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 둥지의 수호자들-153화 (153/311)

0153 / 0311 ----------------------------------------------

살색의 향연

[드래곤 둥지의 수호자들]

Start.

둥지의 입구에 내려와, 본체화 스킬을 종료하고는 즉각 버지나에게 질문을 건넨다.

"버지나, 아까 분명 내가 가진 마력의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었지?"

[네, 분명 그 정도의 마력이라면 기력을 활용하는 랜덤 브레스에 마력 보너스가 더해져 작은 도시 정도는 전부 파괴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분명 전부 파괴하지는 못했지, 혹시 왜 그런 것인지 이유를 좀 알고 싶은데?"

[......]

"버지나?"

[당연한 결과일 뿐입니다. 그냥 도시의 중앙에 브레스를 냅다 부어버리셨으니 그 부분에만 심각한 타격이 가고 그 외에는 피해가 그나마 적었던 것입니다.]

"...그런가?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데?"

[...브레스 한 방에 모든 것이 초토화 된다면 일전의 '챔피언급' 드래곤인 루시아렌님과 위대한 고룡 멜그라스 간의 전투가 벌어진 사건의 경우에는 대륙의 일부분이 아예 먼지가 되어 날아갔을 겁니다.]

"음... 그런가, 하긴 그 때 위력이 굉장하기는 했는데 브레스에 적중된 곳만 사라지다시피하고 다른 곳은 그나마 피해가 덜 했었지."

[이제 이해가 가셨습니까?]

"응."

[버지나는 이해력이 떨어지는 레이어드님을 모시느라 상당히 힘듭니다.]

"...미안하다, 임마."

[괜찮습니다, 어쨌든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 등을 전부 파괴를 하시려면 그 일대를 날아다니시면서 랜덤 브레스 스킬을 계속 유지 하셔야 합니다. 그냥 한 번 뿜! 하고 사용한 뒤 멈추는 것으로 다 부숴버릴 수 있다면 진작에 이 대륙에 남은 도시나 성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겁니다.]

"음."

그제서야 조금 이해가 되는 바였다. 지금까지 공격했었던 작은 규모의 마을들은 그냥 브레스 한 방에 전부 파괴하는 것이 가능했었는데, 아무래도 그 범위라는 게 한계가 있다보니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 등은 버지나의 말대로 일대를 날아다니며 불태워야 하는 것이다.

"하여튼, 설명 고마워."

[칭찬 감사합니다.]

"그래그래."

그렇게 버지나와의 대화를 마친 후에 둥지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가슴이 거대해져 있는 거유 쿠가 반갑게 맞이해온다.

"아, 오셨습니까요?"

곧장 그녀에게로 다가가 그 탐스러운 가슴을 잡아 주물거린다.

주물주물- 물렁물렁-

"그래, 나 없는 동안 잘 있었어? 아, 보고 싶었다고? 물론 나도 보고 싶었어."

"......"

자신의 젖가슴에 대고 대화를 시도하는 나를 기괴한 눈빛으로 보고 있던 쿠는 그저 포기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주물주물-

"아, 그런데 쿠. 물어볼게 있는데."

"넵? 그게 무엇입니까요?"

음- 역시 만들어진 가슴이라 그런지 감도가 약한가 보군, 이렇게 노골적으로 주물거리는 데도 신음성 하나 없다니.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는 한데, 어쨌든 반항 없이 이렇게 말랑말랑한 가슴을 만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이니까. 하고 생각하며 질문을 건넨다.

"혹시 드래곤의 브레스 중에 폭풍우를 쏘아 보내는 종류가 있었던가?"

"폭... 풍우 말씀이십니까요?"

"마치... 칼날과 같은 바람을 동반한... 허리케인 브레스라고 말하면 되려나?"

"......"

"왜 그런 눈으로 쳐다 봐?"

쿠의 핑크빛 얼굴이 다시금 황당함으로 물드는 것에 의아함을 표시하자, 쿠의 얼굴이 바사삭- 굳어진다.

