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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을 자아내는 여신
[드래곤 둥지의 수호자들]
Start.
사파이어 빛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는 눈앞의 소년을 반짝이는 눈동자로 응시하며 의기양양한 어조로 말을 꺼내었다.
"너는 약해! 그러니까... 루시아가 지켜줄 거야. 그러니까! 커서 어른이 되면 나랑 결혼해, 레이어드!"
탱그랑 -! 팅- 팅- 탱...
자기도 모르게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년의 옷자락에 스친 포크가 테이블 밑바닥으로 떨어지며 작은 소음을 흘렸다.
"루... 루시아, 결혼이라니?"
"네가 들은 그대로야! 어른이 되면 나랑 결혼해, 레이어드!"
앙증맞은 주먹을 꽈악- 쥐며 소리치는 소녀. 그런 소녀를 바라보는 소년의 얼굴에 당황이 가득 담겨온다.
"루, 루시아? 갑자기 결혼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소년의 얼빵한 말투에 또 열이 받은 것인지 소녀의 고운 이마 위로 작은 혈관이 볼록- 튀어나온다. 소녀가 자신의 작고 가느다란 새끼손가락을 소년의 눈앞으로 내밀며 목청을 높인다.
"내가 그렇게 정했으면 그걸로 된 거야! 약속해!"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참이나 우물쭈물하는 소년이 답답했었던 것 같다. 자진해서, 망설이는 소년의 새끼손가락을 잡아서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건다.
"자, 이걸로 레이어드는 어른이 되면 루시아랑 결혼하는 거야!"
"...으... 으응, 알았어."
의기양양하게 말하며 쾌활한 미소를 짓는 소녀를 잠시 멍- 하니 바라보던 소년이 결국 졌다는 듯이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함께 웃어 보인다. 둘 사이의 어색하고도 어두워졌던 침묵은 사라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다시금 돌아왔다는 것에 루시아는 매우 만족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Guardians of Dragon Nest-
콰앙 -! 우지직!
아기자기한 벽돌집, 그 입구에 달려있던 문짝이 부서지며 험하게 나뒹군다.
"하아... 이걸로 2700번째의 문짝이 박살 난 건가....."
이제는 포기했다는 듯이 한숨을 지어 보이는 소년은 어느새 전보다 머리 하나만큼이나 키가 자라있었다. 그렇게 부서진 문짝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는 그때, 맑은 목소리가 소년의 귀에 들려온다.
"레이이이 -! 나 왔어!"
허리 부근까지 내려오는 사파이어 빛 머리카락에 햇빛이 부딪혀 찬란하게 빛난다. 전보다 키도 훌쩍 커버렸고, 2차 성징의 영향으로 볼록- 나오기 시작한 젖가슴 덕분일까. 소녀의 모습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숙녀로 변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루시아였다.
"아, 2700번째로 새로 달은 문이 박살이 나자마자 네가 왔다는 건 짐작했다만."
그런 아름다운 소녀를 눈앞에 두고도, 소년은 보는 둥 마는 둥 한 채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런 소년의 반응이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닌지, 소녀는 섭섭한 기색 하나 없이 씩씩한 웃음을 터뜨리며 들고 온 바구니를 소년에게 흔들어 보인다.
"레이이- 내가 뭘 가져 왔게에 -?"
"음... 오늘이 화요일이니까 분명 고기를 한가득 가져왔겠군."
고개를 돌려 달력을 살펴본 소년이 건성건성 대답하자, 소녀가 놀랐다는 듯 탄성을 터뜨린다.
"와아! 이제 투시라거나 예언 같은 능력이 생긴 것 아냐? 레이도 드디어 새로운 능력이 생긴 것일까 -?"
"전혀, 네가 화요일마다 들고 오는 게 고기라서 짐작했을 뿐이야."
고개를 가로저으며 어깨를 으쓱이는 소년에게 '쳇- 재미없기는' 하고 입을 비죽이 내민 소녀가 주방으로 달려가 식탁 위에 바구니를 쿵! 하고 내려놓는다.
"화요일은 고기야! 이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고!"
"네... 알겠습니다, 보나 마나 전능하신 루시아님께서 정한 섭리 시겠죠."
피식- 미소 지으며 말하는, 소년의 악의 없는 비아냥거림에 루시아의 이마 위로 혈관이 볼록- 튀어나온다.
