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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둥지의 수호자들-50화 (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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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히스트 길들이기

[드래곤 둥지의 수호자들]

Start.

로하트린의 눈가에 서린 공포는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것처럼 같은 자리를 쉼 없이 맴돌며 어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

공포에 물든 로하트린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못 들은 것처럼 덜덜 떨기만 하던 그녀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니... 저는... 아... 모르겠어..."

"나도 네가 단번에 지금 상황을 이해 하리라고 생각한 건 아니야. 그래도 지금까지의 일들을 주욱 돌이켜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거야."

"......"

나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주욱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콸모쿠와 함께 있던 나를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을.

"콸모쿠와 내가 산 속에서 야영을 하고 있을 때에 너를 처음 만났었지, 그 때에 콸모쿠는 분명 큰 부상을 입은 상태였어."

"...그건 맞는 말이야... 그 오크는 움직이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피범벅이 되어 있는 상태였지."

"그러던 콸모쿠가 야영지에서 하룻밤을 자고난 후에는? 녀석의 몸에 나 있던 상처들은 모두 회복된 후였지, 오크의 회복력이 그 정도로 강력했었던가?"

"...아니, 그 정도로 괴랄한 회복력을 지닌 것은 '트롤' 뿐이야."

"그래, 녀석은 트롤이 아니라 오크였어. 그런데 하룻밤 새에 그 큰 부상들이 모두 회복되었고, 티티카의 호수에 들러서는..."

거기까지 말하고 티티카를 바라보자,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는 하던 말을 마저 이어 나갔다.

"티티카는 그 호수에서 무려 천 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살아왔으면서도 실체화를 하지 못하던 상태였어. 그런데 나와 콸모쿠가 그 호수에서 씻은 후부터 갑자기 실체화를 할 수 있게되었고, 게다가 비기라는 둥의 강력한 기술을 남발하곤 했었지."

"큭큭큭... 이 몸의 비기는... 아! 지, 지금은 진지할 때닷!"

다시 어두운 웃음을 흘리다가도 정신을 퍼뜩 차리고 얼굴을 진지하게 굳히는 티티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당시에 콸모쿠가 했었던 이야기를 꺼내었다.

"너도 기억하고 있을 거야, 분명 콸모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수에서 티티카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었지. 저 아이는 용족의 기운을 토대로 급작스레 성장할 수 있었던 거야."

"......"

로하트린이 잠시 그 때의 일을 회상하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녀의 몸이 여전히 떨리고 있는 것을 봐서는 아직까지 눈 앞으로 다가온 충격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만 같아 보였다.

"그리고 패틀렝 시에서 티티카와 합류하게 되었고, 홀든 마을에서 핑크 고블린들에 대한 의뢰를 받고 핑크 타워로 향해서 여기 베스페르를 만나게 되었지."

"...맞아요... 처음에야 저도 모르고 있었지만... 레이어드님께서 '드래곤 피어'를 사용하시는 순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저 같은 중급마족과는 차원이 다른 강대한 종족... 드래곤이 눈 앞에 있다는 것을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베스페르를 본 로하트린의 표정이 점차 굳어져 가다가, 천천히 그 연분홍빛 입술을 열어 힘겹게 말을 꺼내었다.

"...그럼... 저기 서큐버스를 굴복시킨 것이... 온전히 그... 정... 정력으로 제압한 것은 아니라는 소리인 거네."

"그래, 애초에 인간은 서큐버스의 색기를 감당할 수 없어. 꿈 속에서 조차 그녀에게 정기를 일정 시간 이상 빨린 이는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바싹 마른 미이라로 변해 버렸었지."

"......"

"그리고, 내가 홀든에서 '피어'라는 기술을 사용했던 것을 너도 보았을 거야."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는데... 하... 내가 멍청했네..."

"아니, 그 때 너는 베스페르가 시전한 '현혹' 스킬에 걸려 있었어."

