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3. 소환사라고 한다.>
지렁이. 길가다가 쉽게 볼 수 있으면 실수로라도 밞으면 끝인 곤충. 하지만 지금 태천의 앞에 지렁이는 오히려 태천이 밟히게 아니 깔아 뭉겨지게 생겼다.
“.. 저기..”
꿰에에에!!!!
“시발!!! 지렁이가 입도 있어!!!”
그렇게 외치며 다시 피난소 쪽으로 달린다. 그러자 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쿠구구구궁 이라는 소리가 들려서 태천이 살짝 뒤를 돌아보자 지렁이 괴물은 콘크리트 바닥을 가볍게 파헤치면서 태천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젠장!!!”
죽어라 달리지만 이제 병원에서 막 태원한 그의 달리기가 빨라봐야 얼마나 빠를 것 같은가?
“으아악!!”
발밑에서 지렁이가 올라오며 태천을 공중으로 올려준다. 우와. 엄마. 나 하늘을 날고 있어.
“라는 생각을 할 때냐!!!”
족히 허공 10m를 부양하고 있는 상태. 거기다가 밑에 지렁이는 입을 벌리고 있다. 한입에 먹어치울 생각이라도 한 지렁이의 모습에 태천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젠장! 내가 진짜 미쳤지!!!”
그런 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 등에 충격과 함께 태천이 앞으로 좀 더 날아가며 다행히 지렁이 입은 피했지만 콘크리트와의 박치기는 피하지 못 했다.
“커흑!”
“칫.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니! 어서 빨리 움직여서 죽여라!!! 민간인이 있다고!!!”
남성의 목소리에 근처에 있는 다른 가디언들이 호응하듯이 지렁이에게 여러 가지 공격을 하지만 한두 대 맞더니 다시 땅속으로 사라진다.
“끄응..”
그 사이 태천은 일어나서 빨리 도망칠 준비를 한다.
“으윽!”
허벅지에 느껴지는 고통이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유리가 태천의 허벅지에 박혀있었다. 덤으로 옆구리에도 있다.
“위험한데...”
뽑으면 바로 피가 솟구친다. 하지만 이대로 두어도 문제다. 당장 병원으로 가야 했다. 지금은 아드레날린 분비로 크게 아프지 않지만 나중에는 엄청 아플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부상이군.”
그때 태천의 옆으로 다가 온 가디언으로 보이는 남성이 말했다.
“고통은?”
“아직은 아프지 않네요. 얼떨떨한 모양입니다.”
“움직일 수 있나?”
“죽을 걸요.”
“... 전 대원에게 알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녀석은 여기서 막는다. 민간인 한명이 현재 허벅지와 옆구리에 유리가 박혀있어 움직일 수 없다. 반복한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미친 지렁이를 처리.”
퍼펑!!
“제에에에에자아아아앙!!”
어느새 나타난 지렁이가 태천과 내 옆에 있는 가디언을 다시 공중 부양시켜준다. 그리고 지렁이 괴물은 지금까지와 다르게 직접 몸을 올리며 둘 모두를 한 입에 먹으려고 하자 사내는 이를 악물며 태천을 밀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태천은 사내가 미소 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분홍색 비슷한 색의 껍질을 가진 지렁이의 몸이 지나가는 것도 함께.
“이런 미친놈아!!!!”
다시 공중에서 땅에 떨어졌지만 그 보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누군가가 죽었다는 사실이 더 태천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젠장! 젠장! 젠에에에에자아아아앙!!!”
시간을 돌리고 싶었다. 딱 2분만. 비상신호가 울리던 때로. 그러면 얌전히 안전지대로 갔을 텐데. 쓸데없는 호기심에 지금 사람 한명이 그것도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죽었다는 생각을 하자 저절로 욕만 나오고 화만 났다.
- 복수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나를 불러라.
그때 태천의 머릿속에서 생전 들어 본 적 없는 목소리가 울렸다. 이에 태천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지렁이 괴물과 싸우고 있는 가디언. 그 이외의 존재는 없었다.
- 어디를 보는 것이지? 나는 여기 있다. 너의 안에 있다. 눈으로 보지 말고 느껴라. 동시에 불러라.
“내가 정말로 미쳤구나...”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시야 한쪽에서 검은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에 급히 그곳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자신의 NC의 한쪽에 조용히 있는 카드가뭉치가 있는 곳이었다. 그 카드뭉치에서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뭐야... 이건...”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당황했다.
- 불러라. 복수를 원하지? 너의 눈앞에 있는 저 괴물을 죽이고 싶지 않느냐? 그렇다면 불러라! 나를! 복수의 대행자를!!!
머리에 한 가득 울리는 목소리에 태천이 뭐라고 반응하기 전에 그의 몸이 마치 누군가에 의해서 조정이라도 당하는 듯이 천천히 움직였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듀얼.”
