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55)

      "도대체가 말야. 자기들이 필요할 때만 높이 쳐주고 아니면 말밥 취급이라니깐..!!"

      ".................."

      "문제야. 엄청난 문제라고. 나중에 일이 잘되도 과거일을 빌미로 뭐라 그럴게 분명

      하다고. 다들 음침하기가 하늘을 찌르는 인간들이니 뭐, 아무리 내가 성격이 좋아

      도 정도라는 게 있다고."

      씩씩거리며 언덕을 올라가는 칸은 지치지도 않은지 연신 투덜거렸다. 

      자신의 팔을 부여 잡은 채 뭐라고 떠들어대는 칸을 가헌은 다소 신기한 듯이 바라

      보고 있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기억도 없는 상태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은 곳에 있을 경우. 조금

      이라도 불안해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겠지만, 가헌은 약간의 초조함 만을 느낄뿐 

      그닥 두렵지는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을 끌고 가는 말많은 이 소년과 아까 자신에게 이것저것 챙겨주

      던 역시나 말많은 소년이 자신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

      기 때문이 아닐까? 

      처음 눈을 떴을 때 보인것이 귀엽게 생긴 소년이 아니라 울퉁부퉁한 사내였다면 이

      야기는 또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뛰어 왔더니 힘드네. 자 너도 여기에 앉아."

      "..........."

      "것참... 되게 어렵네."

      앉으라 말해도 알아먹지 못하고 가만히 서있기만 한 이국의 소년의 모습에 칸은 눈

      쌀을 지뿌렸다. 

      만국 공통어를 지금까지 사용해 왔기에 말이 통하지 않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

      던 탓이다. 어쩔수 없이 소년의 팔을 잡아 자신의 옆에 앉힌 칸은 나무 그늘위로 몸

      을 눕혔다. 점심이 되기 전이라서 그런지 부는 바람이 후덥지근하다. 

      더위에 약한 칸은 앞으로 올 태양의 시기가 무척이나 걱정스러웠지만, 에즈나 노웬

      의 놀림거리가 될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차마 내색하고 있지 못했다. 

      그런 인간들과 같이 살면 누구라도 자신처럼 눈치나 보며 살것 이라고 애써 자위하

      며 칸은 눈을 감았다. 

      "............."

      이상한 녀석.이라는 평가를  검청의 소년에게 내리기로 했다.

      혼자서 뭐라고 말하더니 이번엔 그늘에 그대로 누워 버린다. 

      뭔가 말이 통하는 상대 였다면 이것저것 물어 현 상황을 파악이라도 했으려만 말이 

      안 통하니 그런 기본적인 것 조차 불가능하다. 

      머리속에선 전에 살고 있었던 듯한 배경들이 하나씩 떠오르곤 했지만 가장 중요한 

      사람에 대한 기억은 전무하다. 비슷한 옷을 입은 군중들의 무리가 한대모여 웅크러

      져 있을뿐 그중 두들어지는 인간은 없는 것이다. 

      마치, 머리속이 하얗게 칠해진 기분이랄까?

      ".....[한심해]"

      기억은 없지만 자신은 무척이나 영리한 소년이었던 모양인지 스스로가 놀라 정도

      로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려 하고 있다. 

      나쁘지는 않지만 너무 침착해서 기분 나쁘다.

      자신은 이런 사람이었던 걸까?   

      "역시나. 여기에 있었네요. 칸."

      " ? "

      다른 단어는 도저히 못 알아 먹겠지만, [칸]이라는 것은 확실이 알아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기분나쁜 은발의 남자와 있었을 때도 이 녀석을 칸이라고 불렀던 

      것도 같다. 

      고개를 돌려 두팔을 뒤로 돌려 상체의 칸쪽으로 숙인 라프헨은 자신을 바라보는 가

      헌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옆에 앉았다. 

      가헌은 예쁘지만 펄럭이는 녹색 옷을 입고 있는 라프헨의 모습에 눈쌀을 찌뿌렸다. 

      영화나 지나가다 본 게임 벽보에 저런 차림의 사람이 있었던 것도 같지만, 대게 그

      들은 모자에 십자가 모양이 있고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라프헨이 누워 있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자 칸은 눈쌀을 찌뿌렸다. 

      "뭐야~ 난 졸리다고~"

      "주방의 에즈가 칸님을 애타게 찾던 걸요? 요리하는 손이 모자르데요. 이번에도 식

      사가 늦어지면 모두 칸님에게 덤빌걸요? 식용 대마왕들이니."

      "덩치만 커다래선 말야. 맨날 맨날 밥만 쳐먹어 대고 말야~ 검술을 연마한다던지 

      좀더 창의적인 일에 신경을 쓰란 말이다!"

      "덩치만 커다란 하나밖에 모르는 바보들이니 제발 점심의 즐거움을 뺏지 마시고, 

      점심 준비하러 가세요. 칸님."

      이번엔 또 무슨 일로 언성을 높이는지 가헌은 무척이나 궁금했다. 

      말도 안통하는데 자신이 아는 언어로 질문을 했다가 시선을 모으는 일은 사양이지

      만, 중간에 끊어주지 않으면 이 두사람 자신을 잊고 계속 말만 해댈것 같다.

      이 나라 인간들은 말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모양이라고 가헌은 생각했다.

      "칸."

      "왜 불러?!! 헉..!!!;;"

      호명하는 소리에 신경질적으로 얼굴을 돌린 칸은 이름을 부른이가 다름이닌 이국

      의 소년이라는 것에 엄청 놀라 버렸다. 

      몸을 지탱하던 팔이 꺽여 그대로 언덕에서 굴러 버렸으니 말이다. 

      "으에에에엑~~~"

      "칸님!!"

