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름이 유헌이었다고요?"
"기억이 조금 돌아와서 원래 이름이 그거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름이 달라진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기억을 찾아서 다행이네요.
그렇다면 전에 분위기가 바뀐것도 기억을 찾아서 일수도 있겠군요."
사심없이 말하며 웃는 라프헨의 예쁜 얼굴을 보며 입꼬리를 조금 올려보인 유헌은
고개를 밖으로 내밀어 말위에 있는 칸을 바라 보았다. 갑자기 덩치가 커진 그의 모
습에 일행들은 어리둥절 하면서도 꽤나 즐거운 표정들이다.
그도 그럴것이 게속 어린 모습의 칸에게 서서히 희망이 져버릴때쯤 이런 일이 벌어
지니 믿겨지지 않는 한편, 다시금 일어설 기반을 얻었기에 그것이 기쁜 것이겠지.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 에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칸의 얼굴은 무척이나 즐거
워 보였지만, 그의 눈가에 나있는 시퍼런 멍은 보는 사람의 마음이 불편하게 한다.
앞서 칸과 조우한 노웬이 무릎을 꿇고 어깨를 떨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착각한
일행들이 콧끝이 찡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저 은발의 사내가 폭발했다.
'그런 원래의 모습으로 겁없이 어디를 쏘다닌 겁니까?! !'라며 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 것이다.
그대로 꽁꽁묶어 마차안으로 던져버릴 기세의 노웬에게 달라붙어 진정시키느라 다
른 일행들은 꽤나 진땀을 빼야했다.
"솔직하지 않다니깐..."
"네?"
"아무것도 아니예요."
칸을 후려칠때 눈가에 고였던 눈물이라던가, 그에게 뭐라할 때 미미하게 붉어진 볼
이 노웬이 얼마나 흥분해 있고, 그것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알게 해
주었다.
집단의 대장인 이상 다른 자들의 앞에서 감정을 맘대로 보일수 없었던 것이겠지.
한숨을 쉬며 유헌은 이내 마차에서 몸을 빼들어 위에 누워있는 초록빛 머리카락의
사내의 팔을 두들였다.
그런 유헌의 행동에 귀찮다는 듯이 눈쌀을 찌뿌린 유크렌은 뭐냐고 묻는다.
같이 온 융텐에게 꽤나 괴롭힘을 당하는지 눈밑에 진 다크써클이 꽤나 불쌍한 기분
이 들게 한다. 하지만 웃기기도 하는건 어쩔수 없는 것이리라.
"들었어. 드래곤으로 헌신해서 그들을 구했다면서?"
".....흥, 그냥 그때만이라고-"
"어린애 때가 더 귀여웠는데.. 지금은 좀 징그럽네."
"....너... 나한테 지금 시비 걸자는 거냐?"
안 그래도 유헌과 칸이 데려온 저 변태흑룡 덕분에 엄청 고생을 하고 있는 자신이
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녀석이 달라붙어 이런저런 변태짓을 했는데도 주위에선 도
와주지도 않고 그냥 구경하기만 했다.
점점 속에서 울컥거리며 솟아나는 분노에 막 입을 열려던 유크렌이었지만, 부드럽
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유헌의 얼굴에 대고 차마 진심으로 화를 낼수가 없다.
전에 어린 아이였을때에 자신을 잘 돌봐준 것도 있고하니 한번쯤은 봐주자며 몸을
돌리는 유크렌의 모습에 미소를 지어보인 유헌은 앞서 가는 마차에 타고있을 융텐
을 바라 보았다.
자신이 보기에도 낯일 붉어질 만큼의 노골적인 스퀸쉽을 유크렌에게 해대던 그는
아까 북의 왕인 히자스에게 연락이 오자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저 마차로 들어간
것이다.
다른 일행들은 그의 모습이 보이질 않자 갑자가 나타난 그 흑룡이라는 존재에 대해
묻고 싶은게 잔뜩이것 같았지만, 유헌은 단지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앉아 있으면 위험해. 안으로 들어가 있어."
"칸."
마차의 창에 걸터 앉아있던 유헌의 허리를 감은 칸은 미간을 찌뿌렸다.
그런 그의 얼굴에 작게 미소를 지은 유헌은 손가락을 들어 눈썹사이에 난 주름을
꾹꾹 눌러 주었다. 그 장난스러운 행동에 칸은 어쩔수 없다는 듯이 결국은 웃어 보
인다.
자신이 가흔이 아니고 유헌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다고 했을때, 칸은 단지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을 뿐 그외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유헌이라고 불러야 할
때, 가흔이라도 불러도 뭐라하지 말라고-'라는 말을 했을 뿐이다.
그 말의 의미심장함에 얼굴을 붉힌 유헌이 이를 들어내며 그의 등을 사정없이 두들
기긴 했지만, 칸은 별다른 거부감없이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여 주었다.
그것은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불러왔던 이름을 다른 걸로 바꿔 불러
야 하는 것에 대한 불편을 내뱉을 뿐 그다지 큰 거부감을 보이진 않았다.
"......두사람 묘하게 사이 좋네요."
"네?"
마차에 앉아있는 유헌의 허리를 안고 연신 미소를 짓는 칸의 모습에 의구심을 느낀
에스가 둘에게 다가와 은근하게 묻는다.
그런 에스의 행동에 얼굴을 붉힌 칸이 뭐라 버벅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이러다간 그
가 다 말할것 같아 유헌은 재빨리 말을 돌렸다.
"그동안 둘이서 서로를 의지해서 일거예요."
"그런가? 그런데 유헌군은 칸님이 왜 갑자기 어른의 모습이 되신건지 알고 있나
요?"
"...그..그건 저도 잘.. 어느새 커져 있더라고요."
그와 성관계를 가졌더니, 내가 지니고 있던 무효화의 능력에 의해 그의 주술이 풀
어졌습니다-라고 절대 말할수 없다.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는 오브나 젤, 그리고 노웬은 대충 짐작을 하고 있을 뿐이지
만, 에스는 그것을 모르니 뭐라 할말이 없다.
