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 / 0311 ----------------------------------------------
비극을 자아내는 여신
[드래곤 둥지의 수호자들]
Start.
또다시 '드래곤 답게' 생각했다. 그 생각은 뼛속까지 자기중심적이었다. 처음에는 루시아를 걱정하는 생각이었는데,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자기 자신을 걱정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합리화일지는 모르지만, 자신은 분명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라 루시아의 상태였다. 자신의 삼백 년 지기 친우가 정신이 오락가락한다면 곤란한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레이어드의 옆에는 언제나 루시아가 함께했다. 그녀는 이미 친구 이상의 자리를 레이어드의 마음속에서 차지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녀가 미쳐 버린다면 그 상실감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을 정도이리라.
예전에도 루시아가 찾아와 레이어드에게 '화요일은 고기'라며 언제나와 같은 주장을 하며 주방에서 요리를 빙자한 마법을 난사하던 날이었다. 그래도 몇백 년간의 반복된 생활이 허투른 것만은 아니었는지, 이제 루시아는 레이어드가 딱히 지적해주지 않아도 음식을 홀랑 태워 먹는 일은 만들지 않았다. 그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그리고 현재는 너무도 평화로웠지만, 이 전에 보여주었던 루시아의 생각과 행동은 정상의 범위를 지극히 벗어난 것이었기에 불길함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를 않았다.
처음 루시아가 그런 이상한 행동을 보였을 때는 그저 집착이라 생각했었다. 너무도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지내다 보니 소유욕이 생겨난 것을 착각하여 집착이라 치부했었다. 그러나 그 집착의 정도는 레이어드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한참이나 벗어난 것이었고, 결국에는 드-비샤를 공격했던 날의 일처럼 돌이킬 수 없는 비극 또한 만들어 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던 레이어드는 자신이 무언가 중요한 것을 빠뜨린 채 생각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과연 루시아가 이상한 행동과 생각을 밖으로 보였던 때가 자신이 드-비샤와 연인 사이가 될 때가 처음이었을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쓸데 없는 생각이라고 털어버리려 했지만, 계속해서 떠오르는 기억들은 쓸데 없는 생각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사실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발버둥 쳤다.
그 기억들을 받아들이자, 레이어드의 몸이 작게 떨렸다.
'루시아가 미쳐가기 시작한 것은 드-비샤와의 일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였다.'
확실한 증거라던가 하는 것은 없었지만 확실했다. 감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떠오르는 기억이 조금씩 살을 붙여 하나의 명제를 완성하고, 제 생각이 감이 아니라 확실한 사실이라며 일제히 가리키고 있었다.
'루시아는 훨씬 오래전부터 미쳐가고 있었으며, 지금도 미쳐가고 있다.'
두려웠다. 사실로 드러나 자신의 몸을 압박해오는 수많은 기억들이 머릿속을 흔들고 들이쉬는 숨을 막으며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요리를 마치고 명랑한 걸음걸이로 걸어와, 자신과 레이어드의 식탁 위에 접시를 내려놓으며 미소 짓는 루시아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뒤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들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불과 며칠 전에도 루시아는 요리 중에 '실수로' 냄비 하나를 폭파해 버렸다. 요리를 태워 먹지 않은 것만으로도 많이 발전했다고 했지마는, 그 강인한 힘을 가진 챔피언급 드래곤이 힘을 잘못 조절하는 둥 실수를 연발하는 것이 과연 평범하고 정상적인 것일까? 평소에는 '루시아니까' 하며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이 더는 당연하지 않은 의구심으로 다가왔다.
얼마 전에 함께 산책하러 나갔을 때에도, 한참 즐거운 기분으로 산책하던 도중에 루시아가 갑자기 손을 들고는 콧노래를 부르며, 시야 저 멀리에 보이는 숲 하나를 전격 마법으로 날려 버렸는데, 과연 이게 정상적인 일인 것일까?
혼란스러움이 가라앉고, 확신이 자리 잡았다.
'루시아는 미쳤다.'
"그래... 친구로 지내자..."
"응... 고마워, 레이."
