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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 그리고 약자
[드래곤 둥지의 수호자들]
Start.
영상이 멈춘 후, 그저 입을 떠억- 벌리고 어두워진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어마어마한 능력이었다. 고작 인간의 힘으로 저런 위력을 낼 수 있다니... 상상 조차도 하지 못한 일이 눈 앞에 곧바로 닥쳐든 기분에 쉬이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왜 그래?"
영상은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는 것이었기에, 어떤 상황이 일어난 지 전혀 모르고 있는 로하트린은 그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레이어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살짝 흔들어 보이는 로하트린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대답해줄 여유가 없었다. 충격이 상당했기에 그저 살짝 입을 벌린 채로 시커먼 화면을 응시하고만 있으니, 로하트린은 분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알아서 자리를 비켜 주었다.
"......"
'인간... 정말 인간인가...? 어떻게 인간이...'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계속해서 헤집어 놓았다.
'인간... 인가? 저게...? 저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인가...?'
그 동안 나는 인간에 대해서 너무 우습게 알던 경향이 있었다. 나는 강대한 힘을 지닌 위대한 종족, 드래곤이었고. 가진 힘이 드래곤 중에서는 최약체라고 하더라도 인간들의 능력은 내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그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었고, 그래야만 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인간들은 나약했다. 그러한 주제에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모함했으며, 인간의 그런 습성을 알고 있는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 경멸하기 일쑤였다.
물론 나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인간들에게는 그럭저럭 대우를 해주었으나, 그렇지 않은 이들은 그저 나와 전혀 상관이 없는 '타인'에 불과할 뿐이었다.
분명 그러했다, 지금 나의 두 눈으로 목격한 이 상황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
덜컥-
응접실의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쿠는 나의 심정을 어떻게 안 것인지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제 발로 걸어서 응접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기에 놀란 마음에 다급한 비명을 지르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멍한 얼굴로 쿠를 바라보자, 그녀의 핑크빛 눈동자 위로 당혹감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주, 주인님?"
그녀가 나를 부름에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자, 조심스레 내 앞으로 다가오며 천천히 입을 열어 보이는 쿠였다.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고 계시는 것입니까요?"
"......"
대답하지 않은 채로 묵묵히 고개만을 끄덕이자, 그녀가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푸욱- 하고 내쉬었다.
"아무래도 용사급의 인간이 들어왔던 것 같습죠."
"...용사급?"
용사.
그들은 예로 부터 인간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악인이나 악마, 악룡 등을 상대했다고 전해지는 초인들이었다. 실제로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자가 있는 지는 미지수였고, 전설은 사실 유무의 확인이 불가하였으나 인간들은 언제나 그들을 찬양하곤 했다.
전설 속에서 등장하는 그들의 힘은 상상 조차도 못할만큼 강하다고 하였는데, 검을 든 용사가 하늘을 찌르면 하늘이 갈라지고, 지팡이를 든 용사가 지면을 향해 마법을 쏘아내면 대지진이 일어나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말 또한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이야기들은 모조리 '전설' 속의 이야기일 뿐이었고, 그러한 전설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고 구전되면서 부풀려진 것이 대부분일 터였다.
그렇게 믿어왔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방금 본 영상 속에 나온 인간은 그러한 전설이 사실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했고, 그로 인하여 굳건한 둥지의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결과마저 발생해버렸다.
조바심이 나고 매우 초조한 감정이 들어왔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어찌해야하는 것인지 상상 조차 되지 않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드래곤이어도 인간에게 사냥당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또아리를 틀어 자리잡고 있었다.
작게 떨리는 손을 움켜쥐며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눈 앞에서 핑크빛 눈동자에 걱정을 가득 띄워 올리고 있는 쿠를 바라 보았다.
"쿠... 둥지 내의 피해 규모는 어떻게 되지?"
"...음... 아무래도 병력의 피해는 없습니다만, 둥지의 벽을 보수하는 데에 골딕이 좀 들어갈 것 같기는 합니다요. 그래도 그렇게 많은 자금이 필요한 것은 아닌 지라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지 않나... 조심스럽게 말씀 드리는 바입죠."
"...그래..."
쿠도 내 표정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였는지 골딕 이야기를 하면서도 평소처럼 만세를 부르짖는다거나 싱글벙글 웃음을 흘리지도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마주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이거 참."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드래곤이라는 지상 최강의 생명체가 고작 인간 따위를 두려워하여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걱정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드래곤이... 드래곤이. 다른 어떠한 종족도 아닌 드래곤이라는 종족이.
인간... 인간에게는 세 가지의 선물이 주어졌다고 했다.
그 중의 하나가 가능성.
가능성을 가진 인간은, 그들이 해낼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고 하는 것을 버지나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었고, 나 또한 그들에게 가능성이라는 희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레 들이닥친 충격은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는 그 사실을 깨부숴 버리기에 충분했고, 그로 인해 두려워... 그래, 두려워 했다. 드래곤이, 인간을.
