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 둥지의 수호자들-2화 (2/311)

0002 / 0311 ----------------------------------------------

비극을 자아내는 여신

[드래곤 둥지의 수호자들]

Start.

눈을 뜨자, 나를 향해 싱글벙글 웃고 있는 여인과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하고, 그 중 싱글거리고 있던 여인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반가워. 나는 죽음과 황혼의 여신, 엑시투스. 그리고 저쪽은..."

"바탈리아님이라 부르거라."

"...전쟁과 불화의 여신 바탈리아라고 해, 우리는 너를 여기로 불러온 이 세계의 '신'이야."

도저히 말을 꺼낼 수가 없었기에 그저 멀뚱멀뚱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엑시투스'라는 자칭 '신'의 긴 머리칼이 살랑살랑 흔들린다.

"얘, 왜 이리 벙쪄있어? 혹시 충격받아서 정신이 이상해졌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

"......"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신'을 바라보고만 있으니, 엑시투스의 표정이 살짝 굳어져 온다.

"아앗! 설마, 정말로 정신이 나가버린 건가!? 안 되는데, 우리가 너를 데려오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하고 또 고생했는데! 얘, 정신 차려! 얘!"

철썩-! 철썩-!

"......"

여신님께서 친히 나의 뺨에 싸다구를 날려주고 계시다. 황송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가 아니라... 아프잖아!

철썩-!

"아프니까 그만 때리시죠."

"아, 앗? 다행이다. 정신은 멀쩡한 것 같네?"

"네, 지극히 정상이죠."

약간은 불만스러운 기분에 인상을 살짝 찌푸린다. 이건 뭐, 지들이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든가.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사람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데려오고서는 '나는 신이다!'라니, 내게 일어났던 그 이상하고도 신기한 일이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눈앞에서 자신을 '신'이라 자칭하는 존재를 누구든 그저 정신병자 취급했을 거라고.

"아하하! 좋아, 좋아! 정신은 멀쩡한 것 같고! 우리가 너를 데려온 이유는 대충 알겠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아, 아니! 그거 있잖아. 이 세계에 우리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어서 혼란을 불러올 존재가 필요했다고."

전혀 모르겠다는 태도로 눈앞의 여신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니,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설명해온다. 신도 감정표현이 참 풍부한 존재였구나. 마치...

"인간 같네요..."

"인간? ...인간이라... 그래, 우리의 모습을 따서 인간을 창조해내었으니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

"...이 세계에도 인간이 있나 봐요?"

"없는 곳도 있니? 너희는 있지, 바퀴벌레 다음으로 생명력이 질긴 종족이라고. 그곳이 어디든 창조해 놓으면 일단 살아남게 되어있어."

그다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데 말이지.

내 생각이 얼굴에 드러난 것일까, 엑시투스가 추가로 설명을 덧붙인다.

"물론, 인간 한 명의 생명력은 아주 보잘것없지. 사실이야. 그렇지만 너희는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나약한 몸뚱아리로 그 생명을 연장해왔어. 솔직히 극찬할만해, 우리 신들도 너희에게 특별한 능력을 주기는 했지만... 이러한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기에 놀라울 따름이야."

"...무슨 능력을 주셨다는 거죠?"

"선과 악, 그 둘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딱 절반씩 주었지. 그래서 너희는 조금의 변화만으로도 선인도 악인이 될 수 있고, 악인도 선인이 될 수 있어."

"...선과 악이라..."

잠시 생각에 빠져든다. 그녀의 말은 제법 그럴듯해 보였지만, 그래도 이곳과 내가 살던 곳에 인간이 둘 다 존재한다는 것은 조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애초에 이곳의 신들이 창조했다는 인간들이 내가 살던 곳에... 아, 그러고 보니까 여기는 어디지?

"이곳은 어디죠? 그리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그러는데, 당신들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어째서 제가 살던 곳에도 인간이 있는 거죠?"

꿍!

"왜 때리시는 거죠?"

꿍!

내가 말을 끝내자마자 딱밤을 먹이고 눈을 부라리는 엑시투스를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니, 여신님께서 딱밤을 한 대 더 먹여주신다. 아이고 참, 황송하기도 하지.

"이게이게, 감히 여신님들께 당신들이 뭐야, 당신들이?" "

"......"

"어쭈, 불만스러운 표정이네. 한 대 더 맞을래, 응?"

