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33화 (33/132)

33화

<8. 지옥에서(2).>

연옥에서 10일간 버티기. 지옥 원정대의 가장 힘든 일이다. 인간 연합은 지금 죽어나가고 있었다. 몇 십분 간격으로 사상자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하지만 천, 마연합군은 편안했다. 아침에는 태천이 아수라를 직접 움직여서 몬스터들을 상대하였고 저녁에는 태천이 소환한 소환체들이 몬스터와 싸웠다.

물론 천, 마연합군도 놀고만 있지 않았지만 태천 혼자서 한 몫이 상당하다는 것을 천족과 마족. 둘 모두 인정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사상자는 불과 12명. 6일이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12명만 죽었다면 기적이다. 이 12명도 태천의 지시를 무시해서 죽은 것이다. 즉 제대로 했다면 단 한명의 사상자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였다.

“이대로 지나가면 좋은데 말이야.”

아수라를 옆에 둔 상태로 근처의 바위에 걸터앉아 있는 태천이 중얼거렸다. 아직까지 S급 몬스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대로만 가면 무난히 끝날 것 같았지만 태천은 그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고 물어 본다면 그저 감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태천의 감은 분명 지금 경고하고 있었다. 긴장을 풀지 말라고. 완전히 이곳에서 나가기 전까지 절대로 긴장을 풀지 말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수라도 마찬가지다. 뭔가 있는지 수시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불안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누군가를 찾는 모습이었다.

이럴 때는 말을 못 한다는 점이 참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이라도 쓰라고 할 수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아수라 본인도 이것은 막연한 감이지 딱히 뭐라고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제발 무사히 가자. 4일만 더 버티면 된다 4일만.”

그리고 이 날도 무사히 넘어갔다. 남은 일은 3일. 태천은 점점 더 강해지는 불안감을 애써 무시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이틀이 남았을 때.

이제는 정말로 이 장소에 있는 것이 거북해졌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위험하다고 자신의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도망치라는 말은 없었다. 그저 위험하다는 말만 외치고 있을 뿐.

그리고 마지막 하루. 이 날은 무려 150마리에 달하는 A급 몬스터의 습격이 있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오라 신권을 선보이며 몬스터들을 깨끗하게 쓸어버리는 아수라와 태천이었지만 그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었다.

대망의 마지막 날. 다음 날이 되면 돌아간다. 천족과 마족들은 기뻐하며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사상자 15명. 어제 3명의 사상자가 더 추가되었다. 슬프지만 15명만 죽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사실이었다.

특히 진짜로 죽은 천족과 마족은 단 3명이다. 솔직히 150마리에 달하는 A급 몬스터의 습격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던 습격이었다.

10~20마리는 있었지만 설마 100마리가 넘는 그것도 150마리에 달하는 몬스터가 동시에 습격할 줄은 그 누구도 상상도 못 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날이 넘어가고 드디어 다음 날 아침. 마족과 천족은 기쁜 마음으로 돌아갈 채비를 끝내고 움직였다. 움직이는 내내 태천은 불안했다. 마치 폭풍전의 고요였다. 불안함이 폭발은 하는데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응?”

그때 기묘한 느낌을 받은 태천이 전방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아수라를 통해 바라보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느낌이 묘하였다.

“실험을 해 봐야겠어.”

그리고 태천은 리모네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방을 향해서 최대의 공격을 해주세요. 할 수 있는 만큼.”

“... 아무것도 없는데요?”

“그래도 해요. 명령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전력을 다해서.”

태천의 말에 리모네는 의아해 하였지만 그냥 했다. 지금까지 태천은 총대장 역할을 매우 훌륭하게 하였다. 태천이 하는 일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도 태천이 무슨 생각이 있겠지 싶어 12장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자신의 무기에 모든 신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리모네의 모습에 천족과 마족들은 의아해 하였지만 혹시 몰라서 경계태세 한 채로 리모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신.벌!”

리모네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손에 있던 봉에서 하얀 빛이 전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빛은 거대한 벽에 막힌 듯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젠장! 모두 전투준비!!!!”

