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칠까요?"
"글쎄."
칸들의 바로 옆방인 라프헨과 라헨은 벽에 귀를 바짝 댄채 낮게 소근거렸다.
라프헨의 잔뜩 긴장된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없는 표정으로 답한 라헨은 좀더 귀를
대 보았다.낡은 집치곤 꽤나 방음이 좋아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옆방의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것이다.
동시에 한숨을 쉰 라프헨, 라헨은 서로를 바라보다 잠시 침묵했다.
"........잘까?"
"..그럴까요?"
자자는 말에 얼굴을 붉히며 답하는 라프헨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던 라헨은
두터운 손으로 라프헨의 가는 허리를 잡아 끌었다.
순순히 안겨오는 가는 몸의 목덜미에 코를 묻은 라헨은 라프헨의 몸을 안은채로 자
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곧장 향했다. 칸과 가흔이 내는 소리에 절대 발정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라헨이지만, 내심 찔리는 구석이 없지 않아 있다.
한창 라프헨과 라헨이 서로의 몸에 매달려 한창 작업에 들어갈 때쯤 오브와 노웬,
그리고 젤, 덤으로 샤한은 어두운 방안 하나의 등불을 위지한채 테이블 주위에 둘러
앉아 있었다.
일단 칸이 돌아왔고 저 여왕의 기둥이 사라져 버린 이상 자신들이 이곳에 머무를 이
유가 없다. 서쪽에 온 용무는 이미 첫날 젤과 노웬이 처리했으니, 당장에 이곳을 출
발해도 괜찮은 것이다.
하지만 요크발을 봤다는 가흔의 말에 그들은 계획을 짜둘 필요성을 느꼈다.
성미가 급하고 참을성이라는 것을 원체 지니지 않은 그가 칸과 가흔의 뒤를 집요하
게 쫒지않고, 그대로 몸을 숨긴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였다.
그런 존재를 단번에 얌전히 할수있는 존재가 같이 와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황제가 와있는 모양이군."
"지금 으로썬 그렇죠."
중앙국의 공작인 그를 얌전히 할수 있는 존재라면 그건 단 두사람 밖에 없다.
바로 그의 누이인 율시아와 중앙국의 황제인 이자키엘이다.
근 10여년동안 발챠에서 단 한발도 움직이지 않던 율시아가 자신들을 따라왔을 가
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그 0%를 더 믿고 싶어지기도 하는 법이다.
원하지는 않지만, 명백하게 좁혀지는 단 한사람에 잠시 방안에 경직된 분위기가 감
돈다.
"황제가 와있다면 적어도 오십여명의 기사들도 와 있을 거다."
"게다가 요크발의 사병에 다른 한 사람이 더 와있다는 가정을 더하면 수는 제곱으로
불게 되죠."
젤의 냉정한 말에 다시금 굳어진 그들은 중간에 세어나온 노웬의 한숨에 그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위로 가나 아래로 가나 곤란한 상황인 것에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그들의 장인 노웬의 결정만이 남은 것이다.
"어찌 되었던 내일 다시한번 모두 모여 의논해 보도록 하죠. 아무리 그들이라지만,
암묵적인 중립국인 이곳에서 함부로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자들에게 상식을 바라는 건가?"
"어쩔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믿는 수밖엔."
노웬의 말에 반박하려던 오브는 날카롭게 빛나는 은빛 눈동자에 입을 다물었다.
지금의 상황에서 이런 언쟁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이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피곤한 안색으로 물러나는 노웬과 오브를 바라보던 샤한은 테이블에 턱을 받치며
입을 열었다.
"적이건 뭐건 난 그런 놈들보다 가흔이란 녀석이 더 신경쓰인 다고."
"....나도. 외향만이 아니라 그는 내면적인 면도 변한것 같더군."
샤한의 투덜대는 음성과 오브의 단정적인 말에 노웬은 옆의 젤을 바라 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을 알아차린 젤은 고개를 저으며 동일인물이라는 대답을 했다.
"마력의 변화가 없습니다. 가흔과 닮은 사람은 아니예요."
"....하지만 그렇게나 사람이 변할수도 있는 건가?"
자신을 바라볼때는 그 자신도 모르는 두려움의 감정을 찾아낼수 있었다.
그러나 아까 자신을 바라보던 눈동자는 어떠한가. 그냥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다른 어떠한 감정을 찾아낼수 없는 단순히 알고있는 자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
두손을 깍지낀 노웬은 흔들리는 등불의 촛불을 바라 보았다.