슈욱- 슈거걱!!!
소년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자마자, 그 위로 루시아가 던진 식칼이 날아가 반대편의 벽에 깊숙이 파고 들어간다. 다시 고개를 들고 마치 원래부터 벽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꽂혀 있는 식칼을 보고 잠시 몸을 떨던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나 벽으로 다가간다.
스으으으- 끼이이잉-
벽은 단단한 벽돌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빼내기도 힘 들 뿐만 아니라 기이한 소음을 내며 식칼을 물고 늘어지기에 회수하는 데에 꽤 고생하는 소년이다. 이윽고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간신히 식칼을 꺼낸 소년이 루시아에게로 다가가 식칼을 건네준다.
사파이어 빛 눈동자를 부라리며 소년을 째려보고 있던 루시아가 그가 건네주는 식칼을 받아 들고는 반대쪽 손으로 식칼의 날을 잡고 정신을 집중한다.
구우우웅-
묘한 소리와 함께 식칼의 날이 새빨갛게 달구어지고, 루시아가 손가락으로 날을 슬슬- 다듬으니 벽돌과 씨름 하느라 이가 빠져 버린 식칼의 날이 다시 날카롭게 벼려진다.
그 모습을 보던 소년이 작게 몸을 떨며 시선을 회피하자, '다음은 너야' 하며 무서운 소리를 내뱉는 소녀다. 그에 소년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보이기에, 소녀는 푸하핫- 하고 명랑하게 웃어 젖혔다.
이윽고 새롭게 태어난 식칼과 함께 고기를 다듬는 루시아. 퍽-!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고기가 다듬어지는 것이 아니라 박살이 나는 소리가 소년의 집 안 가득 울려 퍼진다.
이러한 상황이 한두 번도 아니어서 그랬었던 것인지, 소년은 의자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다. 이윽고 고기를 다듬는 작업이 끝난 것인지, 소녀가 다듬어진(?) 고기 조각들을 바라보며 정신을 집중하자, 한때 고기였었던 박살 난 파편들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번, 타겟.(Burn, target)"
그리고 이어지는 불 쇼. 공중으로 떠오른 고기들이 제각각 거센 화염을 매달고 타오른다. 소년이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덮고는 소녀가 요리... 하는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루시아가 더욱 열심히 요리... 에 몰두한다.
"그 정도면 다 익었을 것 같은데?"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아차! 싶어 시전 중인 화염 마법을 서둘러 거두어들이는 루시아. 그런 소녀를 보던 소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한 번 절레절레 젓고는 다시금 책을 펴고 독서에 열중한다. 아무래도 소년의 태도로 보아 하건대 소녀가 요리한답시고 음식들을 태워 먹은 일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이어지는 식사 시간.
조용히 식사하는 소년의 태도와는 반대로 루시아는 끊임없이 말을 걸어온다.
"저기, 레이. 이 정도면 나 신부감으로 최고 아니야? 얼굴도 예쁘지, 몸매도 좋지, 요리도 잘하지. 그치그치?"
"...다른 건 몰라도 마지막은 동의하기가 좀 힘든데."
슈욱- 슈거걱!
말을 꺼냄과 동시에 소년이 오른쪽으로 몸을 급히 숙이며 회피하자, 소년이 있었던 곳을 빠르게 지나가서는 그대로 벽에 꽂히는 나이프다.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온 소년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도로 식사를 다시 시작하니, 씩씩거리던 소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는 신경질적인 걸음으로 벽으로 걸어가서 나이프를 뽑아내고는 자신의 자리로 다시 돌아와 앉는다.
"아니, 왜! 나 정도면 훌륭하잖아! 이래 봬도 나한테 벌써 찝쩍대는 녀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축하할 일이네."
담담하게 대꾸하는 소년을 보고 '이이익- '하고 미간을 찌푸리는 소녀. 미간에 주름이 잡힌 것을 본 소년이 손을 뻗어 소녀의 미간을 슥슥- 문지른다.
"너 이런 표정 계속 짓고 있다가 주름이라도 잡히면 시집가기 힘들어진다."
"...그야, 나는 레이한테 시집갈 거니까! 주름살 정도는 예물이라고 생각하던가!"