      칸이라는 게 이름이 아니였던가?

      화려하게 언덕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칸을 보며 가헌은 멋쩍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무척이나 싫어하는 단어였던 모양이다. 

      이제 두번다시 그 단어는 사용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계속 굴러가는 칸을 따라 뛰

      어가는 라프헨의 뒤를 따라 내려가는 가헌이었다. 

      "에즈가 만든 음식은 지상 최대이다."

      "에즈가 만든 음식은 지상 최대이다."

      "에즈는 세상 제일의 미인이다."

      "에즈는 세상 제일의 미인이다."

      "............악마..."

      에즈가 말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 말하는 가헌을 보며 차마 말릴수 없는 자신의 한

      심함에 눈물이 나려는 칸이다. 

      저런 엄청난 범죄의 현장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바라만 봐야 하다니!! 

      남자로써의 자세는 절대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이 아닌 이상 저 마녀와 부딫히는 

      일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다. 

      "어머~ 솔직하고 귀여운 아이군요. 그 누구완 무척이나 다르게 말이죠."

      "......그 누구가 누굴까나?"

      하늘을 보며 중얼거리지만 에즈에게 들리지 않게 웅엉거리는게 그답다면 그다운 

      모습이었다. 

      무척이나 궁상스러운 그 모습에 라프헨은 입을 가리며 웃음을 참을수 밖에 없었다. 

      형인 라헨과 자신들의 주인인 칸과 여행할때도 즐거웠지만 이렇게 일행이 만은 여

      행은 더 즐거운 법이다. 

      게다가 이들은 최강의 용병단이라고 불리는 하얀 바람이 아닌가?

      형과 칸이 아무리 강하다 했지만 적은 인원이니 매일이 불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강한게 아주 편안하고 좋았다. 

      "이거 더 먹을래?"

      "아니. 배불러요."

      빵을 건내는 라헨에게 미소를 지어보인 라프헨은 들고 있던 잔에 입을 대며 형이 

      주운 소년에게 시선을 주었다. 

      확실히 대륙인들과 다른 생김새였다.

      이목구비가 작고 뼈마디가 얇은 것이 마치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란 것 같았지만 

      저 얇은 팔의 근육이 얼마나 단단한가를 알기에 더 정체를 알수가 없다. 

      형인 라헨이 소년을 데리고 왔을때 손을 잡아 본적이 있었는데, 손의 뭉쳐진 근육

      들과 상처들이 그가 얼마나 많이 검을 휘둘렀는지 알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 점에 

      대해선 라헨은 쉬쉬하며 손에 얇은 붕대를 덪대어 주었다. 

      그래서 노웬님과 에스가 모르고 지나쳤겠지만, 만약에 알게 된다면 이대로 버려져

      도 할말은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위험인물을 받아 들일 만큼 자신들은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이름을 지어야 겠다."

      " ? 이름이요?"

      난대없는 말에 의문을 표하자 칸은 입가의 미소를 진하게 띄며, 이국의 소년을 가

      르켰다. 

      "네 이름은 지금부터 베야트리체다!!!"

      "기각."-에즈

      "너무 촌스럽지 않나요?"-라프헨

      "절대로 반대입니다!!"-에스

      ".........[가헌]"

      칸의 발언에 모두 결사반대를 하는 가운데 빵을 베어 물던 가헌이 나지막하게 내뱉

      었다. 

      "가흔이라..괜찮은 걸요?"

      "음 어감이 좀 걸리는 것 같지만, 이 아이에겐 잘 어울리는 것 같네."

      "그렇군요. 무의식 중에 자신의 이름을 말한 걸수도 있을테니... 가흔이라는 이름으

      로 결정지을 까요?"

      뭔가 이름을 말하는 듯한 분위기라서 생각나는 단어를 아무거나 말했을 뿐인데 사

      람들의 반응이 꽤나 요란하다. 

      가헌.. 가헌. 가헌.

      방금 내뱉은 단어를 몇번 입안에서 굴리자 꽤나 익숙한 기분이 드는게 가헌이라는 

      이름이 자신의 이름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라도 상관은 없지만... 

      ".....베아트리체가 어디가 어때서 그러는 거야?!!"

      "그렇게 좋다면 내일부터 칸님을 베아트리체라고 불러 드릴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어지지 않아 악을 써대는 칸을 그대로 침몰시킨 에즈는 옆에 

      앉아 눈을 멀뚱히 뜨고있는 가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생긴 것도 

      이쁘지만 성격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착한 아이같다. 

      아무래도 집안 교육을 잘 받은 귀한 집 자제일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널 가흔이라고 부를께. 괜찮겠지?"

      "............가흔? [가헌이라는 단어가 발음되지 않은 건가?]"

      "뒤에 말은 잘 모르겠지만, 앞에 가흔은 네 이름이야. 가흔이라... 부르고 나니 더 

      어울리는 것 같은 걸?"

      가만히 가흔이라는 단어를 웅얼거리는 모습이 앳되고 가엾어 보여 에즈는 가헌, 가

      흔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검은 빛의 머리카락을 처음보지만 감촉은 그 어느 비단보다 부드러웠다. 

      에즈의 상냥한 눈빛에 가헌은 입을 다물고 가만히 머리를 내밀었다.

      왠지 모르지만 굉장히 포근하고 좋은 느낌이 들었던 탓이다. 

      그런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을 굉장히 불만스럽게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칸이었다. 

      에즈는 처음 대면 했을 때부터 자신을 완전 놀이감처럼 취급하며 사람을 피곤하게 

      했다. 그런 그녀가 베아트리체에겐 저토룩 살갑게 대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지 둘은 칸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차마 대놓고 따질수도 없기에 두 사람을 향해 등을 보이고 앉아 숟가락을 입에 물

      고 있는 칸의 한쪽 눈가에 물기가 맺혀있다. 

