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39/55)

      칸크빌레의 도움이 있던 그 날을 기점으로 자신과 누이의 인생이 변했다. 

      자신에게 교육을 받을수 있는 환경이 그녀에겐 아름답고 지성적은 여성이 될수있

      는 기회가 각각 주어진 것이다. 

      처음엔 꿈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지나는 것을 극도의 두려움 속에서 지내던 그

      는 다시만난 칸크빌레가 '쓸모있는 녀석이 되서 내 도움이 되도록 해라-'라는 그 

      말에 다시 살아갈 이유를 얻었다. 

      미친듯이 공부하고 검을 배워 기사단에 겨우 들어갈때 쯤 영리한 자신의 누이는 특

      유의 아름다움으로 중앙의 미인중 한명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꿈같은 나날에도 가끔가다 시련이 날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중앙의 수호자

      인 적룡 루드빌이 이상하게 자신과 누이를 너무도 싫어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을 하던 그는 이내 그 이유를 알수가 있었는데, 그녀가 자신 

      남매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었다. 

      칸크빌레의 도움으로 최상의 환경을 받았지만 남매는 천민이었고, 귀족들은 그런 

      자신들을 능력도 보지않고 무조건적으로 배척했다. 

      그 눈동자로 루드빌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있어서는 안될곳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모멸과 참을 수 없는 감정을 여과없이 들

      어 내는 것이다. 칸크빌레완 묘하게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던 그녀이기에 달갑지 

      않아도 애써 잘보이려 했지만, 그건 생각처럼 되지만은 않았다. 

      서서히 지쳐가던 샤한은 어느 날부턴가 이러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 언젠가 저 적룡의 손에 죽게 될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금 닥친 것이다. 

      붉은 빛이 눈앞으로 폭사되는 순간 샤한은 그것이 아름답다는 멍한 생각을 했다. 

      분명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고 있을 텐데도 서서히 느려진 모습으로 내려오는 그것

      을 차마 끝까지 볼수없었던 그는 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았다. 

      적어도 죽을때는 사랑하는 사람의 곁이나 근처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싶었는

      게, 젊은 날의 객기로 이렇게 비명횡사하게 생겼다. 

      연연하던 모든 미련을 버리면서도 마지막으로 스쳐지나가는 칸과 누이 샤르비나

      의 모습에 그는 괜히 코끝이 짠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죽음은 개죽음이 아니라 칸님의 앞날을 위한 하나의 희생이라고 생각하자. 

      어차피 죽을 목숨 비하시킬 필요가 뭐있나 싶다. 나중에 죽어서라도 칸님이 자신을 

      기억하고 누이가 자신을 위해 가끔 눈물을 흘려준다면 더이상 바랄것도 없다. 

      게다가 혼자 가는게 아니라 파요라는 녀석과, 유헌이라는 싸가지없는 녀석도 함께

      이니 죽어서도 그닥 심심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 그럴거다. 

      되도록이면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자.

      "...............샤한."

      조용히해. 난 이 세계와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있는 중이라고. 

      눈을 감고 애잔한 마음으로 경건한 죽음을 맞이 하려던 샤한은 애써 잡은 분위기를 

      깨려는 유헌의 음성에 이를 갈았다. 

      그리고 다시 표정을 풀며 좋은 기분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의 긴장을 푸는데, 다시

      금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샤한-"

      "..........."

      "샤한, 이것 좀 봐요. 신기하다니깐요."

      "..........."

      "샤...."

      "조용히 좀 해! ! 나도 죽을땐 좀 조용히 있다가 가고 싶다고!! !"

      분위기 다 깨는 유헌의 부름에 신경질적으로 눈을 뜬 샤한은 그를 노려 보았다.

      "제기랄, 막 살았아도 죽을때는 나름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거야. 

      되도록이면 원한 안 남기고 잘 가보겠다는데, 왜 그걸 못하게..! !"

      바락바락 악을 쓰던 샤한은 그러나 유헌의 모습에 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의 얼굴에 묘한 표정을 짓던 유헌은 자신의 손위에 올라가 있는 붉은 공을 

      들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이거.....웬지 브레스 같지 않아요?"

      "........누구의?"

      벙한 질문에 하늘에 떠있는 적룡을 가르키는 유헌의 모습에 샤한은 숨을 들이키며 

      얼굴을 경직했다. 

      아직 살아있는 유헌의 모습에 자신들이 꿈을 꾸고 있엇다고 생각했지만, 하늘을 가

      리는 저 비만 도마뱀의 모습을 보자니 역시 이쪽이 현실인 거겠지- 

      멍하니 위를 바라보다 다시 유헌을 바라본 샤한은 그의 손위에 올려진 사람 머리만

      한 붉은 공의 모습에 그게 뭐냐고 물었다. 샤한의 질문에 뭔가 생각하던 모습을 보

      이던 유헌은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머리위로 저 적룡의 브레스가 떨어질때는 그냥 죽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칸이나 그외의 일행들, 덤으로 형인 가헌과 식구들에게 작별인사

      를 고하는 동안 점점이대로 죽을수 없다는 마음이 커져만 갔다. 

