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55/55)

      "그라센 가는 중앙성의 황제 돔을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단박에 잘라 말하는 그라센 왕가의 여왕 카나시마의 말에 뮤트롱 왕의 얼굴이 하얗

      게 변한다. 용건은 그것 뿐이라는 듯이 말을 마치고 일어나는 그녀의 우아한 행동

      에 잠시 시선을 빼앗기던 왕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손을 뻗으며 기다리라 한다. 

      "뭡니까?"

      "이..이렇게 간단히 끝내자는 겁니까? 갑작스럽게 신왕을 올려 대륙에 통고한 중앙

      의 건방진 행동에 대한 댓가를-!"

      "언제부터 우리들이 중앙국의 일에 간섭을 하는 위치가 되었단 말입니까?"

      "..........하?"

      얼빠진 표정을 짓는 뮤트롱 왕의 얼굴에 시선을 던지 카나시마는 혀를 차며 붉은 

      입술을 연다. 

      "딱합니다. 대륙요인들을 시해 하려는 그대의 행동을 묵인해 주려는 이자키엘 황제

      폐하의 마음을 헤어라지 못하고, 분수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니 뮤트롱의 앞날도 

      뻔하군요."

      "뭐..뭐..뭐라.....! 잠시 기다리시오!!"

      할 말만을 남기고 등을 돌린 여왕은 뮤트롱 왕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알현실에서 나

      왔다. 등뒤에서 닫히는 문을 잠시 바라보던 여왕은 성밖에 마차를 준비하라 한다. 

      뮤트롱의 왕의 축객령을 명하는 여왕의 말에 허리를 숙인 대신은 뒤에 서있는 기사

      들에게 손짓을 한다. 

      그에 따라 뒤를 따르는 기사들의 숫자가 반으로 줄었지만, 그녀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은 듯 하다. 

      알현실을 나와 개인실로 걸어가는 중간에 위치한 정원을 바라보는 여왕의 아름다

      운 얼굴을 바라보던 대신은 조금 걱정스러운 것이 있어 입을 연다.

      "전하, 드리기 어려운 말입니다만- 중앙국의 침범하자는 말은 저희들 쪽에서 먼저 

      말을 꺼냈건만 이런 행동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옳지 않는다 해도 생각해 보십시오. 그라센 가와 뮤트롱 가의 왕의 말 중에 대륙인

      들은 누구의 말을 믿을 까요?"

      ".......그거야."

      "누명이긴 하지만, 뮤트롱 가의 왕에겐 대륙의 요인들을 독살하려 했다는 오명을 

      쓰고 있지요. 게다가 그 자리에서 죽은 자들의 가족은 그에게 해명과 사죄를 요구

      하는 상황이니 국은 천천히 멸국의 운명을 걷고 있답니다. 뭐, 그것을 벗어나기 위

      해서 제 말에 선뜻 손을 잡은 것이지만- 사람은 자고로 머리를 잘 써야 한다지요."

      '어느 쪽이든 그들에게 득이 없는 일이 너무 매달리면 끝은 비참한 법이지요. 뮤트

      롱의 왕처럼-'이라며 입가를 올리는 여왕의 모습에 대신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

      를 숙일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대륙인들은 그라센 국에서 미끼를 던지면 의심하지 않고 믿

      을 것이다. 그것으로 중앙국을 공격한다는 것에 대한 소문이 가라 앉는 것은 아니

      지만, 일단 눈에 보이는 신경전을 사라지는 것이다. 

      앞으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중앙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

      해서 대신인 그의 맡은 역활이 크다. 

      꽤나 힘들어 질거라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던 대신은 복도 저편에서 걸어오는 사내

      의 모습에 안색을 달리하며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숙인다. 

      정원에 시선을 두고 있던 여왕은 대신의 행동에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자신에게 걸

      어오는 카일을 발견하고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는다.

      "무정한 동생께서 일이 다 끝나니 이 누이를 만나러 오는 구나."

      "누님. 안 그래도 반성하고 있으니 너무 비꼬지 마십시오."

      "더 놀리고 싶다만, 그렇게 하면 네가 그냥 가버리겠지. 

      그래 왠일로 이곳에 온건지 용건이나 들어 볼까?"

      허리를 숙인 대신들과 기사들에게 접근을 말라는 듯 손을 들어보인 카나시마는 카

      일의 허리에 손을 두르며 걸음을 옮긴다. 

      여전히 아름답고 영리한 자신의 누이를 바라보는 카일의 눈을 부드럽기 그지없다. 

      그런 카일의 시선을 눈치를 챈건지 왜 보냐고 물은 여왕은 아름다워서 본다는 듣기 

      좋은 말에 유쾌한 웃음을 흘린다.

      "중앙에 가더니 여자를 꼬시는 방법만 배워 온 것이냐?"

      "뭐, 성별이 틀리긴 하지만, 비슷하긴 하죠."

      의미심장한 카일의 말에 눈썹을 올려보인 카나시마는 이내 한숨을 쉬며 자신의 볼

      에 손을 올려 보인다. 자고로 사람의 얼굴에 근심이 서린 것만큼 보기 싫은 것은 없

      지만, 워낙에 미녀이다 보니 그런 것도 아름답게 보인다. 

      한숨을 쉬는 누이의 모습에 카일은 왜 그러는 거냐고 묻는다. 

      "...........비센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는 것 같더구나."

      "그 아이 때문에 중앙국에 대한 처우를 바꾸신 겁니까?"

      "어쩔수 없지않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가 무릎을 꿇고 비는데- 

      자식이 어딜 가서나 당당한 모습으로 있기를 바라는게 부모의 마음인데, 그 부모앞

      에서 그런 모습을 취하다니. 정말로 충격이 컸다."

      "한번도 무언가를 바라는 아이가 아니였으니 더더욱 그렇겠죠."

      카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여왕은 한숨을 쉬며 아깝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그래도 중앙국을 손에 넣을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심히 아쉽구나."

      "덕분에 금같이 아끼는 아들과 의가 상하지 않았으니 다행이죠."

      "확실히 다행이지만....."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던 여왕은 이내 걸음을 멈춘다. 

      멀리 기사들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라센 가의 기사들은 전부 이 아름다운 여왕을 지키위해 목숨을 받친다고 해도 과

      언이 아니니 너무 오래 붙잡고 있지 않는게 좋을까나? 