"...아닙니다..."

머리로 다가오는 여신의 딱밤을 맞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이자, '흠흠, 이번엔 봐주기로 하지 뭐.'하고 다시 입을 열어오는 엑시투스였다.

"여기는 '에스트'라는 세계야.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든 존재해."

말을 마친 그녀가 갑자기 슥- 하고 사라지더니 내 옆의 땅 위에서 쏘옥- 하고 올라온다.

"...조금 징그러운데요."

"맞고 싶다고?"

"아닙니다..."

이거 참, 힘없는 피조물은 서러워서 살겠나 정말.

그렇게 한숨을 포옥- 내쉬자, 그녀가 손을 뻗어 나의 머리를 톡톡- 두드린다. 그에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집중하라는 듯 자신의 입을 가리킨다.

"여신님께서 말씀하실 때는 딴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신도여."

"전 무신론자인데... 아닙니다! 광신도죠, 광신도!"

"그래그래, 신도야. 우리는 어디에든 존재해, 신이니까. 그런데 봐, 네가 살던 곳에는 전쟁이 일어나고 각종 범죄가 끊이지를 않았지."

"...그렇죠."

공교롭게도 이곳으로 오기 전 마지막으로 본 뉴스도 연쇄살인범을 공개 수배하는 뉴스였다.

"그런 곳에서는 우리의 영향력이 막대하지. 바탈리아는 전쟁과 불화의 여신, 그리고 나는 죽음과 황혼의 여신이야. 그곳에서는 우리의 이름을 부르짖는 이들이 아주 많아, 그로 인하여 우리는 힘을 얻는 것이고."

"제가 살던 곳에는 바탈리아나 엑시투스라는 신은 없었... 아!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다시금 주먹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는 손사래를 치며 그녀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표시를 보이자, 손을 천천히 내린다.

"끝까지 들어, 짜샤! ...그러니까 그곳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었지. 하데스, 사신, 크로우 크로아흐, 뉙스, 타나토스 등등. 나를 지칭하는 이름은 많았지만 그 이름의 주인은 전부가 다 나였지. 저기 바탈리아도 아레스나 다른 이름으로 불렸었고 말이야."

"그 신들은 남성체였던 것... 아, 아닙니다!"

"짜샤, 말 끊지 말랬지? 흠흠... 그런 것들은 모두 너희 인간들이 상상한 것에 지나지 않아. 나의 모습은 너의 눈으로 보고 있는 이 모습이 진짜 모습이니까, 너는 인간의 몸으로 신을 만난 최초의 사람이 되는 거야. 짜잔 -, 두근두근하지 않니?"

전혀 두근두근하지 않지만, 딱밤이 무서워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그런데 말이지? 이 세계는 전쟁이라는 것이 너무도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았어. 그래서 너를 불러오게 된 거고."

"그 이유가 제가 제일 치사하고 변태이기 때문인가요?"

"응!"

"...네."

너무 큰 확신을 가지고 해맑게 대답하는 엑시투스를 보니 뭐라 반박하기도 힘들다. 내가 정녕 그런 존재였던 건가.

"좋아. 그러므로 너를 이 세계에 투입! 해서, 혼란을 일으키고... 그래서 우리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야."

"다른 신들이 뭐라고 안 해요?"

"훗, 안 들키면 그만이란다."

"...넵."

그런데 해봤자 소설이나 쓰며 대학교나 다니고 있었던 내가 어떻게 '세계'에 혼란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가뜩이나 운동을 안 한 지도 오래돼서 근육들이 알코올로 분해된 나인데 혼란은 무슨, 생판 모르는 세계에 떨어져서 안 죽고 버티면 용한 거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네, 물론 너는 다른 존재의 몸에 들어가게 될 거야. 인간의 힘이란 이곳에서는 너무도 나약하거든."

"다른 존재요...?"

"응, 너는 드래곤이 될 거야!"

"...드래곤... 이라구요?"

상상 속의 그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내 귀로 듣게 되니, 도무지 실감이 나지를 않았다. 지금 눈앞에 신이 나에게 딱밤을 내려주시는 것도 믿기 힘들 지경인데 드래곤이라니, 게다가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내가 그러한 존재가 되게 해주겠다고?

"자, 직접 보여줄게. 지금 보여주는 것은 네가 들어가게 될 드래곤의 모습이야."