그 후로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Guardians of Dragon Nest-
친우에게 찾아온 불행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지만, 그는 친우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루시아가 일정으로 인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로드에게 찾아갔다.
레이어드의 말을 모두 들은 로드는 한참이나 말 한마디 없이 침묵을 지켰다. 그렇게 오랫동안 말없이 눈을 감고 고뇌하는 듯 보이던 로드는 그 후로도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눈꺼풀을 무겁게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루시아렌의 가장 옆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켜봐 왔던 네가 하는 말이니 확실한 것일 테지."
로드는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어조로 레이어드의 의견을 지지했다. 이로써 의견은 사실이 되었고, 둘은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나 드래곤들에게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적은 거의 전무 했기에, 좋은 방법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후로도 레이어드는 틈이 날 때마다 로드를 찾아가서 루시아에 대하여 상의했다. 딱히 이렇다 할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던 채로 시간만 흘러가고 있던 차에, 그 일은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일어났다.
결국, 자기자신을 뒤흔드는 감정을 루시아가 주체하지 못하고 광기를 마구잡이로 밖으로 표출해버린 것이다. 그 날 레이어드는 처음으로 루시아가 본체화한 모습을 보았다. 아름다웠다. 그 거대한 몸체가 어떻게 아름다움을 발산하는지는 이해하기가 힘들었으나, 보는 순간 그렇게 느꼈다. 쭉 뻗은 몸체는 여느 드래곤보다 날렵하고 늘씬했으며, 본체의 비율은 지금껏 보아왔던 그 어떤 드래곤보다도 균형 잡혀 있었고 또한 넓게 펼쳐진 날개는 춤을 추듯이 부드럽게 펄럭이고 있었다.
다만, 그 아름다운 블루드래곤은 미쳐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루시아. 그녀의 입은 정말로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대지가 뒤흔들렸고, 숲이 재로 변했으며 산과 강이 구슬프게 울부짖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루시아의 눈에 띄는 것은 모두가 찰나의 순간 만에 한 줌의 재로 바뀌어 버렸다. 레이어드가 어떻게든 그녀를 말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그녀의 앞을 막아섰지만, 그녀는 레이어드를 보고 코웃음 치며 그를 거의 죽기 직전의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그때 나타난 이는 거대한, 그 크기만으로도 모든 이를 압도할 만큼 거대한 늙은 드래곤이었다. 드래곤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강해지는 종족이었다. 더군다나 수명의 끝을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늙은 고대룡의 힘은 무시무시할 정도이였기에 이제는 드래곤 로드를 넘어섰다고 추정되는, 챔피언급 드래곤인 루시아를 압도했다. 그렇게 천지가 울부짖을 정도의 전투가 끝난 뒤에 쓰러져 있는 이는 놀랍게도 루시아였다.
노룡도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쓰러져 있는 루시아의 상태를 살피고는 노룡에게 다가가 감사의 인사를 표하는 레이어드에게 노룡은 희미하게 웃어 보이며 말을 건네었다.
"아이야. 이 늙은이가 보기에 저기 누워 있는 아이는 많이 아픈 상태로구나."
노룡의 다정한 어조의 말을 들은 즉시, 레이어드는 예감했다. 이 노룡은 루시아가 미쳐버린 것을 짐작했다고. 아니, 수명이 거의 다한 노룡은 신과 대적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으니, 그 말이 맞다면 짐작만이 아니라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일 터였다. 레이어드가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목 뒤로 넘기자, 노룡이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저 아이는 가지고 있는 힘을 몸이 감당하지 못해서 저렇게 많이 아픈 것이란다. 원래는 나쁜 아이가 아니야. 부디 네가 이 점을 이해해줄 수 있으면 좋겠구나."
노룡의 혜안에 감탄한 레이어드가 경건한 마음으로 고개를 깊이 숙여 보이자, 희미하게 웃던 노룡의 시선이 루시아에게 향한다.