"...푸하핫... 푸크크큭..."
"...주인님?"
걱정스레 나를 바라보는 쿠의 시선을 나도 모르게 외면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두려워했다. 그렇다, 분명 두려워했다. 이 상황이 너무나도 우습고도 즐거웠기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 볼래야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분명 인간의 힘을 두려워했고, 지금도 두려웠다. 그러나 그러한 두려움을 메꿔 줄만한 호기심과 흥미로운 감정이 두려움을 억누르고 솟아 오르고 있었기에, 나는 곧 웃음을 멈추고 옅은 미소만을 입가에 머금은 채로 쿠를 바라 보았다.
"......"
"......"
아무 말 없이 쿠를 응시하니, 그녀의 핑크빛 얼굴이 살짝 하얗게 질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놀라워라, 핑크 고블린이 인간처럼 새하얀 피부처럼 질리게 되다니.
진귀한 장면을 목격한 것 같은 기분에 다시 한 번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이미 '어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강한 힘을 가진, 보다 높은 가능성을 가진 인간이 둥지에 침입해온다면 그 보다 강하고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눌러주면 되는 일이었다.
나는 드래곤이었고, 그러한 일이 가능하리라 확신했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네?"
다시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나는 정상적인 드래곤의 몸을 가진 것이 아니라 돌연변이에 불과했다. 힘은 봉인 되어 버렸고, 본체화의 상태가 아니라면 제대로 된 힘을 사용할 수 조차 없었다. 그런데 과연 쿠가 '용사급'이라고 지칭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까, 그 보다 더욱 압도적인 무력으로 그 인간을 찍어 누를 수 있을까.
"......"
여유만만하던 감정이 사라지고, 웃음기가 절로 멎어 들었다.
"...주인님... 괜찮으십니까요?"
아무래도 오락가락하는 나의 상태에 쿠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를 게속 걱정 시키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살짝 흔들고는 쿠를 향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좀 놀랐을 뿐이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스윽- 스윽-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쿠가 자신도 짐짓 얼굴을 심각하게 굳히며 단호한 어조로 말을 꺼내왔다.
"주인님께서 무엇을 걱정하고 계신 지는 알겠습니다요. 일단 주인님의 능력이 봉인 되었다는 사실도 직접 들었고... 또한 그로 인해서 그 인간을... 걱정... 네, 걱정하고 계신다는 점 또한 확실히 알고 있습죠."
"......"
대답하지 않은 채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묵묵히 바라 보고 있으니, 슬그머니 나의 눈치를 살피던 쿠가 자신감을 얻은 듯 당당하게 선언해왔다.
"그러나 저희 핑크 고블린들은 대대로 드래곤 분들께 마법을 전수 받아 온, 마법과 가까운 종족입죠. 게다가 저희의 숫자는 중대원들을 모두 합쳐 육십. 게다가 둥지에는 용맹한 전사인 오크들과 강인한 몬스터들. 그리고 먕이나 라미아라, 티티카와 베스페르 같은 주인님 직속의 가디언들 또한 존재합죠. 단호히 선언하건데, 침입자는 다시 이 곳을 방문하게 되는 그 날, 살아서 나갈 수가 없을 것입니다요!"
씩씩하게 말을 마친 쿠는 보란 듯이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똘망똘망한 핑크빛 눈동자로 나를 응시해왔다. 귀엽고도 믿음직스러운 그녀의 행동을 본 나는 마음 속에 자리하던 불안감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그제서야 안도의 미소를 얼굴 위로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 믿음직스러운 아이구나, 쿠."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그녀의 핑크빛 머리카락을 슥슥- 쓰다듬자, 그녀의 볼이 더욱 핑크빛으로 물들어 갔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쿠는 '핫 -'하고 고개를 두 어번 흔들고는 다시 다부진 태도로 말을 이어 나갔다.
"넵! 핑구르르 중대의 중대장인 저! 쿠를 믿어 주시면 됩니다요. 저는 일찍이 대대 참모로 근무하고 있던 경력도 보유하고 있으니, 그 인간 하나 쯤은 저의 계략에 숨 쉴 틈도 없이 몰아치고 내쳐져 결국에는 항복을 선언하고 지하 감옥의 빈 방 하나를 채우게 될 것입죠!"
"...음, 좋아. 내가 이래서 쿠, 너를 좋아하는 거야. 아주 훌륭해."
"네... 넷!... 넷?... 넵?"
쿠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는 것처럼 표정을 이랬다 저랬다 쉴 틈 없이 바꾸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얼굴을 굳혔다가, 멍하게 풀어졌다가를 반복하며 한 없이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나의 사랑스러운 집사다워.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쿠."
"...넵? ...넷... 네?... 아핫?"
쿠의 핑크빛 눈동자가 거의 뱅글뱅글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어리둥절 우왕좌왕하던 그녀는 곧 다시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는 배시시- 미소 지어 보였다.