가흔의 그런 변화가 자신들에게 과연 좋은 것일까?
미간을 찡그리는 노웬의 모습에 나머지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왜요?"
아침부터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라프헨의 모습에 미소를 지은 유헌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아까부터 안절부절 못하는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런 자신의 행동에 놀란 표정을 짓지만 피하지는 않는다.
역시나 할말이 있었던 거다. 뭐든지 말해보라는 듯한 시선을 보내는 가흔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라프헨은 이내 두손을 주먹쥐며 용감하게 입을 때었다.
"가흔, 허리 어때요?!!"
"좋아요."
".........;;;;;;"
남은 한동안 고민한 뒤에 겨우 물었는데 너무나 빠르고 깔끔하게 답하는 가흔의 모
습에 라프헨은 눈을 꿈벅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여전히 웃는 얼굴로 '왜요?'라고 묻는 가흔의 물음에 정신을 차
린 라프헨은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역시나- 가흔군과 칸님 사이에 아무일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알수없는 질문을 한 자신의 모습에 그에게 얼마나 웃기게 보였을
지에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라프헨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영문을 알수 없다는 표정
을 짓는 가흔에게 나중에 보자는 인사를 건내며 그의 앞에서 도망 나왔다.
"......이상한데."
그답지 않은 행동에 고개를 갸웃하는 가흔의 모습을 위층에 걸터앉은 채로 바라보
고 있던 칸은 입술을 우그러 뜨리며 혀를 찼다.
"저 바보놈이 쓸자데기 없는 짓을...."
투덜대던 칸은 어느새 곁에 다가와 있는 라헨의 모습에 표정을 굳히며 고개를 돌렸
다. 그러나 이미 칸의 눈빛에 걸려있는 다크서클을 반견한 라헨은 흉악한 얼굴을 음
흉스럽게 구기며 그의 곁에 쪼그리고 앉았다.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고개를 돌리며 엉덩이 힘으로 옆으로 옮기려는 칸의 어깨에
손을 둘러 자신쪽으로 단번에 밀착시킨 라헨은 이를 들어내며 웃어 보였다.
그 엄청난 외모에 칸은 질린 표정을 지으며 제발 참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도대체 어젯밤엔 무슨짓을 한거냐?"
'엉? 엉?'거리며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라헨의 몸통을 아래로 밀어 버리고 싶었지
만, 그에 따르는 그의 치사한 보복과 라프헨이 징징대는 옵션은 사양이기에 참기로
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가운데 생고문을 당하면서도 끝내 입을 열지않
는 칸의 모습에 라헨은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걸쳐 두었던 팔을 빼냈다.
숨막혔다는 듯이 헥헥대는 칸을 바라보던 그는 어쩔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그 몸으론 시도도 못하겠지. 무엇보다 넌 가흔보다 몸이 작잖아?"
"................"
"좀있다 밥먹는다고 하니깐 적당한 시간에 내려와라."
무릎을 두들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린 라헨은 엄청난 힘으로 잡아당기는 감
각에 엉거주춤한 폼으로 칸을 내려다 보았다.
'이 녀석 왜이래?'라는 표정으로 칸을 바라보던 라헨은 그러나 엄청난 표정으로 자
신을 올려다 보는 칸의 얼굴에 숨을 들이 켰다.
또 뭐가 거슬려서 이러는 거냐?
"남자는 체구가 아니라 ..........테크닉이다."
...............
".................앙?"
한쪽 눈가를 이그러 뜨리며 같잖은 위협을 보이는 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라헨
의 볼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 떨림은 서서히 얼굴 전체로 이어가고 그런 라헨을 바라보는 칸은 나름대로 가장
위협적은 표정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순간 라헨이 폭발했다.
"곤란합니다. 두 사람 모두."
"훗.. 그..푸훕. 미..미안... 큭큭큭큭큭큭큭큭."
"..........제길."
엄격한 표정으로 말을 건냈건만 라헨은 여전히 입을 틀어막은 채로 웃음을 참지못
한채고 칸은 퉁퉁부은 얼굴로 연신 '제길, 빌어먹을, 망할..'을 내뱉는다.
"아아- 제길. 웃..웃음... 그치..지 않..아. 괴로워~ 푸히히히히히히."
"그만하지 않으면 죽일테다."
이무리 이을 갈아도, 있는 힘껏 협박을 해도 라헨의 웃음이 그칠 기미가 없다.
