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드래곤 둥지의 수호자들-206화 (206/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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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뮌리 브라이튼

[드래곤 둥지의 수호자들]

Start.

들어올 때와는 전혀 다르게, 힘없이 결박되어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마법사.

그의 몸 위로 마력을 제어하는 구속구가 둘러 씌워져 있다.

닥쳐오는 절망감에 환부의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듯, 입술이 찢어지도록 질끈 깨물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실소를 짓는다.

"이봐, 마법쟁이. 실력이 꽤 괜찮더군."

"......"

말을 걸어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고, 어디 재미있는 삼류 소설이라도 읽고 온 것인지 비장한 말투로 '죽이시오.'라는 말만 남발한다.

음, 보통 마법사와 기사는 마음가짐이 다르지 않나? 어쩌면... 자신의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용병단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 때문인 걸까?

"네 실력은 어느 정도 되지? 지휘력 하나는 알아줄만 하던데 말이야."

"...이렇게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죽이시오... 드래곤의 하수인."

이거, 말이 제대로 안 통하는 놈일세.

갑갑한 기분을 달래며 얼굴 위로 비웃음을 덮어씌운다.

"지휘하면서 마법도 같이 사용하기에 실력이 꽤 되는 줄 알았더니, 제대로 대화를 해볼 가치도 없는 못난 놈이었군. 상대방 마나의 종류조차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는 녀석이 마법사 노릇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그, 그게 무슨 소리요! 마법사의 긍지를 모욕하지 마시오!"

음, 마법사의 긍지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에 씨익 웃으며 그를 더욱 자극하는 말을 꺼낸다.

"마법사의 긍지라... 네 긍지는 마법사로서의 긍지인가, 아니면 패배자의 알량한 마지막 자존심인가?"

"......?"

내 말에 얼굴 위로 의문을 띄워 올리는 마법사, 그런 그를 바라보며 킥킥- 웃으며 말을 마저 잇는다.

"네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살아있는 네 용병단원들의 목숨은 네 대답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니, 잘 생각해서 말하는 것이 좋을 거다."

"...큭...!"

그제야 함께 사로잡힌 용병단원들에게까지 생각이 미친 것인지, 다시금 입술을 질끈 깨물며 낭패한 기색을 보인다.

"이제야 좀 제대로 대답할 마음이 생겼나?"

"...궁금한 것이 무엇이오...?"

이전보다 순순한 태도로 입을 열어 보인다.

"일단, 네가 가진 마법의 수준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궁금하군."

"......"

잠시 주저하던 마법사가 마지못한 듯 입을 열어온다.

"나는... 높은 수준의 마법사가 아니오... 기껏해야 중급줄에나 간신히 들어설 정도이겠지..."

"그 정도면 보통 인간들의 범주 내에서 강한 편이 아니었던가? 게다가 한 용병단의 장을 맡고 있다면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는 증거가 될 텐데?"

추켜세워주려는 의도가 아닌 순수한 호기심에 질문하자, 마법사가 고개를 슬쩍- 저으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이 대륙에 마법사라는 것이 워낙에 희귀하고, 용병 길드에 몸 담은 세월이 제법 오래되어서 단장을 맡을 수 있었을 뿐, 마탑에서의 나는 그저 퇴물에 불과했소."

"음... 네 이야기가 듣고 싶군."

"...한물 간 마법사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니, 참으로 유별나구려."

마치 감정이 없는 것처럼 체념한 말투에 그저 씨익-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웃는다.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 지금은 비록 적일지라도."

재촉하는 듯 말하자, 그가 작게 한숨을 내쉰다.

"나도... 이렇게 마탑에서 내려와 용병일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오..."

곧 마법사가 과거를 회상하듯,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낸다.

"내 이름은 '뮌리 브라이튼.' 한때나마 천재라고 불리웠던 마법사 지망생이었소."

-Guardians of Dragon Nest-

내 이름은 뮌리 브라이튼, 한때 천재라고 불리울 때도 있었지만, 그저 지금은 한물 간 마법사에 불과하다.

이제는 마탑에서 내 이름을 기억하는 자가 과연 있기나 할까...

나는 본디 유서 깊은 마법사의 가문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마법과 관련된 학문을 배웠다.

머리가 좋은 편이었던 나는 아버지 친구분들의 자제들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심도있는 학문을 일취월장해 나아갔다.

