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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리스트-25화 (25/132)

25화

드디어 그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바로 내일 지옥으로 떠난다. 그 사실에 태천은 두근두근 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지금 태천은 자신의 누나와 동생과 함께 천,마 연합군의 집결지로 향했다.

인간의 세계인 지구에서 인간이. 그리고 천계와 마계의 중간 지점에 있는 공간에서 천, 마연합군이. 방향으로 따지면 인간은 오른쪽이고 천, 마연합군은 왼쪽에서 진격하는 샌드위치의 모양이다.

어느 한쪽에 전력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만든 작전이지만 대부분 천, 마연합군이 있는 쪽으로 몬스터들이 몰린다.

숫자가 많은 인간들을 보며 몬스터들이 겁을 먹거나 상대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반대편으로 가서 그곳에 있는 천, 마연합군을 만나는 것이다.

물론 이 사실을 각 수장들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아무말 하지 않는 이유는 인간들은 당연하게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천족과 마족은 더 많은 에테를 얻기 위해서다.

차원이 하나로 합쳐졌다고 하나 천계가 있는 행성과 마계가 있는 행성은 각각 환경자체가 다르다. 그런데 지구와 같이 있다면 잘못 하면 이 3개의 행성이 충돌해서 모조리 파멸이라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천족과 마족은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해서 기존에 있던 차원에 빈틈을 만들어서 그 곳으로 자신들의 행성을 옮긴 것이다. 그리고 차원의 빈틈을 안정시키고 유지시키는데 있어 정말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순수하면서도 질이 높은 에테르 결정체를 1년에 백만 이상을 사용하는 것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차원의 유지를 위해서 사용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천족과 마족은 욕심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돈? 먹고 살 만큼만 있으면 된다. 에테르? 차원을 유지하는 것 이외에 그냥 필요한 양만 있으면 된다.

그 이외의 것들? 공간진에서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게 하려고 간간히 사냥간다. 그리고 그게 끝이다. 천족이나 마족이나 별 다른 욕심은 없다. 오히려 이들은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본다.

이 두 종족의 유일한 사치라면 취미생활과 문화생활을 위해서 소모되는 돈이다. 그 이외의 사치는 이들에게 없다. 천년을 산다는 수명 때문인지 인간과 사고방식이 너무나도 다른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이 천계와 마계에 있는 헌터들의 대부분은 인간이다. 지구에도 공간진이 있지만 지구는 솔직히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혼잡하다.

물론 충분히 잡을 수 있지만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은 한도 끝도 없다. 홀로 한의 공간진을 차지하고 사냥하고 싶은 것이 안간의 욕심이다.

그래서 천계와 마계에서 사용료도 받지 않고 그냥 무상으로 마음껏 헌터들이 사냥한다. 세금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부분은 가디언을 통해서 3개의 종족이 하나로 통일하였기에 불편함이나 불만은 없다.

그저 좀 더 넓은 사냥터를 독식하고 싶은 생각으로 인간들은 천계로 마계로 움직인다. 눈을 찌푸리는 천족과 마족도 있지만 대부분은 니들 마음대로 하라는 씩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금 태천은 너무나도 잘 느끼고 있었다. 엄청나다고 할 수 있는 자신의 누나 희선이다. 하지만 마족이나 천족은 관심없다는 듯이 걸어간다. 오로지 인간들만이 쳐다 볼 뿐이다.

“이래서 천계나 마계로 가면 망신만 당한다는 거구나.”

천계나 마계로 인간이 가면 그 인간은 인간들 망신만 시킨다. 어느 유명한 철학자가 한 이야기다. 실제로 태천이 봐도 좀 민망한 부분이 종종 보였다.

“신경 꺼. 저들도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그보다 앞으로 만나는 분들에게 예의를 잊으면 안 되는 것 잊지 마. 아버지와 어머니의 지인이셔.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들이기도 하고 마계와 천계에서의 위치도 상당하신 분들이야.”

“너희들의 행동에 따라서 우리 아빠의 수준이 결정된다고?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좀 말해. 언니. 귀에 딱지 앉겠다.”

“앉으라고 하는 말이니까 잘 듣고 행동으로 해. 정말로 무례를 보이면 절대로 안 되니까. 알겠지?”

“알았어.”

심할 정도로 예의를 강조하는 모습에 태천은 의아해 하였다. 도대체 누구를 만나기에 이렇게 자신의 누나가 긴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아버지의 친구라고 해도 이건 좀 심했다.

“다 왔다. 너희 둘. 내가 한 말 절대로 잊지 마.”

“알았다니까? 얼른 가자 오빠.”

“응.”

삼남매가 도착한 곳은 평범한 음식집이었다. 단지 손님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조금 의외였다. 장사가 안 되어 보이는 집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 왔군. 왔군.”