단지 어버부릴 수밖에.
"그나저나 계곡을 완전히 떠나지 않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기를 잘한것 같아요.
덕분에 일행들이 위함한 상황일때 도와줄수 있었잖아요."
"뭐, 그건 정말 다행이죠. 덕분에 칸님이나 유헌군과 만날수 있었잖아요."
에스의 말에 유헌은 웃었다.
갈색피부의 칸에게 노웬 일행들에 이곳을 아직 넘지 않았다는 정보를 얻어 그냥 그
앞에 죽치고 있었을 뻔 했는데, 다행이도 3일안에 그들이 나타나서 다행이었다.
단지 적들에게 쫒기던 위험한 상황이긴 했지만, 그럭저럭 잘 해치우고 지금은 무사
히 동의 영토안으로 들어갔으니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한다.
동은 여러 나라가 흩어져 있어서 그만큼 비리가 많지만 덕분에 노웬들이 힘을 키울
수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그곳에 가면 여러 사람들을 만날수 있다는 말에 유헌은 약간 셀레임을 느낀다.
"유헌, 융텐보러 가자."
".......네?"
"히자스의 일도 있고하니. 좀 걱정이 되서 말야."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 칸의 얼굴을 바라보던 유헌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창에 걸터앉은 다리를 빼 한발을 칸이 타고있는 말에 올려놓자 나머지는 칸이 알아
서 자신을 앞에 앉혀준다. 약간 말이 튀어서 위험하기도 했지만, 다행이 별다른 탈
없이 그의 앞에 앉을수 있었다.
가본다는 말을 남기고 융텐이라는 흑룡이 있는 곳으로 가는 두사람을 바라보던 에
스는 고개를 옆으로 숙였다. 확실히 전에도 사이가 좋긴 했지만, 지금은 왠지 모를
끈적임이 두 사람 사이에서 느껴진다.
의아함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있는 에스를 어느새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던 라
프헨이 바라본다.
그리고 멀어지는 칸과 유헌을 바라보던 라프헨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미 한것 같네요."
"응? 뭐라고 했나요?"
"아무것도."
손을 흔들어 보인 라프헨이 뭔가를 더 묻기전에 안으로 들어갔다.
알수없는 말을 남기고 안으로 들어간 라프헨에게 의하다는 시선을 던지 에스는 멀
리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노웬의 모습에 그리로 말고삐를 잡아 당겼다.
덜커덩.
"어라? 너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유헌의 모습에 융텐은 한쪽 눈썹을 올렸다.
일단 유헌을 마차안으로 들어가게 한 칸은 말고삐를 단단히 잡은 후 몸을 돌려 자
신으로 마차 안으로 안전하게 들어갔다. 중간에 멈춰서 타면 안전하겠지만, 이런
일로 한창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멈추게 할수는 없는 것이다.
대화중이었던지 한쪽 눈썹을 올리며 투명하게 말하는 융텐에게 미소를 지어보인
유헌은 그가 들고있는 구슬안의 사람에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히자스와의 대화는 끝났나요?"
"아니- 이제 시작이다. 일단 가벼운 용건은 끝났지만.."
가벼운 용건이라면 분명 자신들을 빼놓은 다음 돌아간 북의 상황에 대한 것이겠지.
융텐의 얼굴이 다소 밝은 것을 보아 칸과 유헌은 용의 손님으로 그에 무례한 행동
에 대해 용이 분노하고 그것을 왕이 데려와 백성들의 신임을 얻게 된다는 그의 말
도 안되는 계획이 성공한 모양이다.
분명 히자스의 힘만으론 어려웠을테니, 그의 형이라는 유제스라는 자가 도움을 준
건가? 칸에게 기분나쁜 시선을 던졌던 사내의 얼굴을 떠올리며 정말로 싫다는 표
정을 지어보인 유헌은 융텐의 구슬안에 들어가 있는 히자스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
다.
"이거.. 저하고 대화도 가능한가요?"
[물론]
유헌의 물음에 미소를 지은채 대답한 히자스는 유헌 뒤에 있는 칸도 보이는 모양인
지 험악한 인상을 짓다가 이내 표정을 부드럽게 풀었다.
[너희들 덕분에 어지간한 민폐를 입었지만, 융텐의 도움으로 상황이 모면 되었으
니 용서해 주도록 하지. 단, 다음번에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나도 내 방식대로 할
테니 명심해]
"여러가지 피해를 입히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알면 됐어]
"쳇, 더럽게 잘난.....웁."
유헌의 앞에서 고자세인 히자스가 맘에 들지않아 투덜대려던 칸은 그러나 자신의
입을 막는 유헌의 행동에 뒷말을 잇지 못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일을 굳이 할필요가 뭐란 말인가.
칸의 얼굴에 따가운 시선을 보낸 유헌은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좋은 모습이길 기대할게요."
[뭐 다시 이몸을 만나고 싶다면야... 환영하도록 하지]
"그래, 잔말은 거기까지 하고. 히자스 난 언제 돌아가면 되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데 말이지.. 지금이라도 오면 안돼?]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고 말하는 폼이 굉장히 귀여워 저도 모르게 그러도록 해볼
까하고 말하려던 융텐은 그러나 머리속을 지나가는 유크렌의 얼굴에 입을 다물었
다.
저 북으로 가면 분명 이 꼬마놈이 여러가지로 방해를 해 유크렌과의 좋은 시간을
방해 할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찌하는게 제일 현명한 방법일까나-
이런저런 생각을 해 대답을 기피하는 융텐의 모습에 불안을 느낀 히자스는 구슬 앞
으로 얼굴을 가까이 대며 지금 당장 돌아오란 말이다~라고 크게 외쳤지만, 어느새
서라운드 기능을 꺼버린 모양인지 크게 벌려지는 입 모양만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나.... 나 조금만 쉬었다 들어갈래."
".......하-아?"