마나학, 분리마법학, 영창학, 속성마법학 등, 수많은 분야에 있어서 복잡한 이론들을 마치 보고 읽는 것처럼 제자리에서 읊어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권위 있는 마법사이자 내 아버지인 브라이튼 남작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주변에 자랑을 하고 다녔고, 그런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나는 마법 수련에 더욱 몰두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마력, 나는 불과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중급 클래스의 마법인 '파이어볼(Fire ball).'을 구현해내는 기염을 토했다.

그 일을 전해들은 마탑에서는 나를 천재라 부르며 '전도유망한 어린 마법사 순위 2위.'에 올려놓았고, 나도 모르게 자만했었는지 당연하게도 1위가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 아쉬워했다. 그리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가 누구일까 궁금해 하였다.

아버지는 2위만 해도 엄청난 것이라면서 내게 용기를 주시고 항상 최선을 다해 지원을 해주셨지만, 역시... 숨기려하신 것 같기는 해도 '1위'가 아니라는 것에 아쉬워하는 눈치이셨다.

처음으로 보는 아버지의 아쉬워하는 표정에, 나는 마법 수련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2위' 라는 명패는 시간이 지나도, 그리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내게 들러붙은 꼬리표처럼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렇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본 패배감을 잘근잘근 곱씹으며 수련에 더욱 몰두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토록 궁금해했던 '1위'를 우연히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 있었던 마력의 증가량을 기록하기 위해 찾은 마탑에서 만난 '1위'는 놀랍게도 '여성'이었다. 그것도 나보다 훨씬 어린.

그때가 내 나이 16살 때 만난 것이었는데, 1위인 그녀는 11살이나 되었을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 아직 앳된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그 ‘전도유망한 어린 마법사 순위 1위.’ 라는 타이틀을 가진 여자아이를 목격한 나는 크나큰 충격에 빠져들었다.

이토록 어린아이가 고작 8살 때 나보다 더욱 높은 경지에 있었다는 말인가- 하고.

아버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으시는 듯 했지만, 나는 도무지 수련에 몰두할 수가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슬슬 중급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내 마력은 그날 이후로부터 전혀 발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 마디로, 그대로 멈추어 버렸다. 일정 수치에서 정지했다.

아버지께서는 잠시 휴식 기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위로해주셨지만, 나는 도무지 휴식 따위를 취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명확한 패배감, 그것도 너무나도 짙은.

나는 멈추어버린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아버지의 만류에도 머리를 싸매며 마법 수련에 몰두했다. 허구한 날 코피를 쏟아내고, 마력이 역류해 피도 한 웅큼 토해내며 폐인이 될 뻔하기도 했지만, 이토록 짙은 패배감을 내 마음 속에서 몰아내고 싶었다.

수련하고, 또 수련했다. 도무지 따라 잡힐 생각을 안 하는 '1위'의 행적에 우습게도. 그래, 참 우습게도 분노하면서, 그 분노를 원동력으로 삼아 밤낮으로 마법 연구와 수련에 매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과도한 수련량에 결국 버티지 못한 나는 주문을 영창하던 그 자세 그대로 쓰러졌다.

놀란 아버지가 달려와 나를 부축해주셨지만, 그때 나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누워있던 나는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몸 안의 마력을 체크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마력은 두 배 가량이나 증가해 있었다...!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치고 있으니, 나를 찾은 아버지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져 있었다.

영문을 몰라하는 내게 아버지는 그저 쉬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날, 아버지꼐서는 마법에 몸을 담은 후로 끊었다는 술을 다시금 입에 대셨다.

그런 아버지의 태도에 의아해하며 마법수련을 다시 시작한 나는-

며칠 뒤, 절망했다.

마력이 줄어들었다.

기껏해야 중급 줄에 간신히 발을 들여놓은 수준.

아버지는 내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고 매일 같이 술을 드셨다.

나아질 거라며, 그저 위로해주셨다.

그러나 내 마력은 도무지 증가할 여력을 보이지 않았다.

멈추었다.

성장이 멈추어 그 상태 그대로였다. 미미한 증가폭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마탑에 기록되는 전도유망한 어린 마법사 순위에서는, 내 이름의 위치가 점점 밑으로 떨어져갔다.

그렇게 스무 살 즈음 되었을까, 나는 더 이상의 수련을 포기했다.

절망감이 몰려왔다.

그리고 어리석게도,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우습지만. 멍청하게도 아버지를 원망했다.

마력의 폭주.

그로 인한 클래스의 하락.

