시 봤다는 거겠지?!
조심한다고 했는데 깬건가?! 제기랄 뭐라고 변명해야 하지....
그래도 이 놈이라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이 놈의 입을 막을 방법을 고안하고
있으려니 녀석이 말한다.
"형...괜찮아? 나는 우리가 알고 있다는 걸 형이 아는 줄 알았어...이렇게 놀랄 줄이야.."
......마음 씀씀이도 좋은 놈....
그래도 내가 호모...짓(?)을 했는데 여전히 나를 형으로 대한다.
잠깐만...우리가 알고 있다니....'나'가 아니라 '우리'라고?!
"자...잠깐만...정욱아....'우리'..라니?"
"그렇게 큰 소리를 내는데 어떻게 안 깨?"
"..........그...그렇겠지?"
"상식적으로 그런 걸 할꺼면 남들 없는데서 하지. 형은 스케일도 커."
내가 아니야!!! 나도 예고도 없이 당한거라고!!
이 원흉은 지금 내 허리를 꼬옥 안은 채로 꿈나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이 놈이라고!
힐끗 옆을 보니 얼핏 비춰지는 빛에 그의 잠든 형상이 보인다.
지금 나는 이 꼴을 당하고 있는데....저는 퍼질러 자?! 열이 살짝 올라오길래 가라앉힐 겸
손을 쫙 펴서 세로면으로 녀석의 얼굴을 때려주었다.
그 순간 정욱이 놈이 소스라치게 놀라서 확 하고 엎드린다.
그리고 약 5분쯤 흘렀다 싶을 때, 태원이 놈의 눈치를 살피며 슬쩍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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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이형!! 태원이 형 깨면 어쩌려고 그런거야?!"
"뭐 어때?! 다 이 놈 탓이라고..."
"아무튼 태원이 형은 깨우지마."
"......오냐."
나의 대답에 안심을 한 것인지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곧 궁금증이 있는대로
묻어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