      실없는 생각을 하는 카일의 얼굴을 바라보던 카나시마는 허리에 손을 올린다.

      "그래, 지금부터 중앙국은 어쩔 셈이라는 거지?"

      "일단, 소란을 부린 댓가로 사과를 했지 않습니까. 게다가 소란의 원인이고 중앙국

      의 수호자인 적룡의 뼈를 각국에 전달했으니 된거 아닙니까?"

      얼마전에 왕성으로 보내진 거대한 용의 조각을 떠올리던 여왕은 코웃음을 친다.  

      "흥- 그 뼈가 적룡의 것인지 어떻게 알아? 

      난 앞으로 중앙국의 상황에 대해 묻는거다. 그건 말할수 없는 거니?"

      "당연히. 아무리 누님이라도 그것은 말하지 못 합니다."

      "........이대로 감옥으로 끌고가 고문을 한데도?"

      은근히 말하는 투가 장난이 아님을 알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일은 당연한 말은 하지 말라는 듯이 미소를 지은채 고개를 끄

      덕이는 것이다. 한참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카나시마는 자신을 닮아 외골인 카

      일에게 두손 들며 물러날수 밖에 없었다. 

      물러나긴 하지만 속이 쓰린 것을 숨길수는 없다. 

      팔장을 끼며 정원을 바라보는 누이의 살짝 굳어진 얼굴을 바라보던 카일은 그녀의 

      어깨를 안아 가볍게 두들인다. 평소의 동생이 좀처럼 하지않는 스퀸쉽에 얼굴을 푼 

      여왕은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올린다. 

      "중앙국의 수호용인 루드빌이 미쳐서 전 황제의 아들인 돔을 신왕으로 내세웠다. 

      그것을 전황제인 이자키엘이 물러냈고, 대륙에 소문이 났던 칸크빌레 관한 것은 그

      의 아들은 돔을 보고 착각한 자들의 헛소리다-라는 걸 대륙인들이 믿을 것 같아?"

      "믿게 만들어야 지요. 백성들은 세뇌에 약하지 않습니까, 특히나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말에."

      여왕인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말을 퍼트리면 백성은 자연히 믿게되고 그것은 이

      내 진실로 굳어 진다는 것이다. 

      '엄청난 사기극에 동참하게 되는군-'라고 중얼거리는 카나시마의 모습에 미소를 

      지어 보이던 카일은 칸크빌레의 안부를 묻는 질문에 얼굴을 굳힌다. 

      그 표정에 여왕은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설마하니 나까지 속이려는 거였니? 내가 그런 바보인줄 알아?"

      "아아- 오해하지 마세요. 단지.. 뭐랄까. 

      물으시는 당사자의 상태가 그닥 좋지는 않아서."

      "좋지 않다니? 그 살해왕이 미치기라도 한 거야?"

      ".........그랬으면 좋겠습니까?"

      "당연히 싫지. 그는 내 첫사랑인걸~"

      가슴에 손을 모으는 누이의 모습에 카일은 얼굴이 굳는 것을 느낀다. 

      모습은 젊은 여성이나 그녀는 이미 30세가 넘는 비센이라는 아들을 지닌 아줌마인 

      것이다. 아까까지의 심각한 분위기는 다 어디로 간 건지 팔에 매달려 칸크빌레를 

      만나게 해달라는 그녀의 모습에 카일은 어색한 미소를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중앙성에 있는 칸의 모습을 떠올리자 입안에 쓴맛이 느껴진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게 끝나 있었다고."

      "그렇다고 칸님이 저렇게 침울해 있다는게 말이 돼?"

      ".........아무것도 안하다가 마지막에 나타난게 꼭 난리라니깐.."

      닥달하는 에즈에게 툭하고 쏫아주고 싶었지만, 차마 들리게 말하지 못한 샤한은 아

      주 작은 음성으로 중얼거린다. 하지만 그것을 들은 모양인지 도끼눈을 뜨는 에즈의 

      모습에 기겁을 한 샤한은 재빨리 그 장소를 벗어난다. 

      그런 샤한을 향해 소매를 걷고 쫓으려던 에즈는 그러나 자신을 부르는 다른 일행들

      의 모습에 그리로 시선을 돌렸다. 두고 보라는 듯이 주먹을 내미는 에즈의 모습에 

      질린 표정을 지은 샤한은 멀찍히 떨어져 도끼눈을 뜬다. 

      오래만에 만난대다 적들이 표적이 되지않고 돌아온 것이 그녀에게나 동생인 에스

      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한동안 잊고 있었던 잔소리를 들으려니 아주 죽을 맛이다. 

      투덜거린 그는 시선을 들어 칸이 있는 방을 바라보나 차마 그리도 갈수가 없다.

      ".............."

      칸과 유헌이 사라졌다는 것과 융텐의 모습이 보이지 않다는 것에서 놀란 일행들은 

      급하게 중앙성으로 향했다. 굵직한 상단과 귀족가로 이루어진 중앙국이기에 성에 

      도착하기까진 몇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보이는 성의 모습에 좀더 이동을 빨리 하려던 자신들은 성을 뒤덥는 투명한 기운에 

      안색을 달리했다. 강대한 마력과 기운의 마찰에 놀란 말들이 투레질을 하며 물러났

      을 정도이니 다른 자들은 어떻겠는가. 

      온몸을 잡고 벌벌떠는 젤의 모습에 한동안 소란이 달렸지만, 성을 덮었던 기는 언

      제 있었냐는 듯이 금방 모습을 감추었다. 

      그것에 어안이 벙벙하던 일행들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카일 덕에 그다지 자신을 막지않는 병사들과 기사들을 물러내며 신전 앞으

      로 갔을 때, 그곳에 있던 것은 이자키엘과 돔, 그리고 칸뿐으로 유헌의 모습은 보이

      지 않았다. 

      단지, 적룡의 기운을 뿌리는 용의 심장이 공터 중간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을 뿐. 

      어른의 주먹 두개만한 크기의 용의 심장은 붉은 빛중에도 아까 성을 덮었던 투명한 

      기운을 뿌리고 있어 일행들의 불길한 생각을 박차를 가하게 했다. 