"...주인님... 아무리 모르는 게 많다고는 해도..."

"...응?"

"그건 기본 중의 기본인 것입죠, 핑크 고블린인 저희들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 어쨰서 동족의 브레스 특성 같은 것도 모르시는 것입니까요?"

"......"

'음- 그건 그렇긴 한데, 모르는 걸 어떻게 해.' 하고 머리를 긁적이자, '에휴- 주인님이시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해야 되겠습죠.' 하고 다시금 한숨을 내쉬는 쿠다.

"골드 드래곤 분들의 브레스입니다요, 그건."

"골드 드래곤?"

황금룡? 오, 그거 좀 멋있어 보이는데?

"...설마 종족 특성도 모르시는 것입니까..."

뜨끔-

"...아, 아하하... 그, 그럴 리가?"

그럼 어떡해, 여신님께서 뭘 잘못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억 자체가 안 나는 데다가 내가 있던 세계의 드래곤들과는 이쪽은 종 자체가 다르다고. 실버나 레드족 정도는 알겠는데... 나머지는 좀 낯설은 게 사실인 걸?

멋쩍게 웃어넘기려는 내 모습을 빤히- 보던 쿠가 '그냥 아시는 것으로 치고 설명 해드리겠습니다요.' 하며 다시금 입을 연다.

음, 역시 눈치 하나는 백단인 쿠라서 어떻게 속일 수가 없는 것 같다.

"일단, 드래곤 분들은 고대룡과 수호룡, 마왕룡의 대분류로 나뉘어지게 되고, 그 아래로는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바람, 얼음, 불, 전기, 강산성, 맹독의 6대 속성과 그 외의 분류로 나뉘게 됩죠. 그렇지만 이 대륙은 작은 편이기에 드래곤 분들이 각 일족별로 다 존재하고 계신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요."

"...아, 그래? 여긴 꽤 복잡하네..."

뭐 이렇게 일족이 많다냐, 무슨 속성 파티도 아니고.

"뭐, 그중에 '바람 속성'을 가지신 '골드 드래곤' 분들이 해당 속성의 브레스인 '허리케인 브레스'를 사용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음... 허리케인 브레스라, 그런데 그 골드 드래곤이라는 용들은 몸이 황금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야?"

'그거 좋아 보이는데, 돈 없을 때 비늘 하나만 떼어다가 팔아도 엄청나게 돈이 될 것 같은데 말이지.' 하자 쿠의 눈빛이 오묘해진다.

"...주인님? 오늘따라 굉장히 이상한 말씀만 하시는데 말입죠..."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주인님은 짙은 남색의 비늘을 가지고 계시는 것입죠."

"음... 그렇지?"

"돌연변이셔서 해당하는 속성은 따로 없으시고 말입죠?"

"...그렇지?"

"혹시 자신의 비늘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계십니까요?"

"그야 물론 알고 있긴한데... 아!"

그제야 그녀가 하려는 말을 깨닫고 아! 하고 탄성을 내뱉으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는 쿠였다.

"그저 비늘의 색이 황금색일 뿐 정말 황금으로 된 것은 아닌 것입죠, 레드 드래곤 분의 비늘이 루비보석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에휴우- 어째 주인님의 모자란 지식을 채워드리기 위해 제가 더 많이 공부하고 있는 것 같습죠."

"아, 날 위해서 공부도 하고 있는 거야? 그거 대단한데?"

"...뭐... 주인님께서... 그..."

"...음?"

갑자기 말꼬리를 흐리는 쿠에게 의아한 눈빛을 보내자, 머뭇머뭇거리며 천천히 입을 열어보인다.

"그... 어... 영원히 함께 하자고... 말씀..."

퐁!

아, 핫핑크가 되었다.

"...쿡쿡..."

"...으잇! 우, 웃지 마십쇼!"