이쪽에선 히자스의 말에 들리지 않지만, 그쪽은 들리는 모양인지 은발의 머리카락
에 쌓여있는 아름다운 얼굴이 엉망으로 이그러 진다.
그런 얼굴을 바라보던 융텐을 입가를 비죽히 올리며 무척이나 즐겁다는 표정을 만
들어 보인다.
"여기서 운좋게 유크렌을 만나서 말야. 그동안 쌓인 것좀 풀고 천천히 들어갈께. 지
금의 북은 내가 얼마쯤 자리를 비워도 상관없잖아. 그런 이유로- 잘있어. 히자스."
픽.
막 소리를 지르려 입을 여는 히자스보다 구슬의 연결상태를 먼저 꺼버린 융텐은 멍
하니 앉아있는 칸과 유헌에게 윙크를 해보이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뒤를 이어 유크렌의 요란한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유헌은 절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숨을 쉬었다. 금방이라도 돌아갈것 같았던 융텐이 저런식으로 행동
하니, 히자스가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그의 왕으로써의 입장을 봐줘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는 것이 좋을텐데..
저 변태 흑룡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히자스도 걱정이 크겠네요."
"뭐, 용들이 있는 곳은 어디나 그렇다고."
알수없는 말에 얼굴을 들어보이니 씁쓸한 표정을 지은 칸이 작은 목소리로 '중앙에
도 적룡이 있거든, 여왕님이지.'라고 중얼거린다.
중앙에 용이 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던 유헌은 눈을 동그랗게 떠보았지만 물
어 보기도 전에 잔의 입술에 입을 부비는 칸의 행동에 말을 삼켰다.
"....읍;;;"
그냥 얌전히 있는 생각이었던 칸이지만, 유헌이 자신의 품에 게다가 한팔을 허리에
두른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참을 참던 그이지만 결국 본능이 승리를 거둬 유헌의 얼굴에 입술을 겹친다.
눈치가 빠른 노웬이나 다른 몇몇은 이미 자신들의 일이 눈치챈것 같았지만, 아닌
자들도 있기에 행동에 조심을 기해야 하는데....
..........도저히 못 참겠다.
"..칸.."
"조..조금만..하면 안될까?"
먹을 것을 구걸하는 아이처럼 혀로 입술을 핣는 칸의 모습에 유헌은 잠시 현기증을
느꼈다. 눈앞에 무척이나 달콤한 것을 두고선 차마 먹지 못한다는 듯 안타까운 표
정을 짓고있는 그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던 유헌은 금빛의 눈동자가 점점 침울하
게 변하자 어쩔수 없다는 기분에 손을 뻗어 그의 등을 안았다.
그와 동시에 강하게 껴안는 팔을 느끼며 뒤로 넘어간 유헌은 얼굴 여기저기에 느껴
지는 입술의 감촉이 미간을 찌뿌렸다.
싫은 것은 아니고 강아지가 얼굴을 핣는 것 같은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진지하게 얼굴에 키스를 해대는 크의 앞에서 웃을수 없는 노릇이기에 입술을 깨물
고 칸의 등을 쓰다듬던 유헌은 자신의 다리를 올려 허벅지를 쓰다듬는 커다란 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위..위험해요.. 이런 곳에서..! !"
"...........응?"
위험하다.
완전히 맛이 간 눈동자로 멍하니 자신을 올려다보는 칸이지만 손은 쉴새없이 몸 이
곳저곳을 쓰다듬고 있다. 엉덩이 사이로 들어와 굴곡을 손가락으로 쓰다듬는 칸의
움직임에 유헌은 숨을 삼켰다.
몸이 작았을 때는 잘 몰랐지만 이렇게 덩치가 커진 사내의 밑에 깔려있는 것은 뭐
랄까, 상당히 심장에 무리가 간다. 쉴새없이 두근대는 것이나 얼굴에 열이 몰리는
기분은 차마 뭐라 표현할수 없는 것이었다.
덩치가 커졌다가 이쪽의 테크닉이 느는 것도 아닐텐데, 뭘까. 이 능숙한 움직임은..
기어이 다리사이의 급소를 잡는 칸의 손길에 유헌은 숨을 들이키며 얼굴을 돌렸다.
그런 유헌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들어난 목덜미를 정신없이 혀로 핣던 칸은
조금 부푼 그의 급소에서 손을 떼내어 바지의 벨트에 손을 대었다.
완전히 끝까지 갈 심산인지 행동에 거침이 없는 그의 행동에 몽롱한 사이에도 이를
악물고 정신을 차린 유헌은 칸의 손목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밖에.. 사람들이...! !"
"....괜찮아."
칸은 자신의 목소리가 쉬어서 나오자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했다.
그래도 저렇게 얼굴을 붉히고 땀에 젖은 유헌의 얼굴을 위에서 내려다 본다면 누구
든 참을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모습은 색스러웠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보일 생각도 없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한손으로 누르며 유헌의 입술을 핣은 칸은 버튼이 풀어진 사이
로 손을 집어 넣었다. 그에 따라 배 근육이 굳고 유헌이 뜨거운 숨을 내뱉는다.
그런 그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빨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얼굴을 아래로 내리려던
칸은 벌컥하고 마차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칸, 노웬이 앞으로의 계획을.... .....................! ! ! !"
"............."
".......................샤한."
마차의 소파에 누워서 윗옷은 목까지 끌어 올려진 상태의 유헌이 칸의 밑에 깔려있
다. 상기되어 있는 두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던 샤한은 웃음을 지으려 했지
만, 굳어진 얼굴 근육은 묘한 표정을 만들어 보일 뿐이다.
'아하하'하고 기계적인 웃음소리를 내며 마차의 문을 닫으려던 그는 그러나 마차에
걸린 말이 균형을 잃고 요동을 치자 그대로 그 자리에 내동댕이 쳐졌다.
"..샤한! !"