게다가 그런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왜 그러냐며 점점 몰리는 시선에 창피하기만 하
다. 웃다가 죽는 사람이 있기도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웃어대는 라헨의 모습
에 곁에 앉은 라프헨의 얼굴이 울상으로 이그러 진다.
그에 따라 이를 가는 칸의 얼굴이 완전 토마토처럼 변해서 유헌은 안색을 굳히며 그
에게 다가가 이마에 손을 올려 놓았다.
"괜찮은 건가요?"
" 읍! ! "
옆의 라헨을 어떻게 처리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칸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
나는 가흔의 얼굴에 숨을 들이키며 몸을 뒤로 뺐다.
순간 너무 뒤로 많이 물러난 칸은 뒤로 젖혀지는 몸의 중심에 '어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칸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뜬 유헌은 당황하며 손을 내밀었지만 칸은
이미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쿠당--탕! !
"칸..! ! 칸!! 정신차려요! !"
뒤로 넘어가면서 머리를 부딫힌 모양인지 기절해 버린듯 눈을 감은 그 모습에 유헌
은 숨을 죽이며 칸의 가슴을 흔들었다.
"............"
노웬은 쓰러진 칸과 그위의 가흔. 그리고 여전히 한손으로 입을 막은채 킥킥대는 라
헨에게 시선을 주다 눈을 감았다.
.................갑자기 엄청난 두통이 느껴진다.
호흡을 고르며 속의 열의 진정시킨 노웬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라프헨에게 부드
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라프헨, 라헨을 데리고 방안에 들어가 주시겠습니까?"
"하..하지만 칸님의 치료를."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칸에게 시선을 주던 노웬은 이를 갈며
나지막하게 중얼 거렸다.
"저런 바보같은 인간. 어찌되든 상관하지 맙시다."
나지막한 노웬의 목소리와 그 서늘한 얼굴에 안색을 굳힌 라프헨은 알았다는 말을
남기고 라헨의 덩치를 부축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순간까지 킥킥대는 라헨의 웃음소리에 사람들은 인상을 찌뿌렸다.
미인이 저렇게 웃어도 모자랄 판에 저런 험상궃은 남자가 저렇게 행동하니 짜증스
러울 뿐이다.
"다행히 혹만 생긴 모양이군요. 칸님 다음부터 좀더 행동에 조심해 주세요."
".....알았어."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가흔님, 칸님을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숙이는 젤에게 알았다는 듯이 마주 고개를 숙인 유헌은 방을 나가는 그녀를
배웅하고 나서 칸의 곁으로 다가가 그 옆에 앉았다.
도대체 무슨일 때문에 칸이 자꾸 얼굴을 붉히고 라헨이 그렇게 추한 모습으로 웃어
대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궁금함에 직접 물어보려한 유헌은 그러나 제발 아무것
도 묻지 말아 달라는 칸의 암묵적인 의사에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제길.. 그렇게나 비웃어 대다니.."
"네?"
".....아무것도 아냐."
자신의 대답에 안색을 굳히는 유헌의 얼굴에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수가 없다.
그에게 사실대로 말할수도 없지 않은가.
이를 간 칸은 아직도 귓속에서 울리는 라헨의 웃음소리에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온
몸을 꼬아댔다. 그런 칸의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유헌은 자리에서 일어나 식
사를 가지러 가기로 했다.
아침부터 그 난리를 부려 칸은 아직 식사전이었던 것이다.
'얌전히 누워있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방에서 나가는 유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칸
은 그제서야 늘어지게 한숨을 쉬며 침대위에서 일어났다.
이곳은 자신과 가흔이 함께 잠들었던 곳이다.
............그리고 그와 입맞춤을 한 곳이기도 하지.
".........."
간밤의 일이 스치듯이 떠올라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더듬던 칸은 이내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했다. 그러나 자신밖에 없는 방안에 울리는 기침 소리가 상당히 초
라하게 들려 그는 손을 내릴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체력차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남자는 테크닉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단지, 단지....
"그때 가흔이 잠들지만 않았어도...."
아쉽다는 듯이 손가락을 마주친 칸은 혀를 차며 몸을 뒤로 눕혔다.
푹신한 시트에 한번 튕겨 다시 내려오는 감각을 느끼며 그대로 기지개를 킨 칸은 눈
을 감고 어젯밤 일을 떠올렸다.