나는 그저 그런 마법사가 되었다.

중급 줄에나 간신히 끼어들 정도의 수준으로 전락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도유망한 어린 마법사 순위'에서는 내 이름이 지워졌다.

그렇게, 나는 너무나도 초라한 성년식을 치르게 되었다.

각종 마법 서적을 찾아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해보았지만, 내 상태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어두컴컴한 미래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집을 떠나, 미크레온의 왕궁에 중급 마법사의 직책으로 취직하였다.

왕궁 도서관을 찾아, 그곳의 마법 서적이란 서적은 모조리 뒤져보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께서 구해다 주셨던 것 이상의 수준을 보이는 책은 없었다.

나는 더욱 짙은 절망감에 빠져들어, 술을 입에 대었다.

만류하던 아버지에게 화를 내었고, 끝까지 위로해주시던 아버지가 나를 말리는 것을 포기하고 대작까지 해주셨지만... 참으로 어리석게도-

아버지와 함께 대작하며 울분을 토해내었다.

왜, 어째서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냐고, 당신이 원망스럽다고.

참으로 어리석었다. 나를 그렇게 응원해주고 위로해주신 아버지꼐 불효를 저질렀다.

그렇게 술로 나날을 보내며 왕궁에서는 업무 시간에 몰래 숨어서 낮잠을 자는 둥의 못난 짓을 저지르다가, 끝내는 왕궁에서 해고 당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지만, 이미 마탑에서는 나를 잊은 듯 했다.

나는 끝까지 나를 챙겨주시는 아버지께 원망스러운 말만 전한 채로 집을 나왔다.

참으로 패륜적인 자식이 아닐 수 없다.

그 길로 발걸음을 향한 곳은-

드래곤의 둥지였다.

마법의 종주, 그들이라면 내 이런 상태를 고쳐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해 보이겠다, 드래곤의 노예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참아내겠다고 다짐했다.

미크레온의 국경을 넘어, 아르델테로 향했다. 그곳에는 '파라넥스'라고 불리우는 그린 드래곤의 둥지가 있다고 하였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그린 드래곤의 둥지.

나는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손가락 하나 까닥이지 못하고 곧바로 제압당했다.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드래곤이라는 존재를 만나게 되었다.

'달랐다.'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상상해왔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파라넥스는 나를 지나가는 개미 쳐다보듯 하며, 내 의견은 그저 공기 중에 떠도는 소리인 듯 무시했다.

참아낼 수 있었다. 마법의 종주, 드래곤. 공포의 대상이자 살아있는 전설.

내가 이렇게까지 취급 당할 줄은 몰랐지만, 어쩌면 그들에게는 이러한 것이 당연한 것일 지도 몰랐다.

인간이 날벌레의 목소리를 궁금해 하지 않듯, 기어 다니는 개미를 밟을까 봐 조심히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듯.

그렇기에, 그것을 알고 있기에 고개를 더욱 숙이고 스스로를 낮추었다.

그렇게 그린 드래곤의 둥지에서 잉여 인간처럼 자리해, 가끔씩 침입해오는 멍청한 인간들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내게 공적을 세울 기회 같은 것도 없었다. 침입자들은 둥지의 입구에서부터 무릎을 꿇었다.

강대한 몬스터들에 의해 제압당하는 그들은 혈기왕성한 젊은 모험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린 드래곤 파라넥스는 휘하의 몬스터들이 침입자들을 어떻게 처리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나처럼 둥지에서 기거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무엇을 하던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다 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휘하 몬스터의 식사 거리로 전락했다.

결국, 그곳에서도 나는 그저 그런 인간이었다.

마법의 종주의 둥지에서 나라는 약해빠진 마법사는 그저 한낱 인간에 불과했다.

그렇게, 나는 그린 드래곤의 둥지에서조차 잊혀졌다.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필요로 하던 드래곤의 마법 서적 따위는 없었다. 그들은 종주였기에 참고 서적 같은 것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또한 내가 자신의 둥지에 거주하고 있는 것조차 잊어버린 듯한 드래곤이, 내게 직접 마법을 알려줄 리도 없었다. 그의 눈에 띄기 위해 노력하다가, 몬스터의 한 끼 식사로 전락하는 이들을 보며 어떠한 용기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냈을까.

결국, 절망감만을 가득 안은 채로 드래곤의 둥지에서 나왔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몬스터조차 내게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런 인간이었다, 한낱 인간에 불과했다.