칸이 타고있던 마차문에 걸려 말에서 낙마한 샤한의 모습에 당황한 사람들의 목소
리가 들리자 당황한 칸은 유헌의 위에서 물러나 잽싸게 그의 옷가지를 정리해 주었
다. 칸의 행동을 도와 셔츠를 아래로 내리는 유헌의 얼굴은 붉게 상기된 채로 할딱
대고 있어 예리한 사람이라면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단번에 알수 있을 것이다.
그 얼굴을 바라보던 칸은 양손으로 유헌의 머리를 잡아 그의 코에 키스를 한 다음
이미 멈춰진 마차에서 내려 그곳에 걸린 말의 고삐를 풀었다.
탁! !
눈앞에서 닫히는 마차의 문에 당황한 표정을 짓던 유헌은 그러나 창에 쳐진 천을
올려 얌전히 있으라는 듯이 눈을 찡긋하는 칸의 행동에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런 유헌의 모습에 미소를 지어보인 칸이 천을 내려 밖의 빛이 가려지자 유헌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이런 곳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건가 싶다.
하던 도중이여서 다행이지, 한창 중이었다면 어쩔뻔 했는가.
만약에 벌어질 뻔한 일에 대해 상상해 보던 유헌은 얼굴을 붉으죽죽하게 만들어 무
릎에 이마를 박았다. 칸과 닿으면 확실히 기분이 좋긴 하지만...
절제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무슨 일입니까?"
"아..아무것도 아냐. 갑자기 샤한이 넘어져서 말야. 이봐, 어서 일어나봐."
"......................"
엎드린채 여전히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샤한의 옆구리를 발로친 칸은 마차에 타
고있는 유헌이 걱정되었지만, 이들의 앞에서 차마 내색할 수는 없었다.
에스의 부축으로 일어난 샤한이 다른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마의
땀을 닦고 얼설픈 미소를 지어보인 칸은 노웬에게 다가갔다.
그에게 맞은 눈가가 여전히 시큰거려 아직 감정이 풀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 장소
에서 계속 머물러 있을수는 없다. 혹여나 이 눈치빠른 녀석이 마차안에 들어가 보
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인 것이다.
등뒤로 식은땀을 흘리며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는 노웬에게 '응? 어서가자-'라고 재
촉한 마지막으로 마차안에 있을 유헌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대로 동으로 가기전에 샤한의 누님을 뵈려고 합니다만...
괜찮을까 해서 말이죠."
"뭐? 샤한의 누님?? 오랜만에 만나는 군. 난 괜찮아. 절대절대 괜찮다고 생각해."
".......저희는 안 괜찮습니다."
"엥?"
안 괜찮다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째서??'라는 의미를 보이는 칸의 태도에
한숨을 쉰 노웬은 무척이나 피곤한 표정이었다. 칸과 만난것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고, 그가 자란것은 더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의 기쁨이었다.
하지만 저 칸크빌레가 누군가.
10여년 동안 대륙을 공포에 떨게한 사람인 것이다.
그에 대한 정보와 초상화는 각국 나라 왕성에 하나쯤은 걸려있고, 동은 그에게 당
해 집안이 분해된 자들이 많이 밀집되어 있는 것이다.
자신들과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모두 그가 죽은 줄 알지만, 만약에 동으로 들
어가서 그의 생존을 아는 소수의 사람을 만나게 되면 무척이나 곤란해 진다.
전에는 어린아이 모습이라 그냥 그쪽 계보의 아이라고 말할수도 있었는데, 지금의
모습은 숨기기도 전에 상대방에서 알아보고 달려들 정도다.
자신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있는 눈앞의 사내를 뚫어져서
주시하던 노웬은 입을 열었다.
"동으로 들어가기 전에 분장을 하시는게 나을 겁니다. 그쪽에 불온한 움직임이 있
다하나 그게 꼭 저희들에게 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위해서 나쁠것은 없겠죠."
"분장이라... 여장은 안돼."
"하고 싶으셔도 못합니다."
무희로 분장해서 카일에게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는지 정색을 하고 말하는 칸이지
만, 누가 저런 덩치에게 여장을 시키다는 건가.
시켜도 그 엄청난 덩치에 사람들이 수상히 여기고 여기저기 뒤져볼 것이다.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칸님."
"응?"
"애정행각은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해주십시오."
"응. ..............에..에엑?! !"
노웬의 말에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칸은 그의 입에서 나온 엄청난 말에 안색을
달리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 그에게 비웃음 비스무리한 것을 보낸 노웬은 마차안
에 있는 또 한사람을 기억해 내곤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성체가 되서 넘쳐나는 정력은 알겠지만, 제발 눈에 띄게 하지 않았으면 한
다.
"민폐라는 겁니다. 순진한 샤한을 저렇게 만드시다니.. 자중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저.. 저기. 난."
"있다 저 앞에서 쉴테니, 일행들에게 대신 전해 주세요."
뭐라고 변명을 말을 하려던 칸은 그러나 벌써 저만치로 사라지는 노웬의 뒷모습에
고개를 숙였다.
역시나 눈치한번 빠르 녀석이다.
이런 말을 유헌도 같이 들었다면 분명 자신이 접근할때마다 피하겠지.
의외로..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래도 막상 안으려고 하면 얼굴을 붉히면서 자신에
게 달라붙는 사랑스러움 이란...
"그 표정을 뭐냐?"
"라헨?"
"느끼한 중년 아저씨 같다."
툭하고 내뱉은 라헨은 자신보다 눈높이가 아주 조금 차이나는 칸의 뒷머리를 툭 쳐
주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 자신을 영문 모른채로 바라보는 칸의 시선이 느껴졌지
만 그는 뒤돌아 보지 않았다.
만약에 눈이 마주치게 된다면 뭐라고 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남자는 테크닉]이라고 주장하던 귀여운 녀석은 어디로 사라진거야."
그로선 잘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사라진 기분일 것이다.
투덜대며 어슬렁 거리는 투로 걸음을 옮기는 그였다.
"자- 이거 맛있겠네요. 드세요."
"아, 고마워요."
"역시 야외에서 먹는게 좋군요. 상황이 이렇다 하지만 운치 있어요."
