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38화 (38/132)

38화

<9. 집으로 돌아와서.>

“기적이로군...”

“아아. 정말로 이건...”

천, 마 연합군이 드디어 지옥에서 돌아오는 날. 신과 마왕은 기적을 보았다. 사상자 214명. 그 이외의 모든 인원 생존해서 돌아 왔다.

거기다가 100톤의 화물차 100대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서 그 시체를 들고 있는 천족과 마족들이 있을 정도로 수많은 몬스터들의 시체.

결코 가볍게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야 말로 기적이었다. 생존률이 99%가 넘어가는 기적. 그리고 이 기적이 누구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 그 둘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보라고!!! 거의 다 살아서 돌아왔어!!!!

저 시체들을 봐! 이걸로 또 다시 우리는 안전해졌어!!!!

시민들의 환영. 이에 연합군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앞서서 걷고 있는 남자. 꼬리도 없고 귀도 길지 않는 인간.

처음에 들어갈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성장했군.”

“하하. 이거 우리 선택이 틀리지 않은 모양이야. 아니 대박이 났다고 해야 하나?”

“그래. 모두들 값진 것을 얻었어. 앞으로 무조건 저 아이를 불러야 겠어. 처음이라서 그렇지만 잘하면 정말로 단 한명의 사상자도 없이 돌아 올 수도 있겠어.”

“좋아! 좋다고! 오늘은 파티야!!!”

“그렇지. 죽은 이들을 위해서라도 웃어야지. 슬픔으로 그들을 보내는 것은 최후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

그렇게 천계와 마계에서는 커다란 잔치가 열렸다. 3일간 잔치가 열리고 4일째 되는 날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눈물을 나는 것을 참지 않고 그들은 시원하게 울었다.

3일간 웃고 하루 울고. 슬픔보다는 기쁨을 보여주며 죽은 자들의 영혼을 웃는 얼굴로 보내주며 웃음을 보여 그들의 걱정을 없애는 것. 그것이 천족과 마족의 장례식이다.

“허무하구나.”

장례식마저 끝나고 태천은 지금 천계에서 신이 머무는 신전이라고 불리는 궁에서 머물면서 빈둥빈둥 거리고 있었다.

슬픔? 냉정한 이야기지만 10만 명 중 200명이 죽었다. 태천이 이끄는 선봉대에서는 사상자가 없었다. 즉 태천이 알지도 못 하는 천족이나 마족이다.

슬프지 않다. 분위기를 타고 조금 울적해졌지만 그것도 한 때. 잠깐의 이야기다. 그냥 적당히 분위기 맞추어 주고 나와서 지금 다시 지구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면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생환율 65%. 30만 명이 들어가서 약 11만 명이 죽었다.... 인간들은 많이 죽었구나.”

NC를 통해서 인간계의 뉴스를 보고 있던 태천은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다. 사람들과 사냥을 해보지 않았지만 대충 성격은 안다.

사람 사는 곳이 어디 다르겠는가? 거기에 비해서 천계나 마계는 이타적인 것이 대부분으로 되어 있다. 양보와 배려가 우선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협력이 잘되고 타인을 위해서 희생한다. 이것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곳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런 대규모 연합에서는 천계와 마계가 더욱 강한 힘을 낼 수밖에 없다.

“후우. 내 후년에는 또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걸까? 가디언은.”

비록 3개의 종족이 연합해서 만들지만 사실 상 인간들이 주도하고 있는 곳이 가디언이다. 천족과 마족은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이 둘이 나서면 어떠한 일이라도 뒤집어 버릴 수 있지만 거의 나서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에 인간들도 이들을 결코 자극하지 않고 그냥 최대한 자기들의 이권만 챙긴다. 자기들의 이권이라고 해도 거의 지구 전체이다 보니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는 거다.

“복수...라.”

장례식에서 희선은 태천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면 이들에 대해서 알라고 하면서 하나의 파일을 주었다. 그 파일은 지금까지 희선이 조사한 김창민의 죽음에 관련된 이들에 대한 정보였다. 그것들을 읽어 본 태천이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복수를 하려고 해도 할 방법이 없네.”

힘도 힘이지만 이들의 권력이 문제다. 모두 가디언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는 총 3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가장 무난한 것인 암살. 이건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 복수해서 암살? 그리고 끝이다. 그게 무슨 복수인가? 감칠맛도 씹는 맛도 없었다.

자고로 복수란 끝까지 씹고 씹어서 단물 다 빠지고 딱딱하게 굳을 때까지 씹은 후 뱉고 발로 열심히 비비다가 버리는 것이 복수에 대한 평소의 태천의 생각이었다.

그럼 두 번째. 이건 좀 쉽다. 바로 그들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것. 그러기 위해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타야 하지만 이미 충분하다. 천, 마 연합군은 200명만 죽었다는 사실이 지구에서도 충분히 퍼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딱 하나.

“내가 이들 보다 위에 올라서는 것.”

그리고 가장 끌리는 것이기도 했다. 더 높은 지위에 더 강한 권력을 손에 쥐고 이들을 쥐어짜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복수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도망치게 두면 안 된다. 계속 손에 잡아두고 심심할 때마다 쥐어짜야 제대로 된 복수를 한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말이다.