"...내가... 현혹 되어 있었다고? ...언제, 어떻게? 전혀 눈치 채지도 못하고 있었어."

사실이었다, 로하트린이 대충 얼버무리는 나의 말을 손 쉽게 믿고 넘어간 것은 그저 그녀가 멍청하고 순진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베스페르에게 몰래 내린 지시를 통하여 그녀는 '현혹'되어 있었고, 따라서 내가 하는 말을 그토록 쉬이 믿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한 방 먹어 버렸네... 중급 마족이라도 서큐버스는 별 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언제 그런..."

"아무리 몽마라고는 해도, 그녀는 엄연한 정신계열의 마법을 사용하는 중급 마족이야. 인간으로서는 그녀의 마법에서 벗어나기는 커녕 눈치 채는 것 조차 쉬운 일이 아닐 테지."

나의 말을 듣고 난 로하트린은 조금 분하다는 듯 이를 '빠득 -'갈았다. 그러나 별 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고 있었기에,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참고로 베스페르에게 지시해서 너에게 '현혹'스킬을 사용하게 한 것은 그 때 한 번 뿐이야."

"...아..."

그녀가 우물쭈물하며 어떠한 말을 꺼내려는 것 같아보였기에 선수를 치자, 이내 입을 다물어 보였다. 아마도 현혹에 걸려서 내게 기사의 맹세를 하고 함께 성 행위를 즐긴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을 거라는 나의 짐작은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

"하여, 정리하자면 네가 나에게 기사의 맹세를 하려고 했던 마음가짐과 함께 나누었던 뜨거운 행위는 네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는 것이지."

"...서큐버스... 레이어드의 말이 사실이야?"

"...맞아요... 당신에게 현혹을 사용한 것은 그 때, 단 한 번뿐이었답니다..."

마족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그 가정 하에 베스페르에게 확인을 한 로하트린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의미를 짐작하는 것도 어려운 것은 아니었기에 씨익 웃으면서 손을 뻗어, 그녀의 단발머리를 부드럽게 만지작거리자 움찔- 하면서도 나의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네가 엉덩이를 맞으면서 쾌감을 느끼는 변태라는 건 나와 베스페르가 조작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지."

"...그런 건 추가하지 않아도 돼."

고개를 흔들어 내 손을 털어내며 퉁명스럽게 입술을 내밀어 오는 모습을 보니, 어느 정도 수긍하고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 같아 조금이나마 안심하는 마음이 들어왔다.

"...그건 그렇고, 이 것을 이야기해주는 이유는 암살자들 때문이야."

"...나 때문이네..."

"아니, 너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야."

아무래도 처음에야 내게 방 세와 식비를 제공하면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겠지만, 현재의 그녀는 빈털터리 신세로 암살자들에게 추적을 당하고 있는 아주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러한 이유들로 왠지 풀 죽은 모습이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어왔기에,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말을 잘라내었다.

"나는 네가 마음에 들어, 로하트린."

"......"

나의 말이 입 밖으로 꺼내어지자마자, 로하트린은 얼굴을 붉히며 훽-! 하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 반응이 귀엽기도 했기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자, 다시 분하다는 듯 이를 빠득- 가는 것마저도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가씨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그러니까 암살자들 따위 몇이나 오더라도 상관없어. 나는 지금까지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야. 그리고 '내 것'에는 로하트린 너도 포함 돼."

"......"

"드래곤이 아름다운 것에 욕심이 강한 성격를 가진 것은 너도 알고 있겠지? 나는 네게 욕심을 느끼고 있고, 물론 네게도 그 것을 거부할 권리는 있어."

"...그런..."

"거부한다고 해도 놓아주지 않을 거지만."

"...억지야..."

"인간의 권리는 내게 있어서 한낱 종이 한 장과도 같은 것이니까, 억지라기 보다는 섭리라고 해두지."

"...드래곤들은 참으로 이기적인 종족이네."