작은 빛무리가 루시아의 주위를 맴돌자, 그녀의 몸에 난 심각한 상처들이 조금씩 아물어 갔다. 그리고 루시아는 노룡의 의지로 강제로 인간의 형태로 돌아왔으며, 레이어드의 귀로 들리는 그녀의 숨소리 또한 편안해져 갔다.
그리고 노룡이 작게 숨을 들이켜고 루시아를 뚫어지게 바라보자, 루시아의 몸 주위로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빛이 루시아의 몸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노룡의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져 가고 있었지만, 그 신비로운 빛에 넋을 놓고 있던 레이어드가 그것을 알아채는 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노룡의 숨소리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레이어드가 황급히 그를 바라보니, 노룡은 어느새 그 거대하던 크기가 절반의 규모로 줄어들어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크기가 작아지다니, 자신이 알기로 본체 상태인 드래곤의 크기가 작아지는 경우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수명이 다한 경우.
방금까지만 해도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듯 날뛰던 루시아를 압도하던 노룡이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되었다. 노룡에게 은혜를 입었는데 제대로 된 감사도 하지 못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에 짤막하게 감사를 표했을 뿐이다. 루시아가 깨어나면 그녀도 분명 노룡에게 감사를 표할 것이다.
그렇게 불안함을 억누르며 노룡을 바라보고 있자, 노룡이 다시금 입을 열어왔다.
"이 늙은이가 가지고 있는 힘으로 저 아이의 몸을 조금 바꾸어 놓았단다. 아마도 저 아이가 지금처럼 아파하는 일은 앞으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겠지, 그리고."
거기서 말을 잠깐 끊은 노룡은 잠깐 망설이는 듯하다가, 허허- 하고 웃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레이어드를 바라보았다.
"저 아이가 가지고 있는 힘이 너무도 커서, 이 늙은이가 가지고 있는 힘으로도 조금 벅차기에, 나의 남은 수명을 사용했단다."
그 말을 하는 와중에도 노룡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거대했던 노룡의 몸이 점점 줄어들어 어느새 바로 앞에서도 조금만 고개를 꺾으면 그 머리가 보일 정도로 작아졌다.
청천벽력 같이 쏟아져 나온 노룡의 말에 레이어드는 경악했다. 저분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그런 생각이 레이어드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마법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레이어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노룡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자신의 무력함을 원망했다. 그런 레이어드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은 노룡은 다시 말을 꺼내었다.
"그리고, 아마 저 아이...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종족 재판에서 적어도 일천 년 정도는 봉인하는 것으로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그 내용에 다시 경악하던 레이어드에게 노룡이 허허- 웃어 보인다.
"그러니, 이렇게 하자꾸나. 이 늙은이가 저 아이의 힘을 두려워한 나머지 목숨을 취하려 들었고, 결국 저 아이가 참다 못해서 이 늙은이에게 저항하다가 결국 살해 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렇게 하면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저 아이는 처벌받지 않을 게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은인을 죄인으로 만들라니. 결코, 있을 수 없었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레이어드는 결코 안 된다며 강하게 부정의 뜻을 내보였다. 그러나 노룡은 자신의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정 뜻을 따르지 않겠다면, 조금 아쉽기는 하다만은 앞으로 십 분 정도 남은 늙은이의 생명력을 마저 사용해서라도 너와 저 아이의 기억을 바꾸어 놓아야겠구나. 허허."
그 말에 담긴 확고한 의지에 레이어드는 고민했다. 이대로 노룡을 보내는 것도 평생 죄스러워할 일인데, 노룡이 말한 대로 그를 죄인으로 만들어 버리면 그것은 더욱 큰 죄책감으로 따라올 것이다.
그러나... 노룡이 자신들의 기억을 바꾸어 놓는다면.
그때에는 자신들이 몰라서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노룡은 '진짜' 죄인이 되어 버릴 터였다. 전자의 경우에는 루시아와 자신은 노룡을 은인으로 모시며 평생 기억하고 감사하고 죄송스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그 아무도 노룡이 두 어린 해츨링에게 베풀어준 이 하해와 같은 은혜를 기억조차 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지만... 또 다른 방법이 있었다. 노룡의 뜻대로 하겠다고 한 뒤,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고하는 것이다. 만약 루시아가 일천 년 동안 봉인되는 형에 처한다고 하더라도, 자신도 그녀만을 희생하여 죄책감을 없애지는 않을 것이다. 레이어드 또한 그녀와 함께 봉인형을 자처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레이어드에게 어느새 해츨링 정도의 크기로 작아져 버린 노룡이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건네었다.