기나긴 키스를 마치고 가흔에 대한 넘치는 사랑스러움을 참지 못하고 그의 어깨를
감싸안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
....유감천만하게도 가흔은 눈을 감고 무척이나 예쁜 모습으로 잠들었다.
그때의 그 아연함이란...
하지만....
".....일단은 이걸로 만족할까."
눈을 감으면 생생하게 떠오르는 가흔의 입술의 감촉에 칸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
다.
무척이나 따뜻하고, 부드럽고.. 달콤했다.
양손을 들어 자신의 입에 댄 칸은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게 뜨며 무척이나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탁.
양손에 쟁반을 들고 올라가는 유헌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태도에 그는 고개를 내
릴수밖에 없었다. 양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어서 그를 들어올리지 못하지만, 그 자리
에 무릎을 꿇고 앉은 유헌은 유크렌과 시선을 맞췄다.
몸을 숙이고 시선을 맞추는 유헌의 태도에 잠시 당황한 유크렌이지만, 애써 그런 내
색을 하지 않으려 가슴을 피는 것이 그다웠다.
"왜 그래?"
"......그냥 사람이 변해 보여서."
이 세계에에 와서 가장 많이 듣는 말에 유헌은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들은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설령 말한다 해도 사는 세계가 다른 이상 이해를 해줄지도 문제고, 무엇보다 유헌은
자신에게 일어 났던 일들은 되도록이면 가슴에 묻고 내색하지 않고 지내고 싶었다.
무릎 위에 쟁반을 올려놓은 유헌은 다른 손으로 유크렌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칸도 보고 싶었지만, 이 작은 동생같은 존재도 무척이나 그리웠던 것이다.
"............"
전에도 잘해주던 인간이었지만, 지금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가흔의 굉장히 부드
러운 표정을 확인한 유크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역시나 변한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저 깊어진 눈매는 단순히 사람이 이상하다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갭
이 큰 것이다.
"이만 가볼테니..."
쓰다듬던 머리위에 손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가흔이 멈칫하고 눈을 동그
랗게 뜨자 유크렌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다 뒤를 돌아 보았
다. 갑작스럽게 변한 그의 얼굴은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딱딱하게
경직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 이상도 발견하지 못한 유크렌은 불안한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거냐라는 느낌에 유헌의 옷자락으로 손을 뻗으려던 유크렌은 나
직히 들려오는 그의 음성에 안색을 달리했다.
"적들이....오고 있어."
" ? "
"...제길! 유크렌, 가서 노웬에게 말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우리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고 !"
난대없는 그의 말에 멍하니 서있는 유크렌의 모습에 멍한 상태에 유헌은 혀를 차며
그의 눈앞에 손을 마주쳤다.
살이 부딫히는 날카로운 소리에 숨을 들이키고 올려다 보는 초록색의 눈동자를 바
라보며 그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정신 놓을때가 아니야. 안에 들어간 사람들 모두 밖으로 내보내."
"에..? 하지만.."
"난 칸에게 가볼테니..! !"
적들이 나타난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고 물으려던 유크렌은 벌써 저만큼
이나 떨어진 가흔의 모습에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갑작스런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지만 그가 부탁한 것도 있고하니..
서서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하군.'이라는 생각을 하던 유크렌은 맞은 편 계단에서
올라오는 노웬과 오브의 모습에 손을 흔들고 그쪽으로 걸어왔다.
"이봐- 적들이 나타났어."
".........에?"
"그러니깐-"
'유헌이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어.'라고 다음 말을 이으려던 유크렌은 그러나 당황한
낯빛으로 올라오는 사내의 모습에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대장! 놈들이 이곳을 둘러싸고 있어요! !"
"....뭐?"
"소변을 보다 구경할 겸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면 주변을 둘러 쌀때까지 모르고 있
을 뻔했습니다! 대장, 명령을-! !"
자신을 올려다 보는 수명의 사내들의 시선을 받은 노웬은 결국 가장 우려했던 일이
벌어짐에 혀를 찾다.
암묵적인 무역충돌 금지지역인 이것에서 군대를 푼 이번 일로 저 중앙국의 위신과
협력관계에 재고가 있어 최대한 곤란한 상태가 되기를 바라며 미간을 좁힌 자신을
올려다 보는 유크렌을 내려다 보았다.
과연 용이란 존재답게 구속을 당한 상태라지만, 금방 적들의 기척을 눈치챈 것이다.
"감사합니다."
"아..아니.."
"오브님, 유크렌시아님의 신변보호를 부탁드립니다. 나머지 분들은 따라 오십시오."