      이렇게 이런식으로 죽기위해 자신의 세계와 가족들, 미할라를 버리고 온건 아니다. 

      이런식으로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강력한 힘에 의해 죽으려고 돌아온게 아니

      라는 마음이 점점 커져만 갔다. 

      정말 죽게되다면 너무너무 억울해서 미할라처럼 영혼만 둥둥 떠돌아 다닐지도, 그

      래서 칸의 곁에 붙어있겠다고 생각하던 유헌은 감았던 눈을 뜨고 자신에게 내려오

      는 거대한 붉은 구를 바라 보았다. 

      어차피 죽을거면 당당히 가자. 

      아니, 죽을 생각을 하지말고 무조건 살 생각만을 하자며 손을 뻗은 유헌은 저 붉은

      공이 사라지라고, 절대로 자신들에게 내려오지 말라고 강하게 염원했다. 

      그것은 붉은 공이 시야를 가득 채울 정도가 되어서도 결코 굳히지 않은 의지였다. 

      그리고 용의 브레스가 자신의 손안으로 들어왔다.

      "..........이상해."

      용이란건, 드래곤이란건 정말로 대단한 존재다. 

      수천, 수만의 인간을 죽이고, 하나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영원의 생과 끝이 

      보이지 않은 마력을 지닌 존재다-라고 분명히 알고있다. 실제로 저 적룡을 처음본 

      순간 온몸을 달리던 그 전율과 공포는 영원히 잊을수 없는 것인거다. 

      그런 존재의 최대의 무기이자, 특기가 지금 자신의 손위에 얌전히 존재하는 것은 

      확실히 뭔가 이상한 일이다. 

      다른 세계에서 왔다지만, 드래곤의 브레스를 잡을 정도로 자신은 강한 것인가?   

      그럴리가 없다. 

      아무리 강해봤자 자신은 인간이고, 저 존재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 상황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네놈]

      루드빌은 당황했다. 

      샤한이라는 전부터 탐탁치않게 생각했던 인간녀석이 자신의 눈에 상처를 줄때 흥

      분해서 다짜고짜 브레스를 날리긴 했지만, 함께있는 유헌이라는 녀석의 존재가 생

      각나 아차하는 심정이 되었다. 

      하지만 유헌또한 몇번 가지고 놀다 어차피 죽일 녀석이었다. 

      즐거움이 줄어들게 되어 아쉽지만 어쩔수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하며 이자크에게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엇던 그녀는 샤한들에게 쏫아져 내린 브레스의 모습을 바라

      보며 입가를 비죽히 올렸다. 

      그러나 그 미소는 금방 사라질수 밖에 없었던 것은 날린 자신의 브레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니, 사라진게 아니다. 저건.

      [......어떻게........]

      유헌이라는 소년의 손위에 고스란이 올라간 자신의 마력결정에 숨을 들이킨 루드

      빌은 이를 갈았다. 

      도망가는 척을 하다니 뭔가 술수를 부려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드레곤의 브레스를 저렇게 만질수 있다는 

      건지. 고개를 들어 자신을 올려다 보는 그 녀석들의 얼굴에 울컥하고 화가치민 그

      녀는 날개를 넓게 피며 하강했다. 

      [날 놀리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이쪽으로 온다! ! !"

      멍하니 있던 샤한은 자신들을 향해 맹렬이 내려오는 적룡의 모습에 당황하며 어깨

      에 메고 있었던 파요를 바닥에 쓰러 뜨렸다.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에 고개를 내린 

      유헌은 다급하게 자신의 어깨를 흔드는 샤한의 모습에 눈을 동그렇게 떴다. 

      까불거리고 가끔 사람 속을 긁기는 하지만, 이렇게 당황한 모습을 보인적은 처음인 

      것이다. 

      "이봐, 용이 내려오잖아. 뭔가 좀 해보라고!!"

      용의 브레스도 피해 낸 유헌이다 보니 샤한은 무작정 그에게로 매달렸다. 

      그의 평소답지 않은 모습에 당황한 유헌은 '뭔가를 해보라니.그런....'라며 웅얼거

      렸다. 잔뜩 굳은채인 유헌의 얼굴에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들인 샤한은 머리 

      바로 위로 느껴지는 날카로운 공기에 이를 악물며 유헌의 손바닥에 올려져 있는 붉

      은 구슬에 시선을 주었다. 

      이제는 붉은 색이라면 아주 진절머리가 난다.

      "그런거 버리라고!!"

      "에? 잠깐, 샤한-!!!"

      자신의 손목을 잡아채는 그의 행동에 당황한 유헌은 샤한의 팔을 뿌리치며 손을 들

      어 허공을 가르켰다. 그와 동시에 바로 머리 위에 위치한 루드빌이 날카로운 이빨

      을 들어내며 자신들에게 입을 벌린다. 