눈앞에 풍경이 무너져 내린다. 하늘이 땅이 사라지며 나타난 것은 놀랍게도 거대한 벽이 아니라 거대한 거북이였다.

“거북이?”

리모네의 말에 태천이 외쳤다.

“방심하지마!! 방금 그 환각을 생각하라고! 여기 있는 전원! 10만 명에게 환각을 보였던 놈이다! S급 몬스터야! 모두 죽고 싶지 않으면 절대로 방심하지마!!!”

태천의 외침에 조금 김이 빠지려고 하던 천족과 마족들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방금 실제로 자신들은 앞에 평범한 풍경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환각이었다.

무려 10만에 달하는 천족과 마족에게 환각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짓을 할만한 몬스터는 S급의 몬스터 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날개를 꺼내며 공격 준비를 하였다.

“이게 내 불안감의 정체였군.”

A급 몬스터 150마리의 습격.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하지만 저 거북이가 뭔가 환각을 보여줘서 몬스터를 움직였다면 불가능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뀨우우우우우웅!!!

귀여운 울음소리지만 고막이 찢어질 듯한 거대한 소리로 들으니 전혀 귀엽지 않았다.

“모두 간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당연히 태천이었다. 다이아몬드 드래곤에 타서 아수라를 내려 보냈다. 아수라와의 최대 거리는 10m. 그 거리를 유지해야 하기에 태천도 움직여야 했다.

“하하하! 이거 재미있겠는데!”

뭐가 그리 좋은지 피니트는 미소 짓고 있었으며 네이틀은 단단하게 굳은 표정을 그리고 피에르는 가면 때문에 얼굴은 안보이지만 피니트와 같이 기분 좋은 듯 보였다.

“모두 정신 차리도록!!! S급 몬스터다!!! 죽고 시지 않으면 모두 똑바로 움직여라!!!”

“방어를 최우선으로! 부상자를 챙기는 인원은 어서 뒤로 빠지세요!!!”

사이라그와 리모네는 빠르게 이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태천이 시간을 벌어주어야 했다. 이들이 재정비 할 때까지 말이다.

S급 몬스터에 대한 매뉴얼은 딱히 없지만 그래도 기본적인것들은 있다. 일단 가장 먼저 부상자와 그 부상자를 관리하는 인원은 최후방으로 빠진다.

가능하면 그 몬스터를 지나쳐서 연옥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그 다음은 재정비를 통해서 일제 공격을 한다. 일격에 죽이지 못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데미지조차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2가지가 그나마 고정된 매뉴얼이다. 그리고 리모네와 사이라그는 이 매뉴얼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물론 이 것을 진행하는 사이 S급 몬스터는 태천이 묶어두고 있었다.

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

미친듯한 연타. 하지만 단단한 S급 몬스터의 껍질에는 힘짓조차 가지 않았다. 오히려 때리는 아수라의 손이 아파왔으며 그것은 연결되어 있는 태천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수라! 필살기다!!! 아수라파천육연격!!!”

오오오!!!

그리고 다시 꽂히는 6개의 강력한 주먹. 하지만 여전히 껍질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이런 젠장!”

역시 기스 하나 없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아무리 S급이라고 하지만 12레벨 아수라의 필살기를 정면으로 받았다. 그런데 기스 하나 없는 것은 이상했다.

“저것도 환각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설명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도대체 이 환각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냐는 것이다. 환각만 풀면 묶어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젠장. 이래서 사람은 설명서를 필이 읽어봐야 하는 거구만.”

그렇게 말한 후에 태천은 자신이 몰랐던 정보를 깨달았을 때 미리 미리 준비해두었던 것을 지금 사용하려고 했다.

“신의 기적 발동! 자애의 가이아!”

동시에 100만 포인트가 떨어지지만 상관없다. 일단 살고봐야 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었으니 말이다.

“모두 이 환각이 사라지면 최선을 다해서 무조건 도망쳐라!!! 그렇게 오랜 시간 버틸 수 없어!!!”

자애의 가이아. 13레벨의 신의 카드 중 한 장. 그리고 이 카드의 특수능력들은 대부분이 버프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 능력 중 하나를 사용할 생각으로 태천은 100만 포인트를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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