"저...저..! !"
자신이 알아차린게 아니고 가흔이 알아내려 알려준거야라고 말하려고했지만 노웬
과 사내들은 벌써 저만치에 떨어져 있다.
너무나 다급한 그 모습에 차마 새울 엄두를 내지 못하는 유크렌의 모습을 옆에 있는
오브가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런 오브의 시선을 받던 유크렌은 미간을 좁히며 순순히 그의 뒤를 따랐다.
이번일이 끝나면 이놈이나 저놈에게 사실을 알려 줘야지. 이번일로 내 기가 들어난
다고 착각하고 좀더 강한 구속구를 단다면 엄청 곤란하단 말이다.
탕-!
"칸, 일어나요."
"..엥?"
나직히 말하고 방으로 들어와 자신과 그의 짐을 챙기는 가흔의 모습에 칸은 눈을 동
그랗게 떴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영문을 알수없다는 듯이 바라보던 황금빛 눈동자
에 시선을 주던 유헌은 한숨을 쉬며 그에게로 다가와 적이 왔다는 말을 건냈다.
처음엔 멍하니 눈만 꿈뻑이던 그도 이내 정신을 차리고 '적-?!'이라며 놀라 자리에
서 일어난다.
"적이라니? 무슨 소리야?! 어디에 얼마나?! !"
'요크발 놈인가! !'라며 두 주먹을 불끈쥐는 칸의 모습을 바라보며 유헌은 묵묵히 짐
을 챙겼다.
왜 갑자기 적이 나타났다고 말하는지 자신조차도 알수가 없었다.
그러나 피부를 따끔거리게 하는 이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기운들이 그들이 얼만
큼 다가와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해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처럼 인식해 그 존재의 유무를 알게되는 것처럼 그
냥 느끼는 대로 말한 유헌이지만, 자신에게 어째서 이런 능력이 생기게 된것인지 의
아한 마음이 든다.
게다가 그때는 몰랐지만 저 요크발의 검을 간단히 받아내고 그의 배를 발로 차기도
했지.
멍하니 유헌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던 칸은 방문을 두들이며 적들이 나타났다고 외
치는 사내의 모습에 안색을 달리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도대체 몇명이 온건데 이 난리야?!"
"그..그게 잘은 모르지만, 주변을 완전히 둘러쌀 정도로..."
자세한 수를 살피지 않은데다 그들의 모습을 직접 발견한 당사자도 아닌 사내는 칸
의 질문에 당황하며 얼버 부렸다.
짐을 다챙기고 가방을 등에 맨 유헌은 그들의 곁으로 다가섰다.
"200여명정도 되는 것 같아요."
" 응 ?"
"200명... 아니면 그보다 조금더 많을지도 모르죠."
나직히 말하며 무언가를 보듯이 미간을 좁히는 그 모습에 칸은 얼굴을 굳혔다.
뭔지 모르지만 눈앞의 유헌에게 이질감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의 그의 옷자
락을 쥐던 칸이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 왜 그러냐는 듯이 바라보는 평소의 모습에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런 둘을 바라보던 사내는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주어야 했기에 허리를 숙여보이
고 서둘러 다음방으로 뛰어갔다.
멀어지는 사내의 등을 바라보던 칸은 심호흡을 하더니 눈가에 힘을 주며 입을 열었
다.
"좋-아. 상대해 줄까."
그런 칸의 곁에서 유헌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군."
망원경으로 칸크빌레가 있는 낡은 저택을 바라보던 요크발은 올려놓은 발을 내리
고 근처의 병사에게 들고있던 것을 건냈다.
팔장을 끼고 아래를 내려다 보는 요크발의 곁에 서있던 카일은 자신의 턱을 쓸며 입
을 열었다.
"내가 후방을 돌아가지. 그대가 선방을 맞도록 해."
"좋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손을 들고 절벽에서 내려서는 카일에게 마찬가지로 손을 들어올린 요크발은 그의
모습이 일단의 병사들과 함께 사라지자 한숨을 쉬며 얼굴을 돌렸다.
일단 카일이 데리고 있는 마도사를 시켜 여왕의 기둥에 있는 자들을 전체 구금해 세
뇌 작업을 실행시키느라 꽤나 피곤했다. 물론 자신이 잘못한 일이기는 하지만, 몸을
쓰는 일은 익숙치 않은 그로썬 이번일은 상당히 기억에 남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정말로 여러가지 귀찮은 일을 겸험하게 해주는 구나. 칸크빌레.