"허허, 이 늙은이는 지금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보인단다, 아이야."
레이어드의 얼굴이 부끄러움에 확- 달아올랐다. 그런 레이어드를 보고 다시 작게 웃어 보인 노룡이 고개를 숙여 인간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레이어드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온다.
크기가 작아진 노룡의 모습은 다소 초라했다. 입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길고 덥수룩한 수염들과 점점 떨어져 나가고 있는 비늘들. 그리고 비늘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는 깊게 파인 주름들이 가득했다.
노룡이 레이어드와 눈을 맞추며 다정하게 눈을 깜빡였다.
"이 늙은이가 조금 치사한 짓을 하더라도 용서해줬으면 하는구나 아이야."
그렇게 레이어드를 향해 웃어 보인 노룡이 표정을 진지하게 굳혔다. 그리고 지금껏 들어왔던 다정한 노룡의 목소리가 아닌, 천지가 진동하는 크기의 강대한 마력을 지닌 목소리로 크게 외친다.
"나, 고대룡이자, 실버 드래곤인 멜그라스는 드래곤의 이름으로 약속하겠다. 이 아이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나 자신의 의지로 나의 몸과 영혼이 언데드화하여 편안히 잠들지 못하게 되리라."
레이어드는 또다시 경악했다. 눈앞의 노룡은 드래곤의 이름을 건 약속을 정식으로 행하였다. 게다가 자기희생에 관련된 내용이니 분명 그 약속은 철저히 이루어질 것이었다. 그렇게 세계 전체가 강대한 노룡의 자기희생의 약속을 받아들였다는 듯이 한 차례 진동했다.
레이어드는 그 자리에 엎드려 이제는 자신의 키만큼 작아진 노룡에게 큰절을 올렸다. 노룡은 약속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조금 전에 레이어드에게 부탁했던 내용과 같이 반복해서 말하고는, 다시 다정해진 눈길로 자신에게 절을 하고 있는 레이어드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마지막을 지켜봐 주는 아이가 있어서 가는 길이 쓸쓸하지는 않을 것 같구나."
노룡의 다정한 목소리에 엎드려 절하고 있는 레이어드의 어깨가 부르르- 떨려왔다.
"울지 말 거라 아이야, 이 늙은이는 후손들이 즐겁게 웃는 모습을 보며 가고 싶구나."
레이어드의 어깨의 떨림이 점점 더 심해지고 울음을 억지로 참는 소리가 노룡에게까지 들려왔다. 노룡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허허- 웃고 있으니, 레이어드가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얼굴을 들어 노룡을 바라본다. 노룡은 어느새 엎드려 있는 레이어드와 눈높이가 같아질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레이어드는 눈물과 콧물로 범벅된 얼굴로, 부들부들 경련하고 있는 얼굴 근육을 움직여 억지로 웃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멜그라스님!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엉망이 된 레이어드의 얼굴을 보며 또 한 차례 웃어 보이는 노룡의 몸이 계속해서 줄어들어 간다.
"허허, 웃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건만 엉망이 되어 버렸구나, 아이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점점 줄어들어 손바닥만 하게 작아진 노룡이 환하게 웃어 보인다.
"그래도 덕분에 오랜만에 크게 웃었구나, 아이야. 즐거운 기분으로 갈 수 있어 이 늙은이도 기분이 매우 좋구나. 부디 행복하게 살 거라."
그 말과 함께 노룡은 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레이어드는 수명이 다한 드래곤의 자연사를 눈앞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그렇게, 노룡은 숨을 거두었다.
-Guardians of Dragon Nest-
============================ 작품 후기 ============================
11화를 돌파하시면 조금씩 가벼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