      상처보다는 분함이 더 강한 듯한 모습이었다.

      ".......겉 모습이 어리니 하는 행동도 어려지는 거군."

      마지막 빵조각을 베어문 라헨은 여기저기 널려있는 그릇을 모아 큰 대야 안에 집어 

      넣었다. 

      조금이라도 저들이 쉬게 하고 싶으니 아무래도 뒷정리는 자신이 해야 할것 같다. 

      나름대로 검에 관해 명성이 드높은 자신이 설겆이 하고 있는 모습을 다른 이들이 

      봤다면 놀라 자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억지로 참아내고 있는

      데 라프헨이 다가와 라헨의 손에서 그릇들을 빼앗는다.

      "이런 일은 제가 할께요."

      "괜찮다. 햇볕이 뜨거우니 들어가 쉬도록 해."

      "아니요. 제가 할게요. 하게 해주세요. 형님이야 말로 요새 운동을 하지 않아서 몸

      이 굳으신것 같은데, 언덕에 올라가 검이라도 휘두르시는게 어떨까요?"

      마음씨 착한 동생의 자신을 생각하는 말에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라헨은 마지못해 

      그릇들을 건내 주었지만 눈동자엔 염려의 기색이 가득했다. 

      에즈 옆에 앉아 편하게 있던 가헌은 그들의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나 라헨이 그릇을 

      모으는 것을 도왔다. 

      "도와 주려는 거야?"

      "............"

      "고마워."

      말을 알아 듣지 못하지만 의미는 충분히 전달된 모양인지 엎드려 그릇을 줍는 가헌

      의 귓볼이 약간이나마 붉어 진것이 보여 라헨은 입가를 가려 미소를 숨겼다. 

      가헌이라는 이름이 붙은 소년은 다정하지만 또한 예민하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었

      기 때문이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에즈는 여전이 등을 돌린채로 음식을 먹고 있는 

      칸의 뒤로 다가가 발로 두들였다.

      "또 왜그러는 거야?!!"

      아줌마라고 말할것 같은 기세로 몸을 돌리는 칸을 빤히 내려다 보던 에즈는 갈색의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그의 손위에 안착해 있던 그릇을 빼앗아 가흔들에게 던졌다. 

      거의 다 먹어가고 있는 참이라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잘 먹고 있는 사람을 건들었

      기에 칸의 심기는 무척이나 불편해 졌다. 

      게다가 아까의 분이 아직 채 풀리지 않은 상태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씩씩대고 기운이 있다면 저기 두사람을 도와주는 게 어떨까요?"

      "뭐?? 내가 왜?!!"

      "마을 근방에 다갔다곤 하지만, 이작은 숲속인지라 어떤 괴수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저 두사람만 보내라고 말씀하시고 싶은 건가요? 칸님."

      "~~~~~"

      백번 지당한 말이기에 뭐라고 따질수가 없었다.

      그가 보기에도 가흔과 라프헨만을 보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요새는 노예 상단들과 도적들이 들끓는 추세기에 더 그랬지만... 

      왜 하필 나냔 말이다!! 저기 있는 주근깨 이스도 덩치 큰 라헨도 나보다 먼저 식사

      를 마치고 쉬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 칸의 불만을 눈치챈 것인지 에즈의 눈초리가 영 차갑다.

      "라헨은 검연습을 해야하고, 이스는 노웬님을 도와 앞으로의 일정을 짜야하죠. 그

      리고 전 저녁식사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다듬어야 하고 말입니다. 이외에 다른 사

      람들이라면 잔뜩있지만 그들은 여자에게 굶주린 무척이나 위험한 상태지요."

      "............."

      "그런 그들과 이 두사람을 같이 보낼까요? 뭐,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알았어. 내가 가면 되잖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흔과 라프헨의 손에서 다 모아진 그릇을 빼앗아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칸의 모습에 에즈는 미소를 띄었다. 화는 잘 내지만 결코 악의

      가 없다는 것이 저 사람의 유일무이한 장점이다. 

      흐믓한 미소를 띄고 있는 에즈의 모습과 멀리 걸어가는 칸의 모습을 바라보며 살래

      살래 고개를 저은 에스는 튀어나온 돌위에 앉아 길게 기지개를 폈다. 

      "좋군."

      요새 답지않게 평화로운 날들의 연속이다. 

      슬슬 그들이 올 시기도 됐는데, 칸 일행과 합류하기 이주전부터 지금까지 영 소식

      이 없다.

      뭐 오든 안오든 상관은 없지만...

      "오늘 같은 날은 좀 피해 줬으면 하는데 말야."

      스스로 말해 놓고서도 상당히 자신이 없는 어조다.

      그런 에스의 모습에 에즈는 한숨을 쉬었다. 

      평화로운 생활이 지속되면 좋은 일이건만 이들은 그것을 더 불안해 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그 자신도 요새 몸이 좀 찌뿌둥하긴 하지만.. 숲속으로 사라져 이

      제 보이지 않는 세사람을 떠올리며 에즈는 기운차게 일어났다. 

      저녁식사를 만들기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해도 빠듯한 감이 있으니 서둘러야 할것 

      같았다. 

      "숲. 나무. 풀. 그리고 꽃. 자 말해봐요. 가흔, 이건 뭐죠?"

      "꽃."

      "파란 꽃."

      "...파란... 꽃? [색깔을 말하는 건가?]"

      "안되요. 이드. 우리들과 있을땐 모국어를 사용해도 상관없지만 다른 이들이 있을

      때 말하면- 지금부터 연습해 둬야 나중이 편해지는 거라고요. 자."