엑시투스가 활짝 웃으며 허공을 향해 손을 몇 차례 흔들자, 공간이 살짝 일그러지더니 선명한 화면이 떠오른다.

"...신은 참 편하네요."

"그러엄! 괜히 신이겠니? 봐, 쟤가 바로 네가 들어가게 될 드래곤이야."

화면 안으로 보이는 이들은 금발의 중년 사내와 짙은 남색 머리카락을 가진, 조그마한 남자 아이.

"인간 아니에요? 그리고 저기 풍채 좋은 남자한테 들어가게 되는 건가요?"

"아냐, 짜샤! 너는 저기 꼬마의 몸에 들어가게 될 거고... 여튼! 일단 보기나 해. 우리도 지금 바로 너를 저 꼬마의 몸에 넣거나 해서 세계의 흐름이 틀어져 버리면 다른 신들에게 들킬 수 있으니까 최대한 천천히 가장 자연스러운 순간에 저 녀석의 몸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들 거야."

엑시투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 안의 남자아이를 바라보았다.

-Guardians of Dragon Nest-

"그래, 레이어드. 요즘은 괴롭히는 아이들이 없느냐?"

"...없어요, 드래곤 로드님."

아이의 작은 목소리에 로드의 표정에 안쓰러움이 떠오른다.

"그래... 혹시라도 괴롭히는 아이가 있다면 내게 말해주렴, 나는 어떻게든 네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렇단다."

"예, 도움이 필요하다면 꼭 말씀 드릴게요, 로드님."

로드라고 불리운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내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방을 나간다. 아이가 나가는 모습을 보는 로드가 천천히 한숨을 내뱉는다.

"어쩌다 이런 비극이 일어나게 된 것인가... 지금껏 용족의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이토록 약한 몸을 가진 데다 마력조차 미약한... 돌연변이라니..."

-Guardians of Dragon Nest-

화면이 중년 사내의 얼굴을 잠깐 비추고는 다시 남자아이에게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 화면 안을 바라보던 나는 얼굴이 약간 굳어져 오는 것을 느끼고는 엑시투스를 불만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엑시투스님, 왜 하필이면 돌연변이에요? 어차피 주실 몸인데 기왕이면 완전 강한 드래곤으로 좀 주시지."

"조용히 하고 보기나 해, 짜샤. 저 녀석을 돌연변이로 만들지 않았으면 너를 저기에 끼워넣을 틈 조차 없었으니까."

"...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화면을 바라보는데, 왠지 아이의 키가 조금 커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온다.

"저기, 엑시투스님? 저 꼬마 좀 커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저곳의 시간은 이곳보다 훨씬 빨리 가고 있거든. 아마 10년은 지났을 거야."

"...네? 아... 혹시 시간을 빠르게 조정한다거나 해서... 그럼 제가 들어갈 즈음에는 몇 년이나 뒤인데요?"

"응?... 음... 450년 정도 뒤에?"

"...드래곤 몸에 들어가 보기도 전에 늙어 죽는 거 아니에요?"

"아니니까 집중하라고, 짜샤!"

"넵..."

다시 고개를 돌리자, 남자아이가 아닌 여자아이의 해맑게 웃는 얼굴이 보인다. 사파이어의 빛을 내는 머리카락에 마찬가지로 사파이어 빛을 가진 눈동자, 상당히 귀엽게 생긴 소녀였다.

"왜 갑자기 얘가 나와요?"

"아, 진짜. 조용히 안 할래?"

"죄송함다."

다시금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니, 여자아이 역시 조금 성장한 모습이다. 그래 봐야 작은 꼬마 정도로밖에 안 보이지만.

-Guardians of Dragon Nest-

날씨가 매우 좋은 날이었다. 어린 드래곤인 루시아는 '엄마'의 등에 탄 채로 푸른 하늘을 날고 있었다.

"엄마! 엄마아! 나도 날아보고 싶어어! 여기서 뛰어내려 보면 안 돼?"

- 루시, 조금만 참으렴. 몇 년만 더 지나면 루시도 분명 혼자서 날 수 있을 거란다.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자상한 목소리, 거대한 엄마의 날개가 한 차례 크게 펄럭이자, 강한 바람이 루시아의 동그랗고 뽀얀 얼굴에 세게 부딪히고는 이내 멀어져 간다.