힘없는 발걸음으로 그리움이 가득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더 이상 이 세상에 계시지 않았다.

내가 떠난 후로도 술로 나날을 보내신 아버지는 잠도, 끼니도 거른 채로 지속한 음주로 인해 생명을 달리하셨다.

오열했다.

해독 마법 따위로도 치료가 가능했을 터인데, 왜 당신은 끝까지 그렇게 못난 아들에 대한 미안함만 가득하셨던 것일까.

눈물이 뺨을 적셨다.

내가, 내가 아버지를 죽인 것이다.

내 입에서 나온 멍청한 말들이 칼날이 되어 아버지의 심장을 후벼 판 것이다.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제 곧 이십 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저 그 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 오열했다.

거대한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가 평생을 일하셔서 마련하신 저택과, 하인, 하녀들.

차마 볼 수조차 없었다.

나는 아버지께 무엇을 해드렸던 것일까.

어렸을 적에는 그저 마법 수련에만 몰두해 아버지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나눈 적이 없었고, 나이가 들어서는 걱정만 끼쳐드리고, 그후에는 불효스러운 말만 전한 채 집을 나왔다.

아아! 아버지, 당신은 어째서 그렇게 저를 감싸주기만 하셨습니까!

오열했다.

끝 없이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멈춘 후, 그날로 저택을 팔아버리고, 저택을 팔아서 나온 골딕을 그때까지 남아있던 하인, 하녀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다.

그들도 눈물을 흘렸다. 저희는 도련님을 잊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들은 그렇게 눈가가 젖은 채로, 저택을 떠나는 나를 배웅했다.

이미, 마탑은 나를 완전히 잊었다.

왕궁에는 발도 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용병 일에 발을 담았다.

희귀한 마법사가 용병에 지원하는 일은 얼마 없었기에, 나는 실력 있는 용병단에 속할 수 있었다.

그후로 수많은 일이 있었다.

상단의 호위, 사소한 의뢰부터 수행하여, 몬스터 토벌까지.

길드 일을 하며 만난 동료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그렇게 또다시 몇 년이 흘러, 나는 삼십 줄에 들어섰다.

그 나이가 되도록 결혼은 하지 않았다.

나는 내 자신이 아버지가 되는 것이 두려웠다.

내가 아버지께 그리 하였던 것처럼 나 또한 내 아이에게 원망만 들을 것 같았다.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내 아이에게 존경스러운 아버지가 될 자신이 없었다.

중급 용병단의 단장이라는 탄탄한 직책도 얻게 되었건만, 나는 다가오는 혼사를 모두 뿌리쳤다.

길드원이나 단원들이 농담 삼아 총각으로 늙어 죽을 거냐고 물어보았지만, 나는 그저 씁쓸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나는 그저 중급 줄에 발을 간신히 들여놓은 마법사이자, 용병단장이었다.

그걸로 만족했다, 나는 아버지가 될 수 없었다.

그렇게 용병단장으로 일을 수행하던 어느 날.

상단의 호위를 맡아서 목적지로 향하던 중,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다.

비가 와서 물품이 젖으면 곤란하다는 상단장의 말에, 때마침 근처에 있는 어느 이름 모를 동굴 안에서 비를 피해가기로 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즈음-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한 형체가 보였다.

"어이쿠- 이 무슨 비가 이리도 많이 온담."

이윽고 빗줄기를 뚫고 한 남자가 들어와, 입고 있던 두꺼운 로브를 벗어 젖혔다.

내리는 비를 원망하듯 바라보던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의 사내는 제법 좋은 입담을 가지고 있었기에, 동굴 안에서 비를 피하고 있던 이들의 환영을 받았다.

불침번까지 자처하는 사내였지만, 외부인인 그를 혼자 세울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룹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와 함께 불침번을 섰다.

"그래서, 미크레온의 한복판에 드래곤의 둥지가 있다는 말인가?"

"음, 그렇다네. 그 드래곤 때문에 미크레온의 아름답기로 소문난 왕녀님이 시름이 가득하다더군."

여행자의 얄궂은 농담에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드래곤을 잡아봤다는 둥, 허풍을 늘어놓았다.

그에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여행자의 얼굴을 보고 킥킥- 거리며 농담이라고 사실을 인정했다.

에이, 죽으려면 뭔 짓을 못하누, 개죽음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매년 드래곤의 재보를 욕심내다가 죽는 어리석은 이들이 부지기수인 것을."