생글거리며 말하는 라프헨을 무척이나 사랑스럽다는 듯이 내려다 보던 라헨은 석
대위에서 구워지던 고기를 잘라내 그의 앞으로 올려 놓았다.
그런 라헨에게 고맙다는 듯이 화사한 미소를 뿌리는 라프헨의 모습을 한동안 주시
하던 칸은 자신의 옆에 앉아 빵을 뜯어먹고 있는 유헌에게 고기를 잘라내어 접시위
에 올려 주었다.
"자- 먹.."
"난 고기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먹을래요?"
".........그래."
자신에게 넘겨진 고기덩이와 울상이 되어버린 칸의 얼굴을 바라보던 오브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기위해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덩치가 커져서 그동안 알게 모르
게 피해 다녔는데 저런 모습을 보니 영락없이 그 꼬맹이다.
덩치만 커졌지, 유크렌처럼 속알맹이엔 변함이 없구나-라고 생각하던 오브는 그러
나 울적함을 느끼고 접시를 한손에 내려 놓았다.
"오브, 유크렌의 모습이 보이질 않네요."
"그러고 보니 융텐이라는 흑룡도 보이질 않아."
유크렌과 융텐을 찾는 자들을 바라보던 오브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저만큼 멀
리 나무 근처에 세워진 마차에 시선을 주었다.
오늘 낮에 마차위에서 잘 놀고있던 유크렌을 덮친 그 흑룡이란 자는 싫다는 그를
억지로 잡아끌어 저 마차안에 들어간지 반나절이 넘었건만 나올 생각을 않는다.
저녁을 먹기전에 용기를 내서 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전혀 열리지 않아 의아해 하
니 젤이 방어력이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말에 안색을 달리해 마차에 귀를 바싹 대보니 과연 유크렌의 비명에 가까운 신음
소리가 간혈적으로 들려왔던 것이다.
그 융텐이란 변태용은 칸과 갑자기 나타나자 마자 유크렌을 덮쳤었지.
그에게 깔려있을 유크렌의 모습을 상상하지 이유없이 속에서 불이 난다.
얼굴이 붉어진 채로 씩씩거리고 있는 오브를 바라보던 유헌은 조금 남아있던 빵을
한입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자들은 당분간
자신의 부재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어둠속으로 빙둘러서 일행들이 보이지 않게 마차의 반대편으로 이동한 유헌은 마
차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융텐, 안에서 뭐해요. 들어 갈께요."
손잡이를 비트는 순간 '파직'하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이내 순순히 부드럽게 열
린다. 끼-익하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는 문에 눈쌀을 찌뿌리던 유헌은 그러나
시야에 들어오는 모습과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에 뒤로 몇걸음 물러났다.
그런 유헌의 모습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던지 입가를 비죽히 올려보인 융텐은 입에
물고있던 담배대를 들어 올려며흔들었다.
"여-어, 유헌군 좋은 아침이야."
"............짐승."
이를 갈며 나직히 말하는 유헌을 바라보던 코웃음을 친 융텐은 자신의 품에 완전히
늘어진 유크렌의 등라인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마주보는 자세로 딱 붙어있는 유크렌의 속에는 아직도 자신의 것이 남아있어, 건드
릴때마다 유크렌이 움찔거려 그곳을 조여주니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담배대를 허공에 띄우고 유크렌의 허리를 잡아 세게 조이자 헛숨을 터트린 그가 발
작적으로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려 한다.
좀더 강하게 느껴지는 자신의 분신에 놀란 모양이다.
"....잘도 그럴 맘이 생기는 군요. 유크렌이 싫어할 거예요.'
"괜찮아. 다 앙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거든."
"무슨 헛소리를.."
"유크렌은 내가 이렇게 해주는 것을 사실. 굉-징-히 좋아 한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다라고 생각하는 유헌의 앞에서 융텐은 유크렌의 허리를 위로 올
리며 좀더 노골적인 자세를 취해 보인다.
귓가에 울리는 음란한 소리라던가 유크렌의 신음소리에 더불어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에 얼굴을 확하고 붉힌 유헌을 입술을 깨물머 마차의 문을 받았다. 마력을 걸어
둬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꽤나 큰 소리가 들려 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잘게 허리를 움직이던 융텐은 당할대로 당해 더이상 기운이 없을 유크렌이 손을 들
어 자신의 어깨를 뒤로 밀려하자 그런 그의 손가락을 물며 강하게 위로 쳐올렸다.
그에따라 눈앞에서 흔들리는 목선을 혀로 핣던 그는 무척이나 원망스러운 듯이 자
신을 바라보는 초록색의 눈동자에 점점 흥분해 가는 것을 느낀다.
"유크렌.. 누누히 말했지만, 네가 그런 눈으로 날 볼때마다 난 엄청난 욕구를 느낀
다니깐."
"이.. 이.....지..악! !"
보나마나 짐승이라느니 변태라느니 전-혀 귀엽지 않은 말을 할것이 분명한 입을
자신의 입술로 막으며 유크렌을 반대편 의자에 눕힌 융텐은 허리에 힘을 주며 율동
을 가했다.
그에따라 자지러지는 유크렌의 가슴을 한팔로 누르며 그는 무척이나 사악한 미소
를 지었다.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다가 유크렌의 기운이 완전히 거덜나면 북으로 데
려가서 혼례를 올려야 겠다.
융텐의 밑에 깔려 정신없이 몸을 떠는 유크렌이 그런 그의 맘을 알았다면 죽을힘을
다해 탈출했을 것이다.
탁.
문을 닫고 난 다음에도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미간을 찌뿌린 유헌은 한숨을 쉬며 뒤
로 물러났다.
유크렌이 융텐과 같은 드래곤이니 그들 사이에 있는 일에 인간인 자신이 어떻게 끼
어들수 있느냔 만은 유크렌이 아이였을때 부터 봐왔고 돌봐 주었던 유헌은 저렇게
융텐에게 깔린 그를 보자니 속이 편할리 없다.