"우와아! 시원해애 -!"

두 팔을 벌리고는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는 루시아. 어린아이 답다는 생각에 쿡쿡- 웃음을 터트린 루시아의 어머니 '아르텐시오'는 사랑스러운 딸의 행동을 한없이 귀엽다고 생각하며 날개를 한 차례 더 움직였다.

그때였다.

"으- 으우와아아아 -!"

- ...루, 루시? 루시아...? 루시아 -!

설마하니 자신의 등 위에서 두 팔을 벌리고 무방비하게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아르텐시오가 저 밑으로 추락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는 기겁하여 재빨리 비행의 고도를 낮추며 딸이 추락하는 방향으로 마력을 집중한다.

크아아아아 -!

거대한 레드 드래곤이 사납게 포효하자, 한참 아래쪽에 있는 땅 위로 기하학적인 도형과 문양이 거대한 마법진을 그린다.

우우웅 - 기이이이잉 -!

이윽고 엄청난 소음과 함께 땅 위에 존재하던 모든 물체가 중력이 역전된 것처럼 하늘로 빠르게 솟아오른다.

리버스 그래비티, 중력을 역전시키는 마법. 인간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난해하고 사용이 어렵다는 그 마법이 몇 초도 안 되어서 대규모의 범위로 시전 되고 있었다.

"으우아아아 - 으....으왓?"

- 루시아! 어디 다친 데는 없니? 조심해야지! 엄마 말을 잘 들으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하마터면 큰일 나게 될 뻔 했잖아!

"으우우.. 엄마 미안해....힝..."

이윽고 뒤집힌 중력으로 인하여 다시금 아르텐시오의 눈앞으로 루시아가 올라오자, 그녀가 부유 마법을 이용하여 딸아이를 허공에 띄워놓고는, 등에 다시 태울 요량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어, 어, 엄마! 나 날고 있어! 내가 혼자서 날고 있어! 와아아 -!"

방금 혼났다는 것을 벌써 잊어버린 것인지, 또 자신이 드래곤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것인지. 날개도 없이 두 팔을 파닥파닥하며 해맑게 웃는 루시아를 보는 아르텐시오의 입가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서린다. 어린아이의 즐거운 상상을 깨버리고 싶지는 않았기에, 마법을 이용했다는 말은 하지 않은 채로 루시아의 밑으로 날아가 마법을 해제한다. 루시아가 자신의 등에 다시 올라탈 수 있도록.

"와아아! 내가 날고 있다아! 우와아아 -!"

- .........으응? 루, 루시?"

그러나 부유 마법을 해제했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등에 타는 감각이 없어, 기다란 목을 돌려서 자신의 뒤쪽을 바라본다.

- 이... 이럴 수가? 마... 말도 안 돼!

아르텐시오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도 자유롭게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루시아가 있었다. 잠시 눈앞에서 벌어진 상식 외의 일에 경악하고 있던 아르텐시오가 여전히 힘 하나 들어 보이지 않은 채로 공중을 부유하는 어린 딸을 바라보며 고민한다.

'전에 들은 바로는 내 아이가 바로 그 '챔피언급 드래곤'이라더니... 확실히 다른 해츨링 아이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그러나 혼자서 고민해봤자 답이 나오는 일도 아닐 테고, 자신의 딸이 들떠있는 모습에 자신도 기분이 절로 좋아짐을 느끼고는 고민을 거둔다. 그리고는 루시아가 즐거워하며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아르텐시오였다.

이윽고 도착한, 거대한 궁전. 무슨 자재를 써서 건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궁전 전체가 신비로운 청록색을 띤 채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빛을 반사하며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역대 드래곤 로드들의 거처인 수정 궁전.

아기 드래곤인 해츨링들을 동반한 부모 드래곤들이 이 곳을 방문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드래곤 로드에게 인사를 드린다거나 하는 시시한 이유가 아니라, 이번 주기에 태어난 어린 해츨링들의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름을, 드래곤들의 성소에 자리하고 있는 성물인 거대한 석판 위에 기입하고. 그 앞에 해츨링 아이들을 세우면 석판 위에 자리 잡고 있는 드래곤들의 성물이 마법의 언어인 '한글'로 불완전한 해츨링들의 이름을 완성해주는 '한글의 석판'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르텐시오가 인간의 모습으로 화하고, 루시아의 손을 잡고 수정 궁전으로 들어서 성소로 가는 복도의 내부를 걷는 동안 루시아는 여러 어른과 또래 아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되었다.