      뻗어진 손 바로 위로 다가오는 난폭한 괴물의 모습에 숨을 들이킨 유헌은 순간 심

      장이 멎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제기라아아아악~~~~!!!!!" 

      귀청이 떨어질 것같은 비명을 올리는 샤한의 행동에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뿌리며 

      뭔가 말을 하려던 유헌은 시야를 가득 채우는 붉은 빛에 눈을 크게 떴다.

      쿠와아아아앙! ! !

      "...............뭐야?"

      엄청난 굉음과 치솟는 불꽃에 돔은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나타난 루드빌 본연의 모습인 드래곤의 현상에 엄청나게 놀랐지만, 붉은 구

      체로 감싸고 자신을 대하던 그 부드러움을 보아 자신을 헤칠 의도는 없다고 판단하

      고 다소 나른한 기분으로 떠난 그녀와 나머지 인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잇었는

      데 저런 굉음이라니.. 설마하나 그녀가 그 인간들을 모두 죽인건가. 

      그 샤한이라는 인간이 그녀에게 검을 날린 눈에 상처만 주지 않았어도 괜찮았을 지

      도 모르는데... 정말이지 생긴것처럼 경솔한 인간이다. 

      구체에 양반다리를 하고 팔장을 낀채로 앉아있던 돔은 루드빌이 나온 공간을 내려

      다 보았다. 깊이를 측정할수 없게끔 보이는 건 서늘한 느낌을 주는 검은 빛 일색인 

      동굴의 모습에 미간을 찌뿌린 그는 한숨을 쉬었다.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는 건가. 

      "..브레스 였지."

      날개를 피고 날아간 그녀가 행했던 모습은 분명 브레스였다. 

      여파가 좀 늦게 나타나 눈치채지 못했는데, 아까의 그 폭발음은 브레스의 위력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 유헌이나 샤한이라는 사내는 죽은 것이 분명하다. 

      뭔가 모를 찹착함에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시선을 주

      었다. 다른곳은 다 사막인데 유독 저쪽만 오아시스가 있어 높은 나무들이 자라나 

      그가 보고자 하는 것들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붉은 구슬에 손을 대고 몸을 앞으로 내밀던 돔은 팍하고 갑

      자기 사라지는 붉은 막에 눈을 크게 떳다. 

      건드리면 사리지는 거였나. 그렇다면 자신은 이대로 떨어지는 건가. 

      바로 밑에는 루드빌이 나왔던 그 어두운 통로밖에 없다.

      순간적으로 이를 악물던 돔은 그러나 자신의 몸이 떨어지지 않고 그냥 허공에 있다

      는 것을 깨닭고 몸의 긴장을 풀었다. 

      도대체 무슨 현상일까하고 멍하니 있던 그는 눈앞에 나타나는 붉은 머리카락의 미

      녀의 모습에 입을 벌렸다.

      ".........루드빌."

      기억에 남아있는 그녀는 단정하고 화려한 모습의 미인이었다. 

      그러나 상처투성이의 모습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은 그녀는 창백하게 질린 손을 

      자신에게 내밀었다. 

      그 손을 가만히 바라보던 돔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냐고 물으려고 했지만, 

      내밀어진 그녀의 손이 자신의 어깨를 잡고 강하게 끌자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돌아가자-"

      품안에 안긴 돔은 주변의 공기가 미묘하게 비틀어지는 것을 느끼고 자신들이 공간

      이동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심각해 보이는 루드빌의 얼굴과 상처에 뭔가 큰일이 

      벌어졌음을 감지한 돔은 안색을 굳히고 순순히 그녀의 등에 손을 둘렀다. 

      도대체 무슨일일까?

      품안에 얌전히 안겨 있는 돔의 머리에 입술을 묻은 루드빌은 나직히 이를 갈았다. 

      방심하고 있어서 방어을 하기도 전에 충격을 정통으로 먹었다. 

      자신이 날린 브레스에 당했다는 드래곤의 이야기는 들은적이 없다. 

      감히 자신에게 이런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알수없는 능력을 보여 주었던 새하얀 

      얼굴을 지닌 소년을 떠올리던 루드빌은 분함에 입술을 깨물며 날카로운 눈빛을 보

      냈다.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니니 그런 짓을 할수있는 거다. 

      다른 세계의 인간이라서 그런가. 그 녀석도 다른 세계의 인간이기에 그런 능력을 

      보이는 건가. 나직히 욕설을 내뱉은 그녀는 다음번에 만나면 여지를 주지말고 바로 

      그 유헌이라는 소년의 목을 베어 버리자고 결심했다. 

      지금은 돔도 있고, 자신의 상태가 이런데다 여기저기에 펼쳐둔 주술때문에 물러나

      지만, 다음번엔 절대로 당하고 돌아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치지직.

      파직.

      ".........유헌."

      어느 학교의 운동장만한 넓이로 초토화된 주변을 바라보던 유헌은 자신을 부르는 

      음성에 고개를 들었다. 