      멍하니 용의 심장을 바라보는 칸의 앞에서 차마 입을 열지 못하던 일행들의 앞에서 

      천천히 일어난 그는 투명한 기운을 뿌리는 붉은 구체를 집어 들었다.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던 칸은 '유헌...'이라는 말을 내뱉더니 그 자리에 무릎을 꿇

      은채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리고 조금의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것이 2주째인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억지로 권하면 음식이나 물을 마시는 모양이

      지만 스스로의 의지로는 그 무엇도 하지않는 상태.

      "빌어먹을 녀석은 어디로 간거야-"

      유헌을 떠올리며 험악하게 내뱉은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돌리다 저쪽에서 걸

      어오는 두 사람이 모습에 행동을 멈춘다. 그것은 다가오던 돔과 론도 마찬가지여서 

      안색이 굳은 론을 돔은 자신의 등뒤로 돌린다. 

      그 모습에 샤한의 얼굴에 묘하게 굳어진다. 자신이 잡아 먹기라도 한다는 거냐.

      불쾌함으로 굳어진 샤한의 얼굴을 바라보던 돔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연다.

      "안에... 그..그분은 아직.. 입니까?"

      "저기 드실 죽을 만들어 왔는데 말이죠."

      말을 더듬는 돔에게 눈살을 찌뿌리는 샤한의 태도에 론은 앞으로 다가가며 들고왔

      던 쟁반을 들이민다. 그것을 바라보던 샤한은 안된다는 듯이 고개를 젖는다. 

      이 녀석들이 음식에 독을 타 칸을 해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칸은 그 누구를 

      만나도 소용없는 상태이다. 

      그런 그의 나약한 모습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아직은 무리다. 나중에 괜찮아 지시면 연락을 주도록 하지."

      "..........여전히 그 상태인 겁니까?"

      루드빌의 술수로 뮤트롱에서부터 자신의 이지를 잃기는 했지만, 기억을 못하는 것

      은 아니다. 자신을 구하러 온 유헌이나 이자크에게 브레스를 날리던 루드빌의 모습

      을 똑똑히 봤다. 

      그후는 몸을 날려 자신을 보호한 이자크 덕에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마지막에 

      용의 심장을 움켜쥐고 바닥에 쓰러진 그를 보았던 것이다.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돔의 모습에 샤한은 단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돔은 론을 데리고 왔던 길을 되돌

      아 간다. 

      멀어지는 돔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샤한은 찹착하기 그지 없었다.  

      언제까지나 철없는 어린 아이인 줄 알았더니 자신의 부친을 알고서도 동요하는 모

      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 대견하다. 

      새삼 그에 대한 이미지가 변하고 있는 요즘이다. 

      뭐, 이미지가 변한 것은 꼭 그만이 아니지만.....

      "...다른 곳에나 가볼까."

      칸이 있는 방앞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우울함이 전이되는 것 같다. 

      입맛을 다시며 걸음을 옮긴 샤한은 2주동안 봐왔지만, 아직도 새로운 중앙성을 바

      라본다. 십년전 그때 이곳에서 추방된 이후로 두번다시 이 새하얀 대리석을 밟지 

      못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왜 자신들이 이곳에 있는지 모르겠다.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칸의 모습에 당황한 일행들은 장소를 옮기라는 이자크의 

      박력에 밀려 그를 이곳에 두고, 자신들도 성내 방에 거처를 잡고 있었다. 

      물론 다른 사내들은 성밖에 머무르고 있지만 말이다. 

      얼마전까지 서로를 죽이려 안달이었던 자들이 같은 공간에 있다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생소한데 정말로 같이 있어 버리다니........ 

      쓴웃음 지은 샤한은 바지에 손을 넣으며 계단을 내려가다 이쪽으로 올라오는 요크

      발과 사이키의 모습에 숨을 죽인다. 이주동안 지내면서 몇번이나 마주 했지만 볼때

      마다 무기에 손을 올리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경계의 기색을 띄운 사이키는 자신쪽으로 

      옮겨 요크발은 안쪽으로 걷게 한다. 

      마치 공주를 에스코트하는 기사의 모습이 떠올라 샤한은 헛웃음 지으며 얼굴을 저

      었다. 헛생각을 하니 과연 몸의 긴장도 풀어져 주머니에 손을 넣은 그는 두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계단을 내려간다.    

      "이봐-"

      " ? "

      그냥 지나치려던 그는 그러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얼굴을 들여 요크발을 바라본

      다. 아팠다고 하던데 볼살이 쭉 빠져 영 미모가 살지 않는다. 

      저런 얼굴은 좀 살이 붙어야 매력인데.

      "황제 폐하가 이곳에 오지 않았나?"

      "........작은 황제? 큰 황제??"

      큰 황제는 이자키엘이고, 작은 황제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현 중앙국의 황제인 돔이

      다. 자신이 누구를 지칭하는 건지 알고 있으면서도 되묻는 샤한의 모습에 요크발은 

      불쾌한 듯 미간을 찌뿌린다. 

      그의 안색 변화와 더불어 사이키의 손이 검집을 향해간다. 

      그 모습에 손가락 올린 샤한은 '검을 뽑으며 후회 할거다-'라며 충고아닌 충고를 

      한다. 그 모습에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어보인 사이키는 그러나 요크발의 제지에 손

      을 내려놓고 샤한을 내려다 볼뿐이다.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사이키의 시선에 잠시 울컥한 기분이 들던 샤한은 그러나 이

      자키엘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 요크발의 질문에 투명스럽게 대답한다.  

      "그런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게다가 한번 보면 모를 사람이 아니잖아."

      ".....그렇다면 칸크빌레와 함께 계시는 건가?"

      "....뭐?"

      요크발의 중얼거림에 안색을 굳힌 샤한은 내려왔던 계단을 다시 오르려다 생각을 

      바꾸고 자리에 멈춘다. 

      자신의 행동에 의아한 표정을 보내는 것이 느껴졌지만, 상관하지 않기로 한다. 

      칸이 있던 방을 바라보던 그는 한숨을 쉬며 몸을 돌려 다시 계단을 내려간다.

      ".........빌어먹게도 꼬인 인생이란 말이다.. ...........머리만 아프지."