'그린 드래곤 파라넥스'의 둥지에서 잉여인간처럼 자리하고 있을 때,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불나방처럼 달려들던 침입자들을 생각하며 씁쓸한 표정을 얼굴 위로 띄워 올린다.

마법의 종주에게 어리석게 도전한 이들의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그들의 피였던, 아니면 패배감이었던 간에.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자, 여행자가 은근한 어조로 말을 걸어왔다.

"방법이 있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눈을 크게 흡 떴다. 드래곤을... 잡을 방법...?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니 자신이 가져온 짐을 뒤적여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아, 여기 있군."

그렇게 붉은 색이 감도는, 기괴한 빛을 띤 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한 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는 검이었다.

"호오... 그 예리해 보이는 검은 또 뭔가?"

정말 궁금하다는 듯 재촉하자, 씨익- 웃어 보인 사내가 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했다.

"음, 이건 '용살검(龍殺劍)'이라네."

용살검...? 용살검이라고...?

"...요, 용살검...? 그 귀한 보물을 대관절 어디서 얻은 건가?"

드래곤을 죽일 수 있다는 그 전설에서나 등장하는 검...! 그런 진귀한 보물을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이야...! 상상 조차 하지 못했다...!

드래곤을... 죽인다면... 강대한 마력을 품고 있다는 그 피를 얻을 수 있을까...?

정말 오랜만에 마법사의 본능이 꿈틀거렸다. 드래곤의 피를 얻을 수만 있다면, 멈추어진 경지를 딛고 올라설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어릴 적에 얻은 절망감을 드디어 지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고개 숙여 용서를 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처럼 유능한 마법사가 소속되어 있는 용병단이라면 그 드래곤을 처리할 수도 있을 것 같군... 부디 내 오랜 염원을 자네가 대신 이루어 줄 수 있겠는가...?"

끄덕끄덕- 끄덕끄덕-

미친 사람처럼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리기를 반복하며 '붉은 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일을 이루어줄 수 있는 물건이 지금 바로 눈앞에 있었다...!

뚜둑 뚜둑- 샤아아아-

뚜둑- 뚜둑- 샤아아아-

비는 멈출 줄을 모르고 계속 내리고 있었다.

-Guardians of Dragon Nest-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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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화 ~ 205화의 추천 수 합계는 12월 1일 정오에 집계됩니다~

현재 누적된 추천 수 = 0 (55개 저축 시 사용하여 1편 추가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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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 기준은 바뀔 수 있습니다)

연참은 해당 일에 업데이트 된 글의 추천이 55개가 될 때마다 1회씩 추가 하겠습니다. 추천 수 집계는 다음 날 '정오'마다 실시합니다.

55개 = 1회 추가 연재, 110개 = 2회 추가 연재, 165개 = 3회 추가 연재, 220개 = 4회 추가 연재, 275개 = 5회 추가 연재 (5회 추가 연재까지만. 이 기준은 후에 바뀔 수도 있습니다.)

만약 추천이 55개 달려서 1회 추가 연재 하였을 시 각 회차의 추천 수 합계가 110개라면 1회 연재를 더 추가하여 명일에 총 3회 분량을 업데이트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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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추천 한 방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m(. .)m 큰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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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멘 -*

天空意行劍 올만에 보는 느낌

= 그러네요, 오랜만에 뵙네요! >~

앤떱 -27은 -27 >>> 0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 넹...? <<< 이해 못한 바보 토끼)

1and1 여기까지...!

= 인가...!

슈프림케익 좋아 다음번은 마법사 Ts다!!

= !?!?

노스아스터 뜬금없지만 트리시아한테도 끈끈이 개조약을 발라주죠!귀갑묶기로 묶어주고요!

= ㅋㅋㅋ

슬픈반복 이 다음엔 누구를 꼬셔서 주인공의 경험치로 만들지.. ㅎㅅㅎ..

= ㅋㅋㅋㅋ고민고민~

노스아스터 고래들(한쪽은 강하지가 않는데?!) 싸움에 새우(인간)등만 터지네요.

= 그러네여 ㅋㅋ

짝퉁족제비 베스페르 : 아~ 아~~ 한가하네요~~

= 역시 여유로운 생활이란...!

잼없는세상 ㅋㅋ 끔살!!

= 끔살!ㅋㅋ

다크체리 용들의 애정싸움에 애꿎은 용병단만...

= 일단은 침입자니까요 ㅎㅋㅎ

루블리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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