      반사적으로 샤한과 파요의 몸을 안아 바위 뒤에 숨었기에 만정이지 안 그랬으면 저 

      타들어가는 나무꼴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수용할수 없는 충격의 크기에 다소 멍한 표정인 유헌이 자신을 바라보자 한동안 그 

      얼굴을 바라보던 샤한이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은근하게 말한다.

      "우리 친하게 지내자."

      ".............이런 상황에서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샤한의 말에 잠시 표정이 경직된 유헌은 이내 짜증스럽다는 듯이 그의 팔을 치워내

      고 구석에 쓰러진 채인 파요에게 다가갔다. 

      육체적인 상처와 정신적인 충격이 컸는지, 안색이 창백한 그는 뜨거운 숨을 내쉬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정말 일이 커지겠다 싶어 옆에 서있는 샤한

      에게 그를 업게한 유헌은 돔과 만났던 오아시스로 걸음을 옮겼다. 

      무작정 엎으라는 말만하고 앞서 걸어가는 유헌의 모습에 잠시 벙찐 표정을 짓던 샤

      한은 누워서 끙끙대는 파요의 모습에 혀를 차며 등에 업었다. 

      업자마자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에 정말로 큰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안색

      을 달리한 그는 걸음을 빨리하며 유헌의 옆으로 따라 붙었다.

      "요앞에 오아시스가 있어요. 일단 그의 열을 식혀주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침착하게 말하는 유헌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샤한은 자신이 본것이 헛것이 아니었

      을까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분명 용의 브레스를 손으로 잡은 것과 그것을 다시 용에게로 되돌리는 유헌

      이 모습을 두눈으로 똑똑히 본것이다. 뭔가 복잡한 기분이 드는게, 어쩌면 칸보다 

      이 녀석이 더 위험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샤한은 자신을 올려다 보는 검은 눈동자에 어색한 웃음을 지

      으며 어서 가자고 재촉한다.  

         

      칸은 서서히 멀어지는 무리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10여년 전에 사라진 폐물인줄 알았는데, 아직도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자들이 있다

      는 것은 뭔가 묘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게다가 적의가 아닌 뭐랄까, 약간 그리운 

      듯한 그런 감정을 보이다니.. 되려 이쪽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그렇게나 굉장한 기세로 몰려들다니 이토록 허무하고 사라지다니. 

      그 웃긴 복면을 하지않아 중앙국 기사라는 것을 들켰으면 나름대로 비웃음거리가 

      될 일이다. 머리를 긁적이고 한동안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칸은 자신의 팔을 

      잡아 끄는 손길에 얼굴을 들었다. 

      "칸님, 그만 일어나세요. 그렇게 앉아있는건 보기 싫다고요."

      "그냥 냅두지.. 왠지 모르게 피곤한 느낌이야. 나."

      "그렇다면 마차안으로 들어가 계세요. 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중얼거린 샤르비나는 흩들어진 칸의 옷 매뭄새를 바로하고 멀리있는 노웬을 부르

      려고 입을 열었다. 

      그러다 아직 남아있는 중앙국의 사람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스와 대치하고 있는 저 남자는 분명 기억에 남아있는 자이다. 

      과거 중앙에 살던시절 몇번 면식이 있었던 남자인데다 그는 이쪽 동에서 꽤나 유력

      자의 장자인 걸로 알고있다. 이름이 아마도 카일이었던 것같은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샤르비나는 에스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사내의 모습에 안색

      을 달리하며 옆에 있는 칸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런 그녀의 손을 가볍게 떼어낸 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괜찮다고 할 뿐이

      다.

      "둘다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히려는 것 같지는 않은데 뭘. 보기엔 살벌하게 싸우지

      만...."

      "하지만 저러다 큰일이 생기는건..."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우리들은 밥이나 먹자고, 아 배고팠다. 요크발 녀석에게 

      검을 날려먹은 것도 배가고파 기운이 없었기 때문이라니깐."

      중얼거린 칸은 배를 문지르며 아까 자신이 탔던 마차가 박살난 흔적을 눈으로 흩어 

      보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착용감이 좋아서 꽤나 고가의 마차인 것 같았는데 저 성

      질머리 나쁜 요크발놈이 다부숴 놓았다. 

      투덜 댄 칸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어느 기사의 모습에 눈을 크게 뜨다 이내 가

      늘게 접으며 '씨-익'하고 웃어 보였다. 그런 그의 행동에 화들짝 놀란 기사가 그대

      로 뒷걸음질을 치더니 그네 무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샤르비나의 호위들은 이게 무슨일인가한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죽었다던 사람이 딱하니 살아있으니 놀라서 저러는 거라는건 알겠지만, 너

      무 노골적으로 바라봐서 민망하다. 

      저 녀석들의 입을 일단 막아둬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

      려던 칸은 커다란 폭발음에 귀를 두들이자 안색을 달리하며 얼굴을 돌렸다.

      "...........빗 맞았군."

      땅에 옆드린 에스는 젤의 안타까워하는 톤의 음성에 눈을 부릎뜨며 그녀를 바라 보

      았다. 한창 대결중이었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왔다. 

