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7레벨의 몬스터는 확실히 6레벨의 몬스터 보다 강했다. 압도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강하다는 것이 확연하게 보일 정도로 강하기는 했다.
잘 모르는 태천도 느낄 정도였으니 직접 싸우고 있는 사이클롭스나 희선과 정수는 아주 잘 느끼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C급은....’
사이클롭스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네이틀을 바라보며 희선은 생각했다. B급도 하급의 B급이라면 충분히 혼자서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환사라... 확실히 재능만 뛰어나다면 그 어떠한 능력보다 무서운 능력이야.’
7레벨의 소환수를 소환하여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는 태천을 힐끗 쳐다보며 희선은 다시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당당히 대검으로 막으면서 오히려 더욱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네이틀을 바라보며 자신의 손에 들린 봉을 휘둘렀다.
이번에 공격한 곳은 무릎 뒤. 일단 키가 10m는 넘을 것 같은 사이클롭스를 무너트리기 위해서 한 공격이었다.
“이제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그만 돌아가라! 빛의 심판!!!”
네이틀의 외침과 함께 그의 대검에 환한 빛이 내뿜어 지더니 대검을 크게 내려치자 하얀색의 참격이 사이클롭스를 향해 쏘아지더니 사이클롭스의 몸과 충돌하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순간 공격력은 S급 딜러 헌터와 대등한가...”
천천히 뒤로 넘어가는 사이클롭스를 바라보며 희선이 중얼거렸다.
“언니!”
공중에 있던 정수의 말에 희선이 고개를 끄덕인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끝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남동생이 소환한 소환체는 만족하지 못 했는지 사이클롭스의 몸 위에 올라가더니 심장이 있는 곳에 서서 그 거대한 대검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심장에 꽂아 넣는다.
“확실한 것을 좋아하나 보네.”
피를 뒤집어쓰고 있지만 그의 고귀하다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빛과 함께 사라지는 기사를 바라보던 희선은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남동생을 바라보자 태천은 자리에 주저 앉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돌아가자. 정수야. 시체 수거반에게 연락하고. 오늘 사냥은 여기서 끝내자. 태천이도 힘들어 하는 것 같고.”
“알았어. 그보다 확실히 강하네. C급 몬스터는 혼자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잘하면 B급도 가능할 것 같고.”
“하지만 무리야. 저걸 봐. 멍하니 있는 것 같지만 가슴을 잘 보면 호흡이 가쁘잖아. 힘들다는 증거야. 하지만.. 차차 정신력이야 강화시키면 되는 거고. 어쩌면 정말로 사상최강의 헌터가 될 수도 있겠는 걸...”
“헤에. 역시 내 오빠야.”
“역시 내 동생이지.”
“... 내 오빠야 언니.”
“동시에 내 남동생이란다. 네가 아니니 걱정 마려무나.”
“한판 해야 할 것 같지만 이곳은 공간진 안이니 넘어가주겠어. 하지만 나가면 다시 이야기 해야 할 거야.”
“훗. 이 착한 언니가 언제든지 놀아줄 테니 오려무나. 여.동.생아.”
“이이...”
뭔가 타인은 모르는 자매만의 커뮤니케이션을 한 후 두 자매는 조용히 태천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왔다.
“괜찮아?”
희선의 말에 태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잠시 어지러울 뿐. 크게 이상은 없었다. 목걸이와 장갑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제물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7레벨의 몬스터 소환은 매우 큰 정신력이 소모되었다.
고작 1레벨 차이가 뭐냐고 할 수 있지만 이 1레벨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듀얼 몬스터즈 게임을 하면서도 알고 있기에 납득은 갔지만 그래도 막상 겪으니 참으로 힘들었다.
“누가 오늘은 나 죽어도 더 이상 무리야.”
“알고 있어. 그래서 그냥 돌아갈 거야. 저 시체만 챙기고.”
그리고 긴 트럭을 몰고 온 시체 처리반이 도착하자 희선은 손가락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이클롭스를 가리키자 그들은 놀라며 말했다.
“저건... 설마 A급 몬스터 입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B급이에요. 그러니까 우리3명에서 잡았죠. 하지만 거의 A급에 육박한 에테르 수치를 기록했어요. 저녀석 잘 좀 처리 부탁드릴게요.”
“그것이 저희의 일이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저런 몬스터를 3명에서 잡다니... 굉장하군요.”
“별 말씀을. 그럼 제 남동생이 힘들어 해서 저희는 그만 쉬러 차에 들어갈게요. 오늘 사냥은 이걸로 끝내도록 할테니 시체만 챙기고 떠날 준비를 해주세요.”