      "나무."

      라헨이 건낸 잎사귀를 잡아 나무라고 말하는 가흔의 모습은 확실히 귀여웠지만 잘

      못한 것은 제때 알려주는 것이 좋다. 

      커다란 나무밑으로 들어 그것을 안고 나무라고 말한 라헨은 이윽고 가흔의 손에 들

      려있는 것을 나뭇잎이라고 정정해 주었다. 그제서야 나뭇잎이라고 말하는 가흔의 

      모습에 라헨은 미소를 지었다.

      교육을 잘 받은 모양인지 영리해서 한번 가르켜주면 더이상 알려 줄 필요가 없다.

      뛰어난 제자를 가르키는 선생의 마음을 느끼며 라프헨은 걸어가고 있는 칸의 뒤를 

      따랐다. 걸음이 빠른 것은 알지만 이렇게 앞서 갈 필요는 없는게 아닐까?

      대놓고 투덜댈수는 없지만 감정은 느껴지는 법이라 칸은 고개를 돌려 라프헨을 바

      라 보았다. 

      "뭐가 불만인 거야? 아까부터."

      "좀 천천히 가자고요. 지나가면서 가흔에게 말을 가르쳐 주어야 한단 말입니다."

      "뭐하러 그런 귀찮은 일을 해? 그냥 모국어를 사용하도록 냅두라고."

      "그러다 노예상단에게 납치라도 당하면 어쩌라고요? 저렇게 예쁘고 특이한 아이가 

      눈에 걸리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들여 무지 비싼 값으로 팔아치울 거예요."

      "헹. 제가 너야? 그런 어벙한 일을 당하게."

      "너.. 너무하세요..."

      "뭐-가"

      울먹거리는 라프헨의 얼굴을 보고 혀를 베하고 내밀어 보인 칸은 가까이에 보이는 

      냇가로 냉큼 달려갔다. 그런 칸의 뒷모습을 보며 처량맞게 서있는 라프헨에게 다가

      간 가흔은 그의 손을 가만히 잡아 주었다. 

      "....외로해 주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저런 녀석과 말하는 사람들은 다들 화를 내곤 했

      으니 당신도 그런 녀석하고 말하지 않는 편이 나아]"

      "정말 고마워~ 다정한 아이구나." 

      "[제일 어려보이는 녀석이 바락바락 대들기나 하니... 정말이지 장래가 걱정되. 당

      신도 그래서 세세하게 챙겨주는 거지? 다정한 사람이네]"

      생-긋

      말은 통하지 않지만 서로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꼈기에 두사람을 서로를 마주보며 

      다정한 미소를 나눴다. 

      "쳇."

      비슷한 두녀석이 모이니 괜히 신경 쓰인다. 

      아직도 버벅거리며 뒤에 머물러 있는 두사람이 무척이나 신경 쓰였으나 애써 내색

      하지 않으며 수면 아래에 있는 누른 풀을 뜯어 한뭉치로 엮었다. 

      명색이 높은 분이라는 사람이 나일진데 왜 부려먹는 것은 집안의 노예보다 못한 거

      냐. 확하고 오르는 울화통에 그릇의 표면을 강하게 문질러 댔다.

      "...저기..."

      그릇을 칸 혼자서 거의다 씻어 갈때 쯤. 가흔과 놀기만 했던 것이 미안했던지 우물

      쭈물하며 다가온 라프헨이 손에 들려있는 화관을 그에게 보여 주었다.

      "칸. 이것봐요. 예쁘죠? 가흔이 만들어 줬어요."

      ".....이쁘군."

      뭐라고 하고 싶지만 아까 한말도 있고하니 그냥 투명스럽게 대꾸해 줬다. 

      심성이 여린 라프헨이니 두번까지 짜증을 내며 정말로 상처받을 지도 모른다. 

      투명스럽긴 하지만 대꾸를 해줬다는 것에 큰 의미를 주기로 한 라프헨은 미소를 지

      으며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팔을 걷어 부치고 그릇을 잡아드는 행동에 칸은 눈

      쌀을 찌뿌리며 만류했다. 

      "괜찮아 내가 할수 있어. 넌 가서 베아트리체나 가르치라고."

      "후후. 가흔이겠죠. 칸님."

      "그게 그거지. 빨랑 안가면 이거 다 너한테 시킬거야!!"

      버럭 소리를 지르는 칸의 행동에 장난스럽게 비명을 지른 라프헨은 몸을 돌려 냇가 

      근처 바위 위에 앉아있는 가흔에게 달려 갔다. 

      자신에게 뛰어오는 라프헨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막 일어서려던 가흔은 그러

      나 숲쪽에서 날라오는 반짝이는 물체에 안색을 굳혔다.

      "[엎드려!!] 라프헨!!"

      " ? !! "

      콰당--!!!!

      "제기랄. 뭐야?!!"

      "윽... 칸님..."

      가흔이 소리를 지르기 전에 몸을 날려 라프헨의 몸을 덥은 칸은 얼굴 바로 옆에 꽂

      히는 화살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바로 앞에 숲있지만 라프헨이나 가흔이 그리 갈때까지 기다릴 놈들이 아니다. 

      "누워 있을 시간이 없어!! 어서 일어나!!"

      넘어지면서 호되게 부딫힌 모양인지 무릎과 팔꿈치에 피가 베어 나온다. 

      나중에 라헨에게 한소리 듣게 구나 싶은 생각이 순간 스쳤지만, 칸은 억지로 일으

      킨 라프헨의 몸을 멍청히 서있는 가흔에게 집어 던졌다. 