만약에 아직도 유크렌이 어린아이인데, 융텐이 덤벼들었다면 직접나서 그 변태용
에게 응징을 가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시금 귀를 두들이는 유크렌의 신음소리
에 얼굴을 붉힌 유헌은 그곳에서 떨어졌다.
다시 일행들이 있는 곳에 갈까하고 생각했지만, 좀더 산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숲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에 자신이라면 저들과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을 터
인데 근래는 그런 나약함이 많이 준것 같다.
원래 세계에 돌아온 후에 좀더 자신감이 생긴것 같다.
바스락.
하늘 높이 떠있는 달빛을 멍하 바라보고만 있자 슬슬 추위가 느껴진다.
손을 들어 몸을 감싸고 어디 앉을 곳을 없을까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근처 작은 냇
물이 흐르는 곳에 평평한 바위가 있다.
꽤나 깊숙히 들어와서 일행들이 자신을 찾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성인 둘은 충
분히 누울수 있을 것 같은 넓은 바위에 몸을 눕히니 이대로 눈을 감고 잠이나 늘어
지게 잤으면 하다. 하품을 하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비비며 몽롱한 시선을 들어 하
늘 중간에 떠있는 달을 올려다 보았다.
파르스름하게 빛나는 것이 정말로 예뻤다.
파란 하늘은 몇번이나 봐왔지만, 저런 예쁜 달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하긴 그동안의 밤에는 그다지 좋지않을 일들만 벌어졌으니 하늘의 달을 볼 기회가
없었지.
사락.
바람에 흔들리는 풀소리와 벌레들의 소리를 듣자니 정말로 움직이기 싫어진다.
칸이 걱정하거나 말거나 여기서 조금만 자고 일어날까하는 생각을 드는 순간 차가
운 손이 볼을 쓰다듬는다.
뭔가 이상한 게 아닐까하고 놀라 눈을 뜰만도 하지만, 유헌은 그 익숙한 체취와 느
낌에 가느다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런대서 자면 감기걸려."
'응차'하며 바위에 올라온 칸은 누워있는 유헌의 몸을 들어 자신과 함께 모포에 감
싼다. 등에 와닿은 체온에 기분좋은 표정을 띈 유헌은 어떻게 왔냐고 묻는다.
그런 유헌의 질문에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던 칸은 그러나 자신을 주시하는 검은 눈
동자에 머리를 긁적이며 어쩔수 없었다는 투로 입을 연다.
"중간에 일어나니깐, 걱정되서 뒤를 따랐지.
뭐, 일부러 미행을 하려는 건 아니였어."
눈치를 살살보며 말하는 폼이 영락없는 애다.
그런 그의 모습에 풋하고 웃어보인 유헌은 자신의 배를 감싼 칸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 놓으며 다른 손으로 달을 가려 보았다.
가린다고 해서 가려질 달이 아니지만, 눈앞에 대니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저도 모
르게 사려지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실없는 행동을 하는구나 싶어 입가를 올리며 손을 내리려던 유헌은 그러나 자신의
손을 잡고 그 위에 입술을 대는 칸의 행동에 숨을 죽였다. 한동안 그 손등에 입술을
부비던 칸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멎쩍은 표정을 지으며 헛기침을 한다.
매번 이런식으로 접촉을 하는 자신을 유헌이 어찌 생각할지 걱정이다.
"사람들한테 어떻게 말하고 왔어요?"
"....그냥, 아무말도 안하고 왔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늦게 오면 찾겠는 걸요."
"글쎄, 그렇지도 않을 것 같은데 말이지.."
자리를 뜨기전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노웬의 한쪽 눈썹이 올라간 것을 확인했
던 칸은 자신없이 중얼거렸다.
자신의 어깨에 턱을 대고 웅얼거리는 그의 얼굴을 흘깃하고 바라보던 유헌은 잠시
주변을 살피다 몸을 돌려 그의 이마에 드리워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입술을 댔
다. '쪽'하고 부딫히는 소리와 함께 얼굴을 떼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칸의 얼
굴이 보인다.
그런 그의 얼굴이 재미있어 빙글빙글 웃어보인 유헌은 다시 얼굴을 내려 그의 볼과
코등에 입술을 내렸다.
떨어지기 전에 입술을 살짝 할자 칸의 얼굴은 완전히 잘 익은 홍시다.
유헌의 행동에 놀라 버벅대는 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두들여 보인 유헌은 재미있
다는 듯이 이를 들어내며 웃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칸 의외로 나이가 많잖아요. 몇살이죠?"
"..에..엥?"
"년도를 따지자면 근 40여세가 나오는데.. 그럼 중년인이잖아요."
"..중년인?"
"나랑 했으니깐 그건 성범죄라고요, 우리나라에선 원조교제라고 하는 건데."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는 유헌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로 젖는다. 그가 왜 또 그런 얼굴을 짓는 건지 알수없는 유헌은
단지 미소를 지으며 그의 턱을 잡아 다시 그 입에 입술을 겹쳤다.
질척하니 혀가 엉기는 소리가 울리고 다시 입술을 뗀 칸이 유헌의 검운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다 아까부터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럼... 유헌은 나이가 어떻게 되는 거야?"
"만으로 16세. 생일 안 지났거든요."
"...................16?"
순간 숨을 들이킨 칸이 더이상 커질수 없을 만큼 눈을 크게 뜬다.
그런 그의 반응이 의아하면서도 사심없이 고개를 끄덕인 유헌은 왜 그러냐는 듯이
그의 품에 파고들어 턱에 입술을 댔다.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잠시 머리에 피가 몰려 현기증을 느낀 칸이지
만, 일단 집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가 있기에 유헌의 어깨를 잡아 자신의 몸에서 떼
어냈다.
"나.. 분명 올해로 48이야."
".................우리 아버지보다 훨씬 나이가 많네요.."
왠지 모르지만 안색이 영 안좋게 변하는 얼굴에 다급함을 느낀 칸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
"하지만 중년은 아니라고, 대륙에선 중년은 100세가 넘어야 하는 거란 말야."