조용히 내가 한 말을 곱씹으며 퉁명스레 말하는 것에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의 손을 꼬옥- 감싸쥔다. 움찔- 하고 빼내려다가도 내가 그녀의 손을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 의외로 쉽게 힘을 풀어내는 로하트린이었다.

"그래, 드래곤은 이기적인 종족이지. 그래도 나 정도면 꽤나 인간에게 맞춰주는 용이라고 생각하는데."

"...딱히 부정할 만한 대목은 없네."

조용히 한숨을 내쉬는 로하트린을 바라보며, 입에서 내뱉어지는 한 글자 한 글자에 또박또박 힘을 주어 그녀를 설득한다.

"네가 필요해, 로하트린. 그리고 너도 나를 필요로 하고."

"......"

"기사직을 버리고 도른 영지에서 도망치고 있는 데다가 암살자까지 달라붙고 있는 네게 갈 곳은 딱히 없겠지. 네 부모님께 돌아가는 순간 그 분들도 분명 위험에 처하게 될 테니까, 게다가 이제는 빈털터리 신세가 되었으니 어디 한 곳에 정착할 수도 없는 노릇이겠고."

"...반박할 말이 없는 게 분하네."

이내 다시 한 번 한숨을 크게 내쉰 로하트린이 고개를 돌려 나를 똑바로 마주 봐오는 것에 준비해두었던 마지막 말을 꺼내었다.

"그러니까, 나를 도와주었으면 해. 그리고 내게 협력을 해주는 것으로 너는 드래곤의 기사가 되는 것이지."

"...드래곤 나이트(Dragon Knight)...?"

"그래, 분명 내가 말한 바로는 신분과 종족의 차별 따위가 없는 국가를 만들겠다고는 했지만, 너는 나를 위해 일하는 기사이니... 말 그대로 용 기사가 되는 것이지."

"...용 기사..."

로하트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모든 기사들이 한 번쯤은 꿈 꿀만한 그 단어, 드래곤 나이트. 전설 속에서만 전해져 내려오던 그 단어를 두 귀로 똑똑히 들은 로하트린은 감출 수 없는 흥분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기사의 맹세는 받지 않겠어, 그렇지만 너는 분명 나의 기사가 되는 거야."

"...그게 그거 아니야? ...그 둘의 차이가 뭔데...?"

"기사의 맹세를 한 자는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며 주군을 지켜야하는 의무가 있지. 그리고 그 맹세로 인하여 자신의 생명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된다고 해도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수 많은 기사들이 그 목숨을 주군에게 바쳤어."

"...그건 당연한 거야, 기사의 맹세를 한 자는 목숨을 다 바쳐서 주군을 지켜야해."

"그렇지만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그런 시시한 맹세 따위가 아니야."

"...시시하다니... 기사의 맹세가 시시하다고?"

"그래, 시시해."

뭐라고 따지려는 듯 불만스러운 표정을 띄워올리던 로하트린은 단호한 나의 말투에 그대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너는 내게 힘을 보태어주지만 우리는 협력 관계가 될 거야. 네 목숨이 위험하다면 도망쳐. 주군이 아닌 나를 목숨까지 버려가면서 수호할 필요는 없어."

"......"

"그리고 네가 위험하다면 내가 너를 지켜줄 거야. 드래곤은 인간을 지키지는 않지만, 자신의 것을 지키는 존재이니까."

"......"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자, 로하트린이 눈꺼풀을 살며시 내리고는 생각에 잠겨들었다. 그 길다란 속눈썹이 작게 떨려오는 것이 그녀의 흥분된 감정 상태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으나, 그녀가 스스로 결정하고 생각을 마치도록 하기 위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

이윽고, 생각을 마친 것인지 눈꺼풀을 다시 천천히 들어올린 로하트린이 그 입술을 열어 보였다.

"...좋아, 네게 협력할게. 레이어드..."

"그래, 잘 생각했어. 드래곤 나이트가 된 것을 환영해요, 레이디."

"...뭔가 실감이 나질 않는데?"

"뭣하면 본체화해서 등에 태워줄까?"