      카일과 대치중이었던 에스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지만, 각도상 날라오는 것의 알

      아차린 카일이 입술을 깨물며 자신의 몸을 안아 말에서 떨어진 것이다. 

      또다른 공격인가 해서 입술을 깨물고 반항하려던 에스는 이내 엄청난 굉음을 울리

      며 지축을 흔드는 충격에 몸을 굳혔다. 

      저 젤이라는 마도사가 같은 편을 죽이려는 의도가 아닌이상 자신에게 저런 마력탄

      을 날릴 이유가 없다. 

      항의하려고 하는데 빛 맞았다니.. 설마하니 자신을 죽일 생각이었던 건가. 

      그런 에스의 눈초리를 알아본 젤이 한쪽 눈썹을 위로 올리며 유감스럽다는 투로 입

      을 연다.

      "설마하니 제가 에스님을 맞추었을리가 있습니까."

      "하지만 맞을 뻔 했잖습니까!!"

      "카일이라는 사내가 에스님대신 맞을거라는 예상을 했거든요. 

      설마 함께 낙마하는 방법을 택할줄은 몰랐습니다."

      카일이 에스에게 미쳐있다는 것을 알고있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말한대로 될줄 알았는데 안된것에 상당한 유감을 표하며 고개를 젖는 젤의 모습에 

      황담함을 감출수가 없었던 에스는 자리에서 일어려 했지만, 그런 자신의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존재에 움직임을 멈췄다. 

      "........카일."

      카일은 에스의 뒤로 날라오는 마력탄을 발견했을 때는 심장이 멎는것 같은 감각에 

      일단 그의 몸을 안아 말에서 뛰어내렸는데, 균형을 잘못잡아 그냥 놔동그라졌다. 

      에스는 자신의 위로 올려 그는 다치지 않은 것 같았으나 밑에 깔린 자신의 상태는 

      꽤 안좋은지 온몸이 저릿저릿하다. 미간을 찌뿌리며 바라보는 카일의 시선에 잠시 

      숨을 죽인 에스는 입술을 깨물며 그가 잡고있는 팔을 빼내었다. 

      덕분에 다치지 않았으니 고맙다고 해야 겠지만, 이 남자에게 그런 말을 하느니 차

      라리...라는 감정이 있는 것이다. 

      원래 그다지 좋은 감정을 품고있는 사람이 아닌데다 에즈의 일로 이들 무리에 상당

      한 반감을 지니게 되었으니 카일이 더더욱 밉게 보이는 거다.

      "일단 도와준 사람인데.. 부축해주지 않겠어."

      ".......이번만이야."  

      "물론."

      입술을 깨물며 나직히 말하는 에스의 얼굴을 바라보던 카일은 눈웃음을 지으며 손

      을 뻗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에스가 아닌 라헨에 의해 들려졌다. 

      눈을 동그렇게 뜨고있는 자신과 같은 신장을 지닌 카일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라

      헨은 이내 이를 들어내며 웃어 보인다.

      "이런 좋은 인질이 생길줄은 몰랐군. 카일경."

      "........흐-음. 에스, 난 인질이 되어버린 건가."

      "에? 그..그런. 라헨..!"

      카일을 부축하려던 폼으로 엉거주춤하게 서있던 에스는 라헨의 행동과 카일의 말

      에 당황한 듯 눈에 띄게 표정을 굳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에스의 모습에 혀를 찬 라헨은 그러나 딱 부러지게 말한다.

      "그는 중앙의 요직에 있는 인물인데다, 이쪽 동에선 2~3번째로 세력을 자랑하는 

      나라의 모후에 동생이지. 잡아두면 여러모로 써먹을 대가 많아."   

      "....하..하지만.."

      그런 의도는 조금도 없었던 에스는 당황하며 카일을 올려다 보았다. 

      확실히 라헨의 말대로 하면 이 남자는 써먹을 대가 무척이나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럴려고 한건 아니데, 애초에 그런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면 그냥 놓아주었

      을 것이다.

      "........에.."

      놓아 주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 자신에게 놀라 손을 들어 입술을 가린 에스는 

      안색을 굳혔다. 그런 표정변화에 미간을 찌뿌린 카일은 알았다는 듯이 두손을 들며 

      눈앞의 사내에게 웃어 보였다. 

      "그만 괴롭히라고, 에스는. 알아서 따라갈테니 말야."

      ".........그렇게만 한다면 이쪽도 심한 짓을 하지 않은 거다."

      "믿겠어."

      눈을 가늘게 접어보인 카일은 아까의 폭발음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칸에게 한쪽눈

      을 찡긋해 보였다. 

      그런 자신의 행동에 싫다는 듯이 혀를 내밀며 몸을 돌리는 그의 모습에 웃어보이던 

      카일은 검자루로 배를 누르는 라헨에게 유감의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자신은 이용가치가 많은 인물이니 쉽게 죽이거나 버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한 인물이 싫은 일에 대해선 절대 협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

      텐데..... 그렇군, 에스가 있었나. 