귀여운 모습을 보이는 것에 웃음을 터트리자 양팔을 파닥파닥거리며 고래고래 소리치는 로리 집사님이었다.

"뭐, 일단 속성 별로 본체이실 때의 비늘의 색상이 조금씩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예를 들어 블루 드래곤 분들은 푸른 색상의 비늘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요. 그리고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해서 인간의 모습으로 화하실 때도 일족의 고유 색상을 따라가는 편이라고 고서적에 자세히 나와있습죠."

"블루... 그랬지, 루시아렌이 분명 블루 드래곤이라고 했었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다시 질문을 건넨다.

"혹시... 피처럼 진득한... 붉다기보다 약간 기괴해 보일 정도로 반짝이는 그런 색도 있어?"

"...그런... 색상이라면..."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쿠의 입이 다시금 열리고- 그곳에서 나온 말은.

"대분류로 따지면 수호룡이군요, 수호룡 중에서도 '피'의 속성을 가진 블러드 드래곤이십니다."

"음, 그래... 그렇게 들은 기억이 있어."

카린이 자신의 입으로 소개했을 때 버지나가 정보를 알게 되었다 뭐다하고 떠드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떠오르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음... 그것보다 카린이 수호룡이라는 건가? 수호룡이라고 불리우는 존재라면 다른 방법을 다 제쳐두고 그렇게 사납게 둥지에 쳐들어올 일이 있나?

의문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금 질문한다.

"수호룡이라면, 되게 온순하고 착하고 그런..."

'아, 카린은 생각보다 착하고 귀여운 성격이었지?'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입을 도로 다물자, 그런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쿠가 묻지도 않은 말에 알아서 대답한다.

"수호룡이라고 해도 모든 드래곤의 성격이 같은 것은 아니겠습죠, 그저 가지고 태어나시는 속성의 특징 정도일 뿐입니다요. 같은 종족이라고 해도 개개인마다의 성격이 제각각인 것처럼 말입죠."

"음...그렇겠지?"

분명 납득이 가는 말이다,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그에 대해선 어째서 물어보시는... 아!"

갑자기 손바닥을 짝- 하고 마주치는 쿠. 그리고는 뭔가 삐질삐질, 땀을 흘릴 듯한 표정으로 물어온다.

"그... 주인님과 하룻밤을 함께 하신... 그..."

제 입으로 말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기에 내가 먼저 고개를 끄덕여 긍정한다.

"맞아, 카린, '카리네푸라'가 그 수호룡이라는 것 같아."

"......"

내 말을 듣자, 쿠의 표정이 갑자기 살짝 굳어진다.

"카리네푸라...요?

"...왜?"

쿠의 표정이 점점 심각하게 굳어감에 따라서 내 표정도 덩달아 심각해진다.

"...그, 그 분은... 이 대륙에서 동부 화산지대의 지배자로 군림하시는..."

"맞아, '선혈의 날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

내 짧은 긍정에 '허억-' 하고 자신의 입을 가리는 쿠.

"...왜?"

"...그 분...이라면 좀 유명하신... 아니, 아주 유명하신..."

"그래, 그 길다란 타이틀이나 여러 가지를 봐서 유명한 것 정도는 알겠는데 왜 그렇게 놀라는 거야?"

"아니... 그게... 그렇게 강하기로 소문난 드래곤이 어째서 주인님 같은 약골과..."

"......"

텁-

"이, 이이이잇-! 느, 늘어나요오옷! 늘어나아앗!"

"...일단 방금 거는 예고 없이 젖살 스핀을 맞기 딱 좋은 말이었단다."

그래, 요 입이 방정이어서 네 젖도 고생하는 거란다. 아주 젖을 땅바닥에 끌고 다닐 때까지 늘려주마.

"주인니이이잇 -!"