"...됐네요, 그건 그렇고... 그래서 그 계획이라는 건 뭔데?"

"간단해, 암살자들에게 지금 공격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똑똑히 보여주려는 것이지."

"...설마... 그 드래곤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거야?"

"맞아."

"그랬다가는 난리가 날 텐데? 미크레온에는 몇백 년 간이나 드래곤이 발견된 기록이 없어."

"그렇다고 암살자들에게 시달리느라 잠도 못 자고... 귀찮음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크게 한 방 먹여주고 떨쳐내는 것이 더 나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어보이는 것에 작게 미소지으며 나의 생각을 그대로 들려주니, 황당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는 그녀였다.

"아서라,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해도 국가 하나를 상대로 어찌할 수 있다고 보는 거야? 암살자 단체와 국가는 그 규모부터가 완전히 틀려. 드래곤의 힘이 어느 정도나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지금까지 봐온 너는 그렇게 강하지 않았어."

"...음... 내 힘이 봉인 되어 있기에 다른 드래곤들에 비해서 나약한 것은 사실이지."

"...봉인... 이라고?"

"응, 봉인."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것 아니야?"

"글쎄, 풀 죽은 표정으로 이야기하기라도 해야했던 건가?"

"...아니, 그건 아니지만."

고개를 가볍게 저어보이는 로하트린의 손을 꼬옥- 붙든 채로, 그녀의 옆에 걸터 앉았다. 그 반동으로 인해 몸을 한 번 꾸잉거리는 티티카를 안아들어 무릎 위에 앉히자, 바둥바둥거리는 젤리 소녀의 감촉이 기분 좋게 다가오고 있었다.

"놔, 놔랏! 지금은 진지해야 할 때닷, 재미있는 놀이를 할 때가 아니란 말이...딩!"

꾸잉-

"아무리 내 힘이 봉인된 상태라고는 해도, 드래곤은 어디까지나 드래곤이야. 인간 따위가 함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게."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일단 내일 날이 밝자마자 이 도시를 떠나서 로이엔 시로 향할 거야."

"...로이엔의 중심지로...? 그럼 보는 눈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아무래도 외지가 아니라 발전한 도시로 향할수록 여행객들도 더 많아질 거라고."

"...음, 물론 그렇지. 그러니까 그들을 이용하는 거야."

"...이용... 하겠다고? 어떻게 하려는 건데?"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림에, 티티카의 몸을 이리저리 주물럭거리며 생각해두었던 계획을 입 밖으로 꺼내었다.

"일단 보는 눈이 최대한 없는 곳까지 도달해서, 암살자들이 오기를 기다릴 거야. 그리고나서 나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드래곤의 본 모습이라면 그 크기가 어마어마 할 텐데... 그래서야 보는 눈이 없는 곳으로 가는 의미가 없지 않아?"

"바로 그거야, 본체로 돌아가게 된다면 멀리서도 나의 모습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되겠지. 그리고 암살자들을 그 자리에서 모두 몰살시킨다면 어떠한 일이 발생할 것 같아?"

"...아...!"

그제서야 로하트린은 나의 심중을 깨달았다는 듯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거 꽤나... 그럴싸 한데...?"

"그래, 갑작스레 나타난 드래곤이 흉포하게 날뛰었다. 그런 소문들이 퍼져 나가게 되면 왕국에서는 비상 사태에 돌입하게 되기야 하겠지만, 암살자 단체에서는 드래곤과 우리를 연관지을 수 밖에 없을 테지. 추적하던 이들의 경로에서 난데 없이 드래곤이 나타난 것일 테니."

"...그래도...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네 입으로 이야기했었듯이 드래곤은 미크레온에서 몇백 년 간이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갑자기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힘들겠지."

"...그럼 암살자들이 어떻게든 드래곤과 우리 일행을 연관지어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

"맞아, 바로 그거야."

"......"

잠시 생각하던 로하트린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 이럴 때보면 머리가 좋은 것 같기도 해."