"...방금 그 말은 네가 생각해도 좀 억지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 몰라!"
훽-! 하고 고개를 돌려 버리는 루시아를 보고 쿡쿡- 소리죽여 웃던 소년이 웃음을 멈추고는 루시아를 진지하게 바라본다.
"루시아, 나는 돌연변이인 데다가 가진 힘도 너무 나약해. 나와 결혼하면 넌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야."
"저언혀! 상관 없거든요오 -! 뭐, 남편이 비실거리면 어때, 내가 이렇게 강한걸! 둘 중 하나만 강하면 되는 거 아니야?"
소년의 진지한 어투가 듣기 싫다는 듯이 입술을 비죽- 내미는 루시아. 그런 그녀를 보고 다시금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을 이어 나가는 소년이다.
"루시아가 말했던 대로. 루시아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빠질 데 하나 없고, 요리... 는 모르겠지만... 여튼 간에 너라면 좀 더 좋은 드래곤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왠지 뭔가 거슬리는 문장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순전히 기분 탓이야?"
"그... 글쎄, 어찌 되었든 간에. 내 말 알아듣겠어, 루시아?"
"헹 -! 알까 보냐!"
고집스레 입을 비죽이는 루시아를 보며 소년이 이마를 짚고는 '휴, 아직도 어린애라니까'라고 중얼거리고는 다시금 몸을 황급히 숙이며 회피한다.
슈우욱- 슈거걱!
아니나 다를까, 소년이 앉아있던 자리를 지나쳐 벽 깊숙하게 파고 들어가는 포크. 포크의 생김새로 보면 저렇게 뿌리까지 박혀 들기는 힘들 것 같은데, 한두 번 본 것도 아니지만 볼 때마다 경악이 터져 나올만한 기술이다. 아니, 그냥 힘이 무식하게 센 것일지도.
작게 혀를 차며 원래의 자세로 돌아온 소년이 씩씩대고 있는 루시아를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루시아. 몇 번이고 말했지만, 나는 여성스럽고 어른스러운 여자가 더 좋다고. 루시아는 나랑 성격이 맞지 않아."
"레이. 몇 번이고 말했지만, 나는 레이가 좋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더 말해야 알아들을 거야아!"
루시아가 소년이 한 말을 흉내를 내며 바꾸어 말하다가, 말하는 도중 열이 받히는지 빽-! 소리 질러온다. 그에 소년이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귀를 막는 행동을 취하자, 손으로 귀를 막아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소녀였다.
"싫어어어! 난 레이한테 시집갈 거란 말야! 싫어어어!!"
"으... 으윽...! 아, 알았어, 알았어.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
"다음에는 또 뭐야아아! 싫어어엇!"
루시아가 고개를 마구 저어대자, 그 사파이어 빛 머리카락이 찰랑찰랑 폭포수처럼 흔들리며 박살이 나 있는 입구에서 들어오는 저녁노을에 더욱 아름다운 빛을 발산한다. 이러한 아름다운 머리카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도 어린애처럼 끝까지 고집을 피우는 소녀를 난처하다는 듯 바라보던 소년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Guardians of Dragon Nest-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그러나 내 고개는 누군가가 잡아 돌리기라도 한 것처럼 저절로 엑시투스 여신 쪽으로 돌아갔다.
"자! 잠깐 여기 보라고."
"...또 뭘 하시려는 거죠?"
나의 물음에 작게 킥킥- 웃은 엑시투스가 손을 한 차례 휘저었다. 그 모습을 보자, 무언가 불안한 마음이 들어왔다. 이 못돼먹은 여신이 또 무언가 안 좋은 일을 꾸미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자, 그럼 다시 화면을 보실까요?"
다시금 알 수 없는 힘에 고개가 저절로 돌아가고, 나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자리하고 있었다.
붉게 물든 가구, 조그마한 시냇물처럼 흘러내리는 붉은 물줄기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선이 향한 대상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져 있는 짙은 남색 머리카락의 청년.
레이어드였다.
"무... 무슨...?"
당황한 나의 목소리 위로 엑시투스가 '너무 재미있어!'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한 차례 더 휘젓는 소음이 들려왔다.
-Guardians of Dragon Nest-
"루시아, 정신 차려! 이제 그만 하라고!"
"......"