-Guardians of Dragon Nest-

쿠를 한참이나 괴롭혀준 후, 둥지 내의 건물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터벅- 터벅-

지나가는 길에 만나는 프리스티스들에게 싱긋- 웃으며 인사하고는, 얼마 되지 않아 조금 앞에 보여지는 건물을 관찰한다. 단순한 구조의 건물 위로 거대한 꽃을 연상케 하는 장식과도 같은 기계 장치가 유독 이곳만 뻥- 뚫린 천장을 향해 주욱-주욱- 뻗어있는.

'꽃처럼 생긴 꽃꽂이 교실.'

터벅- 터벅- 턱-

이윽고 건물 앞에 도착해서 건물의 이름을 표기하는 간판을 바라보니, 동글동글한 귀여운 글씨체로  '꽃처럼생긴꽃꽂이교실 - 담당 : 라미아라' 라고 적혀있다.

'음... 일단 라미아라는 언더 에스트 어를 모를 테니 핑구르르 중대원들이 써준 걸까?'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미소를 머금은 채로 안으로 들어서는 문을 열어 젖힌다.

자, 그럼 귀염둥이 츤뱀아가씨를 만나러 가볼까?

덜컥-! 터벅- 터벅-

"와우 -."

작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들어선 건물의 내부는 마치 꽃만을 취급하는 박물관처럼, 드넓은 꽃밭처럼 눈에 닿는 모든 곳이 다양한 종류의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음, 정말 꽃을 어지간히도 좋아하는구만,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라미아라가 그 매끄럽게 뻗은 뱀의 하체를 움직여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오, 라미아라, 잘 있었어?"

"...키르르- 키잇, 키르..."

내 인사에 고개를 살짝 돌리며 낮게 키르키르- 거리는 것이 마치 '흐, 흥-! 따, 딱히 보고 싶었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잘 있었어 -.'라고 하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아- 역시 나란 남자, 뱀의 언어가 이해 가능한 다종족 어 능력자.

그렇게 스스로에게 감탄하며 어깨를 으쓱으쓱- 거리고 있는데,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짐에 그 시선을 마주보니 투명하게 빛나는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

"음?"

"...키잇-?"

휙-!

그렇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내가 의문을 표시하자, 다시금 고개를 휙- 돌려버리는 츤뱀 아가씨 되시겠다. 음, 라미아라... 너란 녀석은 평소에는 생각나지 않아도 꼭 있기는 해야 되는 그런 여자이지, 캬-! 네가 있기에 둥지에서 '츤' 냄새가 풀풀 난다고.

또다시 감상에 빠져있으니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로 눈만을 돌려 이쪽을 힐끔- 거리는 라미아라다.

그래, 바로 저 맛에 '츤'속성을 키우는 것이지, 암.

텁-

그대로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 위치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는 라미아라의 손을 잡는다.

"키... 키이-? 키-?"

그에 라미아라의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고는, 팔에 살짝 힘을 주어 빼내려고 애쓴다.

'음, 역시 이 길고 날카로운 손톱 때문에 핸드잡은 조금 힘들긴 하겠네'와 같이 생각하며 그 매끄럽고 탄력적인 손의 감촉을 즐긴다.

주물주물-

"......"

그녀가 손톱을 들어 올린다.

"안 할게요, 죄송."

그렇게 말하면서도 잡고 있는 손을 놓지는 않고. 그저 반대편 손바닥을 펼쳐 들며 웃어 보인다.

"...키이이-"

어째 내 둥지의 가디언들이 한숨 쉬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 것 같다. 음, 설마 내가 원인은 아닐 테니 상관 없으려나?

나를 바라보는 라미아라의 눈빛이 '아니? 삼백 퍼센트 정도 네 탓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은, 그저 웃어넘기며 말을 꺼낸다.

"라미아라, 꽃 구경 좀 시켜주지 않을래?"

"...키이- 키?"

웬일이냐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에 그저 씨익- 웃어 보인다.

"음, 나도 꽃을 정말 좋아하거든."

"...키르르- 키이-."

마치 '그, 그럼 조, 조금 정도는 안내해줄게.'라고 말하는 듯한 눈치이다.