그리고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을 할쫙 핀다.
“소환.”
동시에 그의 발 밑에 있는 땅에 이상한 모양의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난다. 바로 듀얼 몬스터즈에서 몬스터카드를 소환할 때 나타나는 마법진이었다.
“복수의 대행자. 피에르!!”
그리고 자신의 시야 한켠에 있는 카드에서 카드 한 장이 나온다. 레벨 6의 몬스터 카드. 복수의 대행자 피에르. 그 카드에서 검은색 빛과 함께 자신의 앞에 검은 연기와 함께 피에르가 나타난다.
검은색의 광대 옷과 하얀색의 피에로가면. 동시에 그의 양손에 들린 평범한 검은색의 단도. 그가 알고 있는 카드의 일러스트에 있는 피에르였다.
“거짓말....”
NC로 보는 것과 현실의 차이 정도는 이미 익히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저 피에르는 현실이었다. 그 증거로 가디언도 지렁이 괴물도 모두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큭큭큭. 오랜만에 나오는 세상아닌가.”
꿰에에에!!!
피에르를 본 지렁이 괴수가 입을 벌리며 소리친다. 마치 위협을 하듯이 말이다.
“흥. 하찮은 쓰레기가. 너 따위에게 이 몸이 검을 던지는 것도 영광으로 알아라. 마스터만 아니었다면 굳이 이 몸이 나올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그리고 가볍게 양손의 단도를 지렁이를 향해 던지다.
“비기. 백팔의 처형!”
피에르의 필살기이자 공격이 발동되며 던진 2개의 단검이 순식간에 그 숫자가 늘어나며 빼곡하게 지렁이의 몸에 박힌다.
“공연종료.”
그리고 피에르가 뒤 돌며 양손을 활짝 하늘을 향해 펼치면서 말하자 단검에서 검은색 연기와 함께 커다란 폭발이 일어난다.
그 모습을 마지막까지 지켜보던 태천은 지렁이 괴물이 쓰러지는 것을 바라보단다.
“큭큭큭. 뭐 시시하기 그지 없는 상대지만 마스터의 첫 소환이기도 하니 이번에는 넘어가주지. 하지만 다음에도 이런 시시한 상대라면 곤란해. 이 몸은 좀더 이 몸의 격에 맞는 상대와 싸우고 싶으니까.”
피에르가 검은연기로 변하며 사라지는 것을 보며 태천의 정신도 서서히 어둠으로 사라졌다.
* * * * * * * * *
“소환자라고요?”
태천의 누나. 동시에 세계에서 50명도 안되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8명밖에 없는 S급 헌터. 김희선은 자신에게 동영상을 보여주고 있는 남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 지금까지 단 한명만 가지고 있는 초능력이지만... 보시다시피. 그는 소환체를 불렀습니다. 그것도 D급 최상급인 몬스터를 단 일격에 소멸시켜 버린 강력한 소환체를 말입니다.”
“... 다른 초능력도 그렇지만 처음 발휘대는 힘에 의해서 그 재능과 가능성이 결정되는 것 맞겠죠?”
“소환사는 지금까지 초능력자들의 역사들 속에서 딱 한 번 그것도 300년 전에 나타났습니다. 지금은 지구에서 유일한 소환사가 바로 희선 헌터님의 여동생입니다. 저희로서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소환사도 기껏해야 E등급의 몬스터만 잡았지 D등급의 몬스터를 잡았다는 기록은 업습니다.”
“천족이나 마족은요?”
“그들은 아예 없습니다. 그나마 인간 중에 나타난 소환사라서 조금이라도 정보가 있는 겁니다. 그것으로 보자면 동생분은..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처음 부른 소환체가 무려 D급. 그것도 거의 C급에 대견한 몬스터를 일격에 해치우는 소환체를 불렀다. 이것은 아무리 정보가 없다고 해도 다른 초능력자와 비교하면 그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뇌후라고 불리며 S급 헌터인 그녀조차 처음에 잡은 몬스터는 E급이기 때문이다.
“역시라고 할까. 뇌후의 동생이자 염희의 오빠다운 재능이라고 밖에 할 수 없군요.”
“... 이 사실은 이미 널리 퍼졌겠죠?”
“물론입니다. 나라에서도 가디언에서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몬스터에게 먹혔던 자는요?”
“다행이 바로 몬스터를 처치해서 그런지 무사합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일단 입원중이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습니다. 전혀 문제없다고 할 수 있겠군요.”
“알겠어요. 그 이야기는 제가 동생에게 직접 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마친 희선은 자신의 남동생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갔다. 이미 그곳에는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보였다. 그들의 모습에 희선은 혀를 치며 가볍게 뛰어 올라 병원 옥상에서부터 내려가 태천의 병실에 들어갔다.
“하아... 너만은 부디 그러지 않기를 바랬는데.”
조용히 누워있는 태천을 보며 희선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