"............네?"
"1세에서 20세까진 소년기. 30세후부터 100까진 청년기. 그리고 죽을때까진 중년
기로 산다고. 그래봤자 150세를 넘기는 자는 드물지만... 난 아직 청년이란 말야."
"...설마 100세까지 이 모습으로 산다는 의미?"
"일단은 그런 의미인데.. 유헌이 사는 세계는 나이가 먹는 법이 틀린건가?"
정말 알수없다는 듯이 묻는 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유헌은 전혀 틀리다고 말
해주고 싶었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이 있는 세계의 나이 먹는 법으로 치자면
자신은 아무리 느리다 하지만 30이 지나면 점점 늙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칸은 그후로도 계속 저런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인가.
늙어가는 자신을 두고, 칸은 계속 젊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채.......
점점 안색이 나빠지는 유헌의 모습에 칸이 걱정스러운 듯이 그의 볼을 감싼다.
"...왜 그래?"
엄청나게 부드럽고 좋은 목소리다.
저도 모르게 코끝이 짠해짐을 느낀 유헌은 숨을 들이키며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
아 입술을 겹쳤다. 입을 벌리고 바로 혀를 집어넣는 유헌의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뜬 칸은 유헌의 허리를 잡아 자신쪽으로 끌어 안았다.
몇번으로 각도를 달리해 입을 맞추던 칸은 점점 참을수가 없어져 유헌의 등을 쓰다
듬으며 옷자락 안으로 손을 미끌어 넣었다.
그런 자신의 움직임에 잠시 몸을 경직시킨 유헌이지만, 거부하지 않는다.
그것에 용기를 얻은 칸은 점점 손을 대담하게 움직였다. 가슴이 돌기를 쓰다듬다
잡아 비트는 칸의 행동에 얼굴을 확하니 붉힌 유헌은 입술을 깨물었다.
"...안돼. 상처생겨."
깨문 입술을 살살 문질러 다시 열게한 칸은 다시 입술을 겹쳤다.
칸의 뜨거운 숨이 목구멍 안을 간질간질하게 넘어가는 느낌에 그의 어깨를 밀치려
던 유헌이지만 그 손목을 잡은 칸이 유헌의 몸을 점점 뒤로 눕힌다.
칸의 무릎에 등을 겹친 상태로 그의 키스를 받던 유헌은 얼굴을 붉히며 실눈을 떠
눈앞에서 얼굴을 잘게 움직이는 사내를 바라 보았다.
그에 맞추어 열어진 금빛의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어진다.
"...이상한 느낌."
"뭐가?"
"칸이 이렇게나 자랐는데.. 전혀 이상하지 않으니."
"겉이 변해도 난.. 나니깐."
칸의 낮은 음성에 유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의 모습도 좋았지만.. 지금의 모습은 더 좋아.."
작게 중얼거리는 미성을 들으며 칸은 더이상 참을수 없는 느낌에 유헌에게 입혀져
있던 옷가지들을 거칠게 벗겨 내려갔다.
그런 그의 움직임을 도우며 허리를 든 유헌은 바지와 속옷이 벗겨지고, 칸의 눈앞
에 자신의 나신이 들어나자 새삼 부끄러워 그의 등을 안아 자신쪽으로 끌어 당겼
다. 하지만 그런 유헌의 반응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칸은 노골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유헌의 분신을 건드린다.
"....칸..! !"
"작네, 귀여워."
"............."
"정말 귀여워서. 먹어버리고 싶네."
토마토 익어버린 채 입을 벌리고 차마 뭐라고 말을 못하는 유헌의 모습에 느물거리
는 미소를 지은 칸은 양손을 내려 유헌의 엉덩이를 강하게 잡았다.
그 행동에 숨을 삼킨 유헌은 이를 갈며 칸의 귀를 잡아 비틀었다.
그가 작게 신음성을 울리는 것이 들렸지만, 손에 힘을 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평소엔 얌전하고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건만, 이럴때마다 성격이 바뀌는 것
같다. 완전 중년의 변태아저씨를 상대하는 느낌에 얼굴을 붉힌 유헌은 그의 손을
떼내려 했지만, 칸은 오히려 사이의 굴곡에 손가락을 집어 넣으려 한다.
"칸..! ! 무슨..! !"
"조금만.. 이래야 편해지는 거야."
".........제길.."
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자신을 리드하려는 칸의 모습이 억울하다.
전에는 어린애같은 모습으로 자신이 매번 챙겨주었는데 말이다.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며 칸의 등에 손톱을 세우려던 유헌은 그러나 앞에서 느껴지
는 느낌에 눈을 크게 떴다.
"칸.. 그...그건."
겁먹은 아이처럼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자신의 이름만을 부르는 유헌의 모습이 무
척이나 사랑스러웠다. 가슴 한편에 뻐근하게 느껴지는 통증에 칸은 괴로운 듯 미간
을 찌뿌리며 손의 움직임을 지속하며 유헌의 입술을 찾았다.
입을 대자마자 구명줄이라도 되는 양 아이처럼 매달리는 유헌의 등을 쓰다듬으며
그의 허리근처를 지분거리던 칸은 근처에 두었던 천을 그의 밑으로 꾹꾹 밀어 넣었
다.
앞으로 있을 움직임에 그대로 바위위에서 했다간 큰 상처가 생길것이 분명하다.
"..조금만... 참아."
쉰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칸은 한참을 지분대던 손을 떼 유헌의 엉덩이 사이에 손
가락을 하나 집어 넣었다. 숨을 들이키며 자신의 입술을 찾아 헤매는 유헌의 입에
혀를 핣아주며 다시금 두개째의 손가락을 집어 넣었다.
전에는 몸도 작고 정신이 나가있어서 한지 안한지도 모르게 유헌과 관계를 가졌지
만, 지금은 그렇게 했다간 정말 큰일이 생길거다.
우선 자신은 덩치도 커졌고, 유헌은 긴장해서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이니깐.