      투덜대는 그의 말에 답해주는 이는 없었지만, 한참을 더 떠들어 댄 그는 복잡한 심

      정을 떨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좋은 날씨다."

      열려진 창가에 커튼을 올린 이자크는 정면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열었다. 

      한동안 그 자세로 있던 그는 들고있던 카튼을 모아 양 쪽에 묶고 가볍게 손을 턴다. 

      침대로 다가간 그는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가운데에 누워있는 사람에게 시선을 준

      다. 긴 머리채를 한쪽으로 늘어뜨린 칸크빌레의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이자크

      는 그에게로 다가가 양 얼굴에 손을 댄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숙인 그는 서로의 입술에 닿을 만한 지점에 멈춰 황금의 눈동

      자에 비친 자신의 눈을 바라본다. 

      어떻게 하든 자신들은 단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인 건가. 

      "이렇게 마냥 누워 있으면 당할꺼다. 칸크빌레.

      ............ ............그래도 괜찮겠어?"

      은근히 속삭인 그는 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대본다. 

      표면에 느껴지는 따뜻한 감각에 눈을 가늘게 뜬 그는 한참동안 그러고 있었다. 

      그와 이런식으로 접촉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얼굴을 든 이자크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칸의 얼굴에 손을 대본다. 

      인간의 체온이란건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그 상대가 칸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좀 이

      질적인 느낌이다. 

      설마하니 칸에게 이런 행동을 하게 될줄은 조금도 생각치 않았다.

      "계속 이러고 있다간 네 일행들을 어떻게 챙길 생각이지? 중심을 잃은 자들이 허둥

      지둥 대다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는 많이 봤고, 또 그것을 이용해 왔잖아."

      "............"

      "그 소년이 사라져서 이러고 있는 건가. 

      너의 그릇이 고작 그 정도 인줄은 몰랐다. 난-"

      살아 남았는데. 

      루드빌에게 배신을 당해 이용을 당했다는 것을 알고도, 너에게 마음을 얻지 못한 

      그때에도 끝까지 살아남았는데. 그렇게 하려 지금도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넌 

      유헌이라는 소년이 없다고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가. 

      그렇다면 정말 실망이다. 

      ........그런 마음이 있는 한편 칸이 그냥 이대로 있었으면 한다. 

      얼굴을 내려 칸의 가슴에 댄 이자크는 손을 뻗어 그의 몸을 안는다. 칸이 자신에게 

      이렇게 순순히 안길거라는 걸 생각치도 않았다. 그래서 지금이 정말 자신에게 이루

      어 지는 일인지 혼돈스럽다. 하지만 그것은 칸도, 그를 따르는 무리도, 자신들을 지

      켜보는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일 테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던 자들이 같은 성 아래에 활보하

      고 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 그들을 받쳐줄 사람이 

      이렇게 맥없이 누워있으니 무엇을 할수 있겠는가. 

      단지 상황을 파악하려 신중을 기할 뿐 인가-

      "돔이 황제에 올랐다."

      그를 다시 끌어 내리고 다시금 황제가 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아직은 미숙한 아이지만, 그것은 교육을 통해 해결될 문제이고, 말려들긴 했지만 

      자신들처럼 복잡한 관계에 얽메어 있지도 않다. 혈연을 지니고 있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들처럼 어딘가가 망가져 서로를 상처 입히는 것따위 하지 않을 테지. 

      다시금 황제에 오르라는 측극들을 말을 뿌리친 그는 지금 돔의 신왕 등극을 위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전대에 몰아냈던 칸의 아들을 황제로 내세우는 이자크의 행동에 사람

      들의 말이 많은 모양이지만, 감히 반발하는 자들은 없다. 단지 눈치를 보며 어느쪽

      이 붙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할까 그것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려대는 거다. 

      그들이 어떤 모습을 취하고 있던 이자크는 돔의 실제적은 부친이 자신이라고 밝히

      지 않을 것이며, 돔 또한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앞으로 남은 황제로서의 신분과 그것에 부여진 책임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할 뿐이

      다. 

      "덕분에 할일이 많아져서 피곤하지. 하지만...... 이일이 다 끝나면."

      대륙에 퍼진 중앙의 소문을 잠재우고, 돔이 완전히 황제가 된다면, 그때는 자유롭

      게 지내도록 하자. 

      칸은 일어나면 반드시 성안 나갈터이니- 그렇게 되면 자신들은 다시 원래의 상태

      로 돌아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이루어질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이내 깨닭는다.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들을 따르는 무리들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 그럴

      수는 없다. 자신이 바라는 것만이 아닌 따르는 무리를 챙기는 것도 이끄는 자가 해

      야 할 일이다. 더군다나 칸과 이자크는 그것에 대한 연계가 훨씬 복잡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도 다른 가능성을 꿈꿔본다. 

      "........각자의 위치에서 힘내보자. 전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칸의 몸에서 일어난 이자크는 자신과 닮은 그 얼굴을 바라 보았다. 

      안타까움이기도 한 감정이 잠시 그 얼굴에 떠올랐지만, 얼굴을 돌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칸이 있는 방에서 나선다. 

      등뒤로 닫은 문에 등을 기대고 있던 그는 시선을 돌리다 기둥에 서있는 사내를 발

      견한다. 은발과 은빛 눈동자를 지닌 사내, 노웬이다. 

      과거 부친의 기사였던 자- 그때 자신에게 꽤나 많은 충고를 했었다. 충고를 듣는 

      자가 말을 듣지 않아 그도 꽤나 애를 먹었을 것이다. 문에서 등을 뗀 이자크는 노웬

      에게 다가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자크에게 허리를 숙여보인 그는 자신을 지나쳐 걸어가는 이

      자크의 뒤를 자연스럽게 따른다.

      "일주일 후에 성을 떠날 겁니다."

      "......돔의 즉위식을 보지 않는 건가?"

      "더이상 머무르면 경계가 무너질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렇군."

      적이었던 자가 있는 곳에 머무르는 그들의 일행의 마음을 헤아릴수 있다. 

      황당하기도 하지만, 칸이 쓰러져 버렸으니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에 이

      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머물고 있는 것이다. 

      몸은 편하지만 마음을 가시방석이겠지. 

      수긍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던 이자크는 고개를 돌려 노웬을 바라본다.