      작은 체구에서 나왔다곤 믿을 수 없는 괴력으로 던져진 라프헨을 간신히 받아내 뒤

      로 같이 넘어지는 불상사를 피한 가흔는 자신들을 행해 등을 돌리고 검을 뽑아드는 

      칸의 행동에 눈을 부릎떴다.

      검의 광택을 봐서 진검이 분명했다.

      "멍청히 서있지 말고 라프헨을 숲속으로 들어가게 해!!"

      파악.

      한꺼번에 날라오는 화살을 검으로 내려친 칸은 몸을 돌려 숲으로 항했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상황 파악은 빠른 모양인지 라프헨을 들다 시피해서 숲으

      로 달려가는 가흔의 뒷모습을 보며 칸은 이를 들어내며 웃었다. 

      외모완 어울리지 않은 미소였지만, 그 분위기상으론 썩 어울렸다. 

      탕!!!

      아슬아슬하게 화살을 피해낸 칸은 나무 뒤에 숨은 라프헨들의 옆으로 뛰어들며 옆

      구리에 달려있는 주머니에서 신호탄을 꺼내 들었다. 

      심지를 이빨로 물어 뜯어 허공으로 힘차게 던지자 이내 밝은 빛을 내며 멀리서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 굉음을 낸다.

      가흔은 머리위에서 들려오는 큰소리에 순간 귀에서 강한 통증을 호소했기에 양쪽 

      귀를 틀어 막으려 했지만 칸이 저지로 그럴수 없었다. 

      "적들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 귀를 막다니 죽고 싶은 거냐?!! 어디서 소리가 들려오

      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법을 빨리 익히는게 네 목을 지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

      "라프헨. 일어나서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가흔의 품속에 묻혀있는 라프헨의 가슴쪽을 안아 얼굴을 위로 들린 칸은 주위를 살

      피는 것을 늦추지 않고 말했다. 주위의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양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감은채 였던 라프헨은 칸의 물음이 있어서야 두눈을 떴다.

      흠칫.

      들어난 라프헨의 눈엔 파란 자위가 보이지 않았기에 가흔은 순간 드는 오한에 숨을 

      삼켜야 했다. 그 반응에 상관없이 두사람의 모습은 무척이나 진지했기에 그는 뭐라 

      말을 할수가 없었다.

      "3야르 방향에 2명 정면 수면 아래쪽에 한명. 그리고 우리들의 뒤쪽에 한명. 제일 

      강한자는 게중에 없지만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

      "어이 이방인. 라프헨을 잘 부탁한다. 그에게 일이 생기면 혼나는 건 나거든."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몸을 날려 사려지는 칸의 모습에 그는 멍하니 입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때 품속에 안겨있던 라프헨이 몸을 경직하지만 않았다면 가흔은 이 

      알수없는 상황에 그대로 굳어 있어야만 했을 거다.

      "가흔. 저리로 피해요. 지금 우리들이 할수 있는 일은 없어요. 빨리 안전한 곳에 가

      있는 것이 칸님을 돕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피하란 말인가]"

      알아 들을수는 없었지만 숲속을 가르키며 간절하게 말하는 폼이 피하라는 것 같았

      다. 그런 라프헨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 보던 가흔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라

      프헨을 엎고 달리기 시작했다. 

      너무도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이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흔의 등뒤였던 라프헨은 

      당황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엉덩이를 받치는 손에 약력이 느껴지자 얌전

      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과 비슷한 체격인 가흔이 이런 괴력을 발휘해서 자신을 업을 줄은 미쳐 몰랐기

      에 조금 당황했다.

      "......강하네요. 당신요."

      일이 있을 때마다 도망치거나 라헨과 칸의 도움을 받기만 하는 자신과 다르게 이 

      소년은 무척이나 강했다. 육체의 강함뿐만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그

      에 망설이지 않는 것을 포함하여 강했다. 

      마치 칸과 라헨같은 강함. 

      라프헨 자신은 죽어도 가지지 못하는 그런 강함을 말이다.

      "오른 쪽으로 들어가요.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그쪽이 그나마 안전할 

      것 같은 느낌이 드어요."

      "[오른 쪽?]"

      라프헨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뛰어 들어가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그의 지시대로 달리는 방향은 무리가 있는 곳과 상당히 틀린 방향이지만, 아까 그 

      기현상을 목격하기도 했고, 라프헨에겐 뭔가 자신이 알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기분에 그저 지시하는 방향으로 무작정 달렸다.

      뒤에 남아있는 소년의 안부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이제와서 돌아간다 해도 별 도움

      을 되지 않을 것이다. 

      "..........[그 검으로...무엇을 하려는 거지?]"

      "네?"

      "[아무것도 아냐]"

      라프헨이 알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서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현실이 갑

      자기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말이 통해야 아까 소년이 들고있던 검이 진검인지 아닌지 알수 있을 것이 아니냔 

      말이다. 다른 것은 기억이 하나도 없지만 검을 본순간 그것의 용도와 사용방법이 

      생생하게 그린듯이 떠올랐다. 

      아마도 전에 자신은 그것과 비슷한 무언가를 익혔던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게 뭘까? 그 세계에서 진검을 휘두르면 당장에 경찰서 행이니 그럼 검

      도나 그 비스무리 한것을 배운게 아닐까??

      "위험해요!!!"

      " ? !! "

      퍼-ㄱ. 

      라프헨이 외치기도 전에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물체에 호되게 부딫힌 가흔은 등뒤

      의 라프헨과 함께 뒤로 자빠졌다.

      "...윽..[아파]"

      "괜..괜찮나요?... 가흔.."

      자신보단 그를 떠받친 라프헨이 더 다쳤으리란 것을 알기에 부축하려는 손길을 만

      류하며 머리를 털었다. 부딫힐때 얼굴을 부딫힌 모양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는 데다 

      입술을 찟어졌는지 피맛이 난다. 