      왠지 모르게 미인에게 마음을 빼앗겨 나라도 잃고 목숨도 잃은 어리석었던 군주들

      의 일화가 자신과 같다고 여겨지는 것은 기분탓이리라. 

      한숨을 쉬며 여기저기 칸들 일행의 모습을 살피던 카일은 말위에 올라가 있는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10세정도 되는 소년을 발견하고 휘파람을 불었다.

      보기드믄 미인이지만, 저 기세는 분명 용이다. 

      알수없는 미소를 짓는 카일의 모습에 한동안 그를 주시하던 융텐은 자신을 말에서 

      내려 주려던 노웬의 어깨를 두들이며 손가락으로 라헨에게 끌려가는 사내를 가리

      켰다.

      "중앙의 녀석들이 떨구고 간 저놈은 뭐지?"

      "........카일이라는 사람입니다. 

      생긴것과는 다르게 성격에 모난 구석이 있는 자입니다."

      그리고 당신과 같이 변태라고 평가받기도 하더군요.

      속으로 중얼거리는 노웬은 바닥에 내린 그의 몸에 자신의 망토를 벗어 주었다. 

      노웬의 망토를 받아 온몸에 감은 그는 카일의 뒷모습을 주시하다 이내 흥미가 끊긴 

      듯 중앙과 격돌이 있었던 곳에 시선을 주었다. 어이없이 물러나긴 했지만, 그 짧은 

      시간에 중앙의 녀석들은 꽤나 많은 피해를 입히고 갔다. 

      칸들의 일행중 다친이들은 없는 것 같았지만, 샤르비나의 호위들중에 죽어나간 녀

      석들은 꽤되는 것같았다. 

      전보다 반으로 줄어든 기사들의 머리를 세던 융텐은 그 요크발이라는 녀석의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다면 아주 몰살을 당할수도 있었다고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말에 안색을 굳힌 노웬이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기에 별다른 반박을 하

      지는 않는다. 

      "그 요크발이라는 녀석..  공작이지? 중앙의."

      "그렇습니다."

      "헤-에, 역시나 그 여자의 기운이 짙게 묻어난다 했더니 루드빌의 유희중에 생겨난 

      일족이로군."

      "..........일단 그것은 불문에 붙여진 사항이니 저와 따로 대화를 하도록 하지요."

      고개를 숙이고 속삭이는 노웬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여보인 융텐은 이내 알았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그런 융텐을 가만히 바라보던 노웬은 멀리 부상자들을 치료하

      는 젤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번엔 눈에 띌 정도로 심한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저 요크발의 신상에 직접 영향이 올 정도라면 그 루드빌의 본체에 이상이 

      생각보다 크게 있다는 말. 그녀의 상처가 치유되지 전까진 그들이 자신들에게 공격

      을 하리라곤 생각치 않으니 이번엔 다소 긴시간의 유예기간이 생길지도 모른다. 

      검자루를 잡아 손안에서 굴리던 노웬은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가 되면 자신은 또다시 이 검을 휘둘러야 하는 것이다. 

      "노웬, 젤은 어디에 있나?"

      딱딱하게 굳은 라헨의 음성에 몸을 돌린 노웬은 커다란 체구의 사내의 품에 반쯤 

      파묻힌 라프헨의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 

      아까의 일로 상처를 입은 듯 얼굴에 반쪽에 피가 묻어있었던 것이다. 

      파리한 안색의 라프헨은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를 안고있는 러헨의 안색이 

      극도로 딱딱한 것을 보아 생각보다 심한 부상일지도 모른다.

      "도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샤르비나의 말로는 말의 뒷굽에 얼굴에 채였다는 것 같아. 젤은 어디지?"

      말하면서도 눈을 굴려 젤의 모습을 찾는 라헨의 모습에 한숨을 쉰 노웬은 몸을 숙

      여 라프헨의 이마에 붙어있는 천을 걷어 내었다. 

      역시나 심하게 다친 듯 이마의 피부가 반쯤 까져서 붉은 살을 들어내고 있었다. 

      라프헨의 특이능력이 있다고 하나 이 정도의 상처는 일단 누군가의 외부력으로 치

      유를 받아 그 후에 자체적으로 상처를 낫게해야 할 것 같았다. 

      멀리 기사들을 치유하고 있는 젤의 모습을 발견한 라헨이 그리고 걸음을 옮기려고 

      발을 떼려는 찰나 등뒤에서 하얀 손이 들어나 라헨의 이마를 집는다.

      ".........에?"

      온몸에 도는 따뜻한 온기에 파리한 안색으로 라헨의 품에 안겨있던 라프헨은 실눈

      을 뜨며 자신의 이마에 손을 댄 사람을 바라 보았다. 

      진한 초록색의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그동안의 고열로 자리에 누워 땀을 

      많이 흘려 살이 좀 빠진듯한 유크렌이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라프헨이 숨

      을 들이킨다. 