'이번 주기에 태어난 저 아이가 그 유명한 챔피언급 드래곤이라던데, 블루 일족에서 나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군.'

'세상에나, 제가 살아있는 동안 챔피언급 드래곤을 보게 될 줄은 생각조차 도 하지 못했어요!'

'그런 드래곤이 실제로 태어나기는 하는 것이었군, 내 할아버지 대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기에 이제는 세월이 흘러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줄로만 알았는데.'

'어찌 되었든 간에 종족 전체를 아우르는 경사에요! 오늘은 큰 축제가 있을 것 같군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감탄과 즐거움이 가득한 목소리에 동글동글한 루시아의 얼굴 위로 해맑은 미소가 떠오른다.

"엄마! 루시아 기분 좋아, 헤헤!"

"그러니, 루시? 네가 기분이 좋다면 엄마도 좋단다."

"엄마! 엄마! 오늘 맛있는 거 먹는 거야?"

"그러엄! 그렇다고 해서 너무 많이 먹으면 살이 엄청나게 쪄서 데굴데굴! 하고 굴러다녀야 한다?"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루시아의 볼을 살짝 꼬집는 아르텐시오의 손길에 '이잉- 아라또' 하고 엄마의 장난에 맞장난을 치듯 아픈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이잉, 아라따니까안 -!"

"알았어, 알았어. 우리 애기 오구오구, 아팠쪄?"

"아니이! 하나도 안 아팠지로옹! 헤헤헤!"

"호호호, 루시도 참."

마주 웃어주는 어머니의 자상한 미소에 루시아의 기분이 한껏 들뜬다. 주위를 휙- 휙- 둘러볼 때마다 자신에게 호감 어린 눈길을 보내는 어른들과 아이들뿐이어서, 루시아의 기분은 날아갈 듯 최고조가 된 상태였다.

이윽고 도착한 수정 궁전 가장 중앙에 있는 드래곤들의 성소, 드래고니아.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있던 루시아와 그런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아르텐시오에게 다른 드래곤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드래곤 종족 전체의 축복입니다. 축하해요, 아르텐시오. 안녕? 루시아, 반갑구나."

"신룡의 보살핌 덕분이지요, 고마워요."

"헤헤, 안녕하세요!"

축복의 말을 전하는 드래곤들에게 둘러싸여 감사인사를 전하는 아르텐시오와 해맑게 웃으며 인사하는 그녀의 딸 루시아. 그렇게 한껏 즐거움에 들뜬 루시아와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아르텐시오의 귀에 드래곤 로드의 음성이 들려온다.

"아르텐시오의 아이, 루시아는 이리로 오라."

강한 위엄이 서려 있는 그 목소리에 루시아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움츠러들며 아르텐시오의 손을 살며시 움켜잡는다.

겁을 집어먹은 듯한 딸아이의 모습에 걱정할 것 없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덜덜- 떨리고 있는 자그마한 아이의 손을 마주 잡아준 아르텐시오가, 루시아를 부드럽게 달래며 '한글의 석판' 앞으로 다가간다.

그런 모녀를 지켜보며 '한글의 석판' 옆에 서 있던 중년의 사내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그들을 반겨 온다.

"어서 오시게, 아르텐시오. 그리고 그녀의 아이인 루시아. 반갑구나, 나는 드래곤 로드란다."

조금 전까지 들렸던 위엄이 가득 서린 목소리는 어디로 간 것인지, 마치 옆집 아저씨 같은 모습을 한 채 구수한 목소리로 인사해오는 드래곤 로드. 그런 그를 보고 긴장이 풀리는지 어린 루시아도 배시시- 미소 지으며 꾸벅- 인사한다.

루시아의 어머니인 아르텐시오와 드래곤 로드가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아르텐시오가 루시아의 곁에 다가와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석판의 앞에서 물러난다.

그리고 루시아가 어머니에게 미리 배워두었던 절차에 따라 눈을 감고 '한글의 석판'의 중앙에 그 아기자기한 손을 가져다 댄다.

우우웅- 우웅-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소리가 어린 루시아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듯, 더 없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부드럽게 미소 짓는 루시아.