      "떠나서- 어디 갈때가 있는 가?"

      "마음만 있다면 어디든지 갈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 할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깐." 

      "........아아-"

      아직 남아있는 그들의 여정에 이자크는 고개를 끄덕인다. 

      칸을 따르는 자들이 공동 목표는 칸을 다시금 황제의 자리에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일로 한번 그가 황제로 오를수 있을 기회가 생겼지만, 그것을 뿌리친 

      것은 그들이다. 대륙에 퍼진 중앙국의 위신과 존속을 위해서라도 그들은 칸을 죽은 

      사람으로 만들고, 돔을 황제로 올릴 것을 원한 것이다. 

      칸은 죽은 사람으로써 단지 대륙인들의 기억속에만 있는 것이 더 낳을 거라는 판단

      을 한거다. 실제로 칸의 생환에 대한 파장을 엄청나서 그가 정말로 나타 난다면 대

      륙은 두파로 나뉘어 무구한 피를 흘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찹찹함에 얼굴을 굵힌 노웬을 바라보던 이자크는 바람이 부는 창가로 시선을 던진

      다.

      하지만 대륙인들에게서 이번일이 마무리 되었다고 자신들도 그리 된 것이 아니다.

      이 성을 떠난다면 이자크는 다시 칸을 잡으려 할것이고, 노웬들은 그를 지키는 한

      편 다른 방법으로 중앙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울 것이다. 

      의미는 변했지만 결국, 끝나지 않은 씨움인 것이다.  

      "돔은 좋은 황제가 될테니... 그대들의 이상에도 많은 도움이 될거다."

      "......그렇겠죠."

      성으로 출입자체가 금지된 자신들에게 신왕은 기회를 줄 것이다.

      이자크이든 칸이든, 어느 쪽에 속해 있던- 

      젊은 황제는 동등한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자라 날 것이고, 중앙성을 새롭게 하는 훌륭한 자가 되겠지. 

      묘한 느낌에 미간을 찌뿌리던 이자크는 문득 파랗게 빛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분명."

      " ? "

      이자크의 말에 노웬은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분명 어딘가에 있겠지."

      누구에 대해 말하는 것인지 알아들은 노웬의 얼굴이 묘하게 변한다. 

      그와 같이 밖을 바라보던 노웬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겠죠라고 긍정한다. 

      분명 이 대륙 어딘가에 그는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단지 모습을 보이고 있

      지 않은 것뿐이지만, 분명 어딘가에 있어 다시금 그들의 앞에 나타날 것이다. 

      자신들이나 칸의 앞에 다시금- 나타날 것이다. 

      ............그것보단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더 크겠지.

      쓴웃음을 지은 노웬은 파랗기만 한 하늘이 눈이 부신 듯 눈을 가늘게 뜬다. 

      일시적이지만, 지금의 고요함도 나쁘지 않다고 느껴진다.

      커다란- 

      거대한 것과 몸이 닿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것이 뭔지 모르고 무작정 안으로, 더 깊숙한 곳으로 닿기위해 손을 뻗

      던 손끝에 걸리는 뜨거운 열기를 지닌 것에 눈을 크게 떴다. 깜깜한 주변이 일시에 

      밝아지고 알수없는 것들이 떠다는 공간속에 홀로 서있던 유헌은 고개를 들어 이곳

      이 어디인가 파악하려 한다. 

      그러나 뻗은 손끝에서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온기에 그리로 시선을 줄수밖에 없었

      다.

      붉은 보석이 그곳에 있었다.

      무언인데 이렇게나 따뜻한 걸까, 왜 이렇게 강대한 마력을 뿜고 있는 것일까하고 

      생각하던 유헌은 다른 손을 뻗어 그 붉은 보석을 들어 보았다. 

      양손으로 겨우 감싸지는 것에 얼굴을 옆으로 기울며 그것의 단면을 바라보던 유헌

      은 안에서 뛰고 있는 미세한 혈관에 눈을 크게 떴다. 

      숨을 들이키며 몸을 올린 그는 그러나 손안의 것을 놓지는 않았다.

      순간적으로 이 보석이 평범한 것이 아닌 루드빌의 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것이 왜 이런 곳에 자신의 손안에 있을지는 알수 없었지만, 그냥 손을 놓을수

      는 없다고 판단한다.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던 유헌은 들고있던 팔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일정한 높이에 떠있던 보석은 자신의 행동에 반발하듯 조금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

      지만, 계속해서 잡아 당기자 어쩔수 없다는 듯이 끌려온다. 

      그에 따라 보석 밑에 이어져 있던 실같이 가느다란 줄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 가는 

      모습에 유헌은 입술을 벌린다. 

      자신이 지금 루드빌의 이 세상에 관련한 모든 것을 지우고 있다고- 이해한 것이다. 

      누군가 알려 주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사전에 알고있던 지식이 아닐진데, 자

      신은 원하는 결과에 대해 확실히 이끌어 가고 있었다. 

      머리 위로 루드빌의 심장을 올린 유헌은 완전히 끊어져 바닥에 흩틀어진 실들을 멍

      하니 바라 보았다.

      도대체 왜 이런 곳에 있어 이런 행동을 한 건지는 모르지만, 어이없게도 자신은 방

      금 루드빌이 관련된 모든 운명을 끊어버린 것이다. 기묘한 것들이 떠다니던 공간이 

      서서히 이지러 짐을 느낀 유헌은 몸속에서 울리고 있는 맹약의 맥박이 약하게 뛰는 

      것을 느끼며 동시에 적룡의 죽음을 직감한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군."

      앞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유헌은 멍하니 얼굴을 들어 보인다. 

      그런 유헌의 얼굴을 바라보던 파오는 서서히 무너져 투명한 기가 흐르는 내부에 손

      을 뻗어 보인다. 손에 얽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빠져 나가는 이 흐름은 저 소년이 지

      닌 힘의 본질일 것이다. 

      쓴웃음을 지은 그는 천천히 입을 연다.

      "용의 심장을 빼내면, 그 용은 살아있되 죽은 상태가 되지. 

      몸이 없는 심장만이 있는 상황에서 무슨 짓을 해도 소용이 없으니 말야."

      ".....그게 당신이 알려 주려던 것이었나요?"