원한이 크면 아이들에게까지 해도 좋지만 아이들은 무슨 잘못인가? 사가지가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 전에는 그들은 무죄다. 태천은 복수는 그 대상자에서 끝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종종 영화 같은 곳에서 복수라고 일단 가족들 다 족치고 그 대상을 족치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태천이다. 물론 정말로 복수에 미치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만 말이다.

“그럼 이제 내가 어떻게 그들보다 높이 올라가느냐가 문제인데... 지금 내가 가진 능력으로는 조금 힘들겠지?”

태천이 가진 힘은 오로지 무력. 헌터들 세계에서는 무력이 전부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은 헌터가 아니다. 아니 한 때 헌터였던 이들이지만 지금은 은퇴하고 책상에서 놀고 있다.

이런 이들은 무력으로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책상에서 놀거나 아니면 다른 비장의 수단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도 억지로 무력으로 하고자 한다면 어중간한 힘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주변의 여론을 신경 써야 한다. 혼자라면 무시하겠지만 가족들이 있는 태천이기에 그냥 다 무시하고 깽판을 칠 수는 없었다.

“미치겠군.”

내린 결론은 답이 없다. 뭘 어떻게 해도 지금의 태천으로서는 답이 없었다. 열심히 퀘스트를 하며 새로운 카드도 많이 모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되면 4번째 방법이다.”

아주 기본적인 왕도라고도 할 수 있지만 바로 차근차근 하나 하나 처리하는 것이다. 모든 일의 왕도다. 어떠한 일이라도 작업과정. 혹은 진행 순서라는 것이 존재한다.

태천은 이 순서에 따라서 천천히 작은 것부터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종적인 목표를 생각 했을 때 이 작은 것 부터도 문제다.

“누나에게 물어봐야지 뭐.”

태천은 23살이다. 헌터에 세계에 입문한지 이제 곧 반년이다. 그런 그가 그런 고위직에 있는 이들에게 복수를 한다? 개소리로 치부될 수 있는 말이다.

“머리 좋은 친구라도 있으면 참 좋을.. 아.”

방을 나가면서 중얼거린 태천은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빠르게 듀얼 몬스터즈의 커넥션을 해서 카드 상점에 들어갔다.

계략을 짤 수 있는 존재. 듀얼 몬스터즈의 카드들은 하나하나 살아 있는 개체들이다. 자신들 만의 경험이 있고 기억이 있다. 하나하나 개개인의 생을 보내 온 이들. 이들의 능력이나 앞에 붙은 호칭 같은 것은 그들이 보내인 일생을 간략하게 표현한 것.

“역시 있구나.”

악마의 전략가 사의. 8레벨의 몬스터로 공격력과 방어력은 그저 그렇지만 아군 몬스터 카드의 공격력고 방어력을 무려 20%나 올려주는 8레벨 몬스터 중에서도 버프 카드로 최고의 위치에 올라와 았는 카드다.

사의와 대견되는 버프 카드는 정말로 거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버프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태천이 중요하다고 생각된 것은 앞에 붙어 있는 악마의 전략가.

태천의 생각대로라면 사의는 상당한 두뇌의 소유자라는 것이 확실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어차피 이런 버프를 가진 몬스터는 필히 있어야 하는 법이다.

게임과 다르게 최대 10마리까지 소환 가능하다는 제한도 없으니 이런 버프 몬스터 카드가 많아서 나쁠 것 하나 없다.

“좋았어. 듀얼. 소환. 악마의 전략가 사의.”

그러자 어느 때와 같이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게 마법진을 통해서 악마의 전략가 사의가 소환되었다. 검은색의 로브와 금으로 테두리를 만든 외눈 안경. 평범해 보이는 40대의 지식인이다.

“이것 참. 드디어 불러주는 군요. 마스터.”

“그런가. 어찌되었든 부른 이유는 전투가 아니야. 네가 이름 대로 악마의 전략가라고 하면 나에게 전략을 알려주었으면 좋겠어.”

태천의 말에 사의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저의 전략이 필요하다니. 무슨 일이신지?”

“너희들 전원 나와 기억이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알아. 물론 기초적인 것들이지만 그것들만 봐도 내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은 알거야. 나는 내 아버지를 죽인 자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 죽이는 것이 아닌 내가 그들 위로 올라가서 그들을 쥐어짜는 식의 복수를 원해.”

“흐음. 복수입니까? 조금 시시하군요.”

“나는 무식해서 이것만 해도 머리 아프거든. 그러니 그 시시한 것 좀 도와주라고.”

“물론입니다. 그 전에 그 컴퓨터라는 것을 제가 좀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응? 뭐 상관없는데 왜?”

“본래 상대의 약점을 물어뜯기 위해서는 세세한 지식이 많아야 하거든요. 그래야 여러 방면에서 뜯을 수 있는 겁니다. 나중에 도서관에도 가고 싶은데. 가는 길 좀 알려주셨으면 좋겠군요.”

“도서관도?”

“예. 인터넷이라는 것을 통해 전체적인 것을 본다면 도서관의 책들로 세세한 것들을 따져야 하는 법이죠. 복수라고 해도 마스터가 원하는 복수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 기다려주실 수 있으시겠죠?”

“뭐... 급할 것은 없지. 단지 그들이 죽기 전에만 좀 해줘.”

“걱정하지 마십쇼. 악마의 전략가라는 이름은 도박판에서 딴 것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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