건장한 덩치를 가진 사내와 그 사내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날렵한 모습의 사내. 둘 모두 40대 후반으로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특징이 이 둘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날렵한 사내의 귀는 비정상적으로 길어서 마치 전설에 나오는 엘프를 보는 것 같았으며 덩치가 큰 사내의 몸에는 검은색의 꼬리가 있었다. 천족과 마족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아. 그렇게 딱딱하게 할 필요 없다니까. 그보다 어서 앉아. 뭐 먹을지 몰라서 일단 음식은 시키지 않았어.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시키고.”

건장한 사내가 말하자 희선은 실례한다는 말과 함께 그들의 맞은 편 의자에 앉자 태천과 정수도 주춤거리며 의자에 앉았다. 무엇보다 태천이 계속해서 두 사내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태천의 시선에 날렵하게 생긴 사내가 말했다.

“얼굴에 뭐가 묻었니?”

“아니요... 단지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 같아서...”

“하하하. 그거야 그렇겠지. 일단 어렸을 때 자주 만났으니까. 희미하지만 기억하는 모양이군.”

건장한 사내의 말에 태천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오래전의 기억이 아니다. 가장 최근에도 어디선가 봤던 얼굴이었다. 그리고 곰곰이 고민하던 차에 떠올랐다.

“저... 정말로 정말로 죄송한데 성함이...”

“응? 아아 이런 자기소개를 아직 안 했군. 나는 서벡스 벨제부브라고 하지. 일단 마계에서 마왕이라고 불리고 있는 놈이지.”

“나는 이르시스 이티엘. 부족하게나마 천계에서 신이라고 불리는 남자네.”

그 둘의 말에 정수는 물론이고 태천도 멍하니 두 사람. 아니 천족과 마족을 바라보았다. 신과 마왕. 막말로 지금 마계의 왕과 천계의 왕과 같이 한 테이블에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정면으로 마주보면서.

“아아. 당황할 필요 없어. 지금은 신과 마왕으로 있는 게 아니라 너희 아버지의 친구로서 있는 거니까.”

그리고 태천은 자신의 누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그것은 정수도 마찬가지다. 마계와 천계에서의 위치가 상당해? 당연하다. 누가 감히 마왕과 신에게 뭐라고 할까?

위치가 상당한 것이 아니라 짱이었다. 즉 1인자다. 설명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너무 포괄적으로 설명해 버렸다. 그리고 태천이나 정수는 자신들의 누나이자 언니가 자신들을 골탕먹이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 두 신과 마왕을 상대로 편안하게 하라고 하지 않았을 거다. 말 하나 행동 하나에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런. 너무 얼어버렸군.”

“뭐. 차차 익숙해지겠지. 그러면 얼굴 봤으니 우리는 이만 가봐야겠구나. 좀 더 이야기 하고 싶은데 우리도 일이 조금 밀려 있어서.”

“아니에요. 오히려 이렇게 잠깐이라도 직접 만나러 와주시니 감사할 뿐이에요.”

“뭘. 친구 녀석 아들하고 딸들이 오는 게 당연히 얼굴 비춰야지. 일단 먹고 싶은 것은 다 시키도록 해. 오늘은 전세니까 돈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리고 내일 다시 보자꾸나.”

그리고 마왕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신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각자 다시 한 마디 인사와 함께 나가버렸다. 그러자 한숨을 깊게 내쉰 태천이 희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 높은 위치?”

“맞잖아?”

그래 맞다. 높은 위치는 맞다. 하지만 그냥 높은 위치가 아니라 1인자였다.

“높은 위치라고 설명할 것이 아니라 1인자! 짱이라고 설명해줘야 할 거 아니야!”

태천의 강력한 항의에 정수도 이때다 싶었는지 말했다.

“언니 우리 놀리는 거지!”

그런 둘의 항의에 희선은 태연하게 매뉴판을 들어 매뉴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긴장할 것도 안 좋아서 말 하지 않았을 뿐이야. 실제로 저 두 분이 이름을 말하자마자 너희들 굳어버렸잖아? 일은 아마 핑계고 너희가 너무 불편해 하니까 자리를 비켜주신 거겠지.”

“대통령 앞이라면 모를까 신과 마왕은 완전 이야기가 다르다고. 누나.”

“맞아.”

“어째서?”

“대통령도 일국의 대표인물이기는 하지만 그 차이가 너무 크잖아. 지구 보다 작기는 하지만 지구의 반 정도 되는 크기의 행성 전체를 나라로 삼는 곳의 왕이랑 이런 조그마한 땅의 왕이랑 같을 것 같아? 무엇보다 도대체 아버지는 어떻게 저 두 사람이랑 알게 된 거야?”

“나도 잘 모르지만 지옥에서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구한적이 있다고 하시나봐. 우리 아버지 강했으니까.”

“그건 알지만...”

설마 신과 마왕의 목숨을 구할 정도로 강할 줄은 정말로 꿈에도 몰랐던 태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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