      그런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치료를 마친 유크렌을 눈을 뜨고 라프헨의 이

      마에서 손을 떼었다.

      "이젠 괜찮을 거다."

      "아? 아, 예.. 감...고맙습니다."

      얼굴을 붉히며 우물거리는 라프헨의 모습에 웃어보인 유크렌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있지만,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는게 좋아. 

      도리에 맞는 힘이 아니니 아주 사용하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넌 듣지 않을테지."

      유크렌의 나직한 말에 안색을 굳힌 라프헨과 라헨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술

      을 지긋히 깨문다. 그런 둘의 모습에 살짝 미간을 찌뿌린 유크렌은 피곤하다는 듯

      이 이마에 손가락을 대 꾹꾹 눌러 보았다. 

      몇일동안 고열과 알수없는 압력에 정신이 깨어나지 못하고 무의식의 세계에만 둥

      둥 떠다는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할수 없을 만큼 더러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빌어먹을 어느 놈 때문에 곁다리로 그런 

      일을 당하게 되었으니 분노하기 이전에 황당함만이 가득하다. 

      자신도 루드빌의 주술에 걸려 몸에 움직이지 않자 의아하게 생각하다 이내 융텐의 

      아이를 배고 있어 마력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깨닭곤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았던가. 

      이 망할놈의 용, 걸리기만 하면 그 망할 빌어먹을 것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아주 꺽

      어버리 겠다는 생각을 하며 씩씩대던 유크렌은 엄청난 속도와 충격으로 자신의 허

      리에 매달리는 존재에 숨을 들이켰다.

      "와-아! ! 유크렌이다~~! ! !"

      "............."

      "유크렌, 다 낳은거야? 역시 늘어져 있는 것보단 팔팔한 그대가 훨씬더 맘에 들어."

      "........이건 뭐지?"

      허리가 부러질 듯이 끌어 안으며 배에 머리를 비비는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미형의 

      꼬마의 모습에 유크렌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아래를 가르켰다. 

      그 유크렌의 모습에 한숨을 쉰 노웬은 애써 시선을 외면하면 다른곳을 바라본다. 

      그런 노웬의 은발을 잡아끈 유크렌은 다시금 '이게 뭐냐-'고 물어 그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초록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미인에 그 허리에 달린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미형의 꼬

      마, 그리고 그에게 머리잡힌. 한때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던 사내의 조합은 

      참으로 묘한 것이라 여기저기 앉아있던 기사들의 시선이 한대 모인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식은땀을 흘린 노웬은 유크렌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근 몇년만에 짓는 종류의 미소인지 입가가 경련을 일으키려고 한다. 

      그렇게 입을 열려던 노웬은 벼락처럼 쏫아지는 유크렌의 말에 웃는 낯 그대로 굳어 

      버렸다.

      "이게 뭐냐고-! ! 이렇게 귀여운 꼬마는- 우와~ 못 참겠어! ! !"

      "헤헤헤. 나 좋아?"

      "좋아좋아. 우와~ 정말 귀여워!!"

      흥분한 듯 얼굴을 잔뜩 붉히며 융텐의 몸을 껴안아 빙빙 돌리는 유크렌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그를 찾으려 마차에서 나온 오브조차도 그 자리

      에서 굳어 버린다. 

      유크렌의 엄청 즐거워 하면 자신의 볼에 얼굴을 부비는 그의 행동에 기분좋은 고양

      이처럼 눈을 가늘게 뜬 융텐은 가늘 손을 들어 그의 목을 끌어 안았다. 

      루드빌의 제지로 힘을 원래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불쾌한 상황이지만, 유크렌이 이

      렇게나 꽃같이 웃으며 즐거워 하니 단숨에 기분이 상승한다. 

      자신의 목에 얼굴을 묻고 신나하는 유크렌의 등에 손을 두른 융텐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노웬에게 이를 들어내며 웃는다.

      "유크렌은 단순해서 직접적으로 마력이 몸으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같은 드래곤의 

      존재도 몰라. 난 힘이 약해져 있고 이런 모습이니 당연히 모르겠지."

      ".........그런."

      "게다가 유크렌은 나같은 미소년을 무척이나 좋아하거든. 봐봐 정신없어하지?"

      부창부수.라는 단어가 머리속을 스쳐 지나간다.

      "한쪽만 변태인줄 알았더니 둘다 만만찮은 변종이었잖아."

      어느새 옆에 다가온 칸이 유크렌의 모습을 보며 한쪽 눈가를 찌뿌린다.

      그런 그의 옆에서 이것저것 음식을 든 샤르비나가 하나씩 칸의 입에 넣어준다. 

      주는대로 받아먹은 칸은 유크렌의 품에 안겨 포만감에 빠진 고양이같은 표정을 짓

      는 녀석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다 손을 들어 그 이마를 있는 힘껏 후려친다.

      찰싹! !

      "악? 무슨 짓이야, 이 빌어먹을 놈이-! ! 

      이런 작은 아이의 어디에 때릴 구석이 있다고-! !"