      "헤에, 이런 곳에 이런 미인이 둘이나 있다니.."

      " ? !! "

      "하늘의 복이로군."

      "..가흔..!!"

      겁에 질린 듯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목이 죄인 듯 비명을 올리는 라프헨을 등

      뒤로 돌리며 가흔은 눈앞의 남자를 경계하며 노려 보았다.

      붉은 색의 머리카락을 한대모아 늘어뜨린 남자는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두사람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오른 검을 쓰는지 왼쪽을 금색수가 놓아진  붉은 천으로 덧

      대고 하의를 치마 두르듯이 늘어 뜨리고나서 나머지 보이는 부분에 장갑을 덧댄 남

      자는 붉은 이미지완 대조적으로 무척이나 차가운 인상 이었다. 

      노웬이라는 남자보단 떨어지지만 꽤나 냉소적인 성격일 듯 하다. 

      "너무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고~ 이래뵈도 미인들에겐 엄청 다정하니깐 말야~"

      "..........."     

      "호오. 이런 이런. 어딜 다친거야? 도와 줄까??"

      냉소를 지우고 미소를 짓자 아까의 차가운 인상이 무색해지리 만큼 엄청 가벼워 보

      이는 얼굴이 만들어 졌다. 

      말 그대로 만들어 졌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정도로 변화가 빠른 그 표정에 가흔은 

      안색을 굳히며 내밀어진 사내의 팔을 쳐냈다. 동시에 바닥을 흙을 발로 차서 남자

      에게 뿌린 가흔은 뒤에 있는 라프헨의 몸을 거칠게 잡아 근처의 나무로 밀어냈다. 

      그 짧은 순간에 뿌려진 흙은 털어내고 둘의 앞에서 몇걸음 물러난 남자는 눈앞을 

      막았던 손을 치우고 몇번 얼굴을 흔들었다. 

      그에따라 이마에 채워진 검은 벨트 장신구에 달려있는 보석이 불길한 빛을 발했다.

      "이것 참... 나름대로 호의를 표한 건데 말이지.."

      구석에 몰린 라프헨과 자신을 노려보는 가흔을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던 남자는 

      이내 미소를 지우고 이빨을 들어 냈다.

      "이런 비겁한 수를 쓰니 너희들은 쥐새끼로의 그릇밖에 안되는 거다."

      피잉-!!

      "가흔!!!"

      "너무 늦는거 아닌가?"

      이미 다른 조원들은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그릇을 씻어 반납한 상태였는데도 불구

      하고 숲속으로 들어가 씻으러 간 그 세사람만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그 이국의 소년으로 인해 뭔가 일이 벌어져 일행이 늦게 돌아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직 돌아오기에 이른 시각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염려가 되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 칸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는 사람인데다 라프헨은 저 라헨이 목숨보다 소

      중히 여기는 존재이기도 하니... 

      마차 주위를 빙빙 돌던 에스는 급기야 자신이 직접 찾아 가기로 하고 풀어진 검집

      을 허리에 맸다. 

      그리고 그때 숲속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렸왔다.

      " ?!! 발광체?!!!"

      "무슨 일이야?!!"

      "숲속이다!! 2조 빨리 일어나 따라와라!!"

      자신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활동대를 지켜보던 에스는 멀리 숲속으로 달려 들어

      가는 라헨의 발견하곤 그 반대로 향했다. 

      레프헨과 라헨은 쌍둥이기에 서로에 대한 감지력이 남들의 수배나 된다. 

      그런 그가 뛰어가는 곳엔 분명 라프헨이 있을 것이고, 함께 있는 칸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라프헨은 분명 다른 방향으로 도주중 일 것이다.

      라헨이 뛰어가는 방향에서 약간 어긋한 각도를 향해 이를 악물며 달려가는 에스의 

      손엔 어느새 검이 뽑혀져 있었다.

      "슬슬 올때도 됐지만, 타이밍 한번 더럽게 못 맞추는 사람들이네요!"

      가흔의 정체가 어찌 되었던 그가 깨어난 날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부탁이니 단장인 노웬이 이 일을 빌미로 그를 쫒아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탕!!!

      "크윽!!"

      "가흔-!!!"

      머리를 숙이는 것으로 아슬아슬하게 상대의 검을 피해낸 가흔은 멀리 나무뒤에 숨

      어 비명을 지르는 라프헨을 확인하곤 그와 반대 방향으로 뛰어 들어갔다. 

      라프헨과 되도록이면 멀리 떨어져 그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는 움

      직임을 남자는 눈치 챈 모양인지 눈가를 가늘게 접으며 라프헨이 숨어있는 나무쪽

      에 시선을 주었다. 

      그런 남자의 행동에 이드는 입술을 깨물 수 밖에 없었다.

      "[얍잡아 보긴...!!]"

      그야말로 남자는 장난을 치고 있었다. 

      만약 마음만 먹는 다면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자신의 목을 자르고, 라프헨도 죽일수 

      있을 텐데 한손을 허리에 바친채로 나머지 한손으로만 검을 놀리고 있는 것이다. 

      남자의 그런 행동에 무척이나 거슬리기는 하지만 자신들을 도울 사람들이 오기 전

      까진 그 재수없는 장난을 지속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였다. 

      아까 주워 들었던 돌을 적발 남자에게 강하게 던졌지만, 의도가 한심스러워 질 정

      도로 남자는 검을 가볍게 휘두르는 것만으로 돌을 두동강 내 버렸다. 

      "이런, 미인께서 자꾸 이런 조잡한 짓을 하다니 실망이 커."

      ".............."

      "어때? 나에게 오면 온갖 금은보화를 몸에 두르고 살게 해주지. 너같은 매력을 지

      닌 아인 내 주위에 한명도 없거든?"