아! 역시 나란 녀석은...

음, 왠지 내 자신을 추켜 세우는 동안 손발이 점점 오그라드는 것 같으니 뱀 언어 드립은 이쯤에서 그만두자.

스르르륵- 스으으-

라미아라가 천천히 꽃길을 따라 이동하고,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나도 따라서 천천히 걸어간다. 그저 마구잡이로 심어놓은 것이 아닌, 일정한 배율로 두 가지에서 세 가지 종류의 꽃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그러한 구간을 조금 뛰어 넘어서는 다른 꽃이, 그리고 조금 더 뛰어넘어서는 또 다른 꽃들이 한데 모인 부분들이 크게 보면 아름다운 전체를 이루는 것에 감탄한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야아, 예쁘게 잘 꾸며놨구나- 이 정도의 느낌뿐이었는데, 이렇듯 조금만 자세히 봐도 아주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스르륵- 스으으 스륵-

"키- 키르르- 키- 키르- 키-"

음...? 지금 콧노래를 부르는 건가? 그 츤뱀 아가씨가?

나와 함께 있을 때는 항상 새침하기만 했었던 라미아라가 키르키르- 하고 조그맣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들떠보이는 표정을 짓는 것에 신기해하며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는 입술을 조심스레 관찰한다.

이제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내 손의 감촉이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인지, 스스로가 너무 빨리 움직이다가 손을 놓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살짝- 멈추어 기다려준다.

음, 그러면서도 내 쪽을 돌아보지는 않는군. 뭐, 이해할 수 있지. 다른 이도 아닌 '라미아라'니까.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살랑거리는 에메랄드 빛 머리카락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아름답게 반짝이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그 새하얀 등판...

꿀꺽-

"......"

흠칫-

가벼운 배 걸음(?)으로 꽃길을 따라가던 라미아라의 뒷모습이 살짝 움찔-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는 살짝 내 쪽을 힐끔 거리며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다시금 꽃 정원의 가장 한 가운데로 이동한다.

음, 그러고 보니까 이 건물은 꽃꽂이 교실이었던 것 같은데 꽃꽂이 보다는 그냥 꽃밭 같은 느낌이군.

뭐, 건물 전체 걸쳐서 세심하게 꽃꽂이를 한 것 같으니 딱히 상관은 없나? 어차피 꽃꽂이를 하기 위해서 지은 건물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며 도착한 정원의 중앙.

"...아"

그중에서도 가장 가운데의 화단, 그곳에 자리한 꽃들은 그렇게 아름다운 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걸어오며 보았던 꽃들처럼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금 수수한 모습을 보이는, 왠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보이는 꽃이다.

"키르르- 키잇- 키르르-"

그 꽃들을 얇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미소 짓는 라미아라, 그녀에게서 두 번째로 보게 된 행복한 미소에 잠시 정신을 빼앗긴다.

그곳이 역시 목적지였는지, 피어있는 꽃들을 바라보며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는 라미아라. 사랑에 빠져버린 여인의 표정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미소에 넋이 나가 멍- 하게 바라본다.

"......"

"...키이- 키르?"

라미아라가 곧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다가 자신을 멍- 하니 바라보는 시선과 마주친다.

"...키... 키이-?"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당황하는 표정을 짓는다.

평소처럼 내 시선을 휙- 하고 피하면 될 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릴 뿐.

천천히 라미아라에게로 다가간다.

당황하지 않고, 경계하지 않도록. 천천히, 그리고 다시 천천히.

라미아라의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Guardians of Dragon Nest-

============================ 작품 후기 ============================

일찍 썼는데 DB 오류라면서 안 올려지네요, 커뮤니티보니까 조아라 자체 오류인 것 같습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은 2편 밖에 못 올릴 것 같습니다. 약속 지키지 못해 죄송하고 149화 ~ 153화의 추천 수 집계는 내일이나... 혹시 내일도 못하게 된다면 내일 모래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