"넵! 그러므로 주인님께서는 평소처럼 생활하셔도 됩니다요. 둥지를 지키는 일은 당연히 가디언들의 몫인 법. 드래곤의 둥지는 가디언들에 의해서 지켜질 것이니 주인님께서는 처음 목표하셨던 대로 도른 영주라는 인간의 영지를 공격하시는 일을 진행하셔도 될 것입죠."
"음... 정말 그래도 될까?"
"물론입죠!"
쿠는 자신의 평평한 완전 평면의 가슴을 펴고 당당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내밀어도 평면이군."
"...넵?"
"쿡쿡... 아무 것도 아니야."
나도 모르게 평소처럼 그녀를 놀리는 말을 꺼내었다가 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느다는 것을 깨닫고 웃음을 터트렸더니, 아리송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쿠가 '으핫!'하고 요상한 소리를 내더니 다시 버럭 모드로 돌입했다.
"와, 완전 평면이고 뭐고! 그런 이야기가 이런 상황에 이런 분위기에서 도대체 왜 나오는 것입니까요옷!"
"난 그냥 평면이라고만 말했을 뿐이고 완전이라고는 안 했는데?"
"으, 으이이익! 그게 그 거이지 않습니까욧!"
"아니, 전혀 아닌 것 같은데. 완전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법이라고... 아, 그리고 보니 너 방금 셀프 디스한 건가?"
"으이이익! 파업할 테다!"
쿠는 잔뜩 핫!핑크핑크해진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치며 제 자리에서 방방 뛰어 보였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모습에 절로 웃음꽃이 피어 나는 기분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크게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우, 웃지 마십쇼옷!"
"푸하하하핫 -!"
"저, 정말로 파업해 버릴 겁니다욧!"
"푸하핫!... 푸큭큭큭... 푸흐... 파, 파업은... 푸흡...! 어, 어떻게 할 건... 푸큭큭큭...!"
"제가 그 걸 제 입으로 말해 드릴 것 같습니까욧!"
"푸큭큭큭...! 아, 아니... 푸흐흡...! 집사가 파업을 하면 둥지가 어떻게 돌아가라고 하는 거야? 집사가... 아, 잠깐... 푸흐흡큭큭큭...! 지, 집사가 파업을...! 푸하하핫 -!"
"웃지 마십쇼오오옷! 정말로 삐져 버릴 테다앗! 지금 당장부터 파업이다앗! 파업! 파업! 무전기는 어디다 둔 거얏! 파업을 핑구르르 중대 전원에게 어서 알려야...!"
"푸하하하핫 -! 푸큭...! 푸큭큭큭... 푸흐흡...!"
"으이이익! 둥지를 지키는 일이고 뭐고 난 몰라앗! 절대로 삐져 버릴 것입죠! 아, 무전기는 어디다 두고 온 겁니까욧!"
"푸큭큭큭... 아, 아... 배 아파... 무, 무전기는... 푸흐흡... 어디다 두었는지를 왜 나한테 물어 봐, 이 바보 집사님아... 푸흐흡...!"
"으이익! 도대체 어디다 두고 온 거야아앗! 뿅!"
퐁 -!
쿠는 버럭버럭 모드인 상태로 무전기를 찾기 위해 뿅링크로 자리를 벗어나 버렸고, 그녀로 인해 웃음이 제대로 터져 버린 나는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지칠 때까지 웃다가, 너무 웃느라 배가 아파서 죽은 최초의 용으로 기록 될 뻔했다.
-Guardians of Dragon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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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 실시한 추천 수의 집계 결과는요.
94화 ~ 100화 추천 수 합계 : 229개
그러므로 금일은 101화 ~ 105화까지 총 5편이 업데이트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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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쿠폰과는 다르게 원고료 쿠폰은 주신 분의 닉네임이 안 나와서 일일이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없는 점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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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 기준은 바뀔 수 있습니다)
연참은 해당 일에 업데이트 된 글의 추천이 55개가 될 때마다 1회씩 추가 하겠습니다. 추천 수 집계는 다음 날 정오 마다 실시합니다.
55개 = 1회 추가 연재, 110개 = 2회 추가 연재, 165개 = 3회 추가 연재, 220개 = 4회 추가 연재, 275개 = 5회 추가 연재 (5회 추가 연재까지만. 이 기준은 후에 바뀔 수도 있습니다.)
만약 추천이 55개 달려서 1회 추가 연재 하였을 시 각 회차의 추천 수 합계가 110개라면 1회 연재를 더 추가하여 명일에 총 3회 분량을 업데이트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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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추천 한 방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m(. .)m 큰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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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멘 -*
노스아스터 블러드 드래곤 이시군요!후후 처녀를 어서 접수해 줘야죠!
= ㅎㅎ
이호성성님 @오오 블러드 드래곤을 영접하라!! 그녀께서 돌아오셨다아아아!!!
= 영접하라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