      "[뭐라고 지껄이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빌어먹을 녀석]"

      성격은 어쨌든 간에 검을 다루는 것은 그야말로 경악할 만한 수준이다. 

      검으로 돌을 자른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일이건만 저 남자는 그것을 해내고 

      있었다. 

      돌을 가르고 나무를 베어 버리는 괴력과 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를 악물고 버티곤 있지만 이드 가흔의 등은 식음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흐음. 괴상한 말을 사용하는 미인이군.

      ..................................더 가지고 싶어 졌다."

      검을 어깨에 걸치고 가늘게 미소를 띄는 얼굴에 순간 소름이 끼쳤다. 

      휘잉.

      장난 치듯이 검을 휘두르는 데 바람이 갈리는 소리가 들린다.

      휘잉.

      휘-ㅇ.

      검을 휘두를 때에 맞춰 흔들리는 앞머리가 결코 저 남자의 검풍에 의해서 라고 생

      각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휘두르는 횟수가 늘수록 바람은 더 강해져 가흔의 주위에 

      있는 풀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라프헨은 한시라도 빨리 라헨이나 칸이 와줬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다.

      몇번 장난 스럽게 검을 휘두른 남자는 한발을 앞으로 빼며 검을 앞으로 내민다.

      결코 폼뿐이라고 비웃을 수 없는 것은 남자가 자세를 잡는 순간에 느껴지는 피부를 

      따갑게 만드는 어떤 기운 때문 일것이다. 

      "한 마리는 살리고, 한 마리는 죽인다."

      "............"

      "살리는 도중에 생기는 상처는 안타깝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

      탁!!

      기합도 없이 자신에게 달려오는 남자의 모습에 가흔은 순간 위에 있는 나무가지를 

      잡아 몸을 들었다. 

      될지 안될지 알수없는 일이었지만, 다행히 그는 나무위에 안착할수 있었다. 

      그의 예상외의 행동에 허공을 베어버린 남자는 안색을 굳히며 자세를 바꾸려 했지

      만 가흔이 한발 빨리 그의 얼굴을 향해 발을 뻗었다.

      둔탁한 타격음이 들리나 싶었지만, 허벅지에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에 가흔은 균형

      을 잃고 나무위에서 떨어져 버렸다. 

      쿠당!!!

      "크으--ㄱ!!"

      "제법이긴 하지만 아직이군."

      떨어진 가흔의 목에 오른발을 올린 남자는 이마에 대고 있던 외손을 내려 보았다. 

      남자는 볼수 없었지만 그의 검은색 밴드에는 발 앞꿈치가 분명한 자국이 남아있어 

      볼썽사납게 쓰러져 있는 소년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런 가흔의 표정 변화에 남자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위로 들어 올렸다. 

      "필요한건 얼굴과 몸뚱이 뿐- 몹쓸 다리하나 없다고 아쉬워 할 필요는 없겠지."

      "[듣든 안 듣든 넌 정말 빌어먹을 자식이다]"

      "저녁에는 그 언어로 노래나 불러주렴. 그래야 내 화가 가라 않을 것 같다."

      휘잉-

      "가흔!!!"

      앞으로 벌어질 참사에 라프헨은 나무 뒤에서 나와 앞으로 뛰어 들었다. 

      가흔은 바로 눈앞에서 번쩍이는 검광에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며 눈을 

      감았다. 

      말도 안 통하고 알수도 없는 이런 곳에서 아무도 모르는 개죽음을 당해야 하는 건

      가....!!!

      챙!!!!

      분명 소년의 한쪽 다리를 벨수 있다고 전혀 의심하지 않았건만 검을 쥔 손안에 느

      껴지는 것은 살과 뼈를 베는 감촉이 아닌 날카로운 금속과 부딫히는 것이었다.

      굉장한 힘으로 인해 뒤로 물러 날수밖에 없었던 그는 검을 뒤로 물리며 갑자기 나

      타난 인물을 확인하고 두눈을 부릅떴다.

      "약한 자들을 괴롭히는 몹쓸 취미는 여전하군. 그러니 네놈을 변태라고 부르는 거

      다. 요크발."

      "칸크빌레...!!!!"

      요크발은 자신을 검을 받아 뒤로 넘긴 인물을 확인하곤 이를 갈았다. 

      "그리운 이름이지만 일단 네놈을 죽이고 나서야 그 여운을 즐길수 있을 것 같다."

      가흔은 자신의 허리위에 서서 검을 들고 있는 소년을 확인하곤 팔을 내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멍한 표정을 눈치 챈 것일까? 

      고개를 내려 아래 쓰러진 가흔 확인 후, 멀리서 달려오다 말고 서서 양손으로 입을 

      가린 라프헨을 무사함을 눈으로 본 칸은 이를 들어내며 웃었다.

      "수고했다."

      가흔은 그 미소에서 무시못할 연륜을 느꼈다. 

      일어나 똑바로 자세를 잡는 가흔의 모습을 확인하고나서야 고개를 돌린 칸은 자신

      을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는 적발사내 요크발에게 도발하듯 검을 흔들었다. 

      "몇달만에 검을 겨루는 걸까? 어디 그때보다 실력이 늘었나 봐볼까? 애송이."

      "......이 놈...!!!"

      싸움을 흥분하는 쪽이 지는 거다.

      도발에 쉽게 넘어가 미친듯이 덤벼드는 요크발에게 비웃음을 던지며 칸은 검을 세

      워 빠르게 앞으로 튀어 나갔다. 

      챙!!

      맑고 날카로운 소리가 적막한 숲속을 울렸다.