"...칭찬이지?"

"그럼!"

"...고맙다."

짧게나마 감사의 뜻을 표현한 후, 내일 아침까지 잠을 자두기는 해야했기에 교대로 돌아가며 불침번을 정하기로 하니, 앞으로 나선 것은 의외로 베스페르였다.

"...저는 원래 몽마이기에... 잠을 잘 필요가 없어요..."

"...몽마면 원래 잠을 더 자야하는 것 아니야?"

이해가 쉽게 가질 않는다는 표정으로 질문하자, 그녀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저었다.

"...몽마는 필요에 의해서 잠을 잔답니다... 그리고 그 필요라는 것은... 휴식이 아닌 정기의 흡수예요..."

"...흐음... 정말 괜찮은 거지?"

"...그럼요, 대신에 긴 밤이 지루해질 수도 있으니... 불침번을 서는 동안 레이어드님을 껴안고 있을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같이 밤을 지새우자는 말로 들리는 건 기분 탓인가?"

농담조로 말을 건네자, 맑은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젓는 서큐버스. 그녀가 내 품에 안겨있는 것만으로도 불끈불끈해서 잠을 못 자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아무래도 시간이 늦었기에 베스페르에게 작은 감사와 부탁을 전하고는 침대에 몸을 뉘였다.

"로하트린, 티티카. 잘 자고, 좋은 꿈 꿔."

"...서큐버스가 옆에 있는데 퍽이나 좋은 꿈도 꾸겠네."

"티티카는 안 자도 되는...잉!"

목소리가 워낙 큰 티티카가 말을 하자 오던 잠도 싸악- 달아나는 기분이 들기가 무섭게, 그녀를 끌어안고 잠을 청하는 로하트린에 의해 젤리 소녀는 강제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이불 속으로 들어와 품 안에 천천히 안겨 든 베스페르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나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어왔다.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몽마의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에 나른하게 울려 퍼지는 것에 살며시 미소 지으며, 눈꺼풀을 내리자 짙은 어둠이 찾아 들었다.

-Guardians of DragonNest-

============================ 작품 후기 ============================

'마조히스트 길들이기' 파트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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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추천 한 방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m(. .)m 큰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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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멘 -*

1and1 드래곤이 이렇게 변태일리가 없어!

= 그렇지만 제가 변태죠! 아하하하하핳!

rrrt123 즐거운 추석 보내세영!!

= rrrt123 님도 즐추 되시길! > <*

Mulrin 추석. 잘 보내셨습니까! 전 어제 7시부터 지금까지 잠을 자버렸는데 ㅋㅋ

= 네... 잡 일을 하며 보냈습니다, 차례 준비하고 지내고 치우고 하다보니 어느새 하루가 훌쩍 날아가 버리더라고요...(또르륵) Mulrin 님도 남은 휴일까지 알차게 보내시길 바라요!

thecrazy 드래곤 커밍아웃 암살자님들 ㅅㄱㅇ

= 암살자님들 ㅂㅂ 경험치 ㄳㅇ

giffmoneyss 즐추! 그보다 얼마나 일찍올렷으면 내가바로못봣을까.. 하루10시간을 조아라에서 활동을하는뎅

= giff moneyss님도 즐추요! 음... 어제 되게 늦게 올렸어요 ㅋㅋ 못 올릴 뻔했는데 틈틈틈틈이 써서 간신히 올린 거죠...아마도 22시 50분쯤에??ㄷㄷ'

짝퉁족제비 하긴 믿는게 오히려 이상한 거지 뭔놈의 드래곤이 이렇게 변태겠어ㅋㅋㅋ

= 엌ㅋㅋ 그쳐 ㅋㅋ 그렇지만 예외는 있는 법!!하아핳하하하하!

天空意行劍 추석잘보내심?

= 넵 ! 그럭저럭 잘 보냈습니당! ㅎㅎㅎ 天空意行劍 님도 잘 보내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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