그리고......
"...가라."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흑발의 소년을 떠올리던 요크발은 입가를 우그러뜨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한동안 그렇게 가만히 있던 그는 뒤에 서있는 병사가 재촉하자 밑으로 내려왔다.
선발로 몇몇은 보냈지만, 주부대는 자신이 직접 이끌지 않으면 곤란하니깐.
팔을 부축해 주는 병사의 어깨를 몇몇 두들여 주고 땅바닥에 발을 디딘 요크발은 발
밑에 부복하고 자신의 검을 들고있는 자에게로 걸어가 애검을 건내 받았다.
키-잉.
맑은 검명을 울리고 나오는 검을 한동안 살펴보던 그는 한쪽 눈가에 힘을 주며 쓴웃
음을 지을수 밖에 없었다.
그 가흔이라는 소년과 검을 마주할때 검의 이가 나간것이다.
대륙에서도 가장 희귀하다는 철로 재질된 검의 이가 나가다니, 이번에 그 소년은 만
나 이일에 대한 해명도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이해할수 없는 일이란건, 용납 못하겠다.
"좋아. 가볼까."
탁.
한발 앞으로 내딫고 검을 옆구리에 차는 요크발의 주위로 30여명의 사내들이 다가
선다.
바스락.
숲안에 몸을 숨긴 사내들은 낡은 저택으로 다가서는 복면인들을 바라 보았다.
사내중 가운데에 서서 몸을 숨기고 있던 노웬은 옆에 서있는 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런 그의 표시에 입가를 올려보인 표정을 짓고있던 젤은 손을 들어 낡은
저택으로 걸어가는 자들을 겨누었다.
단번에 끝낼수 있다.
끼-익.
이미 뭔가를 저택내에 뿌린 모양인지 행동에 거침이 없다.
그런 복면인들의 모습에 노웬 일행들의 사내들이 미간을 굽히며 주먹을 들어 올린
다거나 한다.
비겁한 행동을 하다니 곧있을 육탄전에서 가만히 두지 않으려는 모습들이다.
그런 사내들의 모습을 쪼그리고 앉은채 바라보던 유헌은 자신의 손을 잡는 손길에
눈을 돌려 걱정말라는 미소를 짓는 칸을 내려다 보았다.
그 웃음을 보고 있자 박동이 빠르던 심장이 조금이나마 안정되는 것을 느낀다.
"갑니다."
젤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려던 유헌은 귓가에 들려오는 미성에 시선을 그대로 마
주했다.
"....가만히 있어도 괜찮아. 무슨 일이 생기면 그냥 얌전히 있어."
걱정하는 말투에 조금 웃어보인 유헌은 젤의 주변으로 모이는 강렬한 마력의 흐름
에 안색을 달리했다. 전에는 그냥 마력의 모습만이 눈에 들어왔을 뿐인데, 지금은
그 흐름과 구조도 느껴지는 것이다.
이정도라면 자신도 한번쯤 해볼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확연히 느
껴지는 젤의 파동에 유헌은 입술을 깨물고 양팔로 몸을 안았다.
손안에 서서히 모이는 마력의 파동에 미간을 찌뿌린 젤은 저택안으로 완전히 들어
가는 복면인들의 모습에 이를 악물며 손안의 구를 있는 힘껏 발산했다.
그대로 폭사되 버려라.
눈에 보이질 않은 속도로 저택쪽으로 날라가는 구의 모습에 회심의 미소를 짓던 젤
은 그러나 그의 정면쪽에서 갑작스럽게 모이는 마력에 안색을 달리했다.
파-앙! ! ! !
"무슨...! 젤?"
저택을 산산조각 내었어야 할 마력구가 큰소리를 내며 사라지자 당황한 노웬은 고
개를 돌려 젤에게 시선을 주다 그녀가 안색을 딱딱하게 굳히자 마찬가지로 표정을
지웠다.
젤, 그녀가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이..이봐. 저거 뭐야?"
"....마도사 인가. 젤님과 같은..."
"그런... 저놈들 이번에 마도싸기 데리고 온거냐."
노웬의 일행들은 낡은 저택앞에 버티고 서서 젤의 마력구를 사라지게 만든 장본인
을 발견하고 숨을 죽였다.
갑자기 마도사가 나타난 것에 대해 당황했지만 그보다 더한건 보이질 않던 그가 갑
자기 눈앞에 나타나는 것으로 그의 실력을 짐작할수 있기 때문이리라.