      신전에서 자신에게 적룡의 퇴치법을 자세히 알려주지 않고 알수없는 말을 툭툭 내

      뱉던 그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유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파오는 그가 들고있는 적룡의 심장에 손을 올려 놓는

      다. 그리고 손바닥에 안의 따뜻한 것이 사라지는 감각에 놀란 유헌이 눈을 크게 뜨

      자 그와 동시에 주변의 모습이 기묘하게 이그러지기 시작한다. 

      몸을 감싸는 이질적인 파장에 미간을 찌뿌리던 유헌은 이내 나타난 낡은 건물의 모

      습에 멍하니 입을 벌린다. 

      분명, 융텐과 북에서 나오기 전에 들린 요정의 숲이다. 

      누군가 아는 얼굴이 있을까봐 고개를 돌리는 유헌에게 아무도 없다고 말한 파오는 

      근처의 소파에 앉는다.  

      "왜 이런 곳에 날 데려온 건가요? 난-"

      칸에게 가봐야 하는데. 

      루드빌의 브레스에 달려들자 만난 것이 그 용의 심장이었으니, 공터에 함께 있던 

      다른 자들의 안위가 걱정된다. 

      근심이 서린 유헌의 얼굴을 바라보던 파오는 앉으라는 듯이 손짓을 한다.

      "녀석들은 무사하니 걱정하지마. 그리고 무사하지 않다고 해도 나머지 녀석들이 너

      의 존재를 알아차리면 곤란하니. 그냥 이곳에 와서 앉아."

      "......나머지 녀석들?"

      "이 대륙엔 미할라나 나같은 놈들만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거지."

      "..........."

      파오의 의미심장한 말에 유헌은 걸음을 옮겨 그의 앞에 앉는다. 

      그러나 말을 꺼내지 않고 잔에 차를 따르는 그의 모습에 미간을 찌뿌리던 유헌은 

      아까부터 궁금한 것에 대해 묻는다.

      "루드빌은 어떻게 된건가요?"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니지. 너에 의해 강제로 육체가 찟겨나가 심장만이 

      남았는데 어떻게 하겠어. 하지만, 그렇게 됨으로써 적룡과 연결된 자들은 원래의 

      수명대로 살게 된거지."

      ".......심장이 있으니 용의 연결을 있고 있어도, 그 피해가 없다는 말입니까?"

      "그런 붉은 구슬이 다리가 있어 활보하고 다닐리가 없잖아. 고대에선 종종 써먹었

      던 방법이지. 용의 힘을 원하지만, 그의 지배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아 그런식으로 

      봉인하는 방법은 말야. 대표적인 예가 용의 기사들이지."

      갑작스런 말에 유헌의 눈이 크게 떠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파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중얼거린다. 

      "보호해야 할 상대의 힘을 받아 되려 그를 해치고, 남겨진 그 강대한 힘을 자신의 

      것으로 하는 거다. 그런일 벌어지고 나서 한.... 300여년동안 용의 기사가 탄생하지 

      않았지. 용들은 배신 당한 상처에 지하로 들어가 버렸으니깐." 

      언제부턴가 기사가 사라졌다는 것을 들었지만, 이런 비화가 있을 줄은 몰랐다. 

      잔을 들어 차를 마시는 파오의 얼굴을 바라보던 유헌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

      각에 미간을 찌뿌리며 설마 한 마음에 입을 연다.

      "그건... 당신의 이야기입니까?"

      "................."

      굳어진 그의 모습에 자신이 정곡을 찔렀음을 알아챈다. 

      복합적인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유헌의 모습에 한숨을 쉰 파오는 들고있

      던 잔을 내려 놓았다. 

      한동안 턱에 손을 올리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던 그는 입을 연다.

      "여러가지의 유형들이 있지. 노력해서 힘을 얻은 것과. 수술를 써서 힘을 넣은 자. 

      그런 힘따위는 몰라하며 제멋대로 살아가는 자. 힘이 없어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잘 살고 있는 자. 그리고 너처럼 원래부터 힘을 지니고 있던 녀석이."

      ".......저 외에 다섯 사람 입니까?"

      "그래, 그리고 덧붙이자면, 난 술수를 부려 힘을 손에 넣은 자이지."

      지나가는 투로 가볍게 내뱉은 그는 손을 들어 눈을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을 들어 

      올린다. 눈을 가리고 있던 더벅머리의 존재를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다지 

      궁금하지 않아 그대로의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 들였던 유헌은 갑작스런 그의 행동

      에 기겁을 한다. 

      그러나 눈앞에 들어난 그 눈동자에 숨을 삼킨다.

      "신기하지? 이런건 아무나 안 보여 줬던 거라고."

      가늘게 휘어지는 그 눈속에 반질반질한 은빛의 눈동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자위는 하나도 없는 단지 투명한 빛을 발하는 구슬이 박힌 듯한 그 눈은 어찌보며 

      눈동자가 없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굳어버린 유헌의 향해 어깨를 으쓱해 보인 

      파오는 들었던 손을 놓고 앞머리를 정리한다. 

      정리한다고 해봤자 단지 머리를 몇번 털어줄 뿐인 그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낸다. 

      그러나 딱닥하게 굳어진 유헌의 입가는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유헌을 바라보던 파

      오는 몸을 뒤로 눕히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심장을 박은 거라고 말한다.

      "............네?"

      "실버 드래곤의 심장을 가공해서 눈에 넣은 거다. 

      이래뵈도 꽤나 멀리까지 보인다고."

      ".............."

      "그런 눈으로 보지마- 이곳으로 온 모든 자들이 너처럼 축북을 받은 게 아냐. 

      벌레처럼 죽어가거나 이곳의 인간들의 장난감으로 살아간 자들도 많아. 게중에 특

      이한 능력을 보여 개죽음을 당한 수도 상당수. 다섯아이니, 여섯아이니 하는 것도 

      겉만 번지르르하지 실상은 천수를 누린 이계인이라는 뜻도 되는거다." 

      '지나치게 오래 살았으니 천수를 누린 것만이 아닌가-'하고 입가를 올려보인 파오

      는 얼굴을 뒤로 눕혀 소파에 기댄다. 편안한 자세를 잡은 그는 경계의 눈빛을 보내

      는 유헌의 모습에 묘한 표정을 짓는다. 