그리고 석판의 중앙의 빈 자리에 마법의 글자가 서서히 떠오른다.

'렌'

중앙의 빈 자리에 마법의 언어인 한글로 '렌'이라는 글자가 눈 부신 빛을 뿜어내며 새겨지더니, 곧 그 찬란한 빛이 루시아의 몸 안으로 부드럽게 스며든다.

우우웅- 우웅-

'렌'이라는 글자가 뿜어내는 빛이 루시아의 몸 안으로 모두 스며 들어간 뒤, 석판의 중앙에는 그 글자가 사라지고 다시금 빈 공간이 남았다.

".........."

잠시 여운을 느끼듯 눈을 감은 채로 미소 짓고 있는 루시아에게로 그녀의 어머니인 아르텐시오가 다가온다.

"루시아, 잘해냈구나. 그래서... 너의 이름은 무엇이지?"

모두가 함께 보고 있었기에 '렌'이라는 마법의 언어의 힘을 받았음을 알고 있었지만, 루시아 스스로 성물로부터 받은 이름을 각성시키도록 하기 위해 제 입으로 이름을 말하기를 유도한다.

그리고, 루시아의 편안하게 감겨있던 눈이 스르르- 떠지며 그 조그마한 입술이 작게 열려온다.

"렌... 루시아... 렌... 내 이름은... 루시아렌."

이윽고 감겨있던 눈을 모두 뜬 루시아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지며 그 앙증맞은 입술 위로 해맑은 웃음이 터져 나온다.

"엄마, 내 이름은 루시아렌이야!"

꺄꺄- 하고 해맑은 웃음을 터트리며 아르텐시오의 품 안에 안긴 채 싱글벙글 웃는 루시아렌. 이름을 받은 자신의 딸의 사파이어 빛으로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아르텐시오가 기쁜 목소리로 딸의 귓가에 속삭인다.

"렌, 참으로 예쁜 단어를 받았구나. 이름을 받은 것을 축하해 나의 사랑하는 딸, 루시."

해맑게 웃는 루시아렌, 아직은 어리기만 한 그녀의 사파이어처럼 반짝이는 눈동자가 더없는 기쁨을 표현해오고 있다.

-Guardians of Dragon Nest-

============================ 작품 후기 ============================

구작을 보신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구작의 편수 기준 후반부에 나와야 할 부분을 앞으로 옮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신작에서는 루시아렌이 메인 히로인에서 제외 됩니다(눙물)

아, 모두 지난 일이니 흥분은 가라 앉히셔요, 대신에 드-비샤를 준비했습니다.(후후...)

3시간 20분 후, 23시 50분에 9편 더 업데이트 됩니다!

====================

리코멘 -*

장미십자가 50연참!

= 저... 50연참하면 한 이백퍼 확률로 쓰러질 것 같은데옄ㅋㅋ(ㅋㅋㅋㅋㅋㅋ)

구름터의버들 다시 달려보자!!!!!!!!!!!!!!!!!

= 다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르니아 기대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rrrt1234 나왔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엔틱보이 기대하고 있어요! 선추코 꾹!

= 사랑해요! 뿅뿅!

Sohnen 탑승

= 철컥(좌석에 손발을 묶는다.). 이제 저랑 함께 가시는 겁니다(으흐흐).

아르세닉 예전 버전 1화를 잠깐 본 것 같은데, 새로 나왔네요. 기대해 볼게요.

= 열심히 하겠습니다!

BanaBanana 업서 -> 없어. 업고->없고

= 채팅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작성한 건데... 보기 안 좋다면 그냥 맞춤법 바르게 할게요 ㅇ,ㅇ;;

페이탈리스 흠흠 저게 제가 맞다면 오타입니다! 아 근데 저게 더 간지나보이네?!

= 채팅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일부러 오타로 작성한 건데... 안 좋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 고쳤어요(유유).

天空意行劍 일단선작

= 감사합니다! 다시 뵈어서 너무 좋아요!

천화백부 우선 선작부터 하겠습니다.. ㅎㅎ..

= 우선 오신 김에 좀 묶겠습니다.. ㅎㅎ..(!?)

LunaticF 오오 드디어 떴네양.

= 넵넵! 다시 뵈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adep 오 떳군요 첫 코

= 첫코 사랑해요 뿅뿅! 다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