딱딱하게 굳은 표정의 젤은 갑자기 나타난 사내 주변으로 몰려드는 복면인들의 모
습에 이를 악물었다.
일부러 저런 짓을 꾸며 자신들이 있는 방향을 알아보려 한 것이 틀림없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얼굴을 붉히고 자리에서 일어난 젤은 다른 사람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했다.
"혼자서 뭘 할수 있다는 거야. 젤 앉아! !"
뒤의 칸에 일어선 자신의 몸을 잡아 당기는 것이 느껴졌지만, 젤은 정면에 서있는
마도사의 시선을 바라보기 위해 눈을 지긋이 떴다. 그런 금발의 젤의 바라보던 마도
사는 그녀의 마력탄을 받은 손을 주먹을 쥐었다 폈다.
여자치곤 꽤나 실력이 있는듯, 손바닥에 우릿우릿 하다.
상대방에 마도사가 있다면 자연히 자신쪽의 마도사의 뒤에 스는 것이 전투의 상식.
자신의 주위로 몰리는 기사들에게 시선을 주던 마도사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자신의 볼을 쓰다듬었다.
전에는 없던, 일자로 세겨진 이 상처는 어제 칸크빌레 일당을 처리하지 못하고 오히
려 바단일행의 목숨을 잃게한 댓가로 카일이 그에게 직접 그어 둔 것이다.
카일 자신의 어깨에 난 상처에 대해 그다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직접 데려가지 않
고 요크발의 부대에 넣은 것을 보아, 그는 자신을 무능력하다고 판단. 버린 것이 틀
림없다.
"...반드시 그의 곁으로..."
이번에야 말로 저놈들을 처리하면 카일도 자신을 다시 봐줄지도 모른다.
그런 금발의 주근깨를 지닌 애송이가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
마도사는 이를 악물며 손안에 마력을 모았다.
"저... 놈은..!"
"칸?"
눈을 부라리며 정면의 마도사를 확인한 칸이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유헌은
당황하며 그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그런 유헌의 행동에 시선을 주지 않은 칸은
오로지 정면의 마도사를 바라 볼 뿐이다.
분명 카일의 마도사란 놈으로 발챠에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고 에스도 쓰러뜨린
그 빌어먹을 놈이다.
나직히 이를 간 칸은 검을 빼들며 앞으로 돌진했다.
"칸님! !"
갑자기 튀어 나가는 칸의 모습과 그런 그를 향해 마력이 맺힌 구를 쏘으려는 상대
마도사의 모습에 당황한 노웬은 곁에 서있는 젤에게 시선을 주었다.
젤도 이미 상황을 파악했는지 손목의 팔찌를 마주치며 나직한 주문을 외우고 있다.
적어도 젤이 저 마도사를 쓰러뜨린다면 나머지 사내들은 자신들이 처리할수 있다
고 생각하던 노웬은 그러나 등뒤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함성에 안색을 굳히며 뒤를
돌아 보았다.
"제길.. 모두 숲에서 나오십시오! !"
급하게 망토를 두르고 숲밖으로 몸을 던진 노웬의 행동과 맞춰 방금까지 그가 있던
장소에 여러개의 화살이 박힌다. 그것을 확인한 노웬은 더더욱 안색을 굳히며 자신
들의 뒤에서 달려오는 수십명의 복면인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엄청난 기운을 뿌리며 다가오는 붉은 머리 요크발의 발견한 노웬
은 험한 욕설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역시나 양동작전을 짜는 것인가.
저들은 자신들을 여기서 완전히 처리할 심산인 거다.
여기저기 검을 붙딫히는 혼전속에서 주변을 둘러본 노웬은 상대 마도사에게 달려
드는 젤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달려갔다.
자신의 앞을 맞는 몇몇의 복면인을 베어가던 노웬은 안색이 더더욱 안 좋아진다.
일반 용병답지 않은 상대방의 노려한 검실력이 중앙의 기사들이라는 것을 짐작케
해주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그들과 검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수가 없다.
막 젤에게 마력화살을 날리려는 남자 마도사에게 단검을 내던진 노웬은 그가 자신
의 팔목을 잡고 몸을 구부리자 숨을 헐떡이고 있는 젤의 몸을 잡아 끌었다.
그녀를 베려는 기사의 배를 발로차고 목구멍에 구멍을 낸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입
을 열었다.