      의외로 물건이다. 잘해주는 사람을 무턱대고 믿는 것은 바보같은 놈인 이 곳에서, 

      조금의 수상함이 보이자 망설이지 않고 경계를 하는 것이다. 

      의외로 이녀석은 오래 살지도 모른다. 

      "여튼 그런 집단이라는 거다. 너가 끼이게 될 여섯아이들은. 나같은 인간도 미할라

      같은 좋은 여자도, 생각없이 사는 녀석도, 폐인이 된 녀석도, 아무도 죽이고 다니는 

      미친 놈도. 수는 적지만 개성 만점인 놈들이지."

      "..그 나머지 사람들 때문에 제가 이곳에 있는 겁니까."

      "그래, 나라도 너같은 능력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눈이 돌아갈 뻔 했다고. 

      나는 힘들어 이런 자리에 올랐는데, 녀석은 어째서-라는 심리일까나?"

      "저도 그리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가족을 버리고 이 곳에 왔다.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 얼마나 괴로워 했던가. 

      그러다가 칸이라는 사람을 만나 지금 같은 인연을 만든거다. 자신이 힘을 가진 것

      은 결코 운이 아니라, 힘들게 얻은 자신의 사람을 지키기 위한 거라고, 그렇게 생각

      하던 유헌에게 파오의 말은 상당한 모욕이었다. 

      눈꼬리를 올리는 유헌에게 참으라는 듯이 손을 들어 보인다.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는 거다. 지금은 아니잖아. 

      하지만- 나같은 놈들만 있는 것이 아니니, 당분간 이곳에 있으라는 거다."

      "언제까지?"

      "의아함을 느낀 녀석들이 그 곳에 갔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기간만큼."

      "그런 기간을 어떻게 알고 이곳에만 있으라는 겁니까?"

      "어차피 흥미위주의 녀석들이니 한 삼일을 버티는 것도 긴거다. 놈들은 나같이 집

      요하지 않거든. 그 동안만 이곳에 있어. 뭐, 더 오래 있어도 좋지만."

      " ? "

      의아한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유헌을 시선을 피하며 그는 천장을 올려다 본다.

      "지금 상황을 보면, 중앙성에 이자키엘이나 칸크빌레나 다들 같이 모여 있더군."

      "....그런가요?"

      "그런가요-가 아니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툭하니 내뱉던 그는 시선을 내려 자신을 바라보는 유헌을 쳐다본다. 

      "그들이 지금까지 싸우고 있던 상대라는 것을 잊고 있는 거냐. 그들은 적이야, 한때 

      둘중 하나를 죽이지 않으면 안되었던 자들이라고. 그런 녀석들이 같은 건물에 모여 

      있는데 그런 여유있는 모습들이냐? 물론 너는 칸과 이자키엘이 사과를 해서 다시 

      사이가 좋아지길 바라겠지만, 정말로 녀석들이 사이가 좋아진다해도 일이 그걸로 

      끝날 것 같아?"

      "...........아닌가요?"

      역시나 하는 표정을 지은 파요는 입가에 비웃음을 띄운다.

      "그들은 지금까지 각각 커다란 집단의 수장들이었지.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자들이 

      어떻게 모여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저 놈들을 우상시해서 따르는 자들이겠지만, 

      대부분의 이유는 적인 상대에게 원한이 있는 자들이지. 실로 칸크빌레는 제위기간 

      상당수의 사람들을 죽여 엄청난 적들을 만들었고, 그것은 이자키엘도 마찬가지야. 

      그런 자들에게 떠 받들여지는 존재들이 서로에 대해 '이해됐다.' '그러니깐 친하게 

      지내자.' 그러면 밑의 놈들이 '좋습니다-'라고 말할 것 같아?"    

      이제서야 이해한 것인지 유헌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서로가 원해도 할수없는 일이 있는 거야. 아무리 바래도 안되는 일이 있는 거야. 

      물론 서로의 지위를 버리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지만, 말해봐라. 

      칸이나 이자크가 자신을 믿는 자들을 버릴 만한 소인배냐?"

      ".......아냐.. 그들은...."

      결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안색이 변한 유헌의 얼굴을 바라보던 파오는 혀를 찬다. 

      아무리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어도 녀석은 아이다. 

      그것을 눈앞에서 확인하려니 몰아 붙이는 마음이 편할리가 없다. 

      그렇지만, 그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이다. 

      "중앙성에 같이 있지만, 그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풍전의 고요함같은 것이다. 

      칸이 일어나든지 말든지 그들은 중앙성을 나올 것이고, 다시금 서로에게 검을 내밀

      겠지. 당사자들 간에 오해가 풀렸다고 갑자기 상황이 변할 것 같아.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하는 게 좋아."

      "..............난..."

      "너같이 여린 놈이 그것을 버틸수 있을 것 같은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자신

      의 문제도 아닌 것을 엄청나게 고민하고 괴로워 하겠지. 그런 소비적인 일을 하느

      니 그냥 나와 함께 있는 것이 좋아. 미할라와 함께 이곳에 머무르는 것이 좋아."

      단정 짓듯이 말하는 그에게 반발할 수가 없다. 

      안색을 굳힌채인 그 모습에 파오는 불편한 느낌은 받는다. 

      "뭐, 내가 뭐라고 해도.. 네가 싫다면 어쩔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말야."

      "..........날 걱정해 주는 건가요?"

      "당연하잖아. 이런 곳의 인간들보단 원래 세계에서 왔던 자들에게 애정을 더 느끼

      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같은 슬픔을 지니고 있기에 더 애정을 느끼는 것이다. 

      파오의 마음은 알수 있었다. 

      자신이 돌아가면 칸을 만날수 있지만, 다시금 서로에게 검을 들이미는 이자크와 칸

      과의 사이에게 상처를 받을 것을 염려하고 있는 거겠지. 

      실제로 파오의 말을 듣는 내내 머리에 망치가 두들이는 듯한 감각을 맛보기도 했

      고........... 

      .............칸과 이자크가 서로에 대해 이해할수 있도록, 그들이 상처받지 않게 하기

      위해, 아니 그보다 칸이 상처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이런 일을 한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인가. 