      이미 가흔과 요크발의 싸움아닌 싸움에도 끝까지 숲에 남아있던 새들도 이번만은 

      어쩔수 없었던 모양인지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라가기 시작했다. 

      하늘을 수높는 수많은 새들의 무리를 감상 할 여유도 없이 미친듯이 검을 휘두르는 

      두 사람이지만, 둘다 실력이 대등해 보였기에 쉽게 끝날것 같지 않았다. 

      이대로 뛰어가 라헨을 데리고 올 것인가. 아니면 칸님이 좀더 싸우기 수월하게 나

      무에 기대어 있는 가흔의 손을 잡고 숲으로 들어가 있어야 할 것인가.

      초조한 듯이 손톱을 뜯고 있던 라헨은 뒤에서 나타난 손에 의해 물고 있던 손톱을 

      떼낼 수밖에 없었다. 

      "손톱을 물어 뜯는 버릇은 나쁜거다. 아직 고치지 않고 있었던 거냐?"

      "....라헨..!!"

      "쉿. 물러나 있는 것이 좋겠다. 가흔쪽으론 에스가 갈테니 넌 물러나 있어."

      "하지만....!"

      "날 믿어."

      불안해 하는 라프헨의 작은 어깨를 잡고 뒤로 물린 라헨은 요크발과 칸의 결투에 

      시선을 주었다. 

      두사람이 검을 겨룬 곳은 이미 초토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전같이 도시의 대로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것인가. 

      라헨은 칸과 검을 겨누고 있는 적발의 사내를 바라보 았다. 

      확실히 전보다 움직임이 많이 나아 졌지만, 저 단단해 보이는 몸속엔 앞서 칸과의 

      결투에서 생긴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 정도로 움직이다니.. 

      근성이 있달까. 너무 승부근성이 크달까.

      챙!!

      차-앙!!

      머리위로 넘어오는 검면을 비켜내 요크발의 목젖으로 검을 내밀지만 금방 회수해

      온 검이 그 진로를 막는다.

      앞서 조롱하긴 했지만, 그렇게 깍아 내려질 만큼의 실력을 지닌 사내는 아니였다. 

      요크발은- 무엇보다 대귀족 집안의 후계자로써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실력파 선생

      에게서 배운 검술이 있고, 남들보다 뛰어난 운동신경과 운용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투에서 매번 칸에게 지는 것이 그를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는 

      것 뿐이다. 

      이번에도 그 역사를 져버리지 않았으면 하지만...

      "그만 슬슬 돌아가는 게 어때? 네놈의 수하들은 이몸이 다 해치웠..다고!!!"

      말하는 중에 날라오는 검은 과연 이 사내가 얼마나 비겁한 지를 알려 주었다.

      생긴것은 안 그런데 하는 짓은 변태에 비겁하기까지 하니 잘 지내고 싶어지다가도 

      오만정이 떨어지려 한다. 그것은 요크발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앞에서 계속 알짱

      대기만 하는 칸의 목을 향해 커다랗게 검을 휘둘렀지만 유감스럽게도 상대방이 피

      해버려 무위로 돌아갔다. 

      바로 자세를 잡고 덤벼드는 요크발의 검을 마주하고 발로 그의 배를 밀쳐내 버린 

      칸은 손목에 나있는 자상을 혀로 핣았다.

      "이런, 다치신 건가요? 그거 곤란한 일이군요."

      "시-끄러. 변태야."

        

      요크발의 검은 다른 검사들이 사용하는 검과는 재질과 디자인 부터가 달랐다. 

      넓적하고 양쪽으로 나있는 검에 반해 얇게 일자로 나있는 그 검은 휘두를때마다 휘

      어져서 그 진로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을 향해 다시 돌아오곤 했으

      니. 요크발과 사이가 좋지않은 칸은 그 검을 채찍이라 부르며 더더욱 그를 변태로 

      치부하고 있었다. 

      게다가 검면에 독까지 칠해져 있으니.. 최악에 최악인 남자다.

      피융!!!

      " ? !! "

      "거기까지입니다. 요크발. 이제 슬슬 물러나는게 그대에게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

      죠."

      "........노웬하르스."

      이를 갈며 자신을 이름을 부르는 요크발의 목소리에 미소를 지은 노웬은 나무 등치

      에 서서 화살을 장전했다. 

      "처음엔 장난이었지만, 이번엔 정말로 머리통을 맞혀 버리겠습니다."

      "............"

      "죽는다 한들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몸은 온전히 귀하의 나라에 보낼 것이며 

      머리는 아군의 사기를 위해 당분간 들고 다닐테니 말이죠. 머리없는 시신이 얼마나 

      꼴불견인지. 그대는 언제나 말해왔다고 들었는데 아니였던 모양이지요?"

      노웬의 조롱에 요크발의 아미가 점점 좁혀진다.

      비겁한 것에 머리가 잘 돌아가는 만큼 머리또한 좋은 사나였기에 그는 자신이 얼마

      나 위험한 상황인지를 알수가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이키의 말대로 지원군을 기다리다 움직이는 편이, 이런 불상사

      를 겪지 않고 좋았을텐데..!! 

      칸크빌레가 있다는 말에 피가 끓어 그만 일부 병사들을 대동하고 나온 것이 화근이 

      되어 버렸다. 

      분하다는 듯이 이를 갈고 있지만 차마 걸음을 떼지 못하는 요크발의 위협하듯이 이

      마 정중앙을 겨눈 노웬은 턱으로 숲쪽을 가르켰다. 

      "빨리 가시는데 서로에게 좋답니다."

      "......다음번에 이 무례한 일에 대한 답례를 하겠다. 칸크빌레, 노웬 하르스!!"

      "기대하고 있지요."

      노웬의 얼굴에 그릿듯한 미소가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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