"이자들은 모두 중앙의 기사들입니다. 젤, 그대는 내가 책임지고 지켜 드릴테니 칸
님을 다른 곳으로 보내주길..."
챙! !
"부탁합니다! !"
다시금 날려오는 검을 뒤로 넘기고 날라오는 활을 벤 노웬은 젤의 얼굴을 바라 보았
다. 그런 노웬의 얼굴을 확인한 젤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을 노려보
는 마도사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그의 뒤로 다른 복면인들과 검을 겨루는 칸과 그의 뒤로 달라붙어 있는 가흔
의 모습이 보였다. 칸만을 이동한다면 조금이라도 버틸수 있겠지만, 저 가흔이라는
소년도 함께 넘길려면 꽤나 많은 체력의 소모가 올 것이다.
염려스럽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고 검을 휘두르는 노웬의 불안정한 모습에 주먹
을 준 그녀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기사들에게 불꽃을 일으키는 종이조각을 던지고
칸이 있는 곳으로 달려 들었다.
설령 자신이 이곳에 죽는다해도 저 칸만은 무사히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한다.
그런 젤의 모습에 팔에 꼽힌 단검을 뽑아낸 마도사는 뿜어져 나오는 피를 신경질적
으로 바라보며 그녀으 앞에 팔을 내밀었다.
"계집애 따위가 건방지게 마력을 사용하다니...! 건방지단 말이다! !"
"흥!"
머리를 박살낼 듯이 날라오는 마력탄을 피해낸 젤은 이를 갈며 그의 앞으로 다가와
배에 손을 올려 놓았다. 젤의 빠른 움직임을 예상하지 못했던 마도사는 숨을 죽이며
자신의 품안에 들어온 금발의 여성을 내려다 보았다.
그런 마도사에게 이를 들어내는 비웃음을 지어보인 젤은 눈을 크게 뜨며 나직히 소
리쳤다.
"너같은 놈들 때문에 내가 칸님을 따르는 거다! !"
쾅! !
요란한 소리를 내며 마도사가 저택으로 날라가 창을 깨고 건물 안으로 사라진뒤 곧
이내 요란한 폭발음이 들린다.
사리진 자신들의 마도사에 눈에 띄게 당황하는 사내들에게 수번의 마력탄을 쏫아
내 정신이 없게 만든 젤은 다른 자들에게 육박하는 칸과 그런 그에게 달려드는 요크
발의 모습에 이를 악물며 빠른 걸음으로 달려 나갔다.
그래, 칸님을 따르는 것은 저 마도사같은 인간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다.
마력을 운용하고 배울수 있다는 것은 남자뿐이라는, 그런 같잖은 생각과 우월감에
빠진 자들의 얼굴에 침을 뱉어주기 위해서.
반드시 그러기 위해서라도 칸을 이런곳에서 죽게 만들순 없는 것이다! !
광기에 번들거리는 눈으로 칸의 팔을 잡아 뒤로 끈 젤은 자신을 아연하게 바라보는
가흔에게 미소를 지어 보냈다.
이계인이여, 만약 너때문에 칸님에게 이상이 생긴다면 절대로 용서치 않아.
그는 내 복수를 위해선 반드시 살아 남아야 하는 자이니 말이다.
"다른 놈들은 놔두고.. 칸을 잡아! !"
칸크빌레 일행 중 마도사인 여자의 손에서 엄청난 마력의 파장에 느껴지자 그녀가
공간이동술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요크발은 이를 갈며 울부짓었다.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잡을수 있다고, 그녀의 복수를 할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
"도망가게 할수는 없다! ! !"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칸들이 있던 곳으로 내던진 요크발이지만, 이내 눈을 멀게 할
것같은 강한 빛에 손으로 눈을 막으며 고개를 돌릴수 밖에 없었다.
".......칸! !"
온몸을 감싸는 젤의 마력에 당황한 유헌은 손을 뻗어 칸의 몸을 찾았다.
손에 걸리는 것이 없어 안타깝게 꼼지락대던 손을 다른 손이 잡아 그쪽으로 끌어 당
긴다. 자신을 안고있는 익숙한 심장박동 소리에 안도하며 눈을 감은 유헌은 칸과 자
신을 감싸는 젤의 강한 마력에 이를 악물었다.
이내, 온몸이 나누어 지는 것같은 불쾌한 분열감이 느껴졌고, 곧이어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
젤의 공간이동술로 인해 두사람은 알수없는 곳으로 보내지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