레이어드를 바라보고 있는 루시아의 눈동자는 정상이 아니었다. 섬뜩한 기운이 그 찬란하게 빛나던 눈동자를 덮어씌운 채로 마구 날뛰고 있었다.
"루시아!"
청년의 비명과도 같은 부름에도, 루시아의 사파이어 빛 눈동자 안에서 날뛰고 있는 섬뜩한 기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콰아앙 -!
레이어드의 몸이 다시 한 번 크게 뒤집혔다. 울컥 피를 쏟아내는 그를 힐끗 바라본 루시아는 다시금 어딘가를 향해서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루... 루시아... 아... 안 돼..."
청년의 신음을 들은 것인지, 루시아의 발걸음이 뚝- 멈추었다. 이윽고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자비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왜,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 나랑 결혼하기로 했잖아, 레이."
"...사, 사랑하는... 이가 생겼다고... 말했잖아... 루시아... 제발... 제발 정신 차려."
"하, 웃기지도 않아. 어릴 적의 약속은 다 어디로 팔아 치운 거니?"
"...그건... 어릴 적..."
"장난하는 거야!? 지금 이 자리에서 널 죽일 수도 있어! 신중히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크윽..."
벌어진 상처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청년의 상처를 잠시 말없이 바라보던 루시아가 다시금 몸을 돌려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어, 어디 가는 거야... 아... 안 돼..."
"그 망할 년을 내 손으로 직접 죽이러 가는 거야! '드-비샤'라고? 그 년을 죽이면 너도 날 사랑하게 되겠지, 분명히 그렇게 될 거야! 레이는 나만을 사랑해야 하니까!"
"루시아... 그, 그렇... 큽... 우웁!"
레이어드가 그녀를 말리려다가, 입에서 한 움큼의 피를 울컥- 쏟아낸다. 그런 그의 모습에도 루시아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만하거라, 루시아렌."
천둥과도 같은 위엄이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능적으로 휙- 고개를 돌린 루시아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중년의 사내, 드래곤 로드가 서 있었다.
"네가 하는 행동은 도를 지나쳤구나, 거기까지만 하거라."
"...저를 막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로드?"
"이쯤에서 중지한다면, 보다 좋게 끝날 수 있다."
"그럼... 계속한다면 안 좋게 끝나겠네요?"
"......"
도발적인 표정과 어투로 자신을 바라보는 루시아렌의 눈동자에 날뛰는 사나운 기운을 본 드래곤 로드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이미 기세를 올리기 시작한 루시아렌의 주위로 칼날처럼 사나운 기류가 생성되어 주변의 모든 것들을 파괴하고 있었다.
슈아아아- 슈카가각 -!
"루시아렌..."
로드의 표정이 한층 더 굳어졌다. 루시아렌의 힘은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성장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아직 어린 해츨링이었기에 이 정도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가 가진 힘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리라. 그렇게 생각한 드래곤 로드는, 이미 지근거리까지 다가오고 있는 루시아렌의 힘을 느끼고는 자신도 힘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센 두 기운이 부딪혀 파도처럼 주변을 휩쓸어 간다.
콰아앙! 쿠아앙! 콰과광!
천지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지상에 숨 쉬는 모든 존재가 비명을 내뱉으며 살기 위해 도망친다. 지상 위에 군림하는 두 절대자의 부딪힘은 그 정도로 여파가 어마어마하였다.
콰광! 콰과과광!
수 차례 부딪히기를 반복한 후, 흙 먼지가 날리는 덕에 제대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던 레이어드의 시야에 피투성이가 된 드래곤 로드의 모습이 들어온다.
"로... 로드님...? ...크읍...!"
마치 다른 이의 상태를 걱정할 처지도 안 된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다시금 입을 통해서 울컥 쏟아져 나오는 피를 허망한 눈으로 보다가, 로드가 서 있는 곳을 바라본다.
드래곤 로드의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 입고 있던 옷은 이미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아니, 터져 버린 것과 같아 보였다. 너덜거리는 옷의 아래로 보이는 로드의 피부는 격돌로 인하여 생겨난 환부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피로 진득하게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로드의 앞에는 만신창이가 된 루시아가 쓰러져 있었다.
-Guardians of Dragon Nest-
============================ 작품 후기 ============================
11화를 돌파하시면 조금씩 가벼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