      딱딱하게 굳은 유헌의 얼굴을 바라보던 파오는 몸을 앞으로 내밀고 다시 입을 열려

      고 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에 입을 다문다. 

      한동안 파오의 보이지 않은 눈동자를 바라보던 유헌은 조금 웃어 보인다.

      "괜찮아요."

      ".............너."

      "지금은 괜찮아요."

      분명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한 유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오의 말대로 노웬들과 젤들을 위해 칸은 다시금 검을 이자크에게 들이 밀 것이

      고, 이자크 또한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위해 칸에게 공격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떻다는 건가. 아직은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긴 싫다. 

      그때에는 그때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분명 지금보다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유헌의 모습에 그의 결심을 읽은 파오는 포기 했다는 듯이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말하지 않은 게 있지. 지금 중앙국은 돔이라는 녀석이 황제가 되었다고 하더군."

      "............"

      "당장은 아니겠지만, 그 둘이 이루지 못한 것을 그 아이가 이룰 거라고 믿어보자."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 올거라고- 그러니 믿어보자는 파오의 말에 유헌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던 둘이지만, '으싸-'하며 자리에

      서 일어난 파오는 팔을 겉어 붙이며 유헌을 향해 두 손을 내민다.

      "뭐, 우리들이 언제까지 불행해 지라는 법은 없으니, 

      너라도 행복해 지기를 바라마."

      "..........파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느꼈던 장난스런 미소를 입가에 지은 그의 내밀어진 두 손에 

      뿌연 마력이 생겨난다. 

      "백룡은 정적을 지배하지. 더불어 흐르는 시간을 끌어 당기거나 느슨하게 할수도 

      있다. 지금쯤 대륙의 시간은 꽤나 지나가 있을 것이다. 

      가서- 네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칸이라는 놈을 만나라."

      스스로 결말을 짓어라.

      파오의 미소지은 얼굴에 유헌은 입을 열려다 입을 다문다.

      파오의 손끝에 머물러 있던 기가 자신의 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유헌은 몸의 힘

      을 뺐다. 상대의 마력을 밀어내는 능력을 감소하기 위함이었지만, 의외일 정도로 

      그의 힘은 쉽게 몸속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몸이 부유하는 느낌에 숨을 들이 킨 유헌은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있다가 다

      리가 굽혀지는 감각과 머리카락을 흩고 지나가는 바람의 촉감에 조심스레 눈을 떠

      본다.

      "................."

      열려진 창밖에 시선을 주던 유헌은 고개를 내려 가지런히 누워있는 칸을 내려다 보

      았다. 잠든 듯 조용히 호흡하는 그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던 유헌은 자신이 그의 

      배에 걸터 앉아 있는 상태라는 것을 깨닭고 얼굴을 붉힌다. 

      조심스레 그 위에서 일어나려던 유헌은 그러나 잠든 듯 하던 칸의 손이 올라와 그

      의 허리에 손을 올리자 숨을 들이킨다. 

      "..............늦었네?"

      작게 중얼거린 칸은 입가를 올리며 '꿈은 아닌 것 같아. 그렇지?'라고 묻는다. 

      눈을 가늘게 휘며 웃는 칸의 얼굴을 한동안 내려다 보던 유헌은 몸을 굽혀 그의 입

      을 맞춘다. 따듯한 온기에 더할나위 없는 사랑스러움이 느낀다. 

      눈을 감으며 얼굴을 땐 유헌은 입가를 올리며 천천히 눈을 떠 보인다.

      "많이 늦은 것 같네요."

      "늦었지. 한참을 기다리느라 굶어 죽을 뻔 했단말야."

      투정섞인 그 음성에 유헌은 단지 미소 짓을 뿐이다.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마냥 웃어보일 뿐인 유헌의 모습에 불안함을 느낀건지 칸

      이 몸을 조금 일으킨다. 

      반쯤 일으킨 몸을 팔로 지지한 칸은 자신의 위에 앉아있는 유헌을 바라본다. 

      한참동안 배에 느껴지는 무게와 사라지지 않은 그의 모습에 안도를 한 칸은 입가를 

      올리며 지친 듯이 뒤로 눕는다. 배게로 퍼진 검청색의 머리카락에 바라보던 유헌은 

      몇 올을 집어 올려 그곳에 입을 댄다. 

      유헌의 갑작스런 행동에 칸이 얼굴을 붉히지만, 막지는 않는다.

      머리카락에서 묻어나는 칸의 체취를 눈을 감고 느끼던 유헌은 혼자서 납득한다.

      자신은 이것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있는 거라고.

      그와 함께, 성처받지 않으며 그토록이나 바래왔던 행복을 찾아 함께 있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져 그와 자신을 힘들게 하겠지만, 그래도 그와 함께라면 

      힘들지 않을 것이다. 

      "..유헌?"

      칸의 부름에 감은 눈을 뜬 유헌은 침대에 손을 대고 몸을 밑으로 숙인다. 

      칸의 품에 안긴 유헌은 그의 등뒤로 손을 뻗어 가슴을 강하게 안는다. 

      "................"

      갑작스런 유헌의 행동에 묘한 표정을 짓건 칸은 그러나, 품에 안겨있는 사랑스런 

      체온에 미소를 지으며 마주 안는다. 등뒤에 둘려지는 칸의 팔을 느끼며 더없이 안

      도감이 든 유헌은 그의 가슴에 귀를 대고 느릿하게 뛰는 심장소리를 듣는다.

      아마도 자신이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것을 보는 때는 들리는 이 심장이 정지할 때

      부터 일것이다.

      그 이전까진 오로지 이 사람과 함께. 

      알수없는 서글픔이 든 유헌은 눈가에 몰리는 열기를 참아내며 숨을 고른다. 

      그리고 안은 팔에 힘을 주는 것이다.

      그 어떤한 힘든 일이 있더라도 칸과 함께라면 괜찮다. 

      그래, 그럴 것이다. 

      스스로 위안을 얻은 유헌은 평소와 남다른 행동이 걱정 스러운지 등을 쓰다듬는 칸

      의 손길에 미소를 지어 보인다. 

      지금 이 순간만 같았으면- 그렇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견딜수 있다. 

      "...........칸.."

      서로를 강하게 안고있는 두 사람이 있는 방안으로 날린 커튼이 부드럽게 휘며 드리

      워 진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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