“뭐 준비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짐을 내린 것이 없으니까요. 빠르게 시체를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다 하고 말씀드리죠. 아 그보다 에테르 수색에 대해서는...”
그러자 희선이 정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갔다와.”
“언니가 가.”
“쓰읍.”
희선이 인상을 찌푸리자 정수는 투덜거리면서 움직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싸우면 한상 희선의 승리였다. 일단 둘의 나이차이가 있다 보니 정수의 입장에서는 8살이나 나이가 많은 희선이 엄마와 같은 포지션이었다.
그래서인지 막상 이렇게 서로 싸우면 무조건 희선의 승리로 끝났다. 그것을 정수도 알지만 그래도 일단 반항하고 보는 것이다. 그래도 종종 희선이 물러나 주는 일이 있었으니 말이다.
“가면 되잖아 가면..”
그리고 담당자와 함께 시체가 있는 곳으로 가는 정수를 보던 태천이 말했다.
“에테르가 나올까?”
“초보자 운을 믿어 보는 건 어때? 첫 사냥이니까. 나올 수도 있지.”
“그건 그렇네.”
“그런데 에테르가 나오면 쓸데는 있니?”
“응.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거든. 나.”
“그러고 보니 소환체랑 계약하는데 필요하다고 했던가?”
“비슷한 과정이지.”
“오빠!!! 언니!!!”
그때 헐레벌떡 뛰어 오는 정수를 보며 희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왔나 보네.”
“그러게.”
“대박이야!!! 6만7854짜리 에테르 결정체가 나왔어!!!”
“헤에. 높네.”
그리고 상자에 보관되어 있는 푸른색의 에테르 결정체를 정수는 태천에게 넘기며 말했다.
“오빠 선물. 오빠 에테르 많이 필요하다고 했었지?”
“너도 기억하고 있었네.”
“물론이지. 앞으로 내가 남는 여유분 에테르가 있으면 다 오빠에게 줄게. 돈은 딱히 필요없으니까.”
참으로 부러운 소리를 하는 정수였지만 실제로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는 이상 A급 헌터들이 돈이 부족할 리가 없다.
자신의 누나인 희선과 여동생인 정수. 이 둘 모두 사치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것을 옆에서 보아 온 태천이 알기에 이 둘이 정말로 에테르를 밀어준다면 금세 10레벨 몬스터 카드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태천은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머리가 상당히 멍했기에 별로 깊은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일단 나 한숨 잘게. 누나. 멍해서 그런지 졸리네.”
“그래. 한숨 자렴. 도착하면 깨워 줄테니까.”
“응.”
그리고 태천은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첫 사냥의 성공을 기뻐하며 말이다. 태천이 잠든 것을 본 희선이 정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체 가격은 얼마나 나왔어?”
“상당히 훼손되어 있잖아? 그래서 그렇게 높지는 않아. 2천억 정도?”
“나쁘지는 않네.”
“B급 몬스터를 그 정도로 잡았다면 나쁘지 않지. 걸레로 만들어도 8백억은 나오는데. 그보다 오빠가 소환한 소환체. 그거 분명 빛의 처형자 네이틀이었지.”
“그래. 내 기억이 맞다면 그럴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레 계속 듀얼 몬스터즈의 몬스터들을 소환하는 걸까?”
“우리도 모르지. 누가 알겠어? 초능력이라는 것 자체가 미궁이야. 안다면 오로지 신만이 알겠지. 그저 우리는 태천이가 좋은 능력을 얻었다는 사실만 알면 그걸로 충분해. 에테르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는 아직 비밀로 되어 있겠지?”
“물론~ 그런데 계속 숨기기는 힘들 거야. 언니.”
“알고있어. 그래도 최대한 숨겨야지. 괜히 또 세상에 알려지면 정부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니까. 아직은 힘을 더 키워야 할 때야. 태천이가 충분히 성장만 한다면 정부도 섣부르게 움직이지는 못 하겠지.”
“어른들 사정은 잘 모르니 그건 언니가 알아서 해. 그리고 나도 좀 잘래.”
“그래. 너도 도착하면 깨워줄게.”
“응. 그럼 잘 부탁할게.”
그리고 뒷 자석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 정수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던 희선은 다시 시선을 돌려 사이클롭스의 시체를 조심스럽게 옮기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당신들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야. 당하는 건 한 번으로 충분해.”
그렇게 중얼거리는 희선의 눈은 매우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