      "용인 주제에 처음부터 어린애의 모습으로 나타날 때부터 알아 봤어야 하는건데.... 

      ........변태녀석."

      "누구보고 변태라는 거야?! !"

      융텐인 줄도 모르는 둔탱이, 그런 작은 놈을 밝히는 네놈을 보고 변태라고 하는 거

      다. 그러고 보니 자신도 처음 유크렌과 만났을 때는 13세의 나이정도의 엄청난 미

      소년이었다. 

      그런데 이 용은 자신에게 저처럼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었다. 

      그렇다는 것은 저런 10여세 정도의 아주 어린아이들에게 밖에 ............느끼지 않

      는 거다.

      "상변태. .........하여간 용들이란.."

      혀를 차며 중얼거린 칸은 손을 뻗어 유크렌의 품에서 융텐을 잡아 당겼다. 

      칸에게 멱살을 잡힌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있는 융텐의 모습은 겉보기엔 일단 엄청

      나게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그를 함부로 대하는 자신은 그야말로 엄청난 악당처럼 보이겠지. 

      알수없는 베알의 꼴림이 느껴지는 가운에 칸은 나직히 입을 열었다.

      "언제 네녀석이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상한 짓은 그만두고 당장에 유헌은 데

      리고 와."

      "............너한테 설명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녀석에게 마력이 없어서 아무

      리 나라도 찾지는 못해."

      "그럼 날라서라도 찾아오란 말이다! !"

      "으아~ 흔들지마, 이 야만인 같은 놈아! !"

      "저리안가?! 이게 미쳤나- 누구한테 덤벼들고 난리야- 전에는 쪽도 못 쓰던게! !"

      10살때의 시절엔 완전 자신의 밥이었던 녀석이 덩치 좀 커졌다고 덤벼드는 게 아주 

      눈꼴시렵다. 한팔로 융텐을 잡고 한팔로는 덤벼드는 유크렌의 이마를 밀어재끼는 

      칸의 모습에 근처에 있더 자들이 하나같이 미간을 찌뿌린다. 

      전에 13세의 모습일때는 그렇다 치지만, 저런 완전히 칸크빌레의 모습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저런 꼴을 보이니 뭔가 부정하고 싶은 심정이 된다. 

      지금의 이 성격도 10여년 동안 도피하면서 형성된 것이기에 전의 칸크빌레의 지금

      의 모습이다-라고 말할수도 있지만, 13세의 모습으로 10년을 보냈다가 최근에 성

      인이 되었으니 일행들은 이 모습이라면 저의 황제일때의 무게감을 지닌 존재와 동

      일시하게 하는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은 그 갭을 참을수 없었던 노웬은 안색을 굳히며 멀리 이쪽을 바라보는 젤에게

      로 다가가고 나머지 일행도 뿔뿔히 헤어진다. 

      그런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급기야 자신을 물려고 하는 유크렌의 모습에 당황한 

      칸이 목청을 높이며 발로 밀어 재낀다.

      "..........꼴 사나워."

      지금 저 모습에 과연 누가 10여년 전의 칸크빌레르 상상할수나 있을 것이다. 

      칸의 모습을 힐끗힐끗 바라보던 샤르비나의 기사들도 이제는 얼굴을 찌뿌리며 칸

      크빌레가 아닌게 아니냐고 수근대고 있다. 

      절로 붉어지는 얼굴을 숙이던 오브는 자신을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에 입술을 깨물

      었다. 도마뱀으로 있었을 때 아주 마차 아래로 던졌어야 하는건데... 

      어린아이의 모습을 빌린 저 변태 흙룡이 시치미을 때고 유크렌의 품에 안겨있는 모

      습에 나직히 이를 가는 오브였다. 

      그런 오브와 유크렌과 싸우는 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융텐은 입을 열었다.

      "지금은 못 찾지만, 유헌이 날 부르면 찾을수 있어."

      "............엥?"

      "마력이 없는 녀석이니 이쪽에서 무턱대고 찾을순 없지만, 놈이 날 부르거나 찾을

      땐 적지만 약간의 인력이 발생하거든. 

      그것을 이쪽으로 끌어 당기면 찾을수도 있어거야. 그러니깐-"

      자신의 멱살을 잡은 칸의 손을 잡은 융텐은 방실방실 웃으며 아래로 강하게 눌렀

      다. 엄청난 힘에 의해 몸을 비틀거린 칸은 그자리에 넘어졌고, 그의 손에서 벗어난 

      융텐은 미소를 지으며 유크렌의 품으로 들어간다. 

      그런 융텐을 볼에 홍조를 띄며 받아든 유크렌은 검을 머리카락에 자신의 볼을 부빈

      다.

      "우리들은 신혼이니 둘만의 시간을 갖도록 해달라고."

      "..........."

      "유헌은 녀석이 날 찾는 순간만을 기다리면 되니깐 안심하고-"

      10여세의 미형의 꼬마가 윙크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칸은 이를 갈았다.

      전-혀 안심할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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