힘든 듯 간혈적으로 뜨거운 숨을 뱉어내는 유헌을 달래는 칸이지만, 한편으로 자신
의 이런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이런 정성을 해가며 관계를 가지려 한 적이 있었던가.
아니, 그 이전에 이런 감정이 생길거라곤 상상조차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전에 그의 관계 이후론 성관계는 처음인 것 같다.
갑자기 느껴지는 쑥쓰러움에 이를 들어내며 웃어내 보이던 칸은 세번째 손가락을
집어 넣기 직전 유헌의 앞을 쥐던 손바닥안에 뜨거운 감각이 느껴지자 눈을 크게
떴다.
"....제..길.."
".........."
"보지마. 바보."
멍하니 손바닥 안의 하얀 정액을 바라보는 칸의 행동에 얼굴을 붉힌 유헌이 그의
손을 쳐낸다.
그 바람에 근처로 튀겨진 정액을 바라보던 칸은 입가를 비죽히 올려 보았다.
어지간히 놀라고 정신이 없는 상태인지 간간히 거친 말을 하며 행동을 하는 유헌의
모습이 귀엽기 그지 없었다. 라헨이 봤다면, 아저씨라고 표현했을 얼굴을 만들어
보인 칸은 귀에 입에 걸린채로 유헌의 몸을 안아 들었다.
정말정말 너무나 좋았다. 자신의 품에 안긴 소년이.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떨어지려는 행동조차도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아저씨..같아."
"나이는 유헌보다 많지만, 이래뵈도 난 젊은 축에 든다고. 노웬은 68인걸?"
"........................68...."
허탈한 듯이 중얼거리는 유헌의 얼굴에 기분좋은 듯 입을 맞추던 칸은 양손으로 가
는 허리를 잡아 자신의 분신 앞으로 갖다 대었다. 다리 사이로 느껴지는 뜨거운 열
기에 얼굴을 굳히며 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유헌은 서서히 들어오는 감각에
이를 악 물었다.
맨처음 했을때는 장난이었다는 듯이 이번의 통증에 장난이 아니었다.
어지간히 괴로운 듯이 입술을 깨물며 몸을 비트는 유헌의 모습을 안타까운 듯이 바
라보는 칸이지만, 행동을 멈출 생각은 없어 보인다.
간간히 쉰비명을 지르며 물러나려는 유헌을 달래고 어르며, 때론 강하게 안으며 구
속한 칸은 드디어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자 지친듯이 할딱대는 유헌의 가슴에 쓰러
졌다.
"...무거워.. 아..파."
"...............응."
"...제길..왜 이런 상황이 되어버린 거야.. 믿을수가 없어."
"어쩔수가 없잖아."
안에서 잘게 몸을 흔들고 있는 칸의 느낌에 미간을 찌뿌린 유헌은 고개를 돌려 숲
에 다른이들이 있나 둘러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모습이 빠르다곤 할수 없었
지만, 유헌은 그 나름대로 진지했다.
그게 또 귀여워서 칸의 신경을 건드리는 건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잇?! !"
"..........한눈 팔지 말란 말야."
"이..이.. 칸..;;"
누워서 하는 것도 힘든데 갑자기 그와 마주보는 자세가 되니 아죽 죽을것만 같았
다. 더 깊숙히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아까 융텐과 유크렌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어찌할바를 모르게 한다.
얼굴을 붉힌채 꼼지락 대는 유헌의 허리를 강하게 안은 칸은 그가 제발 좀 얌전히
있었으면 했다. 의도하지 않은 것이겠지만, 그가 허리를 비틀때마다 조이는 게 거
칠게 하고 싶은 욕망에 들게 하는 것이다.
몸을 비트는 유헌의 몸을 강하게 구속한 칸은 서서히 허리를 움직였다.
그에따라 유헌의 안색이 변하며 숨을 쉬기위해 입을 벌리고 칸의 목을 강하게 안는
다. 할딱대는 유헌의 숨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움직임을 빨리하던 칸은 유헌이 비명
을 참기위해 손가락을 물자 그 손을 치워냈다.
좀더 듣고 싶다며 느끼한 말을 중얼거리는 칸을 노려보려던 유헌이지만, 강하게 받
차고 올라오는 감각에 이를 악물었다.
"...역시나 하고 있네요."
"저런건 안보는게 좋아."
중얼거리는 라프헨의 눈을 가린 라헨은 조용히 하라는 듯이 입술에 손을 올려 놓았
다. 그런 험악한 사내가 쉿하는 포즈를 취하는 것은 상당히 어울리지 않은 것이었
지만, 라프헨은 마냥 좋다는 듯이 눈을 가늘헤 휘며 귀엽게 웃어 보였다.
한동안 시간이 걸려도 돌아오지 않은 두사람이 걱정되어 일어나려던 에스를 막은
둘이었다.
유헌과 칸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손에 잡힐듯이 알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린 것이었는데, 마찬가지로 둘의 행방을 잘 알듯한 노웬이 굉장히 음침하
게 '두사람을 찾아 오십시오-'라고 해서 결국 두사람이 나온 것이다.
라프헨과 라헨이라면 둘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간에 샤한처럼 놀라지 않을 거니
깐. 막 하던중에 보게 될지는 몰라서 약간 당황하던 라프헨이지만, 손을 잡고 일어
나자는 듯이 눈빛을 보내는 라헨의 행동에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말이죠. 상당히 익숙해 보여요, 두사람."
"........상당히 가까워진 것 같긴 하더군. 오래된 연인같았다."
"우리처럼?"
"글쎄?"
얼굴을 갸웃하는 라헨의 모습에 라프헨은 입을 막고 웃었다.
대충 대답해도 될것이 굳이 진지하게 말하려는 것이 그 다웠다.
즐거운 기분이 들어 라헨에게 팔짱을 낀 라프헨은 돌아가서 노웬에게 무슨 말을 해
야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 두사람 날이 밝기 전까진 돌아올것 같지 않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오늘은 유난히 달이 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